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월은 슬픈 목소리로 외쳤다.“내 말이 무슨 뜻인지 알아는 들었지? 너는 내가 너한테 복수한다고 생각하는거야?”배준우가 물었다.“그럼 아니야?”복수가 아니라면, 어떻게 그녀에게 이렇게 모질게 대할 수 있단 말인가?배준우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넌 내가 그렇게 한가해 보여?”이미월은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배준우를 쳐다보았다.죽을 먹고 있던 고은영도 그의 이 날카로운 질문에 거실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복, 복수가 아니면...?“복수? 하하하!”그는 어이없다는 듯 코웃음을 쳤다. 그녀의 생각이 가소롭다는 걸 의미하는 웃음이다.이미월은 멍해진 채로 배준우를 쳐다보고 있었다. 지금 이 상황을 여전히 믿고 싶지 않았다.“돌아가. 다신 여기 오지말고.”"......”무슨 뜻이야?그녀가 묻기도 전에 배준아가 이어서 말했다.“ 내 눈앞에 다시는 나타나지 않는 게 좋겠어.”“내가 그렇게 미워?”이렇게 잔인하게 굴 만큼 그녀가 미운 걸까?만약 그가 진짜 복수를 위해서 그러는 거라면, 이미 복수에 성공한 셈이다.그녀가 집에서 마저 쫓겨났으니 말이다!그녀는 이미 어렵게 생활하고 있었다.그녀의 말에 배준우는 또 한 번 비웃었다.“너는 내가 그런 지루한 일에 시간낭비 할 사람처럼 보여?”“......”이 말을 들은 고은영도 멈칫했다.그가 복수는 지루한 일이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이미월의 계속되는 착각에 배준우는 아주 정확히 말해주었다. 복수 같은 건 쓸데없는 일이라고 말이다.이미월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배준우를 바라보았다.복수가 아니라면?정말 복수 때문이 아니라고?!아니, 그럴 리가 없어!그럼, 왜 요 몇 년 동안 진영그룹이랑 잘 협력하다가, 갑자기 그러는 건데?“만약 내가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이 보고 싶은 거였다면, 넌 이미 성공했어.”“아주머니, 손님 배웅해 주세요.”이미월이 말이 끝나기도 전에 배준우가 말을 끊었다. 더는 그녀와 얽히고 싶지 않아 보였다.고은영의 뒤에 서 있던 진 씨 아주머니도 이미월이 계속
이미월이 자리를 떴다.고은영은 억압된 분위기 속에서 음식을 먹고 있었고, 배준우도 식탁 앞에 앉았다.“쾅!”의자 당기는 소리가 전보다 크게 들렸다.고은영은 두 사람의 싸움이 결국 자기에게까지 영향을 미칠 거라 생각하고 두려워 두 눈을 질끈 감았다.배준우는 움직이지 않고 그윽한 눈빛으로 고은영을 바라봤다.고은영은 계속해서 죽을 먹으며 낮은 소리로 중얼거렸다.“어제 대표님이 처리하라고 하셨잖아요...”그 말은, 그녀를 탓하지 말라는 뜻이었다.어제 자기가 했던 말들이 이미월에게 많은 자극이 됐을 거라 생각했다.그런 얇은 옷차림으로 밖에서 배준우를 온 밤 기다리다니!고은영은 일부러 여리여리 한 척, 약한 척하는 그녀의 태도에 더욱더 혐오감을 느꼈다.배준우는 여전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고은영이 용기를 내어 고개를 들자 미세한 미소를 머금은 배준우의 얼굴이 보였다.고은영은 놀랐다......!“대표님, 괜찮으세요?”뭔가 큰 자극을 받았나? 이 와중에 웃음이 나오나?배준우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잘했어!”“네?”“진 회장 아내가 너한테 주려고 한 물건들, 다 엄청난 가치가 있는 것들이야.”고은영은 어리둥절했다.“이미월씨가 쫓겨난 게 그 분한테 영향이 있어요?”방금 이미월은 자기가 외숙모네 집에서 곧 쫓겨날 거라고 말했다.그럼, 그녀의 집은?고은영은 이미월의 상황에 대해 자세히는 모른다.다만 머리부터 발끝까지 귀티가 나는 그녀의 모습에 당연히 부잣집 딸이려니 했다.하지만 방금 그녀가 곧 진가에서 쫓겨난다고 심각하게 말하는 걸 보니, 아마 그녀에게 매우 큰 일인 듯했다.배준우가 대답했다.“그게 너랑 상관이야?”“......”차갑기 그지없는 질문이다!“상관은 없지만, 제가 너무 심하게 자극하는게 아닌지 해서요. 무슨 일 생기면 어떡해요?”“그건 네가 걱정할 일이 아니야.”“그래요. 아니...... 대표님, 정말 이미월씨한테 복수하는 거 아니였어요?”고은영은 여전히 의문이었다.조금 전 이미월이 배준우가 그녀에게
