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권세를 품은 용대비: Bab 1 - Bab 10

100 Bab

제1화

“저는… 싫습니다!”웅장한 장군댁의 의사당 안.금실로 매가 수놓인 군복을 입은 용 장군이 의자에 위엄 있게 앉아 있었고 그 곁에는 청색의 단아한 비단옷을 입은 용씨 부인이 근심과 연민이 섞인 표정을 하고 있었다. 그들의 시선은 모두 바닥에 무릎 꿇은 채 덜덜 떨고 있는 용지안에게로 향해 있었다.의사당에는 나이 지긋한 노인 둘과 치장한 부인들이 줄지어 앉아 있었으나 그 누구도 입을 열지 않았다. 묵직한 침묵만이 흐르는 가운데 용지안의 단호한 외침은 그들의 위압 앞에서 너무나도 미약하고 무력했다.용씨 부인은 애써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지안아, 전하께서 너를 중전으로 책봉하겠다고 하신다. 이 얼마나 큰 은혜인지 모르는 것이냐? 감사히 받들고 따르는 게 네 도리야. 그러니 억지 부리지 말고 그만 일어나거라.”용지안은 천천히 고개를 들어 자신의 어머니를 올려다보았다. 그녀의 얼굴은 두려움과 원망으로 가득 차 있었고 울어서 퉁퉁 부은 눈은 이미 충혈되어 있었다. 그녀는 파르르 떨리는 목소리로 울부짖었다.“어머니… 차라리 저를 거지에게 시집보낸다 해도 살아남을 길은 있겠지요. 하지만 궁에 들어가 중전이 되는 순간 제 목숨은 끝납니다!”전하는 중병으로 정신을 잃은지 오래였고 생사마저 위태로운 상황이었다. 그는 혼수상태에 빠지기 전 중전을 순장하라는 어명을 남겼다. 현 대비는 중전의 친고모였기에 사랑하는 조카딸을 무덤으로 보낼 리 없었다. 그래서 전하가 쓰러지자마자 중전을 폐하고 새로운 중전을 들이라는 조서를 내렸는데 그 대상이 바로 용 장군의 딸 용지안이었던 것이다. 순장하라는 어명이 있긴 했지만 그 대상이 누구인지까지는 적혀져 있지 않았기에 새로 봉한 중전을 순장 시켜도 명을 어긴 것은 아니었다.“감히 왕의 명을 거역하려 들다니! 지안을 벌하거라! 말 듣기 전까지 매질해도 좋다.”“그리고 전하께서는 아직 강건하시다! 이 어린 것이 어디서 망언을...”그러나 그 말을 뱉은 용 장군조차 확신이 없었는지 지안의 눈을 피하며 말끝을 흐렸다.전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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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이토록 처참한 광경 앞에서도 용 장군은 눈 하나 깜빡이지 않았다. 그의 얼굴 위로는 조급함과 분노가 선명하게 어려 있었다. 용지안이 끝내 뜻을 굽히지 않는다면 궁에서 직접 문책이 들어올지도 모른다는 위기의식이 그를 짓눌렀다. 그리고 새 중전을 들이는 날 지금처럼 울며불며 입궁한다면 얼마나 보기 민망하겠는가?그때, 곁에 앉아 있던 용씨 부인이 조심스레 그의 손을 잡았다. 그녀의 눈은 연민으로 물들어 있었고 말투는 부드러웠다.“장군님, 오늘은 이만 지안이를 돌려보내는 것이 어떻습니까? 오늘 밤 제가 지안이와 잘 이야기해 보겠습니다.”용 장군은 부인의 성정을 잘 알고 있었다. 그녀는 마음이 약해 이런 참혹한 광경을 보기 힘들어했다. 게다가 어젯밤부터 이어진 고문에도 지안은 이를 악물며 버텨냈기에 이쯤 되면 강제로 굴복시키는 것은 무리였다. 잠시 생각하던 그는 마침내 입을 열었다.“좋습니다. 부인께서 한번 설득해 보시지요.”그러고는 손을 내저으며 혐오 어린 눈빛으로 용지안을 내려다보았다.“데려가거라!”용지안은 온몸을 떨며 땅바닥에 주저앉아 있었다. 손끝에 느껴지는 감각이 뼛속 깊이 스며들었지만 그녀는 이런 고통에 익숙했다. 이 집에서 그녀는 주인의 기분에 따라 발에 차이고 윽박질 당할 수 있는 존재였다.그녀의 여동생 용지현은 장군댁의 귀한 둘째 딸이었다. 지현은 늘 바늘로 지안을 괴롭히는 것을 즐겼고 그녀는 묵묵히 그 고통을 참고 견뎌내야 했다. 어른들 역시 그 누구도 지안에게 동정이나 연민 따위는 보이지 않았다. 그러기에 이런 학대가 지안에게는 당연하다는 듯 익숙해져 있었는지도 모른다.