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이 닫히는 순간, 지금껏 수많은 남자들을 매료시킨 이 여신은 눈을 붉히며 물었다. "시후 오빠!!! 정말 내가 기억이 안 나는 거야..?”시후는 고개를 살짝 저으며 진지하게 말했다. "죄송합니다만, 저는 여덟 살 되던 해에 이미 제가 지내던 동네를 떠났거든요. 이렇게 오랫동안 돌아가지 않았기 때문에 저와 함께 지냈던 많은 사람들과, 겪었던 일에 대한 기억이 많이 없어요."혜리는 다시 한 번 눈시울을 붉혔다. "시후 오빠!! 나 기억 안 나? 오빠가 맨날 꼬맹이라고 불렀잖아! 내 이름은 고.은.서.야!""응?? 꼬맹이..?" 시후는 미간을 찌푸렸다. "꼬맹이라고 불렀다고 내가..?”혜리는 "응! 내가 어려서 오빠랑 맨날 소꿉놀이 하자고 졸랐는데 오빠가 나보고 꼬맹이라고 불렀었어! 자주 놀아줬잖아~ 은서가 내 원래 이름이었고..!”시후는 정말 은서라는 이름이 생각나지 않았다. 하지만, ‘꼬맹이’라는 별명을 듣자 그의 머릿속에는 곧 어린 소녀의 모습이 떠올랐다. 고은서.. 꼬맹이.. 강북에서 그렇게 유명하다던 엔터테인먼트 집안.. 그녀의 어머니는 대갓집 딸이었는데, 그녀의 이름을 은서라고 지은 것은 은혜로써 모든 것을 포용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고은서의 아버지 이름은 고선우로, 집안에서 셋째로 태어났다. 당시 고선우와 시후의 아버지는 굉장히 친한 사이였고, 두 사람은 목숨을 걸 수 있을 정도로 친분이 있었다. 당시 시후의 아버지는 고선우를 많이 도와줬고, 고선우가 그룹의 후계자가 되는 것을 도와주었고, 그룹의 주인이 되는 것까지 도와주었다. 심지어 그는 고선우를 지원해서 그의 실력을 더욱 키워주었다. 이 때문에 선우는 시후의 아버지에게 매우 감사함을 느꼈다. 게다가 두 집안에는 아이가 마침 딸 한 명, 아들 한 명이 있었기에 고선우는 두 아이를 정략 결혼시킬 것을 제안했다.사실 대기업 자제들 사이에서 정략 결혼을 하는 일은 오늘날에는 거의 없다고 할 수 있다. 게다가 정략 결혼의 현실은 영화나 드라마에서 묘사하는 것처럼
시후가 다시 서울로 올라온 이후 그는 몇 년 동안 그룹과 관련된 사람을 아무도 만나지 못했고 단 한 명만 만났을 뿐이다. 그는 바로 LCS 그룹의 집사, 박상철이었다. 당초 박상철이 갑자기 나타나 LCS 그룹을 대표해 엠그란드 그룹과 현금 100억을 자신에게 주었던 것이다. 하지만 돈을 받고 그룹을 승계 받았음에도 시후는 다시 집안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재밌는 것은 바로 LCS 그룹은 돈도 주고 회사도 시후에게 주었지만 돌아가기 싫다고 했을 때 한 번도 자신을 찾아온 적이 없었다는 점이다. 사실 이에 대해 시후는 매우 기뻤다. 어쨌든 그는 그룹 내에서 발생하는 경쟁과 원한 관계에 대해 굉장히 부정적이었으니까.. 그렇기에 시후는 자신으로 인해 아내 유나까지 그룹의 다툼에 연루되기를 원치 않았다. 따라서 지금처럼 편안하고 방해 받지 않고 조용히 생활하는 것이 더 행복한 삶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자신이 그룹으로 돌아가서 LCS 그룹에 소속된 가족들과 가산을 더 많이 차지하기 위해 암투를 하는 것보다 훨씬 낫지 않겠는가..?그리고 오늘.. 그는 드디어 돌아가신 아버지와 아버지의 절친의 딸.. 두 분이 매번 말씀하시던 정략 결혼의 상대인 은서를 만나게 되었다. 그래서 지금 이 순간 시후의 머릿속에는 어린 시절의 기억들이 속속들이 떠올랐다. 예전의 기억들은 시후로 하여금 이미 돌아가시고 지금은 세상에 계시지 않는 그의 부모님을 떠올리게 했다.요 몇 년 동안 너무 많은 어려움을 겪었는지 시후는 아버지를 잃고 난 뒤 어머니를 잃었을 때 그렇게 슬플 여력이 없었다. 그는 자신이 부잣집에서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자신의 부모도 일찍 세상을 떠나지 않았을 것이고, 여덟 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인생에서 그렇게 큰 일을 겪지 않았을 것이라고 안타까워할 뿐이었다. 만약 세 식구가 평범한 삶을 살 수 있었다면 자신의 어린 시절은 분명 훨씬 행복했을 텐데..?은서는 시후가 침묵에 잠겨 아무 말도 하지 않자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시후 오빠! 왜 말을 안 해? 정말