지금 이 순간, 이미월은 질투심에 미쳐버릴 지경이었다....이때, 핸드폰이 울렸다.그녀는 가방에서 핸드폰을 꺼내서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짜증이 섞인 말투였다.“나야!”수화기 너머에서는 량천옥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이미월의 정신이 순간 또렷해졌다!순간 자신이 돌아온 목적이 무엇이고 왜 돌아왔는지가 생각났다.그녀가 그토록 사랑하는 배준우 때문이다....! 이젠 그녀의 것이 아니다. 그와 고은영을 갈라놓는다고 한들 뭐가 달라질까?여전히 그의 옆자리에 서지 못하는데....!“너 북성으로 돌아간 거 아니었어? 근데 왜 준우랑 고은영의 결혼식이 아직도 취소가 안 됐어?”량천옥은 지금 진영 그룹의 상황이 배준우와 관련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다.이미월이 전화를 받자마자 량천옥의 불만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그녀는 그런 량천옥에게 비아냥거리며 물었다. “결혼식이 취소되면 뭐가 달라져요? 두 사람 이미 혼인신고 했단 걸 잊으신 건 아니죠?”그녀가 소리를 질렀다.이미월의 목적은 그들의 결혼식을 취소시키는 그런 간단한 문제가 아니었다.문제는 바로 그들의 혼인신고서였다!두 사람이 이미 혼인신고를 했다는 소리에 량천옥의 얼굴이 하얗게 굳었다.그러고는 전화기에 대고 소리쳤다.“그럼, 어떻게든 이혼시켜!”량천옥은 이미월의 말에 화가 치밀었다.이미월은 여전히 찬바람을 맞으며 통화하고 있었다.조금 전 위층에서 배준우의 태도를 생각하니, 그녀의 마음에 분노가 들끓었다.“배준우 성격은 사모님이 더 잘 알잖아요. 한번 결정하면 쉽게 바뀌지 않는다는 거!”“그래서 널 돌아오게 한 거야. 아니면 네가 지금 강성에 있는 이유가 뭔데?”량천옥의 말투가 더 격해졌다.이미월은 할 말이 없었다.“......”원래 창백했던 얼굴이 량천옥의 말에 더 창백해졌다.이미월이 뭐라고 대답도 하기 전에 량천옥은 이어서 말했다.“내가 다시 널 강성에서 쫓아내게 하지 마!”“당신......”“그리고 전에 네가 강성을 떠날 때 진가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 알아?”
그녀는 량천옥의 말을 들으며 생각하고 있었다.고은영을 없앤다 한들 그게 무슨 소용이 있을까?배준우, 왜 하필 그 여자야?이렇게 한다면 배준우와 그녀의 사이가 예전처럼 돌아갈 수 있을까?량천옥은 여전히 협박 섞인 말을 그녀에게 퍼붓고 있었다.“이미월, 잘 들어, 만약 이번 일 망치면 네 발레 커리어도 끝날 줄 알아!”량천옥이 뱉는 한 글자, 한 글자에 잔인함이 묻어났다!이젠 자신의 커리어까지 가지고 협박하는 량천옥의 말에 이미월의 눈에는 살기가 가득했다.무슨 일이 있어도 배준우를 갖겠다는 의지가 불타올라 보였다! 량천옥의 말과는 상관없이 배준우 곁에서 배씨 가문 사모님 자리를 꼭 차지하고 말겠다고 말이다. 지금 자기를 협박하고 이용해 먹는 사람들을 철저히 짓밟아 버리겠다고 다짐했다.“알아들었어?”이미월이 아무런 대답이 없자 량천옥은 더욱 화를 내며 물었다.이미월은 이를 악물며 대답했다.“알았어요!”살기가 가득한 말투였다.그녀는 더 이상 자신의 감정을 통제할 수 없을것 같아 량천옥이 더 뭐라고 하기 전에 전화를 바로 끊어버렸다........배준우와 고은영은 함께 회사에 갔다.차 안에서, 배준우는 배항준이 자기를 만나려 한다는 전화를 받았다.그러고는 차갑게 한마디 던졌다.“아직 상황 파악 못 하셨대?”“도련님!” 수화기 너머의 집사는 다소 난감한 말투로 말했다.“대표님과 고은영 씨의 결혼식 때문이라고 하셨습니다.”“상관없는 일이라고 전해요!”“도련님......”“끊어요!” 배준우는 전화를 끊어버렸다.조수석에 앉은 고은영은 우울한 표정을 하고 있는 배준우의 옆모습을 쳐다보았다. 배씨 가문 일이라면 그녀 역시 머리가 아팠다.배준우의 새어머니를 보면 그들 사이가 왜 이 지경인지 알 수 있다.고은영도 별로 상관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이런 일에 대해 별로 말하지 않는다.배준우가 그녀를 쳐다봤다.“점심에 너 우리 집에 좀 갔다 와.”“네?”고은영을 집에 보낸다고?”고은영은 난감한 얼굴로 배준우를 쳐다봤다. 그녀도
