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과는 총 네 가지였는데, 의사는 결과지를 보며 말해주었다. “임질 검사에서 양성 반응이 나왔어요.” 홍라연은 공포에 질려 벌벌 떨기 시작했다. “그리고 매독, 스피로헤타 테스트에서도 양성이 나왔어요!홍라연은 눈 앞이 아득해졌다..! ‘임질, 매독, 그리고 또 이상한 성병에도 걸렸어? 이건 날 더러 죽으라는 거지..?’ 그녀는 다리가 후들거려 제대로 자리에 앉아 있을 수 없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또 다른 건 없죠..? 선생님?”“음 에이즈는 걸리지 않았고요. 음성으로 나와서.. 그런데 마지막이 더 중요한 것 같은데요..?”홍라연은 마침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다행히 에이즈에는 걸리지 않았다. 만약 에이즈에 걸렸다면 정말 목숨을 잃을 것이다! 마침내 일말의 위안을 찾은 그녀는 또 다시 물었다. “마지막이 뭔데요? 뭔가 중요한 것이 있나요??” “임신에 대한 것도 검사를 했는데요, 임신 4주~8주 사이라고 추측됩니다.”‘4주~8주라고..? 그건.. 내가 공사판으로 끌려 갔던 날과 딱 맞아떨어지는데.. 망했다! 정말 망했어!!!’ 홍라연은 높은 곳에서 떨어져 죽고 싶었다. 그녀는 자신이 오송 그룹의 도움으로 지옥 같던 막노동판을 이제 막 탈출해서 나왔는데.. 임질, 매독... 이렇게 많은 성병에 걸린 것도 끔찍한데, 임신이라니..?!! 아들 혜준이 이미 20대 후반인데 자신이 또 임신했다는 것을 알면 어떻게 반응하겠는가..? 이 생각을 하자 홍라연은 괴로움에 울부짖었다. "의사 선생님!!! 제발 살려주세요, 저 좀 살려주세요!! 흑흑.. 흐윽.. 그렇게 많은 성병에 걸리고 무엇보다 내가.. 내가 임신이라니!!”의사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임질, 매독은 치료가 번거롭지만 완치할 수 있으니 적극적으로 치료에 협조하시면 되고요. 임신은 너무 놀라지 않아도 되세요. 물론 환자분 나이대 여성분이 임신 되는 건 쉽지 않기는 하지만, 아이를 낳기도 하니까요. 하지만, 지금 현재 이 아이를 갖는 것은 권장하지 않습니다. 왜
정신을 차린 홍라연은 가장 먼저 아이를 지워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의사에게 물었다. "선생님, 낙태 시술을 하려면 제일 빠른 게 언제 인가요?”"수술을 하려면 다음 주에 하셔야 하고, 빠르면 다음 주 월요일에 하셔야 합니다.”홍라연은 다음 주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말을 듣자마자 당황하며 물었다. “왜.. 왜요?!! 월요일까지 기다려야 되는 거예요? 돈이라면 제가 두 배, 열 배까지도 지불할 수 있어요!” 지금 상황은 너무 심각해서 하루라도 더 끌다가는 들킬 위험이 커질 테니, 그녀는 조급해하지 않을 수 없었다. "돈이 문제가 아니라요, 주말은 간단한 진료만 하고 수술은 안 하니, 다음 주 월요일까지 기다리셔야 해요.”"아.. 그래요.. 하아.. 그럼 월요일! 월요일로 할게요..” 홍라연은 안색이 어두워졌다. 당황하기는 했지만,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자신이 직접 낙태를 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낙태는 결코 간단한 것이 아니다. 자신의 나이에는 잘못하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을 것이다."일단 제가 바르는 약을 처방해 줄 테니 가져가서 간단한 치료를 하시고, 낙태를 마친 뒤에 제대로 된 치료를 시작하는 걸로 하시죠.”홍라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감사합니다. 의사 선생님!""그럼 돌아가서 남편도 좀 살펴보세요. 만약 최근에 남편과 잠자리를 가지셨으면 옮았거나 환자분이 옮겼을 수도 있으세요. 이 두 병은 전염성이 매우 강하기 때문에, 확인하셔야 해요. 두 분 다 걸렸다면 같이 치료하시는 게 좋아요.”홍라연은 이 말을 듣고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홍라연은 남편이 자신에게 성병을 전염시켰을 리가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분명 그 건축 관리자 놈이 자신에게 전염시켰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 의사가 성병의 전염성이 굉장히 강하다고 하니.. 남편도 자기에게 전염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생각하니 그녀는 너무나도 걱정이 되었다. 보아하니 가장 좋은 해결책은 남편이 증세가 나타나기 전에 병을 치료하는 것이다. 그럼 남편이 증세가 나타
