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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남편은 전남친의 절친

내 남편은 전남친의 절친

작가:  봄빛요요참여
언어: 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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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챕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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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식 당일, 서지훈의 첫사랑이 교통사고를 당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그는 눈이 시뻘게져서는 당장 그녀에게 달려가겠다며 난리를 쳤다. 나는 그를 붙잡고 매달렸다. 결혼식을 망치고 싶지 않았고 무엇보다 병세가 깊은 아빠를 실망시켜 드리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매정하게 날 밀쳐냈다. “주희가 사경을 헤매는데 넌 양심도 없냐? 피도 눈물도 없는 년!” 툭 떨어지는 눈물 사이로 허탈한 웃음이 번졌다. “오늘 이 식장 문을 나가는 순간, 우리 관계는 끝이야.” 서지훈이 비웃듯 코웃음을 쳤다. “누가 애걸복걸해서 한 결혼인데. 네가 무릎 꿇고 빌어도 안 돌아올 테니 걱정 마.” 나중에 그가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내게 전화를 걸었을 때, 수화기 너머로 들려온 건 너무나도 낯익은 남자의 음성이었다. “쉿, 지금 피곤해서 자는 중이니까 방해하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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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제1화

“서지훈, 다시 묻겠는데 진짜 꼭 민주희한테 가야 해? 우리 결혼식 엎어져도 상관없다는 거야? 내가 이렇게 가지 말라고 사정하는데도? 민주희 아까 나한테 문자 보냈어. 걔 멀쩡해, 사고 안 났어. 근데 우리 아빠는 지금 당장...”

신부 대기실, 나는 새하얀 웨딩드레스를 입고 있었지만 얼굴에는 행복 따위 티끌만큼도 없었다.

아빠는 위암 말기였고 의사는 마지막을 준비하라고 했다.

아빠의 마지막 소원은 내가 좋은 사람 만나서 안정적인 가정을 꾸리는 모습을 보는 것이었다. 평생을 함께할 든든한 짝을 찾아야 눈을 편히 감으실 수 있겠다며 눈물짓던 아빠를 위해 나는 그 가시는 길에 후회를 남겨 드리고 싶지 않아 결혼을 서둘렀다.

그런데 정작 신랑이라는 작자가 식 시작 겨우 10분을 앞두고 가겠다고 난리를 피우고 있는 것이다.

그의 첫사랑인 민주희가 교통사고를 당해 그를 찾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는 게 이유였다.

하지만 불과 3분 전 민주희가 내게 보낸 도발 문자는 아직 내 휴대폰에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나는 다급한 마음에 휴대폰을 서지훈의 눈앞에 들이밀었지만, 그는 내 손을 거칠게 쳐내 버렸다.

바닥으로 튕겨 나간 휴대폰과 함께 나 역시 중심을 잃고 바닥으로 고꾸라졌다.

“그만 좀 해! 백서연, 주희는 지금 생사가 오가는 와중에 나를 한번 보겠다는데, 넌 양심도 없냐? 내가 도대체 왜 너 같은 냉혈한을 좋아했을까!”

그의 표정을 보니 오늘은 어떻게 해도 붙잡을 수 없겠다는 걸 직감했다.

순간 허탈한 미소가 지어졌다.

진작부터 누군가 그와 민주희의 관계가 예사롭지 않다고 귀띔해 줬음에도 그를 철석같이 믿었던 내가 너무 한심해서였다.

현실이라는 차가운 일격이 사정없이 후려친 기분이었다.

뺨을 타고 흘러내린 눈물이 바닥을 적셨지만 나는 결연한 눈빛으로 그를 쏘아보았다.

“서지훈, 오늘 여기서 나가면 이 결혼은 끝이야.”

내 말에 서지훈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콧방귀를 뀌며 차갑게 내뱉었다.

“누가 애걸복걸해서 한 결혼인데. 안심해, 너같이 독한 계집애는 나중에 바닥에 기면서 사정해도 두 번 다시 안 받아줄 테니까. 신랑 없는 결혼식을 네가 어떻게 치를지 참 궁금하네. 풋, 생각만 해도 망신스럽다. 하지만 자업자득인 걸 어쩌겠냐?”

가슴에 비수를 꽂는 모진 말들을 남기고 서지훈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가버렸다.

나는 멍하니 바닥만 3분 내내 응시했다.

머릿속에서는 서지훈의 독설이 맴돌며 뼈를 깎는 듯한 고통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상처로 얼룩진 생각의 잔해들이 뒤엉키던 찰나, 문득 다른 온기가 섞인 목소리가 귓가를 스쳤다.