배준우가 그렇게 말하니 고은영도 한시름 놓았다. 만약 배준우가 그녀에게 배항준의 비위를 맞춰줘서 결혼 승낙을 받아내라고 한다면, 그건 정말 그녀가 해내지 못할 일이다.그러나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고, 참을 필요도 없다고 하니 마음이 그나마 조금은 가벼워졌다.전에 배준우와 고은영이 결혼한다는 소문이 돌았을 때, 회사 사람들 모두 배준우 같은 사람이 시골에서 올라온 이 평범한 여자와 결혼할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비꼬는 소리도 많았지만, 두 사람이 일주일간 출장을 다녀온 뒤로는 다들 받아들이는 분위기였다.지금 비서직에는 고은영, 한희, 진청아, 민초희, 그리고 정유비가 있다.민초희는 오늘 출근하지 않았다.한희는 꽤 능력이 있고, 진청아는 조용한 스타일이고, 정유비는 가장 오래된 직원이다.그렇기에 사람들은 나태웅이 곧 이직하면 정유비가 그 자리를 대신할 거라 생각했다.정유비도 자신이 될 거라고 생각하고 더 열심히 일했다.물론 지난번 사무실에서 고은영과 배준우가 함께 있는 장면을 목격한 뒤부터는 배준우 앞에서 조심스럽게 행동했다. 고은영을 향한 혐오감도 완벽히 숨기고 있었다."은영 씨 일은 잠시 한희 씨랑 청아 씨한테 나눠 줬어요. 은영 씨는 대표님 곁에서 대표님 지시를 따르면 되요.”그녀는 아무런 감정도 섞이지 않은 말투로 말했다. 고은영을 사모님 취급하는 말투도 아니었다.고은영은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다른 사람에게 나눠 줬다는 말이 의아한 듯 물었다.“나 실장님이 그러라고 하신 거에요?”전에 휴가를 낸 비서가 있었을 때도 다들 그 업무를 조금씩 맡아서 처리한 적이 있었다. 고은영은 지금 정유비가 하는 말이 그것과는 다른 의미라는 걸 눈치챘다.정유비는 무표정한 얼굴로 고은영을 쳐다봤다.“내가 그런 거에요.”고은영은 말문이 막혔다.“......”자기가 그런 거라고?정유비는 부하직원을 대하는 듯한 말투로 말했기에 고은영은 불쾌한 기분을 느껴 입을 삐죽거렸다. 아직 나 실장님 자리를 물려받은 것도 아닌데 벌써 이러니 황당할
고은영은 배준우가 화내고 있다는 말에 자신이 또 뭘 잘못했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그녀는 서둘러 하던 일을 멈췄다.앞을 보니 나태웅은 이미 회의실로 몸을 돌려 있었고, 고은영도 재빨리 그의 뒤를 따라가며 물었다.“대표님이 왜 화가 나신 거예요?”나태웅은 걸음을 멈추고 고은영을 쳐다봤다.“정말 몰라서 물어?”나태웅의 심각한 얼굴에 고은영도 입술이 떨렸다.상황을 보니, 배준우가 단단히 화난듯했다.고은영은 긴장감에 침을 삼키며 나태웅을 따라갔다.회의실 문이 열리자, 안의 긴장감 넘치는 분위기가 느껴졌다. 바닥엔 서류들이 흩어져 있었고, 정유비는 바닥에 쪼그려 앉아 그걸 줍고 있었다.배준우와 눈이 마주친 순간 그의 살기 가득한 눈빛에 고은영은 심장이 떨렸다."대, 대표님.”화가 많이 난 모습이었다. 또 뭐가 뜻대로 되지 않는 건지.나태웅은 고개를 돌려 고은영은 보며 말했다.“대표님 쪽으로 가!”“네!”고은영은 재빨리 회의실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고는 배준우 곁으로 가서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대표님, 왜 화나셨어요?”심장이 떨리다 못해 거의 울기 일보 직전이었다.도대체 성질이 왜 이 모양인지, 시도 때도 없이 화를 내고 있으니!배준우는 차가운 눈으로 그녀를 흘겨보았지만, 여전히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그런 그의 모습에 고은영은 더욱 긴장됐다.이때 나태웅이 서류를 줍고 있는 정유비에게 낮은 소리로 말했다.“유비 씨는 나가있어.”“네, 알겠습니다.”정유비는 온몸을 떨며 고은영을 쳐다보았다. 바닥에서 주운 서류를 고은영의 손에 쥐여주고는 고개도 돌리지 않고 서둘러 회의실을 뛰쳐나갔다.고은영이 회의실에 들어선 순간 배준우의 살기도 조금 사그라들었다.나태웅이 배준우에게 물었다.“회의 시작할까요?”“그래.”배준우는 고개를 끄덕였다.고은영도 재빨리 서류를 정리하고 배준우의 뒷자리에 앉았다.이전에 서류를 정리할 때는 자주 실수를 저질렀지만 지금 분위기를 봐서는 절대 오차가 생겨서는 안 되는 상황이니 아주 꼼꼼히 정리했다.그
정유비는 아무것도 모른다는듯 뻔뻔하게 말했다.그녀는 배준우에게 고은영이 어떤 존재인지 전혀 알지 못하는 듯 했다.고작 고은영 대신 회의에 들어갔을 뿐인데 이렇게까지 화낼 일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나태웅은 차갑게 그녀를 흘겨보았다.“정말 그것 때문이야?”날카로운 질문이다!순간 정유비는 멈칫했다. 의심할 여지 없이 그녀의 진짜 목적은 배준우의 비서 일을 완전히 자기 일로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다.고은영이 없었을 때는 분명히 배준우도 그녀의 업무능력에 만족했는데 이번에는 대체 왜....?그녀는 고은영의 업무능력이 별로라고 생각했기에 배준우는 왜 그녀를 그토록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이해가 안 갔다. 정유비가 아무말도 하지 않자, 나태웅은 코웃음을 쳤다.