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 시각, 청년재 별장.늦은 밤, 시후와 유나는 각자의 이불 속에서 깊이 잠들었다. 중간에 시후의 휴대전화가 갑자기 ‘윙윙’하며 진동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혹시라도 소리가 시끄러워 아내가 깰까 봐 시후는 휴대폰을 들어 내용을 확인했다. 카톡 두 통이 와 있었는데, 이미 밤 12시가 넘은 이 시간에 누가 자신에게 카톡을 보낸 것인지 모르지만 분명 무슨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카톡은 바로 이화룡이 보낸 것이었다.시후는 눈살을 찌푸렸다. 지리산에서 일이 생겼다는 건 오송 그룹이 또 이장명과 이재하를 탈출시키려 했다는 증거일 것이다. 그는 살금살금 일어나 아래층으로 내려간 뒤 별장의 밖으로 나왔다.밖에서는 이화룡과 이학수가 공손한 자세로 서 있었다. 두 사람이 긴장한 표정을 짓자 시후는 "무슨 일이죠?"라고 물었다.이화룡이 먼저 입을 열었다. "오송 그룹에서 30여분 전에 지리산에 사람을 보냈는데, 16명 정도로 꽤 많은 인원이었습니다..”“그럼, 그 결과는요?”"이재하와 이장명을 탈출시키려고 하다 저희 측과 오송 그룹 간에 총격전이 벌어졌는데, 15명을 사살했고 한 명이 도망쳤습니다.”“그럼 우리 쪽은 몇 명이 다쳤죠?”이학수가 말했다. “네 선생님, 제가 고용한 인원 3명과 이화룡 씨의 인원 1명이 사망했습니다. 총 4명입니다..”“그래요? 그럼 나쁘지 않네요. 전체적으로 보면 승리라고 할 수 있으니까.” 시후는 고개를 끄덕였다.이화룡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오송 그룹이 이제 두 번이나 구출에 실패했으니 목숨을 걸고 공격할 것 같은데.. 저와 이 대표님이 곧 지리산에 배치할 추가 인원들을 모집했지만, 이번에는 오송 그룹에서 인간 사냥꾼을 보내지 않을까 걱정됩니다.”시후는 눈살을 찌푸리며 “예? 인간 사냥꾼이요..?”라고 물었다."예! 오송 그룹의 최 회장 밑에 인간 사냥꾼이라고 불리는 A급 팀이
시후는 빙긋 웃으며 답했다. "하하.. 모든 것을 살인으로 해결한다면 오송 그룹 사람들은 제 손에 벌써 죽었을 텐데요..? 어떤 종류의 인간들은 지난 번 남두산 패거리처럼 빨리 처리해버려야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죽이면 재미가 없는 경우가 있죠.. 이화룡 씨의 개 농장에 있는 고바야시 이치로를 생각해볼까요? 그 자식도 진작에 죽일 수 있었지만, 내가 왜 그를 살려 뒀을까요? 그가 살아야 일이 재밌고, 더 많은 일들이 생길 테니까요.. 만약 그가 죽었다면 지금처럼 재밌는 일이 일어났을까요?? 오송 그룹도, 이재하 부자도 마찬가지입니다.”시후는 머릿속으로 큰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이치로를 살려둔 건 그의 동생 고바야시 지로를 짓밟기 위해서다. 그리고 이재하와 이장명을 살려 둔 건 그들이 이학수와 서로 싸우게 만들기 위해서였다. 만약 이치로가 죽었다면, 자신이 지로나, 고바야시 제약 전체를 견제할 때 가장 좋은 협상 카드를 잃었을 것이다. 그리고 화신 제약의 경우 이학수가 자신을 따르게 만들어 이재하 부자를 견제할 수 있게 만든 셈이다. 진정한 리더는 결코 간신배를 믿지 않지만, 그렇다고 충직한 직원 역시도 완전히 신뢰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교활하고 나쁜 직원도 있어야 하는데, 충직한 직원들과 견제하며 균형을 이루기 위한 열쇠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간신의 견제와 균형이 없다면, 성실하고 충성을 다하는 직원들은 나날이 교만해지고 오히려 나쁜 분위기에 휩쓸리게 될 수도 있다. 그래서 시후는 사람과 사람이 서로 균형을 맞춰야 한다고 생각했다. LCS 그룹은 어쨌든 한국에서 최고의 재벌가라고 손꼽히고 있으니까. LCS 그룹의 자제들은 어려서부터 사서삼경과 대학, 중용들을 익히고, 서양의 리더십과 관련된 수업들을 배워야 했다. 그렇기에 이러한 전략들은 시후가 몸소 체득하고 배웠던 내용을 활용한 것이었다. 그래서 시후는 고개를 저었다. "이재하 부자를 죽인다면 오송 그룹을 두려워하는 것과 같아요. 일종의 약점을 드러내는 것이죠. 만약 내 짐작이 맞다면 오
