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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와 사랑이라니

이제 와 사랑이라니

By:  딱그만큼Completed
Language: 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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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이 많이 아파 당장 막대한 치료비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남편은 병든 딸의 치료를 포기해 버리고 돌아서서 자기 소꿉친구 임윤아와 뜨거운 관계를 이어 갔다. 절망의 끝에 내몰렸을 때, 첫사랑 유준호가 내 계좌로 10억을 보내왔고, 그는 나와 함께 내 딸을 정성껏 돌봤다. 하지만 결국 딸은 저승사자의 손아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6년 후, 나와 유준호는 우리의 아이를 갖게 되었다. 혼자 병원에 검진받으러 갔던 날, 나는 우연히 유준호와 의사의 대화를 듣게 되었다. “유 대표님, 도유진 씨와 아이가 생기셨잖아요. 그때 일이 혹시라도 밝혀지면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그때 윤아가 위독했어요. 아이의 심장을 윤아에게 이식하기 위해 조금 수를 쓴 것도 부득이한 선택이었어요.” “게다가 지금은 유진이도 다시 아이를 가졌잖아요. 이제는 그 아이를 놓아줄 때도 됐어요.” 그제야 나는 진실을 알게 되었다. 딸은 오진을 당한 것이 아니라 유준호가 몰래 딸의 심장을 임윤아에게 이식하고 그 사실을 비밀에 부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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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

제1화

진실을 듣는 순간, 눈물이 소리도 없이 흘러내렸다.

그제야 알게 되었다.

지금 내 뱃속에 있는 이 아이는 나와 유준호의 사랑의 결실이 아니라, 그저 속죄를 위한 선물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지난 6년간의 모든 것들이 모두 유준호의 연기로 이루어진 것이었다.

유준호는 마음속에 단 한 사람, 임윤아만을 품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살짝 불러온 아랫배를 조심스럽게 쓰다듬으며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6년 전에는 딸을 지키지 못했고, 이제는 이 질긴 악연도 더는 이어 가고 싶지 않았다.

병원 진료실 안, 의사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며 아쉬운 듯 말했다.

“유 대표님, 알겠지만 정말 그럴 만한 가치가 있나요? 임윤아 씨는 이미 다른 분과 결혼하셨잖아요.”

“대표님도 이제는 대표님 인생을 살아야 하지 않을까요? 게다가 도유진 씨는 대표님을 정말 사랑하시잖아요. 좋은 분이기도 하고요.”

유준호는 잠시 말을 멈췄다가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왜 가치가 없겠어요? 저는 명분 같은 건 중요하지 않아요. 윤아 곁을 지킬 수만 있다면 그걸로 충분해요.”

“윤아가 누구를 사랑하든 상관없어요. 저는 걔가 건강하고 행복하기만 하면 돼요.”

“유진이는 정말 좋은 사람이에요. 좋은 아내이고, 좋은 엄마가 될 사람이고요. 하지만 저는 걔를 사랑하지 않아요. 사랑은 억지로 되는 게 아니잖아요.”

그 말을 들은 의사는 고개를 저었고,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도유진 씨는 태아 상태가 많이 불안정해요. 원래도 기구한 삶을 살아온 분이고, 이미 아이 하나를 잃었잖아요. 이번만큼은 산모와 아이 잘 챙겨 주세요.”

그 뒤로 한동안 침묵이 흘렀고,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유준호가 나지막이 대답했다.

“그래요.”

나는 입술을 세게 깨물었다.

입안에서 피 맛이 느껴질 정도였지만 끝까지 소리를 내지 않았다.

유준호와 의사가 진료실을 나간 뒤에야 나는 참았던 울음을 터뜨렸다.

이제야 모든 진실의 퍼즐 조각이 맞춰졌다.

태어난 지 며칠 되지 않았던 내 딸은 병으로 죽은 것이 아니었다.

그저 임윤아에게 건강한 심장을 이식하기 위해, 의사를 매수해 일부러 오진을 내리게 했던 것이다.

그때 딸은 중병 판정을 받고 중환자실에 들어갔다.