“난 유비 씨가 연화 씨보다는 똑똑하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네.”“나 실장님!”나태웅의 말에 정유비는 심장이 철렁 내려 앉았다.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나태웅을 쳐다보고 있었다.나태웅이 이어서 말했다.“만약 다음에도 이런 상황이 있으면 그땐 더 이상 동영그룹에 있을 수 없을 거야. 알겠지?”나태웅의 말투에는 한기가 감돌았다.이미 불만이 가득했던 정유비는 나태웅의 말에 더욱 심장이 떨렸다.그녀는 숨을 크게 들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네. 알겠어요!”마음으로는 납득이 안갔지만 일단은 알겠다고 하는 수 밖에 없었다.그녀는 고은영의 존재를 과소평가 하고 있었다. 그리고 고은영과 배준우의 사이가 어쩌면 단순히 계약 관계만은 아닌것 같다고 생각이 들었다. “나가봐.”나태웅은 정유비가 멍청하다 생각했다.정유비는 김연화에 비해 성숙한 편이었다. 하지만 경쟁자였던 김연화가 해고 된 후부터 계속해서 배준우의 옆에 있을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배준우가 전에 말했듯 남자 비서를 두는 게 더 나을듯싶다. 여비서가 남자 비서보다 더 섬세하다고 생각해서 여비서를 뽑았는데, 그 섬세함이 너무 과도했다.배준우가 피곤하다고 느낄 정도의 섬세함이었다.정유비는 창백한 얼굴로 나태웅의 사무실에서 나왔다.그녀는
고은영은 배준우의 차가운 말투에 억울한듯 고개를 숙이고 말했다.“아니요. 제가 어떻게 감히...”그녀가 말한 건 다 사실인데!그의 개인 휴게실은 고은영 외에 다른 사람은 들어가지 못하게 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이런 말을 하니 억울할 수 밖에 없었다.전에는 괜찮았는데 이제 와서 문제가 되다니.생각할수록 억울했다.배준우의 말이 불합리하다고 생각했다."내가 보기에 넌 그러고도 남을 애야.”고은영이 억울해하는 모습에 배준우는 코웃음을 쳤다.하지마 고은영은 감히 뭐라고 반박할 용기가 없었다.배준우가 더 화낼까 두려웠다.가뜩이나 화나 있는 데다 거기에 또 반박하면 그 결과가 어떨지는 뻔한 일이다.배준우는 여전히 화가 난 목소리로 말했다.“네 신분을 똑바로 기억해!”자신의 신분을 기억하라고?뭔가를 암시하는 말인 것 같았다.그의 말에 반박하고 싶은 마음이 점점 생겨났다.고은영은 고개를 들고, 눈시울을 붉히며 배준우를 쳐다보았다.“제가 대표님 계약 아내라는 걸 절대 잊지 않을게요!”배준우는 고개를 숙이고 서류를 처리하고 있었다.대화를 끝내려 할 때, 고은영이 이런 말을 하자배준우는 다시 그녀를 쳐다보았다.“뭐라고?”“저도 알아요. 저는 대표님한테 돈을 받고 아내 행세를 해야 하는 사람일 뿐이라는 걸. 대표님 일이 다 끝나면 바로 이혼해야 한다는 걸.”“............”“항상 기억하고 있다고요. 제가 모욕감을 느끼도록 저한테 계속 안 알려주셔도 돼요.”그냥 돈을 받고 일하는 것 뿐인데, 이런 모욕감까지 느끼고 싶지 않았다.배준우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갑자기 강경하게 말하는 고은영의 태도에 배준우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이젠 진짜로 말대꾸를 하네!예전엔 감히 그럴 엄두도 못 냈는데 이젠 많이 용감해졌다.이젠 자기 할말은 다하네!그런 그녀의 모습을 지켜보던 배준우가 물었다.“왜? 나한테 좀 혼나니까 억울해?”배준우는 엄숙한 표정으로 화가 난 아내를 달래는 듯한 말투로 말했다.그리고 분위기 속에 약간의 설렘도 섞
그 미남계에 안지영은 결국 어느샌가 넘어가고 말았다.장선명은 안열한테 안지영이 좋아하는 디저트를 가져오라고 했다. 안열은 그제야 두 사람이 사무실에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장선명은 다른 일로 바빠서 먼저 자리를 떠났다.안열은 디저트를 들고 오면서 안지영의 눈치를 보았다.“왜요?”“선명 도련님이 무슨 짓을 한 건 아니죠?”“잘못을 저질러놓고 나한테 무슨 짓을 한다면 그건 짐승이죠!”안지영이 씩씩대면서 얘기했다.그 말을 들은 안열은 입가를 씰룩이면서 얘기했다.“하지만 선명 도련님은 잘못을 인정하는 사람이 아닌데요.”장선명과 오랜 시간 함께 일하면서 장선명이 잘못을 사과하는 건 본 적이 없다.장선명이 잘못을 했다고 해도 그건 없었던 일로 될 테니까 말이다.“...”안지영은 안열의 말을 듣고 눈썹을 꿈틀거렸다.‘그럼 아까 한 말도 거짓말이었나?’안열이 안지영 앞으로 와서 안지영 목에 난 키스 마크를 발견했다.안지영이 본능적으로 뒤로 물러나며 물었다.“왜 갑자기...”