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읍”하고 고은영은 찬 공기를 들이마셨고, 머리카락도 순간 성공적으로 풀렸다.걸렸던 한 줄은 선명하게 짧아졌는데, 분명히 배준우에 의해 끊겨졌을 것이다.고은영이 반응도 하기 전에 배준우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내 방에서 나가!”고은영은 깜짝 놀라 그를 쳐다보지도 못하고, 크게 숨도 못 쉬고 재빨리 뛰쳐나갔다.대표 사무실 문을 나서고, 그녀는 자신의 등과 이마가 온통 식은땀으로 뒤범벅된 것을 발견했다.민초희, 정유비 그리고 김연화 모두 돌아온 그녀를 보는 표정이 각양각색이었다.특히 김연화와 정유비 두 사람이 고은영을 보는 눈빛은 더욱 하찮았다!그녀의 창백한 낯빛을 보면, 그녀가 배 대표를 꼬시는데 실패하고 곧 동영에서 쫓겨날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고은영 자신도 오늘 틀림없이 쫓겨날 것이라고 생각했다."은영 씨 괜찮아요?"민초희는 그녀 옆에 와서 물 한 잔을 건넸다.그녀는 회의실에서 배준우의 그 통화내용을 직접 들었고, 고은영과 배준우의 관계가 그녀가 생각하는 것과 다르다고 생각했다.고은영은 놀란 심장이 아직 제자리에 돌아오지 못한 채, 민초희를 바라보며 고개를 가로저었다."저는 괜찮아요, 고마워요!"말하면서 서둘러 회사를 뛰쳐나갔다.고은영이 회사에서 가장 믿을 수 있는 사람은 바로 안지영이다.얼른 휴대폰을 꺼내 안지영에게 전화를 걸었다. 안지영은 지금 기숙사에서 쉬고 있었는데 그녀의 번호를 보고 심장이 움츠러들었다."너 또 무슨 일이야?"분명히 안지영이 보기에, 고은영이 지금 그녀에게 전화하면 틀림없이 사정이 있는 것이다.고은영은 울음을 터뜨릴 듯한 말투로 말했다.“지영아, 내 높은 연봉이 없어질 것 같아!""아니, 너 이거……."안지영은 너무 어이가 없었다.고은영은 언제 어디서나 이런저런 상황이 벌어지는 것 같은데 아이는 도대체 어떻게 지금까지 살아왔을까?특히 그녀에게 그런 엄마가 있다니, 정말 쉽지 않아!"기다려!"고은영이 우물쭈물하며 분명하게 말하지 못하는 것을 보고, 안지영은 조급하게 한마디 하
배준우와 고은영이 한 지붕 아래 머무르지 않는 한, 그렇게 많은 상황은 절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고은영이 고개를 끄덕이며 안지영의 말이 옳다고 느꼈다!당시 배준우가 그녀를 보는 눈빛은 그의 침대에 기어든 여자를 보는 것 같았다.아주 흉악하고 위험했다!“그럼 나는 동영에서 쫓겨나지 않을까?”이 일을 생각하니, 고은영은 또 가슴이 두근거려 안지영을 애타게 쳐다보았다.안지영은 고개를 저었다."아니, 지금 그는 너라는 아내가 필요하니 감히 너를 회사에서 쫓아내지 않을 거야."배준우가 왜 그녀와 결혼했겠어, 분명 배씨 가문을 상대해야 하기 위함이다.그러니 그녀를 해고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곁에 머물러 있긴 하겠지만, 절대 그녀가 가까이 다가갈 기회는 주지 않을 것이다.그래서 고은영에겐 이번 일이 전화위복이 된 셈이다.두 사람을 이렇게 분석하자 고은영 역시 기분이 많이 좋아졌고, 아까와 같은 두려움은 없었다."하지만 너 앞으로 꼭 조심해야 해. 배 대표가 널 가까이하게 하진 않겠지만, 너 오늘 이 일은 너무 심했어."고은영은 크게 머리를 끄덕였다.“응, 그럴게.”그녀가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보자 안지영은 오히려 조금도 안심할 수 없었다. 그녀의 이 데면데면한 성격은 타고난 것이기 때문에 또 이런 일이 일어날것만 같았다. .그녀가 고쳐지기를 기대하는 것은 분명히 불가능하다.점심에 휴게실에 있었던 일 때문에 고은영은 오후에 출근할 생각에 전전긍긍하고 있었다.김연화와 정유비는 이때 배준우의 눈앞에 끼어들려고 애썼다.물론 그녀들은 다른 마음을 가진 것이 아닌 오직 메인 비서 자리만을 생각하고 있었다.도중에 배준우가 회의실에 가는 길에 고은영의 작업대를 지나갈 때, 고은영은 머리를 낮게 파묻고 책상 밑으로 내려가고 싶은 마음까지 있었다.“똑똑!”남자의 관절이 뚜렷한 손가락 뼈가 나무 작업대 위를 두드렸다.배준우의 뒤를 따르던 김연화와 정유비 두 사람의 얼굴이 굳어졌다.고은영은 놀라움에 심장이 떨려, 덜덜 떨며 고개를 들었
