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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0화

Auteur: 무구
전화를 끊은 윤정해는 곧바로 윤재성에게 전화했다.

...

단미는 경남의 작업실에서 윤재성의 전화를 받았다.

윤정해가 먼저 연락했으리라는 건 안 봐도 알 수 있었다.

경남이 복원 작업에 집중하는 동안 단미는 핸드폰을 들고 작은 휴게실로 들어가 전화받았다.

“작은아버님.”

[단미야, 방금 네 아버지한테서 전화왔어.]

“네.”

단미가 물었다.

“뭐라고 하셨어요?”

[난 그 말 안 믿는다.]

윤재성이 말했다.

“네 얘기를 듣고 싶어. 형님이 또 널 괴롭혔니?”

믿어 주고 걱정해 주는 말에 단미의 가슴이 따뜻해졌다. 눈가가 금세 붉어졌다.

‘정말 나를 아끼는 사람은 무슨 일이 있었는지부터 걱정해 주는구나.’

‘다른 것보다 내가 상처받았을까 봐, 먼저 나를 믿어 주는구나.’

단미는 코를 훌쩍이고 감정을 가다듬은 뒤 일의 전말을 설명했다.

“앞뒤는 싹 빼놓고 얘기했구나. 자기가 저지른 못된 짓은 한마디도 안 하고 네가 불효한다고만 하더라.”

윤재성이 화를 냈다.

“작은아버님은... 제가 너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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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끝이라고 믿었던 우리   제275화

    “제수씨, 괜찮으세요?”도진이 걱정스레 물었다.단미가 감정을 추슬렀다. 다시 고개를 들 때는 억지로 미소를 지었다. “괜찮아요.”“제가 하고 싶은 말은, 호건이 일부러 제수씨를 외롭게 둔 건 아니라는 거예요. 지난 2년 동안 그룹을 키우느라 정말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랐거든요. 게다가...”도진이 단미를 한번 보고 작게 한숨을 쉬었다. “연애 한번 안 해 보고 바로 결혼한 녀석이잖아요. 하하, 아내랑 어떻게 지내야 하는지는 원래 잘 모르는 쪽이에요.”단미는 말이 없었다. “마음을 표현할 줄 모른다고 해서 제수씨를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는 건 아니에요.”도진이 말을 이었다. “제수씨는 모르시겠지만, 결혼 전에는 짬만 나면 저한테 연락해서 운동하거나 술 한잔하자고 했어요.”“그런데 결혼하고 나서는 그 얼마 안 되는 여유 시간이 생길 때마다 빠짐없이 집으로 가더라고요.”단미의 눈이 조금 흔들렸다. “집으로요?”“네.” 도진이 고개를 끄덕였다.‘왜 집에 갔겠어?’‘집에 예쁜 아내가 있으니까.’치맛자락을 잡고 있던 단미의 손이 저절로 움츠러들었다.‘그럼 집에 돌아왔던 그 얼마 안 되는 때가, 일을 빼면 유일하게 쉴 수 있는 시간이었던 거야?’“다행히 애쓴 보람은 있었죠. 지난 2년 동안 JF그룹은 호건이 이끌면서 여러 방면으로 성장했어요. 성장세도 할머님이 경영하실 때보다 훨씬 가파르고요.”“요즘 밖에서 호건이 얘기 나오면 다들 대단하다고 하잖아요. JF그룹 새 수장이 선대보다도 더 뛰어나다고요.”도진이 단미를 바라보았다. “이제 그룹은 확실히 장악했어요. 여전히 바쁘기는 해도 앞으로는 가정에 쓸 시간을 조금 더 많이 낼 수 있을 거예요.”단미는 다시 말이 없어졌다.사업에 관한 한 호건이 몹시 뛰어난 사람이라는 건 부정할 수 없었다.할머니 이영숙의 큰 이름 아래서 단 2년 만에 더 높은 성과를 낸 건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능력이 뛰어나기도 했지만, 밤낮없이 일에 전념하며 쏟아부은 노력과 희생이 있었기에 가능한 성

