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은 대답하지 않는다

별은 대답하지 않는다

last updateHuling Na-update : 2026-08-23
By:  바다오렌지Kumpleto
Language: 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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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그를 악마라 불렀다. 그녀만은 그의 이름을 불렀다. 서로를 구원이라 믿은 두 사람은, 끝내 가장 잔인한 선택 앞에 선다. 사랑은, 사랑하는 사람을 자유롭게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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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banata 1

1부. 소녀와 소년, 그리고 신부 - 01

W시, 1월 15일.

깊은 겨울밤, 굵은 눈송이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거리에 벌써 소복이 쌓인 흰 눈은 오가는 차량과 사람들의 발에 밟혀 진창처럼 더럽게 변해가고 있었다.

도로 한편에는 남색 아우디가 조용히 서 있었다.

소유하는 눈처럼 새하얀 롱패딩 차림으로 꽃집에서 산 장미꽃다발을 안고 차 쪽으로 걸어가면서 남편 오승현에게 전화를 걸었다.

오늘은 유하와 승현의 결혼 8주년 기념일이다.

유하는 일을 서둘러 끝내고, 남편과 단둘이 식탁에 앉아 촛불을 켜고 조용히 저녁을 먹고 싶었다.

함께 버텨낸 7년을 기념하고, 여덟 번째 해를 함께 시작하고 싶었다.

첫 번째 통화 시도는 실패.

두 번째, 세 번째 통화도 역시 승현은 받지 않았다.

한참 동안 기다린 뒤에야,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무슨 일이야?]

유하의 얼굴에서 천천히 미소가 사라졌다. 그래도 애써 침착하게 말했다.

“오늘 우리... 밖에서 저녁 먹기로 했잖아요. 장소는...”

[업무 중이야. 바빠.]

더 말할 틈도 없이, 전화는 일방적으로 끊어졌다.

유하는 핸드폰을 꼭 쥔 채, 하얀 입김을 뿜으며 가만히 서 있었다.

세찬 눈바람에 한기가 스미자 옷깃을 여미고 몸을 한 번 떨었다.

장미의 붉은 꽃봉오리가 눈 속에서 유독 쓸쓸해 보였다.

‘이 사람... 오늘이 무슨 날인지 기억이나 할까?’

‘우리 분명히 약속했잖아.’

‘그런데 왜 이렇게 매번, 아무렇지 않게 미루고, 무시하고...’

‘저녁 한 끼 같이 먹는 게 그렇게 어려운 일이야?’

유하의 눈에는 눈물도 나지 않았다. 그저 갑작스럽게 깊은 피로감이 밀려왔다.

그녀는 눈을 가만히 감았다가 다시 떴다.

떨리는 손끝으로 다시 연락처를 눌렀다.

이번엔 아들 오준서의 번호였다.

남편과 오랜만에 단둘이 시간을 보내고 싶어서 시어머니께 부탁해 준서를 본가로 보냈지만.

로맨틱한 저녁 식사 자리가 무산된 이상, 아이를 데리러 가야 했다.

...

화려하고 사치스러운 레스토랑 한편.

고급스러운 분위기 속에 우아하고 아름다운 여자 한 명과 여섯 살쯤 되어 보이는 남자아이가 마주 앉아 있었다.

아이는 새로 받은 게임기를 품에 안고 정신없이 손가락을 움직이고 있었다.

테이블 위 핸드폰 화면이 반짝이며 ‘엄마’라는 이름이 떴지만, 준서는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그 옆에 앉아 있던 하연우가 슬쩍 고개를 기울였다.

화사한 복숭앗빛 눈매가 부드럽게 휘더니, 손끝으로 전화를 받아 조용히 무음으로 전환한 뒤, 핸드폰 화면이 보이지 않게 식탁에 엎어놓았다.

그녀는 아이를 보며 다정하게 말했다.

“준서야, 이모가 사준 게임기 마음에 들어?”

그 시각, 전화가 연결된 유하는 낯선 여자의 목소리를 들은 순간, 숨이 멎는 듯한 충격에 잠시 말을 잃었다.

그다음으로 밀려온 것은 등골을 타고 흐르는 싸늘한 냉기였다.

하연우였다.

승현의 어린 시절 친구이자, 첫사랑이었던 여자.

‘하연우... 분명 박사 과정을 위해 해외에 있을 텐데...’

‘어떻게, 왜 지금, 준서와 함께 있는 거지?’

‘설마... 돌아왔어? 그리고... 왜 하필 준서랑 같이 있는 건데?’

...

레스토랑 안.

게임기에서 겨우 시선을 떼고 고개를 든 준서는 해맑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연우 이모가 최고예요. 고마워요, 이모!”

연우는 붉은 입술을 부드럽게 올리며 물었다.

“이상하네? 집에서도 게임기 안 사줘?”