배준우는 말을 듣고 그녀를 쳐다보았다!고은영은 작은 손을 함께 잡고 긴장해서 어쩔 줄 몰라했다. 배준우가 고개를 끄덕였다."괜찮네. 너한테 잘 어울려."그녀는 눈대중으로 대략 168센치 정도 되는 큰 키를 가지고 있고, 가냘픈 몸매에 골격미가 있었다.배준우는 일어나서 소파로 향하며 약간 권위적인 말투로 명령했다."이리 와."고은영이 고분고분 걸어가자 배준우는 그녀를 소파에 눌러 앉혔다.남자의 따뜻한 손바닥이 그녀의 어깨에 닿는 순간, 고은영의 마음은 긴장감에 목구멍까지 올라왔다.그녀는 배준우가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 몰라 전혀 말할 엄두가 안 났다.다음 순간, 남자의 길쭉한 손가락이 그녀의 머리카락을 만지자 고은영의 가슴이 쿵쾅쿵쾅 뛰었다."휴가 후에 바로 머리를 자르러 갈게요!"이 말을 할 때, 그녀는 가슴이 좀 아팠다.그녀가 이 긴 머리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하늘도 알 것이다. 할머니도 여자아이의 머리카락은 목숨으로 기른 것이니 소중히 여겨야 한다고 하셨기 때문이다.배준우."왜 잘라?"“저……!"점심에 있은 민망한 장면이 뇌리에 스쳐 지나갔고, 고은영의 작은 얼굴이 순식간에 붉어졌다."점심에 있었던 일.. 전 정말 고의가 아니었어요!"배준우의 손이 멈칫하더니 숨결도 약간 무거워졌다.손에 힘도 이 순간 자신도 모르게 더 세졌다. 고은영이 아픔에 '스읍…….'하고 소리를 냈다.배준우."아파?"한 단어, 여전히 차갑다!고은영.“안 아파요!”그녀는 배준우가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 보이지 않아, 그의 앞에서 아프다고 말하지 못했다.배준우는 차갑게 웃었다."아프면 말해.""진짜 안 아파요!"그가 화만 안 낸다면, 이 정도의 고통은 그녀에게 정말 아무것도 아니었다.배준우는 곧 끝냈다."일어나."고은영이 고분고분 몸을 일으켰다. 다음 순간 배준우에 의해 몸이 돌려졌고 그의 눈 밑에는 약간의 웃음기가 감돌았다.그의 성격이 너무 차가워서 그런지 이 웃음은 선명하지 않았다.배준우는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올리
사무실 밖의 사람들.정유비와 김연화는 자기도 모르게 배준우의 사무실 앞을 지나다녔다.고은영이 사무실에 들어가면, 배준우에게 크게 꾸지람을 듣고 회사에서 쫓겨날 줄 알았다.그런데 그녀들은 지금 모두 여러 차례나 지나갔는데도 조금의 인기척도 듣지 못했다!두 사람은 무의식 중에 서로 눈이 마주쳤고, 그녀들이 고은영이 쫓겨날지 말지를 생각하고 있을 때, 갑자기 사무실 문이 안쪽에서 열렸다.배준우가 단정하게 차려입고 밖으로 나왔는데 손에…… 고은영의 손을 잡았다고?!김연화와 정유비 두 사람은 고은영이 오늘 쫓겨날 거라는 기대감에 부풀어 있다가, 순간 얼어붙었다!두 사람의 시선은 서로 맞잡은 두 손에 닿아 있었고 반응하는 걸 전혀 잊고 있었다.고은영 또한 지금 마음이 매우 혼란스러웠다!배준우에게 붙잡힌 손은 마치 끓는 물에 데인 것 같았고, 그녀들의 따가운 눈빛을 느끼니 놀라 움찔거렸다. 배준우는 그녀를 돌아봤다."왜?"고은영은 작은 얼굴을 찌푸리고 말을 하지 않았다.정유비와 김연화는 오히려 숨을 들이쉬었다. 특히 고은영 몸에 있는 한정판 오트쿠튀르가 그들의 눈에 띄었다. 이게 지금?유혹에 성공했어?설마……!다른 사람이라면 그렇다 쳐도, 그녀들은 배 대표가 여자들이 이런 짓을 하는 것을 가장 싫어하는 걸 아는데, 지금 어떻게?두 사람의 머리는 완전히 혼란스러웠다!나태웅이 나와 물었다. "나가시는 건가요?"배준우가 고개를 끄덕이며 차갑게 말했다."오후 회의는 전부 미뤄."나태웅은 두 사람이 함께 잡은 손을 보고는 바로 알아차렸다."알았어요."배준우는 바로 고은영을 끌고 나갔다.그러나 사무실은 이미 어수선 해졌다. 그들이 떠난 후 나태웅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하여 배준우가 고은영을 끌고 나갔다는 소식은 곧 회사에 퍼졌다……!모든 사람들은 배준우가 그 시골 처녀가 맘에 든 것이라고 추측했다.그녀에게 유혹 당한걸까!"쯧쯧, 정말 생각지도 못 했어. 시골 처녀가 이런 재주를 가지고 있다니, 네 눈이 나쁜 걸 탓할
