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은지의 세계에서 결혼은, 부모님의 결정이나 중매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비록 그녀는 지금 어머니의 말을 들은 것을 후회하고 있지만.그러나 그녀는 뼛속 깊이 보수적인 성향이 몸에 배어 있었다.지금 고은영은 결혼뿐만 아니라 심지어는 위장 결혼이라는 말까지 하니, 그녀의 인식을 깨뜨렸다. 고은지가 자신에게 속았느냐고 묻는 말을 듣고, 고은지은 곧 머리가 아파져 왔다."아니, 언니 쓸데없는 생각하지 마.""지금 어디 있어? 내가 찾아갈게!”고은영이 무슨 말을 해도 고은지의 귀엔 안 들어왔다. 그녀는 지금 너무 걱정됐다."나 정말 괜찮아. 언니, 걱정하지 마.""내가 어떻게 걱정하지 않을 수가 있겠어! 할머니가 돌아가실 때 나한테 너를 잘 돌보라고 하셨어......"고은지는 울먹이는 말투로 말했다.할머니라는 말을 듣고, 고은영은 마음이 바늘에 찔린 듯, 가슴이 빼곡하게 아팠다.그녀가 말하기 전, 고은지는 바로 울음을 터뜨렸다."넌 결혼이라는 이렇게 큰일도 나에게 알려주지 않는데, 내가 어떻게 할머니를 뵐 면목이 있겠어."고은영은 머리가 아파져 왔다!위장 결혼이었기 때문에 고은지에게 분명하게 말하지 않았다. 그녀는 그럴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그리고 고은지가 알고 나서 이렇게까지 걱정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고은영은 인내심을 갖고, 일을 하나하나 설명할 수 밖에 없었다!배준우는 국제적인 협력 때문에 결혼이 필요했고, 그녀는 잠시 위장 결혼을 했을 뿐이고, 곧 이혼할 것이라고!그러나 고은지는 더욱 걱정됐다."너희 대표님이야? 사기꾼이 아니고?”"정말 사기꾼 아니야!""그래도 안 돼. 너 나중에 이혼하면 재혼인데, 어떻게 좋은 사람한테 시집 가니."고은영은 입가에 경련이 일었다!머릿속에는 ‘배준우의 여자와 누가 감히 결혼해?'라는 그 말이 스쳐 지나갔다.설마!설마 이번 위장 결혼이 정말 자신에게 그렇게 많은 폐를 끼치는 걸까!?진작 알았더라면, 그녀는 동의하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동의할 수 밖에 없을것이다. 그가 주는 밥을
“저와 그 사람은 영감님이 생각하는 그런 사이가 아니에요."고은영은 위장 결혼에 대해 말을 꺼내기가 어려웠다.방금 언니가 걱정하던 것을 생각하면, 영감님은 더 할거니 꾸중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그냥 말하지 말자!’하지만, 사실대로 말하지 않으면, 또 그녀에게 사람을 데려오라고 강요할 것이다.그동안 거짓말 때문에 골머리를 앓았던 것을 생각하면, 고은영은 계속해서 거짓말을 할 수 없었다."저 그 사람이랑 위장 결혼이에요!"방금 언니에게 했던 말을 다시 한번 영감님에게 설명했다.말하고 난 후!휴대폰이 조용해졌다.그러나 그것도 한순간일 뿐, 영감님은 화가 나서 펄쩍 뛰었다."이혼해, 당장 이혼해. 이게 무슨 말 같지도 않은 소리야?""영감님, 저...""배씨 가문이 어떤 곳인데, 네가 감히 거기에 가서 어떤 안 좋은 꼴을 당하려고 그래!"고은영의 남편이 배씨 가문이라는 것을 알고, 정 영감은 더욱 화가 나 가슴이 떨렸다.그의 격동한 감정을 느끼고, 고은영은 그가 통화 중 바로 쓰러질까 봐 두려웠다!하지만 지금 선생님이 그녀보고 이혼하라고 하니, 고은영은 더욱 고달프기 그지없었다."이 일은 영감님이 생각하시는 것처럼 복잡하지 않아요. 일이 해결되면 바로 이혼할 거예요.""무조건 지금 이혼해. 네가 말하기 곤란하면 내가 직접 그 녀석을 찾아가 말할 거야!"영감님은 씩씩거리며 말했다.고은영“........”망했다. 상황이 완전히 통제할 수 없게 되어 버렸다."영감님, 그러지 마세요.. 이 일은 제가 정말 잘 처리할 수 있어요..!"고은영이 불쌍하게 말했다. 하지만, 그녀가 몰랐던 건 정 영감 앞에서 그녀는 다 자라지 않는 애기라는 것이다. 또한 그녀가 동영에 취직하여 출근하고 월급도 많이 받고 있으니, 영감님은 그녀가 할머니의 기대에 부응하고, 장래성이 있는 아이라고 생각했었다.그녀가 어느 정도 경험을 쌓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다시 그녀가 가야 할 인생의 길로 돌아오게 하려 했다.하지만 인생의 중점에서 이렇게 큰 차질이
