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7화

Author: 봉소안
전화를 받자 소지윤이 다급하게 울먹였다.

“영훈 씨, 서유리가 나보고 자기를 건드리면 날 죽여버리겠대!”

[아까도 말했잖아.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 저녁에 데리러 갈 테니 같이 집에 가서 밥 먹자.]

“주영훈, 소지윤이 사람을 시켜서 나를 해치려고 해! 주영훈!”

서유리가 핸드폰을 향해 미친 듯이 소리쳤지만, 주영훈은 들은 척도 하지 않고 그대로 전화를 끊어버렸다.

뚜- 뚜-

끊어진 통화 연결음과 함께 서유리의 마음은 완전히 식어버렸다.

절망의 눈물이 눈가를 타고 흘러내렸지만, 서유리는 문득 허탈한 웃음을 터뜨렸다.

5년이나 사랑했던 남자가 이토록 무정하고 끔찍한 인간이었다니.

평생 상처 주지 않겠다고 맹세했던 남자가, 이제는 내연녀가 본처를 이렇게 짓밟는 것조차 뻔뻔하게 지켜보고 있었다.

“다 들었어? 이제 포기했지?”

인내심이 바닥난 소지윤은 손에 들고 있던 담배꽁초를 서유리의 맨살이 드러난 팔뚝에 사정없이 지져버렸다.

“똑똑히 들어. 내 아들을 네가 직접 죽인 건 아니더라도 너 때문에 죽은 거나 다름없어!”

“오늘 일도 다 네가 저지른 짓에 대한 죗값이라고 생각해! 네가 주제 파악하고 얌전히 굴었으면, 나도 이렇게까지 막나가진 않았을 거야!”

“그러니까 이 모든 건 다 네가 자초한 거야. 날 원망하지 마!”

서유리는 팔뚝을 파고드는 끔찍한 고통을 억지로 참아내며, 소지윤을 죽일 듯이 노려봤다.

“소지윤, 이 미친년! 넌 반드시 천벌을 받을 거야!”

“내가 천벌을 받을지는 두고 보면 알겠지. 하지만 지금 당장 죗값을 치러야 할 사람은 바로 너야. 내가 주는 특별한 선물이나 얌전히 즐기시지.”

말을 마친 소지윤이 곁에 서 있던 사내들을 신경질적으로 재촉했다.

“멍청하게 서서 뭐 해? 안 덮치고!”

험상궂게 생긴 사내들이 낄낄대며 셔츠 단추를 풀고 서유리에게 한 걸음씩 다가왔다.

서유리는 입술이 터져 피가 배어 나올 만큼 꽉 깨물며 공포에 질린 채 고개를 저었다.

“오지 마, 제발 오지 마... 돈을 줄게요. 나 돈 아주 많아요...”

“네깟 게 무슨 돈이 있어?”

소지윤이 코웃음을 치며 비아냥거렸다.

“방구석에 처박혀 있던 가정주부가 무슨 돈이 있다고? 저 여자 말 듣지 말고 내 돈 받았으면 당장 일이나 치러!”

“아니야. 난 SL그룹의 아가씨야! 우리 오빠가 서...”

“입 다물어!”

소지윤의 매서운 손바닥이 서유리의 뺨을 가차 없이 후려쳤다.

“네깟 게 재벌가 아가씨? 아주 정신이 나갔나 봐? 영훈 씨가 진작에 다 말해줬어. 넌 쥐뿔도 없는 흙수저라고. 격이 안 맞아서 벌써 널 끔찍하게 질려 한다고!”

입안 가득 비릿한 피 맛이 번졌다.

뺨을 맞은 충격에 서유리는 하마터면 정신을 잃을 뻔했다.

“내 털끝 하나라도 건드리면, 우리 오빠가 널 절대 가만두지 않을 거야!”

“그래? 어디 한번 와보라고 해!”

소지윤이 싸늘하게 웃으며 지시했다.

