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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29화

作者: 유진
“근데 유진아, 어제는 어떻게 된 거야...?”

한지영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어제 혁이랑 같이 너 데려다주려고 했는데 네가 연우진 씨한테 전화한다고 하면서 백연신 씨한테 전화를 걸었어. 그래서 백연신 씨가 클럽까지 왔고... 그러다 백연신 씨가 너 집까지 데려다준다고 했어.”

임유진은 어제 룸에서 있었던 일을 대충 얘기해주었다.

한지영은 어젯밤 얘기를 듣고는 머리가 쭈뼛서며 또다시 얼굴이 빨개졌다.

하긴 먼저 전화를 건 것도 모자라 사람들 앞에서 백연신의 목을 끌어안고 추태까지 부렸으니 부끄러울 만도 했다.

왜 이렇게 술만 마시면 백연신과 만나게 되고 또 기억하고 싶지 않은 일들을 저질러버리게 되는 건지, 한지영은 차라리 물어보지 않는 게 더 나았을지도 모르겠다며 머리를 쥐어뜯었다.

“여보세요? 지영아, 너 괜찮아?”

임유진이 걱정스럽게 묻자 한지영은 다시 고개를 들고 씩씩하게 대답했다.

“어어, 난 괜찮아! 유진아, 내가 나중에 다시 전화할게. 엄마한테 전화해야 해서.”

“응, 알았어.”

전화를 끊은 후 한지영은 말했던 대로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당연히 폭풍 잔소리가 들려올 거라고 생각해 잔뜩 긴장한 채로 전화를 받았는데 예상외로 너무나도 평온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응, 딸.”

“어... 엄마, 그게... 내가 어제 왜 안 들어갔냐면 그러니까...”

“알아. 어제 네 직장 동료분이 나한테 연락해줬어. 급하게 처리해야 할 일이 있어서 집으로 오는 길에 갑자기 회사로 불려갔다며? 제대로 잠은 잔 거야? 밥은? 엄마가 뭐 해서 가져다줄까? 갈아입을 옷도 필요하지?”

“아니에요. 잠도 제대로 잤고 밥도 먹었어요. 옷은 이대로 입고 있으면 돼요.”

“그래, 알았어. 오늘도 수고해, 딸.”

“네.”

전화를 끊은 후 한지영은 바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래도 부모님 쪽은 백연신이 알아서 해결해준 것 같았다.

‘휴, 식겁했네.’

