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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Author: 호안난어
윤태호가 집으로 돌아왔을 때 윤태호의 어머니는 저녁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물에 흠뻑 젖은 윤태호의 모습을 본 그의 어머니는 웃으며 물었다.

“태호야, 왜 온몸이 젖어 있어? 설마 연우호에 빠진 건 아니지?”

“어머니, 정말 대단하시네요. 어떻게 아신 거예요?”

“정말로 연우호에 빠진 거야?”

윤태호 어머니의 표정이 엄숙해졌다.

“어서 얘기해 봐.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윤태호는 연우호에 빠진 아이를 구했던 일을 어머니에게 얘기해 주었고, 그 얘기를 들은 윤태호의 어머니는 흐뭇한 얼굴로 그를 칭찬했다.

“잘했어. 세상에 사람 목숨을 구하는 것만큼 값진 일은 없으니까. 하지만 태호야, 앞으로 그런 일을 또 겪게 된다면 꼭 조심해야 해. 다치지 마.”

“알겠어요.”

“어서 옷 갈아입고 밥 먹어.”

“네.”

윤태호의 어머니 전혜란은 봄영 지역 사람이었고 윤태호는 그녀의 친정에 대해 아는 게 거의 없었다. 그녀가 아주 좋은 집안의 딸이었다는 것만 알고 있을 뿐, 그 집안이 얼마나 대단한 집안인지는 알지 못했고 알고 싶지도 않았다. 심지어 그는 그 집안을 매우 증오했다.

그 매정한 집안에서 전혜란을 쫓아내지 않았더라면 두 모자도 지금처럼 비참한 삶을 살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윤태호는 그 집안보다 아버지가 더욱 미웠다.

그동안 아버지는 단 한 번도 그들을 보러 온 적이 없었고 그들의 생사에 아무런 관심이 없었다.

윤태호는 그런 무책임한 남자는 살아있을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다.

전혜란은 혼자 힘으로 윤태호를 키우면서 갖은 수난을 겪었고 그 탓에 40대인데도 불구하고 벌써 흰머리가 생겼다.

밥을 먹을 때 윤태호는 몇 번이나 목 끝까지 차오른 말을 삼켰다.

그는 아버지가 대체 누구인지 묻고 싶었다.

그러나 어머니의 흰머리와 눈가에 자리 잡은 깊은 주름을 보면 말을 삼킬 수밖에 없었다.

“태호야, 요즘에 여울이는 왜 집에 오지 않는 거니? 너희 혹시 싸웠니?”

전혜란이 물었다.

“싸운 거 아니에요. 요즘 걔가 좀 바빠서 그래요.”

윤태호는 차마 장여울이 자신을 배신했다는 사실을 얘기하지 못하고 전혜란에게 거짓말을 했다.

전혜란은 오래전부터 장여울을 며느리로 여겼기에 만약 장여울이 윤태호를 배신했다는 사실을 안다면 아마 화병으로 기절할지도 몰랐다.

“태호야, 다음에는 여울이 데리고 와서 같이 집에서 밥 먹어. 내가 여울이한테 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 그래.”

전혜란의 말에 윤태호는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어머니, 여울이한테 무슨 말씀을 하시려는 거예요?”

“무슨 말을 하긴. 당연히 너희 결혼에 관해 얘기하려는 거지.”

전혜란이 웃으며 말했다.

“너희 둘은 대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2년 동안 사귀었잖아. 그동안 둘이 잘 사귀어 왔으니 기회가 되면 여울이 부모님과 만나서 너희 둘을 언제 결혼시킬지 결정하려고. 너는 어떻게 생각해?”

‘전 그건 아니라고 봐요.’

윤태호는 속으로 투덜댄 뒤 말했다.

“어머니, 저랑 여울이는 졸업한 지 얼마 안 됐어요. 아직 병원에서 제대로 자리를 잡은 것도 아닌데 벌써 결혼 얘기를 꺼내는 건 적절치 않다고 봐요.”

“너 왜 이렇게 느긋하니? 이웃집 아들은 너랑 나이가 똑같은데 벌써 아이까지 낳았어.”

전혜란이 말했다.

“넌 그냥 내 말대로 해. 다음번에는 여울이를 데리고 우리 집으로 와. 내가 여울이한테 얘기할게.”

윤태호는 골치가 아팠다.

그는 저녁을 먹은 뒤 일찍 침대에 누웠지만 도저히 잠이 오지 않았다. 오늘 있었던 일들이 마치 영화처럼 머릿속에서 끊임없이 재생되었다. 그리고 장여울이 윤태호와 바람을 피웠다는 사실만 생각하면 화가 나서 미칠 것만 같았다.

