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즈키는 시후가 통화하는 내용을 듣고 긴장한 채 "설마.. 설마 당신이 당신이 새기는 게 아닌가?!”라고 물었다."무슨 소리예요? 내가 새기라고? 감히?” 말을 마치자 시후는 계속 웃었다. "내가 이번에 부른 것은 내 친구입니다. 그는 비록 많이 못 배웠지만, 그래도 ‘쓰레기’ 정도는 쓸 줄 아니까요. 가능한 한 이마에 크게 새겨 달라고 부탁하려고요.”가즈키는 당황한 나머지 소리를 치려는데 조직위 직원들이 달려와 이토 나나코와 설아에게 말했다. "두 선수, 이미 경기가 시작됐으니 각자 상대방이 링에서 대기하고 있습니다. 서둘러 링으로 나가주십시오. 10분 안에 경기장에 도착하지 않으면 자동 기권으로 간주하겠습니다.”설아는 충격에서 정신을 차리고 시후를 바라보며 물었다. "코치님, 제가 혼자 갈까요?”시후는 웃으며 "오늘 경기를 보러 왔으니, 당연히 같이 가야지?”라고 말했다.설아는 땅바닥에 누워 있는 가즈키를 보고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은 선생님, 그럼 이쪽 일은 어떻게 합니까?""그 사람은 신경 쓰지 말고 여기 누워 있게 해. 아마 내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없을 거야.” 시후는 손을 뻗어 설아의 등을 토닥이며 "이따가 경기 잘 해야지! 파이팅이야!”라고 말했다.설아는 황급히 고개를 끄덕였다. "은 선생님, 걱정 마세요, 제가 꼭 노력할게요!"그리고 시후는 바닥에 누워있는 가즈키와 그의 옆에 있는 이토 나나코를 등지고 설아와 함께 라운지를 나와 링으로 향했다.이토 나나코는 가즈키에게 "스승님. 지금 구급차에 연락해서 병원으로 모셔다 드릴게요!”라고 말했다.가즈키는 "경기가 시작되니 빨리 경기에 나가라. 나 때문에 네 경기를 지체하지 마!"라고 소리쳤다.옆에 있던 고바야시 지로도 "나나코 씨, 대회에 참가하지 않으면 기권으로 간주될 수도 있어요. 그러면 우승 기회를 놓치게 된다고요!”라고 그녀를 설득했다.이토 나나코는 "하지만 사부님을 혼자 두고 갈 수는 없어요. 지금 온몸을 움직일 수도 없잖아요!"라고 다급하게 말
그러자 가즈키는 기대와 애원 어린 눈빛으로 고바야시 지로를 바라보며 말했다. "지로 씨.. 이번엔 부탁인데, 나를 좀 도와주시오.."고바야시 지로는 난처하기 짝이 없는 표정이었다. 만약 나나코가 자신에게 다른 일을 부탁한다면 당연히 자신이 최선을 다해 자신에 대한 호감을 얻을 것이다. 그런데 그녀는 지금 은시후의 코앞에서 야마모토 가즈키를 몰래 일본으로 돌려보내라고 부탁하고 있었다..! 이.. 이건 내 목숨을 걸고 행동하라는 것이 아닌가..!? 그들은 은시후가 얼마나 무서운지 그의 행동 스타일이 얼마나 악랄한지 모르는 것이다. 하지만 그는 분명히 알고 있다! 처음에 자신의 형은 한국에서 시후의 손에 넘어졌다! 그때 고바야시 그룹의 개인 비행기가 한국 공항에 있었고, 비행기에 타면 형은 한국을 탈출해 도쿄로 돌아갈 수 있었다. 하지만 결과는..? 비행기는 도쿄로 돌아왔지만 형은 다시 돌아오지 못했다. 뿐만 아니라 고바야시 제약은 시후에게 거의 수백 억을 잃었다. 고바야시 제약은 일본에서도 몇 십 년을 종횡무진했는데, 언제 이런 조폭을 만났던가..! 그러니 지금은 자신을 때려죽여도 시후에게 미움을 살 수 없었다..!이토 나나코는 고바야시 지로가 난처한 얼굴로 계속 말을 하지 않자 "고바야시 지로 씨, 무슨 말 못할 사정이 있습니까?"라고 물었다.고바야시 지로는 한숨을 내쉬며 솔직하게 말했다. "나나코 씨, 솔직히 말해서, 방금 그 은 선생님의 본명은 은시후입니다. 저는..”이토 나나코는 "지로 씨, 자꾸 우물쭈물 하지 말고 구체적으로 어떻게 된 일인지 말해봐요!"라고 따졌다.고바야시 지로는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숙이고 중얼거렸다. “저는.. 그를 건드릴 수 없어요..”"에?!" 이토 나나코와 야마모토 가즈키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두 사람은 이렇게 체면을 중시하는 고바야시 지로가 두 사람 앞에서 자신이 방금 그 은시후를 건드릴 수 없다고 솔직하게 인정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아무래도 지로의 표정을 보니 은시후에 대해 매우 꺼림칙하고 두려워 하
