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지안은 큰 마님의 날 선 눈빛을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받아내며 입을 열었다.“할머니께서는 수년간 불공을 드리셨다고 들었습니다. 그런데 정작 부처님께 배운 것은 무엇입니까? 인색함입니까? 아니면 무정함입니까? 그것도 아니라면 손녀를 죽음으로 몰아내고 그 대가로 가문의 영화나 청하라는 교훈이었습니까?”큰 마님의 얼굴에는 여전히 희미한 웃음이 남아 있었다.“그래서 네가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이냐? 말해보거라.”‘이런 태도를 보이는데도 웃는 얼굴로 화를 누를 수 있다니, 불공을 허투루 한 건 아닌가 보군요, 할머니.’용지안도 알고 있었다. 불공의 세월이 그녀를 너그럽게 만든 것이 아니라 타인의 절망조차 흥미로 소비할 줄 아는 냉정한 노파로 만들었다는 것을.용씨 부인은 당황해하며 급히 앞으로 나섰다.“지안아, 그만하거라. 할머니께 무례를 범해서야 쓰겠느냐? 어서 사죄드려라!”하지만 용지안은 그녀에게 시선조차 주지 않고 오직 큰 마님만 뚫어져라 응시하며 입을 열었다.“입궁하는 건 동의할 수 있습니다. 다만 저도 조건을 하나 내걸겠습니다.”그러자 큰 마님의 희끗한 긴 눈썹이 들썩였다. 그 아래로는 짐짓 여유로운 표정을 하고 있었으나 눈동자 안에는 미세한 분노가 일렁이고 있었다.“네가 나와 조건을 논할 자격이 된다고 생각하느냐?”용지안은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말했다.“그러시다면 부디 부처님께 기도나 드리십시오. 제가 궁에 들어가자마자 전하께서 붕어(驾崩)하시기를 말입니다. 그렇지 않다면 제가 중전이 된 후부터 장군댁은 평생 편할 날이 없을 겁니다.”그 순간 큰 마님의 미소는 깨끗이 사라졌다. 축 늘어진 눈꺼풀이 음침하게 내려앉고 탁해진 눈동자에서는 노련하고 날카로운 악의가 번뜩였다. 그러나 용지안은 물러서지 않았다. 그녀를 정면으로 바라보는 맑고 고요한 눈동자에는 일말의 두려움조차 없었다. 삼계의 법도를 쥐고 삼백해를 살아온 용지안을 어설픈 인간의 위세 따위로 휘어잡을 수 있으리라 여긴다면 그것은 큰 오산일 것이다. 천 년 동안 수행을 거친 요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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