한지영은 마음을 쓸어내리고는 자신의 물건을 챙겨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조용히 내려갈 생각이었는데 마침 식탁에 있는 백연신과 눈이 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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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랜만이야.”백연신이 먼저 말을 걸었다.“내가 찾아올 거라는 거 이미 알고 있었지?”“찾을 사람이 나밖에 없었을 테니까.”고은채는 백연신을 힘껏 노려보며 이를 꽉 깨물었다.“거래하러 왔어. 우리 집안이 가지고 있는 나머지 자산도 전부 다 넘길게. 가격도 꽤 합리적일 거야.”백연신은 그 말에 코웃음을 쳤다.“내가 지원해준 돈이면 아등바등 살아볼 법도 한데 도저히 안 되겠어? 그래서 아예 휴짓조각 되기 전에 나한테 팔아버리려고 왔나?”“살 건지 안 살 건지만 말해. 우리 아빠 회사가 아무리 기울여졌다고 해도 당신 손에 들어가면 이득밖에 안 될 거야. 집안 세우는 것에 혈안이었던 당신한테는 좋은 기회잖아.”“부탁하러 왔으면 그에 맞는 성의를 보여. 내가 인수하지 않으면 너희 집안은 한 푼도 건지지 못한 채 망하게 될 테니까.”재수 없는 말이기는 했지만 인정할 수밖에 없는 사실이었기에 고은채는 분노를 최대한 가라앉히고 차분한 말투로 다시 얘기했다.“당신 몸속에 있는 혈충, 그거 없애줄게. 그게 있는 한 한지영 그 여자와는 함께 하고 싶어도 그렇게 못하잖아. 혈충을 없애주는 게 대가라면 당신한테는 충분히 매력적인 조건 아닌가?”고은채는 백연신이 기다리는 게 이 말이라는 걸 이미 어느 정도 눈치채고 있었다.아니나 다를까 백연신은 입꼬리를 살짝 올리더니 만족스럽다는 듯 얼굴을 살짝 풀었다.“좋아. 거래하지.”고은채는 호쾌한 그의 말에 안도하는 한편 질투와 분노, 그리고 실망감까지 한 스푼 섞인 그다지 유쾌하지 않은 감정이 밀려왔다.결국 백연신이라는 남자는 한지영과 함께 하는 게 더 중요했던 것이다. 이렇게나 크게 돌아 판을 짠 것도 모든 것이 다 한지영이라는 여자 때문이었다.세상에 이토록 집요하고 또 무서운 남자가 또 있을까?고은채는 마음 같아서는 자신이 했던 말을 주워 담고 없었던 일로 하고 싶은 기분이었지만 그랬다가는 사무실에서 곱게 나가지 못할 것 같았기에 그 생각은 빠르게 접었다.‘당신의 눈에 담긴 여자가 나였으면, 한지영이 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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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연신은 한지영의 눈을 빤히 내려다보며 말을 계속 이어갔다.“나는 없었던 일로 할 생각 없어. 가만히 있는 사람 멋대로 건드렸으면 책임을 져. 그때처럼 또 입 싹 닫고 가버리지 말고.”한지영은 그 말에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백연신이 말한 그때가 어느 때인지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하지만 그때는 아직 그와 뭘 시작하기도 전이었고 뼈 아픈 헤어짐을 겪기도 전이었다.지금의 두 사람은 그때와는 너무나도 달라 있었다....한지영은 백연신의 별장에서 어떻게 나왔는지도 몰랐다. 그냥 저도 모르게 발이 움직였고 정신을 차리고 보니 어느새 사무실에 도착해있었다.평소와 다를 것 없는 나날이었지만 마음이 자꾸 널을 뛰며 좀처럼 업무에 집중이 되지 않았다.“어머! 지영 씨, 그 외투 루이 브랜드 신상 아니에요?”동료 한 명이 다가와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정말이네? 이 옷 며칠 전에 유명 연예인이 입은 거 봤어요. 꽤 비쌌던 것 같은데?”동료들의 호들갑에 사무실 안 여자 동료들의 시선이 한순간에 집중이 되었다. 그들은 너도나도 다가와 부럽다는 눈길을 보냈고 한지영은 얼떨떨한 얼굴로 뭐라 답을 하지 못했다.