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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47화

Author: 유진
강지혁은 조금 어색하게 고개를 돌리더니 허리를 다시 바로 세웠다.

“별로.”

그는 이 말을 남긴 후 강선율의 손을 잡고 밖으로 향했다.

임유진은 두 사람이 떠난 후 멍한 얼굴로 강지혁의 말을 곱씹어보았다.

‘별로... 싫은 건 아니라는 뜻인가? 정말 싫었다면 혁이 성격상 바로 얘기했을 테니까. 그렇다는 건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쓰다듬어도 된다는 말인가?’

임유진은 강지혁이 생각보다는 그녀를 잘 받아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어쩌면 그가 자신을 다시 사랑하게 만드는 게 그렇게까지 어려운 일은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

“네가 여기까지는 웬일이야?”

이한이 웃으며 강현수에게 물었다.

“시간이 조금 비어서 왔어.”

강현수가 답했다.

“그리고 며칠 뒤에 또다시 나가봐야 할 것 같아서 그 전에 얼굴 한번 보려고.”

“또 해외로 간다고? 돌아온 지 일주일도 채 안 됐잖아.”

“해외에서 새로 시작한 프로젝트가 있는데 주관할 사람이 필요해.”

강현수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아저씨도 너 가는 거 동의하셨어?”

“아버지가 동의 안 한다고 해서 달라지는 건 없어. 내가 가겠다고 한 거니까.”

이한은 잠깐 멈칫하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현수야, 너 자꾸 해외로 나가는 거 임유진 씨 때문이지?”

강현수는 그 말에 얼굴이 확 어두워졌다. 여전히 그는 임유진이라는 이름을 듣는 것만으로도 숨이 막히고 가슴에 통증이 밀려왔다.

“임유진 씨가 죽은 것 때문에 괴로워서 해외로 나가는 거라면 이제 그러지 않아도 돼. 그럴 필요가 없어졌으니까.”

이한이 강현수의 얼굴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유진 씨 죽지 않았어. 다시 돌아왔어. 지혁이 곁으로.”

어차피 임유진이 살아있단 얘기는 그가 말하지 않아도 강현수도 며칠 뒤면 자연스럽게 알게 될 일이다.

강씨 가문의 안주인이 사실은 죽은 게 아니라는 것과 다시 살아서 강지혁의 곁으로 돌아왔다는 걸 알 사람들은 이미 다 알고 있으니까.

강현수는 그간 줄곧 해외사업에만 몰두하고 있어 국내 소식은 조금 늦게 접하는 편이었다. 만약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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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강지혁은 수없이 자신을 속이며 임유진의 말이 진심이길 바랐다. 설령 그 말이 거짓이라도 믿고 싶었다.그녀의 말, 그 눈빛이... 적어도 자신에게만큼은 진짜였기를.그렇게 애써 자신을 속이며 살아왔다.하지만 지금, 선택의 기로 앞에 선 순간... 그 모든 믿음은 한순간에 무너져 내렸다.허울뿐인 진심은 마치 얇은 유리처럼 작은 충격에도 산산조각 났고, 이제 그는 더는 자신조차 속일 수 없었다.“돌아가. 오늘 밤은... 혼자 있고 싶어. 누구에게도 방해받고 싶지 않아...”강지혁의 목소리는 얼음처럼 싸늘했다.하지만 그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따뜻한 온기가 그의 등을 조심스레 감싸안았다.임유진이었다.그녀는 조심스레 다가와 망설임 가득한 두 팔로 그를 안고 조용히 이마를 그의 등 위에 기댔다.강지혁의 몸이 순간 굳어졌다.바람도 숨결도 멎은 듯, 고요한 적막 속에서... 임유진이 그 침묵을 깨고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사모님을 위해서라면, 더는 너에게 아무것도 부탁하지 않을게. 하지만... 혁아, 스승님 부부는 내게 삶을 다시 살아갈 수 있게 해준 분들이야. 넌 모를 거야. 내가 기억도 잃고 어린 딸 하나만 안은 채 낯선 도시에서 버텨야 했던 그 시간들을...”그녀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그 떨림은 절절한 진심 그대로였다.““아무 연고도 없는 낯선 도시에서 기억도 잃고 어린 딸 하나만 안고 버텨야 했던 날들. 그 막막함 속에서...처음으로 숨을 쉴 수 있게 해준 게 바로, 스승님과 사모님이었어.”말을 마친 임유진은 잠시 숨을 골랐다.그리고 이윽고, 강지혁의 허리를 더 세게 끌어안았다. 마치 지금 이 품이 무너질까 두려운 사람처럼... 더는 말을 잇지 못할까 봐 그에게 온몸을 기대었다.“넌 어떻게든 사모님께 대가를 치르게 하고 싶겠지. 그렇지만 우리... 법대로 하자.네 어머니가 너에게 중상을 입힌 일, 그리고 그 일로 인해 네 아버지가 그런 선택을 하게 된 것까지... 그 모든 걸 정의로 판단하게 하자. 응?”그녀는 누구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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