남편이었던 고성혁은 그 짐을 떠안고 싶지 않았는지, 병원을 떠나 버리고는 자기 소꿉친구였던 임윤아에게 달려갔다.

그 암담했던 시절, 유준호의 등장은 나와 내 딸의 삶에 비친 유일한 빛이었다.

하지만 지금 와서 돌이켜 보니, 유준호의 도움은 선의가 아니었다.

그저 임윤아의 것이 될 심장을 더 안전하게 지켜보기 위한 것이었을 뿐이다.

고성혁과 이혼한 뒤 유준호는 나와 결혼했고, 그 역시 죄책감 때문이었을 것이다.

병원을 나서자 거센 비가 쏟아지고 있었지만 나는 택시조차 잡지 않았다.

온몸이 비에 젖은 채 비틀거리며 걸었다.

빗물과 눈물이 뒤섞여 흘러내렸고, 얼마나 울었는지 감도 안 잡혔다.

집에 도착하자 도우미는 놀란 얼굴로 달려왔다.

“사모님, 비 오는데 왜 기사님을 부르지 않으셨어요? 지금 임신 중이시라 이렇게 비를 맞으시면 안 되잖아요.”

그때 소리를 들은 유준호가 서재에서 나왔다.

새빨갛게 충혈된 내 눈과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본 순간, 유준호의 눈빛에 잠시 안타까움이 스쳤다.

남자는 들고 있던 커피잔을 내려놓고 곧장 나를 안아 올리고는 못마땅한 목소리로 말했다.

“곧 엄마가 될 사람이 아직도 이렇게 애처럼 굴면 어떡해?”

“감기에 걸리는 것도 문제지만, 뱃속 아이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어떡하려고 그래? 정말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네.”

나는 유준호를 힐끗 바라보며 낮게 중얼거렸다.

“유준호, 나는 이미 엄마였어. 그런 말은 굳이 안 해도 돼. 아이가 죽으면 죽는 거지. 어차피 아이 하나 잃어봤잖아.”

그 말에 유준호의 발걸음이 순간 멈칫하더니 미간이 깊게 구겨졌다.

하지만 끝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욕조에는 이미 따뜻한 물이 받아져 있었다.

유준호는 내 옷을 벗겨 주려 했지만 나는 차갑게 거절했다.

이에 유준호는 의아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다.

내가 왜 이렇게 달라졌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듯했다.

한참 동안 어색한 침묵이 이어졌고 유준호는 결국 욕실을 나갔다.

나는 바디워시를 손에 듬뿍 짜내 온몸을 몇 번이고 문질렀다.

