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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00화

Penulis: 유진
그 순간, 한지영은 마치 마음속이 뒤집히는 것 같은 혼란을 느꼈다.

콘서트가 끝나고, 백연신이 그녀를 집 앞까지 데려다주는 동안에도 그녀의 머릿속은 온통 그가 했던 말과 그가 불렀던 노래로 가득했다.

‘백연신 같은 사람이 노래를 배우다니... 정말 나 때문에 그런 걸까?’

“지영아, 너 임신한 건 연우진한텐 말하면서, 너희 부모님한텐 왜 말 못 하는 거야?”

백연신의 낮은 중저음 목소리가 차 안의 정적을 깼다.

“아!”

한지영은 정신이 번쩍 들며 대답했다.

“그건요, 연신 씨한테 얘기했던 것처럼, 연우진 씨한텐 그냥... 괜히 나 때문에 감정 낭비하게 만들고 싶지 않아서 설명해 두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녀의 말을 듣고 있던 백연신은 묵직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연우진한텐 그렇게까지 신경 써주면서, 정작 나한텐 뭐 하나 제대로 얘기해주는 게 없네.”

그 말에 한지영은 잠시 망설이다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연신 씨... 저는 오직 아이 때문에 다른 사람이랑 결혼하는 거, 그런 건 원하지 않아요. 결혼이 그런 식으로 결정되는 거라면, 차라리 저... 유미 언니처럼 혼자 아이를 키우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해요.”

그녀는 숨을 한 번 고르고, 용기를 내어 말했다.

“그리고... 이 아이를 낳을지 말지도, 아직은 모르겠어요.”

한 번 아이를 낳으면 그녀와 백연신은 앞으로도 계속 얽히게 될 것이다.

그 아이는 평생 두 사람 사이를 이어주는 존재가 되겠지만, 동시에...자신이 상처받을지도 모르는 존재였다.

백연신의 눈빛이 점점 더 깊어졌다.

“그러니까 너는 결국... 내가 널 사랑한다는 걸, 믿지 못하는 거네?”

“믿어요.”

한지영은 조용히 말했다.

“하지만... 언젠가 또 연신 씨와 사업적으로 충돌이 생기게 되면, 결국 버려지는 건 저일 거라는 것도 알고 있어요.”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는 문을 열고 서둘러 차에서 내렸다.

“아, 그리고 그 택배들... 사람 보내서 가져가세요. 저 그런 거 필요 없어요.”