은서는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말했다. "당연히 놀랍지! 서울이 우리 나라에서 가장 크니까, 줄곧 아버지가 중점적으로 오빠를 찾아 나선 곳이었거든! 아버지께서는 직접 여러 번 오빠를 찾아 다니기도 했다고! 인맥이란 인맥은 모두 활용하여 오빠 나이 또래의 모든 남자아이들을 다 조사했고, 여러 번 반복해서 조사했어! 그리고 나중에는 지방에 있는 보육원, 민간 복지단체들까지 모두 샅샅이 조사했는데, 오빠의 정보를 전혀 찾을 수 없다고 했어!”"말도 안 돼! 8세부터 18세까지 내가 10년 동안 보육원에서 지냈다고. 그리고 난 보육원에 들어온 날부터 내 이름 석자를 바꾼 적도 없는데!”"나야 말로 믿을 수가 없다! 지난 10년 동안 아빠가 직접 서울에서 오빠를 찾아 나선 적이 얼마나 많았는데! 사람을 보내면 찾을 확률이 더 많아진다고! 모든 인맥을 총동원했지만 오빠를 찾지 못했어!! 그리고 아버지가 마지막으로 오빠를 찾아 나섰던 건 내가 18살에 영국으로 유학을 가기 전 여름 방학이었는데, 그때 나의 강력한 요구로 아버지가 나와 함께 2주 동안 수백 명의 부하 직원들, 정보원들 사설 탐정까지 동원하여 각종 단서를 추리고 정리했지만 오빠의 흔적은 찾을 수도 없었어!”시후는 은서의 말을 들으며, 더할 나위 없이 진지하고 감격스러운 은서의 표정을 보고 당황하고 말았다. 시후는 부모가 세상을 떠난 뒤 한 번도 의심한 적이 없었지만, 갑자기 등줄기에 식은땀이 흐르며 긴장감이 느껴졌다. 그는 갑자기 자신의 애달픈 어린 시절이 자신이 알지 못하던 사기극이 숨어 있는 것 같다고 의심하기 시작했다. 10년 동안 보육원에 있으면서 은서의 아버지 고선우가 자신을 여러 차례 찾아 나섰지만 단 한 번도 찾지 못했다는 건.. 이렇게 오랫동안 자주 자신을 찾아다녔다면 진화 보육원을 한 번쯤은 찾은 적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어떻게 단 한 번도 자신을 찾을 수 없었을까..? 혹시라도 보육원에 무슨 문제가 있었던 걸까..? 아니면.. 보육원이 고의로 자신의 개인정보를 숨겼던 건가? 그것
은서는 이해할 수 없었다. 그녀는 자신의 아버지가 이렇게 오랫동안 시후를 찾아다녔는데, 그를 찾지 못해 식사도 제대로 못하고 잠도 제대로 못 자며 불안해했고 심지어 죄책감까지 느꼈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 우연히 시후를 만났으니 이 좋은 소식을 아버지에게 당장 전해야 했다. 그래야 그의 오랜 숙원을 풀어줄 수 있을 테니.. 그래서 그녀는 다급히 물었다. "아니.. 시후 오빠! 왜 오빠를 만난 일을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못하는 건데..?!"시후는 한숨을 내쉬며 설명했다. "하아.. 십여 년 전에 무슨 일이 있었든 간에, 적어도 난 지금 현재 매우 즐겁게 생활하고 있어. 그러니 더 이상 복잡한 일들에 얽히고 싶지 않기도 하고.”은서는 감정이 격해져서 소리쳤다. "오빠!! 오빠는 LCS 그룹의 자제야! 그런데 왜 다른 사람들에게 오빠를 드러내지 않고 마치 은자처럼 숨어 살려고 하는 건데..? 만약 오빠가 그룹으로 다시 돌아가기로 결정한다면, 오빠가 물려 받을 재산이 얼마겠어?”시후는 고개를 저었다. "난 더 이상 돈이 부족하지 않아. 그러니 상속에도 관심 없고.. 나는 그냥 아내와 함께 여기서 편안하게 살고 싶을 뿐이야.”"아.. 아내..?? 오빠.. 결혼을.. 했어?""응.. 결혼한 지 3년이 넘었어.."은서는 갑자기 어안이 벙벙한 표정을 지었고 조금 뒤 바로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다. “오빠! 나랑 정략 결혼한 일은..? 그새 잊은 거야..?"“정략 결혼..?" 시후는 약간 당황해하며 피식 웃었다. "그건.. 그냥 우리가 어릴 적에 부모님들 사이의 농담에 불과했잖아.. 게다가 그때 너와 난 아무것도 모르는 꼬맹이였다고.. 그러니 그게 어떻게 약속일 수 있겠어?”은서는 분노하며 물었다. “뭐라고? 그게 농담에 불과하다고..? 오빠가 실종된 지 이렇게 오랫동안, 우리 아빠는 매일 나에게 내가 이미 오빠와 정략 결혼을 한 아이라고 말했어. 그래서 난 절대 다른 남자들과 연애하지 말라고 했고. 그리고 나조차도 그 말을 진심으로 믿
이렇게 소리친 은서는 다시 눈물을 흘렸다.시후는 급히 휴지를 건네며 말했다. "은서야, 나 때문에 울지 마.. 세상을 살다 보면.. 많은 일들이 우리가 어렸을 때 소꿉놀이 하던 것처럼 간단하지 않아.. 물론 나도 이 일을 간과 했다는 걸 인정해.. 하지만 나도 네가 나처럼 어릴 적 일을 웃어넘길 줄 알았는데.. 너와 아저씨가 이렇게 오랫동안 나를 찾으러 다녔을 줄은 몰랐어..”"소꿉놀이? 웃어 넘겨? 우리 아버지는 그때 아저씨와 아주머니에게 맹세를 하셨어! 그리고 대기업 총수들이 가장 싫어하는 게 뭔 지 알아? 바로 자녀를 연예계에 들여보내는 거야! 그리고 대기업 총수들은 자신들의 자녀를 연예계의 스타들과 결혼하는 걸 허락하지 않아! 왜 그런지 알아? 그들의 눈에는 아무리 유명한 스타라고 하더라도, 아무리 유명해도 그들의 눈에는 그저 보잘것없는 광대이기 때문이야! 