마치 지난 세월 동안 유준호가 내게 남긴 모든 흔적을 깨끗하게 씻어 내기라도 하려는 사람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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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화
진실을 듣는 순간, 눈물이 소리도 없이 흘러내렸다.그제야 알게 되었다.지금 내 뱃속에 있는 이 아이는 나와 유준호의 사랑의 결실이 아니라, 그저 속죄를 위한 선물에 불과했다는 사실을.지난 6년간의 모든 것들이 모두 유준호의 연기로 이루어진 것이었다.유준호는 마음속에 단 한 사람, 임윤아만을 품고 있었기 때문이다.나는 살짝 불러온 아랫배를 조심스럽게 쓰다듬으며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6년 전에는 딸을 지키지 못했고, 이제는 이 질긴 악연도 더는 이어 가고 싶지 않았다.병원 진료실 안, 의사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며 아쉬운 듯 말했다.“유 대표님, 알겠지만 정말 그럴 만한 가치가 있나요? 임윤아 씨는 이미 다른 분과 결혼하셨잖아요.”“대표님도 이제는 대표님 인생을 살아야 하지 않을까요? 게다가 도유진 씨는 대표님을 정말 사랑하시잖아요. 좋은 분이기도 하고요.”유준호는 잠시 말을 멈췄다가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왜 가치가 없겠어요? 저는 명분 같은 건 중요하지 않아요. 윤아 곁을 지킬 수만 있다면 그걸로 충분해요.”“윤아가 누구를 사랑하든 상관없어요. 저는 걔가 건강하고 행복하기만 하면 돼요.”“유진이는 정말 좋은 사람이에요. 좋은 아내이고, 좋은 엄마가 될 사람이고요. 하지만 저는 걔를 사랑하지 않아요. 사랑은 억지로 되는 게 아니잖아요.”그 말을 들은 의사는 고개를 저었고,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도유진 씨는 태아 상태가 많이 불안정해요. 원래도 기구한 삶을 살아온 분이고, 이미 아이 하나를 잃었잖아요. 이번만큼은 산모와 아이 잘 챙겨 주세요.”그 뒤로 한동안 침묵이 흘렀고,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유준호가 나지막이 대답했다.“그래요.”나는 입술을 세게 깨물었다.입안에서 피 맛이 느껴질 정도였지만 끝까지 소리를 내지 않았다.유준호와 의사가 진료실을 나간 뒤에야 나는 참았던 울음을 터뜨렸다.이제야 모든 진실의 퍼즐 조각이 맞춰졌다.태어난 지 며칠 되지 않았던 내 딸은 병으로 죽은 것이 아니었다.그저 임윤아에게 건강한 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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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내가 욕실에서 나와 침실로 돌아왔을 때, 유준호는 이미 깊이 잠들어 있었다.매일같이 같은 공간에서 숨 쉬고 살아온 남자의 옆얼굴은 지독할 만큼 낯설었다.잠결에 유준호가 내 손을 붙잡았다.“가지 마. 영원히 내 곁에 있어 줘.”잠시 후, 유준호의 입술 사이로 또 다른 이름이 흘러나왔다.“윤아야...”그 얼굴에는 끝없는 애정과 기대고 싶어 하는 감정이 담겨 있었다.또한 단 한 번도 나를 향해 보여 준 적 없는 표정이었다.그 순간, 침대맡에 놓인 유준호의 휴대폰 화면이 밝게 켜졌다.발신인은 ‘윤아 공주님’이었다.곧 가슴이 철렁 내려앉은 나는 조심스럽게 휴대폰을 집어 들어 몇 번이고 비밀번호를 입력해 봤다.내 생일도, 유준호의 생일도 심지어 임윤아의 생일도 아니었다.마지막 한 번 남은 기회에 나는 딸이 죽은 날짜를 입력했다.그러자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 벌어졌다.잠금이 풀린 것이다.그제야 문득 깨달았다.딸이 세상을 떠난 그날, 임윤아는 내 딸의 심장을 이식받고 새로운 삶을 얻었다.그래서 유준호에게는 그날이 가장 특별한 날이었던 것이다.