백연신은 미동도 없이 앉아 있다가 낮은 목소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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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점점 더 의지하게 되면... 나중에 짐이 되는 거 아니냐고, 그럴 거 아니지?”임유진이 장난스레 웃으며 말했다.강지혁은 눈썹을 살짝 들어 올리며 그녀를 바라보다가 부드럽게 답했다.“유진아, 넌 절대 내 인생에 짐이 아니야. 넌 내 전부야.”그 말에 임유진의 심장이 순간 쿵 하고 울렸다.이 남자는... 지금도 변함없이 진심으로 자신을 사랑하고 있다. 5년 전에도 그리고 지금도... 그 마음은 여전히 흔들림이 없었다.그녀는 천천히 몸을 일으켜 침대에서 내려왔다.“왜? 물 마시고 싶어? 아니면 화장실?”강지혁은 그녀의 움직임을 보고 재빠르게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 곁으로 다가왔다.“아니, 그게 아니라...”유진은 잠시 머뭇거리다 수줍게 말했다.“그냥, 갑자기 너를... 만지고 싶어서.”지금 그녀는 손에서 붕대는 풀었지만, 수술 부위는 매일 흉터 연고를 발라야 했고 손가락 움직임도 아직 자유롭지 않았다.그래서 하루에 몇 번씩 저주파 자극기로 손 신경을 자극하는 재활을 받고 있는 상태였다.“어디를 만지고 싶은데? 얼굴?”강지혁은 장난기 섞인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손을 살며시 들어 자기 뺨에 가져다 댔다.차가운 그의 피부와 따뜻한 그녀의 손끝이 맞닿았다. 그러고는 마치 그 온기를 더 느끼고 싶다는 듯 조심스럽게 그녀의 손바닥에 얼굴을 비볐다.임유진은 항상 그에게 따뜻함을 주는 존재였다.정작 더 의지하고 있는 쪽은... 강지혁, 자신이었다.강지혁은 그녀의 손을 조심스레 끌어 아래로 내리며 턱선과 목덜미, 쇄골을 지나 자신의 가슴 위치에 가져갔다.그리고 한 손으로 셔츠 단추를 풀며 다른 손으로는 그녀의 손을 이끌어 자기 심장 위에 가져다 댔다.순간, 임유진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비록 지금 손가락은 거의 움직이지 못했지만, 감각은 여전히 살아 있었고, 그의 체온과 심장박동이 손바닥에 그대로 전해져 왔다.“나는 온전히 네 사람이야. 네가 원한다면 어디든 만져도 돼.”그의 속삭임은 낮고 부드러웠지만 위태로울 만큼 유혹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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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록 그런 행동이 그의 통증을 더 악화시켰지만, 백연신은 끝까지 그녀를 꼭 끌어안고 있었다.그녀는 몰랐다. 그 말 한마디가 그에게 얼마나 큰 힘이 되었는지. 그리고 백연신을 고통 속에서도 계속 버틸 수 있게 해주었다는걸...“지영아, 조금만 더 기다려줘. 나한테... 조금만 더 시간을 줘.”백연신이 낮게 속삭였다.몸속에 남은 혈충이 완전히 사라지면, 그때 그녀에게 모든 걸 솔직히 말할 생각이었다....한지영은 결국 GB의 콘서트를 보게 됐다. 다만 수많은 팬들과 북적이는 일반 관객석이 아니라 특별 VIP 전용 룸에서였다.넓은 유리창 너머로 무대 전경이 한눈에 보였고, 동시에 다양한 각도에서 무대를 비추는 여러 화면도 함께 있어, 말 그대로 무대를 360도로 관상할 수 있었다.한지영은 새삼 돈의 위력을 실감하며 감탄했다.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뭔가 아쉬운 느낌이 들었다.“왜, 마음에 안 들어?”백연신이 물었다.“그런 건 아닌데... 뭔가 좀 이상해요. 콘서트는 다 같이 소리 지르고, 미친 듯이 환호하는 맛이 있어야 재밌는 거잖아요.”한지영이 말했다.“나는 그냥 네가 GB 콘서트 보고 싶다고 한 게, 그 다섯 남자들 보려고 그러는 줄 알았는데. 보기만 하면 된 거 아니었어?”백연신이 다정하게 물었다.한지영은 갑자기 연이은 기침을 하더니 말을 얼버무렸다.“아니 그게... 잘생긴 남자 얼굴만 보는 건 아니거든요.”“그럼 뭘 보는데?”백연신이 눈썹을 치켜올리며 되물었다.‘몸매요!’한지영은 마음속으로 그렇게 중얼거렸지만, 입 밖으로 나온 말은 달랐다.“실력이요. 노래도 잘하고 퍼포먼스도 멋지잖아요.”“그래?”백연신은 흥미롭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그때 무대에서 잔잔한 멜로디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이번 곡은 예전 명곡 중 하나였고, 서정적인 분위기의 발라드였다.GB 다섯 멤버는 무대 중심과 네 끝에 나뉘어 서서 이 노래를 함께 부르기 시작했다.그런데 그 순간, 뜻밖의 일이 벌어졌다. 백연신이 조용히 그 노래를 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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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 그런데 왜 밖에 있어? 안 들어가 보고.”백연신이 되물었다.한지영은 그를 짧게 흘겨보며 말했다.“임신했는데요... 콘서트장 얼마나 시끄럽고 정신없는지 연신 씨도 알잖아요. 그 안에 들어갔다가 혹시라도 누가 부딪히기라도 하면 어쩌려고요.”예전에도 그는 함께 콘서트를 본 적이 여러 번 있었다. 그 정도는 알 텐데 말이다.백연신의 눈빛이 부드러워졌다.“지영아... 그럼 혹시 아기 다칠까 봐 걱정돼서 그런 거야?”“나...”한지영은 말끝을 흐리며 고개를 숙였다.그의 낮은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아까 연우진 씨는 네가 임신했는데 내가 책임 안 지려고 한다고 생각하더라.”“그건 오해예요! 그런 거 아니에요.”그녀는 급히 해명했다.백연신은 그녀의 눈을 바라보며 말했다.“지영아, 네가 내가 책임지길 바란다면... 나, 책임질게.”그의 눈빛을 마주친 순간, 한지영의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그의 시선엔 깊은 감정이 담겨 있었고 빨려 들어갈 것처럼 강렬했다.