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상가상으로 설날이 다가오면서 이미 많은 직원들이 휴가를 내서 집으로 돌아갔고, 대형 마트를 찾는 사람들은 평소보다 두 배로 늘었지만, 인력은 평소보다 적어졌기 때문에 마트는 굉장히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었다..! 계산대 캐셔, 청소부, 심지어 물품 배송 직원들도 평소보다 수가 적어졌기 때문에 주문 폭주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평소보다 많은 시간이 걸렸다..!이미 마트 내부에 많은 사람들이 있는 것을 보고 김상곤은 매우 답답해하며 말했다. ”아이고..! 좀 더 일찍 나올 걸 그랬다!! 그랬다면 빨리 장도 보고 집에서 TV나 보면서 누워 있을 수 있는데 말이야!“그러자 시후는 힘없이 웃으며 "어제 오고 싶었는데.. 장모님께서 다치시는 바람에..”라고 말했다.김상곤은 코웃음을 쳤다. "그 냄새 나는 년은 말도 마라..! 매일 허구한 날 밖에서 무슨 사고를 쳐대는지!!“ 결국 김상곤은 한숨을 쉬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말이야.. 이렇게 맨날 문제나 만들고 다니는데.. 왜 법은 안 어기는지 모르겠어?! 실수로 법에 어긋나는 짓거리만 하면 바로 감옥에 몇 년간 가둬 놓는 건데 말이야..!”시후는 참지 못하고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버님, 그 말 유나씨가 들으면 얼마나 슬프겠어요..?”그러자 김상곤은 서둘러 말했다. “그냥.. 자네가 있으니까 속마음 한 번 털어놨을 뿐이지! 유나에게는 말하지 마 절대로?!”시후는 고개를 끄덕였다. “걱정 마세요 아버님.“김상곤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어휴.. 일단 그 이야기는 그만하고.. 설날 음식 재료나 좀 사자고~““네, 그럼 채소부터 살까요? 일단 채소 사는 게 늦으면 아무래도 신선한 것들이 다 동나니까요?“두 사람은 이야기를 나누며 야채 코너로 왔다. 야채 코너는 면적이 넓지만, 진열대가 밀집되어 있기 때문에 통로가 비교적 좁아 사람이 많으면 혼잡해지기 쉽다. 시후와 김상곤이 쇼핑 카트를 밀고 있는데, 갑자기 누군가 큰 소리로 욕설을 했다. “이 할망구야!! 눈을 어따 두고 다니는 거야?
두 사람의 목소리에 김상곤은 즉시 반응했고, 그는 자신의 어머니라는 것을 알아차린 뒤 놀라 말을 이을 수 없었다..! 잠시 후 그는 시후에게 물었다. “은 서방.. 저거 우.. 우리 엄마야..? 내가 헛것을 봤나..?“시후는 옅은 미소를 지었다. “아버님, 정확하게 보신 것 맞아요. 할머님이시네요.”“아니 왜 여기서 직원 조끼를 입고 있지?! 일하러 온 건가..?““그렇게 보이는데요..?“시후의 말에 김상곤은 놀라며 말했다. “말도 안 돼?! 최우식 대표가 돈을 좀 주지 않았나? 그리고 청년재 별장을 구입해서 줬다고 했잖아? 앞으로 행복한 삶을 사는 것 아니었어?”김상곤은 지난 이틀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몰랐고, 윤우선이 자신의 형과 조카에게 납치되었던 사실도 몰랐다. 그렇기에 최우식 대표가 상당량의 자산을 포기하고 이화룡 밑으로 들어가 부하직원이 되었다는 사실도 물로 알지 못했다..! 따라서 지난 며칠 동안 신 회장과 가족들이 갑작스럽게 몰락하게 된 상황도 알 리가 없었다..!시후는 이때 입을 열었다. “제가 들은 바로는.. 최우식 대표가 투자를 이미 철회했다고 했습니다.”"철회?" 김상곤이 소리쳤다. "이 최우식 대표는 믿을 수가 없어! 그럼 투자는 왜 철회했지? 그 정도 자산을 가지고 있으면 WS 그룹에 투자한 돈 따위는 전혀 큰 돈이 아닐 텐데 말이야..?“시후는 어깨를 으쓱하며 미소를 지었다. ”그건.. 잘 모르겠네요..“두 사람이 대화를 하던 중에 장옥분이 다시 대걸레로 신 회장의 발목을 찌르고는 혐오스럽게 말했다. “이 더러운 늙은이야!! 어휴 젠장!! 좀 비켜!! 내가 바닥 닦는데 방해 되잖아!!”신 회장은 숨이 막히는 듯했다. “옥분 씨, 총판님이 나에게 할당한 일은 여기에서 비닐 봉지를 뽑는 것을 돕는 거야. 내가 잘하지 못하면 해고될 거야.. 부탁할게~! 더 이상 괴롭히지 말아 줘!!”하지만 장옥분은 차갑게 코웃음 치며 말했다. “흥!! 나는 원래 당신을 굉장히 존경했어! 그런데 당신이 한 짓은 당