‘MB그룹 같은 대기업의 후계자라면, 이런 게임기 정도는 몇십 개도 살 수 있을 텐데...’

‘게임기를 넘어, 게임 회사를 통째로 사는 것도 가능할 텐데...’

준서는 뺨을 부풀리며 뾰로퉁한 표정으로 말했다.

“아니에요. 아빠도 할머니 할아버지도 다 괜찮다고 했는데... 맨날 엄마가 뭐든 다 간섭하고, 어쩌고저쩌고 잔소리만 해요.”

“게임도 정해진 시간 지나면 꼭 뺏어가요. 진짜 짜증 나요. 게임을 하게 해 주는 연우 이모가 엄마보다 훨씬 좋아요.”

연우는 살짝 웃으며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말투는 여전히 따뜻했다.

“그렇게 말하면 안 돼. 엄마는 네 눈 나빠질까 봐 걱정돼서 그러는 거잖아. 엄마가 들으면 속상하실 거야.”

“에이, 엄마는 속 안상해요.”

준서는 고개를 푹 숙이고 다시 게임에 몰입하며 무심히 중얼거렸다.

“우리 엄마는 성격 되게 좋아요. 난 한 번도 엄마가 화내는 거 본 적 없어요.”

연우는 미소를 지으며 시선을 테이블 위 음식으로 옮겼다.

잠시 고민하듯 쳐다보다가, 젓가락을 들어 매콤한 깐풍기를 하나 집어 게임 삼매경에 빠져 있는 준서 입에 살짝 넣어주었다.

“이모가 기억하기론... 준서 엄마가 매운 요리 잘한다고 했던 것 같은데? 이모도 매운 거 진짜 좋아하거든.”

준서는 눈을 반짝이며 입안의 고기를 오물오물 씹었다. 입가에 해사한 미소가 번졌다.

“맞아요! 우리 엄마 매운 요리 진짜 잘해요. 밖에서 파는 거보다 훨씬 맛있어요. 아빠도 나도 엄청나게 좋아해요. 연우 이모도 좋아하면, 나중에 우리 집 놀러 오면 엄마가 해줄 거예요!”

연우는 눈가에 웃음을 머금고, 일부러 놀란 듯한 표정을 지었다.

“어머, 정말 그래도 돼?”

준서는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요! 나도 아빠도 연우 이모 좋아하니까, 당연히 우리 집에 와도 돼요.”

“그럼... 준서는 연우 이모를 정말 정말 좋아하는 거네?”

연우는 장난기 어린 손끝으로 준서의 말랑한 뺨을 콕 찔렀다.

준서는 그 손가락에 살짝 얼굴을 비비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엄마도 연우 이모처럼만 해주면 좋을 텐데... 엄마는 맨날 간섭하고, 잔소리하니까 너무 피곤해요...”

‘이런 말을, 꼭 이렇게까지 직접 말하다니...’

연우는 속으로 조용히 웃었지만,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리고 한 점 흐트러지지 않은 표정으로, 입술 끝에 여유로운 미소만 걸려 있었다.

...

몰아치는 찬바람 속, 흩날리는 눈송이가 세상을 집어삼키듯 퍼지고 있었다.

유하는 산 위의 소나무처럼 굵은 눈발 속에 홀로 서 있었다.

눈은 그녀의 눈썹 위와 머리카락 위에 하얗게 쌓이기 시작했다. 핸드폰 너머 들려오는 아들의 목소리에 유하의 눈가는 서서히 붉어지기 시작했다.

‘매운 음식이 맛있다니... 그 말이 왜 이렇게 뼈에 사무치게 박히는 걸까?’

남편과 아들이 매운 걸 좋아해서 유하는 짬짬이 시간을 내어 유명 셰프에게 요리를 배웠다.

그녀는 주말이면 꼭 정성껏 식탁을 차렸고, 요리 솜씨는 누구와도 견줄 만하다고 자신했다.

하지만 지금 준서의 한마디에, 가슴 한가운데가 쿡쿡 쑤셨다.

‘내가 그렇게 애지중지 기른 아들이 단 한마디 말로 날 귀찮은 사람으로 만들어버리네.’

‘7년을 품에서 키웠는데... 돌아온 말이 ‘엄마는 잔소리 심해서 싫어, 연우 이모가 더 좋다’... 정말,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을까?’

유하는 전화기를 끊고 싶은 충동이 올라왔다.

하지만 손가락이 조심스레 통화 종료 버튼 위를 스치려던 그때, 낯설고도 익숙한 남자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미안, 방금 좀 일이 있어서...]

순간, 차갑게 굳어 있던 여자의 손끝이 반사적으로 움찔거렸다.

이 남자 목소리의 주인공은... 승현이었다.

유하는 심장이 조여드는 듯한 통증을 느꼈다.