하지만 그의 손에 이끌려 나왔으니…….배준우는 아무런 온도도 없는 눈빛으로 차갑게 그녀를 흘겨봤다.“나태웅이 아직 너한테 말 안 했어?""뭐요?”"우리의 합의는 비밀이야!""네, 나 실장님이 그렇게 말했어요."이게 결혼을 비밀로 하는 것과 무슨 차이가 있는 거지?배준우."남태웅이 또 누가 남성에서의 그날 밤 일에 대해 물어보면, 너는 모두 너라고 말하라고 한거 알고있지?""네."고은영은 머리를 끄덕였다!정말 그랬다.그날 밤을 꺼내지 않으면 괜찮은데, 말이 나오니 그녀는 지금 심장이 조여왔다.배준우."그래서 넌 아직도 우리의 결혼이 비밀이라고 생각해?"고은영은 바로 반응하지 못하고, 배준우를 멍하니 쳐다봤다.그녀의 이 바보 같은 모습을 보고, 배준우는 그녀에게 꿀밤을 한 대 먹였다!고은영은 순간 정신을 차렸다."배 대표님 죄송합니다. 저는 전 과정을 비밀로 하는 줄 알았어요.""허! 내가 결혼을 비밀로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배준우는 차갑게 웃었다.볼썽사나운 것도 아닌데 이렇게 숨길 필요가 있어?고은영은 끝까지 결혼을 비밀로 하고, 이번 결혼은 배씨 가문에만 공개하는 줄 알았다.지금은 오히려 이 일을 회사 전체가 다 알게 되었다!곧 배씨 가문에 도착했다.고택의 사람들은 모두 배준우가 오늘 돌아올 것이라는 것을 알고, 집사는 이미 하인을 데리고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었다.배준우가 차에서 내리는 것을 보고 공손히 다가갔다."큰 도련님, 오셨습니다."배준우는 차갑게 고개를 끄덕였다!뒤돌아 차 안의 고은영에게 손을 내밀었고, 차갑고 진귀한 기운이 한껏 신사의 품격을 드러냈다.고은영은 자신의 차가운 손을 그의 넓은 손바닥에 얹었다.배준우는 가볍게 힘을 써서 고은영을 차에서 끌어냈다.집사와 사람들은 갑자기 눈앞에 나타난 여자를 보고 모두 어리둥절했다.집사가 의아해하며 물었다."큰 도련님, 이분은?""작은 사모님이라고 불러!"집사."……."하인들."……."그 말을 듣고 모두 숨을 들이마셨다!작, 작은
배준우는 고은영을 배지영에게 밀면서 말했다."네 형수 좀 데리고 여기 돌아보면서 익숙해지게 해줘.""생각은 끝났어? 돌아와서 산다고?”배지영은 눈썹을 치켜들었다.배준우는 대답을 하지 않고, 미간의 음울함은 더욱 사람을 간과할 수 없을 정도의 독함을 발산하고 있었다!배준우가 말을 하지 않자 배지영은 미소를 지으며 고은영의 손을 잡았다."이 분은 나에게 맡겨. 오빠는 이만 가봐."배준우는 고개를 끄덕이고 고은영을 보며 말했다."30분만 기다려, 응?"“알겠어요!”고은영은 몹시 긴장해서 어쩔 줄 몰라했다. 그녀는 지금 이게 무슨 상황인지 전혀 알 수 없었다.비록 지금은 아무런 마찰도 없었지만, 이곳에 발을 들여놓기 시작하자 그녀는 무한한 압박감을 느꼈다.배준우는 발을 움직여 걸어 들어가려는데, 배지영이 그의 뒷모습에 대고 소리쳤다. "오빠!"그녀의 말투에는 걱정이 가득했다.배준우는 발걸음을 멈추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왜?"배지영은 무거운 목소리로 귀띔했다."아빠를 화나게 하지 마. 걸리지 말아야 함정에 걸리지도 말고!"이 귀띔을 들은 고은영은 더욱 무서웠다. 여기가 도대체 집이야 호랑이 굴이야?이전에 언니 고은지가 조 씨 가문으로 시집갈 때도 난리가 아니었지만, 왜 배씨 가문은 항상 지옥같이 보이지?배준우는 대답하지 않고 바로 들어갔다.배지영은 얼굴색이 약간 하얗게 질린 고은영을 향해 웃으며 말했다."우리 오빠가 새언니를 데리고 돌아왔다는 건 당신이 믿을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한 거겠죠."고은영은 정신을 차리고 배지영을 바라봤다!이 순간 그녀가 내 쉰 숨마저 모두 차가운 것 같았다.“제가 집 좀 안내해 드릴까요?""괜찮아요. 전 여기서 그를 기다릴게요!"고은영은 머리를 저었다.그녀는 배씨 가문과 친해질 이유가 없으니 그 자리에서 그를 기다리는 것이 더 현명한 선택이라고 생각했다.배지영이 그녀의 말을 듣고는 부드러운 웃음을 지었다. 그러나 그녀는 분명하게 적대감을 느꼈다.안에서는
배성훈은 격렬하게 기침을 했다.그의 어린 아름다운 아내가 끊임없이 그를 달래고 있었다.배준우는 고은영의 손을 잡고 바로 문 밖으로 걸어갔다.뒤에 있던 배성훈은 더욱 화가 나서 숨을 헐떡이며 끊임없이 소리쳤다. "불효자식, 이 불효자식!"단지 몇 분만에 이러난 일 이었다.그러나 이 폭발적인 충돌을 고은영은 전혀 보지 못했다.배 씨 가문에서 나온 후, 고은영은 배준우를 긴장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전에는 그저 그에게 계모가 있다는 것만 알고 있었다.그런데 이 계모 때문에 관계가 이렇게 혼란스럽게 될 줄은 몰랐다!배준우는 그녀를 끌어당기더니 부드러운 입술이 부딪쳤다. '찰칵~!'