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약혼녀의 화려한 재출발

버려진 약혼녀의 화려한 재출발

By:  달빛Updated just now
Language: Korean
goodnovel4goodnovel
Not enough ratings
100Chapters
67views
Read
Add to library

Share:  

Report
Overview
Catalog
SCAN CODE TO READ ON APP

6년을 바쳐 사랑했지만, 진심은 짓밟혔다. 결혼을 앞둔 날, 이하니는 강승오가 다른 여자와 얽힌 사진을 보게 된다. 바람난 남자, 뻔뻔한 제삼자, 멸시하는 시어머니까지. 하니는 과감히 모든 걸 끊고 사라졌다. 이름을 지우고, 과거를 버린 채. 화려한 화가로 다시 태어난 그녀. 금빛 인생과 승승장구하는 커리어. 이제는 아무것도 부족하지 않은 삶. 그런 이하니 앞에 다시 나타난 강승오. 남자의 품에 안긴 하니를 보며 붉어진 눈으로 애원한다. “한 번만... 다시 돌아와 줘.” 그러나 하니를 안고 있던 남자가 승오 앞에 섰다. 차갑고 날카로운 눈빛으로 단호히 말했다. “다시는 하니를 건드리지 마. 당신 따위가 감히 가질 수 있는 여자가 아니니까.”

View More

Chapter 1

제1화

“정말로 약혼을 파기하겠다고?”

테이블 맞은편, 곱게 차려입은 중년 여인이 의심 가득한 눈으로 물었다.

이하니는 선명한 붉은색의 청혼서와 허혼서를 들었다.

그대로 반으로 찢은 후, 강승오의 어머니 심주영을 바라봤다.

“이제 믿으시겠어요?”

심주영은 순간 멍해졌다. 놀란 기색이 눈에 선명했다.

그러더니 이내 입꼬리를 비틀며 말했다.

“좋아. 새로운 신분은 내가 정리해 둘게. 한 달 안에, B시에서 완전히 사라져.”

하니는 물컵을 꽉 쥐며,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하니가 가방을 들고 일어서려던 찰나, 심주영의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

“약속한 거, 꼭 지켜. 소란 피우지 말고, 승오 아빠한테는 절대 승오 바람피운 일 알리지 마. 알리기만 해 봐, 승오 아빠가 정말 승오 다리를 부러뜨리고 말 거야!”

발걸음을 떼던 하니가 멈칫했다.

그리고 그 일이... 떠올랐다.

예전, 사람들 눈에 비친 하니와 승오는 딱 전형적인 동화 속 커플이었다.

가난한 신데렐라와 백마 탄 왕자.

대학 시절, 하니는 성적도 좋고 모범적인 학생.

반면 승오는 말 한마디에 학교가 떠들썩해질 정도의 재벌 2세.

도무지 엮일 일이 없을 것 같던 두 사람이었다.

하지만, 승오는 하니를 첫눈에 사랑하게 됐다.

사람들 말로는, 승오는 하니에게 홀린 거라고 했다.

그는 하니를 얻기 위해서라면 미친 짓도 마다하지 않았다.

공부엔 관심 없던 승오가, 하니가 원하는 참고서를 구하려고 눈 내리는 겨울밤 도시를 헤맸다.

그리고 하니가 생선을 좋아한다는 걸 알고, 해뜨기 전부터 낚시하러 나가다 강에 빠져 죽을 뻔도 했다.

처음엔, 둘의 격차가 너무 커서... 하니는 감동하면서도 계속 거절했다.

하지만, 승오는 하니와 약혼하기 위해 집안에 무릎 꿇고 매달렸고, 아버지에게 진짜 다리가 부러질 뻔했다.

병원으로 실려 가던 길, 승오는 하니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니야, 나랑 결혼해 줄래?”

그날 밤, 하니는 확신했다.

‘이 사람이구나. 내 인생은 이 사람과 함께겠구나...’

대학교에서 만난 후, 졸업하고, 약혼까지.

무려 6년.

두 사람은 여섯 번의 봄과 여름, 가을과 겨울을 함께 보냈다.

그리고 결혼을 코앞에 둔 지금까지.

하니의 마음속엔 단 한 사람, 강승오뿐이었다.

‘언제부터였을까? 그 사람의 마음이, 조금씩 멀어지기 시작한 게...’

그 질문이 하니 머릿속을 맴돌았다.

끝도 없이, 조용히, 되풀이되었다.

...

그날 밤, 하니는 거실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시계가 딱 열한 시를 가리켰지만, 승오는 아직도 돌아오지 않았다.

하니는 핸드폰을 집어 들고 전화를 걸었다.

한 번.

두 번.

세 번째 벨이 울리고 나서야 전화를 받았다.

[자기야, 나 지금 접대 중이야. 왜? 무슨 일 있어?]

승오의 목소리는 다정했다. 늘 그래왔던 것처럼, 달콤하고 다정하게 하니를 감쌌다.

하지만 하니는 들었다.

전화기 너머, 시끄러운 클럽 음악 소리.

“술집이야?”

하니가 물었다.