그리고 도저히 참을 수 없어 터져 나오는 웃음을 내뱉고 말았다.

‘이게 당신이 말한 ‘바쁜 일’이야?’

‘결혼 7주년 되는 날, 아내는 눈 속에 서 있는데...’

‘당신은 첫사랑과 밥을 먹고 있었구나.’

‘게다가... 내 아들까지 함께.’

전화는 어느새 뚝 끊겨 있었다.

남겨진 건, 하얗게 내려앉은 침묵과 눈발뿐.

유하는 그 자리에서 한참 동안 허탈한 웃음을 웃었다.

그 웃음 끝에, 붉게 충혈된 눈가엔 눈물방울이 맺혔다.

그러고는 품에 안고 있던 커다란 장미꽃다발을 차디찬 눈밭 위로 거칠게 내던졌다.

툭-

꽃은 바닥에 부딪히며 터졌고, 유하는 발로 꽃다발을 힘주어 밟았다.

장밋빛 꽃잎이 짓이겨져 눈 위에 흩어졌다. 하얀 세상 속, 붉은 파편들은 마치 터진 핏방울처럼 선명하고 잔인하게 번졌다.

유하는 느리게 차에 올라탔다.

차 안의 히터가 꽁꽁 얼었던 몸을 서서히 녹여주었지만, 얼어붙은 마음까지는 데우지 못했다.

‘사랑했던 날들, 믿었던 순간들... 이제 와서 무슨 의미가 있지?’

창밖엔 여전히 눈이 내리고 있었다.

유하는 알고 있었다.

승현이 자신과 결혼한 이유가 사랑이 아니라는 걸.

그날 밤의 혼란, 그리고 예기치 않은 임신, 시어머니의 강한 압박.

결혼은 결국 책임과 체면을 위한 선택일 뿐이었다.

승현은 유하를 사랑하지 않았다.

어쩌면 미워했을지도 모른다.

그는 믿었다. 자신과 연우 사이, 아름다웠던 인연을 유하가 끊어버렸다고.

그리고 유하는 비열했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여자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미워했고, 피했고, 차갑게 거리를 두었다.

‘그땐... 정말 몰랐어. 그 사람이 내게 이렇게 차가울 줄은...’

그때의 유하는, 너무도 어렸다.

달빛처럼 찬란한 사람을 보고 마음을 빼앗겼고, 그 눈부심에 취해 그저 조금이라도 가까워지고 싶었던 마음이 전부였다.

조금만 더 다가가면 닿을 수 있을 줄 알았다.

‘그 사람한테 잘하면... 조용히, 얌전히 곁을 지키면...’

‘언젠가는 나에게 마음을 줄 거라고 믿었어. 내가 잘하면 괜찮을 거라고.’

그렇게 믿으며 달려온 시간.

하지만 유하의 손에 받아 든 건... 복수처럼 차가운 침묵뿐이었다.

7년간의 결혼 생활은.

말 대신 건네진 건, 복수처럼 쌓여가는 냉담한 침묵과 외면.

그 차가움은 아들에게도 전염되어, 준서 역시 점점 유하를 밀어냈다.

준서는 엄마를 싫어했고, 거부했다.

이 집에서의 유하는... 그저 투명 인간 같은 ‘도구’에 불과했다.

아무도 유하의 존재를 신경 쓰지 않았고, 누구도 유하를 ‘가족’으로 보지 않았다.

존재감 없는 아내,

감정 없는 엄마,

불필요한 존재.

이제야 유하는 깨달았다. 승현의 마음은... 아무리 데워도 녹지 않는 얼음이라는 걸.

이제... 끝내야 할 때다.

...

차량 전조등의 따스한 노란빛이 유하의 창백한 얼굴을 비추었다.

곧게 뻗은 콧대와 작고 단정한 입매, 그리고 차가운 공기에 살짝 언 벚꽃 빛 코끝이 돋보였다.

유하는 아직 완전히 풀리지 않은 손가락을 천천히 움직이며, 고리대학교 시절부터 알고 지낸 변호사 친구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내일 시간을 잡아서 이혼 상담과 재산 정리에 대한 논의를 위해 만나자고 했다.