소리와 함께 화면이 휴대폰에 고정되었다.그러고 나서 배준우는 그녀를 풀어줬어!고은영은 얼굴이 빨개지며 더욱 놀랐다."배, 배 대표님……."배준우는 빈정거리며 그녀를 바라보았다."적응 안돼?"지금 그의 얼굴은 이미 배 씨 가문에서의 사나움과 폭발감이 사라졌다!눈 밑의 부드러움에 고은영은 눈이 부셨다.이 전후의 변화에 고은영은 마음속으로 그에 대해 조금 알 수 없는 안쓰러움이 생겼다.고은영이 고개를 숙인 채 굳은 말투로 물었다."우리 결혼한 거 진짜 발표하나요?"배준우는 '응’이라고 대답했다!고은영의 마음은 더욱 조마조마해져 눈을 감고 이를 악물었다. "안 돼, 안 돼요."전에 분명히 비밀이라고 말했는데, 지금 모든 사람들이 알게 소란을 피우면, 그녀는 정말 대처할 수 없을 것 같았다.이 압력은 해성 전체에서 오는 것만이 아니다. 그리고…… 그녀는 고은지에게 거짓말을 한 적이 있다.만약 그가 배 씨 가문에서 발표한 대로 성대한 결혼식을 올린다면, 그녀의 엄마와 동생 그리고 새아버지…….이 관계는 정말 여간 혼란스러운 것이 아니였다!배준우는 그녀가 안 된다고 하자 낯빛이 어두워졌다."왜?"위험이 깃든 그의 말투에 고은영은 더욱 놀랐다!지금 일이 점점 더 걷잡을 수 없이 흘러가고 있다고 느껴졌다.그리고 해성에 그를 탐내는 여자도 너무 많은데 만약
저녁에 사업 파트너를 만나러 가야 했던 배준우는 고은영을 하원 별장으로 데리고 가려고 했지만, 그녀는 숙소로 돌아가 안지영을 만나겠다고 했다.배준우의 집으로 간 뒤로 안지영은 계속 고은영에게 전화를 걸었었다. 그랬기에 고은영은 배준우와 헤어지자마자 얼른 안지영에게 전화를 걸었다."왜 전화를 안 받은 거야? 지금 어디야?"안지영이 다급하게 물었다."나 지금 숙소 밑에 도착했어. 방금 배 대표님이랑 같이 있어서 전화 못 받았어."고은영이 가슴을 쓸어내리며 대답했다.그녀는 아직 배준우의 집에서 마주한 상황속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듯했다."얼른 올라와.""저녁은 먹었어?""필요 없어, 나 입맛 없어."입맛이 없다는 안지영의 말을 들은 고은영은 이상함을 알아차리고 얼른 숙소로 올라갔다.고은영은 숙소로 들어서자마자 소파 위에 널브러져 있던 안지영을 보게 되었다."기다리느라 목 빠지는 줄 알았네, 지금 큰일 났다고!"안지영은 숙소로 들어서는 고은영을 보자마자 소파 위에서 벌떡 일어났다.안지영의 말을 들은 고은영이 놀라 다급하게 그녀에게 다가갔다."무슨 일인데?""진재한이랑 기성훈이 지금 나 실장 사무실에 있거든, 그 CCTV 영상이 아마 복구될 것 같아."고은영은 그 말을 들으니 숨이 턱하고 막혔다.창백했던 그녀의 얼굴이 더욱 창백해졌다."그, 그게 정말이야?""응. 방법이 없었다면, 두 사람이 아직까지도 나 실장 사무실에 남아있지 않았겠지."안지영이 심란한 얼굴로 말했다."아직 회사에 있으니까 복구시킬 게 분명해."고은영은 결국 다리에 힘이 풀려 소파에 풀썩 주저앉고 말았다.안지영도 머리카락을 잡고 고민에 빠졌다. 그녀는 의심을 불러일으킬까 봐 회사에 남아 잔업을 하지도 못했다.그리고 안지영은 판매부의 직원이었기에 대표님 사무실에 가서 알짱거릴 수 도 없었다.안지영은 지금 회사가 도대체 어떤 상황인지 알 수가 없어 답답해졌다.진재한과 기성훈이 그 동영상을 복구했는지도 알 수가 없었다."아니면 내가 그냥 다 털어놓을까?"고
“나태웅이 두려워하는 게 뭐 있어요!”안지영이 화를 내면서 얘기했다.나태웅은 장선명이 좋은 사람이 아니라고 했다. 하지만 안지영에게 있어서 나태웅도 좋은 사람은 아니었다.게다가 나태웅이 좋아하는 사람을 대하는 태도를 보면 이게 사람 맞나 싶을 정도였다.“나태웅은 극단적인 거지 멍청한 건 아니야.”나태웅은 본인에게 유리하고 불리한 것을 잘 아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오늘 안지영 앞에 나타난 걸 떠올리면... 장선명은 그런 나태웅을 가만히 둘 수 없었다.“그래도 이 사진들은 다 사실이죠.”“네가 이 사진 때문에 화를 내는 건 기쁜 일이지만 너한테 제대로 얘기해야 할 게 있어.”거기까지 얘기한 장선명이 말을 끊었다.안지영이 고개를 들고 물었다.“뭐요?”장선명과 결혼 준비를 하면서 안지영은 이 모든 것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소문 속의 장선명은 냉철하고 칼같은 사람이라고 했지만 안지영 앞의 장선명은 항상 웃는 얼굴로 자상하게 안지영을 대해주었다.