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그들이 나를 버릴 때, 나는 세상을 가졌다: Bab 1 - Bab 10

100 Bab

제1화

W시, 1월 15일.깊은 겨울밤, 굵은 눈송이가 쏟아지기 시작했다.거리에 벌써 소복이 쌓인 흰 눈은 오가는 차량과 사람들의 발에 밟혀 진창처럼 더럽게 변해가고 있었다.도로 한편에는 남색 아우디가 조용히 서 있었다.소유하는 눈처럼 새하얀 롱패딩 차림으로 꽃집에서 산 장미꽃다발을 안고 차 쪽으로 걸어가면서 남편 오승현에게 전화를 걸었다.오늘은 유하와 승현의 결혼 8주년 기념일이다.유하는 일을 서둘러 끝내고, 남편과 단둘이 식탁에 앉아 촛불을 켜고 조용히 저녁을 먹고 싶었다.함께 버텨낸 7년을 기념하고, 여덟 번째 해를 함께 시작하고 싶었다.첫 번째 통화 시도는 실패.두 번째, 세 번째 통화도 역시 승현은 받지 않았다.한참 동안 기다린 뒤에야,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무슨 일이야?]유하의 얼굴에서 천천히 미소가 사라졌다. 그래도 애써 침착하게 말했다.“오늘 우리... 밖에서 저녁 먹기로 했잖아요. 장소는...”[업무 중이야. 바빠.]더 말할 틈도 없이, 전화는 일방적으로 끊어졌다.유하는 핸드폰을 꼭 쥔 채, 하얀 입김을 뿜으며 가만히 서 있었다.세찬 눈바람에 한기가 스미자 옷깃을 여미고 몸을 한 번 떨었다.장미의 붉은 꽃봉오리가 눈 속에서 유독 쓸쓸해 보였다.‘이 사람... 오늘이 무슨 날인지 기억이나 할까?’‘우리 분명히 약속했잖아.’‘그런데 왜 이렇게 매번, 아무렇지 않게 미루고, 무시하고...’‘저녁 한 끼 같이 먹는 게 그렇게 어려운 일이야?’유하의 눈에는 눈물도 나지 않았다. 그저 갑작스럽게 깊은 피로감이 밀려왔다.그녀는 눈을 가만히 감았다가 다시 떴다.떨리는 손끝으로 다시 연락처를 눌렀다.이번엔 아들 오준서의 번호였다.남편과 오랜만에 단둘이 시간을 보내고 싶어서 시어머니께 부탁해 준서를 본가로 보냈지만.로맨틱한 저녁 식사 자리가 무산된 이상, 아이를 데리러 가야 했다....화려하고 사치스러운 레스토랑 한편.고급스러운 분위기 속에 우아하고 아름다운 여자 한 명과 여섯 살쯤 되어 보이는 남자아이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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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차는 한 빌라 단지 내, 3층짜리 마당 딸린 별장 앞에 멈춰 섰다.차 키를 가사도우미에게 건넨 유하는 성큼성큼 집 안으로 들어섰다. 순간 퍼져오는 온기에 꽁꽁 언 몸이 살짝 녹아내렸다.자신을 반겨주는 도우미를 무시한 채 유하는 곧장 위층 침실로 올라가 짐을 정리했다.남편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 하연우와 다시 연락한 것도 모자라, 자기 아들과 그 여자를 만나게 했다는 것만 생각하면 유하는 속이 울렁거리고 구역질이나 한순간도 이 집에 있고 싶지 않았다.챙길 물건은 꽤 많았다. 고작 속옷 몇 벌과 겨울옷 몇 벌, 그리고 귀중한 장신구만 챙겼는데도 캐리어가 꽉 들어찼다.침대 머릿장을 정리할 때, 서랍장 안에서 있는 카드 한 장이 유하의 눈길을 사로잡았다.그 카드는 승현의 명의로 된 카드다.웃어른의 등쌀에 못 이겨 억지로 결혼한 탓이었을까? 승현은 유하에게 늘 모질었고, 뭐든 경계했으며, 생활비 한 번을 준 적이 없다.심지어 어린 아들도 있는 본인 명의의 카드를 유하는 갖지 못했다. 그녀에게 있는 거라곤 오직 남편 명의로 된 카드뿐이었다.사랑에 눈이 멀었을 적에 유하는 승현이 자기한테 본인 카드를 준 건 사랑의 상징이라고 생각했었다. 나중에야 그게 모두 자신을 경계하려는 것이라는 걸 알았다.지출만 했다 하면 매번 승현의 번호로 메시지가 가곤 했으니까.다만 유하는 카드를 사용한 적이 드물었다. 사용한다 해도 집에 필요한 물건을 사는 게 고작이었다. 