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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Autor: 타로
출발을 하루 앞둔 밤, 심청하는 민구영에게 자물쇠가 채워져 있는 작은 상자 하나를 건넸다.

민구영은 호기심이 동한 듯 연거푸 무엇이냐고 물었다.

"새해 선물이니 지금은 열어 보시면 안 됩니다. 창오산에서 돌아오신 뒤에 보십시오."

상자 안에는 두 사람의 화리 교지가 들어 있었다. 이제 다시는 서로 마주하지 않겠다는 증표이기도 했다.

'이것을 보게 되면 그이는 어떤 심정일까?'

'한순간이라도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파할까?'

민구영은 기대에 찬 눈을 반짝이며 열쇠를 받아 들고 웃었다.

"부인의 분부, 삼가 따르리다."

웃는 모습이 참으로 보기 좋았다.

심청하는 그가 훗날 이 상자를 열 때에도 지금처럼 환하게 웃을 수 있을지 궁금해졌다.

이튿날은 모처럼 날이 맑았다.

햇살이 온 대지를 비추자 눈밭 위로 눈 부신 빛이 반사되었다.

심청하는 오랜만에 미소를 지으며 손을 내밀어 따스한 햇살을 손바닥 가득 받아 냈다.

'좋다.'

'드디어 온전히 나로 살아갈 수 있게 되었구나.'

마차가 천천히 나아가고 경성이 점점 멀어지는 모습을 바라보던 심청하는 장공주부가 있는 쪽을 향해 조용히 한마디를 남겼다.

"부디 평안하시길."

창오산의 별원에 도착했을 무렵에는 어느덧 날이 저물어 가고 있었다.

함박눈이 소리 없이 흩날리기 시작하자 민구영은 지난해 두 사람이 함께 담가 두었던 목서주를 꺼내 심청하와 함께 눈을 감상했다.

술항아리의 봉인지에는 '해마다 변함없이, 평생 헤어지지 않기를'이라는 글귀가 적혀 있었다.

민구영은 그 글자 하나라도 훼손될까 조심스럽게 봉인지를 떼어 냈다.

그리고 심청하에게 술 한 잔을 따라 주었다.

"청하야, 이 봉인지들을 모두 모아 두어야겠다. 훗날 우리 아이들에게 보여 주며 우리가 함께 걸어온 이야기를 들려줄 것이다."

그는 술잔을 들어 심청하를 바라보며 말했다.

"해마다 오늘 같은 날이 이어지고, 평생토록 헤어지지 않기를 위하여."

촛불 아래에서 바라본 민구영의 눈은 더없이 맑고 진실해 보였다.

마치 밤하늘에서 가장 밝게 빛나는 별처럼, 그 눈 안에는 오직 심청하만 담겨 있었다.

심청하는 자신이 술에 취한 게 분명하다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찌 민구영의 눈에서 사랑을 보았을까.

그들 사이에 아직 사랑이 남아 있기는 한 걸까?

심청하는 입술을 달싹였다.

이렇게까지 거짓을 꾸며 내는 것이 힘들지 않느냐고 묻고 싶었다.

그때 시종이 들어와 서 대인이 맡은 사건에 새로운 실마리가 생겼다고 아뢰었다.

민구영이 난처한 얼굴로 심청하를 바라보며 말을 꺼내지 못하자 그녀가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 다정히 말했다.

"공무가 우선이지요. 제가 망토를 가져오겠습니다."

심청하는 눈물을 훔치고 애써 웃으며 망토를 가지러 갔다.

돌아오는 길에는 민구영이 엄한 목소리로 시종에게 이르는 말이 들렸다.

"이 일은 절대로 부인의 귀에 들어가게 해서는 안 된다."

심청하가 나직이 불렀다.

"부군."

심청하는 민구영에게 망토를 입혀 주며 당부했다.

"날도 어둡고 길도 머니, 부디 가시는 길에는 뒤돌아보지 마십시오."

민구영의 눈에 순간 죄책감이 스쳤다가 사라졌다.

그는 곧 심청하를 품에 세게 끌어안았다.

조금이라도 방심하면 심청하를 잃을 것만 같았다.

민구영은 심청하의 머리칼에 얼굴을 묻고 그 향을 탐하듯 깊이 들이마셨다.

"멀지 않으니 기다리고 있거라. 금세 돌아오겠다."

심청하는 민구영의 모습이 끝없는 눈발 속으로 완전히 사라진 뒤에야 몸을 돌렸다.

'우리에게 다음은 없습니다. 이제 다시는 당신을 기다리지 않을 것입니다.'

심청하는 두 사람이 함께 심었던 목서나무 아래로 가서 함께 담가 묻어 두었던 술을 모조리 파냈다.

그리고 술항아리를 하나씩 들어 목서나무 아래에 내리쳐 산산이 깨뜨렸다.

한때 심청하는 이 나무 아래에서 민구영과 꼭 닮은 예쁜 딸아이 하나를 낳게 해 달라고 몰래 소원을 빌었었다.