“절친의 여자를 탐내면 안 된다는 거 아는데, 내 진심만은 알아줬으면 좋겠어. 나 너랑 결혼하고 싶어. 미치도록 원해, 장난 아니야.”

나는 천천히 바닥에서 일어나 드레스 매무새를 가다듬었다.

그리고 망설임 없이 전화를 걸었다.

“전에 했던 말, 기억해요? 나랑 결혼해 줘요. 지금 당장, 올 거예요?”

수화기 너머로 잠깐의 침묵이 흘렀다.

“지금 갈게, 기다려.”

통화가 종료되자 문 앞에 서 있던 사회자가 몹시 난처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백서연 씨, 신랑분이 도망친 건가요? 식은 이제... 어떻게 하죠?”

난 생긋 웃으며 그녀를 향해 말했다.

“예정대로 진행해요. 신랑이 도망갔다고 누가 그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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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챕터
제1화
“서지훈, 다시 묻겠는데 진짜 꼭 민주희한테 가야 해? 우리 결혼식 엎어져도 상관없다는 거야? 내가 이렇게 가지 말라고 사정하는데도? 민주희 아까 나한테 문자 보냈어. 걔 멀쩡해, 사고 안 났어. 근데 우리 아빠는 지금 당장...”신부 대기실, 나는 새하얀 웨딩드레스를 입고 있었지만 얼굴에는 행복 따위 티끌만큼도 없었다.아빠는 위암 말기였고 의사는 마지막을 준비하라고 했다.아빠의 마지막 소원은 내가 좋은 사람 만나서 안정적인 가정을 꾸리는 모습을 보는 것이었다. 평생을 함께할 든든한 짝을 찾아야 눈을 편히 감으실 수 있겠다며 눈물짓던 아빠를 위해 나는 그 가시는 길에 후회를 남겨 드리고 싶지 않아 결혼을 서둘렀다.그런데 정작 신랑이라는 작자가 식 시작 겨우 10분을 앞두고 가겠다고 난리를 피우고 있는 것이다.그의 첫사랑인 민주희가 교통사고를 당해 그를 찾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는 게 이유였다.하지만 불과 3분 전 민주희가 내게 보낸 도발 문자는 아직 내 휴대폰에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나는 다급한 마음에 휴대폰을 서지훈의 눈앞에 들이밀었지만, 그는 내 손을 거칠게 쳐내 버렸다.바닥으로 튕겨 나간 휴대폰과 함께 나 역시 중심을 잃고 바닥으로 고꾸라졌다.“그만 좀 해! 백서연, 주희는 지금 생사가 오가는 와중에 나를 한번 보겠다는데, 넌 양심도 없냐? 내가 도대체 왜 너 같은 냉혈한을 좋아했을까!”그의 표정을 보니 오늘은 어떻게 해도 붙잡을 수 없겠다는 걸 직감했다.순간 허탈한 미소가 지어졌다.진작부터 누군가 그와 민주희의 관계가 예사롭지 않다고 귀띔해 줬음에도 그를 철석같이 믿었던 내가 너무 한심해서였다.현실이라는 차가운 일격이 사정없이 후려친 기분이었다.뺨을 타고 흘러내린 눈물이 바닥을 적셨지만 나는 결연한 눈빛으로 그를 쏘아보았다.“서지훈, 오늘 여기서 나가면 이 결혼은 끝이야.”내 말에 서지훈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콧방귀를 뀌며 차갑게 내뱉었다.“누가 애걸복걸해서 한 결혼인데. 안심해, 너같이 독한 계집애는 나중에 바닥에 기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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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무대에 오르려던 참에 민주희한테서 동영상 하나와 메시지 몇 개가 도착했다.[너 그거 알아? 네가 그렇게 애써 준비한 결혼식, 지훈이한테는 아무 의미도 없어. 그냥 나 보란 듯이 홧김에 저지른 짓일 뿐이지.][왜냐고? 내가 집안 등쌀에 못 이겨 선 좀 봤더니, 진짜 결혼하려는 줄 알고 질투 나서 그런 거거든.]영상을 재생하자 서지훈이 헐떡이는 숨을 몰아쉬며 그녀의 손을 붙잡고 다치지 않아 정말 다행이라며 울먹이고 있었다.