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나리야, 너 어릴 때 집안끼리 정혼해 둔 상대가 있단다. 이제 네 건강도 많이 회복됐으니, S 시로 돌아와 결혼하는 게 어떠니?” “네가 정말 원하지 않는다면, 너희 아버지와 다시 상의해서 이 결혼을 없던 일로 해도 괜찮단다.” 어두운 방 안, 송나리는 조용히 앉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전화기 너머에서 어머니 장혜정은 또다시 딸에게 거절당할 것을 예감하며 깊은 한숨을 내쉬려 했다. 그때, 나리가 입을 열었다. “...엄마, 엄마 말씀대로 돌아가서 결혼할게요.” 장혜정은 순간 말을 잃었다. 예상치 못한 딸의 대답이었다. “네가... 정말 동의한다고?” 나리는 평온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네, 동의해요. 하지만 H 시에서 처리해야 할 일이 조금 남아 있어요. 다 정리하고 나서 보름 안에 돌아갈게요. 엄마, 그동안 결혼 준비 부탁드려요.” 그녀는 몇 마디를 더 남긴 후 전화를 끊었다.
View More석진은 뉴스와 온라인 매체에서 나리의 호화로운 결혼식 소식을 보았다. 화려하게 장식된 현장 사진과 예성의 웃는 얼굴이 화면에 가득했다. 그는 핸드폰 화면이 뚫어져라 바라보며 이를 악물었다. ‘이건 분명 구예성 짓이야, 그렇지? 은후를 저렇게 만든 것도 분명 그놈이야!’ 이런 생각이 들자, 그는 더 이상 참지 못했다. 한영수와 주미애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병원을 뛰쳐나왔다. ‘오늘이 구예성과 나리의 첫날밤이라면... 그놈도 방심하고 있겠지.’ ...구씨 저택. 신혼 첫날, 예성과 나리는 침실에서 오랜만에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포근한 이불 속, 둘은 서로를 감싸 안으며 느긋하게 아침을 맞이했다. 창밖으로는 따스한 햇살과 맑은 공기가 가득했지만, 두 사람에게는 지금 서로의 존재만이 전부였다. 그런데 갑작스러운 초인종 소리가 이 고요를 깨뜨렸다. 딩동! 딩동! 딩동! 예성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이 시간에 대체 누가...?’ 그는 대충 잠옷을 걸치고 문으로 향했다. 문을 열자마자,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석진의 주먹이 매서운 바람을 가르며 날아온 것이다. 퍽! 예성은 빠르게 몸을 틀어 주먹을 피한 뒤, 석진의 팔을 단단히 잡았다. “지금 뭐 하는 짓입니까!!!” 예성의 차가운 목소리가 울렸다. 문 앞에 선 석진의 몰골은 완전히 엉망이었다. 눈 밑은 검게 멍들었고, 턱엔 깔끔하게 면도하지 못한 상태로 수염이 약간 자라나 있었다. 한때의 냉철하고 완벽했던 석진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그는 쏘아붙이듯 말했다. “구예성, 너는 나리를 빼앗은 것도 모자라서 은후를 건드렸어?!” 석진의 목소리는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은후가 병실에 누워 있어. 다리를 제대로 살릴 수 있을지 몰라! 이 모든 게 네 짓이지. 네가 대가를 톡톡히 치르게 해주겠어!” 이 말이 끝나기 무섭게, 석진은 예성에게 달려들었다. 예성은 석진의 거친 공격을 여유롭게 막아내며, 한숨을 내쉬듯
축하 영상이 끝난 후, 화면은 나리와 예성의 실제 결혼식을 생중계하기 시작했다.신랑과 신부는 현재 S 시 근교에 있는 고풍스러운 왕족의 저택 옛터에서 전통 혼례를 올리고 있었다. 정교하게 조각된 궁궐 같은 건물은 붉은 비단으로 장식되어 있었고, 피리와 북소리가 울려 퍼지며 현장을 감도는 축제의 분위기는 모든 사람의 마음을 들뜨게 했다. 화면 속에서 예성은 고풍스러운 전통 혼례복을 입고 있었다. 그는 위엄 있는 모습으로 화려하게 장식된 말을 타고 있었고, 뒤로는 붉은 보자기로 둘러싸인 전통 가마가 따랐다.그 뒤에는 전통 혼례의 격식에 따라 나팔을 불고 북을 두드리는 행렬이 길게 이어졌다.혼례 행렬은 마을 곳곳을 지나며, 순금으로 제작된 동전과 한지로 포장된 떡, 한과를 사람들에게 나눠주었다.길가에 모인 사람들은 금화와 전통 과자를 받으며 환호했다.“행복한 가정 꾸리세요!”“나리 씨, 예성 씨, 복 많이 받으세요!”...같은 시각, 혼례가 생중계되고 있던 저택 안에서는 하객들에게도 정교하게 제작된 기념품과 다양한 전통 한식 디저트가 제공되고 있었다.‘...이건 차원이 다르잖아.’저택 안에 있는 모든 하객은 이 결혼식의 호화로움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석진과 은후 역시 화면 속 장면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화면 속에서 예성은 왕족 저택 앞에서 부드럽게 말에서 내렸다.그는 우아하면서도 확신에 찬 움직임으로 나리가 타고 있는 가마의 문을 열었다.그 안에는 붉은 혼례복을 입고, 곱게 단장한 나리가 있었다.예성은 그녀를 살며시 품에 안아 올렸고, 단호한 걸음으로 왕족 저택의 안쪽을 향해 걸어갔다.‘...언제 이런 완벽한 결혼식을 준비했지?’석진의 이마에는 굵은 핏줄이 서고, 눈은 이미 붉게 충혈되어 있었다.신랑과 신부는 모든 하객과 시청자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으며 천천히 한옥 안으로 사라졌다.두 사람의 모습은 마치 전설 속의 이야기를 그대로 재현한 듯, 완벽하고도 황홀했다.석진은 분노로 입술을 꽉 깨물었다. ‘이대