그리고 결단을 내린 이 순간, 유하의 손끝은... 누구보다 단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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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소녀와 소년, 그리고 신부 - 01
⁠⁠ 나는 아직 그때의 판단이 옳았는지 확신할 수 없었다. 내가 6번째 악마를 봉인하기 위해, 만났던 소녀와 소년의 이야기이다. ⁠⁠***⁠⁠- 똑똑날카로운 소리가 안과 밖의 긴장감을 고조시켰다. 숨정도는 쉬어도 되는데, 숨도 쉬지 않고 나를 주시하는 시선들에 괜히 덩달아 숨을 삼켰다. 몇 번이나 두드려도 들려오지 않는 대답은 나의 인내를 시험했다. 나의 인내는 담배 한 개비 피울 정도이기에 손에 쥔 리볼버를 강하게 쥐고 억지로 문을 부수고 안으로 총구를 겨눴다. ⁠“음?”⁠밖의 사람들이 요란스러운 것과 달리 안은 한적했다. 아니, 한적하다고 해야 하나? 먼지가 가득 쌓인 낡은 건물 한가운데서 썩은 밀가루 포대를 뒤적이던 생쥐를 보아하니 밖의 사람들이 온갖 소란을 떠는 것과 달리 아무 일도 없어 보였다. 괜히 어깨에 잔뜩 들어간 힘이 푹 빠져 잘게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뒤에서 숨죽인 사람들을 보며 안심하라는 듯이 어깨를 으쓱이자, 사람들은 안의 생쥐를 보고 그제야 안도의 숨을 몰아쉬었다. ⁠“바쁠 텐데 미안하네, 하지만 요 며칠 주위가 하도 소란스러워야지….” “충분히 이해합니다.”⁠인자한 표정을 하는 것은 이제 도가 텄다. ⁠“그래서, 젊은 신부님께서 이 시골구석까지 오게 된 이유가 뭔가?” “악마의 매… 아니, 계약자를 찾고 있습니다. 혹 아시는 게 있을까요?”⁠최대한 정중한 말투로 물었다. 하지만 영감은 놀란 표정으로 입을 떡 벌리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필시 무언가 아는 것이 있는 얼굴이었다. ⁠“한 달을 꼬박 찾고 있습니다.” “당신이 항간을 떠들썩하게 만드는 퇴치사….” “맞습니다. 제가 그….” “프란치스코?” “…… 그는 제 동기입니다. 전 레이븐이라고 합니다.”⁠민망함에 헛기침하며 시선을 돌리는 영감을 보며 다시 한번 이름에 악센트를 주며 말하자, 노인은 몇 번이나 알겠다고 대답한 뒤에 새하얀 수염을 문질렀다. ⁠“확실한 건… 우리 마을에는 없네.”⁠그리고 기대했던 대
last updateHuling Na-update : 2026-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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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소녀와 소년, 그리고 신부 - 02
⁠⁠“뭐?”⁠혹시 지금 시비를 거는 건가?물론 내 행실이 바르지 못하다는 건 자각하고 있다.하지만 그것이 이런 소녀에게(심지어 처음 만난 사이에) 듣게 된 것이 여간 충격이 아니었다.⁠“신부님, 저를 꽤 어리게 보시는 거 같은데… 저, 그렇게 어리지 않아요.”“내가 봤던 앙큼한 소녀들은 모두 짠 듯이 그런 말을 했지.”“음… 진짠데.”⁠여기서 소녀와 말장난을 더 했다가는 그나마 남은 기력도 모조리 사라질 판국이다(당연하지만 도망치는 게 아니다.). 잘게 숨을 쉬고는 대충 손을 펄럭이며 소녀를 등지고 발걸음을 재촉했다. 기억상 다음 마을은 그나마 가까이 있으니, 저녁쯤이면 도착할 수 있을 것이다.⁠탁. 탁. 탁. 탁.터벅터벅한 무거운 발걸음 뒤에 가벼운 소리가 따라왔다.이번에는 정말로 위험을 감지했다.⁠“마을로 돌아가. 왜 날 따라와?”“난 마을 사람이 아닌걸요!”“뭐?”⁠그제야 다시 훑어본 소녀는, 확실히 그 시골에서는 구할 수 없는 값비싼 옷을 입고 있었다.금빛의 눈동자와 어울리지 않는 새카만 머리카락 사이로 보이는 귀걸이도 그 옷값에 지지 않을 기세로 반짝이고 있었다.⁠“제안 하나 할 게요!”⁠이 당돌함은 부에서 나오는 당돌함인가?⁠“시끄러워. 네 갈 길 가.”“그러지 말고! 저의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갈 수 있도록 보디가드를 해주세요!”“난 몸값이 비싸. 딴 녀석을 알아봐.”“나쁘지 않을 텐데? 악마의 매개체를 찾고 있는 거 아닌가요?”⁠두어 발짝 앞서던 걸음이 그 말에 멈췄다.⁠“알고 있냐?”⁠이번은 분명하다.이 소녀는 알고 있다.⁠“난 손해 보는 거래를 싫어해.”“손해 보지는 않을 거예요.”⁠직감이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눈을 가늘게 뜨며 야시시하게 웃는 소녀는 짓궂었다.⁠⁠***⁠⁠“신부님은 생각보다 무능력하네요.”“이럴 땐 지붕이 있는 곳에서 자게 된 것만으로도 천만다행이라고 말하는 거야.”⁠소녀가 가고자 한 곳은 그다지 먼 길은 아니었다.다만, 뒤에서
