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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가 무정하면 나는 떠나리
그대가 무정하면 나는 떠나리
Autor: 타로

제1화

Autor: 타로
"마마, 정말 이 약탕을 드시려는 것입니까?"

텅 빈 방 안에 시녀 부용의 망설이는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심청하는 고개를 숙여 자신의 배를 살며시 쓰다듬었다.

평평한 아랫배 속에는 이미 작은 생명이 조용히 자라고 있었다.

'몇 년 동안 수많은 약탕을 마신 끝에 어렵게 얻은 아이였는데... 당연히 괴롭지.'

'하지만... 됐다'

심청하는 그릇을 들어 한 번에 마시려 했다.

그릇이 입가에 닿기도 전, 길고 가지런한 손이 그것을 빼앗아 갔다.

"마시기 싫다면 억지로 마시지 않아도 된다."

사내는 그저 평범한 보신과 회임을 돕는 약탕이라 생각했다.

약그릇을 부용에게 건네자, 눈치 빠른 어린 시녀는 조용히 방을 나갔다.

민구영은 몸을 숙여 심청하를 품 안에 가두듯 끌어안고, 두 손으로 그녀의 손을 감싸 쥐었다.

"손이 어찌 이리 차가운 것이냐? 창문도 닫지 않고 있었구나. 날씨가 점점 추워지니 풍한에 걸리지 않도록 조심하거라."

말을 마친 민구영은 곧장 일어나 창문을 닫았다.

그러다 뒤돌아선 순간, 연지를 바르지 않은 심청하의 입술이 핏기 하나 없이 창백한 것을 발견했다.

"안색이 어찌 이리 창백한 것이냐? 어디 불편한 곳이라도 있느냐?"

사내의 눈빛에 담긴 걱정은 거짓처럼 보이지 않았다.

심청하는 잠시 그가 여전히 자신을 사랑하는 것인지 아닌지 분간할 수 없었다.

사랑하지 않는다면 어찌 이런 사소한 것까지 신경 쓰겠는가.

사랑한다면 어찌 심청하 몰래 다른 이와 정을 나눌 수 있겠는가.

그녀는 입술을 살짝 열고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 사촌 아가씨처럼 아름다운 분이라면 같은 여자인 저도 절로 호감이 생길 정도입니다. 그런데도 부군께서는 정말 그 아이를 첩으로 들이지 않으실 생각입니까?"

두 사람은 혼인한 지 삼 년이 되었지만 슬하에 자식이 없었다.

심청하는 시어머니의 차가운 눈초리를 수도 없이 견디며, 날마다 자식을 얻는다는 약탕을 억지로 삼켰지만 끝내 아무런 소식도 없었다.

그러던 두 달 전, 시어머니는 어디서 데려왔는지도 모를 사촌 아가씨를 민구영의 첩으로 들이려 했다. 민씨 가문의 대를 이어야 한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민구영은 거절했다.

"어머니께서 또 그 이야기를 꺼낸 것이냐? 내일 당장 사람을 보내 그 아이를 돌려보내겠다."

"나 민구영은 평생 심청하 한 사람만을 부인으로 둘 것이다. 첩은 절대로 들이지 않는다."

민구영은 진지한 눈빛으로 심청하를 바라보았다. 그 눈에는 흔들림 없는 확신과 뜨거운 마음이 담겨 있었다.

민구영이 심청하의 등을 부드럽게 쓸어내리자, 따뜻한 숨결이 그녀의 목덜미에 닿았다.

"쓸데없는 걱정은 하지 말거라. 설령 우리에게 끝내 자식이 생기지 않는다 해도, 훗날 아이 하나를 들이면 될 일이다."

"어머니께는 내가 직접 말씀드리겠다."

심청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민구영의 품에 안긴 채 가만히 있었다.

"너는 늘 눈 내리는 풍경이 보고 싶다고 하지 않았느냐? 닷새 뒤면 큰 눈이 내린다 하니 내 너를 데리고 창오산에 가서 설경을 보게 해주겠다. 기분을 풀고 오자꾸나."