시후는 이학수가 긴장한 표정을 짓고 있자 살짝 웃으며 화제를 돌렸다. "참, 화신 제약 쪽은 요즘 어때요?”이학수는 표정이 밝아지며 "최근 제약 회사는 전반적으로 안정적인 편이지만, 신약 개발 및 신규 시장 개척에서 몇 가지 난관에 부딪혔습니다.”“그래요? 무슨 일이 있었는데요..?” 시후는 의아해했다. 화신 제약의 규모나 실력이라면 국내 제약업계에서 적수가 거의 없다고 해도 무방하다. 하지만 신약 개발은 조금 달랐다. 좋은 성분의 약이 나오지 않으면 제약 회사의 실력이 아무리 좋아도 무의미하기 때문이다.이학수는 서둘러 답했다. "최근 화신 제약은 거금을 투자해 동의보감에 기재된 한약재 성분을 가지고 생약을 개발했습니다. 주요 성분은 위장 장애를 치료하는 것으로 위통, 위산, 헛구역질 등의 증상을 호전시키는 것이고요.”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쵸, 아무래도 현대인은 앉아서 일하는 경우가 많으니 걸리기 쉬운 질병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런데 딱히 한약재로 만든 생약은 유명한 약이 없었던 것 같은데요? 무슨 문제가 있죠?”이학수는 얼굴을 찌푸렸다. "이 약을 개발한 건 한국의 술 문화 때문이었습니다. 왜냐하면 회사를 다니면 아무래도 술을 많이 마시게 되고 새벽까지 술을 마시는 사람들이 많으니까요.. 결국 잠재적 고객이 될 수 있는 범위가 굉장히 넓은 것이 한국 시장이죠. 그런데.. 외국 기업이 한 발 앞서 이런 약을 제작할 줄은 몰랐습니다.. 게다가 그들이 우리와 비슷한 재료를 썼더군요.”"외국 회사? 또 우리 한의학의 처방을 표절했다고요? 외국계 기업들은 양약 위주로 만들지 않나요?”이학수는 고개를 가로 저으며 말했다. "외국계 제약 회사가 서양이 아니라 고바야시 제약이거든요.. 또 이번에 동의보감의 처방에 따라 신약을 개발했는데, 이 약의 약효가 확실히 좋아서 이 시장을 고바야시 제약이 점유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 화신 제약에 매우 불리한 상황이고요.." 그는 잠시 말을 잇지 못하다가 낙담한 표정으로 말했다. "하아.. 다른 건
사실 《구현보감》에는 수많은 진기한 고대 의약처방이 기록되어 있기에 위장에 좋은 성분들만 해도 수십 가지가 열거되어 있었다. 그에 따라 약제 한 두 개만 알려주어도 아마 이학수 대표는 고바야시 제약을 완전히 눌러 버릴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제약 분야는 이윤이 많은 산업이기 때문에 시후는 이학수를 거저 도울 수는 없었다. 그래서 그는 이학수에게 제안을 하나 하기로 했다. "이학수 대표님, 제 수중에 신약과 관련된 좋은 처방이 몇 개 있어서요.. 아마 이걸 생산하면 분명 베스트 셀러가 될 텐데.. 만약 제가 당신을 돕는다면, 화신 제약의 지분.. 얼마나 주실 수 있겠어요..?”이학수는 주저없이 말했다. "은 선생님, 제가 이 자리에 이른 건 모두 선생님 덕분이죠. 그러니 화신 제약은 은 선생님의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그러니 한 마디만 하시면 이 모두를 넘겨드릴 수 있습니다!" 이학수는 잘 알고 있었다. 시후가 없었다면 화신 제약을 물려받을 수 없었을 것임을. 시후가 없으면 이재하 부자가 돌아왔을 때 지금의 자리를 지키지 못할 것이다. 그래서 그는 오히려 시후에게 완전히 의지하는 것이 좋다고 판단을 내렸다.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지었다. "하하.. 그럼 이렇게 하시죠. 제가 넘겨 드리는 정보로 인해서 고바야시 제약의 신약보다 수익이 많이 나게 된다면 화신 제약의 지분 80%를 저에게 넘겨주세요. 그러면 앞으로 계속 좋은 정보가 있을 때 마다 그걸 대표님께 넘겨드리겠습니다. 그럼 화신 제약은 전 세계의 이름난 제약 회사가 될 수 있을 거예요. 그때가 되면, 개인 자산도 수백 억을 돌파하게 될 거고요.화신 제약의 현재 자산은 20~30억 정도지만 부채가 어느 정도 남아 있고, 최근 경영 부실까지 겹치면서 전반적인 하락세를 보이고 있었다. 만약 시후가 화신 제약을 천억 대 자산의 회사로 성장시켜 준다면, 이학수는 10%만 돼도 자산을 지금의 두 배로 늘릴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그는 거절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 게다가 그는 시후가 만든 신약이라면
지금 이 순간 시후에게 주어진 해결책은 두 가지로 볼 수 있다.첫째는 즉시 박상철을 찾아 LCS 그룹에서 가장 실력 있는 경호팀을 지리산으로 당장 보내는 방법이다. LCS 그룹에는 실력자들이 많이 포집하고 있으니, 오송 그룹의 수하들을 처리하는 것은 별로 어렵지 않을 것이다. 둘째, 자신이 바로 지리산으로 출발하여 그곳에서 인간 사냥꾼을 정리해버리는 방법이다.잠시 동안 생각한 뒤, 시후는 자신이 이 일을 직접 해결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는 직접 지리산에 갈 것이다. 시후는 《구현보감》의 내용을 익힌 지 이미 오랜 시간이 지났고, 끊임없는 단련을 통해서 그의 무술 실력과 체력은 계속해서 향상되었다. 