“도련님이 이런 방식으로 사과한 겁니까?”“네?”“격렬하네요. 이렇게 안 대표님을 입막음하다니...”“...”안지영은 그 말을 듣고 마음이 무거워졌다.아무리 둔감하다고 해도 안열이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는 알 수 있었다.안지영은 얼른 핸드폰 카메라를 켜서 본인의 모습을 확인했다.목에 난 키스 마크들을 본 안지영은 그대로 숨을 들이켰다.“이...”하마터면 욕설을 뱉을 뻔할 정도였다.이 상태로 밖으로 나간다면 창피해서 얼굴을 못 들고 다닐 정도다.‘왜 하필 이런 집착남을 만나게 된 거지...’“좀... 과하긴 하죠?”안열은 안지영이 장선명 때문에 화가 나서 안열에게 화풀이할까 봐 약간 걱정이 되었다.오후 세 시가 되었는데 이제야 나오다니.두 사람이 얼마나 오랜 시간 붙어있었는지, 얼마나 격렬한 사랑을 나누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안지영은 단단히 화가 나서 케이크를 크게 한입 떠먹었다.안열은 장선명이 제대로 해명하지 않아 안지영의 화가 덜 풀린 것인
“나태웅이 두려워하는 게 뭐 있어요!”안지영이 화를 내면서 얘기했다.나태웅은 장선명이 좋은 사람이 아니라고 했다. 하지만 안지영에게 있어서 나태웅도 좋은 사람은 아니었다.게다가 나태웅이 좋아하는 사람을 대하는 태도를 보면 이게 사람 맞나 싶을 정도였다.“나태웅은 극단적인 거지 멍청한 건 아니야.”나태웅은 본인에게 유리하고 불리한 것을 잘 아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오늘 안지영 앞에 나타난 걸 떠올리면... 장선명은 그런 나태웅을 가만히 둘 수 없었다.“그래도 이 사진들은 다 사실이죠.”“네가 이 사진 때문에 화를 내는 건 기쁜 일이지만 너한테 제대로 얘기해야 할 게 있어.”거기까지 얘기한 장선명이 말을 끊었다.안지영이 고개를 들고 물었다.“뭐요?”장선명과 결혼 준비를 하면서 안지영은 이 모든 것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소문 속의 장선명은 냉철하고 칼같은 사람이라고 했지만 안지영 앞의 장선명은 항상 웃는 얼굴로 자상하게 안지영을 대해주었다.그래서 안지영은 장선명이 도대체 왜 본인과 결혼한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분명 비즈니스 때문에 시작한 부부 연기인데 말이다!사실 처음부터 안지영은 장선명이 왜 본인을 도와주는 건지 알 수 없었다.나태웅이 가져온 사진을 보기 전까지는 말이다.장선명은 안지영의 목을 부드럽게 감싸고 코끝으로 안지영의 코끝을 가볍게 눌렀다.“그 사람이 살아있다고 해도 내가 사랑하는 건 너야.”“...”그 말을 들은 안지영은 심장이 순간 멎는 것 같았다.“정, 정말이에요?”‘잘못 들은 건가? 그 사람이 선명 씨한테 엄청 중요한 사람이라고 했던 것 같은데...’“과거는 과거일 뿐이야. 현재의 나는 네가 없으면 안 돼. 그 사람을 이미 다 잊었으니까 너랑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거야.”장선명은 진지한 말투로 얘기했다. 안지영은 믿지 못하겠다는 눈으로 장선명을 쳐다보더니 심호흡을 한 후 얘기했다.“그렇게 많은 여자들이랑...”“나랑 그 사람들은 아무 사이도 아니야. 안열이 전에 얘기해줬을 텐데.”“그래도 남자들
“얘기해 봐. 어떻게 해야 화를 풀 거야.”“하, 다른 사람을 위해서 목숨을 걸 정도였다면서요! 내가 화를 안 내고 배겨요?”안지영이 차갑게 얘기했다.“...”장선명은 약간 어리둥절해하면서 물었다.“내가 누구를 위해서 목숨을 걸었다는 거야? 나는 왜 모르겠지.”“이...”안지영은 인정하지 않는 장선명의 모습을 보면서 더욱 화가 났다.“정말 화가 난 거야?”“당연하죠. 난 대용품이 되고 싶지 않다고요!”장선명은 화가 난 안지영을 보면서 본인이 왜 안지영에게 빠진 것인지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안지영은 느낀 것을 그대로 얘기하는 솔직한 사람이었다. 가식적으로 돌려 말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그래서 장선명은 그런 안지영이 좋았다.“누가 그래, 네가 대용품이라고. 나태웅이 그래?”장선명이 안지영의 두 볼을 가볍게 꼬집으면서 얘기했다.그 말투는 마치 딸을 대하는 아버지처럼 부드러웠다.안지영은 장선명을 힐긋 보더니 얘기했다.“수많은 사진이 증명하고 있잖아요.”그 사진만으로도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었다.“그 사진들은 아무것도 아니야. 절대 나태웅을 믿지 마. 응?”“흥.”“아직도 화가 난 거야? 제발 내 말 좀 들어줘.”“안 들을래요!”