대부분의 경우, 유하는 뭐든 자기 월급으로 해결했다. 유하의 일자리 역시 그녀가 직접 찾은 것이다.처음에 승현과 더 가까이 지내려고 MB그룹 IT팀에 이력서를 넣었지만, 고리대학교 컴퓨터공학부 공학박사라는 학력과 풍부한 커리어임에도, 면접 기회마저 주어지지 않고 서류에서 떨어졌다.나중에야 알게 된 것이지만, 그건 모두 남편 승현의 명령이었다.‘그때 뭐라고 했더라?’“오씨 가문의 사모님이 되고 싶으면, 집에서 얌전히 사모님 노릇이나 해. 회사 일에 끼어들지 말고.”지금 되새겨 보면 7년 동안 승현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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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이른 아침, 전화벨 소리에 눈을 뜬 유하는 지끈거리는 머리에 미간이 절로 찌푸려졌다.아마도 어젯밤, 눈 속에서 오랫동안 서 있어 감기에 걸린 모양이었다.터질 것 같은 관자놀이를 문지르며 캐리어에서 옷을 꺼낸 순간, 빨간색 물건 하나가 바닥에 떨어져 데구루루 굴러갔다.그건 다름 아닌 빨간 중절모를 쓴 주먹만 한 로봇이었다.철제로 된 작은 로봇은 몸체가 통통했고, 포인트를 준 빨간 모자 외에 다른 부분은 온통 회색이었는데 어딘가 살짝 투박해 보였다.이건 유하와 승현이 주고받은 사랑의 증표였다.사실 유하와 승현은 간단히 혼인신고만 하고 결혼식을 올리지 않았다. 심지어 지인들 앞에서 서약을 맺지도 않고 공식적으로 MB그룹에 갓 부임한 젊은 대표가 결혼했다는 소식만 발표했다. 신부가 누구인지는 일절 언급하지 않은 채로 말이다.이 바닥에서 유하의 존재를 아는 건 승현의 친한 친구들뿐이다.혼인신고를 한 날 밤, 자신을 좋아한 적이 있냐는 유하의 질문에 승현은 이 투박하기 그지없는 로봇을 던져주고는 말없이 떠나갔다.나중에 유하 혼자 연구하다가 이 투박하기 짝이 없는 로봇 안에 AI 대화 프로그램이 들어 있다는 걸 발견했다.프로그램에 등록한 뒤 핸드폰으로 문자를 보내면 로봇은 음성으로 대답할 수 있는 구조였다.그 당시 이 로봇을 받고 유하는 기뻐서 어쩔 줄 몰라 했다. 그도 그럴 게, 이건 IT와 AI에 대단한 열정을 갖고 있는 승현이 직접 만든 것일 수 있었으니까. 심지어 안에 있는 프로그램 역시 승현이 직접 유하를 위해 만든 것일 수 있었다.유하는 몸을 쪼그린 채 로봇을 집어 들고 핸드폰을 꺼낸 뒤, 프로그램에 7년 전 신혼 날 밤과 똑같은 문자를 보냈다.[나를 사랑해?]빨간 중절모 로봇은 아무 감정 없는 딱딱한 기계음으로 신혼 날 밤과 똑같은 대답을 했다.[아니.]유하의 입가에 자조적인 미소가 번졌다.‘이것 봐. 7년 전에 이미 답을 들었으면서 7년이 흐른 지금에 와서야 현실을 깨닫다니.’‘참, 애썼네. 나를 모욕하려고 특별히 로봇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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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늦은 저녁, 다크문 칵테일 바.어두운 파란색의 바 안 한구석에 예쁘장한 여자 두 명이 마주 앉아 있다.그 중 똑 단발한 여자가 갑자기 표정을 팍 구기며 분노했다.“오승현은 대체 뭐 하자는 거야? 대놓고 너 엿 먹이는 거 아니야?”강이솔은 화 난 표정으로 손에 든 핸드폰을 유하의 얼굴 가까이에 갖다 댔다. 핸드폰 화면에는 다름 아닌 유하가 낮에 봤던 기사들이었다.“하연우랑 오승현이 예전에 무슨 사이였는데! 어릴 때부터 같이 자란 데다 약혼까지 했던 거 이 바닥에 모르는 사람 있어? 이미 결혼도 한 사람이 하연우를 자기 회사로 부르는 건 무슨 심보래?”“심지어 계열사 대표? 이 인간은 네가 아예 안중에도 없잖아. 이게 너 엿 먹으라는 거 아니면 뭔데?”이솔은 생각할수록 열 받았다.다만 당사자인 유하는 짙은 속눈썹을 내리깔고 개의치 않다는 듯 싱긋 웃어 보였다.