동시에 그는 계속해서 정공법으로 영기를 단련 해왔기 때문에 지금은 일반인들과는 엄청난 차이가 난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지난 번에 주변에서 구해준 고급 약재들을 가지고 회춘단을 많이 만들어 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회춘단을 복용하여 자신의 몸을 더 높은 경지로 끌어올린 것도 사실이었다. 그러니 지금 시후의 무공 실력은 인간 사냥꾼들은 말할 것도 없고, 그들의 몇 배의 실력으로도 시후의 적수가 되지는 못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문제는 바로 지리산에 얼마나 빠르게 도착할 수 있느냐다. 오송 그룹 팀이 이미 출발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오송 그룹 근거지는 지리산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위치하기 때문에 아직은 시후에게 시간이 있었다. 아마도 조금 더 빨리 준비한다면 그들이 지리산에 도착하기 전에 한 발 앞서 도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시후는 즉시 안세진에게 전화를 걸어 "혹시 경비행기를 마련해 줄 수 있을까요?”라고 물었다."아~ 도련님! 문제없습니다. 저희 그룹에서 소유하고 있는 개인 비행기가 있는데 LCS 그룹에서 특별히 주문 제작한 것이므로 일반 비행기보다 훨씬 빠릅니다!” 그리고 안세진은 덧붙여 말했다. "LCS 그룹은 늘 누구보다 더 빨리 움직여야 한다고 생각하기에 대비하고 있습니다.”"좋아요! 그럼 이륙 준비를 좀 해주시죠!”“
비행장에서는 LCS 그룹의 개인 비행기가 이륙 준비를 마치고 시후를 기다리고 있었다. 시후가 비행기에 탑승하기만 하면 비행기는 즉시 이륙할 것이다. 그리고 비행기는 30분 안에 시후를 목적지에 데려다 줄 것이다! 이에 비해 오송 그룹의 헬기는 가는 데 최소 한 시간 정도가 걸린다. 게다가 그들은 LCS 그룹과는 달리 빠르게 자원을 동원할 수 있는 능력이 부족했다. 그래서 인간 사냥꾼들이 지리산에 도착하면 헬기가 그들을 기다리고 있을 정도로 지원이 풍부하지는 않았고, 결국 오송 그룹은 기껏해야 지프를 준비해서 마을까지 데려다 줄 정도였다. 지리산에서 이재하와 이장명이 사는 마을까지 들어가기 위해서는 눈이 내리지 않는 한 최소 1시간은 운전해야 한다. 눈이 와서 미끄러우면 2시간 이상 걸릴 수도 있었다. 하지만 시후는 헬기로 움직이기에 훨씬 빠르다. 30분이면 그들의 주거지에 도착할 것이다. 그래서 시후는 오송 그룹 팀보다 더 빠르게 움직일 수 있다. 헬기는 별장에서 출발하여 LCS 그룹의 전용기에 다다랐다. 시후가 헬기에서 내리자마자 전용기의 문이 열렸다. 하지만 시후는 그 안에서 안세진이 나올 줄은 몰랐다. 시후는 의아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며 "왜.. 여기 계시죠..?”라고 물었다.안세진은 재빨리 답했다. "도련님, 아무래도 혼자 가시는 게 마음에 걸려서요.. 제가 따라가는 것을 원치 않으실까 봐 이렇게라도 올 수 밖에 없었습니다..”시후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여기에 오셨는데.. 쫓아낼 수 없죠. 그럼 어서 가시죠.”이화룡은 안세진이 늘 그를 도련님이라고 부르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별 다른 생각을 하지 않았지만, LCS 그룹에 대해 아는 바는 거의 없었다. 그래서 시후를 만날 때마다 은 선생님이라고 부르기만 했고 더 깊은 내용에 대해서는 모르고 있었다. 하지만, 이화룡과 달리 옆에 있던 이학수는 도련님 소리에 놀라 어안이 벙벙했다.물론 이것은 시후가 신분을 드러내기 싫어하는 것과 관련이 있었다. 만약 그를 도련님이라고
LCS 그룹의 전용기는 어둠 속으로 치솟은 뒤 빠른 속도로 지리산을 향해 질주했다! 이 기종의 속도는 확실히 일반 비행기보다 훨씬 빨랐고, 시후도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역시.. 한국 최정상에 서 있는 그룹의 현재 상황은 전용기의 상태만 봐도 알 수 있다..! 전국의 주요 도시에 이런 전용기들과 개인 헬기를 배치해뒀으니, 그룹에서 비상사태가 발생하면 누구보다 더 빨리 움직일 수 있고, 결국 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게 될 것이다.안세진은 시후에게 말했다. "도련님.. 사실 LCS 그룹에는 더 빠른 전용기가 한 대 더 있지만, 그건 회장님만 사용하시는 거라서..”"오 그래요? 이것보다 더 빠른 게 있다고요?” "네! 콩코드 여객기 들어보셨죠? 프랑스에서 개발한 초음속 여객기요. 음속의 두 배 속도로 날아가는 그 기종 말입니다. 시속 2150㎞까지 비행할 수 있죠."