유준호는 그렇게 오랜 세월, 아무도 모르게 임윤아를 사랑해 왔다.채팅창을 열자 임윤아가 보낸 사진 몇 장이 눈에 들어왔다.사진 속 임윤아의 미소는 봄날 햇살보다도 눈 부셨다.임윤아는 유준호의 팔에 다정하게 매달려 있었고, 유준호는 어색한 표정으로 함께 손하트를 만들고 있었다.[준호 오빠, 역시 오빠랑 놀이공원 가는 게 제일 재밌어요. 고성혁은 오빠보다 훨씬 재미없어요.][내일 같이 프로필 사진 찍기로 한 거 잊으면 안 돼요. 꼭 와야 해요. 사랑해요.]사진 속 두 사람은 누가 봐도 한창 사랑에 빠진 연인 같았다.그 모습을 보고 있는 나는 마치 남의 행복을 훔쳐보는 우스운 광대 같았다.하지만 내일은 유준호가 내 산부인과 검진에 함께 가겠다고 약속한 날이었다.그래서 궁금해졌다.유준호는 뱃속의 아이와 사랑하는 여자 중에 뭘 더 중요하게 여길까 하고 말이다.그날 밤, 나는 한숨도 자지 못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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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나는 조금이라도 덜 초췌해 보이기 위해서 연하게 화장했다.그 후 시내에서 가장 유명한 로펌을 찾아갔다.이는 이혼 절차와 딸의 오진으로 인한 사망 사건에 대해 소송 상담을 받기 위해서였다.이혼과 관련된 서류는 변호사가 금세 작성해 주었다.하지만 유준호와 임윤아의 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더 많은 증거가 필요했다.그날 저녁, 나는 직접 아주 호화로운 저녁 식사를 준비했다.그리고 유준호가 아끼던 고급 와인 두 병을 꺼냈다.집으로 돌아온 유준호는 식탁 앞에 조용히 앉아 있는 나를 보고 잠시 놀란 표정을 지었다.이내 미소를 지었다.“유진아, 이런 건 도우미한테 맡기면 되잖아. 네가 안주인인데 굳이 이런 고생까지 할 필요 없어.”유준호는 웃으며 나를 품에 안았다.서로의 거리가 가까워진 순간, 나는 유준호 몸에서 풍겨 오는 향수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진한 장미 향, 분명 여자 향수 냄새였다.나는 유준호를 바라보며 물었다.“언제부터 이런 향수를 썼어?”그러자 유준호의 표정이 순간 굳어지더니 재빨리 옷깃에 코를 가져다 대고는 황급히 설명했다.“아, 오늘 회의에서 만난 사람이 화월그룹 여성 대표였어. 아마 그때 묻은 것 같네.”잠시 말을 멈춘 유준호가 나를 바라봤다.“왜? 설마 나 의심하는 거야?”“아직도 내가 산부인과 검진 같이 못 가 준 거 때문에 화난 거야? 이미 설명했잖아. 너라면 이해해 줄 줄 알았는데...”방귀 뀐 놈이 성낸다고 했던가? 나는 그저 한마디 물어봤을 뿐인데, 그런데 돌아온 것은 끝없는 변명과 나에 대한 비난의 화살이었다.내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유준호는 재빨리 화제를 돌렸다.주머니에서 작은 보석 케이스를 꺼낸 유준호는 목걸이를 내 목에 걸어 주었다.“유진아, 이제 화 풀어. 이거 너 주려고 특별히 준비한 선물이야. 전 세계에 단 하나뿐인 거야. 어때? 마음에 들어?”에메랄드 목걸이는 촛불 아래에서 영롱한 초록빛을 반짝이고 있었다.정말 아름다웠다.곧 나는 손끝으로 차갑고 매끄러운 보석을 천천히 쓸어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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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다음 날 아침.나는 유준호의 목소리에 잠에서 깼다.유준호는 예전처럼 칫솔 위에 치약을 짜 놓았고, 심지어 주방에서는 어설프게 아침 식사까지 준비하고 있었다.양치질하고 있을 때, 유준호가 뒤에서 다가와 가볍게 내 허리를 감싸안았다.“유진아, 내가 잘못했어. 생각해 보니 산부인과 검진처럼 중요한 일을 너 혼자 가게 했네.”“오늘은 내가 같이 가 줄게. 어때?”내가 대답하기도 전에 유준호는 내 머리를 살짝 쓰다듬더니 수줍고 순한 미소까지 지어 보였다.