last updateHuling Na-update : 2026-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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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소녀와 소년, 그리고 신부 - 03
⁠⁠“내 옷이 문젠가?”“아마도.”“기껏 새로 산 옷인데.”⁠ 당연히 그 옷만이 아니라, 귀에 걸린 그 반짝이는 귀걸이도, 새카만 머리에서 빛이 나는 머리의 끈도 한몫할 것이다. 가볍게 몸을 휘둘러 긴장을 푼 것은 효과가 있었다. 아슬아슬하게 닿을 뻔한 발은 공중에서 몸을 뻗은 소녀로 인해 그대로 낙사할 뻔했지만, 인간은 자신의 목숨에 위험이 다가오면 초인적인 힘을 발휘한다. 그리고 그 순간이 지금이었다.⁠ “후우.”⁠ 거칠게 숨을 내뿜었다. 소녀의 허리를 끌어안은 팔에 나도 모르게 힘이 강하게 들어갔다. 요즈음 어떤 악마나 시체를 봐도 요동치지 않았던 심장이 오래간만에 요동쳤다. 짜증이 가득 담긴 눈으로 소녀를 노려보자, 해가 떠오르는 듯이 반짝반짝한 금빛에 멈췄다. 그 금빛은 눈을 가늘게 휘어 웃으며 작은 손으로 회중시계를 흔들고 있었다.⁠ “보물이라고 했잖아요?”⁠ 보물이지.하지만, 까딱했다가 둘 다 땅에 머리부터 처박아 죽을 뻔한 것은 생각하지 않는가?요동치는 자기 심장과 달리 천진난만하게 웃는 얼굴에 결국 입을 꾹 닫고 다리를 움직였다.신부로서 한밤중 도망자 신세라니.이런 경우는 또 신선했다.이런 기묘한 경험을 하게 해준 소녀를 바라보자, 여전히 회중시계를 빤히 바라보며 작은 손가락으로 루비를 톡톡 건들고 있었다. 그것이 그렇게 탐나는 건지 빤히 보고 있는 모습이 기가 찼다.⁠ “그렇게 탐내도 못 줘.”“신부님의 보물을 탐낼 생각은 없어요.”“그렇다고 하기엔 손길이 불순한데.”“그보다 나 언제까지 이렇게 가야 해요?”⁠ 옆구리에 가방처럼 매달린 것이 퍽 불만이었나보다.아니, 불만이라고 하기에는 여태 다리를 흔들거리며 잘 매달려 있지 않았나?지금도 말만 그렇지 내릴 생각은 전혀 없는 주제에.⁠ “네 짧은 다리로는 한참 걸릴 거야.”“그러지 않아도 돼요. 곧 올 때가 됐거든요.”⁠ 소녀의 말이 무슨 의미인지 되묻기도 전에, 떠오르는 해를 등지고 낯선 목소리가 들렸다. 눈부심에 제
last updateHuling Na-update : 2026-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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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소녀와 소년, 그리고 신부 - 04
⁠⁠⁠인적이 드문 숲속, 맑고 투명한 호수와 호수가 사람을 삼켜도 아무도 모를 듯한 고요한 대저택. 그리고 이 저택의 주인인 것 같은 소녀. ⁠“그러니까, 내가 그리 적은 나이가 아니라니까요?”“그리고?”⁠눈앞의 고기를 썰며 묻자, 무슨 의미냐고 묻는 듯이 두 눈이 동그래져 나를 바라봤다. ⁠“이곳에 온 뒤로 나온 말들이 전부 나를 놀라게 했거든. 또 뭔가 남았나 싶었지.”“전혀 놀란 표정이 아니던데?”“놀란 거야.”⁠지금 나의 말에 재밌는 부분은 없다. 하지만 어린아이처럼 까르르 웃으며 먹기 좋게 썰린 고기를 입에 넣는 소녀를 보며 잘 익은 고기를 입안에 넣자 고기는 살살 녹아 목구멍을 넘어갔다.⁠“그럼, 이제 내가 질문할 차례인가?”“뭐든.”“나는 악마를 퇴치하기 위해 다니는 신부야.”“네.”“알고 접근한 거지?”“당연하죠.”⁠쥐고 있던 나이프를 ‘탁’ 소리 나게 올려놓자, 소녀는 나의 뜻을 정말로 이해하지 못한 듯 제법 귀엽게 고개를 갸웃거렸다.⁠“… 나를 이곳에 데리고 이유를 모르겠는데?”“다른 악마들이 궁금해서요. 실제로 다른 악마를 본 적은 없거든요.”⁠반짝이는 눈망울에 골머리가 아파졌다. 