"아니.. 그냥 엄마가 시장에 가서 고기를 좀 사와서 점심 준비하라고 해서..”홍라연은 마음이 좀 불편했지만, 그에게 답했다. "그래요, 이따가 장 보고 갈게."......시후는 아내를 데리고 오전 동안 과수원에서 과일들을 따고 야채를 땄다. 유나는 18살 소녀처럼 기뻐하며 곳곳을 돌아다닐 뿐만 아니라, 식물에 물을 주는 데 매우 행복해했다.윤우선은 사진을 찍어서 SNS에 올리기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두 사람이 야채들을 들고 나오지 않아 똥줄이 탔다. 마침 두 사람이 바구니를 들고 집으로 들어오자 후다닥 계단을 내려와 휴대폰으로 과수원 사진을 찍고 셀카도 찍었다. 사진을 한 무더기로 찍은 뒤 곧바로 자신의 방으로 달려가 선크림을 바르고 3장의 사진을 골라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이 글이 게시되자마자 수많은 ‘좋아요’와 댓글이 달렸다. 윤우선이 자기 집 마당에 이렇게 크고 멋진 텃밭을 만들 거라고 생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보기만 해도 많은 피땀 눈물이 들어갔을 것 같았다. 그러자 사람들은 이라며 댓글을 달았다.“어어??!” 윤우선은 이 댓글을 보자마자 화를 냈다. 자기 집 별장을 찍었는데 감히 의심해? 기다려, 내가 곧 3층 베란다에서 항공샷을 찍어 주지!! 그러자 윤우선은 자신의 3층 안방 테라스로 올라가 카메라를 켜고 앞의 정원 사진을 찍으려고 했다. 그 순간, 화면에 검은 그림자가 마당 울타리 밖으로 손을 뻗고 자신의 채소밭에서 채소를 훔치는 것이 포착되었다!! 손을 보니 이미 큰 가지를 하나 땄고, 곧이어 오이와 토마토도 하나 따는 것이 아닌가?? 그러자 윤우선은 위에서 꽥 소리를 질렀다. "야아!!!!! 너 뭐 하는 거야?! 그걸 훔쳐???!!" 그 그림자는 그녀가 으르렁대자 손을 빼고는 황급히 고개
유나는 할머니가 텃밭에서 채소를 훔쳤다는 말을 듣자마자 "엄마.. 할머니가 따신 건 그냥 따라고 해요.. 그냥 채소 몇 개일 뿐인데요.."라며 한숨을 내쉬었다."그런 게 어딨어? 네 할머니가 우리한테 뭘 줬는데? 예전에 우리 가족에게 어떻게 했는지 잊었어? 그런데도 저렇게 철판을 깔고 우리 집에서 음식을 훔치다니, 난 못 참겠어!!!!""엄마~ 그렇게 생각하지 마세요! 할머니도 우리 텃밭이 궁금하셨겠죠~ 그러니 그렇게 인색하게 굴지 마요~”윤우선은 팔짱을 끼고 소리쳤다. "어휴~ 저 세상 물정 모르는 딸내미 같으니라고!!” 말을 마치자 그녀는 몸을 돌려 위층으로 올라갔다. 하지만, 윤우선은 생각할수록 속에서 화가 끓어올라 짜증이 났다. 이렇게 좋은 야채는 채소 잎 한 장이라도 신 회장에게 빼앗길 수 없어!! 어떻게 이걸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할 수 있어?! 만약 신 회장이 훔치도록 내버려두면 앞으로 계속해서 훔칠 거야! 그래서 윤우선은 급히 방에서 나와 시후를 불렀다. "은 서방!!! 내가 자네한테 할 말이 있어."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다가왔다.그러자 윤우선은 급히 속삭였다. "은 서방, 내가 유나가 좋아할 꿀 팁을 알려 줬잖아~ 그러니 훔쳐가는 것도 조심해야 할 거 아니야? 내가 저 신 회장과 오래 살아봐서 저 늙은이가 어떤 인간인지 다 알고 있어! 그러니까 자네가 저 늙은이를 그냥 내버려두면, 내일 채소랑 과일을 다 따먹고도 남을 인간이라고! 알지?”사실 시후는 WS 그룹에서 3년 넘게 지내왔기에, 그 사람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는 WS 그룹의 구성원들이 어떤 성격인지 잘 알고 있었고, 그가 보기에 아내 유나만이 천성적으로 좋은 사람일 뿐이며 장인 어른은 구제할 여지가 있지만 다른 인간들은 하나같이 쓰레기라고 생각했다. 여기에는 윤우선과 신 회장도 포함되었다. 그래서 그는 자신이 대처하지 않으면 신 회장이 윤우선의 말처럼 모든 것을 훔쳐버릴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속으로 계획을 하나 세웠다. 그러자 시후는 윤우선