“두 사람이 나한테 엿 먹인 게 어디 한두 번이야? 상관할 거 없어.”승현을 좋아하고 결혼한 순간부터 유하는 이 바닥의 웃음거리가 되어버렸다. 그동안 알고 지내던 사람 중 얼마나 많은 사람이 그녀 뒤에서 손가락질했는지 모른다. 시기와 질투에 눈이 먼 사람들은 심지어 그녀를 얼굴만 반반하고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것이 운 좋게 하늘의 달을 땄다고 혀를 놀려댔다.결혼 후 냉대와 무시를 당하는 그녀를 보며 사람들은 승현이 유하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더욱 확신했다. 그 뒤로는 만날 때마다 경멸과 비아냥이 끊이질 않았다.만약 그 모든 걸 마음에 담아 두고 신경 썼다면 유하는 몇 번이고 앓아누웠을지 모른다.하지만 오늘 기사를 본 순간, 무뎌진 줄로만 알았던 가슴이 또 쿡쿡 찔려 왔다.승현의 아내로서, 그와 더 가까워지려고 IT를 공부하고, 기술을 연마하고, 들뜬 마음으로 MB 그룹에 이력서까지 제출했던 유하였다.그 결과 돌아온 건 MB그룹에서 시작한 업계에서의 매장, 승현의 무시와 경멸이었다.그런데 하연우는 귀국하자마자 MB그룹 계열사 대표 자리까지 차지했다. 이제 남은 거라곤 잘 닦은 탄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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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이런 사소한 일로 길거리에서 다투고 싶지 않았던 유하는 사진을 찍자마자 이솔을 끌고 반대편 주차장으로 향했다.이 순간 유하는 당장 이곳을 떠나고 싶었다.하지만 칵테일바를 나서자마자 누군가 두 사람 앞을 막아섰다.둘을 막아선 사람은 무표정한 얼굴의 젊은 남자였다. 몸에 딱 맞는 검은색 양복 덕에 남자의 키는 더욱 훤칠해 보였다.상대는 유하도 아는 사람이다. 나태건, 승현의 비서. 어릴 때부터 MB그룹 지원을 받고 자라 고등학교 시절 능력을 인정받아 승현의 옆에서 일하게 된 충신 같은 존재다. 승현이 가장 믿는 사람이기도 하고.태건은 누구에게나 가식 없는 모습인 데다, 오직 승현의 명령만 따라 가까이하기 어려운 사람이다.유하 마음속 태건의 인상은 좋지 않다.승현의 조금 전 표정을 비추어 볼 때, 태건이 여기까지 온 건 결코 좋은 일은 아닐 것이다. 유하는 무의식적으로 핸드폰을 꽉 움켜쥐었다.“사모님, 핸드폰 이리 주세요.”태건은 무뚝뚝한 얼굴로 유하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유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다만 핸드폰을 내놓을 생각도 없었다. 그녀는 몸을 돌려 승현 쪽을 바라봤다.승현은 고개를 숙인 채 연우에게 꼭 붙어 다정하게 뭔가 얘기하느라 유하 쪽은 보지도 않았다. 승현의 얼굴에 저토록 다정한 미소가 걸린 모습을 유하는 그동안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다.더 이상 그 모습을 보기 싫어 유하는 다시 시선을 돌려 무표정한 태건과 눈을 마주했다.“내가 안 주면 어떻게 되는데요?”“저를 난감하게 하지 마세요, 사모님.”여전히 무표정한 얼굴을 한 태건은 마치 프로그램이 입력된 로봇처럼 감정 없는 말만 내뱉었다.“사모님도 난감한 상황 만들지 마세요.”그 말은 다름 아닌 위협이었다.“그게 무슨 뜻이야?”이솔은 유하 앞에 막아서서 버럭 화냈다.“안 주면 길가에서 대놓고 빼앗기라도 하려고? 그렇게 법을 무시해도 돼?”그때 태건이 대뜸 무덤덤한 표정으로 알고 있는 정보를 읊었다.“강은솔, 정식으로 변호사가 된 건 6년 5개월 하고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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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차로 돌아온 이솔은 아직도 화를 가라앉히지 못했다.