  • 끝이라고 믿었던 우리   제274화

    “그냥 여기 앉아서 기다리면 돼요.”도진이 단미 맞은편 의자에 앉았다. “오늘 구은자 어르신의 생신 잔치에 온다기에, 분명 제수씨 따라오는 거겠구나 했어요.”도진이 장난스럽게 말했다. “평소에는 이런 자리에 얼씬도 안 하거든요.”단미가 입술을 다문 채 옅게 웃었다. 도진이 말을 이었다. “물론 너무 바빠서 그렇기도 하죠. 일에만 매달리니까 이런저런 인사 다닐 시간도, 그럴 마음의 여유도 없거든요.”말을 마친 도진은 불현듯 호건에게 들었던 이야기가 떠올랐다. 지난 2년 동안 함께해 주지 못해서 단미가 실망했다고 했었다.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도진은 제 입을 한 대 때리고 싶었다.‘내가 지금 내 입으로 친구 약점을 들추고 있잖아.’호건이 일에 매달려 가정을 소홀히 한 탓에 결혼 생활이 틀어진 걸 알면서도 굳이 그 이야기를 꺼내고 말았다.“저기... 제수씨는 호건이 일밖에 모르는 일 중독자 같으세요?”왜 그런 걸 묻는지 알 수 없었던 단미가 웃으며 말했다. “방금 이 대표님도 그렇게 말씀하셨잖아요.”“지난 2년 동안 일에만 매달린 건 사실이에요. 정확히 말하면 사업을 키우는 데 모든 신경을 쏟을 수밖에 없었죠.”단미의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도진을 바라보며 물었다. “그게 무슨 뜻이에요?”“2년 전, 두 분이 결혼할 무렵에 할머님한테 JF그룹을 물려받았잖아요.”도진의 표정도 진지해졌다. “젊은 나이에 자리에 올랐으니 그룹 임원들부터 바깥사람들까지, 지씨 집안의 새 수장을 지켜보는 눈이 얼마나 많았겠어요.”“그 많은 사람을 이끄는 자리에서는 능력으로 인정받고 조직을 안정시켜야 하잖아요. 그걸 못 하면 할머님의 기대를 저버리는 데서 끝나지 않아요. 조금만 잘못해도 JF그룹 경영진과 회사 운영 전체가 위기에 빠질 수 있었죠.”“사업이라는 게 원래 전쟁이나 다름없잖아요. 밖에는 호건이 실패해서 JF그룹이 망신당하는 걸 보고 싶은 사람이 얼마나 많겠어요. 아예 업계 선두 자리에서 끌어내리려는 사람도 있고요.”이야기를 듣는 단미의 가

  • 끝이라고 믿었던 우리   제273화

    호건의 기쁨 어린 눈을 보니 단미의 마음도 가늘게 떨렸다.‘아이를 원하지 않았던 적은 한 번도 없고, 오히려 태어나기를 기다리고 있다는 거야?’배에 손을 얹은 단미가 문득 물었다. “나중에 정말 양육권 가지고 나랑 다투지 않을 거지?”걱정과 경계가 어린 눈을 마주한 호건은 말문이 막혔다.‘내 마음을 전하고 있는데, 아기 뺏어 갈까 봐 걱정하는 거야?’호건이 속으로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쉬었다. 목소리는 단호하면서도 다정했다. “걱정 마. 절대 그런 일 없어.”‘빼앗으려면 아기한테서 널 빼앗겠지. 너한테서 아기를 빼앗지는 않아.’눈에 띄게 안도하는 단미를 보고 호건이 입술을 다물었다. 그러다 조심스럽게 물었다. “사실 우리 둘 다 아기 곁에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은 안 해 봤어?”단미가 멈칫하며 고개를 들었다. “무슨 뜻이야?”호건이 단미의 표정을 조용히 살폈다. “내 말은... 우리가 다시 합치면 아기에게 엄마 아빠가 함께하는 가정이 생기는 거잖아.”단미가 미간을 좁혔다. 동의하지 않는 게 분명했다.“겉으로만 온전한 가정을 만들어 주려고 부모가 억지로 같이 살자는 거야?”그렇게 받아들일 줄 몰랐던 호건이 설명하려 했다. 하지만 단미가 먼저 고개를 저었다. “아니. 난 그게 아이를 위하는 일이라고도, 책임지는 태도라고도 생각 안 해. 부부 사이가 온전하지 않으면 아이한테도 건강한 가정 분위기를 만들어 줄 수 없어.”“겉으로만 화목하고 속으로는 이미 깨진 걸 억지로 이어 붙인 집에서 자라면, 아이는 더 예민하고 마음도 약해져. 안정감도 느끼기 어렵고.”단미는 제 아이에게 그런 짐을 지우고 싶지 않았다.“왜 억지로 붙여 놓는 거라고 생각해?”호건이 허리를 바로 세우고 단미를 진지하게 바라보았다. “우리 서로 아끼고 사랑하면서 살 수도 있잖아.”‘서로 아끼고 사랑하면서?’‘아이를 위해서?’단미가 고개를 내려 배를 쓰다듬었다. 눈빛이 깊게 가라앉았다.‘목적이 있는 사랑이 얼마나 진심일까?’‘그런 마음이 몇 년이나 유