진 씨 아주머니는 그녀가 기어코 외출하려 하고, 또 배준우에게 전화하려 하지 않는 것을 보고는 너무 걱정이됐다.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그럼 제가 같이 갈도 될까요?"고은영이 가진 신분은 말할 것도 없고, 신분이 없다고 해도 진 씨 아주머니는 그녀가 이렇게 혼자 나가는 것이 걱정됐다.진 씨 아주머니의 고집을 보고, 고은영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요, 저와 함께 가요."선생님 쪽에 그녀는 더는 숨길 것이 없다고 생각했다.그녀와 배준우의 사이는 원래 단순한 비즈니스 관계였는데, 결혼이 폭로되면서 이렇게 혼란스러워진 것이다.만약 배준우가 진 씨 아주머니 때문에 선생님을 알게 된다면, 그녀 역시 더 설명할 필요가 없다.그렇게 고은영은 진 씨 아주머니와 함께 외출했다. 하지만 진 씨 아주머니는 옷을 갈아입을 때 나태웅에게 전화를 걸었다.이때 배준우는 회의실에서 회의하고 있었고, 나태웅은 전화를 받은 후, 문을 두드리고 회의실로 들어갔다. 오늘 회의에 참석한 사람은 정유비였다. 하지만 나태웅은 정유비에게 나가라고 하지 않고, 바로 배준우의 곁으로 갔다.그의 귀에 대고 두 마디 속삭였고, 배준우는 눈살을 찌푸렸다."고은영이 어디로 갔는데?""진 씨 아주머니가 그것까진 말하지 않으셨습니다. 꼭 외출해야 한다고만 했습니다. 아주머니가 걱정돼서 대표님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진 씨 아주머니는?"배준우의 말투는 더 차가워졌다."같이 갔습니다!"배준우는 고개를 끄덕였다!‘같이 갔으면 됐다. 이 계집애가, 그렇게 심하게 다쳐 놓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다니, 조금도 안심할 수 없어.’화를 내고 있는 중, 휴대폰이 회의 탁자 위에서 '윙윙' 하고 울렸다.배준우는 번호를 보았는데, 낯선 번호였다. 나태웅은 현장에 있는 사람에게 잠시 나가라고 눈짓을 보냈다.배준우는 이미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배 도련님, 안녕하세요. 저는 정설호 어르신의 집사입니다."무게감 있는 목소리가 들려왔다.배준우는 무의식적으로 눈썹을 찌푸렸다."정 거장님 말씀
두 사람 모두 강성에서 아주 중요한 위치에 있다. 하지만 평소에 서로가 관련되는 일은 아예 없었다. 이 통화는 아마 처음으로 어르신과 접선한 것일거다. 배준우는 담배를 꺼내 불을 붙이고, 한 모금 깊이 피운 뒤 말했다."너 나랑 가보자"나태웅은 고개를 끄덕였다."네!"…….고은영은 이미 설림에 도착했고, 진 씨 아주머니는 집사가 차를 마시러 데려갔다.오늘 햇빛이 아주 좋았다. 대나무 숲을 뚫고 돌 탁자의 바둑판 위에 뿌려져 따뜻했다.고은영은 손에 사포를 들고 공작 부조 공예를 다듬고 있었다.그러나 그녀의 마음은 숨이 가빠질 정도로 조여왔다…….그녀의 맞은편에 앉아있는 1인 대국 영감 때문에 분위기는 너무 삭막했다.……!그녀가 노인에 대해 아는 바로는, 이렇게 조용할 때 일수록 큰일이 일어난 거이다. 예전에 그녀가 매번 부조 공예를 하면서 변형할 때마다, 영감은 바로 지금처럼 평온했고, 그리고는……."탁!"바둑알이 바둑판 위에 세게 내동댕이쳐졌다.고은영은 깜짝 놀라 몸이 얼어붙었고, 손은 주체할 수 없이 떨렸다. ‘빠각~!’ 소리가 들리더니, 공작 머리의 볏 한쪽이 닳아 떨어졌다!고은영은 차가운 숨을 들이켰고, 머릿속에는 '윙'하는 소리가 들렸다.‘망했어, 영감은 연마하는 순서가 틀리는 걸 제일 싫어하시는데!’그녀는 호되게 혼낼 줄 알았다!하지만 영감님은 여전히 말을 하지 않고, 앞에 놓인 차를 들고는 급히 한 모금 마셨다.고은영이 무의식적으로 손에 사포를 움켜쥐고 두 눈을 꼭 감고 빌었다. "영감님 제가 잘못했어요!"배준우를 화나게 한 경험으로 볼 때, 그녀는 역시 서둘러 잘못을 인정하는 것이 알맞았다.영감님은 차갑게 콧방귀를 뀌었다."뭘 잘못했어?"‘잘못..? 내가 잘못한거..?’사실은 모두 배준우의 잘못이다. 자기가 분명히 비밀 결혼이라 말했으면서, 고은영 몰래 세상에 퍼뜨리고, 지금 온 세상이 다 알게 되었다. 은영은 단지 그 속에 연루되었다. 고은영이 입술을 떨었다."저, 저, 저는 자신을 이렇게 헛되