고개를 돌렸더니 친구는 속상한지 고개를 숙인 채 온종일 핸드폰만 만지작대고 있었다.그 모습을 본 이솔은 너무 마음 아파 유하를 와락 끌어안았다.“유하야. 괜찮아. 다 잘될 거야.”갑작스러운 포옹에 유하는 감동되는 동시에 이 상황이 우습기도 했다. 하지만 곧이어 어깨에 통증이 느껴져 저도 모르게 신음을 흘렸다.“왜? 왜 그래?”결혼한 이후로 유하가 우는 걸 본 적 없는 이솔은 이 순간 너무 놀라 심장이 철렁 내려 앉았다.그때 유하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괜찮아. 어깨가 아파서 그래.”흠칫 놀란 이솔은 그제야 태건이 손을 뻗어 유하를 막을 때 마침 어깨 부위에 손을 올렸다는 걸 떠올렸다.차 안에 히터가 켜져 있는지라 이솔은 곧바로 유하의 옷깃을 내렸다. 옷 안을 살핀 순간 이솔의 눈시울이 저도 모르게 붉어졌다.유하의 어깨 부위는 자주색으로 멍이 들었다.태건은 운동하던 사람이라 힘이 워낙 세고, 유하 역시 그런 태건을 밀치느라 적잖이 힘을 썼다. 그 때문에 태건은 유하를 막으려고 힘 조절을 못 해 유하를 다치게 한 모양이었다.워낙 뽀얀 피부 때문에 살짝 힘줘서 잡아도 빨갛게 자국이 남는데, 이번에는 아예 멍이 들었으니 보는 것만으로도 무서웠다.“나쁜 놈들! 개자식들! 어떻게 사람을 이렇게 대할 수가 있어?”이솔은 너무 화가 난 나머지 유하가 반응할 새도 없이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떨구었다.“됐어. 나 괜찮아. 약 바르고 휴식하면 괜찮아져.”유하는 다정하게 위로의 말을 건넸지만 여전히 슬퍼하는 이솔을 보더니 얼른 핸드폰을 흔들었다.“이것 봐. 이게 뭐게?”눈꼬리에 달린 눈물을 쓱 닦아낸 이솔은 단번에 눈을 반짝이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아까 사진 지운 거 아니었어?”액정에 있는 건 다름 아닌, 방금 태건 앞에서 지운 승현과 연우의 다정한 사진이었다. 유하는 옷깃을 여미더니 싱긋 웃으며 말했다.“내가 뭐 하는 사람인지 잊었어?”비록 맨 처음 IT를 배운 게 승현을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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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연우의 목소리에 준서의 눈은 순간 반작 빛났다.“이모! 연우 이모!”준서는 높은 소리로 연우의 이름을 부르며 화가 난 듯 말했다.“아빠는 거짓말쟁이예요. 약속도 안 지키고. 앞으로 아빠랑 말도 안 섞을 거예요. 연우 이모, 아빠는 거짓말쟁이예요!”심지어 마지막에는 연우한테 승현을 일러바쳤다.전화 건너편에 있던 연우는 준서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얼른 핸드폰을 건네받아 다정한 목소리로 준서를 달랬다. 심지어는 승현한테 화를 내는 듯 나무라더니 이번 주말에 만나 같이 게임도 하자고 약속했다.그제야 준서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역시 연우 이모가 말해야 통한다니까.’‘예전에 아빠한테 혼나거나 기분 나쁜 일이 있을 때 엄마를 찾으면 아무 소용이 없었는데. 아빠는 엄마 말 듣지도 않으니까.’얼마 뒤 준서는 아쉬운 듯 전화를 끊었다.‘그런데 아빠가 방금 엄마 오늘 출장 갔다 돌아왔다고 하지 않았나?’‘그럼 오늘 밤 돌아오겠네?’‘안돼. 싫어. 엄마가 오면 또 나 단속할 텐데.’‘그러면 게임도 못 놀 거고. 짜증 나!’‘아빠는 본인도 엄마랑 있는 걸 싫어하면서 왜 자꾸 나더러 엄마랑 같이 있으래? 아빠 나빠!’‘아빠 말 안 들을래. 할머니 집 갈래. 그럼 엄마가 돌아와도 같이 있을 필요 없겠지?’준서는 곧바로 침대에서 일어나 서툰 동작으로 옷을 껴입었다. 