류광호와 류진 부자의 영상을 본 이토 나나코와 야마모토의 얼굴은 잿빛이 되었다.이토 나나코는 이제서야 고바야시 지로가 시후를 건드릴 수 없다고 한 것이 무슨 뜻인지 알게 되었다. 이런 잔인한 사람을 보통 사람들이 건드리기란 너무나도 어려운 일이 될 것이다. 게다가 더 중요한 문제는 바로 그녀가 외국에 있다는 것이다. 그러자 이토 나나코는 두 줄기의 눈물을 왈칵 쏟으며 사부님에게 말했다. "사부님.. 제가 그럼 아버지께 전화해서 방법을 찾아보라고 할까요?"고바야시 지로는 "나나코 씨, 당신이 아버님께 전화를 해도, 도쿄에서 서울까지 오는 데 적어도 몇 시간은 걸릴 겁니다. 하지만, 은시후의 부하들은 기껏해야 30분 만에 도착하겠죠.. 그럼 아버님께서도 이 일을 막을 방법이 전혀 없습니다.."이토 그룹은 일본에서 알아주는 인맥을 자랑했지만, 어찌 서울에서까지 그 영향력을 미칠 수 있겠는가..? 이토 나나코는 물론, 그녀의 아버지 이토 유키히코가 온다고 해도 이화룡과 그의 부하들에게 난도질 당해 죽을 가능성이 더 클 것이다. 과연 그가 일본에 수만 명의 부하들이 있다고 해도 감히 서울로 보낼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비행기 한 대에 이삼백 명을 가득 채우고 와도 이화룡과 그의 부하들은 비행기가 착륙하자 마자 그들을 토막 내버릴 것이다..!그 때 스태프들이 다시 와서 "이토 나나코 씨, 마지막 3분 남았습니다. 참가를 하지 않으시면 심판이 곧 기권 선언을 할 겁니다?!"라고 어서 빨리 참가 여부를 결정하라고 다그쳤다.야마모토 가즈키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만 됐어.. 이게 내 팔자일 수도 있다. 나나코, 더 이상 날 신경 쓸 필요 없어, 어서 경기에 나가도록 해라.”이토 나나코는 "사부님, 지금 이러시면 제가 어떻게 대회에 나갈 수 있겠습니까?!"라며 울먹였다.야마모토 가즈키는 "네가 나를 여기서 지킨다고 해도 소용없다! 넌 나를 다시 일어서게 할 수도 없고, 그 은시후라는 놈을 막을 수도 없고, 내 이마에 글씨를 새기지 못하게 막
그래서 설아는 다리 힘이 굉장히 강력해졌고, 날렵하기까지 해졌다..!조안나는 설아의 다리기 강할 것이라는 걸 전혀 안중에 두지 않고 있었다. 조안나는 설아의 실력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설아가 자신에게 큰 위협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무의식적으로 두 손을 뻗어 설아의 킥을 막았다. 그러면서 조안나는 머릿속으로 전술을 짜두었다. 먼저 양손으로 설아의 다리를 막은 후 바로 오른발을 내딛고 설아의 오른발 무릎을 밟은 뒤 공격한다! 일격에 성공하면 왼발로 진설아를 쓰러뜨릴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조안나는 설아의 다리가 조안나가 전에 경험해 본 적 없는 무서운 가지고 있다는 것이었다..!조안나의 두 손바닥과 두 팔은 순간적으로 거대한 힘에 타격을 받는 것을 느꼈고, 곧이어 ‘쿵’ 하는 소리와 함께, 그녀는 바로 링 밖으로 날아가 버렸다..!현장에 있던 관중들은 잇달아 아연실색했다! 이름도 모르던 한국의 진설아가 준우승 후보를 한방에 링 밖으로 날려버릴 줄이야..?!그리고 링 밖으로 나가 떨어진 조안나는 부상이 심해, 링 밖 바닥에 드러누워서는 몇 번이나 일어나려고 시도했지만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코치는 급히 조안나와 몇 마디 주고받은 뒤 곧바로 심판에게 "패배를 인정합니다. 기권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기권?!" 현장은 더욱 충격에 빠졌다... “이렇게 기권 한다고..?!” 많은 사람들은 이렇게 빠르게 끝나버린 킥복싱 경기를 본 적이 없었다. 단 한 수만에 경기가 끝나다니..진원호 역시도 약간 당황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자기 딸의 실력을 아버지가 더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사실 오늘 딸이 시후의 조언이 있더라도 조안나를 이기기는 매우 어려울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렇게 쉽게 이길 줄이야..?곁에서 미소를 지으며 설아의 경기를 지켜보고 있는 시후의 표정엔 놀라움도 충격도 전혀 없었다. 지금의 설아는 더 이상 예전의 진설아가 아니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으니까.. 그녀의 현재 실력은 이미 조안나를 완전히 압도할 수
머릿속으로 계속 딴생각에 빠져 있던 이토 나나코는 상대에게 밀려 연신 뒷걸음질을 쳤다. 지금 이 순간 그녀는 이 경기에 대해서 이전처럼 강력한 욕구가 없었다. 왜냐하면 그녀는 자신이 오랫동안 열심히 훈련한 무술이 진정한 고수 앞에서는 손끝 하나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것을 이미 깨달았기 때문이다. 이것은 그녀의 자신감에 치명적인 타격을 주었다.사실 그 누구라도 이런 일을 당하게 된다면 정신력에 큰 타격을 입게 될 것이다. 무너진 것은 자신뿐만 아니라 오랜 신념일 테니까..오랫동안 이토 나나코는 무술의 정점에 서는 것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20년 정도 후에는 세계 최고의 무술 고수, 심지어 자신의 스승 야마모토 가즈키처럼 무술계에서는 내로라하는 고수가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하지만 방금 전 은시후는 그녀에게 자신이 인정하는 스승 조차도 진정한 고수 앞에서는 개미와 같은 존재라는 걸 깨달았다.. 