시후는 김상곤에게 물었다. “아버님, 혹시 다른 생각이 있으신가요?” 시후는 이때 김상곤의 기분이 어떤지 몰랐지만, 아무래도 그가 신 회장을 도우려고 하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이때 김상곤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아무래도.. 내 어머니가 이런 힘든 생활을 하고 있다는 걸 보면.. 나는 너무 마음이 아파..“ 하지만 김상곤은 갑자기 화제를 전환해 눈을 가리고 말했다. ”하지만, 나는 지금 아무것도 못 본 거야!! 조금 전은 환각이었던 거야!“ 말을 마친 그는 재빨리 돌아 서서 시후에게 말했다. “그럼, 은 서방!! 우리 생선, 새우, 고기, 계란을 사야 해.. 채소는 다른 곳에서 사는 게 좋지 않을까? 어떻게 생각하나 자네..?”시후는 김상곤이 의미하는 바를 알아차렸고, 즉시 웃으며 말했다. "예, 장인 어른 동의합니다. 이 마트의 재료들이 생각보다 신선하지 않네요. 나중에 시장에 가서 구매 하시죠.. 일단 저기에 랍스터가 있는데.. 한 번 확인해 보시고 마음에 들면 사가실래요?“김상곤은 미소를 지으며 시후를 가리키며 말했다. “큭큭큭! 역시 우리 사위 내 마음을 잘 안다니까? 자 가자!! 우리 랍스터 사러 가자고~~” 사실 김상곤은 마음 속으로 어머니에게 동정심을 느꼈지만, 그는 바보가 아니었다. 그는 이미 몇 년 동안 신 회장의 얼굴을 분명히 보았다.지난 번 자신이 그룹을 떠날 때, 신 회장은 정말 인심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고, 혈연관계에 대해서도 전혀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게다가 딸 유나를 속일 때도 마찬가지로 무자비했다. 게다가 나중에 WS 그룹이 망하게 되자, 청년재에서 살기 위해 신 회장은 많은 역겨운 일을 계획하고 수행했다. 그래서 김상곤은 오랫동안 이러한 어머니의 모습을 보는 데 지쳐 버렸다. 따라서 그는 현실이 신 회장에게 심오한 교훈을 줄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었다. 즉, 신 회장이 자신의 잘못에 대해서 완전히 뉘우치기 전에는 신 회장에게 도움을 줄 생각이 없었던 것이다..! 시후와 김상곤은 많은 것을 샀지만, 야
시후도 이때 홍라연을 발견했다. 슈퍼마켓 녹색 조끼를 입은 홍라연을 보자, 시후는 갑자기 피식 웃음이 나왔다. 왜냐하면 시후의 머릿속에 갑자기 홍라연이 막노동판에서 일할 때가 생각났기 때문이다. 그 때 당시 막노동판에서 홍라연에게 작업복을 줬는지는 알 수가 없고, 홍라연이 작업복을 입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어떤 모습인지 알 수는 없기는 했지만 말이다.홍라연은 지금 너무나도 괴로웠다. 홍라연은 시후를 몹시 못마땅하게 여겼는데, 예전에 윤우선을 잡을 함정을 만들었는데 그것을 망친 장본인이 바로 시후이기 때문이다! 그 뿐만이 아니라, 최악인 것은 바로 시후가 모든 돈을 기부 단체에 기부하게 만든 뒤, 자신을 막노동판으로 보내 버렸다는 것이..! 막노동판에서의 시간을 생각하면 홍라연은 너무나도 괴로워서 죽고 싶었고, 분노만이 가득했다. ‘이 개 같은 자식!! 나를 막노동판에 보내지 않았으면, 지금 내가 이토록 괴롭지는 않았을 텐데!! 내가 그렇게 오랜 기간동안 많은 희생을 했지만 얻은 것이라고는 성병과 남의 아이라니..! 은시후가 아니었으면 내가 이렇게 비참하게 살고 있지 않을 텐데..!!’ 지금 홍라연은 이 사실을 생각하면 할 수록 화가 나서 이가 갈렸다. 그래서 홍라연은 시후가 물건을 사러 오는 것을 보고 즉시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 "계산대를 바꾸세요. 여기는 계산 안 합니다~”그러자 시후도 화를 내지 않고 미소를 지었다. “저기요.. 그건 좀 이상한 것 같은데요? 저희가 이렇게 오래 기다려서 이제야 차례가 왔는데.. 저희 앞에 있던 사람들은 다 계산을 했는데, 갑자기 왜 우리 차례에 계산을 안 하신다는 거죠?”홍라연은 화를 내며 말했다. “이제 제가 쉬는 시간이라서요! 그러면 계산을 일시 중지할 수 있는 거죠! 여기가 뭐 당신 집이에요? 갑자기 와서 왜 헛소리예요? 오늘 계산 안 한다고요! 계산을 하려면 다른 계산대에 가세요! 여기에 오지 말고!”그러자 김상곤은 불만을 품고 화를 내며 소리쳤다. “아 놔 진짜..!! 왜 이래?! 여기 계산원이
원래 홍라연은 오늘 일자리를 구하러 왔고, 그녀가 지원한 것은 하루에 최저 시급을 지불하는 비정규직이었다. 홍라연의 상사는 그녀와 면접을 할 때 이야기를 나눈 후 홍라연이 대졸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계산대에서 일할 것을 요청했다. 사실, 계산원 일은 피곤하지 않고 잡일을 하는 것보다 편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홍라연은 곧바로 일하겠다고 동의했다. 조금 전에 부장은 문제를 확인하고 홍라연에게 물었지만, 조금 전 그녀가 자신의 친척들과 만나서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했기에 잠시 걱정을 접어 두었다. 