[응, 접대 때문에 나왔어. 바빠서 좀 늦을 거 같아.]

승오는 지친 듯하지만 부드럽게 대답했다.

그 순간, 전화기 너머에서 들려온 숨가쁜 호흡,

그리고 입술이 스치는 듯한 미세한 소리.

‘방금, 키스 소리였어...’

작고 희미한 소리.

하지만 하니는 정확히 들었다.

귀가 예민한 편이라 그런지, 숨기려 해도 들을 수밖에 없었다.

하니는 숨을 삼켰고, 가슴이 먹먹해졌다.

마침내 조심스레 말했다.

“지금... 잠깐이라도 집에 다녀갈 수 있어?”

승오는 한숨을 내쉬었다. 숨소리 너머로 미묘한 신음 같은 떨림이 섞였다.

[아직 거래처 사람들이 안 갔어. 지금은 좀 곤란할 것 같아. 근데 약속할게. 술자리 끝나는 대로 바로 갈게. 응?]

‘거짓말...’

하니는 미소 지었다.

‘정말 능청스럽네...’

“그래, 그럼 끊을게.”

전화를 끊고, 하니는 핸드폰을 꼭 쥐었다.

손끝이 하얗게 질릴 만큼.

...

사흘 전이었다.

하니는 승오 셔츠의 깃에 묻은 립스틱 자국을 봤다.

그날, 그녀는 친구 소라연과 함께 승오를 찾으러 갔다.

승오가 있다는 곳은 시끄러운 바.

거기서 승오는 백권아를 품에 안고 앉아 있었다.

그리고 얼굴엔 싫증이 묻어 있었고, 말투는 건조했다.

“진짜 질렸어. 활기도 없고, 개성도 없고... 그냥 딱딱하고 답답한 여자야. 어떻게 만져도 그대로 있어. 노잼이야.”

그 말에 하니는 그대로 굳어버렸다.

‘질렸다고...’

문고리에 손을 얹은 채 움직일 수 없었고, 가슴 어딘가가 ‘탁’하고 금 가는 소리가 믿기지 않을 만큼 선명하게 들렸다.

뒤에서 라연이 속삭이듯 말했다.

“지금... 저게 정말 강승오가 한 말 맞아?”

하니는 가볍게 웃었다.

‘어떻게 대답하지...’

그녀는 진작 알고 있었다.

승오는 더 이상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걸.

...

보름 전이었다.

하니는 직접 봤다.

승오가 작고 예쁜 여자를 품에 안고 한 고급 별장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그날 이후, 하니는 사설탐정을 고용했다.

사설탐정은 자료를 금세 모았다.

사진 수십 장, 명확한 동선, 그리고 여자에 대한 정보.

그 여자의 이름은 백권아.

대학을 갓 졸업하고, 강오그룹에 인턴으로 들어온 신입이었다.

첫 출근 날부터, 권아와 승오는 엮이기 시작했다.

호텔, 레스토랑, 고급 라운지까지.

어딜 가도 두 사람은 웃으며 붙어 다녔다.

둘의 눈빛엔 숨김이 없었고, 행동엔 거리낌이 없었다.

그 시간, 하니는 집에서 결혼 준비로 바빴다.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예식을 위해, 밤새워 업체들과 연락하고 일정을 조율했다.

승오는 책임감을 내려놓고, 다른 여자와 연애 중이었다.

그런 승오는 집에 돌아오면 또 다른 얼굴을 했다.

“하니야, 수고했어.”

“우리 여보, 어깨 안 뭉쳤어?”

“발 좀 담가, 내가 씻겨줄게.”

“...”

그렇게 다정한 말투로 하니를 쓰다듬고, 웃으며 안아주던 승오인데...

‘전부... 거짓이었어.’

‘하나부터 열까지. 다 썩은 말들이었어.’

‘...’

하니는 많은 것을 생각하며 천천히 눈을 감았다가 떴다.

그리고 아무 말 없이 2층 방으로 올라갔다.

서랍 속 보석함을 꺼내, 하나하나 정리해서 상자에 담았다.

“여보세요. 그때 말한 보석 몇 개 처분해 주세요. 그리고... 제가 예약한 결혼식장, 그거 취소해 주세요.”

하니는 담담하게 말했다.

전화를 받은 유담이 놀란 목소리로 되물었다.

[사모님... 혹시 강 대표님이랑 무슨 일 있어요? 싸우셨어요?]

“아니요. 결혼식장은... 제가 다시 정하려고 해요.”

그 순간, 창밖으로 강한 헤드라이트가 스쳤다.

하니는 전화를 끊고 창가로 다가갔다.

승오가 차에서 내리고 있었다.

그는 언제나 키가 크고 잘생겼다.

정장에 구두까지, 그 자체로 잡지 화보 같았다.

하지만 오늘은 뭔가 달랐다.

승오의 셔츠 깃이 구겨져 있었고, 살짝 풀린 단추 사이로 쇄골이 보였다.

게다가 급히 옷깃을 고치고, 평소 쓰는 향수를 뿌리고서야 집으로 들어섰다.