이렇게 오랫동안 우물 안 개구리로 살았다니.. 이제서야 그녀는 진정한 무술의 세계가 자신의 생각보다 훨씬 더 크다는 것을 깨달았다. 예전에는 모든 세상이 자신의 인지 범위 내에 있다고 생각했다. 가장 먼 거리는 지구의 한쪽 끝에서 다른 쪽 끝까지 일 것이라고.. 그런데 오늘 그녀는 이 지구 밖에 태양계, 은하계, 심지어 광대한 우주가 펼쳐져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녀는 은시후와 같은 진정한 고수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얼마가 걸릴지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었다. 은시후는 단 한 번의 공격으로 자신의 은사를 폐인으로 만들었지만, 그 한 번의 공격으로 나나코가 받은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 계속 이 사건에 대해 복기하던 나나코는 더욱 더 집중력이 떨어지는 것 같았다.상대 선수는 나나코의 반격이 허술한 틈을 타 연달아 공격 포인트를 올렸다!첫 판에 이토 나나코가 패하자 관중은 발칵 뒤집혔다. 이번 대회 우승 후보 1위로 선정된 이토 나나코가 첫 세트에서 이름 모를 선수에게 패할 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다..!심판이 1
그는 자신이 아가씨를 어떻게 설득해야 할지 몰랐다. 나나코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 은시후라는 젊은이의 실력은 정말 대단했다. 야마모토 가즈키는 일본의 국보급 무술 고수이다. 하지만 그의 손바닥에 가즈키는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었다. 만약 자신이 나나코였다고 하더라도 이 순간에 이미 모든 투지와 열의를 잃었을 것이다. 눈앞의 경기는 커녕 올림픽에도 전혀 관심이 없겠지.. 심지어 자신이 배운 모든 것들이 한 순간에 우스갯거리가 된 느낌일 것이다. 그는 이토 나나코를 여러 해 동안 섬겨 왔기에 지금 너무나도 가슴이 아팠다."아가씨, 정말 이 시합에 대해 모든 열정을 잃으셨다면 일본으로 돌아가시지요."그러자 갑자기 이토 나나코는 "다나카 씨, 그런데 선생님은 어떠세요? 어디에 계신 거예요?”라고 물었다.다나카는 "방금 흉악한 남자 몇 명이 왔어요. 한 남자가 야마모토 씨의 이마에 한국어로 라는 글자를 새겼는데, 야마모토 씨는 혀를 깨물고 자결하려고 하다가 실패했고, 고바야시 지로씨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졌습니다..”라고 답했다."네에?!" 이토 나나코는 아연실색하며 순간적으로 눈물을 쏟아냈다. "전 더 이상 시합에 참여할 수 없어요!!! 저는 사부님을 뵈러 병원에 가야 해요! 지금 당장 날 병원으로 데려가 줘요!"다나카는 “그럼 지금 심판진에게 경기를 포기하겠다고 말하겠습니다.”라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요! 빨리 가서 말해요!" 이토 나나코는 벌써 얼굴에 조바심이 가득했다..! 그녀에게는 야마모토 가즈키가 은사인데, 만약 그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평생 자신을 용서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결국 그는 자신의 경기를 위해 자신과 함께 한국에 온 것이고, 자신이 아니었다면 그는 은시후를 만나지도 않았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런 시련도 겪지 않았을 테지..그녀가 시합을 포기하고 병원으로 달려가 자신의 스승을 만나러 가길 기다리고 때, 갑자기 차가운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대회에 나갔으면 진지하게 시합에 임해야지
시후의 질문에 이토 나나코는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처음에는 시후를 보고 말을 못하고 얼굴을 붉히며 부끄러워했다. 감정적으로 보나 이성적으로 판단해 보나 은시후의 말은 맞았다. 이 모든 일은 결국 자신의 스승님이 시작한 일이었고, 은시후는 아무 잘못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토 나나코는 부끄러움에 시후에게 깍듯이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맞습니다.. 제가 너무 충동적이었네요. 그러니 너그럽게 양해해 주십시오. 아울러 저를 너무 꾸짖지 말아 주시기 바랍니다."