시후는 콩코드에 대해 들어봤지만 이 기종은 이미 대중들이 사용하지 않는 걸로 알고 있었기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대중들이 사용하지는 않죠.. 속도는 빠르지만 비용이 많이 들며, 소음이 너무 커서 일반인들에게는 감당이 힘들죠. 하지만, 가장 상태가 좋았던 기종을 세계 최고의 재벌들이 사들였고, 그 중의 하나가 우리 LCS였습니다.”시후는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자신의 할아버지가 이렇게 대단한 능력을 가지고 있을 줄이야.. 콩코드 여객기를 소유하고 있다니.. 하지만 이런 여기서 우리는 기성세대 창업자들의 카리스마를 엿볼 수 있을 것이었다. 콩코드 여객기 한 대는 기업이 부담하기에 매우 큰 금액이 될 수도 있지만, 이걸 소유함으로써 은 회장은 가장 중요한 순간에 다른 사람들보다 두세 배나 빠르게 행동할 수 있을 것이다. 일반 관용 비행기의 시간당 비행속도는 기껏해야 8~900km에 불과하지만, 콩코드 여객기는 그 2.5배에 이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예를 들어 10억 달러짜리 계약건을 미국에서 체결하고 싶어할 때, 누군가 가장 빨리 이곳에 가서 사인을 할 수 있다면, 아마도 LCS 그룹
이화룡은 이전에 지리산에 한 번 와봤기 때문에, 이곳의 지형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눈 덮인 산길을 가리키며 시후에게 말했다. “도련님, 이것이 산으로 들어가는 유일한 길입니다. 만약 오송 그룹 팀이 헬기를 타지 않는다면, 그들은 이 길 밖에 들어올 수 있는 길이 없을 겁니다."시후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여기서 토끼를 한 번 잡아 볼까요?”"네 도련님, 그럼 여기에서 감시하고 있는 동생들을 다 불러 모을까요?"“아니요. 필요 없어요.” 안세진은 시후가 걱정되어 조심스럽게 말했다. "도련님.. 오송 그룹 팀은 실력이 정말 대단한 인물들로 도련님 혼자는 반드시 그들의 적수가 될 수 없을 겁니다. 그러니 조심하실 겸 몇 사람을 더 부르는 것도 좋지 않겠습니까?”하지만 시후는 손을 저으며 차갑게 말했다. "오늘 일은 우리 네 사람만 아는 겁니다. 그러니 우리 외에 다른 사람이 알게 되면 반드시 엄벌에 처할 겁니다.” 그러자 나머지 세 사람은 모두 얼굴이 굳어졌다. 그들은 시후의 말에서 강력한 위압과 패기를 느꼈다. 보아하니, 오늘 시후는 오송 그룹 팀을 모두 이곳에 묻어버릴 생각인 것 같았다.......지금 이 시각, 인간 사냥꾼을 실은 헬기가 지리산에 도착했다. 착륙 직후 8명은 헬기에서 빠져나온 뒤 곧바로 마을 어귀로 들어가는 차를 탔다. 시후와 달리, 그들은 지프를 타고 마을로 향했다. 이들이 헬기를 타지 못한 이유는 이곳에서 오송 그룹의 영향력이 딱히 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송 그룹은 강남에서는 유명한 재벌가지만, 국내에서 가장 최정상의 기업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부족했다. 그들은 다른 지역에서는 그다지 힘을 쓰지 못했기 때문이다. LCS 그룹은 전국 어디서나 강력한 힘을 미쳤고, 그 때문에 그들은 마음만 먹으면 어디서든 오송 그룹을 짓밟을 수 있었다. 이것이야 말로 최고 재벌가의 능력을 보여주는 것이다! 임원범을 비롯한 오송 그룹 팀은 두 대의 지프차를 직접 몰아 산길을 지나고 있었다. 가는 길에
안산의 갑작스러운 분노 섞인 외침에 Samson 그룹 삼형제는 일제히 차가운 표정을 지었다. 비록 모두가 이미 같은 결론을 향해 가고 있었지만, 아버지인 안산이 직접 그렇게 말하자, 그들은 등골이 오싹해졌다.안태풍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저는 도무지 이해가 안 돼요... 저 자들이 우리와 도대체 무슨 원한이 있기에, 20년 동안이나 집요하게 우리를 노린 거죠?”안재남도 의아하다는 듯 말했다. “우리 집안이 자산을 축적하는 과정에서 특별히 큰 잘못을 저지른 일은 한 번도 없었던 것 같은데요...! 그동안 우리 집안의 자산 대부분은 당시 엔젤투자에서 비롯됐고, 게다가 누나는 실리콘밸리의 절반을 떠받치고 있던 인물이었어요. 그런데 누가 우리와 그렇게 원한 관계에 있다는 거죠?”안충주는 얼굴을 굳히고 말했다. “어쩌면, 그들은 우리에게서 뭔가를 얻어내고자 하는 걸 수도 있지.”안재남이 물었다. “형 말은... 돈을 노린 다는 거야?”“단정 짓기는 어렵지만,” 안충주가 말했다. “하지만 저들이 이토록 정교하고 집요하게 움직이는 걸 보면, 단순한 증오심이나 원한 때문은 아닌 것 같아 보이는데.”그러자 안산 역시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만약 돈이 목적이라면, 굳이 우리 전부를 죽일 필요는 없지 않겠니? 