감정이 북받쳤는지 그는 쉴 새 없이 사랑을 고백했다.나한테는 단 한 번도 해준 적 없는 달콤한 말들이었다.예전에 그는 그런 오글거리는 말들은 유치해서 질색이라고 했었는데, 이제 보니 결국 상대가 나여서 말하지 않았던 것뿐이었다.식장으로 입장할 시간이라 영상을 끝까지 보지는 못했다. 남은 10분 분량의 영상은 나를 비난하는 내용으로 채워져 있었다.내가 얼마나 냉혈하고 인정머리 없는 여자인지, 그들의 만남을 어떻게 훼방 놓았는지에 대한 원망이었다.만약 영상 속 남자가 내 약혼자만 아니었다면 나조차도 내가 그들의 애틋한 사랑을 갈라놓은 악독한 훼방꾼인 줄 알았을 것이다.사회자가 입장을 재촉하는 소리가 들리자 나는 영상을 끄고 그녀에게 답장하지 않았다.이제 이런 건 하나도 중요하지 않았다.꽃이 만발한 버진로드 끝에는 새하얀 슈트를 입은 키가 훤칠한 남자가 서 있었다.안절부절못하며 긴장하던 그의 기색은 나를 보는 순간 눈 녹듯 사라졌다.그의 이름은 김도현, 서지훈의 절친이었다.아빠는 휠체어 신세를 지면서도 기어코 내 손을 잡고 버진로드를 함께 걷겠다고 고집하셨다.하객들은 조용했고 그 누구도 신랑이 바뀐 이상한 낌새를 채지 못했다.참 웃기게도 하객 명단 중에는 서지훈 쪽 친척이 단 한 명도 없었던 것이다.서지훈은 친척들과 왕래가 없고 부모님도 해외에 계시니 굳이 부를 필요가 없다고 했었다.결혼을 서두르던 내가 먼저 이야기를 꺼냈고, 그 역시 대충 승낙했던 터라 예비 장인을 찾아뵙는 성의조차 보이지 않았었다.역설적이게도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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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솔직히 말해서 내가 김도현을 부른 건 완전히 마지막 승부수이자 도박이었다.우리가 딱히 친한 사이도 아니었으니까.그는 그저 내게 서지훈에게 바보같이 당하고 살지 말라며 여러 번 넌지시 경고했던 사람일 뿐이었다. 서지훈과 그의 소꿉친구이자 첫사랑인 민주희의 관계가 예사롭지 않으며, 나와 사귀는 의도 역시 불순하다는 걸 그는 이미 꿰뚫어 보고 있었다.당시엔 그 말을 그저 이간질로 치부하고 그를 멀리했지만, 돌아보니 그 모든 말이 뼈아픈 진실이었다.나 역시 그가 나를 위해 이렇게까지 해줄 줄은 꿈에도 몰랐다.그가 서지훈과 원수가 된다거나 하는 건 생각조차 해본 적 없었기 때문이다.그저 의례적으로 해본 말이겠거니 했다. 대를 이어온 집안끼리 얽힌 사업이 한둘이 아닐 텐데, 굳이 척을 져서 꼴사나워질 필요는 없지 않겠는가.그럼에도 난 그가 이미 충분히 고마웠다.아빠가 아주 평온하게, 미소를 지으며 편안히 눈을 감으셨으니까.그 힘든 시간 내내 김도현은 내 그림자처럼 곁을 지키며 아빠의 마지막 길을 배웅해 주었다.조문객들은 하나같이 듬직한 신랑을 두었다며 나를 부러워했다.하지만 정작 이 자리에 있어야 할 사람은 그가 아니라, 나와 3년을 만난 서지훈이어야 했다는 사실을 나만 뼈저리게 느끼고 있었다.민주희가 보낸 메시지 속에서, 서지훈은 지금 이 순간에도 그녀의 품에 안겨 달콤한 꿈에 취해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었다.그날 밤 뚝 끊겨버린 전화 한 통 이후로, 그에게선 아무런 연락도 오지 않았다.나 역시 그와 더는 엮이고 싶지 않아 깔끔하게 차단해 버렸다.이제 명실상부한 부부가 된 김도현과 나는 한 공간에서 지냈다.그가 자기 명의의 다른 집으로 옮기겠냐고 물었지만 난 이 집이 좋았다.밤에 내가 잠들지 못할 때면 내 침대 곁에 얌전히 앉아 나를 달래주었고 내가 완전히 잠든 걸 확인하고 나서야 방을 나갔다.그의 목소리는 참 좋았다. 아빠가 돌아가신 뒤로 불면증이 생긴 나는 점차 그의 목소리에 의지하게 되었다.그리고 그 역시 그런 나를 밀어내지 않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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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김도현! 