그녀는 하인들에게 질질 끌려 방으로 돌아와 바닥에 내팽개쳐졌다. 그녀의 방에 있던 날카로운 도구들은 이미 모두 수거된 상태였다. 혹시라도 그녀가 자결을 시도할까 싶어서였다.차가운 바닥 위에 그대로 주저앉은 그녀의 몸은 서서히 스며드는 냉기에 갉아먹히는 듯했다. 온몸의 혈관과 뼛속을 독사처럼 조이는 한기가 숨 쉬는 것마저 힘들게 만들었다.태어나서 지금까지 그녀는 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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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고개를 약간 숙인 그녀의 눈동자에는 묘한 쾌감과 광기가 스쳤다. 낮게 가라앉은 그녀의 목소리는 마치 지옥에서 기어 나온 혼령처럼 서늘하고 끔찍했다.“그 계집은 똥통에 처박혀 숨이 막혀 죽었어. 그년이 죽은 뒤 입안에 부적과 찹쌀을 집어넣고 못으로 박아 버렸지. 물론 팔다리도 다 자르고 말이야. 그래야 황천길을 건너도 억울함 하나 토해내지 못할 것 아니냐?”용지안은 고개를 들어 올렸다. 믿기 힘든 사실에 그녀의 두 눈은 충격과 공포로 소용돌이쳤다. 그러더니 곧 울음과 절규가 섞인 외침이 그녀의 목을 타고 터져 나왔다.“왜 이렇게까지 잔인한 겁니까?”용씨 부인은 허리를 꼿꼿이 펴고 마치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가볍게 웃었다.“잔인? 이 정도 가지고 잔인하다니? 지안아, 네가 중전으로 책봉되어 순장되는 것도 모두 네 아비가 직접 청한 일이란다.”그녀는 느릿하게 숨을 들이켠 후 눈썹 하나 까딱이지 않은 채 말을 이었다.“우리를 탓하지 말거라. 탓할 거면 너의 그 천한 어미를 탓해. 하찮은 신분으로 태어났으면서 감히 주인의 자리를 탐내다니. 참 우습지 않느냐? 네 아비는 그래도 너를 중전의 신분으로 죽게 해줬으니 영광을 안겨준거나 다름없는 것이다. 어쩌면 네 어미의 그 치졸한 욕망이 너를 통해 이루어졌을지도 모르지.” 그녀는 오래 묵혀두었던 원한을 다 쏟아낸 듯 길게 숨을 내쉬었다. 그러고는 경멸이 깃든 눈빛으로 용지안을 힐끔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그래도 걱정 말거라. 네가 죽으면 이 어미가 직접 스님을 모셔와 불공도 드리고 염불도 해줄 테니.”그녀는 자신이 내뱉은 말에도 어이가 없었는지 조소가 섞인 웃음을 흘렸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부드럽고 자애로웠던 얼굴은 온데간데없고 독기와 비웃음만이 가득했다.잠시 후 하녀가 문을 열자 그녀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일어나 유유히 자리를 떴다. 이제 방 안은 차가운 적막만이 감돌았다. 용지안의 몸은 얼음처럼 식어 있었고 그녀의 머릿속은 먹먹한 소리로 가득했다.열여섯 해 동안 아버지라 믿어왔기에 단 한 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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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용지안은 조용히 손을 뻗어 청동거울을 뒤집어 화장대 위에 엎어두었다. 그 순간, 원래 이 몸에 깃들어 있던 주인의 기억 몇 가닥이 일렁이며 피어올랐다. 이 안채를 떠나기 직전까지 그녀의 가슴을 짓누르던 억울한 원념은 하늘 끝을 찌를 듯 치솟고 있었다.“아직 입궁한다고 말한 적 없을 텐데?”백이의 눈빛은 싸늘했고 입가에는 냉소가 서렸다.“마님께서 그러셨습니다. 이 일은 아가씨 뜻과는 무관하다고요. 이미 성지가 내려졌으니 거역하기라도 하면 순장보다 훨씬 더 끔찍한 죽음을 당하게 될 겁니다. 어디 그뿐이겠습니까? 아가씨의 천한 어미의 친척들까지 모조리 개죽음 당할 수도 있습니다.”용지안은 눈을 가늘게 뜨며 나직이 되물었다.“그러니 결국은 순순히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다는 뜻이군.”