아무리 봐도 아무 배경도 없는 사람인데, 어떻게 강성에서 내로라하는 정 어르신과 관계가 있는 거지?생각하는 사이, 집사가 이미 그들 앞에 와서 공손하게 말했다."배 도련님, 어르신이 들어라고 하십니다."배준우는 차갑게 고개를 끄덕였다.지금 고은영의 머리는 이미 백지상태 였고, 그녀는 그냥 그 자리에서 기절하고 싶었다.선생님이 그녀를 불러왔을 뿐만 아니라, 배준우까지 찾아올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그녀가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자, 영감님이 그녀를 바라보았다."가서 비둘기 삶아, 육질은 좀 흐물흐물하게."“네, 네."고은영은 얼른 일어나서 손에 들고 있던 사포를 던져버리고, 배준우의 어두운 얼굴을 쳐다보지 못하고 도망치듯 뛰어갔다.두 걸음 뛰자, 그녀는 발등에 통증이 느껴져, 바로 냉기를 들이켰다!영감님의 엄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계집애가 조심성이 없어서, 아무것도 할 줄 아는 게 없어! 다쳤으면 천천히 가!”"네, 알겠어요!"고은영은 억울하게 대답했다.그리고 가능한 한 빠른 걸음으로 대나무 숲을 빠져나왔다.배준우는 그녀가 감히 마주할 수 없어 도망치는 모습을 보니, 눈동자가 조금 더 어두워졌다.‘돌아가서 다시 결판을 낼 거야…….’고은영은 절뚝거리며 빠른 걸음으로 대나무 숲을 빠져나왔고, 심장이 아직도 쿵쾅쿵쾅 뛰었다.대나무 숲 뒤, 숨어 조심스럽게 멀지 않은 곳의 돌 탁자 밑을 보았다.배준우는 이미 그녀가 방금 앉았던 돌의자에 앉아 있었다.고은영은 멀리 떨어져 있음에도 그의 준수하고 매서운 모습에서 불쾌함을 느낄 수 있었다.그리고 영감님은 그를 보며 눈을 부릅뜨고 성을 냈다!그녀는, 자신이 오늘 정말 망했다고 생각했다!‘돌아가면 무조건 직장을 잃게 될 거야…….’"작은 아가씨, 작은 아가씨?"어느새 그녀 뒤에 서 있었는지, 고은영은 집사가 여러 번 부르고 나서야 정신을 차렸다."강 아저씨 저를 부르셨나요?""어르신이 아가씨에게 비둘기를 삶으라고 하십니다.""난 할 줄 모르는데!"이때 고은영은 방금 영감님이
고은영은 온몸이 굳은 채 배준우의 곁에 앉아, 마음속으로 영감님이 자신을 용서해 주기를 기도했다.아까 주방에서 불빛 때문인지 몰랐는데, 왜 지금 보니까 털이 이렇게 많아?배준우는 앞의 그릇에 담긴 국물을 봤다. 국이라고 하지만 만약 파만 없었다면, 그냥 끓인 물인 줄 알았을 것이다.그리고 깨끗하게 처리하지 못한 비둘기 다리는 더 할 말이 없었다…….하지만 배준우는 고개를 끄덕이고, 국을 한 숟가락을 떠서 맛을 보았다!"어때?"정 영감님은 엄숙한 표정으로 물었다.배준우는 눈썹을 찌푸리고, 곁에 앉아 억울해하는 마누라를 보았다.고은영이 지금 머리를 거의 가슴까지 박고 있는 것으로 보아, 본인의 요리 솜씨를 알고 있음을 알 수 있다.정 영감이 입을 열었다.“맛없지?"배 도련님은 이 계집애에 대해 잘 모르나 봐. 얘는 너와 어울리지 않아!"고은영."......"원래 목적이 이거였어?주변의 한기를 느끼며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영감님을 바라보았다.오후 동안 침묵의 대국, 지금의 화기…… 여전히 꺼지지 않은 듯 더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배준우는 고은영 몸에서 눈을 돌리고,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은영이는 밥을 할 필요가 없습니다.""얘가 못하는 것은 밥만이 아니야!"영감님의 말투가 좀 더 날카로워졌다.고은영은 숨이 목구멍까지 올라왔다.불쌍하게 영감님을 한 번 쳐다보고, 눈빛으로 그만하라고 빌었다.그런데 고은영이 잘 못하는 것을 말하자, 배준우는 입가에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확실히 모든 것을 잘 못하긴 하죠."고은영이 이 말을 듣자, 전에 배준우의 곁에서 일어났던 상황들이 마치 번개처럼 뇌리에 계속 떠올랐다. 배준우가 그녀에 대한 평가가 안 좋은 것은 뭐라 할 게 아니다.오히려 그녀가 긴장하면, 정말 아무것도 잘할 수 없었다."그래서 너희는 어울리지 않다는거야!"영감님이 다시 강조했다.배준우."은영이가 원한다면,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됩니다!"고은영은 숨이 멎으며, 놀라서 배준우를 바라보았다.영감님의 표정