“당장 덮쳐! 더는 못 기다리겠어.”

사내들도 더는 욕정을 참지 못하고 달려들었다.

“걱정 마세요. 돈까지 받았는데 우리가 딴소리를 하겠습니까? 잘나가는 주영훈 마누라는 대체 무슨 맛일지 진작부터 궁금했으니까.”

“몸매가 끝내준다던데, 윗도리는 내가 먼저 깐다!”

“그럼 아래는 내 차지야!”

서유리는 침대에 결박된 채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거친 손길에 상의가 찢겨 나가자, 사내의 입가에 더러운 웃음이 번졌다.

“그럼 나부터 시작하지.”

눈가에서 절망의 눈물이 쏟아졌다.

짐승처럼 달려드는 사내들을 보며 서유리는 그저 죽고 싶은 심정이었다.

“천박한 년, 감히 내 남자를 뺏어간 최후가 어떤 건지 똑똑히 알려주지! 이딴 버러지들한테 더럽혀진 몸을 주영훈이 쳐다보기나 하겠어?”

소지윤이 캠코더를 치켜들고 끔찍한 장면을 촬영하려던 순간이었다.

굳게 닫혀 있던 방문이 굉음과 함께 박살이 나면서 열렸다.

훤칠한 체격에 기품이 느껴지는 남자가 거칠게 안으로 들이닥쳤다.

침대에 묶인 서유리의 처참한 모습을 발견한 순간, 남자의 얼굴이 무섭게 굳어졌다.

남자는 경호원들을 이끌고 들어온 남자는 침대에 달라붙어 있던 사내들을 단숨에 바닥으로 내동댕이쳤다.

그리고 재빨리 이불을 끌어당겨서 서유리의 찢어진 옷 위로 덮어주었다.

남자의 얼음처럼 차가운 시선이 곁에서 당황한 채 굳어버린 소지윤을 향했다.

이내 그의 눈빛에 서늘한 분노가 서렸다.

“네가 지금 감히 누굴 건드렸는지 알아? 죽고 싶어 환장했나 보네!”

남자가 가차 없이 소지윤의 배를 걷어찼다.

소지윤은 눈썹을 찌푸린 채 고통스러워하면서도 악에 받쳐서 소리쳤다.

“너 대체 누군데 끼어드는 거야?”

경호원 두 명이 다가가 소지윤을 순식간에 제압했다.

곧장 서유리에게 다가간 남자가 묶여 있던 손발을 다급하게 풀어냈다.

“이제 괜찮아, 유리야. 내가 구하러 왔어.”

“당신은...”

서유리는 남자의 넓은 품에 안긴 채 완전히 정신을 잃었다.

더는 말을 이을 힘조차 없었다.

그 처참한 모습을 내려다보면서 남자는 마음이 찢어질 듯 아팠다.

“같은 여자한테 이딴 더러운 수작을 부려? 짐승만도 못한 년. 유리를 건드린 대가를 오늘 똑똑히 알려주지!”

남자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이에는 이, 눈에는 눈이라는 말 알지? 주영훈이 널 그렇게 끔찍하게 아낀다며? 그럼 내가 그놈한테 아주 특별한 선물을 하나 보내주지.”

그 끔찍한 말에 소지윤의 얼굴이 순식간에 하얗게 질렸다.

“대, 대체 무슨 짓을 하려는 거야?”