그러면서도 게임기는 잊지 않고 품에 안고는 1층으로 내려가 윤해월의 방문을 두드렸다.잠에서 깬 윤해월은 눈앞에 있는 귀한 도련님이 또 왜 갑자기 말썽을 피우는 건지 알 수 없었지만, 애써 졸음을 참으며 기사를 불러와 늦은 밤 준서를 오씨 가문 본가로 보냈다....그 시각 유하는 집에서 한밤중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몰랐다.설령 안다고 해도 해를 거듭할수록 쌓인 실망감 때문에 이제는 아무런 느낌도 없었다.유하는 이제 이혼하기로 완전히 마음을 다잡았고 양육권도 포기하기로 결심했다.다음 날, 유하는 습관적으로 일찍 일어났다.컴퓨터에서 패션위크에 관한 최신 소식을 확인한 유하는 가는 길에 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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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리아 작업실.유하는 또 다른 방으로 가 불을 켰다.그 방에는 또 다른 전통 스타일의 자수를 박은 짙은 보라색 남성 정장이 있었다. 이건 유하가 고객한테 주문 의뢰를 받은 옷이다.이번 고객은 아주 베일에 싸인 신비한 고객이었다. 비록 주문 제작을 맡긴 했지만, 유하도 지금껏 고객을 만난 적이 없다. 상대는 사람을 시켜 본인의 상세한 신체 사이즈와 정보를 보내왔는데... 프로필상으로 볼 때 몸매는 괜찮아 보였다. 스타일 역시 좋아 보였고.친구 소개만 아니라면 유하는 맨 처음 거절할까도 생각했었다.그런데 친구의 부탁도 있는 데다 무엇보다 상대가 제시한 금액이 너무 높았다.계약금만 해도 자그마치 2억이라 유하는 이번 주문을 각별히 신경 썼다. 솔직히 이건 유하가 받아본 금액 중의 최고였다.그 덕에 사업 역시 놀라운 발전을 가져왔다.양복의 납품 예정일이 며칠 안 남은 지금, 마무리 점검만 남은 상태라 유하는 이틀 동안 마무리 작업에만 신경 쓰기로 했다.심지어 그날 밤 작업실에서 잠들었다....다음 날, 유하는 작업실에서 양복의 마무리 작업을 하고 작품집을 완성했다.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일한 유하는 저녁에 함께 밥 먹자는 이솔의 전화를 받고 나서야 배고픔을 느꼈다. 온종일 배를 곯았던 탓인지 일어나자 눈앞이 핑 돌았다.유하는 늘 챙기고 다니던 사탕 한 알을 얼른 입에 넣고 이솔이 예약한 음식점으로 향했다. 다만 차를 세우고 차에서 내리려던 찰나, 유하는 그 자리에서 멈칫했다.건너편 멀지 않은 곳에 또 익숙한 차 한 대가 세워져 있었다.곧바로 연우와 승현이 차에서 내렸다. 잇따른 우연에 감탄할 새도 없이, 아들 준서가 차에서 내려 깡충깡충 뛰더니 연우 품에 폭 안겼다. 그 모습은 그렇게 다정할 수가 없었다.그 장면을 목격한 순간 유하는 목이 메었고, 가슴에 큰 돌멩이가 내려앉은 기분이었다.직접 보는 것은 목소리로 듣는 것과는 또 다른 충격이었다.자꾸만 밀려오는 메스꺼움을 애써 참으며 떨리는 손으로 창문을 살짝 내렸더니 준서의 앳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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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유하와 이솔은 식사를 마치고 한참 얘기하다가 음식점을 나섰다.두 사람이 떠날 때까지도 맞은편 룸에서는 웃음소리가 새어 나왔다. 그중에 앳된 목소리를 띤 준서의 웃음소리가 가장 선명했다.선명한 웃음소리에 이솔은 유하를 조심스럽게 흘긋거렸다. 다행히 유하의 표정은 조금의 흔들림조차 없었다. 이솔은 그제야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지만 걱정은 조금도 줄어들지 않았다.‘이거 왠지 결혼만 문제 있는 건 아닌가 보네.’승현 일행이 3층으로 올라올 때 이솔은 정확히 목격했다. 자기 친구의 아들이 연우한테 얼마나 다정한지를.