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uk금강시.허름한 호텔 객실 안.이재원은 시퍼렇게 질린 얼굴로 앉아 있었다. 옆에서는 이현서가 욕설을 퍼붓고 있었다.“대사관 그 자식들은 자기들끼리 놀러 다니면서 우리를 이런 허름한 곳에 안배했어요?”“이건 도저히 용납할 수 없어요. 아버지, 이 일 절대 그냥 넘어가면 안 돼요.”“돌아가면 대통령께 보고해서 전부 감옥에 넣어버려야 겠어요.”이재원은 주변을 둘러봤다.벽에는 곰팡이가 가득했고 방 상태는 말 그대로 최악이었다.그는 문득 밤에 쥐가 기어 다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얼굴이 더 굳어졌다.“현서야, 우리 따로 호텔을 잡자.”이현서도 기다렸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네.”그때 휴대폰이 울렸다.이현서는 전화를 받아 몇 마디 듣더니 말했다.“잠시 후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전화를 끊고 이재원에게 말했다.“아버지, 이원세 쪽에서 연락이 왔는데 대결 장소를 변경하겠다고 합니다.”“어디로?”“금강대학교예요. 관람객과 언론사를 많이 요청했는데 기존 장소가 좁아서 변경했다고 하네요.”“어떻게 답할까요?”이재원은 조금도 망설이지 않았다.“동의한다고 전해.”이현서가 조심스럽게 물었다.“아버지, 혹시 또 계략이 아닐까요?”이재원이 웃었다.“내가 뭐라고 했지? 절대적인 실력 앞에서는 어떤 계략도 의미 없어. 계략이든 아니든 나를 막을 수는 없어. 오히려 잘된 일이야. 사람이 많을수록 좋아.”“이번 기회에 호국 놈들에게 우리 패천국 의학이 세계 최고라는 것을 만천하에 증명할 거야.”그의 입가에 잔혹한 미소가 떠올랐다.“윤태호를 수많은 사람 앞에서 자살하게 만들면 그보다 더 흥미진진한 구경거리가 어디 있겠어?”이현서도 웃음을 터뜨렸다.“알겠어요. 그렇게 전달할게요.”그는 곧바로 이원세에게 전화를 걸었다....한편.이원세는 전화를 끊고 말했다.“역시 윤태호 말대로 이재원이 장소 변경을 받아들였네.”장지한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계획대로 진행하면 되겠구려. 금강대학교 쪽은 내가 협의할 테니 호국 방송국과 보건부는 윤 선생에
“그래서 저는 지금의 계획을 어느 정도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사실 장지한을 비롯한 세 명의 명의들도 윤태호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그들 역시 이번 기회를 통해 한의학을 정면으로 홍보하고 싶었으나 실패할 경우를 대비해 과감하게 밀어붙이지 못하고 있었을 뿐이었다.“윤 선생, 어떻게 조정하자는 건가?”장지한이 물었다.윤태호가 또렷하게 말했다.“이번 대결의 영향력을 키워야 하죠.”“첫째, 더 많은 언론과 기자를 초청해야 합니다. 반드시 호국 방송국을 불러야 하고 가능하다면 생중계까지 하게 해야죠.”“둘째, 현장 관람객도 더 늘려야 합니다. 꼭 동종 업계 사람일 필요는 없어요. 오히려 비전문가가 더 많을수록 효과가 좋아요.”“한의학을 모르는 이들이 직접 현장에서 확인해야 그 결과가 더 충격적이고 파급력이 크기 때문이죠.”“인원 규모는 천 명 정도까지 늘리는 게 좋겠어요.”“그리고 지금 요청된 정부측 인원의 급이 너무 낮아요. 이번 대결은 양국 최고 의사들의 맞대결인데 고위급 인원이 참관해야죠. 적어도 복지부 부장 정도가 와야 격이 맞는 법이죠.”“세 분은 어떻게 생각하세요?”이원세이 쓴웃음을 지었다.“가능한 한 최대한 성대하게 치르자는 거지?”“사실 처음엔 나와 지한이도 같은 생각이었네. 그런데 수혁이가 걱정이 많아 반대했지.”윤태호가 성수혁을 바라봤다.“성 선생님, 어떤 점이 걱정이신지 여쭤봐도 될까요?”성수혁의 표정이 심각해졌다.“잘 생각해보게. 이번 대결을 크게 홍보하는 건 양날의 검과같아. 이번 대결에서 이기게 되면 한의학에 엄청난 도움이 되겠지만 지게 되면 그건 한의학에 치명적인 타격이 될 거야. 이건 양날의 검과 같네.”“이기면 한의학에 더할 나위 없는 홍보가 되겠지만 만약 지게 된다면 한의학에 치명적인 타격이 될 것이네. ”“이건 단순한 의술 대결이 아니야. 생사가 걸린 싸움이라고.”윤태호는 고개를 끄덕였다.그제야 그는 성수혁의 걱정이 무엇인지 충분히 이해했다.판을 키웠다가 윤태호가 지게 되면 한의학