Continue to read this book for free
Scan code to download App

Latest chapter

  • 꽃이 지면 새로운 계절이 온다   제24화

    마침내 사이렌 소리가 식당 앞에서 멈췄다.한지석은 경찰이 식당 안으로 들어와 소지윤을 붙잡는 모습을 확인하고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리고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지석 오빠!”서유리는 다급하게 한지석에게 기어갔다.눈앞에 힘없이 쓰러진 한지석을 바라보자, 눈물이 쉴 새 없이 흘러내렸다.“제발 이 사람 좀 살려주세요!”“왜 날 잡아! 놔! 난 아무 잘못도 안 했어!”소지윤은 경찰에게 붙잡힌 상태에서도 야구방망이를 놓지 않았다.“서유리를 죽여야 해! 서유리, 내가 널 죽일 거야!”“당장 무기를 내려놓으세요. 계속 저항하면 강제로 제압하겠습니다.”경찰이 경고했지만 소지윤은 조금도 겁먹지 않았다.“난 서유리를 죽일 거야! 서유리, 죽여 버릴 거야!”경찰이 결국 총을 꺼내 들고서야 소지윤은 입을 다물었다.소지윤은 경찰에게 끌려가면서도 서유리를 죽일 듯이 노려봤다.“두고 봐. 내가 나오기만 하면 다시 죽이러 올 테니까!”소지윤이 악을 썼다.“네가 어디로 도망가든 반드시 찾아낼 거야! 기어코 널 죽이고 말겠어!”서유리는 소지윤의 말에 신경 쓸 겨를도 없었다.한지석을 바라보며 다급하게 중얼거렸다.“지석 오빠, 괜찮을 거예요. 꼭 괜찮을 거예요.”그때였다.“유리야, 괜찮아?”서유리가 가장 두려워하던 사람이 나타났다.주영훈은 걱정스러운 얼굴로 서유리를 바라봤다.혹시라도 무슨 일이 생겼을까 봐 급하게 달려온 것이다.자신의 사람에게 서유리가 위험하다는 연락을 받자마자 달려왔지만, 결국 늦고 말았다.눈물로 범벅된 얼굴을 들어 주영훈을 바라본 순간, 서유리의 가슴속에서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서유리는 몸의 통증도 잊은 채 주영훈에게 달려가 뺨을 세게 때렸다.“주영훈! 네가 뭔데 여길 찾아와?”서유리가 소리쳤다.“네가 아니었으면 내가 소지윤한테 이렇게 맞을 일도 없었을 거고, 지석 오빠도 다치지 않았을 거야!”서유리의 눈에 분노가 가득했다.“난 네가 정말 싫어! 죽도록 미워! 네가 천 번 죽어도 분이 안 풀릴 것 같아!”“미안

  • 꽃이 지면 새로운 계절이 온다   제23화

    “미쳤어? 날 죽이겠다고? 이게 범죄라는 걸 몰라?”서유리는 오빠가 이미 전화를 받은 걸 알고 있었다.지금은 어떻게든 시간을 끌면서 오빠가 사람을 보내서 자신들을 구하러 오기만 기다리면 됐다.“범죄를 저지른 게 이번이 처음도 아니잖아?”소지윤은 테이블 밑에 웅크리고 있는 서유리를 노려봤다.눈에는 증오가 가득했다.“내가 말했잖아. 절대 널 가만두지 않겠다고!”소지윤이 비웃었다.“봐. 정말 이렇게 됐잖아!”소지윤이 손뼉을 쳤다.그러자 식당 안의 불이 일제히 켜졌다.눈부신 불빛에 서유리는 한동안 눈을 뜨지 못했다.잠시 후 빛에 익숙해지고 나서야 주변을 확인할 수 있었다.어느새 식당에 있던 손님들과 직원들은 모두 사라져 있었다.언제 사람들을 내보냈는지 몰랐다.서유리는 고개를 들어 눈앞의 소지윤을 바라봤다.두 손을 꽉 움켜쥐었다.지금 서유리의 마음속에는 주영훈에 대한 원망이 더 컸다.주영훈만 아니었다면 소지윤이 자신에게 이런 짓을 할 리 없었다.“뭘 꾸물거려? 당장 끌어내!”소지윤의 말이 떨어지자 두 명의 건달이 달려들었다.그리고 서유리를 테이블 밑에서 그대로 끌어냈다.“놔! 건드리지 마!”서유리가 몸부림쳤지만 소용없었다.서유리는 그대로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소지윤은 건달에게서 야구방망이를 건네받았다.그리고 차갑게 웃었다.“이번에는 제대로 내 손에 걸렸네.”소지윤이 한지석을 바라봤다.“저 남자는 이미 제압됐고, 네 오빠는 해외에 있잖아. 주영훈? 흥, 이제 그 인간한테 무슨 힘이 있겠어?”소지윤이 야구방망이를 들어 올렸다.“지금 누가 널 구하러 올 수 있는지 한번 보자고!”말이 끝나자마자 야구방망이가 서유리의 몸을 강하게 내리쳤다.“아악!”뼈까지 시릴 듯한 고통에 서유리는 비명을 질렀다.“유리야!”한지석이 다급하게 소리쳤다.“유리한테 손대지 마! 차라리 날 때려!”소지윤은 어이가 없다는 듯 웃었다.“넌 네 몸이나 걱정해.”소지윤은 한지석을 외면하고 서유리의 턱을 잡아 올렸다.“오늘은 천천히 괴롭혀

