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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8화

Penulis: 서한월
식사가 끝나갈 무렵이었다.

코시오가 와인잔을 기울이자, 짙은 빛의 와인이 조명 아래에서 흔들렸다. 승환이 마침내 입을 열었다.

“아버지, 어머니는 언제 돌아오십니까? 그리고 저희는 언제 이곳을 떠납니까?”

코시오가 잠시 시선을 승환에게 주었다가, 천천히 붉은 와인을 한 모금 머금었다.

“급하냐?”

“누나를 빨리 데려가고 싶어서요. 어머니와 같이 지내고 싶습니다.”

승환의 얼굴은 변함없이 차분했다.

코시오의 입꼬리가 아주 미세하게 올라갔다.

“곧이다.”

“지난번에 아버지는 한번 실패하셨습니다.”

승환은 코시오의 살짝 가라앉은 녹빛 눈동자를 외면한 채 냉정하리만큼 안정된 목소리로 이어갔다.

“이번에는 오광진 회장 쪽에서 더 철저하게 대비하겠죠. 아버지, 이번엔 정말 문제가 없다고 확신하십니까?”

애초의 계획대로라면, 유하는 이렇게 일찍 이곳에 데려와서는 안 되는 존재였다.

파헤치지 말아야 할 걸 유하가 건드렸기 때문에 원래의 구도가 흐트러졌다. 승환으로서도 의문을 품을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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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들이 나를 버릴 때, 나는 세상을 가졌다   제845화

    승현은 유하의 주변에 계속 사람을 붙여 두고 있었다.코시오 관련 일이 어느 정도 정리된 뒤에도 여전히 철수시키지 않았다. 혹시라도 유하가 돌아왔을 때, 사람이 보이지 않으면 사진이라도 남길 생각이었다.하지만 그런 이야기를 할 수는 없어서 승현은 입을 다물었다.유하 역시 더 캐묻지 않았다. 이미 너무 큰 충격에 빠져 있었고, 심지어 승현이 소성란을 부르는 방식조차 바로잡지 못한 채였다.“지금... 네 말은... 우리 고모할머니가 너를 보고 싶어 하셨다는 거야?”‘말도 안 돼!’“그래.”승현은 그날을 떠올리며 말했다.“전화가 왔어. 이 집의 집사님한테서. 고모할머니는 나보고 이곳으로 오라고 했고, 너한테는 말하지 말라고 했어.”“왜?”유하의 눈이 붉어졌다.“말도 안 돼. 우리 고모할머니가 너를 보고 싶어하실 리 없어. 그렇게 싫어했는데. 그리고... 그리고 왜 널 찾지, 나를 안 찾고... 너, 지금 나 속이는 거지?”“유하야, 일단 진정해.”“나 충분히 진정해 있어.”유하는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손끝이 손바닥을 파고들 정도로 힘이 들어갔다.“말해. 다 말해.”...승현의 이야기를 다 듣고 난 뒤, 유하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녀는 기운이 완전히 빠진 사람처럼 몸이 흔들리며 일어났고, 뒤에서 부르는 승현의 목소리도 듣지 않은 채 소성란의 서재로 향했다.문을 닫고, 잠갔다.그날 밤, 유하는 끝내 나오지 않았다.소성란이 떠난 뒤에도 서재는 그대로였다.책상 위에는 덮인 채로 놓인 책 한 권이 있었다. 마치 조금 전까지 읽다가 잠시 내려놓은 것처럼.유하는 책을 집어 들었다.책장은 누렇게 바래 있었고, 자주 넘긴 흔적이 분명했다.‘혹시...’그런 생각을 안고 책상 옆에 앉아 책을 펼쳤다. 몇 장 넘기지 않아, 유하는 멈춰 섰다.책 사이에 사진 한 장이 끼워져 있었다.흑백 사진은 비닐에 싸여 잘 보존되어 있었고, 그 안에는 수수한 옷차림의 젊은 여자 둘이 나란히 서 있었다.한 명은 짧은 머리, 다른 한 명은