“날 배신한 게 네 인생에서 가장 큰 실수라는 걸 깨닫게 해주겠어.”

잠이 오지 않는다면 머릿속에 들어온 정보들을 정리하는 편이 나을 듯싶었다.

윤씨 가문의 선조는 비산주술대전 외에도 의술, 무공, 수련 방법, 기문둔갑 등등을 그에게 전수해 주었고 윤태호는 눈을 감고 그것들을 소화하기 시작했다.

...

그렇게 날이 밝았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윤태호는 지치기는커녕 오히려 머릿속이 맑고 온몸에 힘이 넘쳤다.

그는 아침을 먹은 뒤 간호 스테이션으로 향했다.

미주 병원은 미주에서 가장 큰 병원으로 간호 스테이션에만 삼십여 명의 사람들이 있었고 그중 대부분은 4, 50대 정도 되는 아줌마나 아저씨들이었다. 윤태호 나이대인 사람은 오직 그뿐이었다.

간호 스테이션에 도착하자마자 아줌마 두 명이 눈물을 훔치고 있는 것이 보였다.

“무슨 일이에요?”

윤태호가 옆에 있던 아저씨에게 물었다.

“환자가 욕했대요.”

아저씨가 말했다.

“301호에 어제 새로운 환자가 들어왔는데 성격이 아주 난폭해요. 벌써 간병인을 네 명이나 바꿨어요. 다들 아주 심한 욕을 들었대요. 정말 골치가 아파요.”

간호 스테이션에 있던 수간호사가 윤태호를 보고 말했다.

“윤태호 씨, 301호로 가봐요.”

윤태호는 심장이 철렁 내려앉아 시선을 들어 수간호사를 보았다.

“왜 쳐다봐요? 얼른 가봐요. 만약 환자가 컴플레인을 걸면 이 병원을 떠나야 할 거예요!”

수간호사가 무섭게 다그쳤다.

“네.”

윤태호는 짧게 대답한 뒤 자리를 떴다.

이때 등 뒤에서 수간호사의 비아냥이 들려왔다.

“감히 곽진우 씨 심기를 건드리다니, 주제 파악이 전혀 안 되는 놈이네.”

윤태호는 그녀를 무시하고 곧장 301호로 향했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는 순간 병상 위에 여자 한 명이 앉아 있는 게 보였다.

그 순간 윤태호는 깜짝 놀랐다.

그 여자는 매우 관능적이었다.

여자는 연보라색의 7부 티셔츠를 입고 있었는데 옷이 아주 깊게 파여서 흰 피부를 훤히 드러냈다. 그녀의 피부는 복숭아 과육처럼 분홍빛이 감도는 흰 피부였다.

게다가 여자는 허리가 잘록해서 침대 위에 앉아 있는데도 몸 선이 아주 완벽했다.

또 여자는 왼쪽 다리를 이불 밖에 내놓고 있었는데 다리가 길쭉하고 늘씬한 데다가 피부가 하얘서 매우 경이로웠다. 이렇게 우월한 몸매와 피부를 가지다니, 얼굴은 얼마나 아름다울까?

윤태호는 본능적으로 여자의 얼굴을 보았고 그 순간 여자도 그를 발견했다.

눈빛이 마주치는 순간 윤태호는 순간 숨을 쉬는 것조차 잊었다.

그는 이 세상에 이토록 매력적인 여자가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30대 정도로 보이는 여자는 검은 머리카락에 갸름한 얼굴, 아름다운 눈매를 가지고 있었는데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으면 왠지 모르게 여우가 연상되었다.

“당신은 누구예요? 뭐 하는 사람이죠?”

여자가 먼저 입을 열었다. 듣기 좋지만 아주 차가운 목소리였다.

정신을 차린 윤태호는 멋쩍은 표정으로 여자에게 말했다.

“안녕하세요. 전 새로 온 간병인입니다.”

“간병인이요?”

여자는 윤태호를 위아래로 훑어본 뒤 물었다.

“사원증은요?”

윤태호는 서둘러 사원증을 꺼냈고 여자는 사원증을 힐끗 본 뒤 윤태호에게 물었다.

“아까 뭘 보고 있었어요?”

윤태호는 얼굴을 붉혔다. 차마 그녀를 보고 있었다고 대답할 수는 없었다.

그런데 여자가 먼저 말을 꺼냈다.

“나를 보고 있었나요?”

윤태호는 결국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 예뻐요?”

여자는 조금 귀엽게 눈을 깜빡였다.

“네.”

“그러면 어디가 제일 예쁜 것 같아요? 얼굴인가요? 아니면...”

여자는 그렇게 말한 뒤 윤태호가 기겁할 행동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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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정
2025. 12. 09.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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