登入신나정은 죽을 고비를 몇 번이나 넘긴 끝에 겨우 황자를 출산했다. 간신히 눈을 뜨자, 곁을 지키던 월이가 울먹이며 말했다. “마마, 폐하께서 아기 황자님을 장춘궁(長春宮)으로 데려가셨사옵니다. 앞으로는 황후 마마께서 직접 키우신다고 하옵니다.” 신나정은 침상에 누운 채 미동도 없이 천장을 바라보다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알았다.” 월이와 궁인들은 하나같이 무릎을 꿇은 채 눈시울을 붉혔다. “마마께서 말씀만 하신다면, 저희가 목숨을 걸고서라도 장춘궁에 가 아기 황자님을 되찾아 오겠사옵니다!” “됐네.” 신나정의 목소리는 얼어붙은 호수처럼 잔잔했다. “난 되찾을 생각이 없네.” 월이는 믿을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번쩍 들었다. “하오나 아기 황자님은 마마께서 열 달 동안 품으시고, 목숨까지 내놓다시피 하여 낳으신 아이이옵니다!” “폐하의 뜻을 누가 거스를 수 있겠느냐. 폐하께서 그 아이가 누구의 자식이라 하시면, 그 아이는 곧 그 사람의 자식이 되는 것이다.”
查看更多세월은 흐르는 물처럼 조용히 흘러갔다.어린 태자였던 이정은 어느새 장성하여 문무를 겸비한 사내가 되었다.어진 품성과 지혜를 갖춘 그는 조정에서 날로 명망을 쌓아 갔지만, 반면 이준은 눈에 띄게 늙어 갔다.오랜 근심과 과로가 이미 그의 몸을 완전히 갉아 먹고 있었던 것이다.쉰도 채 되지 않은 나이에 귀밑머리는 희어졌고, 얼굴은 수척해졌다.기침도 잦아져 때로는 피를 토하기까지 했는데 태의들조차 손을 쓸 수 없었다.그저 심병이라며, 약으로는 고칠 수 없다고 할 뿐이었다.또다시 추운 겨울이 찾아오고, 이준은 병석에 쓰러졌다.이번에는 병세가 위중해 거의 침상에서 일어날 수도 없었다.그는 생의 마지막이 머지않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하지만 두려움은 없었고, 오히려 해방을 앞둔 사람처럼 평온했다.그는 이미 태자가 된 이정을 침상 곁으로 불러 마지막 유언을 남겼다.“정이야...”그의 목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을 만큼 쇠약했다.“짐이... 떠난 뒤에는... 훗날 세상을 떠나거든, 능묘는 간소히 하고, 백성의 힘을 허비하지 말거라.”이준은 잠시 숨을 골랐다. 그리고 힘겹게 말을 이었다.“짐을... 화장하여라. 그리고... 큰 강과 들판, 산천에... 뿌려다오.”그 말을 들은 이정은 충격과 슬픔으로 고개를 번쩍 들었다.“아바마마! 아니 되옵니다! 아바마마께서는 한 나라의 임금이신데 어찌...”“끝까지... 들어라!”이준이 남은 힘을 다해 그의 말을 끊었다.그 눈빛은 단호하기 이를 데 없었다.“짐에게는... 그녀와... 같은 땅에 잠들... 면목도... 또 그녀의... 평온한 삶을... 방해할 자격도 없다.”“그녀는... 산과 물 사이에서... 자유롭고 평안하게... 살아야 한다.”이정은 이준의 눈에 담긴 끝없는 고통과 후회를 보며, 그 ‘그녀’가 누구를 가리키는지 단번에 깨달았다.그는 끝내 울음을 터뜨리며 깊이 머리를 조아렸다.이준은 떨리는 손을 뻗어 베개 곁에 두었던 퇴색한 부적 하나를 집어 들었다.가장자리가 닳아버린 평안부였다.
