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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화

Author: 윤채경
“그만두거라.”

최유신이 나직하게 말했다. 그러더니 냉정한 눈길로 길상과 여의를 훑어보고는 백이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단 하루만 지안을 모셨을 뿐인데 충성심 하나는 갸륵하구나. 데리고 나가서 상을 내리거라.”

“하녀로서 주인을 모시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과분한 은혜는 사양하겠습니다.”

길상과 여의가 일제히 머리를 숙이며 응답했다. 그러자 백이는 기괴한 웃음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마님께서 상을 주신다는데 감히 거절하겠다는 것이냐?”

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녀는 두 사람의 팔을 거칠게 잡아끌며 문밖으로 향했다. 곧이어 그녀의 목소리가 서늘하게 울려 퍼졌다.

“충성스럽다고 했지? 그렇다면 주인을 대신해 죄를 짊어지는 것도 너희 몫이겠지?”

이윽고 문밖에서는 끔찍한 비명소리가 터져 나왔고 최유신은 짙게 번진 잔혹한 웃음을 머금은 채 휘장을 걷고 천처히 침실 안으로 들어섰다. 어둠이 짙게 내려앉은 방에는 오직 용지안의 숨소리만이 공간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그녀는 코웃음을 쳤다. 한편으로는 죽을 날이 머지 않았으면서도 태평히 잠들 수 있다는 것에 감탄했다.

그녀는 침상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러나 첫걸음을 내딛는 순간, 발밑이 푹하고 꺼지며 그녀의 몸이 허공으로 내던져졌다. 그녀는 비명을 지르며 본능적으로 뭔가를 붙잡으려 했지만 주위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이게 도대체 어찌 된 일일까? 어째서 이곳이 절벽처럼 텅 비어 있는 거지?

“백이!”

그녀가 날카롭게 부르짖었으나 되돌아오는 것은 바람 소리뿐이었다.

그때 어디선가 손 하나가 불쑥 튀어나오더니 그녀의 어깨를 움켜잡고 거칠게 아래로 끌어내렸다. 그녀는 살기 위해 그 손을 붙잡으려 했지만 그 손은 허공에서 스르르 사라지고 말았다. 마침내 그녀의 두 발이 땅바닥에 닿자 순식간에 눈앞이 밝아졌다. 최유신은 넋을 잃은 채 주위를 둘러보았다.

이곳은 장군댁의 옛 나뭇간이었다. 정확히는 십여 년 전의 그곳이었다. 바로 이 자리에서 그녀는 양동매를 죽였다. 그때 당시 양동매의 사지를 잘라냈고 사방으로 튄 피는 바닥에 흩어져 먹물처럼 번져나갔다. 그 피비린내가 아직도 공기 중에 남아 있는 듯했고 귀 끝에는 그 여자의 처절한 비명소리가 환청처럼 들려왔다.

“마님...”

뒤에서 들려오는 차디찬 목소리에 최유신은 몸을 홱 돌렸다. 흰옷을 입은 여인이 슬픈 얼굴로 그녀를 지그시 바라보고 있었다.

“양… 양동매?”

“열여섯해나 지났는데도 제 이름을 기억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양동매의 몸은 허공을 따라 미끄러지듯 다가왔다. 최유신은 겁에 질린 얼굴로 놀라 뒷걸음질 쳤다. 하지만 이내 멈춰 서더니 분노에 찬 얼굴로 그녀를 쏘아보았다.

“그래, 네가 진짜 양동매라면 뭐 어쩔 셈이냐? 네가 어떻게 죽었는지 똑똑히 기억하고 있겠지? 그 고통을 다시 겪고 싶어서 직접 찾아온 것이냐?”

“그리고 네가 진짜 양동매인지도 알 수 없지. 네 사지는 모두 잘려 나갔으니 온전한 시체조차 없을 테고. 그럼 귀신이 되었다고 해도 조각나 있어야 정상인데.”

그 말에 양동매의 얼굴이 순식간에 일그러졌다. 그늘처럼 번지던 원한이 폭풍처럼 응축되어 차디찬 살기로 일렁였다. 최유신은 경악하며 뒤로 물러났다. 양동매의 그림자는 순식간에 증발해버렸고 공기 중에는 날카로운 웃음소리만이 떠돌았다.

“마님,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제 죽음보다 수만 배는 더 끔찍한 결과를 맞이하게 되실 거예요.”

최유신은 비명을 내지르며 허공을 향해 달려들었다.

“돌아와! 너 따위는 두렵지도 않다!”

하지만 그 어디에도 양동매의 형상은 남아 있지 않았다. 혼자 덩그러니 남겨진 그녀는 등줄기를 타고 오르는 한기에 온몸이 떨렸다. 그때 등 뒤에서 누군가의 손이 그녀의 어깨를 두드렸다. 화들짝 놀라 뒤를 돌아보니 백이가 찻잔을 들고 서 있었다. 그녀는 의아한 눈빛으로 물었다.

“마님, 누구와 말씀을 나누고 계셨던 겁니까?”

최유신은 당황한 눈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자신은 여전히 용지안의 침실 앞, 수선화가 수놓인 푸른 휘장 앞에 서 있었다. 휘장은 바람에 조용히 흔들리고 있었고 싸늘한 기운이 뼛속까지 스며들었다. 이곳은 나뭇간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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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권세를 품은 용대비   제9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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