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경성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었다. 최근 무안후부에는 하루 동안 후부 전체가 고작 십 문만 쓸 수 있다는 새로운 규칙이 생겼다. 이 황당한 규칙은 부자를 혐오하는 연꽃을 따는 여인 소은영이 후부에 들어오면서 생겨났다. 후작 부인인 조서연은 고작 일 문을 더 썼다는 이유로 끌려가 채찍 스무 대를 맞았다. 짝! 채찍이 조서연의 등을 사정없이 후려쳤다. 살이 터지는 섬뜩한 소리가 고요한 뜰에 날카롭게 울려 퍼졌다. "부인!" 시녀 홍주가 울부짖으며 달려들었다. "그만두십시오! 제발 그만두십시오! 부인께서는 몸이 약하셔서 이런 매질을 견디지 못하십니다!" 조서연은 창백한 얼굴로 뜰에 무릎을 꿇고 있었다. 입가에는 피가 한 줄기 흘러내렸고, 몰라볼 만큼 야윈 몸에 걸친 흰옷은 핏자국으로 얼룩져 있었다. 땅바닥을 세게 움켜쥔 손은 마디마디가 하얗게 질려 있었다. "후부의 규칙은 누구도 어길 수 없습니다." 소은영은 소박한 옷차림으로 처마 밑에 서서 싸늘한 눈빛으로 조서연을 내려다보았다. "일 문을 더 쓰면 스무 대입니다. 후작께서 직접 허락하신 일입니다." 조서연은 용서를 빌지 않고 입술만 깨물었다. 빌어 봐야 소용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소은영이 후부에 들어온 뒤로 서정윤은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 버렸다.
View More서정윤이 손을 뻗었지만 아무리 애써도 조서연을 붙잡을 수 없었다.그 자리에 홀로 남은 서정윤은 조서연이 떠나는 모습을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한참 뒤 소은영이 기어서 그의 발치로 다가왔다."후작, 저를 봐 주십시오... 저를 구해 주신다면 조서연 같은 천한 것과 달리 절대 후작을 떠나지 않겠습니다. 저는..."말을 끝내기도 전에 서정윤이 그녀를 사정없이 걷어찼다."어디 감히 서연을 욕하느냐! 소은영, 이 모든 일의 원흉은 바로 너다! 네가 아니었다면 나와 서연이 어찌 이 지경까지 왔겠느냐!"분노에 휩싸인 서정윤은 소은영이 정신을 차리지 못할 만큼 사정없이 걷어찼다.자신에게 정말 아무 희망도 남지 않았음을 깨달은 듯, 소은영은 온몸의 극심한 통증 속에서 처참하게 웃었다."후작께서는 모든 일을 제 탓으로 돌리시지만, 조서연이 겪은 고통을 보고도 외면하신 분은 바로 후작입니다! 후작께서 묵인하지 않으셨다면 제가 어떻게 그 많은 짓을 저지를 수 있었겠습니까? 모든 걸 망친 사람은 다름 아닌 후작 자신입니다!"그녀가 목이 터져라 악을 썼다."조서연을 잃은 건 후작의 탓입니다! 후작은 평생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지 못할 것입니다. 평생!"소은영은 더 이상 가난하고 비참한 삶을 견딜 수 없어 마지막 남은 힘을 다해 벽에 머리를 부딪쳤다.피가 사방으로 튀었다. 자신의 목숨으로 서정윤의 마음을 흔들려 했던 시녀가 흘린 피처럼 붉었다.그러나 서정윤은 조금도 동요하지 않았다. 모든 광경을 냉담하게 지켜본 뒤 한마디도 없이 황궁으로 돌아갔다.유남현과 조서연도 다시 마차에 올랐다.이번에는 눈에 거슬리는 서정윤도 곁에 없었다.본래 보름이면 닿을 거리였지만, 두 사람은 산천을 유람하듯 느긋하게 여행해 한 달이 넘어서야 강남으로 돌아왔다.그런데 마차에서 내리자마자 서정윤의 소식을 듣게 되었다.서정윤은 다시 황제에게 조서를 청해 변경으로 떠났고, 큰 승리를 거두고 돌아오면 조서를 받아 조서연과의 혼인을 허락받을 생각이었다.하지만 안타깝게도 낙담해서인지