“그래서, 책임졌으면 좋겠어? 나, 그렇게 해줄까?”그의 목소리는 부드럽고도 유혹적이었다. 무심코 고개를 끄덕이고 싶어질 만큼 따뜻한 말투였다.‘하지만 안 돼!’그녀가 원했던 건, 그런 의미의 ‘책임’이 아니었다.한지영은 고개를 저었다.그 순간, 주위의 공기가 무겁게 가라앉는 것 같았다.백연신의 눈빛엔 눈에 띌 정도로 어두운 기색이 스쳤다.“그럼... 이제 나랑 결혼하고 싶지도 않다는 거야? 부모님한테 혼나는 게 낫고, 아기가 혼외자 태어나게 되어도 나랑은 엮이기 싫다는 거야?”한지영은 입술을 꼭 다물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는 그녀에게 한 발 더 다가서며 조용히 물었다.“지영아, 너 나 그 정도로 미워해?”그녀는 시선을 피했다. 그의 얼굴을 마주하면 마음이 더 흔들릴 것 같아서...혼란스러운 감정을 애써 억누르기 위해 그녀는 그저 외면하는 것을 선택했다.잠시 침묵하던 백연신은 문득 물었다.“그럼, 만약 내가 어느 날 죽으면... 넌 슬퍼할 거야? 살아 있는 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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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냥 지나가던 사람들이 착각한 거예요. 신경 쓰지 마요.”연우진의 담담한 말에 한지영은 조금은 가라앉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자연스러운 반응 덕분에 아까의 민망함도 한결 줄어든 듯했다. 그러다 그녀는 문득 무언가 생각난 듯 말했다.“아, 그런데... 나 임신한 건 아무한테도 말하지 말아 주세요. 아직... 부모님한텐 말씀 안 드렸거든요.”연우진은 순간 멈칫하더니 놀란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혹시... 백연신 씨가 책임지기 싫다고 한 거예요?”“네?”한지영은 눈을 깜빡이며 당황했다. 연우진의 너무나 단도직입적인 추측에 바로 반응할 수 없었다.“그 사람한테서 책임질 마음이 없다는 말 들어서, 그래서 부모님께도 말씀 못 드리는 거예요?”연우진이 다시 묻자 한지영이 난처한 표정으로 입을 열려는 순간...“도대체 누가 책임지기 싫다고 그래?”익숙한 저음의 목소리가 그녀의 말을 가로막았다.순간, 한지영은 소름이 끼치듯 몸이 본능적으로 굳어 있었다.그리고 고개를 돌리는 순간, 백연신이 바로 뒤에 서 있는 걸 보았다. 불과 몇 걸음 거리였다.‘세상에... 언제부터 있었던 거야?’연우진 역시 그를 보곤 놀란 눈빛을 감추지 못했다.특히 지금 백연신이 자신을 바라보는 그 묘하게 싸늘한 시선이 연우진을 괜히 움찔하게 만들었다.백연신은 천천히 걸어와 한지영 곁에 섰고 몸을 조금 숙이며 그녀에게 낮게 말했다.“왜? 저 사람한테 내가 책임 안 진다고 말했어?”“여, 연신 씨... 왜 이렇게 가까이 붙어서 말해요?”한지영은 얼굴이 붉어지며 뒤로 물러나려 했지만, 그 순간 백연신은 그 큰 손으로 그녀의 허리를 바짝 감싸안았다.“그럼 그날은? 그땐 나한테 훨씬 더 가까이 붙어 있었잖아.”그는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달빛 아래, 그의 얼굴은 어딘지 창백했고 목소리에는 묘한 농염함이 묻어 있었다.한지영의 얼굴은 더욱 붉어졌다. 뭐라 반박해야 할지 몰라 버벅대기만 했다.그 모습을 본 연우진이 말문을 열었다.“그럼, 백연신 씨. 지영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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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요.”한지영이 조용히 대답했다.“뭐 먹고 싶어요?”연우진이 부드럽게 물었다.“속 편한 걸로요. 자극적인 건 좀...”그녀가 조심스럽게 말했다.두 사람은 콘서트장 근처의 한 식당에 들러 담백한 메뉴 몇 가지를 골라 식사를 시작했다.그러던 중, 한지영은 갑자기 속이 울렁이며 메스꺼운 느낌이 밀려오자 황급히 화장실로 달려갔다.한참을 토하고 난 뒤에야 겨우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연우진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다가왔다.“지영 씨, 괜찮아요? 어디 불편해요?”“입덧이에요.”한지영은 더 이상 숨기지 않고 솔직하게 말했다.애초에 오늘 그를 만난 것도 이 이야기를 꺼내기 위해서였다.“입덧...?”연우진은 순간 얼어붙은 듯 표정이 굳었다.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 듯했다.한지영은 부드러운 말투로 담담히 덧붙였다.“여자들이 임신하면 호르몬 변화 때문에 입덧이 생겨요. 전 좀 심한 편인 것 같아요.”그제야 연우진이 조심스레 물었다.“지영 씨가 입덧을 한다는 건... 혹시, 임신한 거예요?”“맞아요. 임신했어요. 미안해요.”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 말을 하고 있는 한지영의 눈동자는 유리알처럼 동그랗고 맑고 투명했다.그 순간, 연우진은 자신이 왜 한지영에게 끌렸는지를 깨달았다.그녀는 늘 솔직했고 상대를 헷갈리게 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진심을 숨기지 않는 사람이었다.“사과할 일은 아니에요. 원래 우리 그냥 친구로 지내기로 했잖아요.”연우진이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근데 지금처럼 몸 상태가 안 좋으면 콘서트는 무리잖아요. 그러니까 우리 표는 밖에서 기다리는 분들께 드리는 게 낫겠어요. 그게 더 의미 있지 않을까요?”“그렇긴 하지만... 그 티켓 구하기 힘들었을 텐데요. 제가 돈이라도 드릴게요. 괜히 연우 씨가 손해 보게 할 순 없잖아요.”한지영이 다급히 말했다.“괜찮아요.”연우진은 고개를 저었다.“앞으로 어떻게 할 생각이에요? 혹시... 백연신 씨한텐 말했어요?”그 말에, 한지영은 갑자기 가슴이 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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