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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화

Author: 송언희
고은영은 다음부터 배준우의 말을 잘 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아니면 돈도 못 벌고 억울함을 혼자 삼킬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었다.

"정말 보너스 안 주는 거예요?"

고은영이 전화를 끊기 전, 다시 물었다.

배준우는 조심스러운 그녀의 목소리를 듣더니 입꼬리를 씰룩거렸다.

이 여자, 돈을 참 잘 밝힌단 말이지.

분명히 무서워하면서도 이런 말을 물어보고 있으니, 역시 그녀의 두려움을 치유할 수 있는 건 돈밖에 없다고 배준우는 다시 생각했다.

"한 시간 뒤에 데리러 갈게."

배준우가 한결 풀린 목소리로 말했다.

상금에 대해서는 준다는 말도 안 준다는 말도 하지 않았다.

고은영은 그 말을 듣더니 억울함에 눈시울을 붉혔다.

배준우는 아무 대답도 없는 그녀를 기다리다 다시 물었다.

"내가 데리러 가는데 싫어?"

강성에서 배준우의 조수석에 앉고 싶어 하는 여자가 얼마나 많은데 고은영은 배준우보다 1000만 원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았다.

"네, 그럼 빨리 오셔야 돼요."

배항준 회장은 고은영을 좋아하지 않았기에 시간이 길어지면 그녀는 자신의 심장도 견뎌내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빨리 오라고 하는 고은영의 말을 들으니 배준우 마음속을 차지했던 불만이 조금 사라졌다.

"알았어."

배준우와의 통화를 끝낸 고은영은 병원에 도착했다.

그녀는 오는 길 내내 불안했다. 어제 배준우가 이 임무를 줬을 때, 그녀는 고액의 상금만 생각하고 자신이 배항준도 무척 두려워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었다.

동영 그룹의 회장님이었던 배항준은 아직도 위엄이 가득했다.

그녀는 자신이 어떻게 이 임무를 받을 생각을 한 것인지 순간 후회스러웠다.

고은영은 생각할수록 긴장 되어 손에 땀이 찼다.

그리고 VIP 병실이 있는 층에 도착했을 때, 집사가 고은영을 데리고 배항준의 병실로 들어갔다.

병실에는 량천옥도 있었다. 그리고 나이가 이제 쉰이 되어 보이는 여자와 젊은 여자 하나도 있었다.

량천옥은 고은영을 보자마자 언짢은 기색을 드러냈다. 전에 고은영을 만나 당했던 것들이 기억난 듯했다.

"사모님, 들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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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1686화

    나태현은 눈을 가늘게 좁혔다.“은지 말이에요. 아직 살아 있어요?”나태범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그 숨소리는 한층 더 깊고 무겁게 가라앉았다.나태현의 눈이 번쩍 뜨였다. 그의 눈빛이 날카롭게 번뜩였다.“무슨 단서라도 잡은 겁니까?”“없어, 아무것도.”두 사람은 다시 정적에 잠겼다. 그러나 그 정적 속에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기운이 서려 있었다.한참 후, 나태현이 다시 차갑게 입을 열었다.“이건 나씨 가문이 진 빚이에요.”“너 지금 제정신이야?”그 한마디는 나태범의 분노를 완전히 폭발시키기에 충분했다.‘빚? 량천옥이 얼마나 대단하다고 그래? 나씨 가문이 그녀한테 빚을 졌다고?’나태범의 날 선 목소리를 들으면서 나태현의 싸늘한 눈빛 속에는 어쩔 수 없는 실망이 스쳤다.“나태현, 다시 한번 경고할게. 그 아이 문제는 이만 인정할게.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 하지만 고은지는 살아 있든 죽었든...”“몰래 수색하던 사람들 철수시키세요.”나태현이 냉정하게 말을 끊었다.“나태현!”“철수시키지 않는다면 저도 가만있지 않겠습니다.”“대체 뭘 하려고 그래?”나태범은 더 격노했다.나태현은 대답 대신 비웃는 듯한 숨소리를 흘리더니 전화를 끊었다....그 시각, 나태범은 천락 그룹 본사에 있었다.나태현이 갑자기 손을 떼버리는 자람에 회사가 혼란에 빠졌기 때문이었다.나태범은 고은지를 얕잡아봤었다. 늘 연약해 보이던 여자가 이렇게 큰 시한폭탄을 심어 놓을 줄은 전혀 몰랐으니 말이다.육명호 쪽에서 여러 프로젝트를 빼앗아 간 데다가 그 사건이 드러나면서 명성에 큰 타격을 입어 주가는 곤두박질쳤다.“이 망할 년이... 콜록, 콜록, 콜록!”분에 겨운 나태범이 숨을 고르지 못했다.단집사가 황급히 물컵을 건넸다.“어르신, 진정하세요.”단 집사의 눈에는 나태범을 향한 안쓰러움이 가득했다.‘이 나이에, 이미 은퇴했어야 할 분이 두 못난 아들 때문에 다시 수렁에 빠질 줄이야...’나태범은 물을 몇 모금 급히 들이켜고서야 가슴 속의 답답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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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1683화