시후는 그제서야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어느 정도 이토 나나코를 이해할 수 있었다. 누구든 모든 사람은 결국 자신의 이익과 관련되지 않으면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행동할 수 있을 것이지만, 자신과 이해관계가 있다고 생각할 때는 객관적으로 행동하기는 매우 어렵다. 마치 남의 아이가 잘못을 저질렀을 때 적절한 처벌을 받고 교훈을 얻기를 바라지만, 만약 자신의 아이가 잘못을 저질렀을 때는 다른 사람들이 아이를 용서하고 다시 한 번 기회를 주기를 바라는 것과 같은 것이다.야마모토 가즈키는 이토 나나코의 은사이다. 일본은 한국처럼 스승을 존중하고 예의를 중시하기 때문에, 이토 나나코가 야마모토 가즈키를 존중하고 공경하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시후는 그녀를 이해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나나코 때문에 어떠한 견해나 결정도 바꾸지는 않을 것이었다. 그러자 시후는 "이토 나나코 씨 역시 이번 대회의 참가자니까 이런 경쟁을 존중해야 하지 않겠어요? 그러니 소극적으로 행동하거나 중도 하차하지 말기를 바라요. 그렇지 않으면 무술에 대해 무례한 행동일 겁니다."라고 담담한 어조로 말했다.이토 나나코는 낙담한 듯 말했다. "저.. 그 날 선생님께서 보여주신 힘은 제가 진정한 무술이 무엇인지 깨닫게 만들었습니다.. 선생님의 무술과 비교하면 저의 실력은 그저 갓 걸음마를 뗀 수준에 불과한 것 같은데요.. 그래서 전 선생님 앞에서 시합에 참가하기 너무나도 부끄럽습니다..”시후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시후가 직업이 없는 백수라니? 더 많은 정보를 묻고자 입을 열려고 하는 순간, 심판이 링 위로 올라가 "2세트, 30초!"라고 소리쳤다.시후는 이토 나나코에게 "경기에만 집중해요! 그럼 먼저 갑니다!”라고 말했다."가시려는 겁니까..?" 이토 나나코는 갑자기 상실감이 밀려왔다.그러자 시후는 "아 참, 야마모토 가즈키와의 내기는 이미 끝났습니다. 그럼 퇴원했을 때 자유롭게 서울을 떠날 수 있을 거예요."라고 말했다. 시후는 현장에 계속 남아있지 않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났다.이토 나나코는 시후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고, 다나카 코이치가 급히 소리치는 것을 들었다. "아가씨! 계속 경기를 하실 겁니까?!”"당연하죠!" 이토 나나코는 갑자기 모든 열정과 투지를 되찾았고, 단호한 눈빛과 확고한 어조로 말했다. "나는 반드시 결승전에 진출해서 진설아 선수와 시합을 할 거예요! 은시후 선생이 나를 무시하는 일이 없도록!”......시후가 체육관 밖으로 나왔을 때, 진원호와 설아가 이미 시후를 기다리고 있었다. 시후가 나오자 진원호는 황급히 앞으로 나와서 공손하게 말했다. "은 선생님, 설아가 선생님의 가르침 때문에 이렇게 엄청난 발전을 이루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저는 정말 감격스럽습니다!!"시후는 담담하게 "하하.. 저에게 이렇게 예의 차리실 필요는 없어요. 설아는 대표님의 딸일 뿐만 아니라 제 친구이기도 합니다. 그러니 친구 사이에 이런 도움은 마땅히 줄 수 있는 것이죠.”라고 말했다.진원호는 자신도 모르게 설아와 시후를 번갈아 보며 감동한 표정을 지었다. "설아야! 이 말 들었지? 선생님께서 널 얼마나 아끼는지! 앞으로 너는 꼭 은 선생의 말을 잘 듣고 열심히 노력해야 한다! 알겠니?!”설아는 망설임 없이 "네, 아버지~ 안심하세요! 저는 평생 선생님을 따라다니며 진심을 다해 공경할 생각이에요~”라고 말했다.시후는 웃으며 설아에게 답했다. "하하하.. 나에게 그렇게 예의 차릴 필요 없어요
시후의 외할머니가 시후를 직접 만나고 싶다고 말하자, 배유현은 급히 말했다. “죄송합니다, 사모님... 여러분들을 살려주신 은인께서는 행방이 일정하지 않으셔요. 이번에도 저에게 약을 전달해주신 후, 아직 해야 할 중요한 일이 많다며 바로 떠나셨기 때문입니다.” 사실 엄밀히 따지자면, 배유현이 거짓말을 한 것은 아니었다. 시후는 정말 자주 이동했기 때문에 행방이 일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에는 캐나다, 미국, 홍콩, 멕시코를 오가는 터라 시후의 구체적인 계획은 배유현도 알지 못했다. 게다가, 시후는 이미 페이셔스 그룹의 냉동 센터를 떠난 상태였다. 그는 지금 버킹엄 호텔로 돌아가, 이토 그룹과 하영수가 도착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시후의 외할머니는 배유현의 말을 듣고 매우 아쉬운 듯 말했다. “그분께서는 우리 집안 구성원들을 모두 구해주셨고, 이번엔 제이크 한 경감까지 살려주셨어요. 