주방에서 분주하게 움직이는 유준호의 뒷모습을 바라보자 가슴 한쪽이 저렸다.유준호는 늘 그랬다.잘해 줄 때는 누구보다 다정했고, 상처를 줄 때는 누구보다 잔인했다.6년이나 함께 살았지만 나는 이제야 깨달았다.어쩌면 단 한 번도 유준호라는 사람을 제대로 알지 못했는지도 모른다는 사실을.하지만 이제는 상관없었다.더는 사랑하지 않으니 앞으로도 굳이 이해하려 애쓸 필요가 없었다.나와 유준호가 병원에 도착했을 때, 그곳에는 임윤아도 와 있었다.다만 임윤아가 찾은 곳은 피부과였다.국민 여배우로 불릴 만큼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임윤아답게 병원 안은 팬들로 가득했다.멀리서부터 팬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윤아 언니 너무 안쓰러워요. 몇 년 전에 큰 병 겨우 이겨 냈는데 또 병원이라니...”“걱정하지 마요. 윤아 언니는 분명 괜찮을 거예요. 여기는 우리 시에서 제일 좋은 병원이잖아요.”“게다가 이 병원 최대 주주가 유준호 대표래요. 열애설도 계속 있었고, 팬들 사이에서는 이미 유명한 분이잖아요. 무슨 일이 있어도 지켜 줄걸요?”“와, 톱스타랑 회사 대표라니! 진짜 잘 어울려요!”그때, 사람들 틈에 서 있던 임윤아가 단번에 유준호를 발견했다.“준호 오빠!”임윤아의 목소리가 병원 로비에 울려 퍼졌고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우리 쪽으로 향했다.임윤아는 환하게 웃으며 달려오더니 자연스럽게 유준호의 팔을 끌어안았다.“오빠, 이게 다 오빠 때문이에요. 어제 그렇게 킹크랩 먹자고 하더니 결국 알레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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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얼마 지나지 않아 병원에서 있었던 일이 담긴 영상이 팬들에 의해 촬영되어 인터넷에 올라왔다.영상은 순식간에 퍼졌고, 곧 실시간 인기 검색어에까지 올랐다.댓글들은 상당히 많이 달렸다.[유준호 대표, 돈만 많은 게 아니라 진짜 착한 사람이네. 도우미한테도 저렇게 잘해 주다니.][그러니까. 유준호 같은 사람이 저런 여자한테 관심 있을 리가 없잖아.][저 여자 봤어? 임윤아 따라 하겠다고 에메랄드 목걸이까지 하고 나왔네. 진짜 웃긴다.][저 에메랄드 목걸이 우리 회사 신제품임. 전 세계에 딱 하나뿐인 제품인데 유준호 대표가 직접 임윤아 집으로 보내라고 함.][유준호 진짜 로맨틱하다. 선물도 세상에 하나뿐인 걸 주네. 윤아 언니 너무 부럽네.]나는 댓글 창을 꺼 버리고 수술대 위에 누운 채 멍하니 천장을 바라봤다.머리가 어지러웠고 의사는 몇 번이고 내게 확인했다.“도유진 씨, 정말 이 아이를 포기하시겠어요?”나는 눈을 감고 단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충분한 양의 마취제를 맞았음에도 너무 아팠다.가슴이 찢어질 듯 아팠는데 그건 뼛속까지 파고드는 고통이었다.오랫동안 참아 왔던 눈물이 끝내 터져 나왔다.수술이 끝난 뒤, 나는 의사에게 죽은 태아의 시신을 잘 보관해 달라고 부탁했다.그리고 내가 떠난 후 유준호에게 전달해 달라고.병원 문을 나서자마자 나는 곧바로 공항으로 향하는 택시에 올라탔다.휴대폰을 켜 보니 친구에게서 링크 하나가 와 있었는데 생방송 영상이었다.유준호가 가족 자격으로 임윤아의 시상식에 참석한 모습이었다.무대 위의 임윤아는 우아한 오프숄더 드레스를 입고 있었고, 유준호 역시 같은 색감의 정장을 입고 있었다.임윤아가 수상 소감을 말하는 동안, 카메라는 계속해서 유준호를 비췄다.유준호는 무대 위의 임윤아만 바라보고 있었고, 그 눈빛에는 숨길 수 없는 자부심과 애정이 담겨 있었다.뜨겁고도 간절한 시선이었다.곧 사회자가 분위기를 띄우며 물었다.“임윤아 씨, 유준호 대표님과의 관계를 한마디로 표현한다면요?”임윤아는 수줍게 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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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그 소식을 들은 유준호는 놀라서 순간 중심을 잃고 비틀거렸다.