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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화

Author: 윤채경
밤길을 걷던 두 명의 호위병이 조심스레 곽 나인에게 물었다.

“혹시 일이 커질까 걱정되지는 않습니까?”

그녀는 태연히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걱정해야 할 사람은 우리가 아니지.”

두 사람은 곽 나인의 말을 곱씹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생각해 보면 손녀를 혼내겠다는 큰 마님의 뜻을 그들이 말릴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리고 궁 안에서 누가 용지안 따위에게 마음을 쓰겠는가? 어차피 곧 사라질 이름인데.

곽 나인이 호위병을 이끌고 큰 마님의 뜰에 들어서자 하인 하나가 부리나케 달려가 유신에게 이 소식을 전했다. 그녀는 조용히 의자에 앉아 있었고 내실에서는 질펀하고 은밀한 소리와 낮은 숨소리가 어지럽게 얽히며 문틈 사이로 새어 나왔다. 그 소리에 유신의 속은 썩어들어갈 것 같았지만 아무렇지 않은 듯 조용히 숨을 삼켰다. 보고를 들은 그녀는 냉소 섞인 미소를 지으며 손을 저었다.

“됐다. 가보거라.”

그러고는 하녀 홍화를 불러 다정한 미소를 띠며 그녀에게 말했다.

“안으로 들어가 장군님을 모셔라. 그리고 백이를 바깥으로 불러 내오거라.”

백이는 간사했기에 잔꾀에 능한 인물이었다. 최유신은 용우천의 총애를 받고 있는 그녀가 미치도록 싫었지만 이런 상황에서 그녀를 이용하지 않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홍화는 얼굴을 붉히며 수줍게 고개를 끄덕였다.

“예, 마님.”

그러고는 입가에 피어오른 희색을 감추지 못한 채 안으로 들어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백이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의 옷은 헤쳐지고 머리카락은 흐트러졌으며 뺨은 붉게 물들어 있었다. 그녀는 옷을 여미며 최유신에게 물었다.

“지금 가면 되겠습니까?”

최유신은 그녀의 시선을 피하며 차가운 말투로 일렀다.

“옷부터 제대로 입고 말하거라.”

“곧 끝납니다.”

백이는 머리카락을 가다듬고 옷깃을 여민 뒤 초롱을 들고 앞장섰다.

“마님, 이쪽입니다.”

장군댁의 정원은 열 걸음마다 양각풍등이 걸려 있어 은은한 분위기를 풍겼다. 붉은 불빛 속에 그늘진 회랑은 환상처럼 어지럽게 펼쳐졌고 꿈처럼 아득히 빛났다. 백이는 최유신의 표정을 살피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마님께서 이렇게 나서시지 않아도 됩니다. 저 하나만 보내셔도 그 아이 하나쯤은...”

최유신은 품 안에서 작은 약 봉투를 꺼내 그녀 손에 쥐여주며 매서운 눈빛을 보냈다.

“이걸 먹이거라. 그 후에는 밧줄로 꽁꽁 묶어두면 된다.”

오늘 밤 그녀가 나선 이유는 단 하나였다. 고통스러운 비명을 직접 듣고 그 얼굴에 번지는 절망을 똑똑히 봐야만 이 울분과 모욕감이 가라앉을 것 같았다.

“이게 무엇입니까?”

백이가 묻자 최유신은 입꼬리를 비틀며 대답했다.

“식골산(蚀骨粉)이다. 목숨을 앗아가지는 않을 거야. 다만 열 시진 동안 오장육부가 타들어가는 고통을 맛볼 것이다.”

백이는 눈을 깜빡이며 물었다.

“궁에서 이걸로 문제 삼으면 어쩌시려고요?”

“큰 마님께서 계시지 않느냐? 걱정할 필요 없다. 게다가 궁에서 저 계집 따위를 신경 쓸 겨를이 어디 있다고. 하루짜리 중전 주제에 감히 우리 용가를 이기려 들어?”

그녀의 냉혹하고 섬뜩한 말에 백이는 등골이 오싹해졌다. 자신은 아직 그녀의 잔혹함을 따라가기에는 멀었다. 하지만 최유신에게서 배우면 된다. 그녀도 평생 통방하녀로 살아갈 생각은 없으니 말이다.

그 시각 방 안을 정리하고 있던 길상과 여의는 최유신과 백이가 들이닥치자 급히 몸을 일으키며 그들을 맞이했다.

“이 늦은 시간에 마님께서 어쩐 일이십니까?”

“큰 아가씨는?”

백이는 싸늘하게 물었다. 그녀는 항상 자신이 더 높은 자리에 있다는 듯 하인들 앞에서 위세를 부렸다.

여의는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큰 아가씨께서는 일찍 잠자리에 드셨습니다. 내일 다시 뵈러 오는 게...”

백이는 인내 따위는 없다는 듯 곧장 그녀의 빰을 후려쳤다.

“잠들었다고? 마님께서 찾으시면 무슨 일이 있어도 기어 나와야지!”

여의는 눈물을 머금은 채 고개를 숙였다.

“예. 지금 바로 깨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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