그래서 그는 이렇게 한 마디 하며 주의를 주었다. "홍라연 씨 일단 지금 일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친척들이 왔다고 해도 농담하고 사적인 이야기를 하면 안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조심하세요!”홍라연은 서둘러 고개를 끄덕이며 아첨을 해댔다. "어휴~ 걱정 마세요! 다음부터는 절~대 안 할 게요 부장님~~”그러자 부장은 콧노래를 부르며 돌아서서 떠날 준비를 했다.이때, 김상곤이 물었다. “저기요! 당신이 여기 부장입니까?”“네, 맞습니다.”“저, 내가 하나 따질 게 있는데 말이요!”“예? 무슨 일이시죠!?”김상곤은 홍라연을 가리키며 화를 내며 말했다. “아니!! 당신 부하직원이라는 여자가 나를 아무 이유 없이 인신공격하고 욕설을 퍼붓는데, 아무런 조치가 없어요? 이건 명백한 직무유기 아닙니까?! 평소에도 그렇게 부하직원들 관리를 허술하게 합니까?!”부장은 의아해하며 말했다. "예?!! 두 분 친척 아닌가요?""말도 안 되는 소리하네!! 친척은 무슨 친척이에요!”그러자 부장은 홍라연을 가리키며 당황했다. "홍라연 씨가 친척이라고 했는데요?!”김상곤은 경멸스럽게 말했다. "그럼 그냥 저 여자의 말만 믿는 겁니까? 정말 직무유기네요! 혹시 당신 두 사람이 친척 아니에요? 친척이 아니면 이렇게 쉽게 편을 들고 그냥 넘어가기 어려울 텐데요?”그러자 부장은 심장이 뛰면서 깜짝 놀랐고, 서둘러 정중하게 물었다. "선생님, 홍라연 씨와 관련
홍라연의 상사는 김상곤의 말을 듣고 즉시 상황을 파악하려고 노력했고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홍라연 씨 뭐야?? 조금 전까지 친척이라고 했잖아? 그런데 지금 고객님과 갈등을 일으킬 뿐만 아니라 소리를 지르고 심지어 나를 속이려고 거짓말까지 해? 이런 사람을 여기에 두고 계산을 하게 하면 얼마나 많은 고객들과 문제를 일으킬지 모르겠어! 잘못하면 나까지 잘릴 거야! 안 되겠어! 당장 잘라야겠군!’ 이렇게 생각한 부장은 주저 없이 날카로운 말투로 말했다. “홍라연 씨, 오늘 잠시 알바로 일하면서 문제 일으키지 말고 친절하게 고객들과 소통해 달라고 부탁했는데.. 이렇게 고객 응대가 나쁠 줄은 몰랐네요! 그럼 이제 더 이상 여기서 일 할 필요가 없을 것 같으니 캐셔용 키 넘기고 지금 당장 조끼 벗고 나가세요!!!”홍라연은 멘붕할 것만 같았다..! ‘무슨 소리야? 내가 오늘 일자리를 찾으러 아침 일찍부터 여기에 왔고, 지금까지 열심히 일하느라 피곤해 죽겠는데!!! 그리고 이제 점심 식사 시간이 얼마 남지도 않았고 직원식당에 가서 배를 채우려고 했는데..? 부장님이 이렇게 바로 해고를 통보하다니.. 이렇게 하면 점심도 못 먹고 오늘 받을 일당도 날리는 것 아니야..?’ 그러자 홍라연은 "부장님! 제발 해고하지 말아 주세요!! 저는 집에 있는 가족들을 부양하기 위해 일하러 나온 거예요!! 흑흑흑.."이라며 눈물을 흘리면서 애원했다. 홍라연은 다급히 부장의 팔을 잡고 끌어당기며 말했다. "부장님, 제 남편과 아들이 몸이 마비되어서 아무것도 못해요..!! 제가 돈을 벌어야 해요!! 그래야 요리할 쌀도 사고 그.. 그러니까 식재료도 사야 해요..! 제발 자비를 베풀어주세요. 이번만 용서해주세요. 다시는! 절대 고객님들과 트러블 일으키지 않을게요..!”부장은 경멸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홍라연 씨, 상상력이 너무 풍부한 거 아닙니까? 조금 전에는 당신이 이 분의 형수라고 하더니, 이번에는 집에 가족들이 몸이 마비되어 있다고 말해요? 아무리 급해도 그렇지 그런 거짓말까지 지
홍라연은 멘붕한 채로 소리 쳤다. "대체 나에게 왜 이래요? 왜 나를 끌어 내는 거예요?! 왜 돈은 안 주냐고!!!” 하지만 그녀가 아무리 큰 소리로 외쳐도, 아무도 그녀를 불쌍히 여기거나 동정하지 않았다..!홍라연이 슈퍼마켓 밖으로 끌려 나가는 것을 본 마트 부장은 죄책감에 찬 표정으로 시후와 김상곤에게 말했다. "두 분 정말 정말 죄송합니다.. 제가 부적절하게 고용을 하는 바람에 이런 일이 생겼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김상곤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물론 이런 문제가 모두 당신 책임은 아니겠지만, 일부 책임이 있겠죠!" 김상곤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결국 당신이 사람을 잘못 뽑은 것 아니겠어요?”부장은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앞으로 저도 이런 일 없도록 노력하겠습니다..!”김상곤은 손을 뻗어 그의 어깨를 두드리고는 마치 선배가 후배를 위로하는 듯한 어조로 말했다. “파이팅 하십쇼!”"