그래서 안지영은 장선명이 도대체 왜 본인과 결혼한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분명 비즈니스 때문에 시작한 부부 연기인데 말이다!사실 처음부터 안지영은 장선명이 왜 본인을 도와주는 건지 알 수 없었다.나태웅이 가져온 사진을 보기 전까지는 말이다.장선명은 안지영의 목을 부드럽게 감싸고 코끝으로 안지영의 코끝을 가볍게 눌렀다.“그 사람이 살아있다고 해도 내가 사랑하는 건 너야.”“...”그 말을 들은 안지영은 심장이 순간 멎는 것 같았다.“정, 정말이에요?”‘잘못 들은 건가? 그 사람이 선명 씨한테 엄청 중요한 사람이라고 했던 것 같은데...’“과거는 과거일 뿐이야. 현재의 나는 네가 없으면 안 돼. 그 사람을 이미 다 잊었으니까 너랑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거야.”장선명은 진지한 말투로 얘기했다. 안지영은 믿지 못하겠다는 눈으로 장선명을 쳐다보더니 심호흡을 한 후 얘기했다.“그렇게 많은 여자들이랑...”“나랑 그 사람들은 아무 사이도 아니야. 안열이 전에 얘기해줬을 텐데.”“그래도 남자들
“얘기해 봐. 어떻게 해야 화를 풀 거야.”“하, 다른 사람을 위해서 목숨을 걸 정도였다면서요! 내가 화를 안 내고 배겨요?”안지영이 차갑게 얘기했다.“...”장선명은 약간 어리둥절해하면서 물었다.“내가 누구를 위해서 목숨을 걸었다는 거야? 나는 왜 모르겠지.”“이...”안지영은 인정하지 않는 장선명의 모습을 보면서 더욱 화가 났다.“정말 화가 난 거야?”“당연하죠. 난 대용품이 되고 싶지 않다고요!”장선명은 화가 난 안지영을 보면서 본인이 왜 안지영에게 빠진 것인지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안지영은 느낀 것을 그대로 얘기하는 솔직한 사람이었다. 가식적으로 돌려 말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그래서 장선명은 그런 안지영이 좋았다.“누가 그래, 네가 대용품이라고. 나태웅이 그래?”장선명이 안지영의 두 볼을 가볍게 꼬집으면서 얘기했다.그 말투는 마치 딸을 대하는 아버지처럼 부드러웠다.안지영은 장선명을 힐긋 보더니 얘기했다.“수많은 사진이 증명하고 있잖아요.”그 사진만으로도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었다.“그 사진들은 아무것도 아니야. 절대 나태웅을 믿지 마. 응?”“흥.”“아직도 화가 난 거야? 제발 내 말 좀 들어줘.”“안 들을래요!”안지영은 아예 고개를 홱 돌렸다.안지영은 너무나도 솔직하고 가감 없는, 상대방에게 본인이 왜 화가 났는지 잘 알려주는 사람이었다.장선명은 화가 나 등을 돌린 안지영을 보면서 작게 한숨을 쉬었다.원래는 좀 더 놀려주고 싶었지만 반응을 보니 그만해야 할 것 같았다.“알았어. 설명할게.”한숨 자고 일어났지만 여전히 이 일로 화를 내는 걸 보면 그냥 넘어갈 수 있는 일이 아닌 것 같았다.안지영은 장선명의 말을 듣고 그대로 굳어버렸다. “아니요. 됐어요. 설명하지 마요. 듣고 싶지 않으니까요.”진실이 두려워서 듣고 싶지 않을 정도였다.장선명은 웃으면서 얘기했다.“왜? 내가 널 잡아먹을까 봐 무서워?”그 말에 안지영은 또 참지 못하고 장선명을 가볍게 때렸다.오전에 있었던 일을 생각
안지영은 오후 두 시에 중요한 회의가 있었다. 하지만 안열은 사무실에서 안지영을 발견하지 못했다.‘설마 내가 한눈판 사이에 두 분이 나간 건가?’1시 30분이 되었지만 여전히 사람이 보이지 않았다. 안열은 급한 마음에 얼른 안지영에게 전화를 걸었다.하지만 전화를 받은 건 장선명이었다.“무슨 일이야.”그 말에서 안열은 이미 장선명의 짜증을 읽어냈다.안열은 약간 놀랐다.“선, 선명 도련님? 30분 뒤 안 대표님이 참석하셔야 하는 중요한 회의가 있습니다. 지금 안 대표님은 어디에...”휴게실에 있는 장선명은 고개를 숙이고 품에서 자고 있는 안지영을 쳐다보았다.오전에 너무 과했던 탓일까, 안지영은 계속 쭉 자고 있었다.“그냥 회의를 취소해.”“네? 그건...”“무슨 문제라도 있어?”“아, 아니요. 오늘 회의는 부승호도 참석하는 회의라... 알잖습니까.”부승호는 바로 하늘 그룹을 배신한 사람이다. 그러니 이번 회의가 얼마나 중요한지 장선명은 바로 알 수 있었다.장선명이 차가운 눈빛으로 얘기했다.“부승호한테 얘기해. 오늘 저녁 날 만나러 오라고.”“직접 나서서 안 대표님을 대신하실 생각입니까?”안열이 놀라서 물었다.예전에는 안지영이 성장할 수 있게 혼자 내버려두지 않았던가.그래서 안열과 장선명 다 안지영의 뒤에서 묵묵히 안지영의 성장을 지켜보고 있었다.