벤츠 승합차 안.성수혁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이재원이 아무리 그래도 패천국 의성인데 우리가 완전히 무시한 건 좀 심한 거 아닌가?”장지한이 눈썹을 치켜올렸다.“뭐가 심해? 그 부자는 평소에 한의학을 쓰레기라고 떠들고 다니는 놈들이야. 패천국 사람이라서 참고 있었어. 그렇지 않았다면 벌써 한 대 날렸을 거라고.”윤태호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이재원이 이번에 한의학에 도전한 건 대놓고 우리를 죽이겠다는 의도예요. 장 교수님 말씀이 맞아요. 그런 놈들에게 예의를 차릴 필요는 없어요.”이원세가 웃으며 말했다.“윤태호, 넌 못 봤지? 이재원이 글쎄 우리가 자기 마중 나온 줄 알고 지한이랑 악수하려고 손 내밀었다가 지한이가 그냥 쓱 지나가니 얼굴이 그대로 굳어졌어.”“패천국 의성으로서 패천국에서는 그런 취급 받아본 적 없을 텐데. 속으로는 우리를 증오하고 있을 거야.”성수혁이 걱정스레 말했다.“우리가 이렇게까지 모욕했으니 더 이를 갈고 한의학을 꺾으려고 들겠지. 윤 선생, 이번 대결때문에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겠네.”세 사람의 시선이 동시에 윤태호에게 향했다.윤태호는 웃으며 말했다.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이번 대결을 위해 이미 충분히 준비했으니까요.”“이번 기회를 빌려 한의학을 모욕하는 자들이 어떤 결과를 맞이하게 되는지 이재원에게 똑똑히 보여줄 거예요.”그의 자신감 넘치는 태도에 세 명의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잠시 잡담을 나누던 중 윤태호가 물었다.“이번 대결은 어떻게 진행되죠?”장지한이 답했다.“모레 오전 제운사 근처에 있는 회남 시험장에서 열릴 거야. 현장에서 관람하고 싶다는 동료들이 많았지만 장소가 작아서 백 명만 초대했어.”“언론은 열 개정도, 기자는 20명으로 제한했고 대결방식은 패천국 측 제안대로 3전 2승제로 합의했어.”윤태호는 그 말을 듣고 살짝 눈썹을 찌푸렸다.장지한이 눈치채고 물었다.“윤 선생, 마음에 걸리는 거라도 있어?”윤태호가 물었다.“이번 대결을 전면 보도할 언론이 있어요
“그리고 왜 당신 혼자뿐이죠? 대사관 분들은 다 어디 갔어요? 왜 아버지를 맞이하러 오지 않은 거예요?”운전기사가 대답했다.“이 선생님 모르시는 모양인데 오늘 대사관 분들이 단체로 야유회를 가서 공용 차량을 다 끌고 나갔어요. 남은 건 이 버스 한 대뿐인걸요.”“대사님께서 저한테 여러분을 호텔까지 모셔드리라고 하셨습니다. 이 선생님, 어서 차에 타세요.”하지만 이재원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이현서는 다시 현수막을 가리키며 물었다.“저 현수막은 왜 저렇게 더러워요?”기사는 미안한 표정으로 설명했다.“저건 지난주에 만들어서 대사관에 보관해 둔 건데 청소하시는 분이 쓰레기로 착각하고 어제 버렸어요. 그래서 오늘 아침에 제가 쓰레기통에서 다시 꺼낸 겁니다.”그 말을 듣는 순간 이재원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그는 분노를 참지 못하고 낮은 소리로 말했다.“한 나라의 대사관이 이 모양이라니 참으로 한심하구나. 패천국의 체면을 완전히 구겨버리는 거잖아. 돌아가면 이 일은 반드시 대통령님께 그대로 보고하겠으니 단단히 각오해.”