자리에 다시 앉은 정 씨 어르신의 얼굴에는 방금 전의 엄숙함이 사라졌다. "자네 은영이 요리 실력은 본 적 있는가?"배준우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러자 정 씨 어르신이 다시 말했다."은영이가 덤벙거리는 아이라 아무것도 잘 못해서 나는 자네가 이해 못 해 줄 줄 알았는데.""선생님~!"정설호의 말을 들은 고은영이 얼른 그의 말을 막았다.덤벙거린다는 말을 들으니 갑자기 자신이 다른 이에게 걱정만 끼치는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정 씨 어르신은 배준우에게 앉으라고 한 뒤, 아주머니에게 밥을 준비하라고 했다."너희 결혼 배항준 그놈이 허락 안 할 것 같은데?"배항준 그놈?강성에서 배항준을 그렇게 부를 수 있는 사람은 정설호밖에 없었다.하지만 자신의 아버지 얘기가 나오자 배준우의 안색이 더욱 어두워졌다.정설호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는 배준우를 보며 배 씨 집안의 내부 갈등이 단순하지 않다는 것을 알아차렸다."자네가 정말 굳이 은영이랑 살겠다고 한다면, 그 놈한테서 잘 보호해 줘야 해.""어르신, 걱정하지 마세요.""그래, 그럼 우리 은영이를 자네한테 주겠네. 하지만 자네가 은영이한테 잘 대해주지 않는다면, 나도 은영이 할머니 부탁을 저버릴 순 있다는 거 알아두게."정설호가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고은영의 할머니는 정설호의 절친이었기에 어르신도 고은영을 자신의 손주로 생각하며 정성스레 키우셨다. 고은영은 할머니 생각을 하니 눈물이 고였다. 배준우는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정설호는 고개를 끄덕이는 배준우를 보니 마음이 놓였다. 두 사람은 저녁 9시가 되어서야 설림에서 나올 수 있었다. 두 사람이 떠나기 전, 어르신이 배준우를 보며 경고했다. "은영이가 비록 내 손주는 아니지만, 내가 키운 손녀나 마찬가지니 누구도 괴롭혀서는 안 돼!"정설호라는 든든한 할아버지가 있었지만 고은영은 여전히 조심스럽게 배준우의 뒤를 따라갔다.다리가 제법 긴 그녀였지만 고은영은 다친 덕분에 걷는 것이 아직은 불편했다.배준우는 절뚝거리는 고은영을
고은영이 배준우의 다리 위에 앉은 순간, 숨 쉬는 법을 잊은 것 같았다."배, 배 대표님…""너 원래 이렇게 말을 잘 듣는 사람이었어?"빠르게 자신의 상황을 털어놓는 고은영의 말을 들은 배준우가 물었다."네, 그럼요. 저 원래 말 잘 들어요."고은영이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그 대답을 들은 배준우가 웃음을 터뜨리더니 기다란 손가락으로 그녀의 턱을 만졌다."방금 어르신이 뭐라고 했는지 다 들었지?"배준우는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것일까?어르신이 한 말이 너무 많아 고은영은 순간 배준우가 무슨 말을 가리키고 있는지 알지 못했다."어르신께서 너를 나한테 주겠다고 했잖아. 그러니 앞으로 네 보호자는 나야.""저 이제 보호자.. 필요 없..는데요."고은영은 배준우가 왜 갑자기 이런 말을 하는 것인지 알지 못했기에 버벅거리며 말했다."그 머리를 하고도 보호자가 필요 없다고?"고은영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그 머리라니, 자신이 정말 그렇게 멍청하다는 말인가?하지만 웃을 듯 말 듯 한 배준우의 눈을 마주하니 고은영은 말대꾸를 하지 못했다."그러니까 앞으로 내 말 잘 들어. 뭐가 됐든 나한테 숨기지 말고, 알겠지? 이제 내가 네 보호자니까."배준우가 보호자라는 말을 강조하며 의미심장하게 말했다.고은영은 부정하지도 못했지만, 고개를 끄덕이려고 하지도 않았다.그녀는 왜 일이 이 지경까지 온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 분명 가짜 결혼을 약속했었던 두 사람이 대체 왜. 앞에서 운전하던 나태웅은 뒷좌석의 두 사람의 말에 집중하느라 몇 번이나 신호등도 못 보고 직진할 뻔했다.왜 예전에는 배준우가 이렇게 여자를 홀릴 줄 아는 줄 몰랐는지.고은영이 입술을 물고 강한 척하는 모습을 보던 배준우가 웃었다."그 집 열쇠는 받은 거야?"배준우가 집 얘기를 꺼내자 고은영이 몸을 떨었다."아, 네!""그 집 계속 가지고 싶어?""원래 제 집이에요!"정 씨 어르신은 고은영 할머니의 부탁을 받아 고은영을 3년이나 돌봐줬기에 그녀는 더 이상 그를 걱정시키