예, 예, 예!" 부장은 계속 고개를 끄덕이더니 교대 근무를 위해 방금 식사를 마치고 돌아온 캐셔에게 황급히 인사하며 말했다. "자, 장희진 씨, 이 두 분 얼른 계산 부탁해요~ 너무 늦게 계산해드렸어요!”그러자 직원은 서둘러 시후와 김상곤이 결제를 마무리하도록 도와주었다. 김상곤과 시후는 마트를 떠났고, 신 회장과 홍라연 두 사람에 대해서는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았다.홍라연은 마트에서 쫓겨난 후 수십 시간 동안 쌀 한 톨도 먹지 않았기에 너무 배가 고파서 어지러움을 느꼈고, 뱃가죽이 등에 달라붙을 정도로 배가 고파 거의 기절하기 직전이었다. 그녀는 다른 임시직을 찾을 힘도 없었기에 집까지 터덜터덜 걸어갈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홍라연은 별장으로 돌아오자마자 소파에 드러누웠고, 눈꺼풀을 들어올릴 힘조차 없었다.집에서 김창곤과 김혜준을 돌보고 있던 김혜빈은 아래층에서 움직임을 듣고 서둘러 확인을 위해 내려갔다. 홍라연이 소파에 누워있는 것을 보고 그녀는 놀라서 말했다. “엄마!! 왜 벌써 왔어요? 일하러 가신
홍라연은 지금 이 빌어먹을 일상이 오히려 막노동판에서 지내던 시간 보다 힘들다는 것을 느꼈다. 그래서 홍라연은 눈물을 흘리면서 막노동판에서의 삶을 회상했고,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그 건축 감리들과 함께 일할 때, 매일 밥은 배부르게 먹을 수 있었는데..! 배고플 일도 없을 뿐만 아니라, 일을 많이 할 필요도 없었고, 술을 마실 수도 있었어.. 생각만 해도 정말 멋진 삶 아니야..?’ 이렇게 생각한 홍라연은 긴 한숨을 내쉬며 옆에 있던 김혜빈에게 말했다. "혜빈아.. 하아.. 우리가 지금 어떤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하니? 정말.. 돈도 다 날아가고, 회사도 부도가 났지, 지금은 남의 별장에서 얹혀살며 먹을 것 마저 다 떨어져 없는데.. 언제쯤 이런 끔찍한 날들이 끝날까..?”김혜빈 역시도 자신의 신세를 생각하자 울음을 참지 못하고 숨을 헐떡이며 말했다. “그러니까요.. 엄마.. 나도 이 상황이 이해가 안 돼요.. 우리 가족들은 이전에 부자였고, 잘 살았잖아요. 현우 오빠와의 관계도 좋았고.. 난 오빠와 결혼도 앞두고 있었는데.. 그런데 갑자기 한 순간에 하루 하루가 끔찍해졌어요..”홍라연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절에 가서 108배라도 드려야 하나.. 이러다가는 죽어 버릴 것 같아..!”"엄마, 지금 생각해보면 우리 가족의 불운은 할머니의 지난 번 생신 뒤부터 시작된 것 같아요..”"뭐라고? 언제를 말하는 거니?”"생각해봐요? 할머니의 마지막 생신 잔치에서 현우 오빠가 할머니에게 대홍포 차를 주었고, 김유나를 좋아한다고 하던 그 박주원이라고 하던 사람은 할머니에게 블루 다이아몬드 반지를 주기도 했잖아요!”홍라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 박주원이라는 친구가 준 반지가 엄청 비쌌던 걸로 기억나는데!” 이에 대해 홍라연은 유감스러운 듯 한숨을 쉬었다. "어휴.. 하필 그 반지들과 할머니의 다른 골동품들이 모두 은행에 압류되었어!!!”"그 생일 파티에서 은시후가 할머니에게 그 고아원에서 만난 여사님을 위해 돈을 좀 빌려 달라고 했던
Samson 그룹에서 점심 식사가 진행된 후, 이토 그룹 일가와 하영수가 아직도 태평양 상공을 비행 중일 때, 제이크 한의 아내와 딸, 그리고 사위는 드디어 뉴욕 JFK 공항에 도착했다. Samson 그룹의 헬기는 이미 공항에서 오랫동안 대기하고 있었고, 그룹의 조율 덕분에 원래 제트브릿지에 연결되어야 할 항공편은 임시로 외곽 주기장에 세워졌다. 세 사람이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그들은 대기하고 있던 Samson 그룹 직원들에 의해 곧장 근처에 있는 헬기로 안내되었다.한편, 제이크 한은 AB 빌딩에서 초조한 듯 계속해서 실내를 서성이며 손을 비비고 있었다. 그는 곧 가족들을 마주할 순간에 말실수를 하기라도 할까 봐 배유현이 자신에게 가르쳐준 설득 시나리오를 머릿속에서 반복해서 연습하고 있었다.그 모습을 본 배유현은 그를 안심시키듯 말했다. “제이크 한 경감님,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만약 너무 긴장해서 말이 잘 안 나오시면, 제가 대신해서 사모님께 설명드릴 수 있으니까요.”안충주도 고개를 끄덕이며 맞장구 쳤다. “그래 맞아, 긴장되면 괜히 어설프게 말을 하려고 하는 것보다 차라리 조용히 있는 게 나아. 배유현 회장님이 준비한 설명은 아주 완벽하니까 말이야. 