“어쩐지 오늘따라 예뻐 보이더라니, 이 옷 때문에 얼굴이 확 살아서 그랬나 보네.”“역시 브랜드 옷은 달라요. 그렇죠? 아, 나도 사고 싶다.”“지영 씨 뭐 보너스 받은 거라고 있어요? 갑자기 웬 신상? 이 옷, 내 기억으로 천만 원대 옷이었는데?”“아... 이거 진짜 아니에요. 제가 돈이 어디 있어요.”한지영은 동료의 질문에 얼른 그럴싸한 핑계를 댔다.“그래요? 요즘은 가짜도 잘 나오네.”한지영은 어색한 웃음으로 동료들을 보낸 후 바로 미간을 찌푸렸다. 비싼 옷일 거라고는 생각을 했지만 설마 그 가격이 천만 원대일 줄은 몰랐다.그녀는 옷을 매만지다 문득 별장을 떠나기 전 백연신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정 옷을 돌려주고 싶으면 퀵 말고 나한테 직접 줘. 그럴 거 아니면 버리든지 말든지 알아서 처리하고.”직접 달라는 건 한 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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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연신은 한지영을 빤히 바라보다 아까보다는 한결 풀린 얼굴로 말했다.“정신 차렸으면 씻고 내려와. 아침 준비 다 됐어. 갈아입을 옷은 욕실에 넣어뒀으니까 그거로 갈아입고.”한지영은 그의 눈치를 보면서 조심스럽게 물었다.“근데 우리가 왜... 왜 내가 백연신 씨랑 같이...”백연신은 나가려다가 코웃음을 한번 치더니 다시 뒤돌아 한지영을 바라보았다.“술 먹고 필름 끊기는 건 버릇인가 보지?”한지영은 질책당하는 분위기에 입술을 깨물며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눈빛으로 그를 빤히 바라보았다.그 모습이 꼭 어쩔 줄 몰라 하는 어린아이 같았다.“네가 어젯밤에 나한테 무슨 짓을 했는지 얘기해줄까? 너 어제 집까지 데려다주려는 사람 붙잡고 막무가내로 키스하면서 예전처럼 나한테 수많은 약속을 했어.”“거짓말!”한지영이 본능적으로 외쳤다.백연신은 당황한 그녀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며 천천히 앞으로 다가가더니 이내 몸을 아래로 기울여 그녀와 거리를 좁혔다.“뭐가 거짓말 같은데? 네가 나한테 키스한 거? 아니면 네가 나한테 약속한 거?”“...”한지영은 상처받은 듯한 그의 눈빛에 뭐라고 답을 해야 할지 몰랐다.“한지영, 거짓말쟁이는 너야. 내가 아니라.”백연신은 한지영의 두 눈을 똑바로 마주 보며 이 말을 전했다.한지영은 심장이 욱신거리며 아파 났지만 애써 무시하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내가 어제 술을 좀 많이 마셔서... 헛소리를 했나 봐요. 술에 취해서 한 말이니까 신경 쓰지 말아요. 그... 미안해요!”한지영은 그 말을 끝으로 서둘러 침대에서 내려와 욕실로 뛰어갔다. 그러고는 쾅 하고 문을 닫았다.백연신은 그녀가 들어간 욕실을 어두운 눈빛으로 가만히 바라보았다.욕실.한지영은 거칠게 숨을 들이켜며 양손으로 세면대를 꽉 쥐었다.‘내가 먼저 키스했다고? 내가? 하... 미친년. 대체 어쩌자고! 이러면 모든 게 다 물거품이 되잖아!’한지영은 키스한 거 말고 또 다른 짓은 한 것이 없는지 계속해서 떠올려 보았다. 하지만 생각하면 할수록 머리만 아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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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연신도 설마 이런 곳에서 한지영을 안게 될 거라고는 생각도 못 한 눈빛이었다.이성을 되찾으려고 그렇게도 노력을 했건만 입술이 부딪치는 순간 그 노력은 한순간에 물거품이 되어버렸고 오직 한지영이라는 여자가 주는 아늑함 밖에 머릿속에 없었다.백연신은 한참을 가만히 앉아있다가 이대로 한지영을 집에 돌려보낼 수는 없을 것 같아 옷매무새를 정리한 후 운전석으로 가 차량에 시동을 걸었다.