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유리가 임신 4개월에 접어들었을 무렵, 남편 주영훈은 갑자기 임신한 여비서를 집으로 데리고 왔다.“여보, 지윤이 남편이 사고로 떠났대. 혼자 두기가 걱정돼서 며칠만 우리 집에서 지내라고 했어.” “당신은 임신 4개월이고 지윤이는 7개월이니까, 같이 있으면 서로 의지할 수도 있고 좋잖아.”서유리는 남편을 굳게 믿고 있었기에 별다른 의심 없이 흔쾌히 허락했다.그렇게 두 달 동안 서유리는 소지윤을 친동생처럼 살뜰히 챙겼다.임산부용 튼살 크림부터 최고급 영양제까지 아낌없이 챙겨주었다.그러던 어느 날 저녁이었다.서유리는 남편을 마중하러 주차장에 내려갔다가,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는 끔찍한 광경을 목격하고 말았다.구석에 세워진 익숙한 차.반쯤 열린 차창 너머로 웬 여자가 주영훈의 허벅지 위에 올라탄 채 흐트러진 차림으로 있었다.쾌락에 흠뻑 취한 주영훈의 표정은 서유리가 임신한 이후로는 단 한 번도 보지 못했던 낯선 얼굴이었다.순간 온몸의 피가 차갑게 식어버리는 것만 같았다.서유리의 머릿속에는 단 하나의 생각만이 맴돌았다.‘주영훈이 바람을 피우고 있었다고?’굳어버린 다리를 억지로 움직여서 한 걸음씩 다가갔다. 도대체 저 여자가 누구인지 똑똑히 확인해야만 했다.그때, 차 안의 여자가 헝클어진 머리를 쓸어 넘기면서 너무나도 익숙한 옆얼굴을 드러냈다.소지윤이었다.주영훈이 새로 고용한 지 1년도 채 안 된 비서였다.두 달 동안 한집에서 지내며 살갑게 ‘유리 언니’라고 부르던 바로 그 소지윤이었다.서유리의 눈에서 왈칵 눈물이 쏟아지면서 입술을 꽉 깨물었다. 심장이 갈기갈기 찢어지는 듯했고, 그 통증은 이내 아랫배까지 번져갔다.그때, 소지윤의 콧소리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영훈 씨, 내 배 속에 있는 아기가 당신 아이라는 거, 와이프한테 언제 말할 거야?”소지윤은 주영훈의 넥타이를 손가락으로 빙빙 꼬면서 속삭였다.“나 이제 임신 9개월이야. 곧 애도 태어날 텐데 계속 숨길 순 없잖아.”주영훈은 손을 뻗어 소지윤의 뺨을 다정하게 쓰다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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