그런데.. 내가 그 반대를 무릅쓰고 어째서 연예계에 들어갔는지.. 오빠가 알기나 해?”“왜..?” 시후는 고개를 가로 저으며 무의식적으로 물었다."오빠를 찾기 위해서! 나는 내가 대스타가 되면, 전 국민.. 심지어 전 세계인들의 관심을 받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 그러면 오빠도 나를 알아볼 거고! 그럼 나도 오빠를 찾을 수 있을 테니까..!”시후는 당황했다. "넌 어렸을 때랑 많이 달라졌어. 그러니 네가 이름을 말하지 않으면 난 널 전혀 못 알아봤을 거야..""그럼 오빠는 혹시 내 인터뷰를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거야...? 인터뷰를 할 때마다 기자들 앞에서 내 본명을 말했는데! 고은서라고.. 내가 남자친구가 없는 이유는 어린 시절에 만난 내 운명을 찾고 있기 때문이라고!! 이게 한동안 얼마나 큰 이슈였는데..?! 오빠는 인스타도 안 해..?!”시후는 허탈해했다. "미안해.. 내가 평소에 연예계 뉴스에는 관심이 별로 없었고, 스타를 좋다고 쫓아다니지도 않아서..”은서는 화가 난 듯 입을 삐죽 내밀고 물었다. "그럼 왜 나에게 광고 모델이 되어 달라고 한 거야?!”
시후는 은서의 질책을 듣고는 더욱 미안한 마음이 들어 고개를 들 수가 없을 정도였다. 그러자 그는 헛기침을 했다. "크흠.. 흠.. 은서야.. 이 일은 확실히 내 책임이 커.. 그래서 너와 아저씨께 꼭 미안하다고 말해야 할 것 같아..”"미안하다고? 오빠가 사과를 하고 싶다면, 우리 아버지가 네 어른이라고 생각하지 않아도, 우리 아버지가 오빠를 이렇게 오랫동안 애타게 찾으러 다니신 걸 봐서 라도, 오빠는 반드시 우리 아버지 눈 앞에서 모든 걸 사과해야 해!! 그런데 아버지에게 오빠를 찾았다고 말하지 말라는 건 대체 왜 그러는 건데!!?"시후는 은서의 분노한 표정을 보며 열심히 설명했다. "은서야.. 내가 10년 동안 진화 보육원에서 지냈어.. 그런데 아저씨께서 몇 번이나 날 찾으러 다니셨지만 내 행방을 찾지 못한 이유가 뭐겠어? 분명 누군가가 아저씨가 나를 찾지 못하게 만든 거라고. 그럼 상대방은 아저씨가 나를 찾지 못하게 만들었다는 건 세력이 강한 사람이라는 걸 의미하겠지.. 그럼 그 사람이 나의 적인지 친구인지도 모르는데 지금 아저씨께 말씀드리면 아저씨께 해를 입힐지도 모르는 거야.”은서의 표정이 풀리는 걸 보자 시후는 덧붙여 말했다. "그리고 내 부모님께서 왜 그룹을 떠나게 됐는지, 왜 그룹을 떠나자마자 갑자기 돌아가셨는지도 아직 밝혀지지 않았고, 게다가 당시 누군가 내 정보를 다른 사람들에게서 숨겼는데 이건 어떤 사연이 숨겨져 있던 건지.. 대체 그 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었는지, 누가 나를 주시하고 있는지도, 누가 나와 내 주변 사람들에게 위험을 초래하려고 했는지 모든 걸 밝혀내야 해..!”은서는 눈물을 그치지 않았다. "하지만.. 하지만! 우리 아버지는 오랫동안 정말 오빠를 걱정했어!! 그래서 아버지의 가장 큰 소원은 오직 두 가지였다고!! 하나는 오빠를 찾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내가 오빠와 결혼하는 걸 보는 거였다는 말이야!”"은서야.. 걱정 마, 내가 언젠가 모든 것을 밝히면 반드시 직접 아저씨를 찾아 뵙고 모두 다 설명 드
그래서 고선우가 췌장암에 걸리고 몸 상태가 점점 나빠지고 있다는 말을 들은 후, 시후는 즉시 그의 생명을 구하기로 결심했다! 그러자 시후는 즉시 은서에게 말했다. "그래, 그럼 이렇게 하자.. 먼저 집으로 돌아가서 기다리고 있어.. 그럼 내가 며칠 뒤에 아저씨를 만나러 갈 게. 그때 내가 만병통치약을 가지고 갈 테니 그럼 아저씨의 병을 치료할 수 있을 거야!"은서는 시후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물었다. "이런 불치병을 치료할 만병통치약이 있어..? 전 세계 의사들도 이런 불치병은 치료할 수 없다고 하던데.."시후는 진지하게 말했다. "너에게 자세히 말하기는 어렵지만 안심해. 내가 이렇게 말한 이상 너와의 약속을 꼭 지킬 테니까!"시후에게는 영약이 있었다. 그가 처음 제련해 낸 영약은 이미 하반신 마비를 치료할 수 있었다. 사실 이런 병은 현대 의학으로 완치가 거의 불가능한 중증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니 이 약을 고선우에게 한 알 준다면 그의 췌장암은 완치될 것이다. 만약에 자신의 영약이 그를 치료하지 못하면 회춘단도 쓸 수 있을 것이다. 처음에 회춘단을 만들어 몇 알을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었는데, 아직도 많이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이 약은 마치 말라 죽어가는 고목을 살려내는 것처럼 빈사 상태에 빠진 사람들을 되살릴 수 있어 아저씨를 치료할 수 있을 것이다. 