요즘은 대부분 자산을 디지털 형식으로 가지고 있기에 은행 계좌나 증권 계좌, 신탁 계좌에 숫자로만 남아 있다. 그러니 우리를 죽인다고 해도 그 자산이 그들 손에 들어가는 건 아닐 것 아니냐!”안충주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게 바로 저도 이해가 안 되는 부분입니다...”네 사람은 곧 깊은 침묵에 빠졌다.그때, 막내딸 안유진이 문을 두드리며 밖에서 말했다. “아버지, 배유현 회장이 조금 뒤에 찾아 뵙고 싶다고 전화가 왔는데요.”“배유현...?” 안산은 인상을 찌푸리며 무의식적으로 물었다. “배유현 회장이 누구냐?”안충주가 얼른 말했다. “아버지, 또 잊으신 거 아니죠? 아침에 말씀드렸잖아요. 우리가 사건을
그 순간, 안태풍, 안충주, 그리고 안산 모두의 얼굴이 일제히 굳어졌다.안태풍은 반사적으로 외쳤다. “큰 누나가 세상을 떠난 지 2년 후, 너는 권아현을 만났고... 권아현은 이번 사건이 일어나기 전까지 네 곁에서 무려 19년 동안 숨어 지냈어... 우리를 죽이려 한 자들과 누나가 그 해에 죽었던 일은 분명 관련이 있는 거야!”안산은 경악하며 말했다. “그 말이 사실이라면, 그 놈들은 예선이와 은 서방을 죽이고도 모자라, 재남이 곁에 무려 19년이나 묵혀 놓은 시한폭탄을 이번에 터뜨린 셈이군... 대체 이 놈들은 뭘 노리고 있는 거지?! 만약 우리 집안을 없애는 게 목적이라면, 왜 지금까지 이렇게 오랫동안 기다린 거냐고?”“그러게 말입니다...” 장남 안충주 역시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이렇게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는 조직이라면, 뭔가 깊은 원한을 품고 있을 때 진작에 손을 썼겠죠. 굳이 지금까지 기다릴 이유가 없을 텐데...”안산이 말했다. “나는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 이 자들이 우리에게 대체 얼마나 큰 복수심을 품고 있길래, 이렇게까지 큰 판을 벌이는 건지 말이야...”안재남은 참다 못해 말했다. “아버지, 형님들... 꼭 제 아내를 19년 전에 그 조직에서 일부러 저에게 심어놓은 인물이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잖아요? 중간에 회유되었거나, 협박을 받았을 수도 있지 않을까요.”“그럴 리 없어.” 안충주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만약 네 아내가 중간에 회유된 것이라면, 그 집안 가족들 역시 그때 함께 배신했겠지. 그런데 그 집안의 일련의 행동들은 그런 식으로는 설명이 안 되잖아. 그러니 나는 오히려 권아현과 그 일가 전체가 애초부터 철저하게 설계된 함정이라고 판단한다.”안태풍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고, 이어서 안재남을 바라보며 물었다. “재남아, 너와 권아현이 처음 만났을 때 구체적인 상황을 떠올릴 수 있겠어?”안재남은 말했다. “그 당시 내가 석사 2학년이 막 시작되었을 때였는데, 아내는 막 석사에 입학했었지. 신입
유럽과 미국에서는 가족 신탁 상품이 매우 신뢰할 수 있는 자산 보호 방식으로 여겨진다.한국에는 ‘부자는 삼대를 넘지 못한다’는 말이 있는데, 그 이유는 바로 부모 세대가 어렵게 일군 부를 자손 세대가 사치스러워 함부로 낭비하고, 눈은 높지만 능력은 부족하여 유산을 제대로 지키지 못하기 때문이다. 결국 이런 상황은 쉽게 가족의 파산으로 이어지고, 하룻밤에 다시 원점으로 되돌아가게 만든다. 이것은 자손 세대의 능력과 인품이 통제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일단 능력이나 인격 중 하나라도 문제가 생기면 가문의 몰락은 피할 수 없는데, 하물며 인재 외에도 천재지변 같은 변수도 존재한다.그러나 가족 신탁은 이러한 인재와 천재지변의 리스크를 효과적으로 차단한다. 먼저 자신의 자산을 신탁에 넣는 순간, 겉으로 보기에는 본인조차 해당 자산에 대한 직접적인 통제권을 포기하게 된다. 이후 자산은 특정 조건이 충족되었을 때에만 자녀나 지정된 상속인이 받을 수 있다. 따라서 훗날 중대한 문제가 생겨 가문이 빚더미에 앉게 되거나 파산을 하게 되더라도, 이 가족 신탁은 정부나 채권자에 의해 임의로 처분될 수 없다. 이것은 바로 유럽과 미국에 있는 유서 깊은 가문들이 여러 세대, 심지어는 수십 세대에 걸쳐 부를 유지할 수 있는 근본적인 이유라고 할 것이다.비록 권아현 집안 식구들은 현재 모두 자취를 감췄지만, 그들의 자산은 이미 모두 가족 신탁으로 옮겨졌다. 이는 더없이 안전한 보관 방식으로, 권아현의 집안 식구들이 세상에서 사라지더라도 기업 운영에는 전혀 문제가 생기지 않으며, 자산의 가치가 떨어지거나 예기치 않은 상황이 생길 걱정도 없다는 것을 의미했다. 이 돈은 신탁에 들어가 있는 이상 줄어들기는커녕 시간이 지날수록 오히려 불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연방 정부조차 이 자산에는 손을 대지 못할 것이다.이런 행동은 곧 권아현 집안 식구들, 혹은 그들 뒤에 있는 그 미스터리한 조직의 입장을 드러낸 것이기도 했다. 그들의 입장은 바로 잠적하는 것은 단지 일시적인 전략적 후