  • 그들이 나를 버릴 때, 나는 세상을 가졌다   제844화

    그다음 한동안.유하는 긴 시간 동안 숨 돌릴 틈 없이 바쁘게 지냈다.소성란이 남긴 Splendid를 맡아 운영하며, 신제품 발표회, 연회 참석 일정이 줄줄이 이어졌다. 밤낮의 구분도 없었고, 국내로 돌아가지도 않았다.슬퍼할 시간조차 없을 만큼 바빴고, 어쩌면 바쁘게 지내는 것으로 슬픔을 밀어내고 있었는지도 모른다.청산에게서 온 전화도 딱 한 번 받았을 뿐이었다.국정원 업무로 인해 당분간 해외 출국이 어렵다는 말을 듣자, 유하는 조용히 이해한다고 말했다.이해할 수 있었다.국정원 일이라는 게 원래 특수한 데다, 코시오 관련 사안이 아직 정리 단계였고, 마무리를 앞둔 민감한 시기였다.관련자 전원의 이동 제한은 불가피했다.불가항력... 그건 유하도 잘 알고 있었고, 당연히 이해했다.로즈 가든 서재에서, 유하는 전화를 끊고 핸드폰을 내려놓으며 담담하게 생각했다.공적인 일, 국가적인 일이 더 중요하다는 것쯤은 알고 있었다.다만, 유하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게 하나 있었다.이 일의 핵심 책임자 중 하나인 오승현은 이렇게 중요한 시기에 왜 해외에 있고, 왜 하필이면 자기 고모할머니의 집 앞에서 그렇게 당당하게 드나들고 있는지...‘왜 아무도 오승현을 막지 않지?’유하는 진지하게, 조직 쪽에 편지라도 써서 신고할지 고민했다.‘직무 태만 아닌가?’그때 서재 문이 노크 소리와 함께 열렸다.집사가 조심스럽게 들어왔다.“아가씨, 오승현 대표님이 또 오셨습니다.”“알아요.”유하는 무표정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요즘은 워낙 자주 마주쳤다.연회에서도, 행사에서도, 그리고 이렇게 직접 찾아오는 일까지.이제는 놀라지도, 화가 나지도 않았다.화낼 기력조차 없었다.“이번에도 돌려보낼까요?”집사가 물었다.“음... 잠깐만.”유하는 잠시 망설이다가 되물었다.“전에 고모할머니를 마지막으로 뵌 사람이 그 사람이라고 했지?”집사는 유하의 표정을 살폈다. 감정의 동요가 보이지 않자, 조심스럽게 대답했다.“네, 아가씨.”“그 사람... 들여보내요.

  • 그들이 나를 버릴 때, 나는 세상을 가졌다   제843화

    다만... 지난번 교통사고로 유하는 이미 몸의 기초가 망가진 상태였다. 상처도 완전히 낫지 않았는데, 그 사이에 여러 일들이 연달아 덮쳤다. 그 여파로 유하는 고열이 계속됐다. 마치 예전에 거의 앓지 않았던 병들을 한꺼번에 보상이라도 하듯 앓으며, 열은 쉽게 내려갈 기미가 없었다.유하는 원래 아픈 일이 드물었다.그래서인지, 감정이 가라앉아 있는 상태에서 찾아온 병은 유난히 사람을 괴롭혔다.“써... 안 먹어.”침실 침대 위.유하는 남자의 품에 갇힌 채로 열에 취해 있었다. 그리고 얼굴과 목, 드러난 피부는 전부 달아올라 붉었다.유하는 남자가 내미는 약 그릇을 밀어냈다. 하지만 고열로 힘이 빠진 상태라 제대로 밀리지도 않았다. 몇 번 힘을 주자 숨만 가빠졌고, 결국 다시 품 안에 눌렸다.쓴 약이 남자의 입을 통해 넘어왔다.유하는 인상을 찌푸렸다.너무 썼다.입술이 떨어지자마자, 화가 난 듯 유하는 남자의 머리칼을 움켜쥐고 세게 잡아당겼다.“얌전히. 아직 조금 남았어.”승현은 머리카락이 잡힌 채로도 눈 하나 깜빡이지 않았다. 다시 따뜻한 약을 한 모금 머금고, 몸부림치는 유하를 눌러 또다시 입으로 약을 먹였다.그렇게 한 그릇이 다 비워졌다.두 사람의 옷은 엉망이 됐다.승현의 흰 셔츠는 약이 튀어 짙은 얼룩이 번져 있었고, 머리카락도 헝클어져 있었다. 여전히 누군가 잡아당긴 흔적이 남아 있었다.아마도 머리카락을 쥐고 있는 것도 지친 모양이었다.유하는 손을 놓았다. 머리가 깨질 듯 아팠고, 속이 답답했다. 멍한 상태로 베개를 더듬어 집어 들고 남자를 향해 던지려 했지만, 팔에 힘이 없어 베개는 들자마자 바닥으로 떨어뜨렸다.유하는 멍하니 그 모습을 바라봤다.그리고 이유도 모르게,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몸의 힘이 빠지며 고꾸라지듯 누웠고, 얼굴을 베개에 파묻은 채 중얼거렸다.“미안해... 나 쓸모없어. 나 진짜 쓸모없어. 미안해...”베개에 묻혀 소리는 둔하게 울렸다.승현은 한숨을 내쉬었다.‘또 시작이네.’며칠째 이어

