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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ผู้เขียน: 운명의결
말이 끝나자, 석진과 은후는 호연을 데리고 나리가 앉은 테이블의 바로 옆에 자리를 잡았다.

두 사람은 서로 경쟁이라도 하듯 호연에게 음식을 챙겨주며, 호연을 바라보는 눈빛에는 애정과 배려가 가득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설아는 속이 뒤집히는 듯했다.

설아는 손에 든 포크로 스테이크를 쿡쿡 찔러대더니, 결국 고기를 으깨버렸다.

하지만 나리는 여전히 태연한 모습이었다.

‘늘 그랬듯이, 신경 쓰지 않겠다는 거지.’

설아는 한숨을 내쉬며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두 사람은 저녁 식사를 마치고 호연과 함께 레스토랑을 떠났다.

나리는 설아와 작별 인사를 나눈 뒤 집으로 돌아갔다.

...

그날 밤, 석진과 은후는 끝내 집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나리는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오든지 말든지, 이제 나한텐 중요하지 않아.’

그녀는 마지막 짐을 정리하며 분주히 움직였다.

다음 날 아침, 밖에서 들려오는 발소리에 나리는 석진과 은후가 돌아왔음을 알았다.

‘오늘은 이사하는 날이니까, 이제야 돌아왔네.’

그녀는 고개를 들어 밖을 바라보지 않았다.

‘하지만 둘이 모르는 건, 그 새집엔 내가 없다는 거지.’

밖에서는 짐을 옮기는 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었다.

‘분주하네. 나와 상관없지만.’

나리는 무심하게 자신의 짐을 마지막으로 점검했다.

바로 그때, 장혜정의 전화가 걸려 왔다.

전화기를 들어 통화를 받자, 어머니의 따뜻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딸, 비행기 도착시간 몇 시야? 엄마가 마중 나갈게.]

나리는 잠시 앱을 열어 항공권 정보를 확인한 뒤 조용히 대답했다.

“아마 저녁 7시쯤 도착할 것 같아요.”

그 순간, 방문이 불쑥 열렸다.

나리는 고개를 돌려 문 쪽을 바라봤다.

석진과 은후가 문 앞에 서 있었다.

은후가 무심하게 물었다.

“누구랑 통화하고 있어?”

나리는 바로 전화를 끊고 차갑게 대답했다.

“아무도 아니야.”

그녀의 냉랭한 목소리가 두 사람의 귀에 스치자, 석진과 은후는 잠시 멍해졌다.

‘요즘 들어 나리가 왜 이렇게 냉정하게 변했지?’

호연이 나타난 뒤, 나리는 두 사람에게 점점 더 차가워지고 있었다.

석진은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했지만, 나리의 달라진 모습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내가 뭘 잘못한 걸까?’

그는 결국 입을 열었다.

“나리야, 호연이는 너랑 달라. 그 애는 집안 사정이 안 좋아서 어릴 때부터 아주 힘들게 살았잖아. 그래서 우리가 도와주는 거야. 다른 뜻은 없어.”

은후도 곧바로 말을 덧붙였다.

“맞아. 우리는 그냥 그 애가 안쓰러워서 그러는 거야. 그리고 애초에 호연이를 우리에게 소개해 준 사람도 너였잖아. 너 설마 질투하는 거야?”

나리는 여전히 평온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런 말은 나한테 왜 하는 건데?”

그녀의 무심한 반응에 두 사람은 동시에 외쳤다.

“네가 신경 쓰고 있으니까!”

셋이 어릴 적부터 함께 자라며, 오랜 세월 동안 쌓인 서로에 대한 이해와 호흡이 있었다.

석진과 은후는 나리가 한마디만 하면 그다음 말이 무엇인지 바로 알았고, 나리가 손을 내밀기만 하면 그녀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아챌 수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이 둘이 정말 날 이해하지 못하는 걸까?’

하지만 두 사람은 점점 나리를 이해하지 못하는 듯했다.

나리는 차갑고 담담한 눈빛으로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시선은 마치 낯선 사람을 대하듯 냉정했다.

“내가 신경 쓴다고? 아니, 전혀. 너희가 호연이를 친구로만 생각한다고 했잖아. 나도 너희랑 친구일 뿐이고. 그런데 내가 뭘 신경 쓴다는 거야?”

나리의 담담한 말에 두 사람은 순간 말문이 막힌 듯 입을 열지 못했다.

석진은 한동안 침묵을 지키더니, 끝내 조용히 입을 열었다.

“나리야, 너도 알잖아. 내가 원하는 건... 친구 같은 사이가 아니야.”

은후는 더 이상 감정을 숨기지 못하고 터뜨리듯 말했다.

“그래, 내가 너한테 몇 년 동안 어떻게 했는데? 너 진짜 우리가 그냥 친구라고 생각해?”

둘의 말을 들은 나리는 속으로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물론 알아. 너희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내가 모를 리 없잖아.’