지금 홍라연은 죄책감에 신 회장과 남편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마트에서 식재료들을 골라왔다. 마침 커피 머신을 팔아 수중에 돈이 좀 있었기에 특별히 삼겹살을 사온 그녀였다.그런데 신 회장은 홍라연이 채소를 샀다는 말을 듣자마자 불만을 터뜨렸다. "아니!! 왜 돈을 낭비해서 채소를 사와?!”홍라연은 의아해하며 말했다. "어머니! 고기만 먹고 야채를 안 먹으면 몸에 좋지 않잖아요~ 야채를 먹어야 좋죠~!”신 회장은 그녀를 부엌으로 데려가 자신이 방금 훔친 야채 한 바구니를 가리키며 말했다. "봤니? 이 채소들은 모두 은시후의 집에서 훔친 거야. 은시후의 집에 큰 채소밭이 생겨서 울타리 밖으로 손만 뻗으면 이런 걸 다 딸 수 있어!! 그러니 앞으로 우리 집은 더 이상 돈을 주고 채소를 살 필요가 없다 이 말이다!”홍라연은 그제서야 자신이 아침에 떠날 때, 은시후의 집에서 한창 공사를 하던 것이 떠올랐다. 그녀는 이상하게 여기기는 했지만 마음에 담아두지 않았다. 병원에 가는 길이 급했기 때문이다. 그녀는 신 회장의 바구니를 자세히 보고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어머니!! 야채들이 상태가 매우 좋아 보여요~~ 제가 산 유기농 야채보다 더 좋아 보이는데요?”신 회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청록 빛으로 물든 오이 한 개를 집어 들었다. "이 오이는 크고 긴 것 좀 봐라! 게다가 약도 안 친 것 같아서 아주 깨끗해! 마치 방금 씻은 것 같아~!" 신 회장은 오이를 들고 수도꼭지 밑에서 씻은 뒤 살짝 힘을 주자 오이가 반으로 잘려 나갔다. 진하고 향긋한 냄새가 순식간에 코를 찔렀고, 신 회장은 감탄을 금치 못하며 말했다. "아우~ 이 오이 냄새! 정말 향기로워~!” 그녀는 참지 못하고 오이를 입에 넣더니 와득 깨물었다. 한 입 베어 먹은 신 회장은 얼굴이 상쾌했다. 신 회장은 오이를 입에 물고 우물거리며 말했다. "정말 내가 살면서 먹어본 것 중 가장 맛있다! 최고야!" 김창곤은 이때 주방에 다다르자마자 오이 향을 맡으며 "아이구, 오이 향이 가득하네? 엄마
점심을 먹고 나서 임 대표는 트럭 한 대에 수선화를 실어 보냈다. 그가 보낸 수선화들은 모두 매우 싱싱한 청록색이었고, 시후의 요구에 따라 꽃이 피지 않은 것들이었다. 수선화는 부추와 매우 비슷하게 생겼고, 꽃이 피지 않았을 때는 오히려 더 닮았다. 도시 사람들은 식물을 잘 구분하지 못하는 데다, 대부분 부추는 먹어 보고 잘라낸 부추는 봤지만 밭에서 자라고 있는 부추를 본 적이 없기에 부추와 수선화를 혼동하기 쉽다. 부추는 인기 있는 채소이며 볶음, 국, 부침개를 만들 때도 없어서는 안 될 좋은 재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선화는 식중독 사고가 많이 일어난다. 수선화에는 독성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과량 섭취하면 구토, 메스꺼움, 복통, 설사 등이 나타나고 심각한 경우에는 사망할 수도 있다. 그래서 간이 나쁘거나 혈압이 낮은 사람들은 절대 섭취하면 안 된다고 알려져 있다.시후는 윤우선의 말을 듣고 신 회장이 부추를 좋아한다고 하자 바로 수선화를 떠올렸다. 그는 신 회장이 음식을 한 번 훔치면 반드시 다시 훔칠 것이고, 반드시 자주 훔칠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임 대표에게 수선화들을 모두 모서리에다 심게 했다. 이렇게 하면 신 회장은 울타리 밖에서 손만 뻗으면 정말 쉽게 훔칠 수 있을 테니까.. 만약 그녀가 이 수선화들을 훔쳐서 부추나 양파로 쓴다면, 그녀는 죽을 정도는 아니지만 며칠 병원에 입원하게 될 것이다. 시후는 우선 그녀의 가족이 수선화를 먹고 병원에 입원하게 만든 뒤에, 그들이 입원한 기간을 틈타 이 텃밭을 모두 식물원처럼 유리 건물을 세울 생각이었다. 그럼 아무도 도둑질을 할 수 없을 것이다.트럭이 와서 짐을 내릴 때 옆집 신 회장이 3층 테라스에서 이 모습을 목격했다! 그녀는 일꾼들이 차에서 한 무더기씩 내리고 있는 녹색의 가늘고 긴 잎 식물을 보았을 때, 즉시 눈앞이 번쩍이며 흥분하기 시작했다. 어머! 저거 부추가 아니야?! 이렇게 싱싱한 부추라니??! 그리고 어떤 식물들은 흰 알들이 달린 것을 보니 이건 양파인
홍라연은 급히 물었다. "어머님, 계란은 왜 필요하세요?""저녁에 부추전을 해먹으려고 그런다!”"오 할머니, 저녁에 부추전을 해 먹어요?" 혜준은 깜짝 놀라며 말했다."그래~!" 신 회장은 빙그레 웃으며 손자에게 물었다. "혜준이 너도 부추전 좋아하냐?”"와~~ 막걸리에 먹으면 완전 맛있죠~! 오랜만에 부추전을 먹을 생각 하니까 군침이 도는데요?”"엄마! 이야~ 오늘 부추전이 왜 떠오르신 거예요? 부추전 집에서 안 드신 지 오래 되셨잖아요~” 김창곤은 신 회장의 흥을 돋우려 옆에서 거들었다."그냥 먹고 싶더라고~ 부추전을 못 먹은 게 오래 되어서 좀 먹어 볼 생각이다!”홍라연은 “그럼 어머님, 부추를 좀 사올까요?"라고 물었다.신 회장은 만족스럽게 웃으며 말했다. "아니다, 은시후네 집에 아주 신선한 부추와 양파를 많이 심어 두었어! 그러니 이따가 나가서 그냥 뽑아 오면 된다! 호호호!!”"엄마, 그럼 좀 더 많이 가져와서 국에도 넣어 드시죠!”옆에 있던 혜빈도 동의했다. "요즘 보니까 부추랑 양파랑 무침해서 먹던데 너무 먹고 싶어요~”“그래 그래! 