목적지는 경성이었다.강남에서 경성까지 가장 빠른 길로 가도 보름은 걸렸다.경성으로 향하는 보름 내내 서정윤은 지난날의 이야기를 계속 꺼내며 조서연에게서 조금이라도 애정 어린 반응을 이끌어 내려 했다. 하지만 그가 아무리 애써도 조서연의 눈에는 오직 유남현뿐이었다.두 사람은 온종일 나란히 앉아 소곤소곤 이야기를 나눴고, 함께 웃는 모습은 서정윤의 눈에 거슬렸다.심지어 맞잡은 손도 좀처럼 떨어지지 않았고, 조서연이 잠들 때조차 유남현은 그녀의 손가락을 가볍게 만지작거렸다.서정윤에게는 더없이 고통스러운 나날이었지만, 조서연을 볼 수 있다는 생각 하나로 견뎠다.마침내 경성에 도착한 날, 그는 어느 때보다 기뻐했다.그는 들뜬 듯 앞장서 길을 안내하더니 더럽고 비좁은 골목으로 들어갔다. 골목 곳곳에는 갈 곳 없는 거지들이 웅크리고 있었다.조서연은 서정윤이 왜 자신을 이런 곳에 데려왔는지, 대체 무엇을 보여 주려는지 알 수 없었다.골목 가장 깊숙한 곳까지 들어가 익숙한 얼굴을 발견하고 나서야 그의 뜻을 깨달았다.거지들에게 둘러싸인 한 여인이 바로 소은영이었다. 옷은 갈기갈기 찢어져 몸조차 제대로 가리지 못했다.소은영은 찐빵 하나를 차지하려고 다른 거지들과 머리가 깨져 피가 날 때까지 싸웠다. 어렵게 손에 넣어도 사내 거지 몇 명에게 빼앗기고 매질까지 당했다.결국 소은영은 쓰레기를 뒤져 먹을 것을 찾아야 했다. 한때 남들 위에 군림하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처량하기만 했다.하지만 조서연은 그 광경을 보고도 별다른 감정이 들지 않았다.소은영이 과거 자신을 괴롭혔어도 조서연에게는 이미 새로운 삶이 생겼다.그녀는 원수를 갚았다는 통쾌함도, 소은영을 향한 원망도 없이 그저 조용히 바라보았다. 그토록 평온한 모습에 서정윤은 오히려 불안해졌다.서정윤은 조서연이 소은영의 비참한 모습을 보고 통쾌해하리라 여겼다. 조서연이 조금이라도 반응을 보인다면 아직 자신을 마음에 두고 있다는 뜻일 테니까.그러나 조서연의 반응에 서정윤의 불안은 더욱 커져 그를 짓눌렀다.그
유남현은 다급히 달려와 조금도 두려워하는 기색 없이 두 사람 사이를 막아 서서 조서연을 지켰다.조서연의 입가에 저절로 미소가 번졌다."저는 괜찮습니다. 어디 다녀오셨습니까, 남현?"그 미소에는 다정함과 믿음이 가득 담겨 있었다.서정윤은 조서연의 저런 미소를 본 지 오래였다. 그 모습을 마주하는 순간 마음이 걷잡을 수 없이 불안해져 낮은 목소리로 윽박질렀다."너는 누구냐? 서연은 내 사람이다. 어디 감히 서연의 이름을 입에 올리는 것이냐?"유남현이 몸을 돌리자 조서연은 그제야 그의 옷차림이 평소와 다르다는 사실을 깨달았다.평소에는 아무 장식 없는 소박한 흰옷만 입었고, 옷감도 평범해 특별한 점을 찾아볼 수 없었다.하지만 오늘은 같은 흰옷이라도 은은한 무늬가 들어가 차분하면서도 고급스러웠고, 한눈에도 값비싼 옷임을 알 수 있었다.조서연의 마음에 갑자기 의문이 생겼다.'유남현은 정말 강남의 평범한 의원일 뿐일까?'유남현이 서정윤을 바라보며 냉소했다."두 분은 이미 부부의 연을 끊었습니다. 서연이 지금 좋아하는 사람은 접니다."서정윤은 그 말을 도저히 믿을 수 없어 마음속 불안을 애써 억누르며 물었다."