"힘들면 별원에서 쉬었다가 설이 지난 뒤에 돌아오면 된다."

심청하는 눈꼬리가 붉어지고, 코끝이 시큰거려 차마 견디기 힘들었다.

보라. 민구영은 언제나 이렇게 심청하를 먼저 생각했다.

심청하가 곤란하지 않도록, 어떻게든 잘해주려 애썼다.

그런데 이렇게 자신을 사랑했던 사람이 어째서 그녀를 배신한 것일까?

심청하는 아랫배를 쓰다듬으며 낮게 대답했다.

"좋습니다."

'만약 그가 정말 소해정을 떠나보낸다면... 그렇다면 아이를 생각해서라도 한 번의 기회를 주겠다.'

심청하는 그리 생각했다.

민구영은 심청하의 작은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 들고,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

"먼저 저녁을 들자꾸나."

식탁 앞에서 민구영은 새우를 집어 들고 껍질을 벗기기 시작했다.

그것은 민구영이 오직 심청하에게 먹이기 위해 막대한 은자와 조정의 인맥까지 동원해 남해에서 빠른 말로 가져온 것이었다.

문제는 백 근이 넘는 새우가 저택에 도착했지만, 살아남은 것은 한 근도 되지 않았다.

허니 한 마리에 금 열 냥을 주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였다.

경성 사람들은 모두 민구영이 부인을 얼마나 총애하는지 알고 있었다.

사랑하는 여인의 웃음을 위해, 천 리 길을 마다하지 않고 살아 있는 새우를 보내온 사내.

그런데 새우 한 마리의 껍질을 막 벗겼을 때, 하인이 밖에 누군가 찾아왔다고 아뢰었다.

민구영은 고개조차 들지 않고 거절했다.

"지금 세자비를 위해 새우를 벗기고 있는 것이 보이지 않느냐? 급한 일이 아니라면 식사가 끝난 뒤 다시 와서 아뢰거라."

잠시 망설이던 하인의 입에서 "서"라는 한 글자가 나오는 순간, 민구영의 손에 들려 있던 새우는 그대로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는 죄책감 어린 눈으로 심청하를 바라보았다.

"서 대인이 맡은 사건이 정말 급한 모양이다. 잠시 다녀오겠다. 금방 돌아올 것이다."

심청하가 고개를 끄덕이자 민구영은 서둘러 자리를 떠났다.

그는 뒤돌아보지도 않았고, 심청하를 위해 계속 새우를 벗겨주라고 사람을 남기지도 않았다.

민구영이 식사 자리에서 심청하를 두고 떠난 것은 처음이었다.

그는 예전에 말했다.

"우리는 매일 세 끼 식사를 나누고, 사계절을 함께하며 평생 서로 곁을 지켜야겠다."

궁에서 황제가 불러도 심청하를 위해 새우 껍질을 모두 벗긴 뒤에야 떠났던 사람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손도 씻지 않은 채 서둘러 자리를 떠났다.

'대체 무슨 일이기에 폐하의 부름보다도 중요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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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대가 무정하면 나는 떠나리   제25화