  • 꽃이 지면 새로운 계절이 온다   제22화

    소지윤 때문에 기분이 상한 탓인지, 그날 식사는 그다지 즐겁지 않았다.두 사람이 자리에서 일어나 계산하려던 순간, 식당 안의 불이 갑자기 꺼졌다.사람들이 일제히 비명을 질렀다.“어떻게 된 거예요? 왜 갑자기 정전이 된 거죠?”“이렇게 고급 레스토랑에서도 이런 일이 생겨요?”“여러분, 진정해 주세요! 지금 바로 확인하고 있습니다. 모두 자리에서 움직이지 말아 주세요!”어둠에 잠긴 식당을 바라보던 서유리는 순간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한지석도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조용히 말했다.“유리야, 거기 있어?”“있어요.”“손 줘.”서유리의 목소리를 듣고 손을 잡고 나서야 한지석은 안심할 수 있었다.한지석은 핸드폰을 꺼내 플래시를 켰다.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확인하려던 순간이었다.쾅!식당 입구의 문이 거칠게 부서졌다.통유리창 전체가 순식간에 산산조각이 나면서, 사방으로 튄 유리 파편이 식사 중이던 손님들을 덮쳤다.순식간에 식당 안은 비명으로 가득 찼다.한지석은 미간을 찌푸렸다.뭔가 잘못됐다는 걸 알아차린 한지석은 서유리를 데리고 밖으로 빠져나가려 했다.그때 어둠 속에서 검은 후드티를 입고 야구방망이를 든 남자 다섯 명이 식당 안으로 들이닥쳤다.남자들은 모두 야간 투시경을 쓰고 있었다.사나운 눈빛으로 식당 안을 샅샅이 훑던 그들의 시선이 마침내 정확히 서유리에게 향했다.“큰일 났어. 널 노리고 온 것 같아.”한지석은 서유리의 손을 꽉 잡고 옆쪽으로 빠져나가려고 했다.하지만 남자들은 이미 서유리가 있는 곳을 향해 곧장 걸어오고 있었다.서유리가 미처 발을 떼기도 전이었다.남자 하나가 야구방망이를 높이 치켜들더니 서유리를 향해 그대로 내리쳤다.“조심해!”한지석은 본능적으로 서유리에게 달려들었다.그리고 서유리를 품에 감쌌다.대신 한지석의 등으로 야구방망이가 그대로 떨어졌다.“으윽!”한지석은 고통에 미간을 찌푸렸다.서유리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괜찮아요? 지석 오빠, 많이 다친 거 아니죠?”“괜찮아. 빨리 가.”한지석