“나태웅이 두려워하는 게 뭐 있어요!”안지영이 화를 내면서 얘기했다.나태웅은 장선명이 좋은 사람이 아니라고 했다. 하지만 안지영에게 있어서 나태웅도 좋은 사람은 아니었다.게다가 나태웅이 좋아하는 사람을 대하는 태도를 보면 이게 사람 맞나 싶을 정도였다.“나태웅은 극단적인 거지 멍청한 건 아니야.”나태웅은 본인에게 유리하고 불리한 것을 잘 아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오늘 안지영 앞에 나타난 걸 떠올리면... 장선명은 그런 나태웅을 가만히 둘 수 없었다.“그래도 이 사진들은 다 사실이죠.”“네가 이 사진 때문에 화를 내는 건 기쁜 일이지만 너한테 제대로 얘기해야 할 게 있어.”거기까지 얘기한 장선명이 말을 끊었다.안지영이 고개를 들고 물었다.“뭐요?”장선명과 결혼 준비를 하면서 안지영은 이 모든 것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소문 속의 장선명은 냉철하고 칼같은 사람이라고 했지만 안지영 앞의 장선명은 항상 웃는 얼굴로 자상하게 안지영을 대해주었다.그래서 안지영은 장선명이 도대체 왜 본인과 결혼한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분명 비즈니스 때문에 시작한 부부 연기인데 말이다!사실 처음부터 안지영은 장선명이 왜 본인을 도와주는 건지 알 수 없었다.나태웅이 가져온 사진을 보기 전까지는 말이다.장선명은 안지영의 목을 부드럽게 감싸고 코끝으로 안지영의 코끝을 가볍게 눌렀다.“그 사람이 살아있다고 해도 내가 사랑하는 건 너야.”“...”그 말을 들은 안지영은 심장이 순간 멎는 것 같았다.“정, 정말이에요?”‘잘못 들은 건가? 그 사람이 선명 씨한테 엄청 중요한 사람이라고 했던 것 같은데...’“과거는 과거일 뿐이야. 현재의 나는 네가 없으면 안 돼. 그 사람을 이미 다 잊었으니까 너랑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거야.”장선명은 진지한 말투로 얘기했다. 안지영은 믿지 못하겠다는 눈으로 장선명을 쳐다보더니 심호흡을 한 후 얘기했다.“그렇게 많은 여자들이랑...”“나랑 그 사람들은 아무 사이도 아니야. 안열이 전에 얘기해줬을 텐데.”“그래도 남자들
“얘기해 봐. 어떻게 해야 화를 풀 거야.”“하, 다른 사람을 위해서 목숨을 걸 정도였다면서요! 내가 화를 안 내고 배겨요?”안지영이 차갑게 얘기했다.“...”장선명은 약간 어리둥절해하면서 물었다.“내가 누구를 위해서 목숨을 걸었다는 거야? 나는 왜 모르겠지.”“이...”안지영은 인정하지 않는 장선명의 모습을 보면서 더욱 화가 났다.“정말 화가 난 거야?”“당연하죠. 난 대용품이 되고 싶지 않다고요!”장선명은 화가 난 안지영을 보면서 본인이 왜 안지영에게 빠진 것인지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안지영은 느낀 것을 그대로 얘기하는 솔직한 사람이었다. 가식적으로 돌려 말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그래서 장선명은 그런 안지영이 좋았다.“누가 그래, 네가 대용품이라고. 나태웅이 그래?”장선명이 안지영의 두 볼을 가볍게 꼬집으면서 얘기했다.그 말투는 마치 딸을 대하는 아버지처럼 부드러웠다.안지영은 장선명을 힐긋 보더니 얘기했다.“수많은 사진이 증명하고 있잖아요.”그 사진만으로도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었다.“그 사진들은 아무것도 아니야. 절대 나태웅을 믿지 마. 응?”“흥.”“아직도 화가 난 거야? 제발 내 말 좀 들어줘.”“안 들을래요!”안지영은 아예 고개를 홱 돌렸다.안지영은 너무나도 솔직하고 가감 없는, 상대방에게 본인이 왜 화가 났는지 잘 알려주는 사람이었다.장선명은 화가 나 등을 돌린 안지영을 보면서 작게 한숨을 쉬었다.원래는 좀 더 놀려주고 싶었지만 반응을 보니 그만해야 할 것 같았다.“알았어. 설명할게.”한숨 자고 일어났지만 여전히 이 일로 화를 내는 걸 보면 그냥 넘어갈 수 있는 일이 아닌 것 같았다.안지영은 장선명의 말을 듣고 그대로 굳어버렸다. “아니요. 됐어요. 설명하지 마요. 듣고 싶지 않으니까요.”진실이 두려워서 듣고 싶지 않을 정도였다.장선명은 웃으면서 얘기했다.“왜? 내가 널 잡아먹을까 봐 무서워?”그 말에 안지영은 또 참지 못하고 장선명을 가볍게 때렸다.오전에 있었던 일을 생각
안지영은 오후 두 시에 중요한 회의가 있었다. 하지만 안열은 사무실에서 안지영을 발견하지 못했다.‘설마 내가 한눈판 사이에 두 분이 나간 건가?’1시 30분이 되었지만 여전히 사람이 보이지 않았다. 안열은 급한 마음에 얼른 안지영에게 전화를 걸었다.하지만 전화를 받은 건 장선명이었다.“무슨 일이야.”그 말에서 안열은 이미 장선명의 짜증을 읽어냈다.안열은 약간 놀랐다.“선, 선명 도련님? 30분 뒤 안 대표님이 참석하셔야 하는 중요한 회의가 있습니다. 지금 안 대표님은 어디에...”휴게실에 있는 장선명은 고개를 숙이고 품에서 자고 있는 안지영을 쳐다보았다.오전에 너무 과했던 탓일까, 안지영은 계속 쭉 자고 있었다.“그냥 회의를 취소해.”“네? 그건...”“무슨 문제라도 있어?”“아, 아니요. 오늘 회의는 부승호도 참석하는 회의라... 알잖습니까.”부승호는 바로 하늘 그룹을 배신한 사람이다. 