    그날 심청하가 떠난 뒤에도 민구영은 오랫동안 그 자리를 떠나지 못했다. 날이 완전히 어두워지고서야 천천히 허씨 저택으로 향했는데, 마침 심청하가 힘겹게 부용을 부축해 마차에 태운 뒤 채찍을 휘둘러 그대로 떠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알고 보니 심청하는 자신뿐 아니라 새로 거둔 어린 제자마저 두고 떠난 것이었다.하지만 심청하가 떠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바닥에 취해 쓰러져 있던 허지찬이 눈을 뜨더니 민구영을 향해 말했다."스승님께서 저를 두고 가셨다면 저는 쫓아가면 됩니다. 다만 세자저하도 그럴 수 있겠습니까?"민구영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그럴 수 없었다.민구영은 모든 것을 버릴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가문을 등질 수도, 부모를 저버릴 수도 없었다.잠시 허지찬을 바라보던 민구영이 입을 열었다."얼마 전 경성으로 압송된 염운사(鹽運使) 허종림에게 밖에서 떠도는 아들이 하나 있다고 들었다."허지찬은 위험스레 눈을 가늘게 뜨며, 어떻게 해야 아무도 모르게 민구영을 죽일 수 있을지 생각했다."나를 죽일 생각은 잠시 접어 두고 끝까지 들어라.""네가 평생 청하를 지켜 무사하고 행복하게 살게 해 준다고 약속한다면, 나도 이번 한 번은 법을 어겨 가며 네 편의를 봐주마.""네 신분을 밝히지 않는 것은 물론, 허종림이 과거 네 외가에서 빼앗은 재산도 전부 돌려주겠다."허지찬은 비웃음을 흘렸다."세상 모든 것을 거래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그러니 스승님께서 죽어도 당신과 돌아가지 않은 것이겠지요.""당신 눈에는 이익 말고 대체 무엇이 있습니까?""제 신분을 밝히고 싶으면 마음대로 하십시오. 어머니께서도 미련 두지 않았던 재산을 제가 가져서 무엇 하겠습니까?""저는 당신과 다릅니다."말을 마친 허지찬은 말에 올라 마차가 사라진 방향으로 곧장 달려갔다.민구영은 멀어지는 허지찬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명문세가에서 태어나 자란 민구영은 이익을 따지는 것이 무엇이 잘못인지 이해하지 못했다.'세상 모든 관계란 결국 서로의 이해관계

  • 그대가 무정하면 나는 떠나리   제24화

    심청하가 돌아왔을 때, 부용과 허지찬은 술을 마시고 있었다.부용은 심청하를 보자 웃으며 말했다."낭자, 드디어 돌아오셨네요?"그러고는 털썩 바닥에 쓰러져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심청하는 못마땅한 듯 미간을 찌푸렸다."부용은 원래 술을 마시지도 않고 주량도 약한데, 왜 이렇게 많이 마시게 한 것이냐?"그때 나무 위에 있던 허지찬이 훌쩍 뛰어내리더니 심청하를 품에 끌어안았다."청하야, 나를 떠나지 말거라."깜짝 놀란 심청하가 밀어내려 했지만 허지찬의 힘이 너무 세서 좀처럼 빠져나올 수 없었다."무엄하다! 나는 네 스승이다!""무슨 스승이요? 누가 스승이 되어 달랬습니까? 고작 저보다 다섯 살 많으면서 무슨 스승이라고.""저는 스승님 같은 거 필요 없습니다. 저는 당신의 부군이 되고 싶습니다. 평생 곁을 지키는 부군 말입니다."허지찬은 심청하의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고 그대로 입을 맞추려 했다.두 손이 풀린 심청하는 입술이 닿기 직전 망설임 없이 은침을 꺼내 허지찬의 수혈을 찔렀다.바닥에 나란히 쓰러진 두 사람을 보자 울화가 치밀었다.조금 전 허지찬이 한 말을 떠올리니 심청하의 눈빛도 가라앉았다.겨우 한 구덩이에서 빠져나왔는데, 또 다른 구덩이로 뛰어들 생각은 없었다.장공주에게 어디에 내던져져도 햇빛만 있으면 살아가는 들꽃처럼 살겠다고 약속하지 않았던가.허지찬과 사제간의 연정을 나눌 생각은 더더욱 없었다.생각을 굳힌 심청하는 그날 밤 바로 떠나기로 했다.그러다 바닥에 쓰러져 있는 부용을 보니 차마 혼자 두고 갈 수 없어, 결국 함께 데려가기로 했다.다음 날.눈을 뜬 부용은 자신이 마차 안에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화들짝 몸을 일으켰다.납치라도 당한 줄 알고 황급히 휘장을 걷어 보니, 뜻밖에도 마차를 모는 사람은 심청하였다."나... 낭자? 왜 낭자께서 마차를 몰고 계십니까? 우리 어디 가는 거예요? 허지찬은 왜 안 보입니까?"심청하는 물병을 건넸다."우선 물부터 좀 마시고 쉬거라.""내가 너를 데리고 천하의 산천을 두루