만약 이런 방법으로도 치료가 불가능하다면, 시후에게는 아직 영기가 남아 있다! 영기는 세상에서 가장 순수한 최상급의 에너지이다. 따라서 이 세상에는 영기를 통해 치료할 수 없는 병은 없다. 결국 이 말인즉슨, 시후는 고선우를 죽게 내버려둘 수 없다는 말이었다. 왜냐하면 그는 돌아가신 아버지의 절친이자 자신이 감사해야 할 어른이자 은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후는 은서에게 직접 약을 줄 생각이 없었다. 애초에 자신이 만든 약이 문제를 일으켰기 때문에.. 고바야시 제약에서 그 약을 빼앗으려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보냈던가? 최제천 선생은 원래 무술을 배운 적이 있었기에 걱정하지 않아도 되었지만, 은서는
시후의 긍정적인 답변을 듣고 은서의 기분이 조금 나아졌다. 눈물을 그친 그녀는 조심스럽게 손가락으로 눈가에 남은 눈물을 닦으며 자조 섞인 웃음을 지었다. "에잇.. 내가 요 몇 년 동안 한 번도 울지 않았는데.. 아버지가 아프셔서 이런 거야.. 지금 내 모습이 마치 어릴 적으로 돌아간 것 같잖아!! 이게 다 오빠 때문이야~!”시후는 빙긋 웃으며 그녀를 위로했다. "괜찮아. 웃을 때는 웃고 울어야 할 때는 우는 거.. 그게 뭐가 문제야?”은서는 부드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오빠도 아직 눈물이 남아 있어?"시후는 쓴웃음을 지었다. "여덟 살 때 아마 평생 흘릴 눈물을 다 흘린 것 같아..”은서는 두 손으로 그의 팔을 잡고 눈을 붉혔다. "오빠.. 이렇게 오랫동안 고생했지..?""사람들이 고생하는 것도 복이라고 하던데.. 전에는 믿지 않았지만 나중에는 믿게 되었어. 하하..” 시후는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바로 박상철이 자신을 찾아온 것이 아니라 우연히 『구현보감』을 얻게 된 것이라고 느꼈다. 『구현보감』이 없었다면, 자신이 아무리 대기업의 도련님이라 할지라도 지금과 같은 실력을 가질 수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 자신이 얻은 모든 존경과 부러움의 눈빛은 바로 LCS 그룹의 도련님이라는 신분이 아니라 자신의 실력으로 얻은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후에게 이 사실은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었다..! 국내를 통틀어 실력이 뛰어난 그룹들이 즐비하고 돈이 많은 재벌 2세는 셀 수 없이 많지만, 이러한 재벌 2세 중에서 어느 정도의 사람들이 그저 자신의 실력만으로 최고가 될 수 있겠는가..? 그리고 나이를 불문하고 사람들의 존경을 받을 수 있겠는가..?한 부동산 업자의 아들은 자신을 인플루언서로 포장했는데, 경제 상황이 좋았을 때 그는 닥치는 대로 투자를 해서 좋은 성과를 거두었기에 전 국민에게 투자의 귀재라고 칭송 받았다. 하지만 코로나로 인해 경기가 급속도로 얼어붙었을 때, 그의 기업은 파산하고 말았고, 수억 원 심지어 수십 억의 외
이야기를 들은 제이크 한은 매우 놀라 그 자리에서 얼어붙은 듯 한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그는 이전의 경력 때문에 블랙 드래곤에 대해서는 매우 잘 알고 있었다. 게다가 그는 블랙 드래곤이 시리아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여 영구 거점을 건설한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용병 조직에게 있어 영구 거점을 보유한다는 것은, 단번에 다른 용병 조직들에 비해 훨씬 앞서 나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용병이라는 존재는, 이화룡이 거느리는 조폭들에 비해 각국 사법기관이 훨씬 더 경계하는 대상이라고 할 수 있는데, 대부분의 용병 조직은 세계 각국에서 길거리의 쥐와 같은 존재로 비밀리에 살아남을 수밖에 없다. 그들은 오직 정부와 깊이 협력하는 조직이 아니라면 절대로 대놓고 간판을 걸고 활동하지 못한다.물론 미국에도 용병 조직이 많이 있기는 하지만, 백악관과 협력하며 그들의 총알받이 노릇을 하는 일부를 제외하면, 나머지는 대부분 은밀히 활동할 수밖에 없다. 용병 조직의 대다수는 미국 퇴역 군인 출신으로, 본국 경찰의 단속을 피하기 위해 개개인으로 위장 생활을 하다가 해외에서 임무를 수행하곤 한다. 