그동안 안지영은 많은 일을 혼자서 해결했다.부승호와 마주하는 것도 안지영에게 있어서는 그동안의 실력을 검증할 가장 좋은 기회다.“무슨 문제라도 있어?”그 말에 안열은 바로 입을 다물었다.“아닙니다!”안열은 여전히 장선명의 의도를 알 수 없었다. 그래서 그저 장선명이 원하는 대로 움직이기로 했다.안열은 얼른 눈치껏 전화를 끊었다. 장선명은 전화가 끊긴 것을 확인하고 바로 폰을 꺼버렸다.안지영은 이미 그들의 목소리를 듣고 잠에서 깼다.장선명은 안지영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었다.“지금 몇 시예요?”“피곤하면 그냥 자.”장선명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얘기했다.안지영은 눈
테이블에는 다른 사진이 더욱 많았다.나태웅은 정말 이를 갈고 해외로 간 것이 틀림없었다.이것까지 다 알아내다니...이건 장선명의 가장 어두운 과거이자 다시는 들추고 싶지 않은 일들이다.하지만 그 일들이 지금은 나태웅 때문에 다시 밝혀지게 되었다.그동안 장선명이 마주하고 싶지 않았던, 마주할 수 없었던 과거들이었지만, 안지영이 건네준 사진을 보면서 장선명은 어느새 그 일에 대한 스트레스를 내려놓았다는 것을 발견했다.지금 와서 과거의 일을 돌이켜보니 아무런 감정도 없었다.“그 여자가 누구인지 얘기하라고요!”안지영이 화가 난 목소리로 얘기했다. 그러면서 장선명의 품에서 나오려고 안간힘을 썼다.하지만 장선명은 여전히 안지영을 꾹 잡고 도망치지 못하게 했다.그리고 라이터를 꺼내 불을 붙이더니 안지영의 앞에서 사진을 바로 불태워버렸다.“뭐, 뭐 하는 거예요!”안지영이 당황한 표정으로 물었다.장선명은 불에 탄 사진을 그대로 재떨이 속으로 던져버렸다.담배를 피우는 장선명을 위해 안열이 준비해 둔 재떨이였다.안지영 앞에서는 담배를 피우지 않아 그동안은 쓸모가 없었지만 지금은 아주 유용했다.테이블 위의 사진은 다 재떨이 안으로 들어가 활활 타올랐다.안지영은 멍해서 물었다.“그렇게 변명도 하고 싶지 않다는 거예요?”“변명? 이건 다 지나간 일일 뿐이야. 너무 오래전 일이라서 다 잊었고. 뭐 어떻게 변명해야 할지 생각도 안 나네.”“...잊었다고요?”안지영은 믿을 수 없었다.안열이 그러지 않았던가.장선명에게 아주 중요한 사람이었다고.사진 속의 여자들이 모두 비슷하게 생긴 걸 보면 장선명은 정말 그 여자를 아주 사랑한 것 같았다.그런데 그걸 잊다니.안지영은 믿을 수 없었다.그런 안지영의 모습을 본 장선명은 환하게 웃으면서 안지영의 머리를 쓰다듬더니 또 입술을 맞췄다.“읍... 아니, 읍...”‘미남계를 쓰겠다는 거야?’안지영은 약간 화가 났다. 원래 이런 건 그냥 두면 찝찝한 편이다. 사실을 알지 못하면 마음에 걸리니까 말이다.
사무실에 들어간 장선명은 안지영이 그를 등지고 의자에 앉아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이미 뒷모습에서부터 안지영의 화난 모습이 보였다.앞으로 다가가 의자를 돌린 장선명이 두 손으로 의자의 손잡이를 잡았다.그리고 웃는 눈으로 안지영을 바라보았다.안지영이 화가 나서 씩씩 대는 모습을 보았을 때도 더욱 환하게 웃었다.하지만 안지영은 그런 장선명을 보면서 더욱 화가 났다.“웃겨요?”“질투하는 거야?”두 사람이 거의 동시에 입을 열었다.안지영은 장선명의 말을 듣고 약간 놀랐다.“화 안 났어요. 난 화를 잘 안 내는 사람이에요.”“그래?”“...”질투냐고?안지영은 질투가 뭔지 몰랐다.하지만 눈앞의 이 남자가 다른 여자를 위해서 목숨을 걸었다는 것을 떠올리면 속이 좋지 않았다.생각에 잠겨있을 때 갑자기 안지영이 놀라서 소리를 질렀다.장선명이 안지영을 번쩍 안아 들고 의자에 앉은 것이었다.장선명은 웃음기 가득한 시선으로 안지영을 바라보고 있었다.안지영은 놀라서 허둥대면서 얘기했다.“이거 놔요!”하지만 장선명은 움직이는 안지영을 놔주지 않고 그대로 입술을 가져갔다.안지영이 버둥댈수록 장선명은 더욱 깊게 안지영의 입술을 머금었다.안지영은 그런 장선명에게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결국 안지영이 숨을 쉬지 못하자 장선명이 안지영을 풀어주었다.안지영이 손을 들어 장선명의 뺨을 치려고 할 때, 장선명이 안지영의 손목을 잡고 웃으면서 물었다.“화났어?”“흥.”안지영은 화가 났다.그것도 단단히 화가 났다.안지영은 장선명이 점심 전에 도착한 것이 분명 그 일 때문이라고 생각했다.안열이 알려줬을 테니까 말이다.그런데 와서 아무 해명도 하지 않고 입술부터 들이미니, 너무 미웠다.장선명은 그런 안지영을 보면서 짜증스러운 기색을 내비치지 않았다.오히려 속 편히 웃으면서 안지영을 바라보았다.그리고 마지막에는 한숨까지 푹 내쉬었다.“그렇게 화가 난 거야?”말을 마치고는 안지영의 이마에 가볍게 키스했다.안지영은 이제 더는 참을 수 없었다.“오자