하마터면 그대로 바닥에 넘어질 뻔했다.믿을 수가 없었다.그동안 수없이 다투고 냉전도 했지만, 단 한 번도 도유진이 자신을 떠날 거라고 생각한 적은 없었으니까.비서는 곧바로 서류를 출력해 유준호 앞에 내려놓았다.유준호는 이혼 합의서를 처음부터 끝까지 천천히 읽어 내려갔다.그리고 마지막 장 서명란에 적힌 '도유진' 세 글자를 보는 순간에야 깨달았다.이번은 협박도, 투정도 아니었다.도유진은 정말 떠난 것이다.그 사실을 확인한 유준호는 의자에 멍하니 주저앉았다.영혼이 빠져나간 사람처럼 넋이 나가 있었다.비서는 그런 유준호의 모습을 처음 봤다.언제나 냉정하고 완벽하던 사람이 이렇게 당황하는 모습은 처음이었다.한참 후, 유준호가 힘없이 입을 열었다.“도유진이 왜 나를 떠난 거지? 내가 그렇게 부족했나?”“집도 줬고, 돈도 줬고, 심지어 아이까지 다시 갖게 해 줬는데 왜 만족하지 못한 거지?”괴로워하는 유준호를 보던 비서는 결국 참지 못하고 솔직하게 말했다.“대표님. 대표님은 사모님께 집을 주셨지만 사랑은 주지 않으셨잖아요. 대표님의 사랑은 전부 임윤아 씨에게 있었으니까요.”비서는 잠시 멈췄다가 다시 말을 이었다.“그리고 그 보석들 말이에요. 사모님께 드린 것 중에 임윤아 씨가 먼저 고르지 않은 게 하나라도 있었나요?”“사모님 첫째 아이도 결국 임윤아 씨 때문에 죽었고요.”유준호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졌다.‘아이.’그 단어가 가슴을 세게 후벼 팠다.유준호는 탁자 위에 놓인 장기이식 동의서를 집어 들고 마지막 페이지를 펼쳤다.그곳에는 분명 자신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6년 전, 임윤아를 살리기 위해 유준호는 의도적으로 이 모든 것들을 설계했다.언젠가 진실이 밝혀질 수도 있다는 생각은 했기에 도유진과 결혼했다.사랑으로 상처를 덮어주면 아이를 잃은 아픔도 조금은 잊게 해 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하지만 결국 실패했다.시상식이 끝난 후, 임윤아는 백스테이지로 들어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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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유준호는 잠든 임윤아를 바라보면서도 좀처럼 잠들 수 없자 결국 침대에서 일어나 발코니로 나갔다.유준호는 담배 한 개비에 불을 붙인 뒤 휴대폰을 꺼내고는 도유진과의 대화 기록을 천천히 내려보기 시작했다.처음 만났던 날부터 지금까지 수많은 기억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유준호는 늘 바빴고, 매일 늦은 밤이 되어서야 집에 돌아왔다.그럴 때마다 도유진은 저녁상을 차려 놓고 식탁 앞에서 묵묵히 기다리고 있었다.몇 번은 기다리다 지쳐 식탁에 엎드린 채 잠들기도 했다.환하게 불이 켜진 집 안, 작은 몸을 웅크리고 잠들어 있던 도유진의 모습이 떠올랐다.하지만 이제 그 집 안에 있는 것은 어둠뿐이었다.그 순간 유준호는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자신은 이미 도유진이 있는 삶에 익숙해져 있다는 사실을.집 안에 밴 도유진의 향기에 익숙해져 있었고, 손만 뻗으면 닿을 곳에 도유진이 있는 일상에도 익숙해져 있었다.그리고 지금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무언가가 점점 멀어지고 있다는 사실도 어렴풋이 깨닫고 있었다.한참을 망설이던 유준호는 태어나 처음으로 장문의 메시지를 작성했다.천 자가 넘는 글이었다.사과도 하고 변명도 하고 설명도 했다.하지만 전송 버튼을 누른 순간, 화면에는 메시지 전송 실패라는 글자가 떠올랐다.한편, 나는 경해시에 도착하자마자 유준호의 연락처를 차단했다.메신저도 삭제했고 전화번호도 새로 바꿨다.