  • 그들이 나를 버릴 때, 나는 세상을 가졌다   제842화

    이건 큰일이었다.사람이 평생에 한 번 겪을까 말까 한, 가장 큰 일.허투루 치를 수는 없었다.‘그런데... 누구의 장례식이었지?’유하는 멍한 상태로 장원에 모인 사람들 사이에 서 있었다. 유하의 앞에는 장미로 둘러싸인 투명한 아이스 관이 놓여 있었고, 그 안에는 한 사람이 누워 있었다.조문객들이 오가며 유하에게 고개를 숙이고 말했다.“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유하는 예의상 고개를 끄덕였다.왜 고개를 끄덕여야 하는지, 그 이유는 잘 알지 못했다. 다만 지금은 이렇게 해야 한다는 것만 알고 있었다.어디선가 귀를 찢는 듯한 울음소리가 들려왔다.유하가 고개를 돌리자, 이솔이 아이스 관 앞에 무릎을 꿇은 채 엎드려 있었다. 목이 쉬도록 울부짖고 있었고, 옆에서는 사람들이 계속해서 말리며 끌어당기고 있었다. 하지만 울음은 멈추지 않았고, 오히려 점점 커졌다.유하는 그 장면을 말없이 바라봤다.현실에서 한 발 떨어져 나온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런데 가슴 안쪽은 묵직하게 가라앉아 있었다.유하는 다가갔다.쪼그려 앉아, 울어서 붉게 부은 이솔의 얼굴을 두 손으로 받쳐 들었다.눈물은 계속 흘러내려 유하의 손바닥을 적셨다. 유하는 그 눈물을 닦아주며 조용히 말했다.“왜 이렇게 울어?”이솔은 멍하니 유하를 보다가 갑자기 유하를 끌어안았다.“유하야... 유하야...”이름을 부르다 다시 울음을 터뜨렸다.유하는 그저 가만히 있었다.그렇게 시간이 흘렀고, 조문객들은 하나둘씩 자리를 떴다.아이스 관 앞에는 결국 유하 혼자만 남았다.유하는 그 자리에 무릎을 꿇은 채, 해가 지고 다시 뜨고, 또다시 해가 질 때까지 움직이지 않았다.무릎을 꿇던 중, 촛불 아래에서 누군가의 그림자가 흔들렸다. 유하는 멍하니 고개를 돌렸다.얼굴이 잘 보이지 않는 남자가 유하 옆에 함께 무릎을 꿇고 있었다. 남자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이제 늦었어. 잠깐이라도 쉬러 가자.”유하는 고개를 저었다.그러다 문득 무언가 떠오른 듯 남자를 밀어냈다.“너 당장 나