안지영은 아예 고개를 홱 돌렸다.안지영은 너무나도 솔직하고 가감 없는, 상대방에게 본인이 왜 화가 났는지 잘 알려주는 사람이었다.장선명은 화가 나 등을 돌린 안지영을 보면서 작게 한숨을 쉬었다.원래는 좀 더 놀려주고 싶었지만 반응을 보니 그만해야 할 것 같았다.“알았어. 설명할게.”한숨 자고 일어났지만 여전히 이 일로 화를 내는 걸 보면 그냥 넘어갈 수 있는 일이 아닌 것 같았다.안지영은 장선명의 말을 듣고 그대로 굳어버렸다. “아니요. 됐어요. 설명하지 마요. 듣고 싶지 않으니까요.”진실이 두려워서 듣고 싶지 않을 정도였다.장선명은 웃으면서 얘기했다.“왜? 내가 널 잡아먹을까 봐 무서워?”그 말에 안지영은 또 참지 못하고 장선명을 가볍게 때렸다.오전에 있었던 일을 생각
안지영은 오후 두 시에 중요한 회의가 있었다. 하지만 안열은 사무실에서 안지영을 발견하지 못했다.‘설마 내가 한눈판 사이에 두 분이 나간 건가?’1시 30분이 되었지만 여전히 사람이 보이지 않았다. 안열은 급한 마음에 얼른 안지영에게 전화를 걸었다.하지만 전화를 받은 건 장선명이었다.“무슨 일이야.”그 말에서 안열은 이미 장선명의 짜증을 읽어냈다.안열은 약간 놀랐다.“선, 선명 도련님? 30분 뒤 안 대표님이 참석하셔야 하는 중요한 회의가 있습니다. 지금 안 대표님은 어디에...”휴게실에 있는 장선명은 고개를 숙이고 품에서 자고 있는 안지영을 쳐다보았다.오전에 너무 과했던 탓일까, 안지영은 계속 쭉 자고 있었다.“그냥 회의를 취소해.”“네? 그건...”“무슨 문제라도 있어?”“아, 아니요. 오늘 회의는 부승호도 참석하는 회의라... 알잖습니까.”부승호는 바로 하늘 그룹을 배신한 사람이다. 그러니 이번 회의가 얼마나 중요한지 장선명은 바로 알 수 있었다.장선명이 차가운 눈빛으로 얘기했다.“부승호한테 얘기해. 오늘 저녁 날 만나러 오라고.”“직접 나서서 안 대표님을 대신하실 생각입니까?”안열이 놀라서 물었다.예전에는 안지영이 성장할 수 있게 혼자 내버려두지 않았던가.그래서 안열과 장선명 다 안지영의 뒤에서 묵묵히 안지영의 성장을 지켜보고 있었다.그동안 안지영은 많은 일을 혼자서 해결했다.부승호와 마주하는 것도 안지영에게 있어서는 그동안의 실력을 검증할 가장 좋은 기회다.“무슨 문제라도 있어?”그 말에 안열은 바로 입을 다물었다.“아닙니다!”안열은 여전히 장선명의 의도를 알 수 없었다. 그래서 그저 장선명이 원하는 대로 움직이기로 했다.안열은 얼른 눈치껏 전화를 끊었다. 장선명은 전화가 끊긴 것을 확인하고 바로 폰을 꺼버렸다.안지영은 이미 그들의 목소리를 듣고 잠에서 깼다.장선명은 안지영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었다.“지금 몇 시예요?”“피곤하면 그냥 자.”장선명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얘기했다.안지영은 눈
테이블에는 다른 사진이 더욱 많았다.나태웅은 정말 이를 갈고 해외로 간 것이 틀림없었다.이것까지 다 알아내다니...이건 장선명의 가장 어두운 과거이자 다시는 들추고 싶지 않은 일들이다.하지만 그 일들이 지금은 나태웅 때문에 다시 밝혀지게 되었다.그동안 장선명이 마주하고 싶지 않았던, 마주할 수 없었던 과거들이었지만, 안지영이 건네준 사진을 보면서 장선명은 어느새 그 일에 대한 스트레스를 내려놓았다는 것을 발견했다.지금 와서 과거의 일을 돌이켜보니 아무런 감정도 없었다.“그 여자가 누구인지 얘기하라고요!”안지영이 화가 난 목소리로 얘기했다. 그러면서 장선명의 품에서 나오려고 안간힘을 썼다.하지만 장선명은 여전히 안지영을 꾹 잡고 도망치지 못하게 했다.그리고 라이터를 꺼내 불을 붙이더니 안지영의 앞에서 사진을 바로 불태워버렸다.“뭐, 뭐 하는 거예요!”안지영이 당황한 표정으로 물었다.장선명은 불에 탄 사진을 그대로 재떨이 속으로 던져버렸다.담배를 피우는 장선명을 위해 안열이 준비해 둔 재떨이였다.안지영 앞에서는 담배를 피우지 않아 그동안은 쓸모가 없었지만 지금은 아주 유용했다.테이블 위의 사진은 다 재떨이 안으로 들어가 활활 타올랐다.안지영은 멍해서 물었다.“그렇게 변명도 하고 싶지 않다는 거예요?”“변명? 이건 다 지나간 일일 뿐이야. 너무 오래전 일이라서 다 잊었고. 뭐 어떻게 변명해야 할지 생각도 안 나네.”“...잊었다고요?”안지영은 믿을 수 없었다.안열이 그러지 않았던가.장선명에게 아주 중요한 사람이었다고.사진 속의 여자들이 모두 비슷하게 생긴 걸 보면 장선명은 정말 그 여자를 아주 사랑한 것 같았다.그런데 그걸 잊다니.안지영은 믿을 수 없었다.그런 안지영의 모습을 본 장선명은 환하게 웃으면서 안지영의 머리를 쓰다듬더니 또 입술을 맞췄다.“읍... 아니, 읍...”‘미남계를 쓰겠다는 거야?’안지영은 약간 화가 났다. 원래 이런 건 그냥 두면 찝찝한 편이다. 사실을 알지 못하면 마음에 걸리니까 말이다.