‘이게 무슨 소리야? 픽업 왔는데 되레 고자질하겠다고?’기사의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졌다.“선생님, 고자질은 소인배나 하는 짓이에요. 타실 거예요? 안 타실 거예요?”이현서가 격분해 운전기사의 뺨을 후려쳤다.“감히 아버지를 소인배라고 욕하다니? 죽고 싶어? 내 아버지는 패천국 의성인데 어떻게 이런 고물차에 모시겠다는 거야? 당장 다른 차를 안배해.”“거창한 것도 필요 없어. 벤츠 4대면 충분하니까 지금 당장 처리해.”하지만 운전기사는 움직이지 않았다.“못 들었어? 당장 가서 처리하라고.”이현서가 고함을 질렀다.운전기사가 냉랭하게 쏘아붙였다.“첫째, 난 당신의 부하가 아니에요. 나한테 이래라저래라 할 권한이 없어요.”“둘째, 난 그저 월급 받는 운전기사일 뿐이라 당신의 요구는 들어줄 수 없네요.”“마지막으로 한번 더 물어볼게요. 탈 거예요? 안 탈 거예요?”이현서는 단호하게 말했다.“차량을 다시 준비해 오지 않으
윤태호 일행은 패천국 의료 대표단 옆을 그대로 지나쳐 차에 올라타고 떠나버렸다.또다시 이재원은 철저히 무시당했다.“이게 예의를 지키는 나라라고?”이재원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눈이 삐었어? 내가 뻔히 서 있는데 어떻게 저렇게 무시할 수가 있지?”이현서도 화가 나서 말했다.“아버지, 저 사람들 정말 너무 하네요. 그냥 돌아가시죠.”짝.이재원이 다시 한번 그의 뺨을 후려쳤다.“멍청한 놈. 지금 돌아가면 놈들의 함정에 빠지는 거야. 윤태호 그놈은 아주 음흉해. 이건 분명히 그놈의 계략일 거야.”“저 명의 놈들과 짜고 나를 일부러 자극한 거라고. 내가 화를 못 참고 떠나게 만들려는 수작이지. 그렇게 되면 의술 대결은 무산될 테고 저놈들은 살 수 있을 테니까.”“게다가 우리가 돌아가면 겁먹고 도망쳤다고 떠들어댈 거야. 그런 소문이 패천국에 퍼지면 우리는 비겁한 놈으로 낙인찍혀 세상 사람의 조롱거리가 되겠지.”이현서는 식은땀이 흘렀다.“아버지께서 간파하지 못했으면 큰일 날 뻔했네요.”“그러니 무슨 일이 있어도 돌아가면 안 돼. 반드시 이번 대결에서 이겨야 해.”이재원이 단호하게 말했다.“그 음흉한 호국 놈들에게 절대 실력 앞에서는 아무런 계략도 통하지 않는다는 걸 알려와야 한다고.”“그리고 호국 놈들이 자랑으로 삼는 한의학이 우리 패천국 전통 의학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도 알려줘야 해.”이현서는 고개를 끄덕였다.“맞는 말씀이에요. 하지만 저놈들이 너무 괘씸하네요. 당장 죽여버리고 싶어요.”이재원은 깊게 숨을 들이마시며 분노를 눌렀다.“걱정하지 마. 대결이 끝나면 이 사람들은 다 죽게 될 테니까.”“네.”짝.이재원이 느닷없이 다시 이현서의 뺨을 갈겼다.이현서는 얼얼한 뺨을 감싸며 어리둥절한 얼굴로 이재원을 바라봤다.“이런 사소한 일도 제대로 못 처리해서 계속 나를 망신시키다니.”“대사관에서 마중 나온다더니 왜 아직도 안 왔어?”“아버지, 화내지 마세요. 제가 전화로 확인해 볼게요.”이현서는 휴대폰을 꺼내
짝.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이현서의 뺨에 날벼락 같은 손찌검이 날아들었다.이현서는 놀란 얼굴로 이재원을 바라봤다.“아버지, 왜 저를 때리세요?”“멍청한 놈. 이런 사소한 일 하나 제대로 처리 못 해서 또 나를 망신시키다니.”이재원은 화가 나 미칠 지경이었다.패천국에서는 천하에 이름을 떨친 의성으로 만인의 존경을 받던 그였다. 그런데 호국에 도착하자마자 연달아 모욕을 당할 줄이야.“아버지, 화를 푸세요. 이번 일은 제가 실수했어요. 대사관에서 보낸 사람인 줄 알고... 어? 저 사람들이 왜 우리 쪽으로 오는 거죠?”이현서가 갑자기 놀란 듯 중얼거렸다.“누가 온다는 거야?”이재원이 물었다.“호국의 3대 명의들이요.”“뭐라고?”이재원이 고개를 돌리자 길가에 세워진 벤츠 승합차에서 두루마기를 입은 노인 세 명이 내리고 있었다.