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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02화

Author: 유진
“조금 이따 사람 시켜서 여기 정리하라고 할게.”

강지혁이 조용히 말했다.

“응...”

임유진은 빨간 얼굴빛을 한 채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강지혁은 임유진을 정성스럽게 씻겨준 뒤, 산뜻한 병원복으로 갈아입혀 주었다.

“아, 맞다. 소영훈 선생님 말로는 이틀 뒤면 퇴원해도 된대. 그때 되면... 겸이부터 먼저 보고 싶어.”

임유진이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겸이는 이미 퇴원했지만, 끝까지 강씨 저택으로 들어가지 않고 하씨 가문으로 돌아가겠다고 했다. 이유는 오직 하유은이 하씨 가문 저택에 있기 때문이었다.

임유진은 겸이가 자신들과 더 멀어지는 걸 원치 않았기에 강지혁과 상의해 당분간은 겸이가 하씨 가문에서 지내도록 두기로 했다.

하씨 가문 쪽에서는 두말없이 겸이를 잘 돌보겠다며 선뜻 허락했지만, 임유진은 그들이 결국 강씨 가문과의 인연을 바라고 허락한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래.”

강지혁이 고개를 끄덕였다.

“혹시 네가 겸이를 강씨 저택으로 데려오고 싶으면 내가 방법을 좀 생각해 볼게.”

그에게 그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다만 조금 수고를 들여야 할 뿐이었다.

“일단 이렇게 하는 거로 하자. 서두를 필요 없어. 어차피 우리, 이미 겸이를 오 년이나 기다렸는걸. 조금 더 기다린다고 해서 문제 안 돼. 겸이가 정말 우리를 받아들일 때 데려오면 되잖아.”

임유진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래, 네 말대로 하자.”

강지혁은 순순히 받아들였다.

임유진이 퇴원하는 날, 한지영은 병원까지 가면 오히려 임유진이 더 정신없어질까 봐, 그리고 어차피 임유진이 겸이를 보러 간다고 하니 곧바로 탁유미가 운영하는 분식집에서 먼저 기다리고 있었다.

그렇게 하교 시간이 가까워질 무렵, 한지영은 겸이의 작은 실루엣이 교문 쪽으로 향하는 걸 보았다. 겸이는 오늘도 어김없이 학교 정문 앞에서 자기가 가장 좋아하는 누나가 나오는 걸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오늘은 겸이 혼자가 아니었다. 하만수와 정가연, 그러니까 하유은의 부모가 함께 동행하고 있었다. 두 사람은 거의 경호원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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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지영은 탁윤을 바라보다가 탁윤의 긴장한 표정에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알겠어, 엄마한테는 말 안 할게. 근데 다음에 또 그런 말 듣거나 그런 일 있으면 꼭 나한테 전화해. 이모가 직접 선생님이랑 이야기해 볼게. 그런 애들 그냥 두면 안 되지!”그제야 탁윤은 얌전히 고개를 끄덕였다.“고마워요, 이모.”한지영은 탁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그녀는 가끔 너무 어른스러운 탁윤을 보면서 안쓰러울 때가 많았다. 아직 아홉 살밖에 안 된 아이가 또래보다 훨씬 더 무거운 짐을 지고 살아가고 있으니.하지만, 둘이 눈치채지 못한 게 있었다. 방문 밖의 벽에 기대선 탁유미가 눈물을 머금은 채 이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는 걸...탁유미는 지금껏 탁윤의 청각 문제로 인해 아이가 차별받을지도 모른다는 걸 마음 한구석에 늘 두고 있었지만, 탁윤이 단 한 번도 그런 이야기를 입 밖에 낸 적이 없었기에 그냥 아무 문제 없이 친구들과 잘 어울리고 있을 거라고 믿고 싶었다.하지만 지금 보니 그건 결국 자신만의 착각이었고, 아들이 참아내고 있었던 것이다.탁윤은 원래 건강하게 태어나야 할 아이였다. 이런 상처, 이런 차별은 겪을 이유가 없었다.결국, 탁유미는 또다시 모든 게 다 자기 잘못이었다는 죄책감이 밀려오기 시작했다.그 순간, 그녀는 가슴 깊은 곳이 욱신거릴 정도로 아팠다....한편, 임유진과 강지혁은 하씨 가문에 도착했다. 하만수부부는 이 두 사람이 집에 들어서는 순간, 당장이라도 동네 사람들 다 불러 모아 잔치를 열고 싶은 눈치였지만, 강지혁이 싸늘하게 한 번 눈길을 주자 바로 꼬리를 내렸다.그때, 임유진이 겸이의 방이 새로 단장된 걸 발견했다. 정가연과 하만수는 마치 자식 사랑이 넘치는 부모인 양 들떠 있었지만, 임유진은 그들의 의도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하지만 하유은이 말하길, 겸이는 여전히 자기 방이 아닌 하유은의 방에서 함께 자고 있다고 했다.“누나랑 같이 자는 게 좋아요,”겸이가 조용히 말했다.잠시 후, 임유진이 자리를 뜨려 하자 하유은이 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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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점점 더 의지하게 되면... 나중에 짐이 되는 거 아니냐고, 그럴 거 아니지?”임유진이 장난스레 웃으며 말했다.강지혁은 눈썹을 살짝 들어 올리며 그녀를 바라보다가 부드럽게 답했다.“유진아, 넌 절대 내 인생에 짐이 아니야. 넌 내 전부야.”그 말에 임유진의 심장이 순간 쿵 하고 울렸다.이 남자는... 지금도 변함없이 진심으로 자신을 사랑하고 있다. 5년 전에도 그리고 지금도... 그 마음은 여전히 흔들림이 없었다.그녀는 천천히 몸을 일으켜 침대에서 내려왔다.“왜? 물 마시고 싶어? 아니면 화장실?”강지혁은 그녀의 움직임을 보고 재빠르게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 곁으로 다가왔다.“아니, 그게 아니라...”유진은 잠시 머뭇거리다 수줍게 말했다.“그냥, 갑자기 너를... 만지고 싶어서.”지금 그녀는 손에서 붕대는 풀었지만, 수술 부위는 매일 흉터 연고를 발라야 했고 손가락 움직임도 아직 자유롭지 않았다.그래서 하루에 몇 번씩 저주파 자극기로 손 신경을 자극하는 재활을 받고 있는 상태였다.“어디를 만지고 싶은데? 얼굴?”강지혁은 장난기 섞인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손을 살며시 들어 자기 뺨에 가져다 댔다.차가운 그의 피부와 따뜻한 그녀의 손끝이 맞닿았다. 그러고는 마치 그 온기를 더 느끼고 싶다는 듯 조심스럽게 그녀의 손바닥에 얼굴을 비볐다.임유진은 항상 그에게 따뜻함을 주는 존재였다.정작 더 의지하고 있는 쪽은... 강지혁, 자신이었다.강지혁은 그녀의 손을 조심스레 끌어 아래로 내리며 턱선과 목덜미, 쇄골을 지나 자신의 가슴 위치에 가져갔다.그리고 한 손으로 셔츠 단추를 풀며 다른 손으로는 그녀의 손을 이끌어 자기 심장 위에 가져다 댔다.순간, 임유진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비록 지금 손가락은 거의 움직이지 못했지만, 감각은 여전히 살아 있었고, 그의 체온과 심장박동이 손바닥에 그대로 전해져 왔다.“나는 온전히 네 사람이야. 네가 원한다면 어디든 만져도 돼.”그의 속삭임은 낮고 부드러웠지만 위태로울 만큼 유혹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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