“네? 그게 무슨 뜻이에요?”안지영은 어리둥절한 얼굴로 안열을 바라봤다. 안열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어휴, 됐어요. 더 얘기해 봤자 짜증만 나요.”더 말했다간 정말 참지 못하고 화를 낼 것 같았다.나태웅에 대해 할 욕은 이틀 밤을 새워도 모자랄 정도였다.“...”사람을 화나게 만드는 법은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말을 하다가 마는 것이고...안지영은 뾰로통해진 채로 안열의 상처를 치료해 주었다.안열은 휙 돌아서 사무실을 나갔다.지금 안열의 머릿속에는 나태웅에 대한 욕뿐이었다.그런 일이 있었는데도, 감히 또 안지영을 찾아오다니.도대체 무슨 낯짝으로 온 건지......사무실에 홀로 남겨진 안지영은 아까 안열이 한 말을 떠올렸다.그게 도대체 무슨 뜻이지?평소에는 똑 부러지고 영리한 안지영이지만, 이번만큼은 안열의 말에 머릿속이 복잡해졌다.뻔뻔하다는 뜻이라면... 나태웅은 원래부터 그렇게 뻔뻔했다.하지만 이번은...안열은 복잡한 생각에 머리를 휙 털었다.그리고 사무실을 나오자마자 장선명에게 전화를 걸었다.원래는 장선면은 점심쯤에 안지영을 데리러 올 예정이었지만, 안지영의 전화를 받고 바로 달려왔다.안지영의 사무실에 들어가기 전, 장선명은 안열이 자리에 앉아 아이스팩을 발 위에 올려놓은 것을 발견했다.“다리는 왜 그래?”갑작스러운 목소리에 안열은 깜짝 놀라 손에 쥔 아이스팩을 떨어뜨릴 뻔했다.장선명을 보자, 안열은 얼른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읏...!”하지만 고통을 참지 못하고 신음을 흘리고 말았다.“어떻게 된 거야?” 그렇게 묻는 장선명의 목소리는 차가웠다.안열을 이렇게 만든 사람이 있다는 것 자체가 믿기 힘들었다.안열은 고개를 숙였다. 차마 나태웅 때문이라는 말은 꺼내지 못해 그저 둘러댔다.“그냥... 실수로 넘어진 거예요.” “어떻게 넘어졌길래 거기만 그렇게 다치는 거야?” 장선명의 시선은 예리했다.보통 넘어진다면 무릎이 먼저 다치기 마련인데 안열은 무릎은 멀쩡하
나태웅은 믿을 구석 하나 없는 사람이긴 하지만 나태웅이 가져온 정보 때문에 안지영은 더욱 속이 복잡해졌다.안열은 결국 고통을 참지 못하고 얘기했다.“약 좀 바르고 올게요.”그 말에 안지영은 생각이 끊겨버렸다.정신을 차린 안지영은 안열의 발등이 부어올랐다는 것을 발견했다. 장선명이 사랑하는 사람...하지만 그 생각도 잠시, 안열은 본 안지영은 결국 또 나태웅에게 화가 났다.“왜 이렇게 된 거예요. 정말 나태웅을 못 이기는 거예요?”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일방적으로 맞을 것 같지는 않은데 말이다.밖에서 싸우는 소리도 듣지 못했는데 이런 일이 일어나다니.안열은 아파서 제대로 걷지도 못했다.“제가 만약 나태웅과 싸워서 이길 수 있었다면 진작 죽여버렸을 겁니다.”“...”진작 죽여버린다니.그 ‘진작’은 과연 언제일까?다시 생각해도 나태웅은 정말 독설만 퍼붓는 사람이었다. 안열을 볼 때마다 개라고 욕하니까 말이다.그래도 전에 동영 그룹에서 출근할 때는 이렇지 않았던 것 같은데 말이다.안지영은 우물쭈물하면서 안열에게 물었다.“두 사람, 전에도 안 좋은 사이였어요?”안열과 나태웅이 만날 때마다 안열은 대수롭지 않아 했고 나태웅은 화를 냈었다.그러니 두 사람 사이에 아무 일도 없었다는 건 말이 안 되었다.그렇게 물으면서 안지영이 구급상자를 가져와 상처를 처리해 주었다.안열이 거의 소리를 지르면서 얘기했다.“앗... 아파요... 아파...”“...”안열은 평소에 고통에도 끄떡없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아파하는 것을 보니 나태웅이 얼마나 아프게 때린 것인지 알 수 있었다.“제가 무슨 원한이 있겠어요! 한 것도 없는데...”“...”“굳이 꼽자면... 안 대표님 일로 원한이 있는 거죠.”“나요?”“네. 저는 안 대표님이 선명 도련님과 결혼하기를 바랐으니까요. 아마도 그것 때문에 저를 싫어하는 게 아닐까요?”안열을 말을 들은 안지영은 약간 마음이 복잡했지만 또 본인의 선택이 틀린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안열은 장선명의 부하로