‘봤어... 전부 다...’

하니의 심장이 조용히, 차갑게 웅크려졌다.

잠시 후, 문이 열렸다.

승오가 들어왔다.

그는 뒤에서 하니를 끌어안고, 어깨에 얼굴을 묻었다.

목소리는 조심스럽고 살갑게 떨렸다.

“여보, 나 왔어. 요즘 술자리가 많아서 좀 늦긴 했지? 혹시 나 때문에 삐졌어?”

하니는 조용히 남자의 팔을 뿌리친 후, 돌아서며 물었다.

“오늘은 거래처 미팅 아니었어? 왜 이렇게 빨리 끝났어?”

승오는 미소 지으며 하니의 손을 잡았다. 고개를 약간 숙이고, 깊고 부드러운 눈빛을 띠었다.

“우리 여보가 오라니까, 무슨 약속이든 다 미루고 달려왔지. 거래처? 프로젝트? 그게 여보보다 중요하겠어?”

그러더니 바지 주머니에서 작은 선물 상자를 꺼냈다.

검은 벨벳 상자.

바로 하니에게 건넸다.

“선물이야. 열어봐.”

하니는 상자를 받아서 들었다.

그 안엔 다이아몬드가 박힌 브로치 하나.

값이 꽤 나가 보였다.

‘이걸로 덮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구나.’

하지만 하니는 그 선물을 보는 순간, 딱 사흘 전, 탐정이 보내온 사진이 떠올랐다.

검은 원피스를 입은 백권아.

그리고 그녀의 가슴에 딱 그 브로치가 달려 있었다.

‘이젠... 나만의 것이 아니구나.’

예전에 승오의 사랑은 오직 하니만을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나뉘었다.

하니와 권아, 둘로.

‘웃기지... 같은 선물을... 딴 여자한테 먼저 주고...’

‘사흘 뒤에야 날 위해 준비했다는 게...’

‘나는... 그냥 남는 걸로 달래는 사람인 거구나.’

하니의 가슴 안쪽이 조용히 쑤시듯 아팠다.

그리고 핏기가 스르르 빠지는 얼굴.

게다가 몸이 차가워졌다.

그때, 승오가 이상함을 느낀 듯 눈썹을 찌푸렸다.

“여보, 왜 그래? 어디 안 좋아?”

하니는 감정을 누르며 억지로 웃었다.

“아니야, 괜찮아. 선물, 정말 마음에 들어. 근데 내가 자기를 부른 건, 선물 때문이 아니라... 사인받고 싶은 계약서가 있어서야.”

하니는 돌아서서 서랍에서 서류 한 장을 꺼냈다.

탁자 위에 펼치고, 서명란을 가리켰다.

“전에 자기가 서구 쪽에 계약했던 별장 기억나? 그 집이 난 정말 마음에 들었거든. 그거... 내 앞으로 돌려줘.”

승오는 별생각 없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고, 펜을 들어 단번에 사인했다.

“우리 여보가 마음에 드는 집 있으면 그냥 유 비서한테 말해서 등기 넘기라 그래. 내가 가진 건 다 여보 거잖아. 굳이 내 허락받을 필요 없어.”

승오는 서류를 제대로 보지도 않고, 익숙한 필체로 이름을 써 내려갔다.

하니는 말없이 그 서류를 서랍에 넣었다.

동작 하나하나가 무척 조용했다.

‘아마도... 이 사람은 평생 알 리 없겠지.’

‘지금 본인이 넘긴 그 문서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Expand
Next Chapter
Download

Latest chapter

More Chapters

To Readers

굿노벨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굿노벨에 등록하시면 우수한 웹소설을 찾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완벽한 세상을 모색하는 작가도 될 수 있습니다. 또한, 로맨스, 도시와 현실, 판타지, 현판 등을 비롯한 다양한 장르의 소설을 읽거나 창작할 수 있습니다. 독자로서 질이 좋은 작품을 볼 수 있고 작가로서 색다른 장르의 작품에서 영감을 얻을 수 있어 더 나은 작품을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작성한 작품들은 굿노벨에서 더욱 많은 관심과 칭찬을 받을 수 있습니다.


