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윤서야, 너희 언니 이미 형부랑 약혼했으니까 앞으로 훼방 놓지 마. 그리고 엄마, 아빠가 항공권 예매해 놨어. 해외에서 몇 년 살다가 너희 언니 결혼하고 나면 그때 다시 돌아와.” 다 너를 위해서라는 듯한 표정을 짓는 부모님의 모습에 안윤서는 그제야 자신이 회귀하였음을 실감했다. 그렇다. 안윤서는 부모님 때문에 억지로 해외로 떠나 송규민을 포기해야만 했던 그때로 돌아왔다.
View More그 이후로 안윤서는 송규민을 보지 못했다.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송규민은 회사를 처분한 뒤 자취를 감췄고 아무도 행방을 알지 못한다고 한다.안명준과 박정순은 몇 차례 안윤서에게 연락을 시도했지만, 안윤서는 그저 말없이 두 사람이 보낸, 과거 자신이 남기고 떠났던 서류들을 다시 그들에게 돌려보냈다.솔직히 조금 놀라긴 했다. 그러나 안윤서는 더 이상 그들과 엮이고 싶지 않았다.게다가 안윤서에게 그것들은 이미 아주 오래 전의 일이었다.1년 후, 안윤서는 자신만의 작은 작업실을 갖게 되었고 뜻이 맞는 좋은 친구들도 만났다.비록 회사에서 일할 때보다 훨씬 힘들었지만 오래전부터 꿈꿔왔던 걸 이루게 되어서 매우 만족스러웠다.작업실이 생긴 첫날, 안윤서는 습관처럼 윤건우를 불러서 같이 축하 파티를 하려고 했다.그런데 집에 찾아가 문을 두드려도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그래서 전화를 걸었는데 몇 번이나 걸어도 윤건우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그러다 갑자기 휴대폰에 기사가 하나 떴다. 검은색 파가니 한 대가 과속으로 추돌 사고를 일으켰고 운전자는 현장에서 즉사했다는 내용이었다.안윤서는 순간 숨이 턱 막혔다.윤건우가 스물다섯 살 생일 선물로 받은 것이 바로 검은색 파가니였기 때문이다.그래서 안윤서는 기사를 자세히 읽어보지도 않고 곧장 택시를 타고 빠르게 사고 현장으로 달려갔다.안윤서는 살면서 그렇게까지 불안했던 적이 없었다.신호가 걸릴 때마다 안윤서는 마음속으로 기도했다.현장에 도착해 보니 경찰들이 폴리스 라인을 치고 현장을 통제하고 있었다.안윤서는 상황을 살펴보러 그곳으로 뛰어가다가 경찰들에게 가로막혔다.안윤서는 차주와 아는 사이라고, 가서 확인해 보고 싶다고 다급히 설명했다.경찰은 안윤서에게 차주와 어떤 관계인지 물었고, 안윤서는 망설임 없이 연인이라고 대답했다.안윤서의 대답을 들은 경찰은 의아해하면서 확인차 차주의 신원 정보를 보여줬다.사진 속 남자는 60대인 데다가 마약상이었는데 갑작스럽게 심장마비가 와서 교통사고가 발생한 것이었다.안윤서는
마트에서 나와 보니 비는 더 이상 내리지 않았다.안윤서와 윤건우는 커다란 장바구니를 들고 천천히 길을 걸었다.무척 평화롭고 여유로운 순간이었다.그런데 아파트 입구에 낯익은 얼굴이 서 있는 게 보였고, 그 순간 안윤서의 입가에서 미소가 서서히 사라졌다.안윤서는 자신을 가장 찾고 싶어 하는 사람이 송규민일 줄은 생각도 못 했다.송규민이 정말로 찾아오다니.눈치가 빠른 윤건우는 안윤서의 표정이 좋지 않은 걸 눈치채고는 멀지 않은 곳에 서 있는 송규민을 힐끗 본 뒤 본능적으로 안윤서의 앞에 섰다.사실 안윤서를 만나기 전까지 송규민의 마음은 기대로 가득 차 있었다.그러나 안윤서의 곁에 다른 남자가 있는 걸 본 순간 송규민의 안색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가까이 다가가서 윤건우의 얼굴을 제대로 보게 되자 더욱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송규민은 성큼성큼 두 사람에게로 걸어갔고, 그 모습을 본 윤건우는 곧바로 송규민의 앞을 가로막아 안윤서에게 다가갈 수 없게 했다.“누구시죠?”“그건 제가 해야 할 질문이에요. 당신은 누구죠?”윤건우가 자신을 막아서자 송규민은 무척 화가 났다.그러면서도 안윤서의 태도를 의식해 최대한 감정을 억눌렀다.윤건우는 일부러 자신을 도발하는 송규민을 무시하고 고개를 돌려 안윤서를 바라봤다.“윤서 씨, 아는 사람이에요?”안윤서는 고개를 끄덕였다.“제가 지금 집까지 데려다줄까요?”윤건우의 눈빛에 걱정이 담겨 있었다.“괜찮아요. 우리는 이만 가요. 신경 쓰지 않아도 돼요.”안윤서가 걸음을 옮기려고 했다.“윤서야, 우리 얘기 좀 나누자. 응?”송규민이 곧바로 말했다.송규민의 말에 안윤서의 발걸음이 멈췄다.윤건우는 두 사람의 관계를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었다.“표정을 보니까 지금 제대로 얘기하지 않으면 앞으로 계속 귀찮게 할 것 같은데 잠깐 이야기하고 가는 게 어때요? 저는 앞에서 기다리고 있을게요.”“좋아요.”안윤서가 동의하자 윤건우는 안윤서의 손에 들려 있던 장바구니를 건네받은 후 조금 떨어진 곳으로 걸어가 안윤서를