신나정은 떠났다.새로운 신분 문서와 평생 써도 다 쓰지 못할 은표를 손에 넣은 그는 궁장 밖으로 완전히 사라졌다.그리고 이준의 삶에서도 건원전은 완전히 화려한 무덤이 되었다.고독한 군주가 되어버린 이준은 마치 다른 사람이 된 듯했고, 또 한편으로는 예전의 근면한 제왕으로 돌아간 듯했다.다만 더 침묵했고, 더 차가워졌을 뿐이었다.그는 매일 날이 밝기도 전에 일어나 조회에 참석했고, 깊은 밤까지 주접을 살폈으며 모든 일을 직접 챙기며 나라를 질서정연하게 다스렸다.천하가 태평하고 국력이 날로 융성해지니 대신들은 그를 경외했고, 백성들은 그를 따랐다.하지만 그의 얼굴에서는 더 이상 웃음을 볼 수 없었다.깊은 눈동자는 마치 메마른 우물처럼 어떠한 파문도 일지 않았다.그는 다시는 후궁에 발을 들이지 않았고, 후궁 간택 또한 입에 올리지 않았다.장락궁은 완전히 봉해져, 신나정이 떠나던 날의 모습 그대로 남겨 두었다.매일 전담 궁인들이 청소를 했지만, 누구도 그 안에 들어갈 수 없었다.그의 침전에는 한 폭의 초상화가 걸려 있었다.궁정 화가가 그린, 황후 예복을 입고 화려하게 꾸민 신나정의 모습이 아닌, 그가 기억만을 더듬어 손수 그린 그림이었다.소박한 삼베옷을 입은 그림 속 여인은 나무 비녀로 머리를 틀어 올린 채 활짝 핀 복사꽃 나무 아래 서 있었다.뒤돌아보며 옅게 웃고 있는 얼굴, 맑은 눈빛에는 세상 물정을 모르는 수줍음과 생기가 어려 있었다.그것은 그의 기억 속 가장 처음 만났던 그녀였다.서재를 조용히 쓸고 닦던 작은 궁녀, 그리고 그의 일생에서 유일하게 진정으로 사랑했지만, 제 손으로 잃고만... 신나정이었다.정무를 마친 깊은 밤이면 그는 홀로 초상화 앞에 서 있었는데 한 번 서면 밤을 꼬박 새우기 일쑤였다.그러다 가끔은 손끝으로 그림 속 여인의 뺨을 천천히 쓸며, 다정하면서도 고통스러운 눈빛으로 누구도 알아들을 수 없는 참회와 그리움을 중얼거렸다.그는 모든 정성을 태자 이정을 가르치는 데 쏟아부었다.그에게 직접 글을 가르치고 제
신나정은 그 자리에 서서 이준이 내민 신분 문서와 은표를 바라보다가 등을 돌린 채 어깨를 미세하게 떨고 있는 사내에게로 시선을 돌려 한참을 바라보았다. 바람이 그녀의 이마 앞 잔머리를 흩날리며 매끈한 이마와 지나치게 고요한 두 눈을 드러냈다.그녀의 마음속에서는 거대한 파도가 일고 있었다.자유.그토록 오랫동안 갈망했고, 몸부림쳤으며, 심지어 죽음으로 협박하면서까지 원했던 자유가...지금 이 순간 이렇게 쉽게 그녀 앞에 놓여 있었다.이준이... 정말로 그녀를 놓아주려 하는 것인가?그것도 자신의 모든 퇴로를 끊어 버리는 방식으로?애써 침착한 척하지만 뒷모습만으로도 깊은 슬픔이 배어 나오는 그를 바라보고 있자니, 그녀의 머릿속에는 수많은 장면이 걷잡을 수 없이 스쳐 지나갔다.그녀를 위해 몸을 던져 칼을 막아 냈던 결연한 눈빛, 고열에 시달리며 몇 번이고 되뇌던 참회와 사죄, 다친 다리를 끌면서도 눈밭에 고집스럽게 서 있던 모습, 호부와 옥새를 내밀며 ‘이 천하가 네 미소 하나만도 못하다고’고 말했던 광기.그리고 지금...문서를 내밀며 떨리던 손과 갈라진 목소리.원망?당연히 원망스러웠다.그 뼛속 깊은 원한은 이미 피와 살에 스며들어 지워질 수 없는 것이었다.하지만 그녀를 위해 거의 모든 것을 버렸고, 하늘 위에서 바닥으로 추락해 초췌한 몰골이 되었으며, 지금은 기꺼이 그녀에게 자유를 주려는 이 사내를 보고 있자니...그 증오 속에는 그녀조차 분간할 수 없는 복잡한 감정이 조금씩 뒤섞여 있었다.그녀는 석양이 거의 완전히 지평선 아래로 사라지고, 하늘에 처연한 노을 한 줄기만 남을 때까지 아주 오랫동안 침묵했다.마침내 그녀는 천천히 손을 뻗어 묵직한 문서와 은표를 받아 들었다.차가운 감촉이 손끝으로 전해졌다.그녀가 그것을 받아들였다는 것을 느낀 순간, 이준의 몸은 크게 굳더니 난간을 쥔 손에 더욱 힘이 들어가 손등 위로 핏줄이 선명하게 돋아났다.그는 입술을 세게 깨물었다.돌아보지 않기 위해서였다.신나정은 문서와 은표를 소중히 품 안