그러니 실수만 안 하면, 오늘은 무조건 잘 넘어갈 수 있어.”제이크 한은 고개를 연달아 끄덕이며 감격에 찬 눈빛으로 배유현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럼 조금 있다가 가족들이 도착하면... 배유현 회장님, 많이 도와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10분 후, 헬기 한 대가 빌딩 옥상에 착륙했고 안충주는 직접 나가 사람들을 마중하러 나갔다.그 모습을 보자마자 박은미는 초조한 얼굴로 그에게 다가와 다급히 물었다. “충주 씨, 도대체 남편이 어디 있다는 거예요? 지금 어디에 있어요? 그에게 무슨 일 생긴 건 아니죠?”안충주는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제수씨, 제이크는 무사해요. 정말 아무 일도 없습니다! 자세한 건 안으로 들어가서 말씀드리겠습니다.”박은미는 안심하려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게다가 딸은 지금 임신 중이었는데도, 자신의 행방을 찾기 위해 함께 다니고 있는 듯했다.안산은 제이크 한이 눈물을 멈추지 못하는 것을 보자 재빨리 말했다. “제이크 한 이 친구야, 큰 고비를 넘기고 살아난 사람에겐 반드시 좋은 일이 따라오는 법이야. 지금은 기뻐해야 할 때지, 울 때가 아니라네!” 그렇게 말한 후 그는 곧장 배유현을 향해 고개를 돌리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배유현 회장, 조금 전 그 해결책은 정말 완벽 했어요. 수표는 배 회장이 작성했지만, 돈은 어디까지나 우리 Samson 그룹이 낼 겁니다. 이렇게 큰 도움을 주셨는데, 더는 부담을 드릴 순 없지요.”배유현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네 알겠습니다, 회장님. 그럼 회장님 말씀대로 하겠습니다.”안산은 다시 제이크 한을 향해 말했다. “제이크, 그럼 충주에게 부탁해서 자네 아내와 딸을 이쪽으로 데려오도록 해. 마침 배유현 회장과 함께 점심 한 끼 하면서 기다리면, 식사 끝날 즈음엔 도착해 있을 거야. 그러면 세 식구가 다시 만날 수 있겠지!”제이크 한은 눈물을 닦으며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안산은 다시 배유현에게 말했다. “배유현 회장, 식사 후에 조금만 더 시간 괜찮겠어요? 조금 전 말한 계획은 빈틈이 전혀 없어서. 만약 제이크의 아내와 딸에게 직접 설명을 해준다면 설득력도 배가 될 것 같은데... 어떠십니까?”그러자 배유현은 한 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 “네 괜찮습니다, 회장님. 저도 오후에 특별한 일정이 없습니다.”“좋습니다!” 안산은 웃으며 말했다. “오늘은 정말 기쁜 날이군! 제이크 한 이 친구가 죽음을 넘기고 살아난 것도 그렇고, 우리가 직접 그의 가족들이 만나는 것을 지켜볼 수 있게 되었으니 말이야! 아주 경사가 겹겹이 겹쳤구먼! 충주야, 이건 영상으로 꼭 남겨둬야 한다. 혹시라도 내일 내가 까먹을 수도 있으니까, 다시 보여줘야 하니!”안충주는 고민할 틈도 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아버지. 저희 다 같이 휴대폰을 켜놓고 동영상 촬영을 해
“그래 알겠어.” 안충주는 흔쾌히 대답하며 제이크 한에게 물었다. “그럼 제수씨가 아직 뉴욕에 계신다고 할 때, 만약 나에게 자네 소식을 아는지 물어보면 어떻게 말해줄까? 있는 그대로 말할까, 아니면 자네가 깜짝 등장할 수 있도록 선의의 거짓말을 해줄까?”제이크 한은 잠시 생각한 뒤 말했다. “혹시 나에 대해 물어보면, 자네가 단서를 찾았다고만 말해줘. 상세한 이야기는 직접 만나서 말하고 싶다고만 전해주고, 그럼 그 자리에서 내가 직접 깜짝 선물처럼 나타나는 것이 좋겠어.”“알겠어.” 안충주는 고개를 끄덕이며 바로 휴대폰을 꺼내, 제이크 한의 아내 박은미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가 연결되었고, 스피커 너머에서 떨리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충주 씨, 제 남편 소식을 들은 게 있으세요?!”안충주는 잠시 멈칫했지만, 일부러 차분하게 말했다. “제수씨, 단서를 조금 찾았어요. 혹시 아직 뉴욕에 계신 겁니까? 만나서 직접 말씀드리고 싶어서요.”전화기 너머에서 들려오는 박은미는 놀라움에 목소리가 떨려왔다. “정말이에요?! 어떤 단서요? 지금은 워싱턴에 있어요. 제 대학 동창 중 한 명이 여기에 인맥이 좀 있어서 도움을 청하러 왔거든요. 곧 뉴욕으로 돌아가려던 참이었어요. 비행기 출발까지는 30분 남았고, 1시간 40분 후엔 뉴욕에 도착할 거예요!”“그렇다면, 항공편 번호만 보내주세요. 제가 공항에 사람을 보내서 픽업하겠습니다. 만나서 얘기하시죠.”그러자 박은미는 살짝 불안한 듯 물었다. “충주 씨, 솔직히 말해주세요... 우리 남편...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니죠?” 안충주는 황급히 답했다. “아닙니다 제수씨! 그건 절대 아니고요, 저를 믿으세요. 제이크 한 그 친구와 관련된 좋은 소식이에요. 항공편 번호만 알려주시면, 나머지는 걱정 말고 오시면 됩니다.”박은미는 감격하여 목이 메인 듯 말했다. “아 정말 다행이네요...” 그리고 그녀는 곁에 있는 듯한 사람에게 말했다. “쥴리, 충주 삼촌이 전화를 주셨네. 네 아빠에 대한 좋은 소식이