Comments

No Comments
100 Chapters
제1화
“정말로 약혼을 파기하겠다고?”테이블 맞은편, 곱게 차려입은 중년 여인이 의심 가득한 눈으로 물었다.이하니는 선명한 붉은색의 청혼서와 허혼서를 들었다. 그대로 반으로 찢은 후, 강승오의 어머니 심주영을 바라봤다.“이제 믿으시겠어요?”심주영은 순간 멍해졌다. 놀란 기색이 눈에 선명했다. 그러더니 이내 입꼬리를 비틀며 말했다.“좋아. 새로운 신분은 내가 정리해 둘게. 한 달 안에, B시에서 완전히 사라져.”하니는 물컵을 꽉 쥐며,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네.”하니가 가방을 들고 일어서려던 찰나, 심주영의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약속한 거, 꼭 지켜. 소란 피우지 말고, 승오 아빠한테는 절대 승오 바람피운 일 알리지 마. 알리기만 해 봐, 승오 아빠가 정말 승오 다리를 부러뜨리고 말 거야!”발걸음을 떼던 하니가 멈칫했다.그리고 그 일이... 떠올랐다.예전, 사람들 눈에 비친 하니와 승오는 딱 전형적인 동화 속 커플이었다. 가난한 신데렐라와 백마 탄 왕자.대학 시절, 하니는 성적도 좋고 모범적인 학생. 반면 승오는 말 한마디에 학교가 떠들썩해질 정도의 재벌 2세. 도무지 엮일 일이 없을 것 같던 두 사람이었다.하지만, 승오는 하니를 첫눈에 사랑하게 됐다.사람들 말로는, 승오는 하니에게 홀린 거라고 했다. 그는 하니를 얻기 위해서라면 미친 짓도 마다하지 않았다. 공부엔 관심 없던 승오가, 하니가 원하는 참고서를 구하려고 눈 내리는 겨울밤 도시를 헤맸다.그리고 하니가 생선을 좋아한다는 걸 알고, 해뜨기 전부터 낚시하러 나가다 강에 빠져 죽을 뻔도 했다.처음엔, 둘의 격차가 너무 커서... 하니는 감동하면서도 계속 거절했다.하지만, 승오는 하니와 약혼하기 위해 집안에 무릎 꿇고 매달렸고, 아버지에게 진짜 다리가 부러질 뻔했다.병원으로 실려 가던 길, 승오는 하니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니야, 나랑 결혼해 줄래?”그날 밤, 하니는 확신했다.‘이 사람이구나. 내 인생은 이 사람과 함께겠구나...’ 대학교에서 만난 후
Read more
제2화
다음 날, 승오는 출근하지 않았다. 일정을 모두 비우고 하니와 함께 주얼리를 보러 가겠다고 했다.‘요즘 내가 서운했을까 봐? 아니면 양심에 찔리는 일이 너무 많아서?’‘이유가 뭐든 상관없어.’하니는 별말 없이 따라나섰지만, 속은 아무런 감정도 일지 않았다.한 달 안이다.승오가 무엇을 사주든, 어떤 걸 주든, 하니는 다 받을 생각이었다.‘내가 받을 수 있는 건 다 받아야 해.’‘이제 와서 거절할 이유도 없고, 미련 따윈 더 이상 남기지 않기로 했으니까.’두 사람은 시내 중심에 있는 고급 주얼리 매장에 도착했다.백 년 전통을 자랑하는 브랜드.이곳에서 가장 유명한 건, 한정판 세트 주얼리였다.하니는 승오와 함께 매장 안으로 들어섰다.그리고 단번에, 매장 한가운데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유리 진열장 안에는—금으로 정교하게 세공된 족두리, 붉은빛 옥이 달린 유려한 디자인의 떨잠 귀걸이.화려하면서도 기품 있는 전통 혼례 장신구.누가 봐도, 새신부를 위한 예물이었다.그 밑에 선명하게 적혀 있는 가격표.5억 원.하니의 눈동자가 살짝 흔들렸다.왜냐하면 며칠 전, 사설탐정이 보내온 자료 중에 바로 이 매장에서 결제된 5억짜리 내역이 있었기 때문이다.‘그땐 몰랐는데... 그 돈이 이거였구나.’예전에 결혼식에 관해 이야기할 때, 승오는 이렇게 말했었다.“전통 혼례로 거하게 하자. 네가 가장 고운 전통 혼례복을 입고, 세상에서 제일 값진 장신구를 걸고, 당당하게 우리 집으로 들어오게 해줄게.”달콤했던 말들.꿈처럼 아름답던 약속.‘그 말들... 강승오는... 아무에게나 해줄 수 있었던 거였네.’하니는 숨이 조금 가빠졌다. 가슴이 조여오는 듯했다.그리고 시선이 머문 곳을 본 직원이 말을 걸었다.“고객님, 이 세트는 이미 판매된 제품입니다. 3일 전에 전액 결제로 예약되었어요. 지금은 잠깐 전시만 하고 있습니다. 죄송합니다.”하니는 말없이 고개를 돌려, 옆에 서 있는 승오를 바라봤다.그 순간, 승오의 표정이 아주 잠깐, 어색하게 흐트
Read more
제3화