다 먹자고! 호호호홋! 나중에 좀 더 뽑아 오마!” 신 회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오후 5시가 넘었을 때 신 회장은 부엌칼을 들고 집을 나섰다. 그녀는 부엌칼을 바구니에 넣고, 시후의 텃밭 가까이에 있는 울타리로 나왔다. 신 회장은 사방을 둘러보더니 마당에 아무도 없는 것을 보고 재빨리 칼을 꺼내어 울타리 안으로 손을 뻗은 뒤 부추를 한 움큼 베었다. 다 자른 후, 그녀는 곧이어 옆에 있던 부추를 베어냈다. 이 정도면 충분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생각해 보니 이렇게 좋은 부추는 정말 보기 드문 것 같아 그냥 두는 것은 손해라고 여겼다. 그래서 신 회장은 계속해서 부추를 베었고, 양파처럼 보이던 것들도 땅에서 캐냈다. 얼마나 많이 뽑았는지 신 회장은 그것들을 바구니에 다 넣을 수 없을 정도였다! 그러자 신 회장은 급히 뒤로 도망가려고 했다.그 때, 윤우선은 해가 저물어
윤우선은 이미 짜증이 머리 끝까지 올라 폭발 직전이었다. 그녀는 오전에 자신이 시후에게 신 회장이 또 야채들을 훔치러 올 것이니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는데, 그는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오히려 부추를 더 많이 심었기 때문이다! 이것 봐! 내 말이 맞잖아!! 결국 저 노친네의 배만 불린 셈이다! 예전 같았으면 윤우선은 당장 시후에게 달려가 욕설을 퍼부었을 텐데, 지금은 그럴 배짱이 없었다.그 시각, 유나는 방에서 시후에게 물었다. "남편, 오늘 저녁에 뭐 먹을 거예요?”"어?!! 당신 평소에 그런 거 신경 안 쓰던데.. 하하.. 왜요? 오늘은 뭐 먹고 싶은 게 있는 거예요?”"히히.. 나 텃밭에 가서 야채들 좀 보고, 남편이 저녁에 무슨 요리를 할 지 알려주면 따오고 싶어서요!”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하하.. 그래요? 그럼 오전에 갔던 것처럼 같이 가면 되잖아요?”유나는 오전에 시후에게 첫 키스를 당했던 기억이 떠오르며 얼굴이 순식간에 붉어지기 시작했다. 그녀는 시후를 한 번 쳐다보고는 수줍게 말했다. "같이 가는 건 괜찮지만, 더 이상 이상한 짓 하는 건 용납 못해요!”"응? 유나 씨, 무슨 말을 하는 거죠? 내가 뭘요? 하하!!”"아 몰라요! 아무튼!! 나와 1미터는 떨어져 있으라고요! 흥!” 유나는 그렇게 말하고는 몸을 돌려 먼저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시후도 급히 따라 내려가 함께 텃밭으로 갔다. 유나는 땅에 있는 부추와 양파 같이 생긴 식물들을 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어? 오전에는 없었는데?”"친구에게 보내 달라고 했거든요~ 하하!”"그럼 저녁에 부추랑 해서 팟타이 해 먹을까요?”시후는 다급하게 말했다. "아아 아니~ 부추가 아직 다 자라지 않아서 지금 먹기는 좀 그래요~”"아?" 유나는 놀라서 물었다. "보기에 엄청 잘 자랐는데, 왜 먹을 수 없다는 거예요?”"아휴~ 지금 이 부추가 좋아 보이지만 아직 먹을 때가 아니에요! 조금만 기다려요~"유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흠.. 그래요! 그럼 저
안산의 갑작스러운 분노 섞인 외침에 Samson 그룹 삼형제는 일제히 차가운 표정을 지었다. 비록 모두가 이미 같은 결론을 향해 가고 있었지만, 아버지인 안산이 직접 그렇게 말하자, 그들은 등골이 오싹해졌다.안태풍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저는 도무지 이해가 안 돼요... 저 자들이 우리와 도대체 무슨 원한이 있기에, 20년 동안이나 집요하게 우리를 노린 거죠?”안재남도 의아하다는 듯 말했다. “우리 집안이 자산을 축적하는 과정에서 특별히 큰 잘못을 저지른 일은 한 번도 없었던 것 같은데요...! 그동안 우리 집안의 자산 대부분은 당시 엔젤투자에서 비롯됐고, 게다가 누나는 실리콘밸리의 절반을 떠받치고 있던 인물이었어요. 그런데 누가 우리와 그렇게 원한 관계에 있다는 거죠?”안충주는 얼굴을 굳히고 말했다. “어쩌면, 그들은 우리에게서 뭔가를 얻어내고자 하는 걸 수도 있지.”안재남이 물었다. “형 말은... 돈을 노린 다는 거야?”“단정 짓기는 어렵지만,” 안충주가 말했다. “하지만 저들이 이토록 정교하고 집요하게 움직이는 걸 보면, 단순한 증오심이나 원한 때문은 아닌 것 같아 보이는데.”그러자 안산 역시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만약 돈이 목적이라면, 굳이 우리 전부를 죽일 필요는 없지 않겠니? 