제이크 한은 참지 못하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회장님, 저는 단 한 번도, 그때 제가 죽을 뻔했던 일이 Samson 그룹 때문이라고 생각한 적 없습니다...” 잠시 말을 멈춘 그는 다시 이어 말했다. “당시 저는 그냥 우연히 회장님과 함께 나들이 삼아 즐거운 시간을 보내려고 했을 뿐이고, 모든 건 제가 선택한 일이었으니까요. 갑작스러운 공격을 당한 것도 제 불운 탓이지, 어떻게 봐도 Samson 그룹에 제가 뭔가 공헌을 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솔직히 말하면, 그날 저는 죽을 뻔하긴 했지만, Samson 그룹을 위해 실질적으로 한 일은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그저 무장 괴한들 앞에서 저는 아무런 대응도 못 하고 그대로 총알을 맞고 쓰러졌을 뿐이니, 기껏해야 총알받이 정도였을까요...”사실, 제이크 한에게는 아직 말하지 않은 진심이 남아 있었다. 그는 자신이 Samson 그룹을 위해 뭔가 도움을 주었다고 생각하지 않으며, 오히려 자신을 살려준 것은 Samson 그룹의 외손자, 시후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시후 덕분에 자신은 다시 살아날 수 있었고, 새로운 삶을 얻을 수 있었다. 이렇게 시후에게 목숨을 빚지게 된 상황에서 Samson 그룹의 돈을 받는다는 건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일이었다.그 때 안산이 얼굴을 단호하게 말했다. “왜? 총알받이가 된 건 도움이 아닌가? 자네가 총알받이가 되었다고 하더라도 그건 우리 Samson 그룹이 맞을 총알들을 대신 맞고 쓰러진 거 아니겠나! 내가 좀 직설적으로 말해볼까? 자네 말대로라면, 예전에 우리 나라를 지키려다 적군들의 총에 맞아 돌아가신 분들은 다 헛되이 죽은 셈인가? 그게 무슨 얼토당토않은 소리야?!”“저... 그건......” 제이크 한은 할 말을 잃었다. 분명, 안산의 논리는 제이크 한 자신보다 훨씬 논리적이었기 때문이다.그때 안충주가 옆에서 덧붙였다. “이건 자네 혼자만의 일이 아니야. 집안의 혈통이 이어질 수 있는 문제고, 나아가 사회 계층을 바꾸는 문제이기도 해. 그리고 자네도
배유현이 자신에게 1천만 달러짜리 수표를 주겠다는 말에, 제이크 한은 본능적으로 손사래를 치며 당황한 채로 급히 말했다. “배유현 회장님, 저를 이렇게까지 도와주신 것도 모자라 돈까지 주신다니, 그건 절대 안 됩니다...”그러자 옆에 있던 안산 회장은 무릎을 치며 격양된 목소리로 외쳤다. “배유현 회장의 이 방법은 정말 기가 막히는군요! 빈틈이 없어! 완벽해!” 그러고는 제이크 한을 향해 손가락을 들어 말했다. “자네, 돈 걱정은 할 필요 없어. 배유현 회장이 자네에게 이 돈을 주는 이유는, 자네가 가족들 앞에서 이번 일을 잘 설명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가 아니겠나. 그 덕분에 자네의 아내와 딸도 자네를 원망하기보다는, 자네가 얼마나 그들을 소중히 여기는지 느낄 수 있게 될 거야. 그렇게 되면 모든 갈등도 자연스럽게 풀릴 것이고!” 그는 말을 이으며 덧붙였다. “하지만 자네의 말도 일리가 있기는 하네. 배유현 회장이 자네 뿐만 아니라 우리 Samson 그룹까지 도와줬으니, 지금 이런 상황에서 배유현 회장에게 돈을 지불하라고 할 수는 없지. 그러니 이 돈은 내가 내도록 하겠네!”제이크 한은 급히 말했다. “회장님... 그건 더더욱 안 됩니다! 저는 회장님의 돈도 받을 수 없어요! 게다가, 제가 수입이 많지는 않지만, 가족 생계에는 지장이 없습니다. 제 아내와 딸도 돈을 크게 밝히지 않는 성격이라...”안산은 손을 저으며 말했다. “누가 자네 아내랑 딸이 돈을 밝힌다고 했나? 이 돈은 그저 자네가 가족들에게 마음을 전하는 상징일 뿐이야. 그러니 수표를 들고 돌아가서, 아까 배유현 회장이 말한 것처럼 하나하나 다 설명하는 걸로 하게. 그러면 자네가 걱정하던 일은 단번에 해결될 거야. 그리고 이 1천만 달러는 아이의 미래에도 든든한 자산이 될 거다! 자네는 우리를 위해 너무 많은 고통을 겪었어. 그러니 고마움을 표현할 기회를 우리한테도 줘야지.”이때 옆에 있던 시후의 외할머니가 얼른 말했다. “여보, 당신이 전에 말했었죠? 제이크 한 저 친구의 사위에