송규민은 그동안 줄곧 안윤서의 행방을 찾고 있었다. 그러다 이따금 시간이 생길 때면 예전에 살던 곳으로 돌아가 시간을 보냈다.송규민은 버림받은 자식이었기에 지내던 곳의 환경이 썩 좋지는 않았다.심지어 가끔 비가 내릴 때면 천장에서 빗물이 새서 집안 전체가 축축하고 눅눅해졌다.그럼에도 송규민은 그곳에서 보내는 시간이 즐거웠다. 그곳에는 안윤서의 향기가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그 향기는 송규민의 초조하고 불안한 마음을 달래줄 수 있었다.집 안에 있는 물건들을 쭉 둘러본 송규민은 익숙하면서도 낯선 기분을 느꼈다. 안윤서의 존재가 자신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준다는 사실이 익숙한 동시에, 예전에는 앞이 아예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낯설었다.그때 그 시절 송규민이 세상을 조금씩 느낄 수 있었던 건 안윤서가 차근차근 이끌어 주었기 때문이다.안윤서는 송규민의 암흑 같았던 인생에 나타난 한 줄기 희망이었다.안윤서를 향한 송규민의 감정은 단순히 사랑이 아니었다. 송규민에게는 안윤서의 존재 자체가 특별했다.안윤서는 송규민이 넘어질까 봐 몇 번이고 걷는 법을 알려주었다.그리고 편하게 물건을 집을 수 있도록 송규민의 습관에 맞춰 물건들을 익숙한 자리에 놓아두었다.비록 앞을 볼 수는 없었으나 송규민은 자신을 향한 안윤서의 사랑을 뚜렷하게 느낄 수 있었다.추억이 파도처럼 밀려와 송규민의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곧이어 눈물이 조용히 흘러내렸다.그때 비서가 갑자기 전화를 걸어 안윤서의 행방을 알아냈다고 전했다.현재 안윤서는 아크문에 있으며 디자인 회사의 면접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송규민은 그 소식을 듣자마자 다시금 긴장했다.사실 안윤서를 찾는 동안 송규민은 늘 불안해했었는데 막상 안윤서가 어디 있는지를 알게 되니 안윤서가 자신을 용서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두려움이 생겼다.송규민은 안윤서를 알아보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안윤서의 마음에 수도 없이 상처를 남겼으니 누구라도 실망할 수밖에 없었다.“그러면 지금 바로 가장 빠른 항공편을 알아봐. 당장 윤서를 찾으러
안혜원과 안혜원의 부모를 처리한 후에도 송규민은 분이 풀리지 않았다.어차피 안윤서는 이제 더 이상 안씨 가문 사람이 아니기에 송규민은 그들에게 마음껏 복수할 수 있었다.송규민은 안씨 가문 사람들이 없는 틈을 타 세후 그룹의 지분을 대량으로 사들이기 시작했고 곧 회사의 주문 금액까지 통제하기 시작했다.가격이 지나치게 낮은 탓에 세후 그룹은 다른 기업들의 반발을 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업계에서 완전히 외면받게 되었다.그러나 그것만으로도 부족했는지 송규민은 일부러 지하실에 갇혀 있는 세 사람에게 그 사실을 알렸다.안명준은 큰 충격을 받고 그 자리에서 쓰러졌고 박정순은 초조함 때문에 안절부절못했다.세후 그룹은 두 사람이 평생을 바쳐 열심히 경영해 온 회사였기 때문이다.그러나 안혜원은 회사 일을 전혀 개의치 않았다.송규민을 보자마자 안혜원은 애원하기 시작했다.“규민아, 나 좀 내보내 주면 안 돼? 내가 잘못했어. 그러니까 나를 이곳에 가두지 말아 줘. 나 정말 너무 무섭단 말이야. 여기 바퀴벌레랑 쥐가 가득해. 심지어 그것들이 내 발을 갉아 먹는 것 같아. 제발 나 좀 여기서 꺼내주면 안 돼?”“여기서 꺼내달라고? 좋아. 대신 너랑 너희 부모님 중에서 오직 한 명만 여기서 나갈 수 있어. 누구를 내보낼지는 네가 결정하도록 해.”송규민이 경멸 가득한 목소리로 비아냥대며 말했다.“당연히 나지. 우리 부모님은 늙었지만 나는 아직 젊단 말이야! 그리고 거짓말을 해서 나랑 너를 이어주려고 한 것도 우리 부모님이었어. 나랑은 상관없어. 의심된다면 직접 조사해 봐. 팔찌 사건도 그래. 그건 윤서 거였는데 부모님이 내 거라고 우긴 거야. 규민아, 그 일들은 정말 나랑 상관없는 일이야!”송규민은 다급히 책임을 떠넘기는 안혜원의 모습을 보고도 전혀 놀라지 않았다. 안혜원이 얼마나 이기적인 사람인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나는 네 말을 믿어. 그런데 저쪽을 좀 봐봐.”안혜원은 송규민이 가리킨 쪽을 바라보았다.옆에 있던 안혜원의 부모는 안혜원이 한 말을 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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