백이는 코웃음을 치며 얘기했다.“진즉에 순종했더라면 지금처럼 고생하지 않아도 됐을 텐데요.”그녀는 날 선 비웃음을 흘리며 돌아서려 했지만 용지안이 조용히 그녀를 불러 세웠다.“장군님께서는 어디 계시지?”그녀는 고개도 돌리지 않은 채 대꾸했다.“장군님께서는 지금 대청에 계십니다. 마님과 함께 큰 아가씨의 입궁 준비를 의논하고 계시죠. 그래도 중전으로 들어가는 건데 혼수는 챙겨야 하지 않겠습니까? 아가씨는 참 복도 많으십니다.”백이는 마지막까지 조롱 섞인 웃음을 남기고 유유히 물러났다.복이라니? 용지안은 입꼬리를 비틀며 낮게 웃었다. 이 육신이 간직하고 있는 기억은 또렷했다. 입궁이라는 말은 순장을 의미하는 것이며 죽음을 받아들인다는 뜻이다. 그런데 그런 자에게 복이 많다니? 그녀는 길게 한숨을 내쉬며 중얼거렸다.21세기에서 그녀는 삼계를 관장하는 구마용족이었다. 하지만 반고묘에서 살던 늙은 신령은 그녀가 본분을 망각하고 향락에 빠져 수행을 게을리 한다며 호통쳤고 그녀에게 인간으로 태어나 마음을 닦고 도를 쌓으라며 그녀를 이곳 인간계에 떨어뜨렸다.인간으로 환생하여 도를 쌓으라면서? 이 늙은이가 진짜. 도를 닦기는커녕 순장하게 생겼는데 도대체 뭘 닦으라는 것인지.“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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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자리에 앉아있던 이들은 모두 사태의 심각성을 알아차리고는 일제히 침묵에 빠졌다. 그 침묵은 결코 용지안에 대한 연민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었다. 새 임금이 왕위에 오르게 된다면 세상이 어떻게 바뀔 것인지, 그리고 그 여파가 용씨 가문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짐작조차 되지 않았기에 다들 불안해하는 것이었다. 용재혁 부인인 진씨 마님은 안절부절못한 얼굴로 말했다.“그 아이는 동의한 겁니까? 나중에 궁에 들어가 울며불며 떼를 쓰면 어쩌죠?”이에 용우천은 냉정하게 잘라 말했다.“그 아이가 거절할 자격이 있겠느냐? 약을 먹인 후 정신을 잃게 하고 가마에 실어 보내면 그만이다. 궁에만 들어가면 나머지는 그쪽에서 알아서 할 테니 걱정 말거라.”그러자 진씨 마님은 웃으며 맞장구쳤다.“그 말도 맞네요. 궁이라는 곳이 얼마나 무서운데. 반항이라도 했다가는 잘못될게 뻔하지요.”사람들은 하나둘씩 웃음을 터뜨렸다. 이윽고 용재혁의 측실 역시 웃음을 머금으며 입을 열었다.“모두 그 애가 자초한 일이지요. 그렇게 고집이 세니 벌을 받는 겁니다.”바로 그때, 문밖에서 이야기를 엿듣고 있던 용지안의 존재를 눈치챈 하인이 외쳤다.“큰 아가씨께서 오셨습니다!”모두의 시선이 일제히 문으로 쏠렸다. 눈앞에 나타난 여인은 조금 전까지 그들의 입에 오르내리던 바로 그 사람이었다. 그들은 방금 전까지 한 사람의 생사를 한없이 가볍게 얘기했었다. 용지안의 목숨 따위는 이 집에서 하찮은 것인 양 대수롭지 않게 웃어 넘기면서 말이다. 그녀의 등장에 용우천은 불쾌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방에 있으라 했거늘 왜 기어 나온 것이냐?”그러자 용지안은 조용히 고개를 들었다. 그녀의 눈빛은 싸늘했고 말투는 사뭇 비장했다.“호랑이도 제 새끼는 해치지 않는다지요. 그런데 장군님께서는 자신의 딸에게 어떻게 했나요? 인간으로 태어나서 부끄럽지도 않습니까?”그 말에 용우천의 눈빛이 순식간에 매서워졌다.“네 년이 감히! 너 하나 때문에 용가 사람들 일흔두 명의 목숨이 날아갈 수도 있다.”“다들 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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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용씨 부인의 얼굴이 급격히 일그러지더니 고개를 번쩍 들어 용지안을 똑바로 노려보았다. 