이처럼 큰 은혜는 우리 자손 대대로 다 갚지 못할 만큼 대단한 것인데, 그분은 단 한 번도 우리에게 보답할 기회를 주지 않으셔서...”배유현은 위로하듯 말했다. “사모님, 그건 저도 마찬가지랍니다. 저는 오래전부터 은인께 큰 은혜를 입었지만, 아직까지 제대로 보답할 기회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저 그분을 위해 작은 힘이라도 보태며 곁에서 도울 수 밖에요.”이때 안충주가 말을 이었다. “배유현 회장, 예전에 한국의 경매장에서 당신의 할아버지인 전 회장님께서 갑작스레 몸져 누우셨고, 그 틈을 타서 당신의 큰아버지가 권력을 빼앗았죠. 그런데 전 회장님께서는 다시 건강을 회복하셨고, 당신과 함께 뉴욕으로 돌아오셔서 결국 페이셔스 그룹을 다시 맡으셨는데... 내가 짐작하는 게 맞다면, 그 당시 우리의 목숨을 살려준 은인이 당신 역시 도와주신 겁니까?”“네 맞습니다.” 배유현은 숨김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분이 아니었다면, 제 할아버지는 한국에서 목숨을 부지하셨다 해도, 저와 함께 큰아버지의 추격에서 벗어날 수 없었을 겁니다.”안충주는 눈빛이 번뜩이며 말
안산과 안충주는 재빨리 두 사람을 AB 빌딩 안으로 데리고 갔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꼭대기층으로 올라갔다.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마자, 안산은 제이크 한을 이끌고 회의실로 향했다.현재 Samson 그룹의 구성원들은 안산의 뜻에 따라, 모두가 배유현에게 직접 감사 인사를 전하기 위해서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모두 응접실에 모여 있었다. 안산이 응접실의 문을 열자, 그 안에 앉아 있던 Samson 그룹 구성원들은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하지만 그들은 문 너머로 들어오는 사람이 배유현이 아니라, Samson 그룹과 깊은 인연을 맺고 있던 제이크 한이라는 사실에 깜짝 놀라고 말았다!제이크 한을 본 순간, Samson 그룹 식구들은 엄청난 충격에 빠졌고, 어느 누구도 이 상황을 쉽게 믿을 수 없었다. 그들은 모두 제이크 한이 이미 세상을 떠났으며, 그것도 Samson 그룹과 관련된 일에 휘말려 그렇게 된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기에 제이크 한이 갑자기 눈앞에 나타났을 때, 현장에 있던 모든 Samson 그룹 사람들은 마치 사고 기능이 정지된 것처럼 얼어붙고 말았다.시후의 외할머니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앞으로 다가가 안산에게 물었다. “여보... 이... 이 사람이 정말 제이크 한 그 친구가 맞아요? 아니면 내가 꿈을 꾸고 있는 건가요? 혹시 내 정신이 이상해진 건가요?”“맞아. 제이크 한 그 친구가 맞다고!” 안산은 흥분하여 말했다. “정말로 제이크 한이 맞아! 이 친구가 살아 있었어! 배유현 회장이 데려온 거요!”그제야 가족들은 뒤따라 들어온 배유현을 발견했다.시후의 외할머니는 놀람과 기쁨이 교차된 표정으로 배유현을 바라보며 물었다. “배유현 회장... 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설명을 해줄 수 있을까요? 그날 사건이 벌어졌을 때, 우리를 살려준 분께서는 제이크 한은 이미 살릴 수 없는 상태라고 하지 않으셨나요?”배유현은 사실대로 말했다. “그때 그 분은 제이크 한 경감의 뇌가 아직 완전히 죽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하셨어요. 하지만 신체의
배유현은 안산이 자신을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에 깜짝 놀라며, 곧바로 공손하게 말했다. "회장님, 요즘 건강은 괜찮으시지요?"안산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배유현 회장 덕분에 요즘 꽤 잘 지내고 있습니다."배유현은 재빨리 말했다. "안 회장님, 그렇게 말씀하시지 않아도 됩니다. 저는 나이도 많이 어리고, 그런 말씀을 들을 자격이 없습니다!"그러자 안산의 곁에 있던 안충주도 이때 정중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했다. "배유현 회장님, 안녕하십니까."배유현 역시 공손히 인사했다. "안충주 선생님, 안녕하세요."안충주는 걱정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 "배유현 회장님, 실례가 안 된다면... 제 친구 제이크 한은 지금 어디에 묻혀 있는지 알 수 있을까요? 가능하시다면 주소를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조만간 찾아가 조의를 표하고 싶어서요.”