반 시간 후.자신의 별장에 도착한 백연신은 조심스럽게 한지영을 안아 별장 안으로 들어갔다.한지영은 침대에 몸이 눕혀지는 순간에도 여전히 눈을 감을 채로 있었고 무슨 좋은 꿈이라도 꾸는 건지 입꼬리를 한껏 말아 올렸다.“무슨 꿈을 꾸는 건지...”백연신은 한지영의 머리카락을 다정하게 정리해주며 피식 웃었다.하지만 그것도 잠시 금세 다시 표정이 어두워졌다.“날 사랑한다고 말해. 여전히 날 사랑하고 있다고 말해...”만약 그녀가 아직 사랑하고 있다고 얘기하면 백연신은 두 사람의 앞날이 얼마나 험악할지라도 어떻게든 해결하고 그녀의 곁에 있을 생각이다.그녀를 위해서라면 목숨도 걸 수 있는 사람이 바로 그였으니까.늦은 저녁, 조용한 침실.평소에는 그렇게도 차갑고 공허했던 공간이 그녀가 있으므로 한순간에 따뜻해진 것 같은 느낌이었다....한지영은 눈을 뜨자마자 보이는 낯설지만 익숙한 천장에 3초 정도 멍을 때리다 벌떡 상체를 일으켰다.몸을 일으킨 순간 익숙한 통증이 발끝을 타고 위로 올라왔다. 한지영은 설마 하는 마음으로 쿵쿵 뛰는 가슴을 부여잡으며 얼른 자신의 몸을 확인했다.“뭐... 뭐야? 잠옷?”그녀가 입고 있는 옷은 어제 임유진을 만났을 때 입었던 옷이 아닌 웬 남성용 가운이었다.한지영은 상당히 당혹스러운 상황에 머리를 쥐어뜯으며 어제 있었던 일을 돌이켜보았다.‘어제 유진이랑 밥 먹고 나오는 길에 클럽이 있어서 들어갔다가... 남자들을 부르고... 술을 마시던 와중에 강지혁이 등장했고... 그리고... 그리고 뭐 했었지?’한지영이 열심히 기억을 되찾던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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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지영의 갑작스러운 움직임에 백연신은 손쓸 틈도 없이 한지영의 위에 몸을 겹쳐버렸다.백연신은 술 냄새에 잔잔히 섞인 그녀의 체향에 그대로 이성이 날아가 버릴 것 같았다.“백연신... 너... 너 왜 계속 내 앞에 나타나는데?”한지영이 중얼거리며 말했다.백연신은 한지영이 이렇게 가까이 있는 것이, 이렇게도 자신을 세게 끌어안고 있는 것이 살이 타들어 갈 만큼 힘들었지만 그럼에도 몸을 일으키고 싶지 않았다. 조금만 더 그녀에게 더 꼭 안겨 있고 싶었다.“보고 싶어서...”백연신의 입에서 애절한 한마디가 흘러나왔다.한지영은 지금 술에 취해 있는 상태라 어쩌면 내일 아침이면 무슨 말을 들었는지, 무엇을 했는지, 심지어는 누가 집까지 데려다줬는지도 기억을 못 할지 모른다.하지만 그렇다 해도 새어 나오는 진심을 막을 수는 없었다. 아니, 오히려 이런 상황이라 말이 더 잘 흘러나왔다.“내가...?”“응, 네가 보고 싶어서... 너무 보고 싶어서...”“하지만 나는... 보고 싶지 않은데? 나는... 빨리 잊어버리고 싶은데?”한지영의 목소리에 서러움과 원망이 한가득 담겨있었다.“알아.”백연신은 쓸쓸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어갔다.“일단 일어나. 방까지 데려다줄게.”한지영은 서서히 몸을 일으키려는 백연신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미간을 찌푸리더니 손에 힘을 줘 다시 한번 자기 쪽으로 당겼다.“아직 안 해줬잖아... 술도 안 마시고... 춤도 안 췄잖아... 그런데 어디 가.”“내일 정신을 차리고 그때도 나한테 똑같이 얘기하면 그때 해줄게.”“나 지금... 정신 차렸는데?”한지영은 그렇게 말을 하며 활짝 웃었다.아직 술이 깨지 않은 게 분명했다. 정말 깼으면 지금처럼 미소를 짓거나 가까이 다가오지 않았을 테니까.“한지영, 후회할 행동 하지 말고 이거 놔.”“싫어... 안 놔. 안 놓을 거야!”백연신은 마음을 굳게 먹고 셔츠를 잡고 있는 한지영의 손을 풀고는 그녀의 허리에 팔을 감아 단번에 상체를 일으켰다.한지영은 갑작스러운 움직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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