하니는 물을 마시다 말고, 삼키는 동작을 잠시 멈췄다. 고개를 옆으로 돌려 승오를 바라봤다.“취소한 거 아니야. 그냥, 원래 장소가 좀 마음에 안들어서 그랬어. 장소는 다시 정하는 게 좋을 것 같아.”승오는 넥타이를 살짝 느슨하게 풀며 웃으며 다가왔다.“뭐가 마음에 안들었어? 거긴 ‘비너스 진심의 정원’이잖아. 진심으로 사랑하는 커플들이 거기서 서약하면 오래도록 함께할 수 있대. 그런 의미 있는 장소가 또 어디 있어? 축복이 넘치잖아.” 하니의 눈빛에 잠깐 조롱 같은 기운이 스쳤다.‘그래,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만이 오래 간다지.’‘그럼 넌... 지금도 진심이긴 한 걸까?’하지만 그 말은 입 밖에 꺼내지 않고, 대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그래도 다른 곳으로 하자. 결혼식은 내가 알아서 준비하면 된다고, 자기가 말했잖아.”승오는 멈칫하더니 이내 환하게 웃었다.“알겠어. 우리 여보가 정하는 거면 뭐든 좋아. 한 달 뒤에 나한테 멋진 서프라이즈 결혼식 보여줘야 해.”하니는 아무 대답 없이 웃기만 했다. 조용하고 단정하게 앉아 있는 모습은 마치 한 폭의 그림 같았다.고요하고, 아름답고, 아무것도 들키지 않는 얼굴.승오는 그 모습에 눈길을 떼지 못했다. 다정한 척 하니에게 얼굴을 가까이 대며 속삭였다.“여보... 우리 요즘 너무 바빴잖아. 그동안 너무 안 했더라...”하니의 어깨가 순간적으로 굳어졌다. 아무 내색 없이 몸을 살짝 피하곤 일어섰다.“좀 피곤해서... 다음에...”승오가 반응할 틈도 없이, 하니는 2층으로 올라갔다.그녀는 방 안에 들어서자마자, 핸드폰을 들었다. 전화가 연결되자 이름을 또렷이 말했다.“안녕하세요, 이하니입니다. 제 그림, 『봄』은 판매 안 하기로 했어요. 내려주세요.”전화를 끊고, 하니는 책상에 앉아 노트북을 열었다.경매 사이트에 접속해, 잠시 전까지 가장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던 자기 작품 『봄』이 목록에서 사라진 걸 확인했다.이어 하니는 비밀번호가 걸린 한 폴더를 열었다.그 안엔 그림 이미지
Read more
제4화
문이 열리자 하니의 시선은 곧장 안쪽으로 향했다.승오가 앉아 있었고, 그 옆엔 강하게 들러붙은 권아가 있었다.권아는 아직도 아쉬운 기색을 감추지 못한 듯, 승오 쪽으로 몸을 바짝 붙였다.승오는 눈치를 살피며 몸을 조금 빼려 했지만, 권아는 오히려 더 가까이 붙으며 버텼다.누가 봐도 뻔한, 노골적인 도발이었다.하니는 조용히 권아를 살폈다.얇고 고운 이목구비, 하얀 피부, 딱 봐도 단아한 이미지의 여자.‘저 얼굴로 하는 짓이, 약혼자 있는 남자 옆에 붙어있는 거라니.’‘예쁘게 태어나서 할 게 없었나? 왜 꼭 남의 인생에 기생해야 하는 걸까?’그때, 연하가 잽싸게 일어나며 말했다.“하니 씨, 우리 지금 승오랑 결혼식 준비 얘기하고 있었어. 잘됐네, 같이 앉아서 얘기하자.”연하는 하니의 팔을 가볍게 잡아끌었지만, 하니의 시선은 줄곧 권아에게 박혀 있었다.하니가 입을 열었다.“이분은 누구시죠?”승오의 눈빛이 순간 흔들렸다.뭔가 들킨 사람처럼.그가 입을 떼기도 전, 권아가 먼저 행동했다.테이블 밑, 권아의 손이 조용히 승오의 허벅지를 훑었다.그 손놀림은 익숙했고, 주저함이 없었다.하니는 그 광경을 똑똑히 보았다. 승오의 얼굴에는 감추려는 기색 사이로 짧은 쾌락의 빛이 스쳤다.‘결국, 강승오는 이런 자극적인 짓이 좋아서 이 관계를 계속 끌고 가는 거겠지.’권아가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이분이 그 유명한 예비 사모님이시죠?”이어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안녕하세요. 백권아라고 합니다. 이번에 새로 대표 비서로 왔어요.”하니는 시선을 흘리며 물었다.“비서가... 결혼식 준비 회의에도 같이 와야 하는 건가요?”말끝이 살짝 올라갔다.눈썹도 함께.연하가 헛기침을 두 번 하고는 물잔을 들어 마시며 어색함을 가렸다.“권아 씨는 이제 막 회사 들어왔잖아. 승오 옆에서 업무도 익힐 겸... 또 권아 씨 지인 중에 웨딩 쪽 전문가도 많대. 아이디어 참고삼으려던 거지.”그 말끝에 권아가 잔을 들고 일어났다.이어서 하니 앞으로 다가와,
Read more
제5화