사무실에 들어간 장선명은 안지영이 그를 등지고 의자에 앉아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이미 뒷모습에서부터 안지영의 화난 모습이 보였다.앞으로 다가가 의자를 돌린 장선명이 두 손으로 의자의 손잡이를 잡았다.그리고 웃는 눈으로 안지영을 바라보았다.안지영이 화가 나서 씩씩 대는 모습을 보았을 때도 더욱 환하게 웃었다.하지만 안지영은 그런 장선명을 보면서 더욱 화가 났다.“웃겨요?”“질투하는 거야?”두 사람이 거의 동시에 입을 열었다.안지영은 장선명의 말을 듣고 약간 놀랐다.“화 안 났어요. 난 화를 잘 안 내는 사람이에요.”“그래?”“...”질투냐고?안지영은 질투가 뭔지 몰랐다.하지만 눈앞의 이 남자가 다른 여자를 위해서 목숨을 걸었다는 것을 떠올리면 속이 좋지 않았다.생각에 잠겨있을 때 갑자기 안지영이 놀라서 소리를 질렀다.장선명이 안지영을 번쩍 안아 들고 의자에 앉은 것이었다.장선명은 웃음기 가득한 시선으로 안지영을 바라보고 있었다.안지영은 놀라서 허둥대면서 얘기했다.“이거 놔요!”하지만 장선명은 움직이는 안지영을 놔주지 않고 그대로 입술을 가져갔다.안지영이 버둥댈수록 장선명은 더욱 깊게 안지영의 입술을 머금었다.안지영은 그런 장선명에게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결국 안지영이 숨을 쉬지 못하자 장선명이 안지영을 풀어주었다.안지영이 손을 들어 장선명의 뺨을 치려고 할 때, 장선명이 안지영의 손목을 잡고 웃으면서 물었다.“화났어?”“흥.”안지영은 화가 났다.그것도 단단히 화가 났다.안지영은 장선명이 점심 전에 도착한 것이 분명 그 일 때문이라고 생각했다.안열이 알려줬을 테니까 말이다.그런데 와서 아무 해명도 하지 않고 입술부터 들이미니, 너무 미웠다.장선명은 그런 안지영을 보면서 짜증스러운 기색을 내비치지 않았다.오히려 속 편히 웃으면서 안지영을 바라보았다.그리고 마지막에는 한숨까지 푹 내쉬었다.“그렇게 화가 난 거야?”말을 마치고는 안지영의 이마에 가볍게 키스했다.안지영은 이제 더는 참을 수 없었다.“오자
“네? 그게 무슨 뜻이에요?”안지영은 어리둥절한 얼굴로 안열을 바라봤다. 안열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어휴, 됐어요. 더 얘기해 봤자 짜증만 나요.”더 말했다간 정말 참지 못하고 화를 낼 것 같았다.나태웅에 대해 할 욕은 이틀 밤을 새워도 모자랄 정도였다.“...”사람을 화나게 만드는 법은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말을 하다가 마는 것이고...안지영은 뾰로통해진 채로 안열의 상처를 치료해 주었다.안열은 휙 돌아서 사무실을 나갔다.지금 안열의 머릿속에는 나태웅에 대한 욕뿐이었다.그런 일이 있었는데도, 감히 또 안지영을 찾아오다니.도대체 무슨 낯짝으로 온 건지......사무실에 홀로 남겨진 안지영은 아까 안열이 한 말을 떠올렸다.그게 도대체 무슨 뜻이지?평소에는 똑 부러지고 영리한 안지영이지만, 이번만큼은 안열의 말에 머릿속이 복잡해졌다.뻔뻔하다는 뜻이라면... 나태웅은 원래부터 그렇게 뻔뻔했다.하지만 이번은...안열은 복잡한 생각에 머리를 휙 털었다.그리고 사무실을 나오자마자 장선명에게 전화를 걸었다.원래는 장선면은 점심쯤에 안지영을 데리러 올 예정이었지만, 안지영의 전화를 받고 바로 달려왔다.안지영의 사무실에 들어가기 전, 장선명은 안열이 자리에 앉아 아이스팩을 발 위에 올려놓은 것을 발견했다.“다리는 왜 그래?”갑작스러운 목소리에 안열은 깜짝 놀라 손에 쥔 아이스팩을 떨어뜨릴 뻔했다.장선명을 보자, 안열은 얼른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읏...!”하지만 고통을 참지 못하고 신음을 흘리고 말았다.“어떻게 된 거야?” 그렇게 묻는 장선명의 목소리는 차가웠다.안열을 이렇게 만든 사람이 있다는 것 자체가 믿기 힘들었다.안열은 고개를 숙였다. 차마 나태웅 때문이라는 말은 꺼내지 못해 그저 둘러댔다.“그냥... 실수로 넘어진 거예요.” “어떻게 넘어졌길래 거기만 그렇게 다치는 거야?” 장선명의 시선은 예리했다.보통 넘어진다면 무릎이 먼저 다치기 마련인데 안열은 무릎은 멀쩡하
