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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하지만 임천강의 비아냥거림이 들리고 순간 스쳤던 빛이 후광이 와장창 깨져버린다.

‘임천강, 너도 저 집에서 들어앉은 사람들이랑 다를 게 없어. 가식적이고 탐욕적이지. 역겹게...’

임천강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강유리는 뭔가 결심한 듯 엑셀을 거세게 밟았다.

순간 차량이 화살처럼 앞으로 발사되고... 방금 전까지 건방진 표정을 짓고 있던 임천강의 눈이 휘둥그레진다.

본능적으로 뒤로 물러서던 임천강은 다급한 나머지 자기 발에 걸려 대자로 넘어지지만 핸들을 잡은 강유리는 도무지 속도를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오빠!”

“강유리, 너 이게 지금 무슨 짓이야!”

임천강을 마중나온 성신영 모녀는 비명소리만 꺅꺅 내지르다 결국 눈을 질끈 감아버렸다.

“끼익...”

그리고 그 순간 타이어가 무서운 마찰음을 내며 임천강과 단 한뼘 정도 떨어진 거리에서 드디어 멈춰 섰다.

지잉...

차 창문이 내려가고 운전석에 앉은 강유리가 고개를 쏙 내밀더니 여유로운 얼굴로 픽 웃었다.

잔뜩 긴장한 다른 사람들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너나 잘하세요.”

이 말을 마지막으로 강유리의 스포츠카는 배기가스를 내뿜으며 사라지고 매연에 세게 콜록거리던 임천강은 몰래 주먹을 꽉 쥐었다.

‘저 미친... 두고 봐. 내가 이대로 가만히 있을 것 같아?’

여느때와 다름없이 화려한 서울의 밤거리.

강유리는 아무런 목적지 없이 그저 도로를 한없이 달리기만 했다. 도로에 줄지어 선 가로등 불빛에 강유리의 얼굴은 밝아졌다 어두워졌다를 반복했는데 그 모습이 어딘가 더 쓸쓸하게 느껴졌다.

‘클럽 죽순이에 걸레라... 그래도 한때 사귀었던 사람한테 그게 할 소리야? 됐다, 술이나 마시러 가자.’

결국 치미는 짜증에 강유리가 자주 가는 바로 핸들을 꺾으려던 그때, 그녀의 휴대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어디야?”

수화기 저편에서 들리는 매력적이지만 낯선 목소리.

발신인을 확인한 강유리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분명 모르는 번호인데... 누구지?’

“누구세요?”

“...”

잠깐의 침묵 끝에 육시준은 한 번만 더 인내심을 발휘해 보기로 하곤 입을 열었다.

“신혼 첫날 밤을 잊은 것도 모자라서 내 번호 저장도 안 한 거야?”

‘아, 내 남편이구나... 아니, 저장 안 했으면 안 한 거지 뭘 잘했다고 화난 말투야?’

“벌써 이사 끝냈어? 빠르네?”

법적 남편의 전화에도 강유리의 차량은 여전히 펍으로 향하고 있다.

“30분 안에 집으로 들어와.”

‘하, 이 자식 봐라? 지금 이거 기싸움이야? 아니면 밀당 뭐 그런 건가?’

육시준은 자기 할 말만 다 하고 전화를 끊어버리자 강유리는 어이가 없어 헛웃음만 픽픽 나올 지경이었다.

‘기싸움이든 뭐든 내가 다 받아주마.’

입술을 살짝 깨문 강유리는 다시 핸들을 돌려 연희동 저택으로 향하기 시작한다.

잠시 후, 주차장에 도착한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시간을 확인했다.

육시준과 통화를 마친 뒤 20분 정도가 지난 시간.

지금 바로 올라가면 남편 말 한 마디에 겁 먹고 쪼르르 집으로 돌아온 여자가 될 것 같아 강유리는 특별히 지하주차장에서 약 10분 정도 멍을 때리다 천천히 집으로 올라갔다.

연희동 아파트는 1년 전 강유리가 구매한 것으로 여러 가지 조건 모두 완벽했지만 특히 스타인 엔터와 가깝다는 게 가장 마음에 들었었다.

‘여길 신혼집으로 하자는 내 말에 임천강은 뭐라고 대답했더라... 돈도 많으면서 더 큰 별장 같은 곳에서 살고 싶다고 했었지...’

그땐 임천강이 그녀의 마음을 잘 몰라주는 것 같아 속상하기만 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은 게 차라리 잘 됐다 싶었다.

‘알려줘봤자 성신영 그 여우 같은 계집애랑 뒹구는 데 썼겠지.’

“띠리릭.”

다음 순간, 옛날 생각에 다시 울적해진 강유리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아침까지만 해도 오래 집을 비운 티가 확 나는 휑한 분위기였는데... 따뜻한 조명에 정교하게 차려진 음식, 꽃다발에 와인까지.

솔직히 어떻게든 주도권을 빼앗기 위해 단단히 마음을 먹고 왔는데 상대가 이런 서프라이즈를 준비하니 왠지 다리에 힘이 풀리는 기분이었다.

“5분 늦었네?”

와인을 따르던 육시준이 그녀를 힐끗 바라보았다.

“주차장에 그 롤스로이스가 있더라고. 이상하게 내가 가는 곳마다 보인단 말이야.”

‘이래서 일찍 오라고 한 거였어? 생각보다 귀엽네.’

집으로 들어온 강유리가 식탁에 앉으며 최대한 깜짝 놀란 듯한 리액션을 해보였다.

“귀국하고 나서 먹는 첫끼네.”

“손은 씻었어?”

하지만 찬물을 확 끼얹는 육시준의 말에 강유리의 미소는 어색하게 굳어버리고 말았다.

‘뭐야? 이 강압적인 말투는. 차도남 대표님 설정인가?’

하지만 외출하고 나서 손부터 씻는 게 틀린 일은 아니었으므로 별 대꾸 없이 조용히 일어서는 강유리였다.

잠시 후, 두 사람이 식탁에 마주앉는다.

강유리의 얼굴에 꽤 오랫 동안 머물던 육시준의 눈이 살짝 휘어진다.

“결혼 축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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