예를 들어, 한 용병 조직은 100명 남짓한 구성원들에 불과한데 그들은 평소 각자 합법적인 직업과 신분으로 위장하여 일반 시민처럼 지내다가 임무가 떨어지면 관광객을 가장해 출국을 한다. 비록 이들이 본국에서 불법적인 일을 저지른 것은 아니지만, 무장 전투 요원이기 때문에 정부의 감시를 받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조용히 움직여야 한다는 제약이 있다. 바로 이런 이유로 인해 대부분의 용병 조직의 성장이 제한되는 것이다.하지만 용병 조직이 대놓고 합법적인 영구 거점을 보유하게 된다면,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진다.블랙 드래곤이 시리아와 협력했을 당시 미국 CIA는 그 이유를 조사했는데, 조직이 시리아에서 너무 빨리 성장하는 걸 우려해 개입까지 시도했었다. 하지만 시리아는 블랙 드래곤과의 협력을 고수했고, 그 뒤에는 시리아 내 영향력 있는 반정부 인사 하미드와도 관련이 있는 것으
시후가 말했다. “예전에 아버지 측근으로부터 들은 적이 있습니다. 당시 부모님께서 돌아가신 것이 바로 이런 암살자들의 습격 때문이었다고요. 그들은 임무를 마치자마자 입 안의 독약을 깨물고 현장에서 즉사했다고 들었는데... 이번 사건에서 만난 자들과 방식이 동일했습니다. 비록 두 사건 모두 20년 전 일이긴 하지만, 상대가 수백 년 동안 존재했던 조직이라면, 같은 무리일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제이크 한은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물었습니다. “시후 도련님, 그렇다면 조직이 이미 수백 년이나 된 역사를 가지고 있다는 건 어떻게 아셨습니까?”시후는 대답했다. “내가 한 명을 생포한 한 명에게서 죽음의 전사들이라는 암살자에 대한 정보를 들었습니다.” 그리곤 당시 ‘547’이라는 자로부터 들었던 내용을 모두 제이크 한에게 이야기해 주었다.그 이야기를 들은 제이크 한은 놀라움에 말을 잇지 못하다가, “지난 수백 년 동안 세상에 많은 나라들이 사라졌고, 수많은 전쟁과 재난을 겪었습니다. 두 번의 세계대전과 스페인 독감은 전 세계에 영향을 끼쳤고, 유럽은 수많은 전쟁을 치렀으며, 아시아 역시 아편 전쟁, 러일 전쟁 등을 겪었고, 미국은 남북전쟁까지 겪었죠. 지난 2~300년 동안 이 세계는 혼돈 그 자체였는데, 그런 와중에도 비밀 조직이 존재해 왔다니, 대체 어떻게 그들이 유지될 수 있었을까요...”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저도 그게 가장 궁금한 부분입니다. 그 조직은 단지 살아남은 게 아니라 수세기 동안 세력을 키워온 것 같더군요. 말씀하신 그 모든 국제 정세의 급격한 변화와는 무관하게요. 난 그게 오히려 더 놀라울 따름입니다.” 그러곤 시후는 제이크 한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물론 당신의 상황은 조금 특별하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네요. 그 조직에서 당신을 본 사람은 내가 일부러 생포했던 그 한 명 외에는 모두 죽었고, 당신이 그날 현장에 나타난 것도 계획된 게 아니라 우연이었으니, 그 조직은 당신을 주목하지는 않을 겁니다. 그리고 당신은 오랜
제이크 한도 자신이 이렇게 물이 빠진 수조에 그냥 앉아 있는 모습이 아무래도 뭔가 창피한 일이라는 걸 느꼈다. 그래서 그는 난처한 듯 물었다. "그... 갈아입을 옷이 좀 있을까요...?"시후는 옆에 있는 배유현을 바라보며 말했다. "배유현 씨, 제이크 한 경감의 옷 좀 챙겨 주시겠어요?"배유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재빨리 말했다. "이곳에는 연구원들의 작업복이 많이 있습니다. 하나 가져다 드릴게요!"시후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요. 고맙습니다."배유현은 곧장 돌아가 작업복 한 벌을 들고 돌아왔고, 제이크 한은 옷을 걸친 후 시후와 함께 옆쪽에 마련된 휴게실로 이동했다.시후가 제이크 한에게 물 한 병을 건네자, 그는 받자마자 단숨에 물을 다 마시고는 입가를 닦으며 결심한 듯 말했다. "시... 시후 도련님, 정말 감사합니다... 저는 이런 말을 잘 못하는 성격이기는 한지만, 제 목숨을 살려주신 이상 앞으로 시후 도련님께서 저를 필요로 하신다면, 무슨 일이든 목숨 걸고 따르겠습니다!"그러자 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예를 갖춰 답했다. "마침 잘 됐네요. 내가 부탁할 일이 몇 가지 있어서..."제이크 한은 공손히 손을 모으며 말했다. "말씀만 하십시오!"시후는 손가락 두 개를 펴며 담담히 말했다. "그럼 내가 요청하고 싶은 건 두 가지입니다. 첫째, 당신이 여기서 나간 이후엔, 나를 봤다는 이야기를 그 누구에게도 해서는 안 됩니다. 다른 사람들... 특히 Samson 그룹 사람들이 묻는다면, 당신은 이 상황에 대해서 잘 모르고, 그냥 페이셔스 그룹의 냉동센터에서 깨어난 뒤 나왔다고만 하세요."제이크 한은 놀라며 물었다. "시후 도련님, Samson 그룹 식구들을 구해 주셨는데 왜 아직 서로 만나려고 하지 않으시는 겁니까?"그러자 시후는 담담히 말했다. "그건 내가 곧 말하려는 두 번째 이유와 관련 있어서... 조금만 기다리세요."제이크 한은 고개를 끄덕였고, 곧 이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그런데 만약 Sams