“난 대체 누구의 대용품이었어요?”안지영이 바로 물었다.안열은 장선명과 오랜 시간 함께 했으니 사진 속의 사람이 누구인지 다 알 것이다. 그러니 장선명이 진짜 사랑하는 사람이 누구인지도 알 것이다.안열은 안지영의 말을 듣고 표정이 그대로 굳어버렸다.“그건...”“두 사람은 왜 헤어진 거예요?”안지영이 또 물었다.“...”안열을 그 어느 질문에도 대답할 수 없었다.안열은 이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느꼈다.안지영이 얼마나 칼 같은 사람인지, 안열은 잘 알았다.물론 안지영과 장성명의 사이가 안지영 때문에 시작한 것이라고 하지만 장선명에게 설레지 않았다면 안지영은 장선명과 결혼하지 않았을 것이다.안열은 결국 또 속으로 나태웅을 욕했다.“그렇게 생각하지 말아요. 선명 도련님이 안 대표님과 결혼하려는 건 안 대표님을 사랑해서지, 다른 사람의 대용품으로 생각하는 게 아니니까요.”“사진 속의 여자들과 아직도 연락해요?”“절대 아닙니다. 제가 맹세할게요!”안열이 진지하게 얘기했다. 안지영이 괜히 장선명을 이상하게 생각할까 봐 무서웠기 때문이다.안지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안열을 쳐다보았다. 안열은 그런 눈빛을 마주하고 약간 긴장했다.“진짜예요. 사진 속의 여자들과 아무 사이도 아닙니다. 선명 도련님이 얼마나 칼 같은 분인지 잘 알잖아요.”“하긴, 안열 씨는 선명 씨 사람이니까 그편을 들겠죠.”“아니요, 전 안 대표님 편입니다. 같은 여자로서요.”“나도 그 어떤 여자의 대용품이었겠죠.”“그건 다른 거죠! 그 사람은 이미 죽었으니까요. 나태웅이 왜 갑자기 이 일을 들춘 건지는 모르겠지만... 죽은 사람까지 들먹일 줄은 몰랐어요!”안열은 정말 나태웅을 죽여버리고 싶었다.요즘 나씨 가문에 생긴 일을 보면 나씨 가문 사람들은 다 하나같이 쓰레기였다.“죽었다고요?”안지영이 깜짝 놀라서 물었다.안열이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다들 모르는 일이잖아요!”안지영이 놀라서 얘기했다.장씨 가문 남자들은 하나같이 차갑고 냉정하다는 소문을
안지영은 약간 생각하더니 얘기했다.“그런데 그렇게 욕한 게 오늘이 처음인 건 아니지 않아요?”“...”안지영이 그렇게 얘기하자 안열은 더욱 화가 났다.“저를 볼 때마다 저한테 개라고 욕해요. 개자식... 개같은 건 본인이면서! 나씨 가문 전체가 그냥 다 개예요!”안지영은 이마를 짚으면서 그 말을 들었다.“안열 씨를 그렇게 욕하고서도 잘 살아있다니... 신기할 정도네요.”안열이 얼마나 성격이 더러운지, 이제는 안지영도 잘 알았다.하지만 나태웅은 번마다 안열을 욕하면서 멀쩡히 살아있으니, 안지영은 약간 놀라웠다.“못 이긴다니까요!”“...”도대체 나태웅의 실력이 얼마나 좋기에 안열도 상대할 수 없는 걸까.“됐어요. 나태웅 얘기하면 기분이 잡치니까 그만 해요.”나태웅은 그런 존재다.언급만으로도 눈살이 찌푸려지게 하는 사람이다.“그건 맞아요. 짜증 나는 사람이죠.”안지영은 나태웅이 정말 너무 싫었다.“그러니까 무조건 승소해요!”너무 화가 나니 아무리 나태웅 얘기를 꺼내지 말자고 해도 결국 나태웅 얘기를 꺼내게 된다.안지영은 고개를 끄덕였다.“걱정하지 마요. 분명 승소할 겁니다!”안지영이 두 주먹을 꼭 쥐었다.안열뿐만이 아니라 안지영도 화가 난 상태다.안지영은 머릿속이 너무 복잡했다. 너무 화가 나서 이 화를 전부 나태웅에게 쏟아버리고 싶었다.안열은 안지영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걱정하지 마요. 꼭 이기게 해줄게요!”나태웅을 고소하려던 건 안지영이었다.하지만 지금은 든든한 아군이 생겼다.그 뜻인즉슨 나태웅은 여태껏 살아오면서 많은 사람들을 건드렸다는 것이다.안열은 안지영 앞에 있는 사진을 슬쩍 보았다. 안에는 장선명도 있는 것 같았다.“뭘 보는 거예요?”그렇게 물으면서 사진을 확인하려던 때, 안지영이 빠르게 사진을 가져가려고 했다.하지만 안열이 그 중 한 장을 손에 넣었다.사진을 본 안열은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안지영의 표정도 그대로 굳어버렸다.안 그래도 아까 일 때문에 화가 났는데, 나태웅이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