그러나 그녀가 입을 열기도 전에 용우천이 먼저 고함을 질렀다.“네 어미가 무슨 죄를 졌다고? 너를 키우느라 온갖 고생은 다 했는데 그 은혜도 모르고 이리 칼을 겨누어? 이 배은망덕한 것이!”그러자 용지안은 고개를 살짝 기울이고는 비웃듯 천천히 입꼬리를 올렸다. 그 웃음에는 조소가 서려 있었다.“뱀이 독을 품는 건 자연적인 거라 죄가 되지 않는다면서 제가 독을 품으면 배은망덕한 것이 되나요?”그녀는 천천히 방 안을 훑어보았다. 그녀의 시선이 머무는 곳마다 노골적인 혐오와 경멸이 서려 있었다. 심지어 용재혁의 첩마저도 그녀에게 연민은커녕 비웃음조차 아깝다는 눈빛을 보냈다. 그 순간, 용지안의 마음속 깊은 곳에서 무언가 무너져내리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그래도 장군댁의 장녀이고 한 집안의 귀한 피붙이라 이 많은 어른들 틈에서 한 번쯤은 사랑받았을 거라 믿고 싶었는데... 이 여인은 도대체 어떤 삶을 살아온 걸까? 어쩌다 이토록 홀대받는 인생을 살게 된 걸까? 하인보다 못한 처지의 딸이라니.그녀는 다시 고개를 들고 담담히 말했다.“대비마마의 명이 떨어졌다고 해도 저는 그 뜻을 받들지 않을 것입니다. 저는 궁에 들 생각이 전혀 없습니다.”그 말이 떨어지자 방 안의 공기가 한순간에 얼어붙었다. 사람들의 안색은 일제히 바뀌었고 조용하던 대청에는 서늘한 긴장감이 휘몰아쳤다. 용재혁은 앞으로 성큼성큼 다가오더니 손가락으로 그녀를 가리키며 소리쳤다.“용지안! 그만하거라! 네 아버지께서 너를 곱게 키워준 걸 고맙게 여겨야지. 형님께서는 너에게 손을 대지 못하니 내가 하겠다. 내가 나서서 바로잡아야겠어. 그래야 궁에 들어가서도 장군댁의 조롱거리가 되는 일은 없을 테니 말이다.”그 말에 용지안은 감격스러워 박수를 칠 뻔했다.아버지가 나를 아꼈다니? 거짓말도 참 예쁘게 꾸며서 말하는구나.냉정하게 치켜올린 그녀의 눈에는 맹수의 기운이 서려 있었다. 용재혁은 막 뺨이라도 후려칠 기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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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용우천이 입을 열기도 전에 그의 첩인 한씨 마님이 먼저 나섰다.“큰 마님께 아룁니다. 대비마마의 성지는 이미 내려왔는데 큰 아가씨께서 죽어도 따르지 않겠답니다.”큰 마님은 고개를 살짝 들고 조용히 물었다.“그래?”그녀의 시선은 용지안을 스쳐지나 용우천의 얼굴에 꽂혔다.“딸 하나 설득하지 못하면서 전장에서 어찌 삼군을 휘둘렀단 말이냐? 참으로 기이하구나.”어머니의 날 선 꾸지람에 용우천은 깜짝 놀라 고스란히 두 손을 모으며 말했다.“아닙니다, 어머니. 지안이는 이미 동의했습니다. 아까는 잠시 마음이 흔들렸던 것뿐입니다.”큰 마님은 무심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렇다면 서둘러 거처부터 옮겨주도록 하거라.”“예.”용우천은 얼굴을 굳힌 채 고개를 끄덕이고는 용지안을 매섭게 노려보았다.“뭐 하느냐? 얼른 짐을 챙기거라. 큰 마님께서 너를 위해 거처까지 바꿔주신 건 큰 은전이다.”그러나 용지안은 뜻을 굽히지 않았다. 그녀는 허리를 꼿꼿이 세운 채 차갑게 대꾸했다.“감사합니다. 하지만 저는 지금 살고 있는 애화원이 마음에 듭니다. 그리고 전 입궁하지 않을 거예요.”큰 마님의 입꼬리가 천천히 올라갔다. 마치 천하의 희귀한 농담이라도 들은 듯 가볍게 웃음을 터뜨렸다. 그녀의 눈빛은 어딘가 비틀린 호기심으로 번뜩였고 입꼬리에는 얕은 조소가 감돌았다.“우리 지안이가 제법 컸구나?”그러나 그 웃음은 오래가지 못했다. 큰 마님은 굳어진 얼굴로 다시 한번 용우천을 바라보았다.“항상 이런 식인데 내 어찌 너를 믿겠느냐? 이 아이가 철이 없다면 아비라도 철이 들어야 할 텐데. 곧 궁에서 사람을 보내올 것이다. 그때도 지안이가 이런 태도를 보인다면 대비마마께 뭐라고 보고하겠느냐? 네가 성지를 청한 건 용가를 위해서였을 테지. 