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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8화

말이 끝나자마자 병실 안의 시선이 모두 문에 가서 꽂혔다.

소파에 앉아 있던 바론 공작은 이 말을 듣고 벌떡 일어나 문 쪽으로 걸어갔다.

방금까지 화제에 올랐던 사람이 바로 앞에 나타난 것이다. 강유리는 육시준의 옆에 서서 강학도 뒤에 서있는 남자를 쳐다봤다.

"작은이모 병세가 반복된다는데 제가 안 올 수 있겠습니까."

강유리는 덤덤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바론 공작의 시종일관 엄숙한 표정에 모처럼 당황함이 느껴졌다.

"일부러 네 이모의 병세를 이용해 너더러 억지로 오게 할 생각은 없었다. 그저 주치의가..."

"그럼 제가 온 걸 환영하지 않으시는 건가요?"

"당연히 아니지! 나는 그냥..."

"환영하시든 안 하시든 상관없습니다. 당신을 보러 온 게 아니니까요."

강유리의 목소리는 차가웠지만 말은 예의 발랐다. 단지 말투에서 존경이 느껴지지 않았을 뿐이다.

게다가 거리감까지 느껴져 듣기에 조금 거북했다.

이 말을 남기고 강유리는 성큼성큼 걸어 들어갔다.

하이힐로 또각또각 소리를 내며 어깨를 쫙 펴고 바론 공작의 앞을 스쳐 지나갔다.

육시준은 그녀보다 두 발짝 뒤떨어져 걸었다. 앞에 있는 이 젊은 여인은 지금 자기가 고귀하고 도도한 페르시아 고양이처럼 카리스마가 있는 줄 알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실제로는 사랑스러워 죽을 지경이다.

육시준은 올라간 입꼬리를 곧 빠르게 누르고 강유리를 따라 들어갔다.

"몸은 좀 어떠세요, 이모님? 어디 편찮은 곳은 없으십니까?"

육시준은 맑고 친절한 목소리로 물었다.

강미연은 강유리가 온 걸 보고 늘 우아하고 여유롭던 얼굴에 약간의 기쁨이 느껴졌다.

"의사는 아무렇지도 않다고 하는데, 아직 조금 불편하고 가슴이 답답하고 온몸이 나른해. 머리도 조금 어지러운 것 같고..."

강미연은 침대에 기대어 한 손으로는 관자놀이를 비비고 다른 한 손으로는 가슴을 부여잡았다.

동작이 가식적이고 말투가 연약해서 평소와는 사뭇 달랐다. 릴리는 자기도 모르게 눈가에 경련이 일고는 눈을 뒤집었다.

저기, 좀 더 실감나게 연기할 수 없으신지.

"그럼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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