  • 그들이 나를 버릴 때, 나는 세상을 가졌다   제841화

    인생무상.이 네 글자에 대해, 유하는 스스로 충분히 안다고 생각했다. 이해하고 있었고, 받아들일 준비도 되어 있다고 여겼다.유하의 삶은 원래부터 변덕과 우연으로 가득했다. 계획대로 흘러간 적이 거의 없었고, 완전한 결말을 맞은 일도 드물었다.그래도 괜찮았다.유하는 욕심이 많은 사람이 아니었다.소성란이 곁에 있고, 마음 터놓을 수 있는 몇 명의 사람이 주변에 있고,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아갈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했다. 지금까지의 삶은 오히려 기대보다 훨씬 넘쳤다.유하는 탐욕스러운 사람이 아니었다.단 한 번, 욕심을 부린 적이 있다면.소성란을 해치려 한 사람들이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는 생각.그리고 그 욕심은 이루어졌다.이루어졌는데...푸른 하늘을 가르며 비행기가 긴 흰 꼬리를 남기고 날아가고, 도로 위를 차량이 속도를 높여 달렸다.유하는 병원의 긴 복도를 전력으로 달렸다. 앞을 가로막던 승현을 밀치고 병실 안으로 들어섰다.하얀 커튼이 흔들렸다.순백의 병실.침대 위에는 사람의 윤곽이 만들어져 있었고, 의료진이 막 흰 천을 덮은 직후였다.눈이 아플 만큼의 흰색.유하는 한 걸음, 한 걸음 다가갔다.발이 바닥에 붙은 것처럼 움직이지 않았고, 몇 미터 남짓한 거리인데도 끝없이 멀게 느껴졌다. 마치 평생을 걸어온 시간보다 더 긴 길처럼.귀에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완벽한 정적이었다.숨이 막힐 정도로.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 알 수 없었다.유하는 결국 침대 옆에 섰다. 침대 위에는 얼굴이 보이지 않는 흰 천만이 있었다.유하는 손을 뻗지 않았다. 그저 그 자리에 서 있었다.사람이 아니라 기둥처럼.시간도 함께 멈춘 것 같았다.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조금만... 아주 조금만 더 느리게...거꾸로 흘러가서 유하가 Y국을 떠나기 직전, 소성란 곁에 있었던 그날에 멈춘다면.그걸로 충분했다.유하는 그 하루에 평생을 묶여 살아도 괜찮았다.“저 왔어요.”대답이 없자 유하는 이유를 알 수 없어 다시 말했다.목소리는

  • 그들이 나를 버릴 때, 나는 세상을 가졌다   제840화

    “왜요, 엄마?”준서는 한참을 고민하는 표정이었다.“이건 꼭 필요한 일이야. 네가 받아들이기 힘들면, 여기 남아도 돼. 엄마는... 괜찮아.”“그러면 엄마를 못 보게 되는 거예요?”“그래.”“싫어요! 그럼 저는 엄마랑 갈래요.”“정말 잘 생각한 거야?”이번엔 유하 쪽이 흔들렸다.“결정한 거면, 내일이나 모레 바로 떠나야 해.”“이렇게 빨리요?”준서는 얼굴을 찡그렸다.“저 아직... 아직 몇몇 친구들이랑 인사도 못 했어요.”“그럼 청산 아저씨 집에 잠깐 더 있어도 돼. 근데 엄마는 내일 꼭 가야 해.”유하는 단호했다.“엄마가 집 떠난 지 너무 오래됐어. 엄마의 고모할머니가 많이 걱정돼.”그건 사실이었다.퇴원 전부터, 요 며칠은 뭘 하든 유하는 소성란 생각이 먼저 났다. 집에 가고 싶다는 마음이 점점 더 커졌다.준서만 아니었다면, 유하는 이미 비행기에 올랐을지도 몰랐다.소성란을 이렇게 오래 마음에 두고 있었던 만큼, 예전 일 때문에 말로는 준서를 못마땅해했어도, 유하는 알고 있었다. 소성란은 아이를 좋아한다. 그렇지 않았다면, 처음 만났을 때 그렇게 값비싼 선물을 준서에게도 주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마저도 부족하다고 했을 사람이다.하루쯤 늦어지더라도 준서를 데리고 가면 소성란은 분명 기뻐할 것이다.소성란이 기쁘면, 유하도 기뻤다.“엄마... 제가 가도 괜찮을까요?”준서의 목소리가 조금 작아졌다.“증고모할머니, 아직 저 화나 계신 거 아니에요?”준서는 예전에 소성란에게 받은 선물을 잃어버리고 망가뜨린 일을 또렷이 기억하고 있었다. 그래서 더 조심스러웠다. 혹시 소성란이 자신을 싫어하게 된 건 아닐지, 그게 마음에 걸렸다.“가서 제대로 사과드리면 돼.”유하는 준서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목소리는 부드러웠지만, 마음 한쪽은 묘하게 불편했다.‘그 일이 없었더라면...’유하는 고개를 저었다.‘그만하자. 원인은 이미 감옥에 있으니까.’그런 생각을 하자 기분이 갑자기 가라앉았다.준서에게 이야기를 조금 읽어 주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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