그래, 악마를 다섯 번이나 퇴치했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이었다. 보통 악마는 ‘물건’을 매개체로 봉인하고 있었고 막대한 돈을 받고 그것을 지키는 이들과 지금 눈앞의 소녀는 영 다른 모습이다. ⁠“도저히 믿을 수 없는데.”⁠대게 봉인되어 있다고는 하지만, 평범한 사람 혹은 신부도 느끼지 못할 힘이 흐른다. 그렇기에 매개체를 두고 있는 인간은 악몽을 매일 꾸거나, 생기를 잃은 모습으로 지내고 있는데 이 소녀는 그것들과는 거리가 멀었다. 심지어 인간의 몸에 직접 악마를 봉인했는데도 말이다. ⁠“확인해 보면 되지 않아요?”⁠소녀의 말에 입을 꾹 닫았다. ⁠“제정신인가?”⁠겨우 호흡을 가다듬고 묻자, 소녀는 역시나 꺄륵꺄륵 웃을 뿐이었다. 그리고 자기 일이 아닌 듯 고기를 앙 물며 만족한 표정을 하는
last updateHuling Na-update : 2026-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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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소녀와 소년, 그리고 신부 - 05
⁠⁠결국 해답은 찾지 못하고 대화를 마쳤다.저택의 구석에 자리를 잡고 담배를 꺼내 물자, 유달리 맑은 공기 사이에 뿌연 연기가 몽글몽글 피어 오르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아 혀를 찼다.지금 이 상태를 보고하게 된다면 본부에서는 소녀를 더 이상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그러니 당연히 죽이라고 할 테지만, 그건 서류만 대충 보고 받는 본부 놈들이라 쉬이 말을 하는 것이지 자신처럼 소녀를 직접 두 눈으로 보게 된다면 아마 그들도 혼란에 빠질 것이다.만약 소녀를 죽여야 된다면, 찝찝하다.그것도 어린, 아니 어려 보이는 소녀를 죽이는 것이라면 더욱.⁠“여기선 자제하지?”⁠톡 쏘는 미성의 목소리에 고개를 돌리자, 소녀를 찾으러 왔던 소년이 어디 있다 나타난 건지, 뚱한 얼굴로 연기를 날리며 다가왔다. 소년의 붉은 눈동자는 소녀의 금빛 눈동자와 달리 적대심이 가득했다.신부가 된 이후, 또 처음 겪는 일이었다.⁠“… 둘이 무슨 말을 한 거야.”⁠아무래도 이 소년은 예의를 배우지 못했나 보다.하기야 이 넓은 곳에 제대로 된 어른은 없다.이 거대한 저택에 둘이 지내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소녀의 행동을 떠올리니 납득은 됐다.실없는 웃음이 나왔다.⁠“왜 웃는 거야! 젠장!”⁠눈치는 좋은 건지, 창백하던 소년의 피부에 붉은 혈기가 돌기 시작했다.나를 올려보는 그 눈빛은 여전히 강렬했다.⁠“신부는 뭘 먹고 다니길래 이렇게 큰 거야!?”⁠소년이 할 말은 아니었다.이제 막 성인이라고 하기에는 암만 봐도 잘 관리한 어른의 몸이 아닌가?단지 나는 키가 조금 더 클 뿐.괜히 발을 구르고는 홱 지나치는 모습은 아무리 봐도 어울리지 않았다.특히 냉정하고 무정해 보이는 외모와 더욱 상반됐다.⁠“가지고 있던 총, 어디서 난 거지?”⁠생각해보니 소년이 가지고 있는 총은 아주 오래된 옛날 총이었다.그것을 어디서 구한 건지 궁금했다.나의 물음에 소년은 삐딱하게 서서 반항적인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더니 대답했다.⁠“받은 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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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소녀와 소년, 그리고 신부 - 06
