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 connecter서준혁이 내연녀와 데이트를 즐기던 그 밤,한가을은 비참한 죽음을 맞이했다. 저승사자는 한가을에게 딱 7일간의 환생을 허락했다. 이승의 소원을 풀 수 있게. 그녀의 소원은 단 하나, 서준혁과 이혼하고 지난 과거를 깨끗이 지워내어 살아서든 죽어서든 두 번 다시는 마주치지 않는 것이었다.
Voir plus한가을은 잠시 멍하니 있다가 고개를 저었다.“아니. 엄마 친구 소개로 만난 사람이야. 집안끼리도 잘 맞아서 곧 결혼할 거야.”서준혁은 주먹을 꽉 쥐고 포기하지 못한 채 물었다.“들어보니 사랑해서 하는 결혼은 아닌 것 같은데.”한가을이 웃으며 대꾸했다.“사랑이 있든 없든 그게 왜 중요해? 있어 봤자 부질없다는 거 이미 겪어봤잖아.”서준혁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한참의 침묵 끝에 그는 억지 미소를 지으며 진심에도 없는 축복을 건넸다.“그래... 행복해라.”“너도 잘 지내.”한가을은 예의 바르지만 거리감이 느껴지는 미소를 짓고는 카페를 나섰다.서준혁은 멀어져 가는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눈물을 뚝뚝 흘렸다.두 사람의 인연은 이제 완전히 끝이었다.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던 한가을의 시야에 낯익으면서도 이질적인 누군가의 실루엣이 들어왔다.세월의 풍파를 정면으로 맞은 듯 초췌한 얼굴의 한 여자가 빛바랜 옷을 입고 노점상과 악을 쓰며 싸우고 있었다. 그녀의 곁에는 어린 자식 둘이 자지러지게 울어대고 있었다.임유라였다.몇 년 만에 마주한 그녀의 삶은 몹시도 고달파 보였다.실랑이는 계속되었지만 한가을은 더 이상 지켜보지 않았고 신호가 바뀌자마자 미련 없이 차를 몰아 자리를 떠났다.과거의 일들은 이미 가슴 속에서 털어냈기에 이제 더는 중요하지 않은 사람 때문에 마음을 어지럽히고 싶지 않았다.그날 이후 서준혁을 만나는 일은 없었다. 대리인마저 다른 사람으로 교체된 것을 보며 한가을은 그도 이제는 마음을 정리했을 거라 생각했다.시간은 쏜살같이 흘러 어느덧 가을의 결혼식 날이 밝았다. 단풍이 그 어느 때보다 찬란하게 물든 늦가을이었다.예식을 마친 한가을은 서준혁이 20억의 축의금과 함께 특별한 선물을 보내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급스러운 상자 안에는 단풍잎을 모티프로 한 고가의 주얼리 세트와 두툼한 편지 한 통이 들어 있었다.“한번 읽어봐.”남편이 다가와 한가을을 다정하게 감싸 안았다.한가을은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이런 건
한가을은 대꾸도 없이 부모님을 따라 차에 올라탔다.곁에서 지켜보던 집사가 안쓰러운 듯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준혁 도련님, 이제 그만 돌아가세요. 몸 상하게 이게 무슨 짓입니까.”하지만 서준혁에겐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듯 한기 서린 몸을 바들바들 떨며 중얼거렸다.“후회스러워... 대체 왜 이렇게 되어버린 걸까...”멀어지는 엔진 소리가 그를 현실로 끌어내리자 서준혁은 눈을 부릅뜨고 비틀거리며 차를 쫓아갔다.“가을아! 가지 마!”하지만 한계에 다다른 몸은 더는 버티지 못했다. 그는 몇 걸음 못 가 울컥 피를 토해내며 눈밭 위로 고꾸라졌다.차에 앉아 있던 한가을은 무심결에 뒤를 돌아보았고 마침 서준혁이 무력하게 바닥으로 고꾸라지는 모습을 목격했다.눈발 속에서 보이는 그의 야윈 뒷모습은 한없이 쓸쓸해 보였으나 이제 그녀에게 그 모습은 아무런 의미도 없었다.한가을은 일렁이던 감정을 추스르며 조용히 눈을 감았다.Y국에서의 생활은 평온했다. 한가을은 입학 후 많은 친구를 사귀었고 예전 동창들도 앞다투어 안부를 물어왔다.호기심 많은 이들은 그녀와 서준혁 사이에 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대놓고 묻기도 했다. 남들이 보기에 두 사람은 그야말로 천생연분이었기 때문이다.한가을은 그때마다 적당히 둘러대며 말을 아꼈다. 회귀라는 사실은 누구에게도 믿기 힘든 기상천외한 이야기였으니까.그녀는 친구들을 통해 서준혁의 근황을 전해 들었다. 병원에서 깨어난 그가 Y국으로 가겠다며 난동을 피우다 결국 서 회장에게 호되게 꾸지람을 듣고 근신 처분을 받았다는 소식이었다.그날 이후 그는 거짓말처럼 조용해졌다. 서씨 가문의 후계자 후보는 차고 넘쳤고 그가 아무리 우수해도 언제든 대체될 수 있다는 현실을 깨달은 모양이었다.그 소식을 들어도 한가을의 마음엔 아무런 동요가 일지 않았다.서준혁의 인생 궤적은 전생과 다를 바 없었지만, 그 삶 속에 더 이상 한가을은 존재하지 않았다.그거면 충분했다.세월은 쏘아 올린 화살처럼 흘러 어느덧 10년이 지났고 한가을은 가업을 성공