미쳤냐?!”서지훈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지만 김도현의 강압적인 손길을 좀처럼 뿌리칠 수가 없었다.강성진을 비롯한 몇몇이 싸움을 말리려 다가왔으나, 그들이 곁으로 오기 무섭게 김도현은 곧바로 주먹을 날려 강성진의 면상을 받아쳐 버렸다.민주희는 의자에 주저앉아 꼼짝도 하지 못한 채, 눈물을 그렁그렁 매단 채 겁먹은 눈으로 바라볼 뿐이었다.“도현 오빠...”하지만 김도현은 가차 없이 그녀의 말을 잘라 버렸다.“닥쳐. 난 여우 짓이나 하는 가식적인 동생 둔 적 없어.”서지훈 역시 분에 못 이겨 주먹을 휘둘렀지만 김도현은 가볍게 피해 버렸다.“이 자식이, 감히 주희한테 어떻게 그따위 말을 지껄여!”민주희는 겁에 질려 더는 입도 뻥긋하지 못했다.화면의 구도가 바뀌면서 그의 얼굴이 똑똑히 드러났다. 김도현의 표정이 한층 더 싸늘하게 가라앉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문득 그를 진정시켜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나는 태블릿을 내려놓고 무음으로 전환한 뒤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 영상 속에서 익숙한 벨 소리가 울려 퍼졌다.김도현은 거의 동시에 서지훈을 거칠게 밀쳐내더니, 전화를 받으며 언제 그랬냐는 듯 표정을 다정하게 풀었다.수화기 너머로 나직하고 감미로운 목소리가 들려왔다.“나 지금 밖에 일이 좀 있어서 나왔는데, 잠이 안 와? 금방 들어갈 테니까 전화 끊지 말고 내 목소리 들으면서 잘래? 내가 재미있는 얘기 해줄게.”방금 전 사람들을 매섭게 몰아붙이던 것과는 완전히 딴판인 너무나 다정한 어조였다.나는 저도 모르게 코끝이 찡해졌다.아빠가 세상을 떠난 이후, 나를 이렇게까지 감싸고 돌며 지켜준 사람은 김도현이 처음이었다.문득 예전 직장에서 동료와 다투고 속상해서 서지훈에게 전화를 걸어 위로를 바랐던 기억이 스쳤다. 하지만 그는 귀찮아 죽겠다는 듯 쏘아붙였다.“왜 굳이 너한테만 그런 시비를 걸겠냐? 가끔은 너 자신한테도 문제가 없는지 생각해 봐. 나 바쁘니까 이딴 푸념 들어줄 시간 없어, 끊는다.”사람과 사람 사이의 온도가 이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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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아침이 되자 나는 또다시 휴대폰 벨 소리에 잠이 깼다.이번엔 김도현의 휴대폰이었다.비몽사몽 중에 손을 뻗어 전화를 집어 들었는데, 무심결에 수신 버튼을 누르는 바람에 이미 통화가 연결된 상태였다.나는 잠이 덜 깬 목소리로 김도현에게 휴대폰을 건넸다.“도현 씨, 전화 왔어요. 얼른 받아요...”그때 수화기 너머로 잔뜩 흥분한 분노의 목소리가 벼락같이 터져 나왔다.“야! 이 미친년아, 진짜 너였어? 백서연, 당장 문 열어! 감히 내 친구 놈이랑 눈이 맞아 가지고 침대에서 뒹굴어?! 젠장!”이내 문이 부서질 듯 쿵쾅거리는 소리가 집안을 울렸다.서지훈의 고함은 방음문 밖에서도 생생하게 들릴 정도로 컸다.“백서연, 문 열어! 김도현, 친구라는 놈이 감히 내 여자랑 붙어먹어? 문 열라고!”쾅쾅거리는 소리가 갈수록 요란해지자 내 잠은 완전히 달아나 버렸다.김도현이 문을 열자마자 서지훈이 기다렸다는 듯 들이닥쳤다.덥수룩한 수염에 눈은 벌겋게 충혈된, 몹시 초췌한 몰골이었다. 그는 다짜고짜 내 손목부터 거칠게 움켜쥐며 분노를 쏟아냈다.“백서연, 어쩐지 이번엔 연락 한번이 없더라니, 다른 남자랑 침대에서 구르고 자빠져 있었던 거야? 낯짝 한 번 두껍다, 진짜!”하지만 서지훈은 그 뒤의 말을 더 잇지 못했다. 내 손바닥이 이미 그의 뺨을 시원하게 후려쳤기 때문이다.짝!맑고 경쾌한 마찰음이 정적을 깨뜨리며 사방을 메웠다. 