시후는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오호, 당신도 회춘단 얘기를 들은 적 있군? 내 큰 외삼촌에게 들은 거지?”“큰 외삼촌...” 제이크 한은 순간 어리둥절했지만, 곧 시후가 자신이 막 깨어났을 때 그가 안충주의 조카라고 소개했던 걸 떠올리며, 갑자기 깨달은 듯 말했다. “그래, 충주가 분명 내게 얘기했었지...”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외삼촌이 회춘단 얘기까지 꺼냈다면, 경매장에서 쫓겨난 얘기도 같이 했을 텐데?”제이크 한은 눈이 휘둥그레지며 깜짝 놀라 말했다. “네... 네가 그걸 어떻게 알지?!”시후는 웃으며 말했다. “내가 어떻게 모를 수 있겠어. 회춘단도, 지금 얘기한 중소단도 다 내가 소유자니까. 그 경매도 내가 주최한 것이고, 당시 그 자리에서 내가 직접 외삼촌을 쫓아내기도 했거든.”제이크 한은 경악하며 물었다. “그 사람이 네 외삼촌인 걸 알면서도 쫓아낸 거라고?!”시후는 담담하게 말했다. “쫓아낼 땐, 외삼촌의 정체를 내가 몰랐어. 그땐 외삼촌이 가명을 쓰셨으니까.” 그러고는 다시 말했다. “하지만, 설령 내가 외삼촌의 정체를 알고 있었다 해도, 역시 쫓아냈을 거야. 왜냐하면 외삼촌은 내가 정한 규칙을 어기려 했기 때문이야. 경매 시작 전에 분명히 말했지. 회춘단은 누구든 낙찰 받으면 현장에서 즉시 복용해야 하며, 절대 외부 반출이 안 된다고. 그런데 외삼촌은 돈으로 그 규칙을 깨려고 했어.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그를 내쫓은 거지.”제이크 한은 조용히 탄식하며 말했다. “그렇다면... 난 정말 안 죽은 거란 말인가...?” 그는 잠시 멍하니 있다가 다시 물었다. “그런데 궁금한 게 있다. 네가 정말 안예선의 아들이라면, 자신의 출신을 알고 있으면서, 왜 이토록 오랜 세월 동안 외가 쪽 가족들과 만나지 않은 거야?”시후는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왜? 당신은 지금도 내 정체를 의심하는 건가?”제이크 한은 천천히 몸을 일으켜 앉으며, 진지하게 말했다. “의심이라기보다... 난 그냥 이 모든 게 너무 이상해 보이
시후의 말은 제이크 한을 한순간 혼란에 빠뜨렸다. 그는 자신이 조금 전까지 가지고 있던 두 가지 가설이, 지금 이 순간 서로 모순된다는 걸 깨달았다. 우선, 만약 지금 이 모든 것이 현실이라면, 총에 맞아 벌집이 됐던 자신의 몸이 어떻게 살아 있을 수 있는지 도무지 설명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만약 지금 이 모든 게 단지 의식 속에 있던 환상이라면, 또 하나의 의문이 남게 된다. 그 끔찍한 상황 속에서, 자신의 뇌가 어떻게 뇌사 판정을 받지 않고 살아남았는가...?인간의 몸은 일정 시간 동안 혈액 공급을 받지 않았을 때, 대뇌는 최대 5분 밖에 버티지 못하는데, 그 당시 상황으로 판단하기에 자신이 의식을 보존할 수 있을 리 없었다. 그런데 지금 이것은 대체 무슨 상황이란 말인가?시후는 제이크 한이 계속 고민에 빠진 모습을 보며 담담하게 말했다. “내가 말해주지, 당신이 어떻게 살아남았는지.” 그는 이렇게 말한 뒤 잠시 멈추고 다시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날 당신이 총을 맞았을 때, 나는 내 방식으로 당신이 뇌사상태에 빠지지 않도록 막아 두었어. 그래서 이곳까지 무사히 옮겨 냉동할 수 있었지.”제이크 한은 참지 못하고 물었다. “당신 방식? 무슨 방식을 쓴 거야?”시후는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그건 당신이 굳이 알 필요는 없고.”제이크 한은 다시 물었다. “그럼 내가 입은 부상들은? 설령 네가 내 뇌를 살렸다고 쳐도, 내 몸은 어떻게 된 거야?”시후는 진지한 표정으로 답했다. “그건 중소단 덕분이지. 이 약의 약효는 매우 간단해. 당신의 신체가 어떠한 손상을 입었든 간에, 완전히 재구성, 즉 회복하게 해준다는 거야.” 그리고 덧붙였다. “당신이 직접 확인해 봐. 몸에 상처 자국이 하나라도 남아 있는지.”제이크 한은 반사적으로 자신의 저온 보호복을 찢고, 고개를 숙여 가슴을 들여다봤다. 그런 그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자신의 가슴에는 상처는커녕 흉터 하나조차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소리쳤다. “내가