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날 밤 외가 식구들은 나를 만났고, 내가 부른 사람들이 당신을 데려갔다는 건 알고 있을 겁니다. 다만 당신이 살아남을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못했겠죠. 그러니 당신과 외가 식구들이 다시 만났을 때, 어떤 정체불명의 인물이 알약 하나를 먹인 뒤 당신을 구했다고만 알려주고, 이후 배유현 양에게 당신을 그들에게 데려다 주라고 했다고 말하세요. 그리고 정체불명의 인물이 누구인지는 모른다고 하시고요. 그러면 그들은 당신을 살린 사람과 자신들을 살린 사람을 연결 지으려 할 거고, 그 뒤는 외가 식구들이 스스로 추측하게 내버려 두면 됩니다.”“알겠습니다, 도련님!” 제이크 한은 진지하게 말했다. “기억해 두겠습니다.”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문을 열고 배유현을 불러들였다. “배유현 씨, 헬기를 좀 준비해주시고, 제이크 한 경감을 맨해튼의 AB 빌딩까지 모셔다 드리세요. 그리고 가능하다면, 먼저 내 외삼촌께 연락을 드려 방문 의사를 전해주시고요. 그 날 그들을 구한 후 현장을 수습한 사람은 배유현 씨이기 때문에, 그들은 당신에 대해서는 크게 경계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배유현은 공손히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은 선생님. 바로 Samson 그룹 측에 연락하겠습니다.”......같은 시각, 맨해튼 AB 빌딩.Samson 그룹은 함께 모여 회의를 열고는 최근 각종 정세를 종합하여 토론하고 있었다. 안산은 최근 알츠하이머 증상이 계속 악화되고 있었기에, 아침에 눈을 뜨면 아내와 자식들은 그에게 현재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오랫동안 설명해주곤 했다. 다행히도 안산은 수많은 풍파를 겪어온 인물이라, 그날 어떤 사건들이 일어났는지 직접적으로 기억하지는 못하더라도 자식들의 설명을 들으면 곧바로 현재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그 날 암살 사건이 발생한 이후, Samson 그룹 사람들은 줄곧 뉴욕을 떠나지 않았다. 그들은 이미 가족 문제를 처리하기 위해 다시 손을 대기 시작했지만, 가족들의 안전을 위해 안산은 당분간 가족
이야기를 들은 제이크 한은 매우 놀라 그 자리에서 얼어붙은 듯 한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그는 이전의 경력 때문에 블랙 드래곤에 대해서는 매우 잘 알고 있었다. 게다가 그는 블랙 드래곤이 시리아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여 영구 거점을 건설한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용병 조직에게 있어 영구 거점을 보유한다는 것은, 단번에 다른 용병 조직들에 비해 훨씬 앞서 나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용병이라는 존재는, 이화룡이 거느리는 조폭들에 비해 각국 사법기관이 훨씬 더 경계하는 대상이라고 할 수 있는데, 대부분의 용병 조직은 세계 각국에서 길거리의 쥐와 같은 존재로 비밀리에 살아남을 수밖에 없다. 그들은 오직 정부와 깊이 협력하는 조직이 아니라면 절대로 대놓고 간판을 걸고 활동하지 못한다.물론 미국에도 용병 조직이 많이 있기는 하지만, 백악관과 협력하며 그들의 총알받이 노릇을 하는 일부를 제외하면, 나머지는 대부분 은밀히 활동할 수밖에 없다. 용병 조직의 대다수는 미국 퇴역 군인 출신으로, 본국 경찰의 단속을 피하기 위해 개개인으로 위장 생활을 하다가 해외에서 임무를 수행하곤 한다. 예를 들어, 한 용병 조직은 100명 남짓한 구성원들에 불과한데 그들은 평소 각자 합법적인 직업과 신분으로 위장하여 일반 시민처럼 지내다가 임무가 떨어지면 관광객을 가장해 출국을 한다. 비록 이들이 본국에서 불법적인 일을 저지른 것은 아니지만, 무장 전투 요원이기 때문에 정부의 감시를 받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조용히 움직여야 한다는 제약이 있다. 바로 이런 이유로 인해 대부분의 용병 조직의 성장이 제한되는 것이다.하지만 용병 조직이 대놓고 합법적인 영구 거점을 보유하게 된다면,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진다.블랙 드래곤이 시리아와 협력했을 당시 미국 CIA는 그 이유를 조사했는데, 조직이 시리아에서 너무 빨리 성장하는 걸 우려해 개입까지 시도했었다. 하지만 시리아는 블랙 드래곤과의 협력을 고수했고, 그 뒤에는 시리아 내 영향력 있는 반정부 인사 하미드와도 관련이 있는 것으