김도현이 혼인신고서를 내게 건네자 나는 서류를 활짝 펼쳐 그의 면상에 그대로 내리쳤다.“눈 똑똑히 뜨고 잘 봐, 혼인신고서야. 말했지, 네가 예식장을 뛰쳐나간 그 순간부터 그 결혼식은 너랑 아무 상관없어졌다고. 합법적인 부부가 한 침대에서 자는 게 대체 무슨 문제인데? 그리고 내 낯짝이 두껍다고? 우리가 만나는 동안 민주희랑 침대에서 구르고 제 친구들 모아놓고 날 헌신짝 취급하며 씹어대던 너 같은 인간쓰레기보단 내가 훨씬 떳떳하지!”서지훈은 멍해졌다.하지만 곧 정신을 차리고는 목에 핏대를 세우며 악을 썼다.“나랑 주희는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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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서지훈은 세차게 고개를 저어 댔다.그는 내 환심을 사려는 듯 비굴한 표정을 지으며, 조심스레 내 손을 잡으려 다가섰다. 내가 뒤로 서너 걸음 물러서며 피하자 그의 손이 머쓱하게 공중에 멈춰 섰다.“서연아, 나... 그냥 쓸데없는 자존심 때문에 그랬던 거야. 사실 요 며칠 동안 매 순간 네 생각이 났어. 아침에 일어날 때마다 네가 주름 하나 없이 다려놓은 정장이며 네가 싸준 도시락이며 날 위해 챙겨주던 사소한 모든 일들이 계속 떠올랐어. 나 진짜 너 없인 안 돼. 너 없이 못 살 것 같아. 이런 기분 주희한테는 느껴본 적 없어, 오직 너한테만 그래. 그날 도현이가 전화를 받았을 때 너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정말 심장이 멎는 줄 알았어. 원래 내 사람이었던 네가 다른 남자 품에 안긴다는 사실을 도저히 인정할 수가 없었어. 네가 언제까지나 날 기다려주고 나한테 먼저 져줄 줄 알았어. 미안해, 다 내 잘못이야. 내가 쓰레기 같은 짓도 많이 하고 못 할 말도 너무 많이 했어. 날 때리고 욕해도 좋으니까 제발 한 번만 용서해 주라...”서지훈은 혼자 감정에 취해 뼈저린 참회록을 늘어놓았지만, 난 전혀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내 허리를 단단히 받쳐 안는 김도현의 따스한 손길에 집중하느라 바빴기 때문이다.시무룩하게 질투 어린 그의 목소리에서 잔뜩 주눅 든 조심스러움이 묻어났다.“서연 씨가 저 자식한테 해줬던 것들, 앞으로 나도 받아봐도 돼? 나도 서연 씨가 정성껏 싸준 그 사랑의 도시락, 매일 먹고 싶단 말이야.”나는 내 허리에 감긴 그의 손을 부드럽게 감싸 쥐었다.“당연하죠. 지난 일은 다 잊어요. 앞으로는 전부 도현 씨 거니까!”우리의 다정한 대화에 혼자만의 참회와 자책에 빠져 있던 서지훈이 번쩍 정신을 차렸다. 그는 핏발 선 눈으로 나를 응시하며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서연아, 너 예전에 약속했잖아. 평생 나만 사랑할 거라고. 그런데 어떻게... 이제 와서 전부 없던 일이 되는 건데.”그는 문득 무언가 떠오른 듯 허둥지둥 주머니에서 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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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오늘은 김도현과 나의 역사적인 공식 첫 데이트 날이었다.데이트에 앞서 내가 귀찮게 졸라댄 끝에야 그가 나를 어떻게 좋아하게 되었는지 들을 수 있었다.무려 첫눈에 반했다는, 그 뻔하디뻔한 이야기였다.이런 드라마 같은 일이 내 현실에 일어날 줄이야.하필 내가 이미 그의 절친과 사귀고 있었기에 김도현은 마음을 접고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그리고 뒤에서 나를 멍청하다고 비웃는 민주희를 차마 두고 볼 수 없었고, 내가 계속 바보처럼 속고 사는 게 안타까워 조언해 줬던 건데 오히려 나한테 이간질쟁이로 오해받기까지 했다는 것이다.