  • 끝이라고 믿었던 우리   제272화

    혜수는 마지막 말을 내뱉으며 일부러 채림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채림이 혜수의 손을 거칠게 쳐 내고 이를 악물었다. “주혜수, 네가 그렇게 악랄하게 나만 엿 먹이지 않았어도 나는 2년 전에 지호건이랑 결혼할 수 있었어.”“누가 악랄한데? 누가 먼저 누구를 엿 먹였다는 거야?” 혜수의 표정도 싸늘하게 변했다.“원래 아빠가 지씨 집안이랑 결혼시키려던 건 나였어. 언니가 아니라!”“그런데 언니는? 그 집 며느리 자리 뺏으려고 날 류태현의 침대에 밀어 넣었잖아. 그 여자친구랑 양가 부모들한테 현장까지 들키게 만들어서, 내가 류씨 집안으로 시집갈 수밖에 없게 했잖아.”채림은 찔리는 마음에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내가 지금 어떻게 사는지 알아?”혜수의 표정이 사납게 일그러졌다. 한 걸음 다가서서 채림 앞에서 실크 소매를 천천히 걷었다. 채찍에 맞은 자국으로 가득한 팔이 드러났다.채림의 동공이 흔들렸다. 오래된 상처와 새 상처가 뒤섞인 팔을 보고 놀라서 혜수를 바라보았다.‘그래서 결혼한 뒤로는 한여름에도 긴소매 옷만 입었구나.’‘그런 사정이...’“왜, 놀랐어?”혜수가 채림의 표정을 보았다. 목소리가 차츰 서늘해졌다. “다 언니 덕분이잖아.”“그,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야?”“왜 상관이 없어? 언니가 함정에 빠뜨려서 류태현이랑 결혼하게 만들고, 그 여자친구까지 상심해서 목숨을 끊게 됐잖아. 그러지 않았으면 류태현이 나한테 원한을 풀겠어?”채림의 표정이 굳었다.“날 이렇게 비참하게 만들어 놓고 원래 내 거였던 지씨 집안 며느리 자리까지 차지하겠다고? 꿈 깨.”“2년 전에 지호건이랑 결혼 못 하게 막았잖아. 이번에도 못 막을 것 같아?”“아, 깜빡했네. 결혼한 여자마다 죽어 나간다는 진 사장은 내가 아빠한테 추천했어.”혜수의 눈에 담긴 증오가 광기 어린 복수심으로 바뀌었다. 목소리도 한층 음산해졌다. “날 지옥에 밀어 넣고 이렇게 고통받게 했으니 언니도 남은 인생 편하게 살 생각은 하지 마.”한마디 한마디가 박힐 때마다 채림은