말을 마친 뒤, 시후가 대답하기도 전에, 제이크 한은 화를 내며 말했다. “그거야 당연히 내가 억울해서 그런 것 아니겠어?! 나는 그 때 내 딸이 임신했다는 걸 막 알게 되었다고! 이제 가족들과 함께 좋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 가족들을 보러 가려던 참이었어! 그런데 그곳에서 한 발자국도 나가지 못하고 죽임을 당했다고! 네가 나라면, 억울하지 않겠어?”시후는 고개를 저으며 미소를 짓고는 말했다. “내가 당신에게 보여주고 싶은 건, 당신의 몸이 벌집처럼 총알에 뚫렸지만, 다행히도 머리는 맞지 않았다는 거야. 만약 그때 당신의 정수리에 총알이 한 발이라도 박혀서 뇌가 터졌다면, 당신은 진짜 완전히 사망했을 테니까.”제이크 한은 의아한 얼굴로 시후를 바라보며 물었다. “그게 무슨 말이야?”시후는 옆에 서 있는 거대한 냉동 캡슐들을 가리키며 평온하게 말했다. “당신 옆에 있는 이 스테인리스 캡슐들 잘 봐. 이건 전부 인체 냉동 보관을 위한 특수 장비들이야. 특히 저기 있는 ‘7번 캡슐’을 잘 보도록 해. 당신이 깨어나기 전까지 당신은 계속 저 탱크의 안에 냉동되어 있었던 거든.”제이크 한은 눈앞에 늘어선 스테인리스 캡슐들에 압도되어 말문이 막혔다. 그리고 그는 당황한 표정으로 물었다. “냉동? 그게 도대체 무슨 뜻이야?”시후는 웃으며 말했다. “우선 당신은 정말 운이 좋았어. 습격을 당할 때, 그렇게 많은 무장 대원들 중 아무도 당신의 머리를 총으로 겨누지 않았거든. 그래서 당신의 뇌는 살아남았지.” 그는 자기 뒤에 있는 페이셔스 그룹의 배유현을 가리키며 덧붙였다. “그리고 두 번째로는, 배유현 회장에게 감사해야 할 거야. 그녀가 당신을 페이셔스 그룹의 냉동 센터로 옮겨 냉동시키지 않았다면, 당신의 시체는 이미 썩어 문드러졌을 거거든.”제이크 한은 그제서야 시후의 뒤에 몇 명의 사람들이 서 있다는 걸 알아차렸다. 그 중의 한 명은 바로 페이셔스 그룹의 배유현 회장이었다!“허억......” 제이크 한은 갑자기 숨을 들이켰고, 입을 떡 벌린 채 시
“뭐라고?! 네가 안예선의 아들이라고?! 그게... 그게 어떻게 가능한 일이야?!” 시후의 자기소개를 들은 제이크 한은 즉시 극도로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는 얼마 전 나누었던 안충주와의 대화를 여전히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그때 당시 Samson 그룹의 회장 안산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안충주는 자신의 누이인 안예선에 대해서도 언급했는데, 생사불명 상태인 그의 외조카에 대해서도 이야기한 적이 있었다. 그는 Samson 그룹 전체가 그 외조카를 찾기 위해 거의 전 세계를 뒤졌다고 했으며 어떤 방법을 써도 그의 행방에 대한 어떤 정보도 찾지 못했다고 했다. 심지어 많은 사람들은 그가 틀림없이 죽었을 것이라고 생각했고, 단지 시신을 못 찾았을 뿐이라고 했다. 하지만 Samson 그룹 사람들은 여전히 외조카가 분명히 이 세상 어딘가에 살아 있다고 믿었고, 단지 아직 찾지 못했을 뿐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런데 제이크 한은 자신이 죽었다가 다시 살아나서 눈을 떴을 때 가장 먼저 만나게 된 인물이, 안예선의 아들이라고 자처할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경찰 출신인 제이크 한은 첫 번째로 이 사실에 대해 의심부터 들었다. 그래서 그는 차분히 진정한 후에 이 일에 대해 분석하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내가 분명히 이미 죽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 당시 엘리베이터 문이 막 열렸고, 한 무리의 검은 옷을 입고 무장한 조직들이 엘리베이터 안에서 나에게 총을 쐈어... 그 놈들의 화력은 엄청났고, 거의 망설임 없이 나를 향해 총을 쏴댔지. 내가 의식을 잃기 전에, 최소 20~30발 이상은 맞은 걸로 기억하는데... 그렇다면 난 이미 완전히 죽은 거야... 아무리 대단한 신이라고 해도 날 살릴 순 없을 거야...!” 그래서 제이크 한은 눈을 부릅뜨며 외쳤다. “이런 젠장, 이거 혹시 사후 세계인 건가?!” 그는 생각하자마자 망설이지 않고 말했다. “원래 사람이 죽으면 이런 상태가 되는 거야... 계속 꿈을 꾸고, 온갖 이상한 곳을 떠도는 거지... 그 다음