  • 꽃이 지면 새로운 계절이 온다   제21화

    “어쩌다 이렇게까지 된 거야?”주영훈은 소지윤을 바라보면서 실망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아직도 잘못을 뉘우치지 못했어?”“닥쳐!”소지윤이 손을 들어 주영훈의 뺨을 세게 때렸다.“나한테 그런 말을 할 자격은 있어? 내가 이렇게 된 게 누구 때문인데!”소지윤이 이를 악물었다.“주영훈, 오늘 당신한테 두 가지 선택지를 줄게. 하나는 돈을 물어내는 거고, 다른 하나는 내 앞에 무릎 꿇고 사과하는 거야. 그것도 싫으면 감옥에 가든가.”주영훈은 소지윤을 바라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돈은 없었다.그렇다고 무릎을 꿇는 건 절대 할 수 없었다.“그럼 어쩔 수 없네. 감옥에 보내 줄게.”소지윤이 차갑게 웃었다.“대신 당신은 평생 서유리를 다시 볼 수 없을 거야. 오늘 밤 내가 서유리를 죽여 버릴 테니까.”말을 마친 소지윤이 돌아서려던 순간이었다.주영훈이 소지윤 앞에 무릎을 꿇었다.“내가 잘못했어, 지윤아. 나 좀 용서해 줘.”주영훈은 고개를 숙였다.“유리만 건드리지 마. 무릎 꿇고 빌라면 얼마든지 할게.”“그럼 빌어.”소지윤의 말이 떨어지자 주영훈은 바닥에 머리를 거듭 조아렸다.이마가 벌겋게 부어오를 때까지도 멈추지 않았다.하지만 소지윤은 전혀 속이 풀리지 않았다.“당신한테도 이런 날이 다 있네.”소지윤이 비웃었다.“그렇다고 내가 서유리를 그냥 놔줄 것 같아? 분명히 말했잖아. 난 서유리를 죽일 거야!”소지윤은 박태산의 팔짱을 끼고서 그대로 자리를 떠났다.“안 돼, 지윤아! 유리한테 손대지 마!”주영훈이 다급하게 뒤쫓으려고 했지만 누군가 앞을 가로막았다.“어딜 도망가려고?”가게 주인이 비웃으며 말했다.“저 아가씨가 대신 돈까지 내 준 건 아니잖아. 평생 여기서 일하면서 빚이나 갚아.”가게 주인은 이미 돈을 받은 상태였다.앞으로 주영훈을 실컷 부려 먹을 생각이었다.주영훈에게 복수를 끝낸 소지윤은 박태산과 함께 고급 레스토랑으로 향했다.두 사람이 안으로 들어서자 소지윤의 시선이 한쪽에 멈췄다.창가에 앉아 있는 서

  • 꽃이 지면 새로운 계절이 온다   제20화

    소지윤은 온갖 방법을 동원한 끝에야 박태산을 만족시킬 수 있었다.박태산은 지금까지 소지윤이 만났던 남자들과는 전혀 달랐다.특이하고 가학적인 취향이 있었고, 쉽게 만족하지도 않았다.소지윤이 그동안 온갖 일을 겪으며 버텨 온 사람이 아니었다면, 하룻밤을 견디는 것조차 쉽지 않았을 것이다.눈을 떴을 때, 박태산은 이미 옷을 다 입고 소파에 앉아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태블릿을 보고 있던 박태산은 소지윤이 깨어난 걸 확인하고서야 입을 열었다.“앞으로 나만 따라다녀.”그 말이 무슨 뜻인지 소지윤도 잘 알고 있었다.오늘부터 자신이 박태산의 여자가 된다는 뜻이었다.“알겠어요.”소지윤은 실크 잠옷 차림으로 침대에서 내려왔다.“저 먼저 씻고 올게요.”욕실로 들어간 소지윤은 옷을 벗었다.그리고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바라봤다.온몸에 상처가 가득했다.참고 참았던 눈물이 결국 흘러내렸다.복수를 위해서 이렇게 자신의 몸까지 내어주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예전에는 다른 남자들을 만난 적도 있었지만, 단지 욕구를 풀기 위해 남자를 만났을 뿐이었다.하지만 지금은 달랐다.복수를 위해서 남자의 뒤틀린 욕망까지 받아들여야 했다.그 생각만으로도 수치심이 밀려왔다.얼마나 오랫동안 씻었는지 모른다.한참이 지나서야 소지윤은 욕실에서 나왔다.“됐어. 자료도 확보했으니까 이제 나가자.”박태산이 먼저 밖으로 나갔다.“난 밖에서 기다리고 있을게.”“네. 옷만 갈아입고 갈게요.”소지윤이 옷을 갈아입으려던 순간 갑자기 심하게 기침이 터졌다.몇 번 기침하지도 않았는데 입에서 피가 한꺼번에 쏟아졌다.소지윤은 깜짝 놀랐다.불길한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며칠 전부터 몸 상태가 계속 이상했다.설마 자신이 불치병에 걸린 건 아닐까?하지만 소지윤은 그런 생각을 할 겨를도 없었다.서둘러 옷을 갈아입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차는 한참을 달려서 택배 물류센터 앞에 멈췄다.소지윤은 박태산이 왜 이곳으로 데려왔는지 몰랐다.조급한 마음에 물었다.“오빠, 여긴 왜