제이크 한은 난처한 듯 말했다. “사모님, 솔직히 말씀드리면... 제가 집에 돌아가면 아내와 아이에게 이 사실에 대해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고민 중이기는 합니다... 딸아이가 얼마 전에 임신 소식을 전했는데, 그 직후에 제가 갑자기 사라져 버렸거든요...” 이 말을 하면서 그는 화제를 돌리기 위해 안충주에게 물었다. “충주, 내 아내가 자네한테 연락하지 않았어? 뭐라고 말했나?”안충주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뭘 어떻게 말하겠어... 나도 그냥 모르겠다는 말 밖에 할 수 없었지... 은인은 자네가 죽었다는 말은 하지 말라고 하셨고, 실종됐거나 다른 여자와 도망쳤다고 하라고 했지만, 내가 어떻게 그런 말을 해...”제이크 한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럼 어떻게든 잘 생각해 봐야네. 집에 가서 제대로 설명을 못 한다면, 아내와 딸은 날 계속 의심할 테니까...”안충주는 잠시 고민하다가 말했다. “아니면 그냥 이렇게 말해. 강제 퇴직을 당한 게 마음에 걸려서 기분 전환 겸 여행을 다녀왔다고?”그러자 제이크 한은 민망한 듯 말했다. “그건 너무 무책임한 거 아니야...? 딸아이가 임신했다고 연락한 시점인데, 그 기쁜 소식을 듣고도 내가 퇴직을 당해 기분이 나쁘다고 여행을 갔다? 그건 너무 머저리 같잖아...”안충주는 혀를 찼다. “하아... 자네가 이런 중요한 시점에 실종된 후에 아무 소식도 없었으니, 게다가 딸이 임신한 중요한 시기에 말이야... 진실을 말하지 않으면 변명할 방법이 거의 없을 거야...”Samson 그룹의 다른 가족들도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그들도 제이크 한의 집안 사정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제이크 한은 아내와 딸과 오랜 시간 떨어져 지냈고, 관계도 원만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런 상황에서 딸이 임신 소식을 알린 그 시기, 제이크 한이 갑자기 사라졌고 제이크 한은 실상을 밝힐 수 없으니 그야말로 처리하기에 매우 곤란한 일이었다. 따라서 제이크 한이 이번에 집에 돌아가면 아내와 딸의 원망은 피할 수 없을 것이 분명했
Samson 그룹 구성원들은 안산 회장 역시도 미스터리한 은인의 정체가 누구인지 궁금해하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가 이렇게 단호하게 말한 이상, 아무도 감히 그 뜻을 거스르려 하지 않았다.이에 안충주가 먼저 입을 열었다. “아버지, 걱정 마십시오. 꼭 명심하겠습니다. 절대 선을 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안태풍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아버지, 저도 형님 말대로 절대 선을 넘지 않겠습니다.”그러자 옆에 있던 제이크 한은 이 말을 듣고 속으로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시후와의 약속대로 시후의 정체를 절대 누설하지 않겠다고 맹세했지만, 마음 한편으로는 Samson 그룹 식구들이 하루라도 빨리 시후의 정체를 알아차리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조금 전 그는 안충주 앞에서 의도적으로 회춘단의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안충주가 단서를 연결하여 생각하도록 유도하려 했고, 그렇게 하면 언젠가 안충주가 그의 조카 시후에 대한 정보를 알아낼 수 있으리라 기대했다. 하지만 그는 정확한 힌트를 줄 수는 없었는데, 그건 시후와의 약속 때문이기도 했고 옆에 배유현이 있어 명확하게 힌트를 준다면 배유현이 그것을 알아차릴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제이크 한은 Samson 그룹과 오래 인연을 맺고 있었기에, 이들이 지난 20년간 얼마나 간절히 시후를 찾아 헤맸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들은 이 일에 엄청난 인력과 자원을 투자하고 있었고, 전 세계를 뒤집다시피 하며 시후의 흔적을 찾으려 애썼다. 하지만 결국 인연이라는 것은 참 아이러니한 운명의 장난 같은 것이었다. Samson 그룹 일가는 그토록 많은 에너지를 들여 전 세계를 뒤졌지만, 정작 시후는 사건이 벌어졌던 한국에 그대로 머물고 있었기 때문이다.Samson 그룹은 한때 시후가 그 정체불명의 조직에 의해 납치된 것이라고 의심하기도 했고, 한편으론 기적처럼 어딘가에서 그를 찾을 수 있기를 기도했다. 하지만 그들은 시후가 이미 오래전부터 곁에 있었다는 사실은 꿈에도 몰랐