바로 이렇게 무한히 늘어난 타임라인 때문에, 제이크 한 경감은 지금 이 순간 눈은 떠 있지만, 여전히 끝없는 꿈속에 있는 듯한 혼미한 경지에 다다랐다. 그러던 중, 제이크 한에게 갑자기 한 남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제이크 한 경감, 지금 나를 볼 수 있겠습니까?”이 목소리를 듣는 순간, 제이크 한의 마음속은 요동쳤다. 참으로 이상했다. 지금까지 그렇게 오랜 꿈속에 있으면서, 단 한 번도 목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가끔 아내와 딸을 보기도 하고, 돌아가신 아버지를 보기도 했지만, 그 장면들은 마치 초창기 무성 영화와 같이 소리 없이 흘러가는 영상 같을 뿐이었다. 하지만 이번은 달랐다. 처음으로, 실제처럼 생생한 소리를 들은 것이다. 그런데 이 목소리는 제이크 한에게 매우 낯설었다. 더 이상한 것은, 분명히 처음 듣는 목소리인데, 낯섦 속에 묘한 익숙함이 섞여 있는 느낌이 들었던 것이다. 그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분명히... 어딘가에서... 이 목소리를 들은 적이 있어... 다만... 시간이 너무 오래 지나서... 지금 당장은 떠오르지 않아...’바로 그때, 그의 시각이 서서히 회복되기 시작했다. 더 이상 제이크 한은 눈앞이 새하얗게 밝지만은 않았다. 이제 그의 시야로 주변에 우뚝 솟아 있는 스테인리스 강철 탱크들이 들어왔다. 이 풍경은 음산하고 기이하게 느껴졌다. 그 후로 시야는 점점 더 선명해졌고, 마치 김이 서린 욕실 유리창에 드라이어의 뜨거운 바람이 불어 시야가 맑아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는 문득 자신이 욕조보다 약간 큰 물탱크에 누워 있다는 사실을 인식했다. 그리고 물탱크 옆에는 한 사람이 서 있었다! 그는 눈을 부릅뜨고 그 사람을 바라보다가, 너무 두려워 그 자리에서 온몸을 떨기 시작했다! 바로 그 순간, 그의 기억은 마치 빛의 속도로 되돌아오기 시작했다.가장 먼저 떠오른 기억은 바로 경기장을 나와 아내와 딸을 만나러 가려던 그 순간이었다. 그 때 자신은 엘리베이터 앞에서 무장 괴한들에게 공격을 당했
중소단이 제이크 한의 입안에 들어간 순간, 시후는 그의 몸이 짙은 영기로 감싸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곧이어 이 영기는 제이크 한의 몸을 재구성하기 시작했다. 제이크 한은 특수 냉동복을 입고 있어서 외부에서는 그의 신체 변화가 보이지 않았지만, 시후는 그의 만신창이가 된 몸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른 속도로 재구성되고 있음을 감지할 수 있었다.일단 가장 먼저 회복된 장기는 심장이었는데, 거의 산산조각 난 그 심장은 이미 완전히 건강한 상태로 복원되었으며, 바로 다시 뛰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의 혈관에는 이미 혈액이 없었고 대신 극저온 보호액이 채워져 있었다. 하지만 중소단의 효과로 그의 조혈 기관들은 하나씩 단계적으로 회복되었고, 곧 대량의 신선한 혈액이 끊임없이 생성되기 시작했다. 따라서 원래 그의 혈관을 채우고 있던 보호액들은 새로운 혈액의 압력으로 인해 자연히 체외로 밀려났다.이후 그의 체온은 점차 본래의 온도로 돌아왔고, 전신의 외부 상처들 또한 가장 빠른 속도로 치유되기 시작했다. 다른 이들은 제이크 한의 변화를 잘 느끼지 못하고 그저 그의 피부색이 창백함에서 약간 혈색을 띄기 시작했다는 정도만 인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시후는 제이크 한의 모든 변화를 똑똑히 보고 있었고, 속으로 감탄을 금치 못했다. ‘중소단은 역시 재구성하는 약효가 뛰어나다는 말이 맞군... 마치 높은 곳에서 떨어져 산산조각 난 유리컵을, 단순히 조각들을 다시 붙이는 게 아니라, 흠집 하나 없이 완벽히 복원하는 것과 같아... 부서진 부분은 고쳐주고, 잃어버린 부분은 새로 자라나게 하니, 이 약은 정말 무지막지한 효능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이때 제이크 한의 신체 장기, 사지, 심지어 혈액까지... 그의 몸은 이미 완전히 건강했던 시절의 상태로 회복되었고, 혈액이 충분히 보충되며 그의 심장 박동도 점점 강해졌다. 동시에 그는 점차 자발적인 호흡 기능도 되찾기 시작했다. 이제 다른 사람들도 눈으로 그의 가슴이 들썩이는 것을 볼 수 있었다.배유현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