나태웅은 믿을 구석 하나 없는 사람이긴 하지만 나태웅이 가져온 정보 때문에 안지영은 더욱 속이 복잡해졌다.안열은 결국 고통을 참지 못하고 얘기했다.“약 좀 바르고 올게요.”그 말에 안지영은 생각이 끊겨버렸다.정신을 차린 안지영은 안열의 발등이 부어올랐다는 것을 발견했다. 장선명이 사랑하는 사람...하지만 그 생각도 잠시, 안열은 본 안지영은 결국 또 나태웅에게 화가 났다.“왜 이렇게 된 거예요. 정말 나태웅을 못 이기는 거예요?”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일방적으로 맞을 것 같지는 않은데 말이다.밖에서 싸우는 소리도 듣지 못했는데 이런 일이 일어나다니.안열은 아파서 제대로 걷지도 못했다.“제가 만약 나태웅과 싸워서 이길 수 있었다면 진작 죽여버렸을 겁니다.”“...”진작 죽여버린다니.그 ‘진작’은 과연 언제일까?다시 생각해도 나태웅은 정말 독설만 퍼붓는 사람이었다. 안열을 볼 때마다 개라고 욕하니까 말이다.그래도 전에 동영 그룹에서 출근할 때는 이렇지 않았던 것 같은데 말이다.안지영은 우물쭈물하면서 안열에게 물었다.“두 사람, 전에도 안 좋은 사이였어요?”안열과 나태웅이 만날 때마다 안열은 대수롭지 않아 했고 나태웅은 화를 냈었다.그러니 두 사람 사이에 아무 일도 없었다는 건 말이 안 되었다.그렇게 물으면서 안지영이 구급상자를 가져와 상처를 처리해 주었다.안열이 거의 소리를 지르면서 얘기했다.“앗... 아파요... 아파...”“...”안열은 평소에 고통에도 끄떡없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아파하는 것을 보니 나태웅이 얼마나 아프게 때린 것인지 알 수 있었다.“제가 무슨 원한이 있겠어요! 한 것도 없는데...”“...”“굳이 꼽자면... 안 대표님 일로 원한이 있는 거죠.”“나요?”“네. 저는 안 대표님이 선명 도련님과 결혼하기를 바랐으니까요. 아마도 그것 때문에 저를 싫어하는 게 아닐까요?”안열을 말을 들은 안지영은 약간 마음이 복잡했지만 또 본인의 선택이 틀린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안열은 장선명의 부하로
“난 대체 누구의 대용품이었어요?”안지영이 바로 물었다.안열은 장선명과 오랜 시간 함께 했으니 사진 속의 사람이 누구인지 다 알 것이다. 그러니 장선명이 진짜 사랑하는 사람이 누구인지도 알 것이다.안열은 안지영의 말을 듣고 표정이 그대로 굳어버렸다.“그건...”“두 사람은 왜 헤어진 거예요?”안지영이 또 물었다.“...”안열을 그 어느 질문에도 대답할 수 없었다.안열은 이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느꼈다.안지영이 얼마나 칼 같은 사람인지, 안열은 잘 알았다.물론 안지영과 장성명의 사이가 안지영 때문에 시작한 것이라고 하지만 장선명에게 설레지 않았다면 안지영은 장선명과 결혼하지 않았을 것이다.안열은 결국 또 속으로 나태웅을 욕했다.“그렇게 생각하지 말아요. 선명 도련님이 안 대표님과 결혼하려는 건 안 대표님을 사랑해서지, 다른 사람의 대용품으로 생각하는 게 아니니까요.”“사진 속의 여자들과 아직도 연락해요?”“절대 아닙니다. 제가 맹세할게요!”안열이 진지하게 얘기했다. 안지영이 괜히 장선명을 이상하게 생각할까 봐 무서웠기 때문이다.안지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안열을 쳐다보았다. 안열은 그런 눈빛을 마주하고 약간 긴장했다.“진짜예요. 사진 속의 여자들과 아무 사이도 아닙니다. 선명 도련님이 얼마나 칼 같은 분인지 잘 알잖아요.”“하긴, 안열 씨는 선명 씨 사람이니까 그편을 들겠죠.”“아니요, 전 안 대표님 편입니다. 같은 여자로서요.”“나도 그 어떤 여자의 대용품이었겠죠.”“그건 다른 거죠! 그 사람은 이미 죽었으니까요. 나태웅이 왜 갑자기 이 일을 들춘 건지는 모르겠지만... 죽은 사람까지 들먹일 줄은 몰랐어요!”안열은 정말 나태웅을 죽여버리고 싶었다.요즘 나씨 가문에 생긴 일을 보면 나씨 가문 사람들은 다 하나같이 쓰레기였다.“죽었다고요?”안지영이 깜짝 놀라서 물었다.안열이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다들 모르는 일이잖아요!”안지영이 놀라서 얘기했다.장씨 가문 남자들은 하나같이 차갑고 냉정하다는 소문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