권아가 다시 룸으로 들어왔을 때, 그 눈가는 벌겋게 부어 있었다.승오는 곧장 자리에서 일어나 권아에게 다가갔다. 표정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권아야, 하니가 너한테 뭐라고 했어? 네가 울 정도로...”권아는 입을 다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그 몸은 자연스럽게 승오 품 안으로 파고들었다.잠시 침묵이 흐른 후, 작은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사모님이... 난 이런 옷 입을 자격도 없다고 하셨어. 비서 주제에 고급 옷 입는 흉내만 낸 거라고...”울음을 참듯 고개를 떨군 권아는 손끝이 살짝 떨렸다.그 말을 들은 승오의 손이 무릎 위에서 움찔하고 움켜쥐어졌다.“하니... 원래 좀 고집 센 건 알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어. 내가 너무 오냐오냐했더니, 사람이 이렇게 된 건가 봐.”그 말에 연하도 거들었다.“승오야, 너 진짜로 하니랑 결혼할 생각이야? 내가 보기엔 하니 성격은 결혼 생활에 절대 안 맞아.”“아니, 권아 씨처럼 착하고 순한 사람한테도 시비 거는 거 보면, 결혼 후엔 어떻겠어? 고생길이 훤히 다 보여.” 승오는 눈을 감고, 깊은 숨을 내쉬었다.“결혼은 그냥 책임일 뿐이야. 내 마음은... 처음부터 지금까지 권아한테 있었어.”하니는 룸 바깥에 서 있었다.손도, 발도, 심장도 다 얼어붙은 듯한 기분이었다.문 너머로 들려오는 승오의 목소리.그리고 연하의 말투.‘진심이었네. 다들, 이게 진심이었구나.’‘연하 언니는 내가 그렇게 아끼고 챙기던 사람인데...’하니는 연하가 연애할 때마다 힘들다고 울면 밤새 전화 받아주고, 해외 명품 가방 사달라면 친구한테 부탁해 직구로 공수해다 줬다.연하가 술 먹고 바에서 싸움이 나 경찰서에 끌려갈 뻔한 것도, 하니가 대신 가서 상황을 수습하고, 심지어 맞기까지 했다. ‘그땐 정말... 연하 언니가 내 가족 같았어.’‘그런데 이제 와서... 등 돌린 거야?’‘내가 했던 모든 게... 결국 다 헛수고였구나.’하니는 말없이 몸을 돌렸다.그리고 핸드폰을 꺼내 친구에게 짧은 메시지를
Read more
제6화
권아는 입술을 꽉 물었다.‘무슨 집? 강승오가 이하니한테 집을 줬다고?’“그리고 우리 혼전 계약서, 빨리 정리해서 줘. 나한테 지분 준다던 거, 잊은 건 아니겠지?”권아는 그 순간, 완전히 무너졌다.‘그건 내 아이의 권리야. 이하니 따위가 감히 손댈 수 없어.’권아는 더는 못 참겠다는 듯, 씩씩거리며 갤러리를 나섰다.하니는 그런 권아의 뒷모습을 조용히 바라보다,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이런 반응은 예상 못 했겠지? 강승오, 오늘 밤은 잠 좀 설칠 테지.’권아는 임신 후 점점 더 제멋대로 변해갔다. 예전엔 승오에게 한없이 다정하고 순한 척했지만, 여자라는 건, 결국 욕심이 생기기 마련이다.승오의 ‘아내' 자리는 하나뿐이고, 지금 그 자리에 앉아 있는 사람은 하니였다.특히나 승오가 하니에게 집과 지분을 넘겼다는 사실을 들은 후, 권아는 분노를 참지 못했다.퇴근 후 겨우 집에 돌아온 승오.기진맥진한 얼굴로 권아에게 다가가려던 순간, 권아는 눈가를 붉히며 쏘아붙였다.“오빠 마음엔 이하니밖에 없어. 난 늘 뒷전이야.”“이하니한텐 집도 주고 돈도 주면서, 결혼도 걔랑 하겠다는 거잖아. 오빠는... 나랑 우리 애 생각이나 해봤어?”순간, 승오의 눈빛이 싸늘하게 식었다. 그러다 다시 미소를 가장하며 권아를 토닥였다.“자기야, 내 진심 알잖아. 결혼은... 하니가 6년을 나랑 버텨줬으니까 책임을 지려는 것뿐이야.”“근데 내가 진짜 사랑하는 사람은 너야. 조금만 더 참아줘. 내일 당장 블루스카이 집 네 명의로 바꿔줄게.”권아는 입술을 삐죽였다.더 몰아붙이면 안 된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저 작게 말하며 재촉했다.“꼭 해줘야 해.”...하니는 승오가 다시 돌아올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남자의 눈 밑엔 다크서클이 짙게 내려앉았고, 몸엔 술 냄새가 진동했다.얼마나 피곤했던 건지, 오늘은 연기할 힘조차 없는 듯했다. 그는 향수 냄새도 진하게 풍겼다.거실 소파에 그대로 쓰러지듯 누운 승오.하니는 말없이 그에게 물 한 잔을 건넸
Read more
제7화