배유현이 대답을 하기도 전에, 그녀의 옆에서 마스크와 선글라스를 쓰고 있던 한 남자가 갑자기 소리쳤다. "충주! 나 제이크 한은 아직 안 죽었어!"그 말이 떨어지자, 안충주와 그 곁에 있던 안산은 모두 깜짝 놀라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들은 그 목소리가 분명 제이크 한의 목소리라는 것을 알아차리기는 했지만, 눈앞에 서 있는 이가 제이크 한이 맞을 것이라고는 도저히 믿기 어려운 듯했다.왜냐하면 그날 체육관에서 Samson 그룹 최정예 경호원들이 암살자들에게 잔혹하게 살해당했을 때, 그들은 직접 시체를 보지는 못했지만 가장 먼저 총알에 맞은 제이크 한은 살아남을 수 없을 것임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들을 구해준 시후도 분명히 제이크 한이 이미 죽었으며, 신 조차도 그를 살릴 수 없을 거라고 말했었다. 그렇기에 그들이 어떻게 제이크 한이 죽은 뒤 살아 돌아왔다는 걸 믿을 수 있겠는가?제이크 한은 Samson 그룹의 두 사람이 눈을 크게 뜨고 아무 말없이 자신을 바라보고만 있자, 참지 못하고 마스크와 선글라스를 확 벗으며 외쳤다. "나야! 나! 아직 안 죽었다고!""이런 젠장!" 안충주는 너
안충주는 서둘러 휴대폰으로 인터넷에서 배유현의 사진 몇 장을 검색해 안산에게 보여주었다.안산은 몇 번 사진을 훑어본 후 휴대폰을 돌려주었지만, 순간적으로 멍하니 한 사람의 모습이 뇌리를 스쳐 지나가는 듯하더니 갑자기 물었다. “충주야... 제이크 한, 그 친구를 배유현 회장이 데려간 거 아니었나?”안충주는 놀라며 되물었다. “아버지, 제이크 한을 기억하신 거예요?”안산은 멍하니 말했다. “조금 전 머릿속에 뭔가 스치듯 지나갔어. 그날 우리를 구해준 은인이 ‘제이크 한은 이미 죽었다’고 말했던 것 같은데...” 그러면서 재빨리 물었다. “충주야, 그날 그 은인이 그러지 않았니? 제이크 한의 시신은 자신이 사람을 보내 정중히 장례 치르겠다고?”안충주는 아버지가 그날의 일부를 기억해낸 것에 놀라면서도, 슬픈 목소리로 말했다. “네... 그 은인은 정말 그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아마 그 일을 배유현 회장에게 맡긴 것 같아요.”그러자 안산은 눈가가 붉어지며 자책했다. “나는 제이크 한 그 친구에게 정말 면목이 없다... 그 친구의 부친에게도, 그 친구의 아내와 딸에게도... 나는 그들에게 모두 죄인이나 마찬가지야...”안충주는 서둘러 위로했다. “아버지, 이건 아버지 혼자만의 잘못이 아니에요. 우리 집안 전체가 큰 빚을 진 거니까요.”안산은 다시 물었다. “그럼 제이크 한의 아내와 딸은 어떻게 됐냐?”안충주는 난처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 쪽은 제가 손을 쓸 수가 없었어요... 그날 은인이 분명히 당부했었으니까요. 제이크 한의 죽음을 누구에게도 알려선 안 된다고... 심지어 그의 아내에게도요. 그래서 제이크 한의 아내가 저에게 계속 전화를 걸어 남편의 행방을 묻고 있는데, 저도 어쩔 수 없이 그 부분은 모른다고 둘러댈 수밖에 없었어요... 그래서 아마도 이미 경찰에 실종 신고까지 한 걸로 알고 있는데, 뉴욕 경찰은 아직 아무런 단서도 찾지 못한 것 같습니다...”“하아...” 안산은 깊게 한숨을 쉬며 당부했다. “방법을 좀 찾아서, 그의
안산의 갑작스러운 분노 섞인 외침에 Samson 그룹 삼형제는 일제히 차가운 표정을 지었다. 비록 모두가 이미 같은 결론을 향해 가고 있었지만, 아버지인 안산이 직접 그렇게 말하자, 그들은 등골이 오싹해졌다.안태풍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저는 도무지 이해가 안 돼요... 저 자들이 우리와 도대체 무슨 원한이 있기에, 20년 동안이나 집요하게 우리를 노린 거죠?”안재남도 의아하다는 듯 말했다. “우리 집안이 자산을 축적하는 과정에서 특별히 큰 잘못을 저지른 일은 한 번도 없었던 것 같은데요...! 그동안 우리 집안의 자산 대부분은 당시 엔젤투자에서 비롯됐고, 게다가 누나는 실리콘밸리의 절반을 떠받치고 있던 인물이었어요. 그런데 누가 우리와 그렇게 원한 관계에 있다는 거죠?”안충주는 얼굴을 굳히고 말했다. “어쩌면, 그들은 우리에게서 뭔가를 얻어내고자 하는 걸 수도 있지.”안재남이 물었다. “형 말은... 돈을 노린 다는 거야?”“단정 짓기는 어렵지만,” 안충주가 말했다. “하지만 저들이 이토록 정교하고 집요하게 움직이는 걸 보면, 단순한 증오심이나 원한 때문은 아닌 것 같아 보이는데.”그러자 안산 역시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만약 돈이 목적이라면, 굳이 우리 전부를 죽일 필요는 없지 않겠니? 요즘은 대부분 자산을 디지털 형식으로 가지고 있기에 은행 계좌나 증권 계좌, 신탁 계좌에 숫자로만 남아 있다. 그러니 우리를 죽인다고 해도 그 자산이 그들 손에 들어가는 건 아닐 것 아니냐!”안충주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게 바로 저도 이해가 안 되는 부분입니다...”네 사람은 곧 깊은 침묵에 빠졌다.그때, 막내딸 안유진이 문을 두드리며 밖에서 말했다. “아버지, 배유현 회장이 조금 뒤에 찾아 뵙고 싶다고 전화가 왔는데요.”“배유현...?” 안산은 인상을 찌푸리며 무의식적으로 물었다. “배유현 회장이 누구냐?”안충주가 얼른 말했다. “아버지, 또 잊으신 거 아니죠? 아침에 말씀드렸잖아요. 우리가 사건을