서연, 저자의 말이 사실이냐?"유남현의 신분에 의문이 들기는 했지만, 그동안 함께 지내며 쌓은 믿음은 흔들리지 않았다.조서연은 단호히 고개를 끄덕였다."맞습니다. 제가 지금 좋아하는 사람은 남현입니다.""그럴 리 없다!"서정윤이 버럭 외쳤다.그는 조서연과 다시 함께하겠다는 결심을 증명하려 목숨까지 걸고 싸웠다.'그런데 서연에게 새로 사람이 생겼다고?'서정윤은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붉어진 눈으로 조서연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나를 속이는 거지? 서연, 네가 거짓말하고 있다는 걸 안다. 아직 내게 화가 나서 그러는 것이냐? 나는 소은영을 진작 쫓아냈다. 다시 혼인하면 전보다 몇 배는 더 잘해 주마. 다시는 다른 여인을 가까이하지 않겠다. 서연, 우리는 평생 서로만 사랑하기로 약속하지 않았느냐? 그걸 잊은 것이냐? 네가 어떻게 다른
다음 날, 서정윤은 말을 타고 강남에 도착해 조서연의 가게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무안후인 서정윤에게 자신을 찾는 일쯤은 어렵지 않았기에, 조서연은 그가 나타나도 놀라지 않았다.유남현의 위로를 받고 이미 마음을 정리한 뒤였다. 어떤 식으로든 서정윤과 확실히 이야기를 나눠야 했다.조서연을 보자마자 서정윤은 곧장 다가왔다.지난 몇 달 동안 전장에 머무는 내내 한순간도 조서연을 잊은 적이 없었다. 전쟁에서 승리한 뒤에도 그의 마음에는 오직 조서연뿐이었다.쉬지 않고 말을 달려 경성으로 돌아오자 황제는 관직과 작위를 높여 주겠다고 했다. 그러나 서정윤은 모두 거절하고 조서연을 되찾게 해 줄 조서 한 장만을 청했다.생사의 고비를 넘긴 뒤 조서연과 다시 마주하자, 잃었던 것을 되찾은 듯한 기분이 들었다.서정윤은 조서연의 얼굴을 찬찬히 눈에 담았다.강남에서 지내는 동안 살이 조금 오른 듯, 뺨이 도톰해져 전보다 더 사랑스러워 보였다.하지만 서정윤이 손을 뻗어 눈썹을 어루만지려 하자 조서연은 고개를 돌려 그의 손길을 피했다."후작, 무슨 일로 왔습니까?"조서연의 차가운 말에 서정윤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두 사람이 이미 부부의 연을 끊었다는 사실을 떠올렸다.그는 손을 내렸지만 눈빛은 여전히 뜨거웠다."서연, 네게 하고 싶은 말이 많다. 지난 일은 모두 내 잘못이다. 나는 소은영의 위선에 속아 네게 그토록 큰 고통을 안겼다. 이제야 내가 다른 사람을 사랑한 적이 없다는 걸 깨달았다. 내가 진정 바라는 건 여전히 너와 평생 함께하며 영원히 헤어지지 않는 것이다."거리의 사람들이 하나둘 걸음을 멈추고 두 사람을 구경했다.명성이 자자한 무안후가 작은 가게의 주인에게 사랑을 고백하고 있었기 때문이다.서정윤은 주위의 수군거림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고개를 숙여 조서연의 손을 잡았다. 기억 속의 손은 희고 매끄러웠지만, 날마다 우산을 만들다 보니 이제는 조금 거칠어져 있었다.서정윤의 눈빛에 안타까움이 가득했다."서연, 그동안 고생이 많았구나. 나와 함께 경성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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