그러니 이번 회의가 얼마나 중요한지 장선명은 바로 알 수 있었다.장선명이 차가운 눈빛으로 얘기했다.“부승호한테 얘기해. 오늘 저녁 날 만나러 오라고.”“직접 나서서 안 대표님을 대신하실 생각입니까?”안열이 놀라서 물었다.예전에는 안지영이 성장할 수 있게 혼자 내버려두지 않았던가.그래서 안열과 장선명 다 안지영의 뒤에서 묵묵히 안지영의 성장을 지켜보고 있었다.그동안 안지영은 많은 일을 혼자서 해결했다.부승호와 마주하는 것도 안지영에게 있어서는 그동안의 실력을 검증할 가장 좋은 기회다.“무슨 문제라도 있어?”그 말에 안열은 바로 입을 다물었다.“아닙니다!”안열은 여전히 장선명의 의도를 알 수 없었다. 그래서 그저 장선명이 원하는 대로 움직이기로 했다.안열은 얼른 눈치껏 전화를 끊었다. 장선명은 전화가 끊긴 것을 확인하고 바로 폰을 꺼버렸다.안지영은 이미 그들의 목소리를 듣고 잠에서 깼다.장선명은 안지영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었다.“지금 몇 시예요?”“피곤하면 그냥 자.”장선명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얘기했다.안지영은 눈
테이블에는 다른 사진이 더욱 많았다.나태웅은 정말 이를 갈고 해외로 간 것이 틀림없었다.이것까지 다 알아내다니...이건 장선명의 가장 어두운 과거이자 다시는 들추고 싶지 않은 일들이다.하지만 그 일들이 지금은 나태웅 때문에 다시 밝혀지게 되었다.그동안 장선명이 마주하고 싶지 않았던, 마주할 수 없었던 과거들이었지만, 안지영이 건네준 사진을 보면서 장선명은 어느새 그 일에 대한 스트레스를 내려놓았다는 것을 발견했다.지금 와서 과거의 일을 돌이켜보니 아무런 감정도 없었다.“그 여자가 누구인지 얘기하라고요!”안지영이 화가 난 목소리로 얘기했다. 그러면서 장선명의 품에서 나오려고 안간힘을 썼다.하지만 장선명은 여전히 안지영을 꾹 잡고 도망치지 못하게 했다.그리고 라이터를 꺼내 불을 붙이더니 안지영의 앞에서 사진을 바로 불태워버렸다.“뭐, 뭐 하는 거예요!”안지영이 당황한 표정으로 물었다.장선명은 불에 탄 사진을 그대로 재떨이 속으로 던져버렸다.담배를 피우는 장선명을 위해 안열이 준비해 둔 재떨이였다.안지영 앞에서는 담배를 피우지 않아 그동안은 쓸모가 없었지만 지금은 아주 유용했다.테이블 위의 사진은 다 재떨이 안으로 들어가 활활 타올랐다.안지영은 멍해서 물었다.“그렇게 변명도 하고 싶지 않다는 거예요?”“변명? 이건 다 지나간 일일 뿐이야. 너무 오래전 일이라서 다 잊었고. 뭐 어떻게 변명해야 할지 생각도 안 나네.”“...잊었다고요?”안지영은 믿을 수 없었다.안열이 그러지 않았던가.장선명에게 아주 중요한 사람이었다고.사진 속의 여자들이 모두 비슷하게 생긴 걸 보면 장선명은 정말 그 여자를 아주 사랑한 것 같았다.그런데 그걸 잊다니.안지영은 믿을 수 없었다.그런 안지영의 모습을 본 장선명은 환하게 웃으면서 안지영의 머리를 쓰다듬더니 또 입술을 맞췄다.“읍... 아니, 읍...”‘미남계를 쓰겠다는 거야?’안지영은 약간 화가 났다. 원래 이런 건 그냥 두면 찝찝한 편이다. 사실을 알지 못하면 마음에 걸리니까 말이다.
사무실에 들어간 장선명은 안지영이 그를 등지고 의자에 앉아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이미 뒷모습에서부터 안지영의 화난 모습이 보였다.앞으로 다가가 의자를 돌린 장선명이 두 손으로 의자의 손잡이를 잡았다.그리고 웃는 눈으로 안지영을 바라보았다.안지영이 화가 나서 씩씩 대는 모습을 보았을 때도 더욱 환하게 웃었다.하지만 안지영은 그런 장선명을 보면서 더욱 화가 났다.“웃겨요?”“질투하는 거야?”두 사람이 거의 동시에 입을 열었다.안지영은 장선명의 말을 듣고 약간 놀랐다.“화 안 났어요. 난 화를 잘 안 내는 사람이에요.”“그래?”“...”질투냐고?안지영은 질투가 뭔지 몰랐다.하지만 눈앞의 이 남자가 다른 여자를 위해서 목숨을 걸었다는 것을 떠올리면 속이 좋지 않았다.생각에 잠겨있을 때 갑자기 안지영이 놀라서 소리를 질렀다.장선명이 안지영을 번쩍 안아 들고 의자에 앉은 것이었다.장선명은 웃음기 가득한 시선으로 안지영을 바라보고 있었다.안지영은 놀라서 허둥대면서 얘기했다.“이거 놔요!”하지만 장선명은 움직이는 안지영을 놔주지 않고 그대로 입술을 가져갔다.안지영이 버둥댈수록 장선명은 더욱 깊게 안지영의 입술을 머금었다.안지영은 그런 장선명에게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결국 안지영이 숨을 쉬지 못하자 장선명이 안지영을 풀어주었다.안지영이 손을 들어 장선명의 뺨을 치려고 할 때, 장선명이 안지영의 손목을 잡고 웃으면서 물었다.“화났어?”“흥.”안지영은 화가 났다.그것도 단단히 화가 났다.안지영은 장선명이 점심 전에 도착한 것이 분명 그 일 때문이라고 생각했다.안열이 알려줬을 테니까 말이다.그런데 와서 아무 해명도 하지 않고 입술부터 들이미니, 너무 미웠다.장선명은 그런 안지영을 보면서 짜증스러운 기색을 내비치지 않았다.오히려 속 편히 웃으면서 안지영을 바라보았다.그리고 마지막에는 한숨까지 푹 내쉬었다.“그렇게 화가 난 거야?”말을 마치고는 안지영의 이마에 가볍게 키스했다.안지영은 이제 더는 참을 수 없었다.“오자