요즘은 대부분 자산을 디지털 형식으로 가지고 있기에 은행 계좌나 증권 계좌, 신탁 계좌에 숫자로만 남아 있다. 그러니 우리를 죽인다고 해도 그 자산이 그들 손에 들어가는 건 아닐 것 아니냐!”안충주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게 바로 저도 이해가 안 되는 부분입니다...”네 사람은 곧 깊은 침묵에 빠졌다.그때, 막내딸 안유진이 문을 두드리며 밖에서 말했다. “아버지, 배유현 회장이 조금 뒤에 찾아 뵙고 싶다고 전화가 왔는데요.”“배유현...?” 안산은 인상을 찌푸리며 무의식적으로 물었다. “배유현 회장이 누구냐?”안충주가 얼른 말했다. “아버지, 또 잊으신 거 아니죠? 아침에 말씀드렸잖아요. 우리가 사건을
그 순간, 안태풍, 안충주, 그리고 안산 모두의 얼굴이 일제히 굳어졌다.안태풍은 반사적으로 외쳤다. “큰 누나가 세상을 떠난 지 2년 후, 너는 권아현을 만났고... 권아현은 이번 사건이 일어나기 전까지 네 곁에서 무려 19년 동안 숨어 지냈어... 우리를 죽이려 한 자들과 누나가 그 해에 죽었던 일은 분명 관련이 있는 거야!”안산은 경악하며 말했다. “그 말이 사실이라면, 그 놈들은 예선이와 은 서방을 죽이고도 모자라, 재남이 곁에 무려 19년이나 묵혀 놓은 시한폭탄을 이번에 터뜨린 셈이군... 대체 이 놈들은 뭘 노리고 있는 거지?! 만약 우리 집안을 없애는 게 목적이라면, 왜 지금까지 이렇게 오랫동안 기다린 거냐고?”“그러게 말입니다...” 장남 안충주 역시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이렇게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는 조직이라면, 뭔가 깊은 원한을 품고 있을 때 진작에 손을 썼겠죠. 굳이 지금까지 기다릴 이유가 없을 텐데...”안산이 말했다. “나는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 이 자들이 우리에게 대체 얼마나 큰 복수심을 품고 있길래, 이렇게까지 큰 판을 벌이는 건지 말이야...”안재남은 참다 못해 말했다. “아버지, 형님들... 꼭 제 아내를 19년 전에 그 조직에서 일부러 저에게 심어놓은 인물이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잖아요? 중간에 회유되었거나, 협박을 받았을 수도 있지 않을까요.”“그럴 리 없어.” 안충주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만약 네 아내가 중간에 회유된 것이라면, 그 집안 가족들 역시 그때 함께 배신했겠지. 그런데 그 집안의 일련의 행동들은 그런 식으로는 설명이 안 되잖아. 그러니 나는 오히려 권아현과 그 일가 전체가 애초부터 철저하게 설계된 함정이라고 판단한다.”안태풍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고, 이어서 안재남을 바라보며 물었다. “재남아, 너와 권아현이 처음 만났을 때 구체적인 상황을 떠올릴 수 있겠어?”안재남은 말했다. “그 당시 내가 석사 2학년이 막 시작되었을 때였는데, 아내는 막 석사에 입학했었지. 신입
유럽과 미국에서는 가족 신탁 상품이 매우 신뢰할 수 있는 자산 보호 방식으로 여겨진다.한국에는 ‘부자는 삼대를 넘지 못한다’는 말이 있는데, 그 이유는 바로 부모 세대가 어렵게 일군 부를 자손 세대가 사치스러워 함부로 낭비하고, 눈은 높지만 능력은 부족하여 유산을 제대로 지키지 못하기 때문이다. 결국 이런 상황은 쉽게 가족의 파산으로 이어지고, 하룻밤에 다시 원점으로 되돌아가게 만든다. 이것은 자손 세대의 능력과 인품이 통제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일단 능력이나 인격 중 하나라도 문제가 생기면 가문의 몰락은 피할 수 없는데, 하물며 인재 외에도 천재지변 같은 변수도 존재한다.그러나 가족 신탁은 이러한 인재와 천재지변의 리스크를 효과적으로 차단한다. 먼저 자신의 자산을 신탁에 넣는 순간, 겉으로 보기에는 본인조차 해당 자산에 대한 직접적인 통제권을 포기하게 된다. 이후 자산은 특정 조건이 충족되었을 때에만 자녀나 지정된 상속인이 받을 수 있다. 따라서 훗날 중대한 문제가 생겨 가문이 빚더미에 앉게 되거나 파산을 하게 되더라도, 이 가족 신탁은 정부나 채권자에 의해 임의로 처분될 수 없다. 이것은 바로 유럽과 미국에 있는 유서 깊은 가문들이 여러 세대, 심지어는 수십 세대에 걸쳐 부를 유지할 수 있는 근본적인 이유라고 할 것이다.비록 권아현 집안 식구들은 현재 모두 자취를 감췄지만, 그들의 자산은 이미 모두 가족 신탁으로 옮겨졌다. 이는 더없이 안전한 보관 방식으로, 권아현의 집안 식구들이 세상에서 사라지더라도 기업 운영에는 전혀 문제가 생기지 않으며, 자산의 가치가 떨어지거나 예기치 않은 상황이 생길 걱정도 없다는 것을 의미했다. 이 돈은 신탁에 들어가 있는 이상 줄어들기는커녕 시간이 지날수록 오히려 불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연방 정부조차 이 자산에는 손을 대지 못할 것이다.이런 행동은 곧 권아현 집안 식구들, 혹은 그들 뒤에 있는 그 미스터리한 조직의 입장을 드러낸 것이기도 했다. 그들의 입장은 바로 잠적하는 것은 단지 일시적인 전략적 후