남자의 손이 하니의 허리께로 다가왔다.그 뜨거운 손바닥의 온도에 하니는 반사적으로 몸을 움찔거리며 뒤로 물러났다.“자기야, 나... 그날이야.”순간, 승오의 움직임이 멈췄다.그리고 시선이 잠시 떠나더니, 이내 눈에 띄게 실망한 표정으로 시선을 거두었다.“여보, 생리 주기는 내가 다 외우고 있어. 이번 주는 아니잖아.”승오는 하니를 빤히 바라보며 말했다.“요즘 내가 야근이 많아서 잘 못 챙긴 거 알아. 혹시 그래서 기분 나쁜 거야? 지난번엔 결혼식 장소 바꾸자고도 했잖아.”그러곤 이어서 말했다.“내일 우리 할머니 생신이야. 같이 가자, 응?”‘할머니... 주금자 여사.’그 이름이 나오는 순간, 하니의 온몸이 경직됐다.사실 승오의 가족들은 처음부터 하니를 반기지 않았다.특히나 할머니 주금자는 노골적으로 하니를 싫어했다.6년이나 같이 살았는데도, 임신 소식 하나 없는 하니를 보며, 아이를 못 낳는 거 아니냐는 말을 대놓고 했을 정도였다. ‘지금쯤이면, 강승오 집안 어른들도 백권아가 임신한 소식 들었겠지.’‘얼마나 기뻐했을까? 하긴... 내가 가봤자, 웃음거리만 되겠지.’하니는 시선을 피하며 조용히 말했다.“요즘 조금 일이 있어서... 같이 못 갈 것 같아.”하니는 더 이상 승오의 가족들과 마주하고 싶지 않았다.하지만 승오는 하니의 이런 태도가 못마땅한 듯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여보, 혹시 우리 가족 싫어하는 거야?”승오는 예전에 하니에게 가족이 없다는 말을 듣고 가슴이 아렸다.그래서 하니에게 더 사랑한다고 말했다,그런데 지금의 승오는 감정에 호소하듯 말했다.“여보한텐 부모님이 안 계시잖아. 그러니까 우리 부모님을 네 부모님처럼 생각해 주면 안 돼?”하니는 피식 웃었다.‘그 사람들이 날 한 번이라도 진심으로 받아들인 적이 있긴 했을까?’그동안 애써가며 잘 보이려고 노력했던 모든 순간.지금 생각해 보면, 다 헛수고였다. “응. 갈게.”결국, 하니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수없이 반복된 일이었으니까.왜냐하면, 승
Read more
제8화
분홍빛이 감도는 화이트 롱 드레스를 곱게 차려입고, 승오의 팔짱을 낀 채 나타난 여자는 바로 백권아였다.화사한 메이크업, 붉게 물든 두 볼.꽃처럼 앙증맞은 모습은 하객들 사이에서 눈에 띄었다.하니는 그 모습을 보자 입꼬리를 비죽 올렸다.‘드디어 왔네.’권아의 목에 걸린 목걸이는 하니가 지금까지 착용했던 것과 똑같은 디자인이었다.드레스 역시 마찬가지였다.만약 하니가 색상을 바꾸지 않았다면 ‘쌍둥이룩’이 될 뻔했다.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주금자 앞까지 걸어갔다.주금자는 권아의 손을 잡으며 환한 얼굴로 말했다.“우리 아가, 힘들었지? 어서 이리 와서 앉자.”권아는 하니를 흘끗 보고는 바로 환하게 웃으며 인사했다.“할머님, 생신 축하드립니다.”“우리 권아가 와줬으니, 오늘은 정말 좋은 날이네.”주금자 옆에 있던 강연하도 흐뭇하게 고개를 끄덕였다.그 눈빛은 말하고 있었다.‘저 아이야말로 진짜 우리 집 며느릿감이지.’그때, 승오가 하니에게 다가왔고, 미안한 듯한 얼굴로 변명했다.“권아 씨는 어머니 친구분의 따님이야. 오늘 할머니 생신이라는 말을 듣고, 꼭 오고 싶다 해서 데려온 거야. 여보, 신경 쓰지 마.”하니는 짧게 대답했다.“괜찮아. 할머님이 기분 좋으시다면 된 거지.”하지만 잠시 후, 하니는 자기 목에 걸린 목걸이를 그대로 뜯어, 근처의 쓰레기통에 툭 하고 던져 넣었다.순간 정적.하니의 입가에는 날카로운 미소가 떠올랐다.“똑같은 목걸이 두 개 사서 여자들한테 나눠주는 게 취미야?”승오는 순간 얼어붙었다.“여보, 오해야. 난 권아 씨가 이 디자인을 고집하는 줄 몰랐어. 그래서 그게...”하니는 날카롭게 물었다.“누가 당신 여보야?”그 말에 승오는 입을 닫았다. 손을 뻗어 하니의 손을 잡으려 했지만, 하니가 유연하게 피했다. “오늘은 나랑 함께 이 자리에 와줄 줄 알았어. 그런데 결국 난 비서보다 못한 존재였네.”그때, 강연하가 다가와 말했다.“하니 씨, 이런 데서 승오를 곤란하게 하지는 말자. 어쨌든 하니 씨는
Read more
제9화