그 순간, 안태풍, 안충주, 그리고 안산 모두의 얼굴이 일제히 굳어졌다.안태풍은 반사적으로 외쳤다. “큰 누나가 세상을 떠난 지 2년 후, 너는 권아현을 만났고... 권아현은 이번 사건이 일어나기 전까지 네 곁에서 무려 19년 동안 숨어 지냈어... 우리를 죽이려 한 자들과 누나가 그 해에 죽었던 일은 분명 관련이 있는 거야!”안산은 경악하며 말했다. “그 말이 사실이라면, 그 놈들은 예선이와 은 서방을 죽이고도 모자라, 재남이 곁에 무려 19년이나 묵혀 놓은 시한폭탄을 이번에 터뜨린 셈이군... 대체 이 놈들은 뭘 노리고 있는 거지?! 만약 우리 집안을 없애는 게 목적이라면, 왜 지금까지 이렇게 오랫동안 기다린 거냐고?”“그러게 말입니다...” 장남 안충주 역시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이렇게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는 조직이라면, 뭔가 깊은 원한을 품고 있을 때 진작에 손을 썼겠죠. 굳이 지금까지 기다릴 이유가 없을 텐데...”안산이 말했다. “나는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 이 자들이 우리에게 대체 얼마나 큰 복수심을 품고 있길래, 이렇게까지 큰 판을 벌이는 건지 말이야...”안재남은 참다 못해 말했다. “아버지, 형님들... 꼭 제 아내를 19년 전에 그 조직에서 일부러 저에게 심어놓은 인물이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잖아요? 중간에 회유되었거나, 협박을 받았을 수도 있지 않을까요.”“그럴 리 없어.” 안충주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만약 네 아내가 중간에 회유된 것이라면, 그 집안 가족들 역시 그때 함께 배신했겠지. 그런데 그 집안의 일련의 행동들은 그런 식으로는 설명이 안 되잖아. 그러니 나는 오히려 권아현과 그 일가 전체가 애초부터 철저하게 설계된 함정이라고 판단한다.”안태풍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고, 이어서 안재남을 바라보며 물었다. “재남아, 너와 권아현이 처음 만났을 때 구체적인 상황을 떠올릴 수 있겠어?”안재남은 말했다. “그 당시 내가 석사 2학년이 막 시작되었을 때였는데, 아내는 막 석사에 입학했었지. 신입
유럽과 미국에서는 가족 신탁 상품이 매우 신뢰할 수 있는 자산 보호 방식으로 여겨진다.한국에는 ‘부자는 삼대를 넘지 못한다’는 말이 있는데, 그 이유는 바로 부모 세대가 어렵게 일군 부를 자손 세대가 사치스러워 함부로 낭비하고, 눈은 높지만 능력은 부족하여 유산을 제대로 지키지 못하기 때문이다. 결국 이런 상황은 쉽게 가족의 파산으로 이어지고, 하룻밤에 다시 원점으로 되돌아가게 만든다. 이것은 자손 세대의 능력과 인품이 통제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일단 능력이나 인격 중 하나라도 문제가 생기면 가문의 몰락은 피할 수 없는데, 하물며 인재 외에도 천재지변 같은 변수도 존재한다.그러나 가족 신탁은 이러한 인재와 천재지변의 리스크를 효과적으로 차단한다. 먼저 자신의 자산을 신탁에 넣는 순간, 겉으로 보기에는 본인조차 해당 자산에 대한 직접적인 통제권을 포기하게 된다. 이후 자산은 특정 조건이 충족되었을 때에만 자녀나 지정된 상속인이 받을 수 있다. 따라서 훗날 중대한 문제가 생겨 가문이 빚더미에 앉게 되거나 파산을 하게 되더라도, 이 가족 신탁은 정부나 채권자에 의해 임의로 처분될 수 없다. 이것은 바로 유럽과 미국에 있는 유서 깊은 가문들이 여러 세대, 심지어는 수십 세대에 걸쳐 부를 유지할 수 있는 근본적인 이유라고 할 것이다.비록 권아현 집안 식구들은 현재 모두 자취를 감췄지만, 그들의 자산은 이미 모두 가족 신탁으로 옮겨졌다. 이는 더없이 안전한 보관 방식으로, 권아현의 집안 식구들이 세상에서 사라지더라도 기업 운영에는 전혀 문제가 생기지 않으며, 자산의 가치가 떨어지거나 예기치 않은 상황이 생길 걱정도 없다는 것을 의미했다. 이 돈은 신탁에 들어가 있는 이상 줄어들기는커녕 시간이 지날수록 오히려 불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연방 정부조차 이 자산에는 손을 대지 못할 것이다.이런 행동은 곧 권아현 집안 식구들, 혹은 그들 뒤에 있는 그 미스터리한 조직의 입장을 드러낸 것이기도 했다. 그들의 입장은 바로 잠적하는 것은 단지 일시적인 전략적 후