그 또한 네 나름의 효심이었을 것이다. 허나 정작 성지를 얻어놓고도 딸아이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한다면 그게 다 무슨 소용이더냐? 열여섯 해를 우리 집에서 자란 아이다. 그러니 스스로 고개를 숙이고 들어가게 만들었어야지.”“예,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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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용지안은 큰 마님의 날 선 눈빛을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받아내며 입을 열었다.“할머니께서는 수년간 불공을 드리셨다고 들었습니다. 그런데 정작 부처님께 배운 것은 무엇입니까? 인색함입니까? 아니면 무정함입니까? 그것도 아니라면 손녀를 죽음으로 몰아내고 그 대가로 가문의 영화나 청하라는 교훈이었습니까?”큰 마님의 얼굴에는 여전히 희미한 웃음이 남아 있었다.“그래서 네가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이냐? 말해보거라.”‘이런 태도를 보이는데도 웃는 얼굴로 화를 누를 수 있다니, 불공을 허투루 한 건 아닌가 보군요, 할머니.’용지안도 알고 있었다. 불공의 세월이 그녀를 너그럽게 만든 것이 아니라 타인의 절망조차 흥미로 소비할 줄 아는 냉정한 노파로 만들었다는 것을.용씨 부인은 당황해하며 급히 앞으로 나섰다.“지안아, 그만하거라. 할머니께 무례를 범해서야 쓰겠느냐? 어서 사죄드려라!”하지만 용지안은 그녀에게 시선조차 주지 않고 오직 큰 마님만 뚫어져라 응시하며 입을 열었다.“입궁하는 건 동의할 수 있습니다. 다만 저도 조건을 하나 내걸겠습니다.”그러자 큰 마님의 희끗한 긴 눈썹이 들썩였다. 그 아래로는 짐짓 여유로운 표정을 하고 있었으나 눈동자 안에는 미세한 분노가 일렁이고 있었다.“네가 나와 조건을 논할 자격이 된다고 생각하느냐?”용지안은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말했다.“그러시다면 부디 부처님께 기도나 드리십시오. 제가 궁에 들어가자마자 전하께서 붕어(驾崩)하시기를 말입니다. 그렇지 않다면 제가 중전이 된 후부터 장군댁은 평생 편할 날이 없을 겁니다.”그 순간 큰 마님의 미소는 깨끗이 사라졌다. 축 늘어진 눈꺼풀이 음침하게 내려앉고 탁해진 눈동자에서는 노련하고 날카로운 악의가 번뜩였다. 그러나 용지안은 물러서지 않았다. 그녀를 정면으로 바라보는 맑고 고요한 눈동자에는 일말의 두려움조차 없었다. 삼계의 법도를 쥐고 삼백해를 살아온 용지안을 어설픈 인간의 위세 따위로 휘어잡을 수 있으리라 여긴다면 그것은 큰 오산일 것이다. 천 년 동안 수행을 거친 요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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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맞는 말씀입니다.”유모는 가볍게 한숨을 돌리며 나직이 말했다. 그러고는 잠시 뜸을 들이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하지만 오늘 큰 아가씨의 기세는 정말 뜻밖이었어요. 전에는 그토록 얌전하고 기가 죽어 있던 아이였는데 말입니다. 그 아이에게도 그런 기백이 있는 줄은 몰랐네요.”큰 마님은 눈을 가늘게 뜨고 냉소 어린 미소를 머금으며 대답했다.“개도 벼랑 끝에 몰리면 이빨을 드러내는 법이다. 그냥 내버려두거라. 어차피 몸부림쳐도 벗아날 수 없는 운명이지 않느냐?”유모는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그런데 마님께서도 곱게 넘기시진 않으실 겁니다.”큰 마님은 허리를 곧추세우며 눈빛에 찬 기운을 실어 말했다.“유신이 어떤 사람인지 내가 몰라서 그러는 줄 아느냐? 사람을 시켜 전하거라. 모양 빠지게 굴지 말라고 말이다.”