    한 시간 후, 배준우는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고은영을 데리고 그린빌을 나왔다. 안지영과 장선명이 묵묵히 그 뒤를 따랐다.지금 고은영은 너무 화가 나서 다리에 힘이 풀릴 지경이었다. 그녀는 걸음을 옮기며 이를 갈았다.“진짜 미친 거 아냐? 집은 절대 안 판다니까? 무슨 소리를 해도 안 팔아.”분노로 목소리가 떨리는 고은영을 바라보며 배준우가 단호하게 말했다.“일단 집에 가자.”단 한 시간이었지만 상황은 황당하기 짝이 없었다. 집값은 5억 원에서 순식간에 50억 원까지 뛰었지만 고은영의 대답은 한결같았다.그녀가 팔지 않겠다고 했지만 나태현은 아예 나갈 생각조차 없어 보였다.그 뻔뻔한 태도에 고은영의 분노는 한층 더 치솟았다.양쪽 모두 물러설 기미가 없었다.배준우는 혹시나 고은영이 분노로 쓰러질까 염려되어 서둘러 그녀를 데리고 그 자리를 벗어났다.차에 타려던 순간, 고은영이 문손잡이를 움켜쥐고 그를 노려보았다.“저 경찰 부를 거예요. 여보, 저 진짜 신고할 거예요.”그 말을 들은 배준우는 관자놀이를 눌렀다. 심한 두통이 몰려왔다.‘이게 도대체 무슨 꼴이람...’“우선 집에 가자.”“저 인간이 제 집을 엉망으로 만들어놨어요!”그게 고은영이 가장 참기 힘든 이유였다.이유야 어찌 됐든 나태현은 현재 그녀의 집에 ‘얹혀사는’ 처지였다.‘최소한 남의 물건을 소중하게 대해야 하지 않나...’하지만, 나태현은 그런 배려심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없었다.“내가 처리할게. 넌 이제 집에 가서 자, 응?”“당장 그 인간을 쫓아내 줘요.”고은영은 거의 울기 직전이었다.병원에서 전화를 받았을 때, 그녀는 온갖 가능성을 다 예상했다. 심지어 가장 파렴치한 조보은까지 떠올렸었다. 하지만 세상에는 조보은보다 더 뻔뻔한 인간도 있다는 걸 그녀는 오늘 처음 알았다.이제야 고은영은 예전에 안지영이 비슷한 일로 시달릴 때의 심정을 이해할 것 같았다. 지금 그녀도 나태현을 당장이라도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싶은 심정이었으니 말이다.“알았어. 바로 사람 보내서 처리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1682화