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날 밤 외가 식구들은 나를 만났고, 내가 부른 사람들이 당신을 데려갔다는 건 알고 있을 겁니다. 다만 당신이 살아남을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못했겠죠. 그러니 당신과 외가 식구들이 다시 만났을 때, 어떤 정체불명의 인물이 알약 하나를 먹인 뒤 당신을 구했다고만 알려주고, 이후 배유현 양에게 당신을 그들에게 데려다 주라고 했다고 말하세요. 그리고 정체불명의 인물이 누구인지는 모른다고 하시고요. 그러면 그들은 당신을 살린 사람과 자신들을 살린 사람을 연결 지으려 할 거고, 그 뒤는 외가 식구들이 스스로 추측하게 내버려 두면 됩니다.”“알겠습니다, 도련님!” 제이크 한은 진지하게 말했다. “기억해 두겠습니다.”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문을 열고 배유현을 불러들였다. “배유현 씨, 헬기를 좀 준비해주시고, 제이크 한 경감을 맨해튼의 AB 빌딩까지 모셔다 드리세요. 그리고 가능하다면, 먼저 내 외삼촌께 연락을 드려 방문 의사를 전해주시고요. 그 날 그들을 구한 후 현장을 수습한 사람은 배유현 씨이기 때문에, 그들은 당신에 대해서는 크게 경계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배유현은 공손히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은 선생님. 바로 Samson 그룹 측에 연락하겠습니다.”......같은 시각, 맨해튼 AB 빌딩.Samson 그룹은 함께 모여 회의를 열고는 최근 각종 정세를 종합하여 토론하고 있었다. 안산은 최근 알츠하이머 증상이 계속 악화되고 있었기에, 아침에 눈을 뜨면 아내와 자식들은 그에게 현재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오랫동안 설명해주곤 했다. 다행히도 안산은 수많은 풍파를 겪어온 인물이라, 그날 어떤 사건들이 일어났는지 직접적으로 기억하지는 못하더라도 자식들의 설명을 들으면 곧바로 현재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그 날 암살 사건이 발생한 이후, Samson 그룹 사람들은 줄곧 뉴욕을 떠나지 않았다. 그들은 이미 가족 문제를 처리하기 위해 다시 손을 대기 시작했지만, 가족들의 안전을 위해 안산은 당분간 가족
이야기를 들은 제이크 한은 매우 놀라 그 자리에서 얼어붙은 듯 한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그는 이전의 경력 때문에 블랙 드래곤에 대해서는 매우 잘 알고 있었다. 게다가 그는 블랙 드래곤이 시리아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여 영구 거점을 건설한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용병 조직에게 있어 영구 거점을 보유한다는 것은, 단번에 다른 용병 조직들에 비해 훨씬 앞서 나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용병이라는 존재는, 이화룡이 거느리는 조폭들에 비해 각국 사법기관이 훨씬 더 경계하는 대상이라고 할 수 있는데, 대부분의 용병 조직은 세계 각국에서 길거리의 쥐와 같은 존재로 비밀리에 살아남을 수밖에 없다. 그들은 오직 정부와 깊이 협력하는 조직이 아니라면 절대로 대놓고 간판을 걸고 활동하지 못한다.물론 미국에도 용병 조직이 많이 있기는 하지만, 백악관과 협력하며 그들의 총알받이 노릇을 하는 일부를 제외하면, 나머지는 대부분 은밀히 활동할 수밖에 없다. 용병 조직의 대다수는 미국 퇴역 군인 출신으로, 본국 경찰의 단속을 피하기 위해 개개인으로 위장 생활을 하다가 해외에서 임무를 수행하곤 한다. 예를 들어, 한 용병 조직은 100명 남짓한 구성원들에 불과한데 그들은 평소 각자 합법적인 직업과 신분으로 위장하여 일반 시민처럼 지내다가 임무가 떨어지면 관광객을 가장해 출국을 한다. 비록 이들이 본국에서 불법적인 일을 저지른 것은 아니지만, 무장 전투 요원이기 때문에 정부의 감시를 받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조용히 움직여야 한다는 제약이 있다. 바로 이런 이유로 인해 대부분의 용병 조직의 성장이 제한되는 것이다.하지만 용병 조직이 대놓고 합법적인 영구 거점을 보유하게 된다면,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진다.블랙 드래곤이 시리아와 협력했을 당시 미국 CIA는 그 이유를 조사했는데, 조직이 시리아에서 너무 빨리 성장하는 걸 우려해 개입까지 시도했었다. 하지만 시리아는 블랙 드래곤과의 협력을 고수했고, 그 뒤에는 시리아 내 영향력 있는 반정부 인사 하미드와도 관련이 있는 것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