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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화

Author: 윤채경
용씨 부인 최유신은 용지현의 울먹이는 말에 끝내 인내심을 잃었다. 그녀는 탁자 위에 놓인 금테 찻잔을 쓸어버렸다.

“용지안, 감히 너 따위가!”

용지현은 부풀어 오른 뺨을 어루만지며 눈물 섞인 목소리로 외쳤다.

“어머니, 이 치욕… 꼭 갚아주세요! 그년의 손발을 잘라 개밥으로 던져버릴 거예요.”

딸의 뺨에 찍힌 손자국을 바라보는 최유신의 가슴속에는 분노가 치밀었다. 그녀는 깊은숨을 내쉬며 의자에 앉았다.

“정아, 이 아이를 데리고 나가거라.”

용지현은 발을 동동 구르며 소리쳤다.

“어머니, 지금 사람을 불러서 그 계집을 잡아와야죠. 이런 수모를 겪었는데 절대 용서하면 안 됩니다!”

하지만 최유신의 얼굴빛은 순식간에 어두워지며 단호하게 외쳤다.

“물러가거라. 나에게는 다 계획이 있어. 지금 감정 따위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

용지현은 어머니의 낯빛이 달라진 것을 느끼고는 비로소 입을 다물었다. 그녀는 억울함과 분노로 가슴이 들썩였지만 그저 옆에 서서 눈물만 훔쳤다.

“저 아이 옷을 찢어서 큰 마님께 데리고 가거라. 큰 마님께서 저 아이를 아끼시니 이 모양을 보면 분명 가만있지 않을 것이다.”

백이는 짧은 침묵 끝에 잔인한 웃음을 지었다.

“명을 받들겠습니다.”

큰 마님은 용지현을 각별히 아꼈다. 용모가 뛰어난 데다 곧 판조의 측실로 들어갈 몸이니 그럴 만도 했다. 그런 손녀가 누군가에게 폭행을 당했다는 소식을 듣는다면 그 분노는 고스란히 용지안에게 향할 터였다. 그녀의 예상대로 큰 마님은 분노로 부들부들 떨며 백이를 향해 얘기했다.

“유신에게 전하거라. 알아서 처리하라고 말이다. 다만 숨통은 끊지 말도록.”

그리고 그 말을 전해 들은 최유신은 천천히 입꼬리를 말아올렸다.

“그 말씀이면 충분하다.”

이제 마지막 사람의 동의만 거치면 용지안에게 손을 써도 문제 될 것 없었다. 바로 이 집의 진짜 주인, 용우천이었다. 아무리 큰 마님의 명이 떨어졌다고 해도 그가 동의하지 않는다면 무용지물이었다.

그날 밤, 반쯤 술에 절어 돌아온 용우천은 최유신 앞에서 울고 있는 딸을 보자 눈이 뒤집혔다. 이야기를 들은 그는 당장이라도 용지안을 끌어내려는 기세였다.

“저 계집이 감히! 당장 끌고 와서 무릎을 꿇려야 마땅하다!”

최유신은 다급히 그의 소매를 붙들었다.

“장군님, 제발 참으세요. 지금 그 방에는 궁에서 온 사람들이 머물고 있습니다. 혹여 중전마마를 모욕했다는 말이 새어 나가게 된다면 이 집은 멸문당할 거예요.”

그녀는 눈가를 적시며 덧붙였다.

“지현이는 그동안 무예도 조금 익혔으니 맞았다 한들 큰일은 아닙니다. 지안이는 곧 입궁할 몸이니 그냥 넘기시지요.”

그러나 술기운이 오른 용우천은 이성을 잃은 지 오래였다.

“교인나인 따위가 뭐라고 그러느냐? 그냥 궁녀가 아니더냐? 누구의 편을 드는 게 이득일지 모를 리가 없을 텐데.”

그러자 백이가 곁에서 덧붙였다.

“마님, 그냥 장군님 뜻대로 하시게 놔두는 건 어떻습니까? 큰 아가씨의 행동이 심상치 않습니다. 지금 손을 보지 않으면 더 큰 화를 입을지도 모르지요.”

“닥쳐라!”

최유신이 차가운 목소리로 소리쳤다. 용우천은 큰 마님의 명이 떨어졌다는 말을 듣고는 더는 망설이지 않았다.

“그년이 오늘 낮에 무슨 말을 했는지 못 들은 것이냐? 배은망덕한 년이. 열여섯 해를 길러준 은혜를 이딴 식으로 갚다니.”

그는 딸에 대한 혐오와 경멸로 가득 차 있었다. 마치 용지안 따위는 자기 피붙이가 아니라는 듯 모욕적인 말을 쏟아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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