시후는 제이크 한을 살리기 위해서는 외가 식구들에게 일부 단서를 드러낼 수밖에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제이크 한을 구한 건 본인의 선택이었고, 마침 멕시코에서 중소단의 핵심 약재를 얻은 것은 우연이었다. 그렇기에 자연스럽게 시후는 제이크 한을 살리는 방향을 택했던 것이다. 사실 시후는 단서가 드러나는 문제에 대해 그리 크게 개의치 않았다. 결국 외가 식구들은 자신의 적이 아닌 가족이고, 현재까지 드러난 단서는 퍼즐 조각 하나를 더 주는 수준일 뿐, 자신의 정체를 완전히 파악하려면 아직도 외가 식구들은 많은 것이 부족했기 때문이다.안충주의 추측은 Samson 그룹 전체의 공감을 이끌어냈다.그러자 안태풍은 흥분을 감추지 못하며 말했다. “형님, 이렇게 보니 그 은인은 우리와 인연이 꽤나 깊은 것 같은데! 그 때 형님이 한국에서 회춘단 경매에 참여했을 때 쫓겨났지만, 그분은 그 일을 알고도 우리를 도와주신 거니까. 뉴욕에서 우리를 구해준 걸 보면 말이야.”안충주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날 경매장에서 한국의 송민정 회장은 누가 봐도 꼭두각시와 같은 존재였어. 현장의 중요한 결정들은 누군가가 이어폰으로 지시하고 있었고, 그래서 난 은인이 바로 경매장 무대 뒤 어딘가에서 모든 걸 지켜보고 있었다고 생각 했어. 그리고 내가 회춘단을 낙찰 받기 위해 엄청난 금액을 제시했는데도 내가 경매장에서 쫓겨났다는 건, 송민정 회장 같은 인물이 절대 내릴 수 없는 결정이라고 생각 했어. 이룸 그룹의 자산 규모는 내가 제시한 금액보다 더 적을 테니까.”그러자 시후의 외할머니는 탄식하며 말했다. “그렇다면 우리 가족은 정말 운이 좋았어. 그날 그 은인이 옆방에 안 계셨다면, 우리 모두 큰 화를 당했을 거다...”안충주는 갑자기 무언가 떠오른 듯 말했다. “어머니, 그 은인이... 혜리의 팬인 것 같은데요!”시후의 외할머니는 별일 아니라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은서는 그래도 케이팝 분야의 톱스타잖니. 은인이 동양인이라면 혜리 정도의 톱스타는
시후의 외할머니가 시후를 직접 만나고 싶다고 말하자, 배유현은 급히 말했다. “죄송합니다, 사모님... 여러분들을 살려주신 은인께서는 행방이 일정하지 않으셔요. 이번에도 저에게 약을 전달해주신 후, 아직 해야 할 중요한 일이 많다며 바로 떠나셨기 때문입니다.” 사실 엄밀히 따지자면, 배유현이 거짓말을 한 것은 아니었다. 시후는 정말 자주 이동했기 때문에 행방이 일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에는 캐나다, 미국, 홍콩, 멕시코를 오가는 터라 시후의 구체적인 계획은 배유현도 알지 못했다. 게다가, 시후는 이미 페이셔스 그룹의 냉동 센터를 떠난 상태였다. 그는 지금 버킹엄 호텔로 돌아가, 이토 그룹과 하영수가 도착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시후의 외할머니는 배유현의 말을 듣고 매우 아쉬운 듯 말했다. “그분께서는 우리 집안 구성원들을 모두 구해주셨고, 이번엔 제이크 한 경감까지 살려주셨어요. 이처럼 큰 은혜는 우리 자손 대대로 다 갚지 못할 만큼 대단한 것인데, 그분은 단 한 번도 우리에게 보답할 기회를 주지 않으셔서...”배유현은 위로하듯 말했다. “사모님, 그건 저도 마찬가지랍니다. 저는 오래전부터 은인께 큰 은혜를 입었지만, 아직까지 제대로 보답할 기회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저 그분을 위해 작은 힘이라도 보태며 곁에서 도울 수 밖에요.”이때 안충주가 말을 이었다. “배유현 회장, 예전에 한국의 경매장에서 당신의 할아버지인 전 회장님께서 갑작스레 몸져 누우셨고, 그 틈을 타서 당신의 큰아버지가 권력을 빼앗았죠. 그런데 전 회장님께서는 다시 건강을 회복하셨고, 당신과 함께 뉴욕으로 돌아오셔서 결국 페이셔스 그룹을 다시 맡으셨는데... 내가 짐작하는 게 맞다면, 그 당시 우리의 목숨을 살려준 은인이 당신 역시 도와주신 겁니까?”“네 맞습니다.” 배유현은 숨김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분이 아니었다면, 제 할아버지는 한국에서 목숨을 부지하셨다 해도, 저와 함께 큰아버지의 추격에서 벗어날 수 없었을 겁니다.”안충주는 눈빛이 번뜩이며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