두 사람은 나리를 좋아했고, 함께하고 싶어 했다.

하지만 두 사람이 보여준 행동은 달랐다.

‘호연을 나보다 더 우선순위에 두고 나를 상처 입히는 게... 너희가 말하는 사랑이라면, 난 그걸 감당할 수 없어.’

나리는 고개를 끄덕이며 담담하게 말했다.

“그래. 친구 말고 다른 사이가 될 수는 있겠지.”

그녀의 말에 석진은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다른 사이...?’

그는 불안한 기색으로 나리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나리는 두 사람에게 더 이상 설명하지 않았다.

‘다른 사이... 곧 낯선 사람이 되는 거지.’

그녀의 말은 뭔가를 암시하듯 차가웠다.

석진은 마음속에서 불안이 치솟는 것을 느끼며 입을 열려 했지만, 그 순간 집사 겸 운전기사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짐을 옮기겠습니다.”

기사는 나리의 짐을 들고 나갔고, 나리는 석진과 은후를 지나쳐 방에서 천천히 나왔다.

두 사람은 여자의 뒷모습을 보며,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서 있었다.

...

나리는 짐을 옮기려는 기사를 손으로 막으며 말했다.

“먼저 가세요. 짐은 제가 직접 옮길게요.”

그 말을 들은 은후는 이내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며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이렇게 많은 걸 네가 혼자 어떻게 하려고 그래? 그만 고집부려. 내가 잘못했어. 미안하다. 됐지?”

하지만 나리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정말로 필요 없어. 너희는 가서 호연이나 도와줘. 그 애는 혼자 살잖아. 게다가 여자라 힘도 약하고 뭐 하나 제대로 못 하잖아. 그 애가 너희 도움을 더 필요로 할 거야.”

나리의 말은 겉으론 평온했지만, 어딘가 냉소적인 느낌이 묻어나왔다.

그걸 눈치챈 석진은 미간을 찌푸렸다.

그런데 바로 그때, 호연의 전화가 걸려 왔다.

[석진 오빠, 은후 오빠, 저 좀 도와주시면 안 돼요? 저 혼자선 진짜 아무것도 못 하겠어요... 제가 너무 서툴러서...]

호연의 여린 목소리는 수화기를 통해 또렷이 들려왔고, 그 방에 있던 모두의 귀에 꽂혔다.

그 목소리에는 의도적으로 담긴 무력함과 간절함이 느껴졌다.

석진과 은후는 서로 눈길을 교환하며 나리를 한 번 더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녀의 표정은 여전히 단호했고, 자신에게 도움을 주겠다는 둘의 마음마저 차단하려는 듯 보였다.

결국, 두 사람은 호연을 돕기로 결정했다.

석진이 전화를 끊으며 말했다.

“호연이 혼자선 무리겠지. 내가 가서 도와줄게.”

은후도 차 키를 집으며 따라나섰다.

“나도 같이 갈게. 얼른 가자.”

출발하기 전, 석진은 다시 돌아서며 덧붙였다.

“나리야, 지금은 내가 무슨 말을 해도 너한텐 안 들리겠지. 하지만 이사 끝나면 식당 예약해 뒀으니까 우리 넷이 같이 저녁 먹자. 호연이 얘기도 그때 제대로 설명할게.”

나리는 대꾸하지 않았고, 석진은 답을 기다리지 않은 채 서둘러 나갔다.

두 사람이 문을 나서는 뒷모습을 바라보며, 나리는 조용히 입가를 비틀어 웃었다.

‘나중에? 무슨 나중에. 우린 이제 더는 나중이 없어.’

그녀는 차가운 눈빛으로 그들이 사라지는 방향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그동안 너희가 보여준 행동들로 대체 뭘 더 설명하겠다는 거야?’

그때, 나리의 핸드폰이 다시 진동했다.

호연이 보낸 메시지가 화면에 떠올랐다.

[언니, 미안해요. 제가 한마디 하니까 또 석진 오빠랑 은후 오빠가 언니를 두고 저한테 와버렸네요. 앞으로 우리 네 명이 함께 살게 될 텐데, 잘 부탁드려요!]

그 도발적인 메시지를 본 나리는 조용히 미소를 지으며 손끝으로 몇 글자를 입력했다.

[너희 셋이 알아서 잘 지내라. 난 빠질게.]

메시지를 보내는 동시에, 그녀는 호연의 연락처를 바로 차단했다.

그러고는 석진.

마지막으로 은후까지.

그렇게 나리의 핸드폰 연락처 목록에서 세 사람의 흔적은 모두 지워졌다.

짐을 마저 챙긴 나리는 거실에 잠시 서서 집 안을 한 번 둘러보았다.

수많은 추억이 담긴 공간이었지만, 이제 과거는 과거일 뿐이었다.

나리는 머뭇거리지 않고 캐리어를 끌고 문을 나섰다.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로 미련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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