“예, 알겠습니다.”유모는 공손히 머리를 숙여 응답하고는 그녀를 부축했다. 그때 멀리서 하인의 고함소리가 울려 퍼졌다.“궁중 이품 여관(女官) 교인나인께서 도착하셨습니다!”큰 마님은 그 소리에 뒤도 돌아보지 않고 차가운 웃음만 입가에 머금은 채 허리를 곧게 펴고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한편, 용지안은 교인나인이 도착하기 전 이미 자신의 방으로 돌아와 누워 있었다. 괜히 용씨 부인과 마주쳐 얽히는 것을 원치 않았기에 일찌감치 돌아온 것이었다. 사실 용지안은 입궁을 마다하지 않았다. 그녀는 오히려 그것을 원했다. 혼례도 치르지 않고 궁에 들어가 전하를 먼저 떠나보내고 대비가 된다면 그 뒤로는 하루하루 꿈같은 날들이 펼쳐질 것이다. 매일 비단 이불을 덮고 자면서 풍요로운 생을 마음껏 누리면 된다. 이것은 삼백 해 동안 그녀가 그토록 바라던 안온한 삶이었다. 삼계의 피바람 속에서도 그 꿈 하나로 간신히 버텨왔거늘. 인간으로 환생한 이상 불공이니 수행이니 그런 것쯤은 이제 의미가 없었다.그런 행복한 상상을 즐기고 있을 무렵, 녹색 옷을 입은 두 명의 하녀가 방 안으로 들어섰다.“큰 아가씨 저희는 마님께서 보낸 사람입니다.”통통한 얼굴의 하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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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끼익.문이 조용히 열렸다. 여의가 고개를 숙이며 교인나인과 용씨 부인을 안으로 모셨고 두 사람은 작은 응접실에 자리를 잡았다. 길상은 용지안을 깨우기 위해 부리나케 안채로 달려갔다. 잠시 후 그녀는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다시 응접실로 돌아왔다.“마님, 큰 아가씨께서 깊이 주무시는지 아무리 불러도 일어나질 않으십니다.”“깊이 잠들었다고?”용씨 부인은 어이가 없어 한순간 멈칫했다.이 시각에? 이 상황에? 입궁을 코앞에 두고 긴장 하나 없이 잠을 잘 수 있다는 건 평정심일까 아니면 허세일까? 가끔은 고집만 남은 성질머리로 사람을 아주 기가 차게 만드는 재주가 있는 아이니 용씨 부인은 어떻게든 이해해 보려고 노력했다. 그녀는 억지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내가 직접 가서 깨우마.”그녀는 우아한 걸음으로 침실 안으로 들어갔다. 침상 위에는 이불을 푹 뒤집어쓴 용지안이 누워있었다. 그녀의 숨결은 고르고 미동 하나 없는 모습이라 진짜 잠든 것처럼 보였다. 용씨 부인은 조용히 침상 가장자리로 가 손을 뻗어 이불을 걷어냈다. 그런데 그 순간 그녀의 입에서 튀어나온 것은 용지안을 부르는 외침이 아니라 비명이었다.“귀... 귀신이다!”침상 위에서 드러난 얼굴은 다름 아닌 푸른 살갗에 이빨이 삐죽 나온 괴이한 귀면(鬼面)이었다. 놀란 그녀는 뒤로 나자빠졌고 물동이를 건드리는 바람에 한 바가지 물을 뒤집어써야만 했다. 용지안은 깜짝 놀라 눈을 번쩍 떴고 얼굴에서 귀면을 벗어내며 멍한 얼굴로 물었다.“비가 오나요?”용씨 부인은 어안이 벙벙한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다가 이내 치솟는 분노를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이 망할 계집이! 대체 뭘 하자는 것이냐? 정말 귀신이 되고 싶어서 안달이 났느냐? 그래 전하께서 눈을 감는다면 너도 곧 따라가게 될 테니 걱정 말거라.”용지안은 그 말을 듣고 놀란 얼굴로 되물었다.“어머니, 방금 무슨 말씀을 하신 거죠? 전하께서 곧 운명하신다니요... 이거 대역죄인이 따로 없네요.”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용씨 부인의 표정이 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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