‘이대로 포기한다면, 우리가 이렇게 오랜 시간 지켜온 감정은 대체 뭐가 되는 거지?’ ‘스무 해가 넘는 시간 동안 쌓아온 추억들은 다 뭐가 되는 거야?’ ‘설마 만난 지 몇 주 되지도 않은 그 남자보다 우리가 부족하다는 거야?’ 석진과 은후의 눈엔 절대 꺼지지 않을 듯한 불꽃 같은 집념이 가득했다. 둘은 서로를 마주 보며 동시에 말했다. “같이 움직이자. 이후엔 각자 실력으로 해결하자!” 말이 끝나기도 전에, 둘은 서로의 생각을 읽은 듯 행동으로 옮기기 시작했다. 은후는 한영수와 주미애에게 도움을 요청해 나리와 함께했던 어린 시절의 흔적을 찾기 시작했다. 집 안을 뒤져 찾아낸 사진들은 얼마 남지 않았다. ‘...나리가 이걸 다 태워버렸구나.’ 남은 건 두 사람의 어린 시절 단독 사진뿐이었다. 비록 아쉬웠지만, 은후는 만족했다. ‘그래도 없는 것보다는 낫지.’ 한편, 석진은 구씨 가문에 사람을 심거나, 구씨 가문의 사람을 매수하기 시작했다. ‘우린 아직 시간이 있어. 지금이라도 할 수 있는 모든 걸 해야 해.’ ‘결혼식까지는 이제 3일... 준비해야 할 일은 산더미처럼 많아.’ 그 시각, 나리의 마음도 편치 않았다. 석진과 은후가 끊임없이 그녀를 찾아오자, 나리는 불안감에 휩싸였다. 그녀는 긴장했는지 무의식적으로 예성의 셔츠 소매가 구겨질 정도로 꽉 쥐었다. 당시에는 잘 몰랐지만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자신이 한 행동을 깨달았다. “예성 씨... 어떻게 하면 이 상황을 한 번에 끝낼 수 있을까요? 더 이상 그 두 사람과 얽히고 싶지 않아요.” 나리는 이미 석진과 은후와의 관계를 완전히 끊겠다고 결심했다. ‘이제 우린 친구도 될 수 없어.’ 그녀는 과거의 소중했던 추억은 이미 끝났고,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아름다웠던 추억은 그걸로 끝나면 되는 거야. 깨진 거울을 다시 억지로 붙인다고 해서 거울이 다시 멀쩡해지지 않잖아.’ 예성은 나리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은후의 두 눈이 충혈될 정도로 붉게 물들었다. 떨리는 두 주먹을 꽉 쥐며, 예성을 향해 주먹을 내질렀다. “왜 하필 그 사람이어야 해? 난 인정 못 해! 나리야, 네가 원하지 않는다면 내가 널 데리고 도망칠게! 해외로 가도 좋고, H 시로 돌아가도 좋아. 네가 원하는 대로 다 해줄게!” 하지만 예성은 은후의 주먹을 충분히 피할 수 있었음에도, 그저 고개를 약간 돌리는 것으로 끝냈다. 은후의 주먹은 예성의 얼굴을 스치고 지나갔는데, 심각한 부상이 아니었지만, 예성의 뺨엔 붉은 흔적이 남았다. “아...!” 예성은 살짝 다친 뺨을 손으로 감싸며 숨을 들이쉬었다. 얼굴은 고통으로 찡그려졌지만, 그럼에도 예성의 잘생긴 외모는 여전했다. 나리는 예성의 상처를 보자마자 마음이 아파서, 다급히 그의 손을 붙잡고 상처를 확인하려 했다. “괜찮아요. 안 다쳤어요. 안 아파요.” 예성은 가벼운 미소를 지으며 대수롭지 않은 척했다. 그런 예성을 보자 나리는 더욱 초조해졌다. 예성이 끝까지 손을 풀어주지 않자, 나리는 은후를 향해 차갑게 말했다. “지은후! 왜 이 사람한테 손찌검한 거야? 너, 언제부터 이렇게 충동적이고 화를 못 참는 사람이 됐어?” 그런 나리의 책망은 은후의 멘탈을 한순간에 무너뜨렸다. ‘내가 한 말은 전혀 신경도 안 쓰는 거야? 구예성만 걱정하는 거냐고!?’ 방금 자기 주먹에 힘이 얼마나 들어갔는지, 은후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예성이 이렇게까지 과장하며 자신을 몰아세울 줄은 몰랐다. 은후는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 “난 제대로 때리지도 않았어! 저 사람, 안 다쳤어! 송나리, 나랑 가자! 저 자식은 믿을 만한 놈이 아니야.” 그는 나리의 손목을 붙잡으려 했지만, 나리는 단호하게 남자의 손을 뿌리쳤다. “지은후, 이게 지금 네가 나에게 할 만한 행동이야?” 그 순간, 은후의 머릿속은 하얘졌다. ‘...왜 항상 나만 나쁜놈이 되는 거지?’“여긴 우리 집이야.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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