“네? 그게 무슨 뜻이에요?”안지영은 어리둥절한 얼굴로 안열을 바라봤다. 안열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어휴, 됐어요. 더 얘기해 봤자 짜증만 나요.”더 말했다간 정말 참지 못하고 화를 낼 것 같았다.나태웅에 대해 할 욕은 이틀 밤을 새워도 모자랄 정도였다.“...”사람을 화나게 만드는 법은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말을 하다가 마는 것이고...안지영은 뾰로통해진 채로 안열의 상처를 치료해 주었다.안열은 휙 돌아서 사무실을 나갔다.지금 안열의 머릿속에는 나태웅에 대한 욕뿐이었다.그런 일이 있었는데도, 감히 또 안지영을 찾아오다니.도대체 무슨 낯짝으로 온 건지......사무실에 홀로 남겨진 안지영은 아까 안열이 한 말을 떠올렸다.그게 도대체 무슨 뜻이지?평소에는 똑 부러지고 영리한 안지영이지만, 이번만큼은 안열의 말에 머릿속이 복잡해졌다.뻔뻔하다는 뜻이라면... 나태웅은 원래부터 그렇게 뻔뻔했다.하지만 이번은...안열은 복잡한 생각에 머리를 휙 털었다.그리고 사무실을 나오자마자 장선명에게 전화를 걸었다.원래는 장선면은 점심쯤에 안지영을 데리러 올 예정이었지만, 안지영의 전화를 받고 바로 달려왔다.안지영의 사무실에 들어가기 전, 장선명은 안열이 자리에 앉아 아이스팩을 발 위에 올려놓은 것을 발견했다.“다리는 왜 그래?”갑작스러운 목소리에 안열은 깜짝 놀라 손에 쥔 아이스팩을 떨어뜨릴 뻔했다.장선명을 보자, 안열은 얼른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읏...!”하지만 고통을 참지 못하고 신음을 흘리고 말았다.“어떻게 된 거야?” 그렇게 묻는 장선명의 목소리는 차가웠다.안열을 이렇게 만든 사람이 있다는 것 자체가 믿기 힘들었다.안열은 고개를 숙였다. 차마 나태웅 때문이라는 말은 꺼내지 못해 그저 둘러댔다.“그냥... 실수로 넘어진 거예요.” “어떻게 넘어졌길래 거기만 그렇게 다치는 거야?” 장선명의 시선은 예리했다.보통 넘어진다면 무릎이 먼저 다치기 마련인데 안열은 무릎은 멀쩡하
나태웅은 믿을 구석 하나 없는 사람이긴 하지만 나태웅이 가져온 정보 때문에 안지영은 더욱 속이 복잡해졌다.안열은 결국 고통을 참지 못하고 얘기했다.“약 좀 바르고 올게요.”그 말에 안지영은 생각이 끊겨버렸다.정신을 차린 안지영은 안열의 발등이 부어올랐다는 것을 발견했다. 장선명이 사랑하는 사람...하지만 그 생각도 잠시, 안열은 본 안지영은 결국 또 나태웅에게 화가 났다.“왜 이렇게 된 거예요. 정말 나태웅을 못 이기는 거예요?”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일방적으로 맞을 것 같지는 않은데 말이다.밖에서 싸우는 소리도 듣지 못했는데 이런 일이 일어나다니.안열은 아파서 제대로 걷지도 못했다.“제가 만약 나태웅과 싸워서 이길 수 있었다면 진작 죽여버렸을 겁니다.”“...”진작 죽여버린다니.그 ‘진작’은 과연 언제일까?다시 생각해도 나태웅은 정말 독설만 퍼붓는 사람이었다. 안열을 볼 때마다 개라고 욕하니까 말이다.그래도 전에 동영 그룹에서 출근할 때는 이렇지 않았던 것 같은데 말이다.안지영은 우물쭈물하면서 안열에게 물었다.“두 사람, 전에도 안 좋은 사이였어요?”안열과 나태웅이 만날 때마다 안열은 대수롭지 않아 했고 나태웅은 화를 냈었다.그러니 두 사람 사이에 아무 일도 없었다는 건 말이 안 되었다.그렇게 물으면서 안지영이 구급상자를 가져와 상처를 처리해 주었다.안열이 거의 소리를 지르면서 얘기했다.“앗... 아파요... 아파...”“...”안열은 평소에 고통에도 끄떡없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아파하는 것을 보니 나태웅이 얼마나 아프게 때린 것인지 알 수 있었다.“제가 무슨 원한이 있겠어요! 한 것도 없는데...”“...”“굳이 꼽자면... 안 대표님 일로 원한이 있는 거죠.”“나요?”“네. 저는 안 대표님이 선명 도련님과 결혼하기를 바랐으니까요. 아마도 그것 때문에 저를 싫어하는 게 아닐까요?”안열을 말을 들은 안지영은 약간 마음이 복잡했지만 또 본인의 선택이 틀린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안열은 장선명의 부하로