시후가 말했다. “예전에 아버지 측근으로부터 들은 적이 있습니다. 당시 부모님께서 돌아가신 것이 바로 이런 암살자들의 습격 때문이었다고요. 그들은 임무를 마치자마자 입 안의 독약을 깨물고 현장에서 즉사했다고 들었는데... 이번 사건에서 만난 자들과 방식이 동일했습니다. 비록 두 사건 모두 20년 전 일이긴 하지만, 상대가 수백 년 동안 존재했던 조직이라면, 같은 무리일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제이크 한은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물었습니다. “시후 도련님, 그렇다면 조직이 이미 수백 년이나 된 역사를 가지고 있다는 건 어떻게 아셨습니까?”시후는 대답했다. “내가 한 명을 생포한 한 명에게서 죽음의 전사들이라는 암살자에 대한 정보를 들었습니다.” 그리곤 당시 ‘547’이라는 자로부터 들었던 내용을 모두 제이크 한에게 이야기해 주었다.그 이야기를 들은 제이크 한은 놀라움에 말을 잇지 못하다가, “지난 수백 년 동안 세상에 많은 나라들이 사라졌고, 수많은 전쟁과 재난을 겪었습니다. 두 번의 세계대전과 스페인 독감은 전 세계에 영향을 끼쳤고, 유럽은 수많은 전쟁을 치렀으며, 아시아 역시 아편 전쟁, 러일 전쟁 등을 겪었고, 미국은 남북전쟁까지 겪었죠. 지난 2~300년 동안 이 세계는 혼돈 그 자체였는데, 그런 와중에도 비밀 조직이 존재해 왔다니, 대체 어떻게 그들이 유지될 수 있었을까요...”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저도 그게 가장 궁금한 부분입니다. 그 조직은 단지 살아남은 게 아니라 수세기 동안 세력을 키워온 것 같더군요. 말씀하신 그 모든 국제 정세의 급격한 변화와는 무관하게요. 난 그게 오히려 더 놀라울 따름입니다.” 그러곤 시후는 제이크 한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물론 당신의 상황은 조금 특별하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네요. 그 조직에서 당신을 본 사람은 내가 일부러 생포했던 그 한 명 외에는 모두 죽었고, 당신이 그날 현장에 나타난 것도 계획된 게 아니라 우연이었으니, 그 조직은 당신을 주목하지는 않을 겁니다. 그리고 당신은 오랜
제이크 한도 자신이 이렇게 물이 빠진 수조에 그냥 앉아 있는 모습이 아무래도 뭔가 창피한 일이라는 걸 느꼈다. 그래서 그는 난처한 듯 물었다. "그... 갈아입을 옷이 좀 있을까요...?"시후는 옆에 있는 배유현을 바라보며 말했다. "배유현 씨, 제이크 한 경감의 옷 좀 챙겨 주시겠어요?"배유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재빨리 말했다. "이곳에는 연구원들의 작업복이 많이 있습니다. 하나 가져다 드릴게요!"시후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요. 고맙습니다."배유현은 곧장 돌아가 작업복 한 벌을 들고 돌아왔고, 제이크 한은 옷을 걸친 후 시후와 함께 옆쪽에 마련된 휴게실로 이동했다.시후가 제이크 한에게 물 한 병을 건네자, 그는 받자마자 단숨에 물을 다 마시고는 입가를 닦으며 결심한 듯 말했다. "시... 시후 도련님, 정말 감사합니다... 저는 이런 말을 잘 못하는 성격이기는 한지만, 제 목숨을 살려주신 이상 앞으로 시후 도련님께서 저를 필요로 하신다면, 무슨 일이든 목숨 걸고 따르겠습니다!"그러자 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예를 갖춰 답했다. "마침 잘 됐네요. 내가 부탁할 일이 몇 가지 있어서..."제이크 한은 공손히 손을 모으며 말했다. "말씀만 하십시오!"시후는 손가락 두 개를 펴며 담담히 말했다. "그럼 내가 요청하고 싶은 건 두 가지입니다. 첫째, 당신이 여기서 나간 이후엔, 나를 봤다는 이야기를 그 누구에게도 해서는 안 됩니다. 다른 사람들... 특히 Samson 그룹 사람들이 묻는다면, 당신은 이 상황에 대해서 잘 모르고, 그냥 페이셔스 그룹의 냉동센터에서 깨어난 뒤 나왔다고만 하세요."제이크 한은 놀라며 물었다. "시후 도련님, Samson 그룹 식구들을 구해 주셨는데 왜 아직 서로 만나려고 하지 않으시는 겁니까?"그러자 시후는 담담히 말했다. "그건 내가 곧 말하려는 두 번째 이유와 관련 있어서... 조금만 기다리세요."제이크 한은 고개를 끄덕였고, 곧 이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그런데 만약 Sams