    “나가라고 했잖아요. 못 들었어요?”고은영이 이를 악물고 쏘아붙였다.배준우가 눈살을 찌푸리며 나태현을 힐끗 바라봤다.그러나 나태현은 끝까지 들은 척도 하지 않은 채 태연한 얼굴이었다.안지영은 장선명과 눈을 마주치는 동시에 속으로 혀를 찼다.‘역시 나씨 가문 사람들이네. 남의 집에 달라붙는 버릇 하나는 판박이야.’그 뻔뻔한 태도에 고은영은 또다시 화가 치밀어 오르려 했지만 배준우가 앞으로 나섰다.“은영아.”“여보, 정말 너무하잖아요!”고은영이 발을 동동 구르자 배준우가 그녀를 달래듯 손을 들어 올렸다.“괜찮아. 괜히 몸만 안 좋아지니까 화는 내지 말고.”“이 꼴 좀 보세요. 집을 이렇게 만들어놨다고요.”고은영의 목소리가 살짝 떨려왔다.이 집은 그녀가 겨우 마련한 곳이었다. 그동안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 모를 정도로 아끼는 곳이었고 처음 계약서에 사인하던 순간이 아직도 생생했다.‘그런데 지금은 이 꼴이라니... 혹시 아예 자기 집으로 만들 작정인가? 쫓아낼 수도 없게? 말도 안 돼.’배준우도 난감하긴 마찬가지였다. 대체 나태현이 무슨 이유로 이런 소동을 벌였는지 감도 오지 않았다.그러던 중, 줄곧 침묵하던 나태현이 불쑥 입을 열었다.“얼마면 돼요?”“뭐라고요?”고은영의 눈이 휘둥그레졌다.“….”배준우도 순간 말을 잃었다.안지영과 장선명의 눈꺼풀이 파르르 떨렸다.“무슨 뜻이에요? 집세라도 내겠다는 건가요?”‘뭐가 모자라서 여기서 세를 얻겠다고 그래?’“이 집, 제가 살게요.”그의 짧고 단호한 한마디에 주변 공기가 싸늘해졌다.그 말을 들은 고은영은 숨이 가빠졌다.나태현은 손에 든 담배를 깊게 빨아들이며 말했다.“10억, 어때요?”“아니, 그게 아니라…”“20억.”“뭐라고요?”그는 미친 게 분명했다. 그 자리에 있던 모두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안지영은 속으로 중얼거렸다.‘나씨 가문 핏속에는 진짜 광기가 흐르는 게 틀림없어.’나태현의 말투는 아주 단호했다. 마치 오늘 꼭 이 집을 사고야 말겠다는 듯한 기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1681화

    원래는 조용히 자리를 뜨려던 안지영이었지만 고은영의 분노에 찬 목소리를 듣자마자 깜짝 놀라서 황급히 앞으로 다가갔다.“은영아...”그녀는 원래 고은영을 달래주려던 참이었다. 하지만 막상 입이 열자 위로의 말이 나오지 않았던 것이다.나씨 가문 사람들은 참으로 특이하기 그지없다. 그 일이 있고 나서 벌써 석 달이 지났는데 그동안은 의외로 잠잠했기 때문이다.량천옥이 예전의 일을 모조리 들춰낸 이후로는 별다른 소문조차 들려오지 않았던 데다가 나태웅도 동안에서 돌아오지 않아서 안지영에게는 오히려 한동안 조용한 나날이 이어졌다.그렇게 차츰 나씨 가문 사람들의 존재마저 잊어갈 무렵이었다. 그런데 오랜만에 보게 된 나태현이 하필 이런 꼴이라니...‘대체 무슨 짓을 한 건지...’고은영은 원래부터 나씨 가문에 대해 안 좋은 감정을 품고 있었는데 이번 일로 기름에 불을 붙인 셈이었다.“진정해. 괜히 화를 내서 몸 상하지 말고...”결국 안지영이 겨우 이 한마디밖에 하지 못했다.고은영의 눈가가 벌겋게 달아올랐다.“저 사람이 뭘 잘했다고 우리 집에서 술을 마셔? 무슨 자격으로?”“...”무슨 자격이냐니... 그야 나씨 가문 사람이란 이유 하나면 족했다. 그들은 항상 본인이 하고 싶은 대로 했으니 말이다. 마치 예전에 나태웅이 그랬듯, 아무런 잘못을 하지 않아도 그들에게 물어뜯기는 건 순식간이었다.그때 배준우와 장선명은 2층으로 올라가 나태현을 데려가려 했다. 본래 끼어들 생각이 없던 안지영도 고은영을 따라 발걸음을 옮겼다.사실 그녀가 이 상황에서 발을 빼고 싶은 건 당연했다. 나씨 가문 사람들은 한 번 엮이면 놓아주지 않는 참으로 끈질긴 사람들이었으니 말이다. 예전에 한 번 당한 경험이 있었던 터라 이번에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안지영은 고은영 뒤에 바짝 붙어 섰다.문을 열고 들어선 순간, 눈앞의 광경을 확인한 고은영이 비명이 섞인 외침을 터뜨렸다.“여보...”배준우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장선명은 이미 한 번 이 방에 다녀간 터라, 크게 놀라지 않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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