신나정은 의서를 덮고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는데, 눈빛에는 옅은 의문이 담겨 있었다.힘겹게 몸을 일으키던 이준은 복부의 상처가 당겨지자 눈썹이 미세하게 찌푸려졌고, 이마에는 땀이 맺혔다.하지만 그는 끝내 이를 악물고 내시의 부축으로 일어나 두꺼운 검은색 대창의를 걸쳤다.“가마는 필요 없다. 짐은... 좀 걷고 싶구나.”그는 내시의 부축마저 물린 채 다소 휘청거리는 발걸음이지만, 끝까지 스스로 한 걸음씩 걸어 황궁에서 가장 높은 곳인 관상대로 향했다.신나정은 조용히 몇 걸음 뒤에서 그를 따르며 가을바람 속에서 유난히 초라하고 쓸쓸해 보이는 그의 등을 바라보았다.그는 눈에 띄게 수척해졌고, 어깨마저 약간 굽어 있었다.그 길은 더없이 느리고 힘겨워 그는 몇 번이나 걸음을 멈추고 숨을 고르곤 했다.하지만 한 번도 뒤돌아보지 않았고, 그녀를 재촉하지도 않았다.마침내 두 사람은 관상대에 올랐다.이곳은 황궁에서 가장 높은 곳이었다.겹겹이 이어진 궁전의 금빛 지붕은 물론이고, 그 너머로 궁 밖의 자유로운 세상을 상징하는 민가와 먼 산까지 내려다볼 수 있었다.가을바람이 세차게 불어와 두 사람의 옷자락을 펄럭이게 했다.이준은 차가운 난간을 짚은 채 먼 곳을 바라보며 오랫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의 시선은 수많은 궁궐을 지나 아주 먼 곳에 머무는 듯했다.신나정은 그의 시선을 따라 바라보았지만, 보이는 것은 석양에 붉게 물든 구름과 궁장 밖으로 희미하게 드러난 앙상한 나뭇가지뿐이었다.“나정아.”이준의 바람에 흩어진 목소리에는 묘한 부드러움과 체념이 묻어 있었다.“저기를 보거라.”그는 손을 들어 궁장 밖 어느 방향을 가리켰다.“궁 밖의 복사꽃은... 벌써 피었겠지.”신나정은 잠시 멈칫했다.지금은 늦가을이라 복사꽃이 필 리 없었다.하지만 그녀는 반박하지 않고 그저 조용히 그를 바라볼 뿐이었다.이준 역시 그녀의 대답을 바라는 것은 아닌 듯했다.그는 손을 내리고 창의 안쪽에서 천천히 두 가지 물건을 꺼냈다.하나는 새로 발급된 신분 문
굿노벨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굿노벨에 등록하시면 우수한 웹소설을 찾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완벽한 세상을 모색하는 작가도 될 수 있습니다. 또한, 로맨스, 도시와 현실, 판타지, 현판 등을 비롯한 다양한 장르의 소설을 읽거나 창작할 수 있습니다. 독자로서 질이 좋은 작품을 볼 수 있고 작가로서 색다른 장르의 작품에서 영감을 얻을 수 있어 더 나은 작품을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작성한 작품들은 굿노벨에서 더욱 많은 관심과 칭찬을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