‘참 할 말이 없네.’‘어쩐지 이혼하겠다고 할 때 양육권은 바로 포기하더라니.’그때 이솔은 비록 묻지 않았지만 속으로는 온갖 추측을 했었다. 그도 그럴 게, 유하는 결혼 초기 준서를 데리고 자주 놀러 왔었다. 심지어는 자기 아이를 양아들로 받아 달라고 진지하게 의논했던 적도 있다.최근 들어 유하는 1년 넘게 아이를 데리고 만나러 온 적이 없는 유하에게 이솔은 이유를 물어본 적이 있다. 그때마다 유하는 아이의 학업이 바쁘다고 늘 핑계를 댔다.‘지금 생각해 보니 준서가 아마 그맘때부터 유하랑 멀어졌나 보네.’하지만 유하가 말하기 싫다면 이솔도 물을 생각이 없었다.아이의 일은 참 마음이 아팠다.솔직히 유하가 맨 처음 승현과 결혼한다고 했을 때부터 이솔은 탐탁지 않게 생각했다.결혼하기 전부터 승현은 유하가 친구들과 만날 때 단 한 번도 나타난 적이 없었다. 심지어는 놀라우리만치 유하의 인간관계에 무관심했다.이솔은 남자 친구가 생겼다 하면 가장 친한 친구들을 불러 모아 소개의 자리를 마련했었다. 하지만 유하와 결혼한 승현은 유하의 지인들과 도통 만나지 않았다.유하가 결혼한 지 7년 동안, 그녀의 가장 친한 친구라 자부하는 이솔마저 사적인 자리에서 승현을 본 적이 없다.그래도 그건 그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어찌 됐든, 그건 두 부부 사이의 일이니까.게다가 승현은 MB그룹의 차기 대표였고, 대학교 시절부터 캠퍼스 내 유명 인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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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동생?’그렇게 말하는 것도 틀린 말은 아니다.연우와 승현은 동갑인데, 유하는 두 사람보다 한 살 어리고 대학교 때도 승현은 유하보다 1학년 선배였으니.‘그런데 우리가 이렇게 친근한 호칭을 부를 사이인가?’유하는 앞으로 내민 연우 손을 무시했다. 눈앞에 있는 사람들과는 할 말이 없었다.“나는 일해야 하니 편한 대로 있어요.”유하는 덤덤하게 말했지만 말투에는 거절의 의미가 선명했다.연우 역시 그걸 눈치챘지만 전혀 난감해하지 않았고 내민 손을 도로 거두어 가지도 않았다. 오히려 태연하게 손을 옆으로 뻗어 유하 앞에서 보란 듯이 준서의 머리를 쓰다듬었다.“우리 안 본 지 몇 년 됐죠? 준서한테서 들었는데, 매운 음식 엄청나게 잘한다면서요? 나도 마침 매운 음식 먹고 싶은데, 나중에 시간 되면 들를게요.”연우는 고개를 돌려 승현을 향해 다정한 미소를 지었다.“승현이도 동의했어요. 오늘 바로 시간 있는데 일 다 끝나면 같이 돌아갈래요?”‘돌아가자고? 어디를?’‘지금 누구 대신 결정하는 거야? 나 아직 안 죽었어! 왜 이래?’유하가 거절하려고 할 때 준서가 그녀 팔을 잡고 흔들며 애교를 부렸다.“맞아요. 엄마가 한 매운 음식 엄청 맛있어요. 저도 먹고 싶어요. 연우 이모가 어렵게 시간 냈는데 오늘 저녁 바로 같이 먹어요.”유하는 숨이 턱 막혀 얼굴에 걸린 미소를 유지하기 힘들었다.유하는 준서에게 실망했지만, 어머니로서 아이가 원하는 걸 해줄 의무가 있었다.그렇다고 그게 자신을 희생하는 것까지는 아니었다.유하는 호흡을 가다듬고 맞은편에 쪼그려 앉은 채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는 권우를 향해 미안한 미소를 지었다.“권우 씨, 정말 미안해요. 내가 따로 일이 있어서 이만 돌아가 봐요. 나중에 연락할게요.”집안 흠은 남한테 보여주지 않는다고 뭐가 됐든 우선 사람을 돌려보내고 얘기하고 싶었다.권우는 순간 은혜라도 받은 표정이었다. 이곳 분위기는 너무 숨 막힐 지경이라 괴로웠던 참이었다. 비록 무슨 상황인지 알지는 못했지만 엄청난 일에 휘말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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