  • 끝이라고 믿었던 우리   제271화

    ‘겸사겸사’라는 말에 연오만의 눈가가 두 번이나 꿈틀했다.‘저 철없는 녀석을 어쩌면 좋아.’그런 거물을 초대해 놓고 미리 집안에 알려 제대로 모실 준비를 하지 않은 것도 모자라, 마치 덤으로 부르기라도 한 것처럼 말하다니.호건이 불쾌해할까 봐 연오만은 아들을 나무라는 것도 뒤로 미뤘다. 얼른 웃음을 지으며 사과했다.“죄송합니다, 지 대표님. 아들이 철이 없어서 늘 예의가 부족합니다. 소홀한 점이 있더라도 너그럽게 봐주십시오.”호건이 경남을 한번 보았다. “괜한 걱정이십니다, 회장님. 배운 계보로 보면 경남 군은 아내의 제자뻘이니 저희한테도 한참 아랫사람이죠. 어린애 하는 말에 뭘 마음을 쓰겠어요.”경남이 기가 막혀 호건을 노려보았다.‘누가 어린애야?’‘자기도 나보다 몇 살 많지도 않으면서.’“게다가 경남 군 말이 틀린 것도 아니고요. 오늘은 JF그룹 대표 자격이 아니라 아내의 남편으로서 어르신 생신을 축하드리러 왔습니다. 그러니 너무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구은자가 호건을 바라보았다. 어쩐지 낯이 익더라니, 얼마 전 새로 지씨 집안을 이끌게 된 바로 그 사람이었다.“지 대표 말이 맞지. 오늘은 이 늙은이 생일이지, 사업 얘기하는 자리가 아니잖니.”구은자가 아들을 보았다. “네가 너무 어려워하면 손님이 더 불편해지지.”말을 마친 구은자가 다시 단미를 보았다. 불러온 배에 시선이 머무르더니 웃으며 물었다. “그런데... 아기를 가진 거니?”단미도 그 시선을 따라 배를 내려다보았다. 얼굴에 부드러운 미소가 번졌다.“네.”“이 정도면... 4개월은 넘었겠구나?”“맞아요. 4개월 됐어요.” 단미가 거리낌없이 답했다.옆에 있던 연오만도 그제야 단미의 배를 알아보았다. 곧바로 호건을 향해 말했다. “축하드립니다, 지 대표님. 이제 아버지가 되시는군요.”축하한다는 말에 호건의 눈가에 기쁨이 번졌다. “감사합니다.”구은자도 웃으며 단미가 엄마 되는 걸 축하했다. 이어 경남이 기술을 배우는 데 도움을 준 것에도 진심으로 감사

  • 끝이라고 믿었던 우리   제270화

    캐묻는 단미의 눈을 마주한 경남이 어색하게 웃었다. “친해졌다기보다는... 그래도 믿을 만한 분이잖아요. 오늘 저녁에 지 대표님이 곁에서 챙겨 주시면 누나도 좀 더 안전할 것 같아서요.”단미는 어이가 없었다. “너희 집에서 열리는 생신연이잖아. 무슨 위험한 모임도 아닌데 내가 왜 안전하지 못해?”“그렇게 말씀하시면 안 되죠. 누나는 지금 임신 중이잖아요.” 경남이 진지하게 말했다. “지금 누나는 천연기념물보다 더 귀하게 보호해야 할 동물이시라고요.”단미가 눈썹을 올렸다. “날 동물 취급하는 거야?”“아니요, 그런 뜻이 아니라요. 제 말은...”허둥지둥 해명하는 모습에 단미가 풋 웃었다. “농담이야.”다른 쪽에서 대화하던 호건은 곁눈으로 단미가 경남과 즐겁게 이야기하며 눈매까지 휘어 웃는 걸 보았다.더는 대화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시선이 자꾸 아내 쪽으로 향하는 걸 알아챈 장 대표가 눈치껏 핑계를 대고 자리를 떴다.호건이 단미 곁으로 와서 다정하게 허리를 감쌌다. “무슨 얘기를 그렇게 재밌게 해?”이런 자리에서는 호건의 손길을 거절할 수 없었다. 남들 앞에서 두 사람은 여전히 사이좋은 부부였으니까.또 연적으로 오해받을까 봐 경남이 얼른 말했다.“아무것도 아니에요. 단미 누나랑 그냥 잠깐 얘기했어요.”“저기, 안에 들어가서 할머니께 인사부터 드릴까요?”단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경남이 두 사람을 데리고 연회장을 지나 안쪽의 조용한 작은 응접실로 들어갔다.단미가 고개를 들자 소파에 앉은 백발의 노부인이 보였다. 경사스러운 날에 어울리는 화사한 정장 원피스 차림이었다.“할머니, 제 다른 스승님 오셨어요.”구은자가 고개를 돌렸다. 단미를 보고 눈에 감탄이 어리더니 이내 자리에서 일어났다.“자네가 우리 경남이를 가르쳐 준다는 윤 선생이지?”단미가 미소 지었다. “네, 어르신. 초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생신 축하드려요. 늘 건강하세요.”“고마워. 정말 고마워.”구은자는 감탄을 숨기지 않는 눈으로 단미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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