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날 밤 외가 식구들은 나를 만났고, 내가 부른 사람들이 당신을 데려갔다는 건 알고 있을 겁니다. 다만 당신이 살아남을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못했겠죠. 그러니 당신과 외가 식구들이 다시 만났을 때, 어떤 정체불명의 인물이 알약 하나를 먹인 뒤 당신을 구했다고만 알려주고, 이후 배유현 양에게 당신을 그들에게 데려다 주라고 했다고 말하세요. 그리고 정체불명의 인물이 누구인지는 모른다고 하시고요. 그러면 그들은 당신을 살린 사람과 자신들을 살린 사람을 연결 지으려 할 거고, 그 뒤는 외가 식구들이 스스로 추측하게 내버려 두면 됩니다.”“알겠습니다, 도련님!” 제이크 한은 진지하게 말했다. “기억해 두겠습니다.”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문을 열고 배유현을 불러들였다. “배유현 씨, 헬기를 좀 준비해주시고, 제이크 한 경감을 맨해튼의 AB 빌딩까지 모셔다 드리세요. 그리고 가능하다면, 먼저 내 외삼촌께 연락을 드려 방문 의사를 전해주시고요. 그 날 그들을 구한 후 현장을 수습한 사람은 배유현 씨이기 때문에, 그들은 당신에 대해서는 크게 경계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배유현은 공손히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은 선생님. 바로 Samson 그룹 측에 연락하겠습니다.”......같은 시각, 맨해튼 AB 빌딩.Samson 그룹은 함께 모여 회의를 열고는 최근 각종 정세를 종합하여 토론하고 있었다. 안산은 최근 알츠하이머 증상이 계속 악화되고 있었기에, 아침에 눈을 뜨면 아내와 자식들은 그에게 현재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오랫동안 설명해주곤 했다. 다행히도 안산은 수많은 풍파를 겪어온 인물이라, 그날 어떤 사건들이 일어났는지 직접적으로 기억하지는 못하더라도 자식들의 설명을 들으면 곧바로 현재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그 날 암살 사건이 발생한 이후, Samson 그룹 사람들은 줄곧 뉴욕을 떠나지 않았다. 그들은 이미 가족 문제를 처리하기 위해 다시 손을 대기 시작했지만, 가족들의 안전을 위해 안산은 당분간 가족
이야기를 들은 제이크 한은 매우 놀라 그 자리에서 얼어붙은 듯 한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그는 이전의 경력 때문에 블랙 드래곤에 대해서는 매우 잘 알고 있었다. 게다가 그는 블랙 드래곤이 시리아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여 영구 거점을 건설한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용병 조직에게 있어 영구 거점을 보유한다는 것은, 단번에 다른 용병 조직들에 비해 훨씬 앞서 나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용병이라는 존재는, 이화룡이 거느리는 조폭들에 비해 각국 사법기관이 훨씬 더 경계하는 대상이라고 할 수 있는데, 대부분의 용병 조직은 세계 각국에서 길거리의 쥐와 같은 존재로 비밀리에 살아남을 수밖에 없다. 그들은 오직 정부와 깊이 협력하는 조직이 아니라면 절대로 대놓고 간판을 걸고 활동하지 못한다.물론 미국에도 용병 조직이 많이 있기는 하지만, 백악관과 협력하며 그들의 총알받이 노릇을 하는 일부를 제외하면, 나머지는 대부분 은밀히 활동할 수밖에 없다. 용병 조직의 대다수는 미국 퇴역 군인 출신으로, 본국 경찰의 단속을 피하기 위해 개개인으로 위장 생활을 하다가 해외에서 임무를 수행하곤 한다. 예를 들어, 한 용병 조직은 100명 남짓한 구성원들에 불과한데 그들은 평소 각자 합법적인 직업과 신분으로 위장하여 일반 시민처럼 지내다가 임무가 떨어지면 관광객을 가장해 출국을 한다. 비록 이들이 본국에서 불법적인 일을 저지른 것은 아니지만, 무장 전투 요원이기 때문에 정부의 감시를 받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조용히 움직여야 한다는 제약이 있다. 바로 이런 이유로 인해 대부분의 용병 조직의 성장이 제한되는 것이다.하지만 용병 조직이 대놓고 합법적인 영구 거점을 보유하게 된다면,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진다.블랙 드래곤이 시리아와 협력했을 당시 미국 CIA는 그 이유를 조사했는데, 조직이 시리아에서 너무 빨리 성장하는 걸 우려해 개입까지 시도했었다. 하지만 시리아는 블랙 드래곤과의 협력을 고수했고, 그 뒤에는 시리아 내 영향력 있는 반정부 인사 하미드와도 관련이 있는 것으