  • 그대가 무정하면 나는 떠나리   제2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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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대가 무정하면 나는 떠나리   제22화

    그 뒤로 심청하는 날마다 환자들의 상태를 꼼꼼히 기록하며 처방을 조금씩 조정해 나갔다.본래 민구영은 허지찬보다 몸이 약한 탓에 고열에 시달릴 때면 이따금 정신없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청하야, 나를 떠나지 마라."또 심청하가 맥을 짚으러 다가가면 손을 꽉 붙잡고 좀처럼 놓아주지 않았다.그 모습을 처음 본 뒤부터 허지찬은 아예 민구영 옆에 자리를 잡고 누웠다.그 후 심청하가 민구영의 맥을 짚을 때마다 허지찬은 그의 손을 단단히 눌러, 심청하를 붙잡을 틈조차 주지 않았다.심청하가 새로 약탕을 달여 오면 이번에는 허지찬이 촉촉한 눈으로 올려다보며 가엾은 척했다."스승님, 팔이 너무 아파서 약그릇을 들 힘이 없습니다."그러면 심청하는 숟가락으로 한 모금씩 떠먹여 주었다.그럴 때마다 옆에서 민구영에게 약을 먹이던 부용은 몰래 허지찬을 향해 눈을 흘겼다. 민구영의 손을 누를 때만 해도 힘이 넘쳐 보이더니 말이다.그 광경을 보는 민구영의 속은 질투로 쓰리고 또 쓰렸다.예전에는 저런 다정함을 오직 자신만 누렸었다.민구영도 심청하가 직접 약을 먹여 주길 바랐지만, 심청하는 맥을 짚는 것 외에는 그에게 아무 말도 건네지 않았다.그런 나날은 심청하가 마침내 역병을 치료할 처방을 찾아낼 때까지 이어졌다.허지찬은 새로 만든 약탕을 마신 뒤 이틀 동안 더는 열이 오르지 않았다.밖의 환자들은 한번 병에 걸리면 죽을 때까지 고열이 끊이지 않았으니, 분명한 변화였다.셋째 날이 되자 허지찬은 갓 기운을 차린 몸으로 심청하와 함께 달여 놓은 약탕을 환자들에게 나누어 주러 나갔다.사람들은 멀쩡히 살아 있는 허지찬을 직접 보고서야 반신반의하며 약탕을 받아 마셨다.그리고 그 약을 마신 사람들은 다음 날 모두 열이 다시 오르지 않았다.심청하가 마침내 역병을 치료할 처방을 찾아낸 것이다.처방은 곧 성 전체로 퍼졌고, 몸이 튼튼한 사람은 약탕을 사나흘만 먹어도 회복했다.반면 민구영처럼 몸이 약한 사람은 열흘가량 더 약을 복용해야 완전히 나았다.이제 사람들은 모두