친구는 이미 내가 지낼 집과 필요한 물건들을 모두 준비해 두었다.당분간은 친구 집에 머물 예정이었고, 나는 매일 구직 사이트를 뒤지며 새로운 일을 찾고 있었다.새로운 삶을 시작하기 위해서였다.유준호는 자신이 차단당했다는 사실을 확인한 순간 완전히 당황했다.6년 동안 도유진이 먼저 모든 연락을 끊어 버린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으니까.유준호는 떨리는 손으로 담배를 비벼 끄고는 곧바로 비서에게 전화를 걸었다.“도유진이 어떻게 그때 일을 알게 됐지?”전화기 너머의 비서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자 유준호는 다시 담배를 하나 꺼내 불을 붙였다.바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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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아침 식사를 마친 뒤 임윤아는 유준호를 끌고 메이크업 샵으로 향했다.“오빠, 오늘 신제품 발표회는 오빠가 와서 자리 빛내줘야 하는 거 알죠?”유준호는 습관처럼 임윤아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여자의 뜻에 따랐다.하지만 시선만큼은 한순간도 휴대폰에서 떨어지지 않았다.혹여나 비서의 연락을 놓칠까 봐서였다.발표회가 시작됐고 무대에 오르기 직전, 마침내 비서에게서 메시지가 도착했다.[대표님, 확인했어요. 사모님께서 6년 전 진실을 이미 알고 계신 것 같아요.][며칠 전 직접 병원 영안실을 찾아가 아이의 시신을 확인하셨고, 변호사 사무실에서 이혼 및 아이의 오진 사망 사건에 대해 상담도 받으셨어요.]메시지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잠시 후 또 하나의 문장이 도착했다.[그리고 사모님께서 뱃속의 아이를 지우셨어요.]그 문장을 읽는 순간, 유준호의 손끝이 크게 떨렸고 하마터면 휴대폰을 떨어뜨릴 뻔했다.곧이어 비서는 CCTV영상을 보내왔는데, 영상 속의 도유진은 산부인과에서 막 나온 참이었다.얼굴은 창백했고 배를 감싸 쥔 채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 비틀거리고 있었다.유준호는 영상 속 나를 가만히 바라보더니 순간 눈시울이 뜨거워 나는 것 같았다.남자는 무의식적으로 화면 속 내 얼굴을 쓰다듬으려 손을 뻗었지만, 손끝에 닿은 것은 차가운 액정이 전부였다.그때, 임윤아가 유준호의 곁으로 다가오더니 옷자락을 잡고 몸을 살랑살랑 흔들었다.“준호 오빠.”“멍하니 뭐 해요? 이제 올라가야죠.”유준호는 이미 머릿속이 복잡하게 뒤엉켜 있는 상태라 그대로 임윤아에게 이끌려 무대 위로 올라갔다.행사가 시작되고 사회자는 자연스럽게 두 사람의 열애설을 언급했다.임윤아는 부끄러운 표정을 지으며 모든 질문에 능숙하게 답했고 마침내 유준호 차례가 되었다.시청률을 노린 사회자는 며칠 전 화제가 됐던 병원 사건을 꺼냈다.바로 나와 유준호, 그리고 임윤아가 병원에서 마주쳤던 그날이었다.사회자가 아무렇지 않게 도유진을 도우미라고 부르는 순간, 그동안 무표정하던 유준호의 표정이 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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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방송국을 나온 유준호는 그제야 밖에 폭우가 쏟아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거세게 쏟아지는 빗줄기를 바라보던 유준호는 문득 생각났다.혼자 산부인과 검진을 받으러 갔다가 비를 흠뻑 맞고 돌아왔던 도유진의 모습이 떠올랐다.‘그날의 유진이도 이런 비를 맞았을까?’이번에는 유준호가 망설임 없이 빗속으로 걸어 들어가자 비서가 급히 우산을 들고 따라왔다.하지만 유준호는 우산을 거부하고 차가운 빗물이 얼굴을 때리도록 내버려두었다.비가 너무 차가워서였을까?유준호의 목소리에는 희미한 울음기가 배어 있었다.