  • 꽃이 지면 새로운 계절이 온다   제19화

    한씨 가문의 본가에서 지낸 지도 어느덧 한 달 가까이 됐다.그동안 서유리의 기분도 많이 나아졌다.한지석은 서유리를 웃게 해 주려고 여러 가지 방법을 생각해 냈다.매일 서유리를 데리고 이곳저곳을 돌아다녔고, 회사 일도 거의 신경 쓰지 않았다.오늘도 이른 아침부터 밖에 나갔다가 돌아온 한지석의 손에는 작은 고양이 한 마리가 안겨 있었다.금빛 털이 복슬복슬한 고양이였다. 짧은 다리가 앙증맞고 무척이나 귀여웠다.고양이를 본 서유리는 깜짝 놀라 입을 가렸다.“이 고양이, 지석 오빠가 데려온 거예요?”“응. 네가 며칠 전부터 고양이 영상을 계속 찾아보고 있는 것 같아서 한 마리 골라 왔어. 마음에 들어?”한지석이 고양이를 바닥에 내려놓자, 고양이는 곧장 서유리에게 달려갔다.자신을 이렇게 따르는 모습에, 웃음을 터뜨린 서유리는 허리를 숙여서 고양이를 품에 안았다.“너무 귀엽다. 털도 보들보들해. 그럼 이제 내 고양이인 거예요?”“응. 이름은 네가 지어.”“그럼 솜이 어때요? 털이 이렇게 많잖아요! 이것 봐요.”서유리가 팔을 내밀었다.고양이를 잠깐 안고 있었을 뿐인데 어느새 옷에 털이 잔뜩 묻어 있었다.“좋아. 유리 네 고양이니까 네가 원하는 대로 해.”한지석이 웃으며 손을 뻗어 서유리의 머리를 살짝 쓰다듬었다.그런데 서유리는 이번에는 피하지 않았고 싫다는 기색도 보이지 않았다.시선이 마주친 순간, 두 사람 사이에서 묘한 기류가 흘렀다.그날 한지석이 자신에게 고백했던 일이 떠오르자, 서유리의 얼굴이 붉어졌다.서유리가 확실한 대답을 하지 않았던 건 너무 빨리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정확히 말하면, 이제 사랑이라는 감정 자체에 지쳐 있었다.한지석은 좋은 사람이었다.자신보다 더 좋은 여자를 만날 자격이 있는 사람이었다.“아, 맞다. 생각해 보니까 오늘 구청에 가서 이혼 신고 마무리하는 날이지?”사실 한지석이 말하지 않아도 서유리는 기억하고 있었다.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이혼 신고를 마무리하러 가야겠다는 생각부터

More Chapters
Explore and read good novels for free
Free access to a vast number of good novels on GoodNovel app. Download the books you like and read anywhere & anytime.
Read books for free on the app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