그래도 정말 다행히, 우린 인연을 놓치지 않았다.하지만 첫 데이트는 그리 순탄치 않았다.한창 분위기가 무르익을 무렵 내 휴대폰 벨 소리가 적막을 깨고 울렸다.“받지 마.”하지만 벨 소리는 포기를 모르는 듯 끈질기게 귀를 찔렀다.혹시 급한 일일까 봐 걱정스러운 마음에, 나는 김도현에게 미안해하면서도 결국 전화를 받았다.수화기 너머로 어딘지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번에 술자리에서 들었던 강성진이라는 녀석의 목소리 같았다.“여보세요, 백서연 씨 맞죠? 지훈이 형한테 좀 와봐요. 이러다 진짜 술 마시다 죽을 것 같아요. 병째로 들이켜는데 벌써 몇십 병은 마셨다니까요.”짜증을 억누르는 듯한 껄끄러운 어조였다.곧이어 혀가 잔뜩 꼬인 서지훈의 주정 섞인 목소리가 끼어들었다.“빌어먹을, 내가 연락하지 말랬잖아! 걔는 지금 나를 보고 싶어 하지도 않는데 왜 쓸데없이 오지랖이야!”그러자 강성진이 결국 폭발했다.“형! 난 진짜 납득이 안 가! 지가 행실 똑바로 안 하고 도현 형이랑 붙어먹어서 형 뒤통수치고 바람피운 년인데 왜 아직도 감싸고 도는 건데? 나 같으면 이런 여자는 벌써 가만 안 뒀어!”소란스럽던 바 내부의 소음이 그 순간 거짓말처럼 멈췄다.숨 막히는 정적이 흘렀다.뒤이어 쨍그랑하며 술병이 바닥에 처박혀 깨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주먹이 살에 꽂히는 둔탁한 소리가 수화기를 타고 생생하게 울렸다.“네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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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누군가의 치밀한 기획하에 실시간 검색어는 한 달 동안 계속 상위권을 유지했다. 덕분에 서지훈과 민주희의 이름 석 자는 완전히 더러워졌고 서진 그룹은 안팎으로 쑥대밭이 되어 당장이라도 무너질 듯 위태로웠다.반면 나의 나날은 지상낙원이 따로 없었다. 김도현이 매일같이 지극정성으로 챙겨주는 음식들을 받아먹느라 바빠서, 그런 한심한 소식에 시간을 낭비할 여유조차 없었다.그러던 어느 날, 식사를 하던 중에 뜬금없이 속이 메스껍더니 하늘이 노랗게 보일 정도로 구역질이 올라왔다.우리 둘 다 심상치 않은 상황을 직감하고는 곧장 병원으로 달려갔다.“임신하셨습니다. 아빠 엄마가 되신 걸 축하해요.”의사의 한마디에 나는 순간 멍해졌다. 등 뒤에 서 있던 김도현은 나보다 훨씬 더 심하게 목소리를 떨고 있었다.진료실을 나와 대기실에 이르자 그는 나를 의자에 부드럽게 앉히고는 내 앞에 쪼그리고 앉았다.그제야 그의 눈시울이 붉게 젖어 있는 게 보였다.“분명... 분명 피임도 철저하게 챙겼는데. 애 낳는 거 진짜 많이 아프잖아. 난 네가 아픈 거 딱 질색이야. 그러니까... 그냥 아기 안 낳으면 안 될까...”나는 기겁하며 얼른 내 배를 두 손으로 감싸 안았다.“우리 아가, 아빠가 하는 나쁜 말은 귀 막고 듣지 마!”나는 헛웃음이 나와 김도현의 뺨을 부드럽게 어루만졌다.“울지 마요, 난 괜찮아요. 벌써부터 아빠가 그런 소리나 하면 나중에 태어나서 아빠 미워할걸요?”김도현은 완강히 고개를 저었다.“누구든 내 소중한 아내 힘들게 하면 난 내 자식이라도 예뻐할 생각 없어.”마주친 시선 사이로 두 사람의 잔잔한 미소가 겹쳤다.김도현이 조심스레 팔을 뻗어 나를 꼭 안아주었다.“고마워.”나 역시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오히려 내가 더 고마워요. 아빠가 세상을 떠나셨을 때, 난 내 인생의 모든 것을 잃었다고 생각했거든요. 하지만 이제 보니 난 세상 모든 걸 얻었네요.”우리는 서로에게 기대어 온기를 나누느라 그 누구도 병원 복도 구석에 초라하게 웅크리고 있던 그림자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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