“이렇게 비를 맞는 게 이렇게 힘들고 아픈 일이었네.”“유진아, 내가 잘못했어.”“내가 네 마음을 제대로 살피지 못했고, 얼마나 힘들었을지도 이해하지 못했어.”유준호는 무려 10킬로미터를 그렇게 비틀거리며 걸었다.집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해가 저물고 있었고, 온몸이 젖은 탓에 한기가 뼛속까지 스며들었다.이에 유준호는 크게 재채기했다.그 모습을 본 도우미는 서둘러 생강차를 끓여 왔다.유준호는 한 모금 마시자마자 얼굴을 찌푸렸다.너무 맵고 익숙한 맛도 아니라 짜증이 치밀어 올라 무심코 불평하려 했다.그때 도우미가 먼저 입을 열었다.“사장님. 예전에는 생강차나 해장국 같은 건 전부 사모님이 직접 챙겨 주셨어요.”“지금은 사모님이 안 계시니까 그냥 드셔야죠.”그 말 때문이었을까? 생강 때문이었을까?유준호의 눈가가 붉어지더니 갑자기 그릇을 바닥에 내던졌다.쨍그랑하는 요란한 소리에 거실에 울려 퍼졌다.요란한 파열음이 거실에 울려 퍼졌다.“누가 없다는 거죠? 그 사람은 곧 돌아올 거예요. 나를 버릴 리 없다고요.”유준호는 숨을 거칠게 몰아쉬었다.“이모님이 만든 건 못 먹겠네요. 유진이가 해 준 음식만이 내 입에 맞아요.”띵동-그때, 초인종 소리가 울렸다.그 순간 유준호의 눈빛이 순간 밝아졌다.도유진이 돌아온 줄로 생각했다.결국 도밖에서 고생하다 못 버티고 집으로 돌아온 것으로 생각한 유준호는 급히 거울 앞으로 갔다.흐트러진 머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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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그날 밤이 지나고 유준호의 머리에는 하룻밤 사이에 흰머리가 자랐다.유준호는 결국 손에 쥔 모든 일을 내려놓고 유진이 있는 경해시로 향하기로 결심했다.떠나기 전, 유준호는 임윤아의 집을 찾았다.마지막 인사를 남기고 싶었다.사과와 작별을 담은 편지 한 통을 전하기 위해서였다.유준호는 임윤아 집의 비밀번호를 알고 있어 곧바로 문을 열고 들어갔다.그런데 현관에 들어서자마자 임윤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임윤아는 친구와 통화하며 불만을 쏟아내고 있었다.이번 논란은 데뷔 이후 처음으로 터진 대형 악재였다.그것도 자신을 가장 사랑한다고 믿었던 유준호 때문에 벌어진 일이었기에, 당연히 화가 날 수밖에 없었다. “사실 6년 전 나 아픈 거 전부 거짓말이었어. 애초에 병도 없었는데 오빠를 속인 거지.”“그때는 고성혁을 너무 사랑했거든. 그 아이만 없어지면 고성혁이랑 도유진이 이혼할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임윤아가 코웃음을 쳤다.“근데 그 오빠가 그렇게까지 멍청한 줄은 몰랐어. 내가 뭐라고만 하면 전부 믿더라.”“그러니까 결국 아내도 떠나고, 아이까지 잃은 거지.”말끝을 삼킨 임윤아가 이를 악물었다.“그래도 그날 사람들 앞에서 나한테 망신 준 건 아직도 용서가 안 돼. 그래서 다시 나한테 매달리게 만들 거야. 그런 다음엔 내가 먼저 차 버릴 거고.”그 말을 듣는 순간, 유준호는 벼락을 맞은 듯 굳어 버렸다.손에 들고 있던 편지는 어느새 구겨져 있었다.모든 것이 거짓이었다.모든 것이 임윤아가 꾸며 낸 한 편의 연극이었다.그제야 유준호는 자신이 몇 년 동안 어릿광대처럼 놀아났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그리고 그 과정에서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했던 여자를 직접 상처 입히고 망가뜨렸다는 사실 또한 깨달았다.유준호는 비틀거리며 임윤아의 집을 빠져나왔다.마침 그때, 비서에게서 연락이 왔는데 나의 행방을 찾았다는 소식이었다.다음 날, 유준호는 결국 나를 찾아냈다.남자는 한동안 깎지 않은 수염을 그대로 두고 평소처럼 늘 입던 검은 정장도 입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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