이원세, 성수혁, 장지한이 미소를 띤 채 차에서 내려 곧장 이재원 쪽으로 걸어왔다.이재원이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저 사람들이 왜 우리 쪽으로 오는 거야? 무슨 일이지?”이현서는 세 사람의 온화한 표정을 보고 말했다.“아버지, 아마 저희를 맞이하러 온 것 같네요. 호국은 예의를 지키는 나라니까요. 중요한 외국 손님이 오면 보통 이렇게 직접 나와 맞이하는 법이죠.”“아버지는 패천국 의성이시고 이번 대결에 도전까지 하시니 저 세 분이 나오는 게 당연한 거예요.”이재원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이 꽤 그럴듯하게 들렸다.그의 얼굴에도 다시 미소가 떠올랐다.곧 장지한 일행이 코앞까지 다가왔다.“안녕하세요. 저는 이재...”이재원은 먼저 자기소개를 하며 손을 내밀었다.하지만 장지한은 그를 보지도 않은 듯 그대로 지나쳐 버렸다.이원세과 성수혁 역시 그들을 무시하며 그대로 따라 지나갔다.마치 이재원이 투명인간인 것처럼 말이다.가장 난감한 건 이재원이었다. 그의 손은 여전히 악수하는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순간 이재원의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지고 분노가 차올랐다.‘이건 고의야. 일부러 그런 게 틀림없어. 호국의
햇볕에 노출되자 한 구의 시신에서 먼저 시반이 나타나기 시작했다.뒤이어 두 번째, 세 번째 시신에서도 시반이 나타났다.3분도 채 지나지 않아 열두 구의 시신 모두에 똑같은 시반이 생겨났다.의학 상식이 조금이라도 있는 사람이라면 정상적인 시신의 시반은 자줏빛 또는 짙은 자줏빛이라는 것을 알 것이다. 하지만 눈앞에 있는 열두 구의 시신에 나타난 시반은 모두 검은색이었다.시반 하나하나가 주먹만큼 컸고 꽃무늬 모양을 하고 있었는데 마치 활짝 핀 검은 장미 같아서 음산하고 끔찍한 느낌을 자아냈다.“이... 이건 대체 어떻게 된 일이
“왜요?”윤태호는 의아한 표정으로 용왕을 바라보았다.무신교의 사람이 구천을 암살한 범인이라는 사실을 힘겹게 발견했는데 조사를 그만두라니. 용왕은 이렇게 대답하였다.“방금 말했잖아. 무신교는 도덕적 한계가 없고 무슨 짓이든 서슴없이 한다고. 네가 그들의 눈에 거슬리면 보복을 당할지도 몰라.”“하지만 이대로 멈추면 사흘 후에 어르신이 위험해요.”윤태호의 말에 용왕은 소탈하게 웃었다.“난 원래 곧 죽을 사람이야. 일찍 죽어도 괜찮아.”“하지만 저는 팔을 잃고 싶지 않아요.”윤태호는 진지하게 말하였다.“저는 이렇게 잘생기
“게다가 용왕님은 구천 어르신께서 미주에 오신 사실을 몰랐어요. 구천 어르신께서도 용왕님에게 자기를 보호하라고 부탁하지도 않으셨죠. 나중에 습격을 당해도 구천 어르신 개인적인 문제이지, 어떻게 용왕님을 탓하실 수 있죠?”윤태호는 계속 차분하게 말을 이어갔다.“구천 어르신은 용문의 문주이시니 워낙 원수들이 많은 것도 잘 아시겠죠. 어젯밤에 철저한 방어를 하셨다면 습격을 당할 기회가 있겠어요? 구천 어르신의 부하들은 어르신을 보호하기 위해 죽은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구천 어르신이 아니라면 그들도 죽지 않겠죠. 구천 어르신의 탓..
네모반듯하고 꽁꽁 포장한 소포였다. 윤태호가 손에 들고 보니 무겁지 않은 것을 확인한 후 테이프를 뜯기 시작했다.“조심해.”용왕이 귀띔을 해주었다.“알겠어요.”윤태호는 조심스레 소포를 뜯기 시작했다. 소포 위의 테이프를 찢는 데 30초 걸렸다.소포를 열어 보니 현금 두 뭉치가 들어 있었다.자세히 보니 진짜 지폐였고 총 400만 원이었다.“이상하네. 요즘도 현금을 보내는 사람이 있나?”윤태호가 작은 소리로 중얼거리자 이를 들은 용왕은 웃으며 말했다.“이상하지는 않지. 지금 택배업이 발달해서 여러 가지 물건을 보낼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