“난 대체 누구의 대용품이었어요?”안지영이 바로 물었다.안열은 장선명과 오랜 시간 함께 했으니 사진 속의 사람이 누구인지 다 알 것이다. 그러니 장선명이 진짜 사랑하는 사람이 누구인지도 알 것이다.안열은 안지영의 말을 듣고 표정이 그대로 굳어버렸다.“그건...”“두 사람은 왜 헤어진 거예요?”안지영이 또 물었다.“...”안열을 그 어느 질문에도 대답할 수 없었다.안열은 이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느꼈다.안지영이 얼마나 칼 같은 사람인지, 안열은 잘 알았다.물론 안지영과 장성명의 사이가 안지영 때문에 시작한 것이라고 하지만 장선명에게 설레지 않았다면 안지영은 장선명과 결혼하지 않았을 것이다.안열은 결국 또 속으로 나태웅을 욕했다.“그렇게 생각하지 말아요. 선명 도련님이 안 대표님과 결혼하려는 건 안 대표님을 사랑해서지, 다른 사람의 대용품으로 생각하는 게 아니니까요.”“사진 속의 여자들과 아직도 연락해요?”“절대 아닙니다. 제가 맹세할게요!”안열이 진지하게 얘기했다. 안지영이 괜히 장선명을 이상하게 생각할까 봐 무서웠기 때문이다.안지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안열을 쳐다보았다. 안열은 그런 눈빛을 마주하고 약간 긴장했다.“진짜예요. 사진 속의 여자들과 아무 사이도 아닙니다. 선명 도련님이 얼마나 칼 같은 분인지 잘 알잖아요.”“하긴, 안열 씨는 선명 씨 사람이니까 그편을 들겠죠.”“아니요, 전 안 대표님 편입니다. 같은 여자로서요.”“나도 그 어떤 여자의 대용품이었겠죠.”“그건 다른 거죠! 그 사람은 이미 죽었으니까요. 나태웅이 왜 갑자기 이 일을 들춘 건지는 모르겠지만... 죽은 사람까지 들먹일 줄은 몰랐어요!”안열은 정말 나태웅을 죽여버리고 싶었다.요즘 나씨 가문에 생긴 일을 보면 나씨 가문 사람들은 다 하나같이 쓰레기였다.“죽었다고요?”안지영이 깜짝 놀라서 물었다.안열이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다들 모르는 일이잖아요!”안지영이 놀라서 얘기했다.장씨 가문 남자들은 하나같이 차갑고 냉정하다는 소문을
안지영은 약간 생각하더니 얘기했다.“그런데 그렇게 욕한 게 오늘이 처음인 건 아니지 않아요?”“...”안지영이 그렇게 얘기하자 안열은 더욱 화가 났다.“저를 볼 때마다 저한테 개라고 욕해요. 개자식... 개같은 건 본인이면서! 나씨 가문 전체가 그냥 다 개예요!”안지영은 이마를 짚으면서 그 말을 들었다.“안열 씨를 그렇게 욕하고서도 잘 살아있다니... 신기할 정도네요.”안열이 얼마나 성격이 더러운지, 이제는 안지영도 잘 알았다.하지만 나태웅은 번마다 안열을 욕하면서 멀쩡히 살아있으니, 안지영은 약간 놀라웠다.“못 이긴다니까요!”“...”도대체 나태웅의 실력이 얼마나 좋기에 안열도 상대할 수 없는 걸까.“됐어요. 나태웅 얘기하면 기분이 잡치니까 그만 해요.”나태웅은 그런 존재다.언급만으로도 눈살이 찌푸려지게 하는 사람이다.“그건 맞아요. 짜증 나는 사람이죠.”안지영은 나태웅이 정말 너무 싫었다.“그러니까 무조건 승소해요!”너무 화가 나니 아무리 나태웅 얘기를 꺼내지 말자고 해도 결국 나태웅 얘기를 꺼내게 된다.안지영은 고개를 끄덕였다.“걱정하지 마요. 분명 승소할 겁니다!”안지영이 두 주먹을 꼭 쥐었다.안열뿐만이 아니라 안지영도 화가 난 상태다.안지영은 머릿속이 너무 복잡했다. 너무 화가 나서 이 화를 전부 나태웅에게 쏟아버리고 싶었다.안열은 안지영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걱정하지 마요. 꼭 이기게 해줄게요!”나태웅을 고소하려던 건 안지영이었다.하지만 지금은 든든한 아군이 생겼다.그 뜻인즉슨 나태웅은 여태껏 살아오면서 많은 사람들을 건드렸다는 것이다.안열은 안지영 앞에 있는 사진을 슬쩍 보았다. 안에는 장선명도 있는 것 같았다.“뭘 보는 거예요?”그렇게 물으면서 사진을 확인하려던 때, 안지영이 빠르게 사진을 가져가려고 했다.하지만 안열이 그 중 한 장을 손에 넣었다.사진을 본 안열은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안지영의 표정도 그대로 굳어버렸다.안 그래도 아까 일 때문에 화가 났는데, 나태웅이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