쾅 소리와 함께 문을 박차고 들어온 서준혁이 가방에 달린 부적을 거칠게 낚아채 바닥으로 내동댕이쳤다.한가을은 분노하며 서준혁을 밀쳐냈다.“너 미쳤어? 너랑 상관없는 일이니까 제발 좀 꺼져!”그녀는 바닥에 떨어진 부적을 챙긴 뒤 강우진에게 미안하다며 사과했다.서준혁은 핏발 선 눈으로 한가을을 노려봤다.“이제 저 녀석 받아주기라도 하겠다는 거야? 꼭 이렇게까지 나를 비참하게 만들어야겠어? 왜 나한테는 단 한 번의 기회도 안 주는 건데!”한가을은 어처구니없다는 듯 눈을 흘기며 차갑게 쏘아붙였다.“정신병원에나 가서 정밀 검사나 받아봐!”서준혁은 분노로 온몸을 부르르 떨며 강우진을 잡아먹을 듯 노려보았다.“경고하는데, 가을이는 내 거야! 헛꿈 꾸지 마!”강우진은 미간을 찌푸리며 차분히 대꾸했다.“서준혁, 가을이는 누구의 소유물도 아니야. 누군가를 좋아한다면 그 사람의 의사부터 존중하는 법을 배워.”서준혁이 짐승처럼 포효했다.“네까짓 게 뭔데 나를 가르치려 들어? 네 시커먼 속내 모를 줄 알아? 당장 가을이한테서 떨어져!”때마침 수업 종이 울리고 교실로 들어온 선생님이 험악한 분위기를 보고 눈살을 찌푸렸다.“너희 지금 뭐 하는 거야? 수업 시작한 거 안 보여!”한가을은 서준혁이 있는 한 절대 조용히 넘어갈 수 없다는 걸 깨닫고 선생님께 사과를 전했다.“선생님, 저희 집에서 연락받으셨죠? 오늘은 친구들에게 마지막 인사만 하러 온 거예요. 전 이만 가볼게요.”말을 마친 한가을은 정중히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는 당황해하는 친구들을 뒤로한 채 교실을 빠져나갔다.“가을아!”서준혁이 다급히 뒤쫓으려 했지만 선생님이 앞을 가로막았다.“서준혁, 상황 설명부터 해!”서준혁은 막무가내로 선생님을 뿌리치고 나갔지만 한가을이 탄 차는 이미 멀어진 뒤였다.그는 미친 듯이 한가을의 집으로 쫓아갔으나 경호원들에게 가로막혀 문턱조차 넘지 못했다.그때 한성훈이 나타나 서늘한 목소리로 쐐기를 박았다.“우리 가족은 내일 이민을 떠난다. 그러니 헛된 희망은 버려.
한가을은 망설임 없이 임유라를 가리켰다.“아빠, 엄마. 다른 애들은 몰라도 얘는 후원 명단에서 빼주세요.”한성훈과 김세희는 곧바로 수긍했다.“알았다, 네 마음대로 하렴.”자신의 우수한 성적이라면 당연히 후원 대상이 될 줄 알았던 임유라는 한가을의 말 한마디에 기회가 날아가자 그 자리에서 울음을 터뜨렸다.“제발 도와주세요! 저 정말 공부가 하고 싶어요. 여기서 멈추고 싶지 않단 말이에요!”한가을은 임유라가 회귀자가 아님을 간파하고 무표정한 얼굴로 대꾸했다.“그럼 딴 데 가서 알아봐. 팁 하나 줄게. 서씨 가문의 막내 도련님 서준혁이라고, 그 애를 찾아가면 네 소원을 들어줄지도 몰라.”그러자 임유라는 그 자리에서 무릎을 꿇었다.“제발요! 이렇게 부자시면서, 저 하나 더 돕는다고 어떻게 되는 것도 아니잖아요!”한가을은 더 이상 그녀와 엮이고 싶지 않아 경호원들에게 지시했다.“얘 병원으로 데려가서 서준혁이랑 만나게 해 줘요.”서준혁이 죽고 못 살던 여자니, 이번 생엔 자신이 직접 다리를 놓아주기로 했던 것이다.경호원들은 임유라의 비명 섞인 항의를 무시한 채 그녀를 밖으로 끌고 나갔다.한성훈과 김세희는 아무런 불만 없이 뒷정리를 마친 뒤 한가을을 자리에 앉혔다.“서류 절차는 다 끝났다. 내일 학교 가서 친구들과 작별 인사를 나누렴. 모레면 우린 떠날 수 있어.”“알겠어요.”기분 좋게 숙면을 취한 한가을은 학교로 향했다. 하지만 차에서 내리자마자 벤틀리 한 대가 그녀의 앞을 가로막더니 서준혁이 모습을 드러냈다.수척해진 그의 안색은 금방이라도 부서질 듯한 유리 공예품처럼 위태로워 보였다.기어이 퇴원을 강행한 모양이었다.한가을은 내심 의아했지만 아무런 대꾸 없이 그를 못 본 척 지나치려 했다.“가을아!”서준혁이 그녀를 붙잡아 세웠다.“이 상황에서도 끝까지 날 속일 셈이야?”한가을이 싸늘하게 되물었다.“내가 뭘 속였다는 건데?”서준혁은 그녀를 뚫어지게 응시하며 몰아붙였다.“임유라를 병원으로 보낸 건 네가 회귀했다는 확실한 증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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