시후가 말했다. “예전에 아버지 측근으로부터 들은 적이 있습니다. 당시 부모님께서 돌아가신 것이 바로 이런 암살자들의 습격 때문이었다고요. 그들은 임무를 마치자마자 입 안의 독약을 깨물고 현장에서 즉사했다고 들었는데... 이번 사건에서 만난 자들과 방식이 동일했습니다. 비록 두 사건 모두 20년 전 일이긴 하지만, 상대가 수백 년 동안 존재했던 조직이라면, 같은 무리일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제이크 한은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물었습니다. “시후 도련님, 그렇다면 조직이 이미 수백 년이나 된 역사를 가지고 있다는 건 어떻게 아셨습니까?”시후는 대답했다. “내가 한 명을 생포한 한 명에게서 죽음의 전사들이라는 암살자에 대한 정보를 들었습니다.” 그리곤 당시 ‘547’이라는 자로부터 들었던 내용을 모두 제이크 한에게 이야기해 주었다.그 이야기를 들은 제이크 한은 놀라움에 말을 잇지 못하다가, “지난 수백 년 동안 세상에 많은 나라들이 사라졌고, 수많은 전쟁과 재난을 겪었습니다. 두 번의 세계대전과 스페인 독감은 전 세계에 영향을 끼쳤고, 유럽은 수많은 전쟁을 치렀으며, 아시아 역시 아편 전쟁, 러일 전쟁 등을 겪었고, 미국은 남북전쟁까지 겪었죠. 지난 2~300년 동안 이 세계는 혼돈 그 자체였는데, 그런 와중에도 비밀 조직이 존재해 왔다니, 대체 어떻게 그들이 유지될 수 있었을까요...”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저도 그게 가장 궁금한 부분입니다. 그 조직은 단지 살아남은 게 아니라 수세기 동안 세력을 키워온 것 같더군요. 말씀하신 그 모든 국제 정세의 급격한 변화와는 무관하게요. 난 그게 오히려 더 놀라울 따름입니다.” 그러곤 시후는 제이크 한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물론 당신의 상황은 조금 특별하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네요. 그 조직에서 당신을 본 사람은 내가 일부러 생포했던 그 한 명 외에는 모두 죽었고, 당신이 그날 현장에 나타난 것도 계획된 게 아니라 우연이었으니, 그 조직은 당신을 주목하지는 않을 겁니다. 그리고 당신은 오랜
제이크 한도 자신이 이렇게 물이 빠진 수조에 그냥 앉아 있는 모습이 아무래도 뭔가 창피한 일이라는 걸 느꼈다. 그래서 그는 난처한 듯 물었다. "그... 갈아입을 옷이 좀 있을까요...?"시후는 옆에 있는 배유현을 바라보며 말했다. "배유현 씨, 제이크 한 경감의 옷 좀 챙겨 주시겠어요?"배유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재빨리 말했다. "이곳에는 연구원들의 작업복이 많이 있습니다. 하나 가져다 드릴게요!"시후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요. 고맙습니다."배유현은 곧장 돌아가 작업복 한 벌을 들고 돌아왔고, 제이크 한은 옷을 걸친 후 시후와 함께 옆쪽에 마련된 휴게실로 이동했다.시후가 제이크 한에게 물 한 병을 건네자, 그는 받자마자 단숨에 물을 다 마시고는 입가를 닦으며 결심한 듯 말했다. "시... 시후 도련님, 정말 감사합니다... 저는 이런 말을 잘 못하는 성격이기는 한지만, 제 목숨을 살려주신 이상 앞으로 시후 도련님께서 저를 필요로 하신다면, 무슨 일이든 목숨 걸고 따르겠습니다!"그러자 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예를 갖춰 답했다. "마침 잘 됐네요. 내가 부탁할 일이 몇 가지 있어서..."제이크 한은 공손히 손을 모으며 말했다. "말씀만 하십시오!"시후는 손가락 두 개를 펴며 담담히 말했다. "그럼 내가 요청하고 싶은 건 두 가지입니다. 첫째, 당신이 여기서 나간 이후엔, 나를 봤다는 이야기를 그 누구에게도 해서는 안 됩니다. 다른 사람들... 특히 Samson 그룹 사람들이 묻는다면, 당신은 이 상황에 대해서 잘 모르고, 그냥 페이셔스 그룹의 냉동센터에서 깨어난 뒤 나왔다고만 하세요."제이크 한은 놀라며 물었다. "시후 도련님, Samson 그룹 식구들을 구해 주셨는데 왜 아직 서로 만나려고 하지 않으시는 겁니까?"그러자 시후는 담담히 말했다. "그건 내가 곧 말하려는 두 번째 이유와 관련 있어서... 조금만 기다리세요."제이크 한은 고개를 끄덕였고, 곧 이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그런데 만약 Sams