순간, 모든 사람의 안색이 바뀌며 공기가 얼어붙었다.하니의 눈길이 조용히 그 사람들을 훑었다.강씨 가족들 얼굴에는 노골적인 조소가 떠올랐고, 권아는 입꼬리를 조심스레 올리며 눈을 반짝였다.손님들은 하나같이 눈치를 보며 웅성였고, 그 중심에 서 있는 이는 다름 아닌 하니, 그리고 그녀의 약혼자 승오였다.하니가 그렇게 사랑했던, 무려 6년을 함께한 남자... 승오는 갑자기 성큼 다가와 그녀의 팔을 움켜잡았다.“여보... 방금... 그게 무슨 농담이야?”승오의 목소리엔 미세한 떨림이 섞여 있었다.그는 본래 연기에 능한 사람이었다.하지만 그 눈에 비친 건 슬픔도, 충격도 아닌, ‘절대로 널 놓지 않겠다는 집착’뿐이었다.‘진짜... 지긋지긋해.’하니는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농담이야.”그 말에 승오는 깊은숨을 내쉬며 안도했다.“여보, 제발... 앞으로 그런 말 좀 하지 마. 정말 가슴이 철렁했어. 네가 날 떠나는 줄 알고...”뒤에서 지켜보던 권아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었다.그녀는 손톱이 살 속에 박힐 만큼 꽉 쥐어졌다.“대표님...”권아의 여린 목소리가 울려 퍼졌지만, 지금 승오는 그녀의 존재조차 느끼지 못하는 듯 하니 곁을 단단히 지키고 있었다.사실, 권아는 오늘 이 자리에 오며 자신이 ‘강승오의 여자’임을 모두에게 증명하고자 했다.하지만 예상과 달리, 승오는 하니와 함께 주금자 여사에게 인사를 올렸고, 손님들 앞에서 하니의 손을 한시도 놓지 않았다.‘이하니가 이기는 거야... 또...’권아는 속이 뒤집혀도 겉으론 웃었다. 억지로 자리에서 일어선 그녀 곁으로 강연하가 다가왔다.“괜찮아, 권아 씨. 승오랑 이하니는 그냥 겉으로만 커플이야. 승오가 진짜로 사랑하는 사람은, 권아 씨뿐이잖아.”권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애써 웃었다.“네, 언니. 알아요... 승오 오빠가 절 위해 얼마나 노력하는지...”‘그래, 난 이해해. 이해해야 돼. 강승오는 곧 나한테 올 거니까.’연하는 그런 권아가 예뻐 보였다.‘이런 순
Read more
제10화
하니는 유담의 목소리가 다급해 보이는 게 마음에 걸렸다.그리고 시계를 슬쩍 내려다보니, 시간도 충분했다.‘갔다 오면 되겠지. 어차피 병원은 내일 가도 되니까.’그렇게 마음먹고 차를 몰아 블루스카이로 향했다.그녀는 도착하자마자, 입구 앞에 나란히 놓인 두 켤레의 슬리퍼를 보았다.하나는 검은색, 하나는 분홍색.‘이미 들어와 있었네. 강승오와 백권아.’하니의 발끝이 잠시 멈칫했다.그 분홍 슬리퍼 한 켤레가 보여주는 현실은 너무도 적나라했다.‘이 집... 원래는 내 신혼집이었는데...’승오와 권아는 여기서 지내며, 하니가 준비한 모든 공간에서 둘이 아무렇지도 않게 몸을 섞었다. 심지어... 하니가 직접 골라 놓은 신혼 침대 위에서.블루스카이의 집은 하니가 직접 인테리어를 정하고, 디자인 하나하나 꼼꼼히 체크하며 완성한 공간이었다.소파의 재질, 거실의 조명, 베란다의 꽃 화분.그리고 신중하게 고른 결혼사진 액자까지.그 모든 것이 하니의 ‘사랑’이었다.하지만 지금, 그 모든 것들이 조롱이 되어버렸다.하니가 들어서자, 내부는 이미 다른 사람의 집처럼 변해 있었다.벽에는 낯선 결혼사진이 걸려 있었고, 그 사진 속엔 권아가 승오의 품에 기대고 있었다.둘은 뱃속의 생명을 바라보며 웃고 있었고, 하니의 자리는 어디에도 없었다.‘정말 끝났구나.’그녀는 가슴 안쪽이 찌릿하고, 두 다리는 쇳덩이처럼 무거워졌다.그럼에도 하니는 문서만 챙긴 채, 방 안의 어떤 것도 건드리지 않고 조용히 돌아섰다....회사에 도착한 후, 하니는 곧장 승오가 있는 층으로 향하려 했으나, 로비에서 여직원이 손을 뻗어 막아섰다.“거긴 강 대표님의 전용 엘리베이터입니다. 마음대로 타면 안 되는 거 모르세요?”하니는 그 말을 듣고도 표정 하나 변하지 않았다. 오히려 태연하게 핸드폰을 꺼냈다.‘설명하는 것도 귀찮네.’그런데 여직원은 목소리를 높였다.“지금 말하는 거 안 들려요? 계속 이러시면 경비 불러서 끌어낼 거예요!”하니는 천천히 고개를 들고, 여직원의 명찰을
Read more
Explore and read good novels for free
Free access to a vast number of good novels on GoodNovel app. Download the books you like and read anywhere & anytime.
Read books for free on the app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