아이가 태어나는 해에는 민구영과 함께 그해의 목서를 따 술을 담그고, 딸이 시집가는 날 꺼내 함께 마시리라 마음먹었었다.

산산조각 난 술항아리는 마치 그날 품었던 소원처럼, 다시는 주워 담을 수 없을 만큼 처참하게 부서져 있었다.

모든 일을 마친 심청하는 부용에게 몸종 문서와 함께 은표 오백 냥을 주었다.

"앞으로 다시 만날 수 있을지 모르겠구나. 이것은 미리 마련해 주는 네 혼수라 여기거라."

하지만 부용은 몸종 문서를 받지 않고 무릎을 꿇고 울며 말했다.

"아씨, 저를 버리지 마십시오. 걸인들에게 붙잡혀 있었을 때, 아씨께서 저를 구해 주셨습니다. 그 순간부터 저는 아씨 사람이지요."

"아씨께서 어디로 가시든, 무엇을 하시든 제가 함께하겠습니다."

부용은 심청하를 마마가 아닌 아씨라고 불렀다.

심청하가 웃었다.

"길에서 끼니를 때우고 바람을 맞으며 자야 할지도 모른다. 정처 없이 떠돌아도 후회하지 않겠느냐?"

"예, 후회하지 않습니다."

심청하는 몸종 문서를 찢어 버리고 무릎 꿇은 부용이를 일으켜 세웠다.

'참 다행이구나.'

'이 세상에도 끝까지 나를 저버리지 않을 사람이 남아 있다니 말이다.'

'혼자가 아니라 참 다행이다.'

심청하는 장공주가 마련해 준 통행증 두 장을 꺼내 들었다.

어느새 눈가에는 눈물이 맺혀 있었다.

이제 곧 자유의 몸이 된다.

밤이 깊어 사방이 고요해지자 두 사람은 가장 두꺼운 망토를 입고 별원을 나섰다.

그리고 단 한 번도 뒤돌아보지 않았다.

보잘것없는 들꽃이라 해도 어디서든 뿌리내리고 살아갈 수 있지만, 사방이 높은 담으로 둘러싸인 저택에 갇혀 시들어 갈 수만은 없었다.

이제 심청하는 자신을 비춰 줄 빛을 찾아 떠날 것이다.

'민구영, 이 넓은 세상 수많은 인연 속에서 부디 이승에서 다시는 마주치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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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동안 심청하는 ‘집집마다 시신을 거두는 아픔이 있고, 방방마다 통곡 소리가 끊이지 않는다’는 말이 어떤 비통함을 뜻하는지 뼈저리게 깨달았다.처음 심청하를 의심했던 노의원마저 역병에 걸렸고, 심청하는 그가 끝내 목숨을 잃는 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노의원은 죽기 직전까지도 심청하가 반드시 치료법을 찾아낼 것이라 믿었다.자신을 믿어 준 사람들을 실망시킬 수는 없었다. 더구나 스승의 명예에 먹칠할 수는 없었다.곁에 있던 두 사람은 그 말을 듣자 얼굴빛이 변해 동시에 외쳤다."안 됩니다!"허지찬은 아예 몸에 두르고 있던 방호용 천을 벗어 던졌다."스승님 대신 약을 시험할 사람이 없다면 제가 하겠습니다.""스승님께 무슨 일이 생겨서는 안 됩니다.""조정마저 손을 놓은 지금, 스승님은 이 성의 유일한 희망입니다. 저는 젊고 몸도 튼튼하니 감염되어도 금세 쓰러지지는 않을 겁니다. 그때 새로 만든 약은 얼마든지 제게 시험하십시오."부용도 몸에 두른 천을 벗으며 나섰다."저도 있습니다."그때 숨어서 지켜보던 민구영까지 모습을 드러냈다."사람이 더 필요하다면 나도 있다."민구영은 눈앞의 심청하에게서 한순간도 눈을 떼지 못했다. 눈을 깜빡이는 사이 또다시 사라져 버릴까 두려운 듯했다.갑자기 나타난 민구영을 본 부용은 놀라 입을 크게 벌렸다."세... 세자저하께서 어째서 여기에 계십니까?"허지찬은 민구영이 나타난 순간부터 전에 없던 위기감을 느꼈다.눈을 가늘게 뜬 채 눈앞의 사내를 살피며 심청하와 무슨 사이인지 가늠했다.무엇보다 민구영이 심청하를 바라보는 눈빛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심청하도 잠시 놀랐지만 이내 평정을 되찾았다. 민구영이 자신을 찾아 여기까지 왔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저하처럼 귀한 분께서 몸소 위험을 무릅쓰실 필요는 없습니다."그 말을 들은 민구영의 눈이 순간 밝아졌다.'역시 청하는 아직 나를 걱정하고 있다.'하지만 이어진 심청하의 한마디가 민구영을 곧바로 나락으로 떨어뜨렸다."지찬아, 상관없는 분은 내보내 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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