시후는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오호, 당신도 회춘단 얘기를 들은 적 있군? 내 큰 외삼촌에게 들은 거지?”“큰 외삼촌...” 제이크 한은 순간 어리둥절했지만, 곧 시후가 자신이 막 깨어났을 때 그가 안충주의 조카라고 소개했던 걸 떠올리며, 갑자기 깨달은 듯 말했다. “그래, 충주가 분명 내게 얘기했었지...”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외삼촌이 회춘단 얘기까지 꺼냈다면, 경매장에서 쫓겨난 얘기도 같이 했을 텐데?”제이크 한은 눈이 휘둥그레지며 깜짝 놀라 말했다. “네... 네가 그걸 어떻게 알지?!”시후는 웃으며 말했다. “내가 어떻게 모를 수 있겠어. 회춘단도, 지금 얘기한 중소단도 다 내가 소유자니까. 그 경매도 내가 주최한 것이고, 당시 그 자리에서 내가 직접 외삼촌을 쫓아내기도 했거든.”제이크 한은 경악하며 물었다. “그 사람이 네 외삼촌인 걸 알면서도 쫓아낸 거라고?!”시후는 담담하게 말했다. “쫓아낼 땐, 외삼촌의 정체를 내가 몰랐어. 그땐 외삼촌이 가명을 쓰셨으니까.” 그러고는 다시 말했다. “하지만, 설령 내가 외삼촌의 정체를 알고 있었다 해도, 역시 쫓아냈을 거야. 왜냐하면 외삼촌은 내가 정한 규칙을 어기려 했기 때문이야. 경매 시작 전에 분명히 말했지. 회춘단은 누구든 낙찰 받으면 현장에서 즉시 복용해야 하며, 절대 외부 반출이 안 된다고. 그런데 외삼촌은 돈으로 그 규칙을 깨려고 했어.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그를 내쫓은 거지.”제이크 한은 조용히 탄식하며 말했다. “그렇다면... 난 정말 안 죽은 거란 말인가...?” 그는 잠시 멍하니 있다가 다시 물었다. “그런데 궁금한 게 있다. 네가 정말 안예선의 아들이라면, 자신의 출신을 알고 있으면서, 왜 이토록 오랜 세월 동안 외가 쪽 가족들과 만나지 않은 거야?”시후는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왜? 당신은 지금도 내 정체를 의심하는 건가?”제이크 한은 천천히 몸을 일으켜 앉으며, 진지하게 말했다. “의심이라기보다... 난 그냥 이 모든 게 너무 이상해 보이
시후의 말은 제이크 한을 한순간 혼란에 빠뜨렸다. 그는 자신이 조금 전까지 가지고 있던 두 가지 가설이, 지금 이 순간 서로 모순된다는 걸 깨달았다. 우선, 만약 지금 이 모든 것이 현실이라면, 총에 맞아 벌집이 됐던 자신의 몸이 어떻게 살아 있을 수 있는지 도무지 설명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만약 지금 이 모든 게 단지 의식 속에 있던 환상이라면, 또 하나의 의문이 남게 된다. 그 끔찍한 상황 속에서, 자신의 뇌가 어떻게 뇌사 판정을 받지 않고 살아남았는가...?인간의 몸은 일정 시간 동안 혈액 공급을 받지 않았을 때, 대뇌는 최대 5분 밖에 버티지 못하는데, 그 당시 상황으로 판단하기에 자신이 의식을 보존할 수 있을 리 없었다. 그런데 지금 이것은 대체 무슨 상황이란 말인가?시후는 제이크 한이 계속 고민에 빠진 모습을 보며 담담하게 말했다. “내가 말해주지, 당신이 어떻게 살아남았는지.” 그는 이렇게 말한 뒤 잠시 멈추고 다시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날 당신이 총을 맞았을 때, 나는 내 방식으로 당신이 뇌사상태에 빠지지 않도록 막아 두었어. 그래서 이곳까지 무사히 옮겨 냉동할 수 있었지.”제이크 한은 참지 못하고 물었다. “당신 방식? 무슨 방식을 쓴 거야?”시후는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그건 당신이 굳이 알 필요는 없고.”제이크 한은 다시 물었다. “그럼 내가 입은 부상들은? 설령 네가 내 뇌를 살렸다고 쳐도, 내 몸은 어떻게 된 거야?”시후는 진지한 표정으로 답했다. “그건 중소단 덕분이지. 이 약의 약효는 매우 간단해. 당신의 신체가 어떠한 손상을 입었든 간에, 완전히 재구성, 즉 회복하게 해준다는 거야.” 그리고 덧붙였다. “당신이 직접 확인해 봐. 몸에 상처 자국이 하나라도 남아 있는지.”제이크 한은 반사적으로 자신의 저온 보호복을 찢고, 고개를 숙여 가슴을 들여다봤다. 그런 그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자신의 가슴에는 상처는커녕 흉터 하나조차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소리쳤다. “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