⁠⁠ 「 그래요. 그렇게 살아가는 겁니다. 훌륭한 신부가 될 거예요. 제가 장담하죠. 」⁠익숙한 목소리가, 익숙하지 않은 차가운 손의 온기가 심장을 압박했다. 두 손에 흥건히 묻은 피와 떨어진 낡은 리볼버와 담배, 그리고 손안에서 붉게 빛이 나는 루비. 나를 자극하기에는 충분했다. ⁠“커헉!”⁠재빠르게 상체를 들어 올려 숨을 몰아쉬었다. 가파르게 오르는 가슴팍은 한동안 진정되지 않았고, 무의식적으로 손바닥을 바라보자 두 손은 깨끗했다. 물을 마시며 창가로 향하자, 해가 막 떠올랐다. 아름다웠다. 나의 스승은 이 풍경을 몹시 사랑했다. 그래서 종종 잠이 덜 깬 퀭한 눈으로 그 옆을 지키고는 했다. ⁠“젠장.”⁠혀를 길게 차며, 창밖 너머를 바라보자, 소년은 어울리지 않게 호수 근처 꽃밭에서 꽃을 고르고 있었다.⁠“얼씨구.”⁠이번에는 헛웃음이 나왔다.  바로 어제 자신을 노려보던 두 눈과 상반된 행동이 퍽 어울리지 않았다. 그리고 소년이 신중하게 고르고 고르던 꽃의 행방은 곧바로 알게 됐다. ⁠“신부님, 안녕! 잘 주무셨어요?”⁠소녀의 머리를 장식하고 있는 꽃이 유달리 생기 넘쳤다. ⁠“꽃, 이쁘죠?”⁠내 시선이 그 꽃에 꽂힌 것을 눈치챘는지 싱그럽게 웃으며 자랑하는 모습은 영락없는 평범한 소녀와 같은 모습이었다. ⁠⁠***⁠⁠“미쳤어!?”⁠소녀의 제안에 먼저 소리를 지르는 소년은 눈빛이 강렬하게 타올랐다.그리고 그 강렬하게 타오
last updateHuling Na-update : 2026-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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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소녀와 소년, 그리고 신부 - 07
⁠⁠“무엇을 먹어야 그렇게 커?”⁠소녀의 방으로 가는지 감시하러 온 줄 알았던 소년은, 대뜸 물었다.그 모습에 담뱃불을 꺼야 할지 조금 고민했다.⁠ “그렇게 묻기에는 너도 큰 편이야.”⁠ 실제로 문짝만 한 내 옆에서도 머리 반 정도밖에 차이 나지 않나, 막 성인이 되었다는 것을 고려해도 큰 편이다. 게다가 앞으로는 더 성장할지도 모르는데.⁠ “당신만큼 크고 싶다고!”“어째서?”“그, 그래야! 악마를 더 쉽게 제압할 수 있을 테니까! 난 지금보다 훨씬 더 커야 해!”⁠ 소년의 이상한 논리에 대답 없이 눈만 깜빡였다.하지만 살짝 상기된 얼굴을 보아하니, 괜히 묻는 건 아닌 듯했다.이곳의 소녀와 소년은 비슷한 듯 다르게 이상했다.⁠ “넌 어째서 이곳에 있는 거지? 악마를 그렇게 싫어하면 이곳을 떠나면 되잖아.”⁠ 딱히 다른 말을 할 생각이 없어 보이는 소년 대신, 내가 궁금한 것을 물었다. 그러자 소년의 붉은 눈동자가 다 보일 만큼 눈을 동그랗게 뜨다 금세 입을 삐죽 내밀었다. 그러고는 땋은 머리를 뒤로 휙 날리고서 퉁명스레 말했다.⁠ “말해줘야 할 이유 없지 않아?”“확실히.”⁠ 그렇긴 하지.⁠ “그럼, 그 말 그대로 돌려주지.”“윽!”⁠ 유치하다.내가 말하고도 그렇게 느꼈다.⁠ “아니면 아가씨에게 물어볼까?”“아, 아가씨!?”⁠ 내 입에서 나온 아가씨란 단어가 그렇게 충격적인지 표정을 숨기지 못하던 소년은 질색하며 몸부림쳤다.⁠ “아가씨는 무슨!”“그럼, 이름으로
last updateHuling Na-update : 2026-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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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소녀와 소년, 그리고 신부 - 08
⁠⁠“이상하긴 하군.”“응?”“분명 처음 봤을 때는 금방이라도 총을 쏠 것처럼 행동하더니.”⁠ 혀를 내두르며 말하자, 소녀는 소리 내어 웃었다.⁠ “카인과 저요, 기억이 가물가물할 정도로 어린 시절부터 함께 있었어요.”⁠ 그리고 갑자기 소녀의 이야기는 시작됐다.⁠ “그래서 카인에 대해 잘 알아요. 저렇게 행동해도 금방 화 풀릴 거예요.”“어떻게 그렇게 확신하지?”“다정한 아이니까요.”“아니, 다정한 아이도 아가씨의 행동이 계속된다면 분명 미워하게 될 텐데?”⁠ 그 말에 소녀는 조금 놀란 눈을 하더니, 서서히 미소 지었다.그리고 달콤한 홍차를 마시고는 아무렇지 않게 나의 팔을 이끌어 나무에 핀 꽃을 꺾어 달라며 보채는 모습에 홀린 듯이 끌려갔다.평소와 달리 씁쓸해 보이는 그 미소는, 오래전 보았던 미소와 많이 닮아 있었다.⁠⁠ ***⁠⁠ 「 이런, 담배가 금지조항은 아닌데. 」⁠ ‘신부가 담배를 피우다니!’라는 나의 한마디에 스승님은 퍽 곤란한 표정을 하면서도 담배를 놓지 않았다. 적어도 당시의 나는 ‘신부’라는 직업에 신념이 있으며 모범을 보여야 한다고 교육받았으니, 다른 신부들과 달리 담배를 태우는 스승님을 이해하지 못했다. 무엇보다 나의 스승님도 뛰어난 신부니까 말이다.⁠ 「 어른이 되면, 이 담배의 맛을 알게 될 거예요. 」⁠ 스승님은 짓궂게 웃었다.그래, 그 웃음은 마치 소녀와 닮아 있었다.⁠ “제길.”⁠ 또다.식은땀을 뻘뻘 흘리며 눈을 뜨자, 아직 한밤중이었다.그리고 이곳에