시후는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오호, 당신도 회춘단 얘기를 들은 적 있군? 내 큰 외삼촌에게 들은 거지?”“큰 외삼촌...” 제이크 한은 순간 어리둥절했지만, 곧 시후가 자신이 막 깨어났을 때 그가 안충주의 조카라고 소개했던 걸 떠올리며, 갑자기 깨달은 듯 말했다. “그래, 충주가 분명 내게 얘기했었지...”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외삼촌이 회춘단 얘기까지 꺼냈다면, 경매장에서 쫓겨난 얘기도 같이 했을 텐데?”제이크 한은 눈이 휘둥그레지며 깜짝 놀라 말했다. “네... 네가 그걸 어떻게 알지?!”시후는 웃으며 말했다. “내가 어떻게 모를 수 있겠어. 회춘단도, 지금 얘기한 중소단도 다 내가 소유자니까. 그 경매도 내가 주최한 것이고, 당시 그 자리에서 내가 직접 외삼촌을 쫓아내기도 했거든.”제이크 한은 경악하며 물었다. “그 사람이 네 외삼촌인 걸 알면서도 쫓아낸 거라고?!”시후는 담담하게 말했다. “쫓아낼 땐, 외삼촌의 정체를 내가 몰랐어. 그땐 외삼촌이 가명을 쓰셨으니까.” 그러고는 다시 말했다. “하지만, 설령 내가 외삼촌의 정체를 알고 있었다 해도, 역시 쫓아냈을 거야. 왜냐하면 외삼촌은 내가 정한 규칙을 어기려 했기 때문이야. 경매 시작 전에 분명히 말했지. 회춘단은 누구든 낙찰 받으면 현장에서 즉시 복용해야 하며, 절대 외부 반출이 안 된다고. 그런데 외삼촌은 돈으로 그 규칙을 깨려고 했어.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그를 내쫓은 거지.”제이크 한은 조용히 탄식하며 말했다. “그렇다면... 난 정말 안 죽은 거란 말인가...?” 그는 잠시 멍하니 있다가 다시 물었다. “그런데 궁금한 게 있다. 네가 정말 안예선의 아들이라면, 자신의 출신을 알고 있으면서, 왜 이토록 오랜 세월 동안 외가 쪽 가족들과 만나지 않은 거야?”시후는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왜? 당신은 지금도 내 정체를 의심하는 건가?”제이크 한은 천천히 몸을 일으켜 앉으며, 진지하게 말했다. “의심이라기보다... 난 그냥 이 모든 게 너무 이상해 보이
시후의 말은 제이크 한을 한순간 혼란에 빠뜨렸다. 그는 자신이 조금 전까지 가지고 있던 두 가지 가설이, 지금 이 순간 서로 모순된다는 걸 깨달았다. 우선, 만약 지금 이 모든 것이 현실이라면, 총에 맞아 벌집이 됐던 자신의 몸이 어떻게 살아 있을 수 있는지 도무지 설명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만약 지금 이 모든 게 단지 의식 속에 있던 환상이라면, 또 하나의 의문이 남게 된다. 그 끔찍한 상황 속에서, 자신의 뇌가 어떻게 뇌사 판정을 받지 않고 살아남았는가...?인간의 몸은 일정 시간 동안 혈액 공급을 받지 않았을 때, 대뇌는 최대 5분 밖에 버티지 못하는데, 그 당시 상황으로 판단하기에 자신이 의식을 보존할 수 있을 리 없었다. 그런데 지금 이것은 대체 무슨 상황이란 말인가?시후는 제이크 한이 계속 고민에 빠진 모습을 보며 담담하게 말했다. “내가 말해주지, 당신이 어떻게 살아남았는지.” 그는 이렇게 말한 뒤 잠시 멈추고 다시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날 당신이 총을 맞았을 때, 나는 내 방식으로 당신이 뇌사상태에 빠지지 않도록 막아 두었어. 그래서 이곳까지 무사히 옮겨 냉동할 수 있었지.”제이크 한은 참지 못하고 물었다. “당신 방식? 무슨 방식을 쓴 거야?”시후는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그건 당신이 굳이 알 필요는 없고.”제이크 한은 다시 물었다. “그럼 내가 입은 부상들은? 설령 네가 내 뇌를 살렸다고 쳐도, 내 몸은 어떻게 된 거야?”시후는 진지한 표정으로 답했다. “그건 중소단 덕분이지. 이 약의 약효는 매우 간단해. 당신의 신체가 어떠한 손상을 입었든 간에, 완전히 재구성, 즉 회복하게 해준다는 거야.” 그리고 덧붙였다. “당신이 직접 확인해 봐. 몸에 상처 자국이 하나라도 남아 있는지.”제이크 한은 반사적으로 자신의 저온 보호복을 찢고, 고개를 숙여 가슴을 들여다봤다. 그런 그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자신의 가슴에는 상처는커녕 흉터 하나조차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소리쳤다. “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