  • 그대가 무정하면 나는 떠나리   제21화

    그동안 심청하는 ‘집집마다 시신을 거두는 아픔이 있고, 방방마다 통곡 소리가 끊이지 않는다’는 말이 어떤 비통함을 뜻하는지 뼈저리게 깨달았다.처음 심청하를 의심했던 노의원마저 역병에 걸렸고, 심청하는 그가 끝내 목숨을 잃는 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노의원은 죽기 직전까지도 심청하가 반드시 치료법을 찾아낼 것이라 믿었다.자신을 믿어 준 사람들을 실망시킬 수는 없었다. 더구나 스승의 명예에 먹칠할 수는 없었다.곁에 있던 두 사람은 그 말을 듣자 얼굴빛이 변해 동시에 외쳤다."안 됩니다!"허지찬은 아예 몸에 두르고 있던 방호용 천을 벗어 던졌다."스승님 대신 약을 시험할 사람이 없다면 제가 하겠습니다.""스승님께 무슨 일이 생겨서는 안 됩니다.""조정마저 손을 놓은 지금, 스승님은 이 성의 유일한 희망입니다. 저는 젊고 몸도 튼튼하니 감염되어도 금세 쓰러지지는 않을 겁니다. 그때 새로 만든 약은 얼마든지 제게 시험하십시오."부용도 몸에 두른 천을 벗으며 나섰다."저도 있습니다."그때 숨어서 지켜보던 민구영까지 모습을 드러냈다."사람이 더 필요하다면 나도 있다."민구영은 눈앞의 심청하에게서 한순간도 눈을 떼지 못했다. 눈을 깜빡이는 사이 또다시 사라져 버릴까 두려운 듯했다.갑자기 나타난 민구영을 본 부용은 놀라 입을 크게 벌렸다."세... 세자저하께서 어째서 여기에 계십니까?"허지찬은 민구영이 나타난 순간부터 전에 없던 위기감을 느꼈다.눈을 가늘게 뜬 채 눈앞의 사내를 살피며 심청하와 무슨 사이인지 가늠했다.무엇보다 민구영이 심청하를 바라보는 눈빛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심청하도 잠시 놀랐지만 이내 평정을 되찾았다. 민구영이 자신을 찾아 여기까지 왔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저하처럼 귀한 분께서 몸소 위험을 무릅쓰실 필요는 없습니다."그 말을 들은 민구영의 눈이 순간 밝아졌다.'역시 청하는 아직 나를 걱정하고 있다.'하지만 이어진 심청하의 한마디가 민구영을 곧바로 나락으로 떨어뜨렸다."지찬아, 상관없는 분은 내보내 드

  • 그대가 무정하면 나는 떠나리   제20화

    성 동쪽으로 갈수록 길가에 쓰러져 있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졌다.멀지 않은 산비탈에는 거두어 갈 이 없는 시신들이 멍석에 말린 채 수북이 쌓여 있었고, 관병들은 그것들을 한꺼번에 태울 채비를 하고 있었다.그 처참한 광경에 심청하는 가슴이 아파 와 좀처럼 미간을 펴지 못했다."스승님, 저쪽에서 사람들이 줄을 서서 약을 마시고 있습니다. 가서 한번 보시겠습니까?"그곳에는 임시로 지은 천막이 있었고, 안에서는 몇몇 의원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천막 밖에는 커다란 솥 하나가 걸려 있었는데, 안에는 시커먼 약탕이 가득했다.심청하가 천막 안으로 들어가 보니 모두 각자 맡은 일에 여념이 없었다.처방을 쓰고 있는 노의원에게 다가가자, 그는 의서를 뒤적이며 약방을 고심하고 있었다.심청하는 처방을 한번 훑어본 뒤 붓을 들어 그 위에 굵게 한 줄을 그었다."무슨 짓이냐?""이 약재는 다른 약재들과 상극입니다. 함께 쓰면 오히려 약효가 반대로 나타납니다."노의원은 심청하에게 손을 휘저었다."썩 물러가거라! 젊은 사람이 뭘 안다고... 옮고 싶지 않으면 저리 비켜라. 여기서 진료를 방해하지 말고.""이건 평범한 풍한이 아닙니다. 풍한 처방에서 약재 몇 가지만 더하고 빼는 것으로는 근본적인 치료가 되지 않습니다."노의원은 그 말에 발끈했다."어디서 온지도 모를 젊은 계집이 이 늙은이의 의술을 논하려 드는 것이냐?""쓸데없이 이런 곳에 있지 말고 어서 돌아가 혼처나 알아보는 것이 네가 할 일이다.""여기는 너희가 있을 곳이 아니다. 계속 버티면 관병을 부르겠다."허지찬은 노의원이 심청하를 업신여기는 태도에 화가 치밀어, 곧바로 심청하 앞을 막아서며 날카롭게 말했다."제 스승님이 처방이 틀렸다 하시면 틀린 겁니다. 스승님 말씀대로 하십시오."금세라도 충돌이 벌어질 듯하자 심청하는 허지찬을 붙잡고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소녀는 미천하나, 백초선옹 심이열의 제자입니다."심이열의 이름은 어디서든 통했다.심청하는 민구영과 혼인했을 때조차 스승의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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