last updateHuling Na-update : 2026-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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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소녀와 소년, 그리고 신부 - 09
⁠⁠그 얼굴에 차마 싫다고 말할 수가 없었고, 본부에 연락할 방법을 찾고 있었는데 되려 잘됐다 싶었다.게다가 표정 하나 숨기지 못하는 어린 소년을 골려주기에 딱 좋았다.당연하게 소녀와 함께 나온 나를 보며 화를 삼키는 소년의 모습에 묘하게 기분이 좋아졌다. ⁠“그런데, 갑자기 왜?” “식량이 다 떨어졌어요.” “예상치 못한 입이 늘어서.”⁠투덜거리며 말하는 소년의 팔꿈치를 슬쩍 치는 소녀였다. ⁠“신부님, 신부님은 모르셨죠? 우리 식사하는 거 전부 카인이 만든 거예요.”⁠그 말에 조금 놀란 눈으로 말에 올라탄 소년을 바라봤다. ⁠“어쩐지 늘 내 것은 양이 작더라니.” “아하하!”⁠까르르 웃는 소녀의 웃음에 소년의 귀가 빨개졌다. 그런 거 아니라며 소리를 빽 지르는 모습은 평소 이 두 사람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눈에 훤히 보였다. 하지만 마냥 좋은 세월을 보내고 있다고 하기에는 소년의 그 눈빛은 제법 강렬하게 머릿속에 남았다. 분명 소녀가 말하지 않은 것도 소년이 말하지 않은 것도 있을 것이다. 나는 그것을 찾아내기로, 방법을 찾기로 결심했다. 아무래도 쓸데없는 부분만 스승님을 닮은 듯했다. ⁠⁠***⁠⁠마을에 도착한 지 어느새 30분이 훌쩍 지났다.  이 일이 익숙한 지 소년은 생각보다 깐깐하게 장을 보기 시작하며 내게 소녀가 다른 곳으로 가지 못하게 감시하라는 명을 내렸다. 건방지게 그런 말을 하는 것에 같이 사라져버릴까 고민하다, 정말로 한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고 이리저리 다니는 소녀를 보며 그 생각은 접었다.  처음으로
last updateHuling Na-update : 2026-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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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소녀와 소년, 그리고 신부 - 10
⁠⁠ 마을의 해프닝은 농사하는 청년의 우발적인 사고로 처리됐다는 연락을 받았다.뭐, 굳이 상관있나 싶었지만, 시체를 발견하기까지 과정을 자신의 연대기처럼 읊는 소녀가 신이 나 보이니 아무 말을 하지 않았다. 물론 당연히 소년도 더 이상 그 일을 입에 담지 않았고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행동했다.  그리고 여전히 나의 음식은 적었다. ⁠“말해!” ⁠  오늘은 쉬이 포기할 생각이 없는지, 소년은 나의 팔을 강하게 쥐었다.  덩치도 또래보다 큰 것이, 힘도 강한 건지 생각보다 붙들린 팔이 아팠다. ⁠“베가랑 무슨 꿍꿍이야?” “나도 붙들려 있을 뿐이야.” “그러니까, 왜!”⁠그게 퍽 답답한 모양이었다.  하지만 이로써 소녀는 소년에게 알려 줄 생각이 없다는 것이 확실해졌다. 분명 소년의 성격상 몇 번이나 소녀를 다그쳤을 것이다. 그럼에도 소녀는 나를 데리고 온 이유를 말하지 않았다. ⁠“무슨 생각인지는 나도 궁금하다고.”⁠틀림없는 사실이었다.  그것을 느낀 소년이 겨우 손에 힘을 풀며 입술을 꽉 깨물었다. ⁠“내가 아직 어린애라서 알려 주지 않는 거지? 너도 베가도!” “… 성인식을 했다며? 그럼 더 이상 애는 아닌데 말이지.” “그런데 대체 왜 내만 빼는 건데!”⁠소년의 불안이 느껴졌다.붉은 눈동자가 나를 바라보지 못하고 이리저리 정처 없이 물잔에 담긴 붉은 구슬처럼 움직였다. ⁠“배제하는 게 아니야. 오히려 네가 나와 아가씨를 배제하고 있는 거 아닌가?” “뭐?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이곳에 쳐
last updateHuling Na-update : 2026-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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