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CS 그룹에는 전국 각지, 심지어 전 세계에 친척들이 많이 있었다. 친척들 가운데에 성이 ‘은’씨라는 사람도 있었지만 경제력은 LCS 그룹에 비하면 매우 뒤떨어져 있었다. 그러므로 시후가 LCS 그룹의 사람이라면 주우천은 그를 화나게 할 수 없지만, 친척일 뿐이라면 주우천은 전혀 무서워할 필요가 없을 것이었다. 창신 그룹도 역시 유명하고 권력도 강하기 때문위다. 그리고 LCS 그룹과의 관계도 나쁘지 않은데, 어떻게 일개 LCS 그룹의 친척이라는 청년에게 모욕을 당하겠는가?이때 시후는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방금 은소리 씨를 안다고 하던데.. 지인인가요?”"물론이죠!" 주우천은 퉁명스럽게 말했다. "은소리 이모는 제 아버지와 아주 좋은 관계를 갖고 있습니다. 우리는 며칠 전에도 함께 저녁을 먹었다고요!"시후는 큰 관심을 보이며 말했다. "은소리 씨와 친하다고 하던데, 은소리 씨가 나에 대해 언급하지 않던가요?”주우천은 입술을 삐죽이며 경멸적인 어조로 말했다. "당신은 단지 LCS 그룹의 친척일 뿐인데 내가 아는 한 LCS 그룹의 친척 중에는 당신과 같은 젊은이가 수없이 많을 텐데 어떻게 LCS 그룹이 나에게 당신을 언급하겠어?!”시후는 웃으며 말했다. "그렇다면, 내가 누군가 당신의 휴대전화를 가져오게 할 테니 직접 전화해서 물어볼래요?”시후의 장난스러운 표정을 본 주우천은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고 이렇게 생각했다. ‘혹시라도 이 사람이 정말 엄청난 배경을 가진 거물인가? 하지만 잘 생각해보면 은소리 이모에게 전화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군. 최소한 지원군 에게 신호를 보낼 수 있는 기회니까!’ 그래서 그는 즉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알았어요! 휴대폰을 돌려주면 이모한테 전화해서 몰어보죠.”시후는 안세진에게 윙크를 하며 말했다. "얘 휴대폰을 가져오세요."…….동시에 창신 그룹도 누군가에게 이 일에 대해 알아봐 달라고 부탁하고 있었다. 피드백에 따르면 주우천은 공항의 사내들에 의해 버킹엄 호텔로 끌려 갔다고
은소리는 시후 때문에 갇혀 있던 곳을 벗어난 이후로 '서울'이라는 말만 들어도 온 몸에 털이 곤두섰다..! 그녀는 이제 시후가 활동하는 한 서울은 자신이 갈 곳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었으며, 계속해서 시후가 머무르게 된다면 다시는 돌아가지 않을 곳이 될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녀에게는 블랙홀처럼 어두운 그림자가 마음 속에 생겨났다.주정도는 은소리의 목소리가 조금 부자연스러운 것을 알아차리고 서둘러 물었다. "소리 씨, 호텔에 무슨 문제라도 있는 거야?”은소리는 무의식적으로 물었다. "조금 전에 우천이가 납치되어 버킹엄 호텔로 끌려갔다고 했나요?""맞아!" 주정도가 재빨리 말했다. "정말 버킹엄 호텔로 끌려갔다는 피드백이 돌아왔어. 혹시 이 문제가 LCS 그룹과 관련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버킹엄 호텔은 전적으로 소리 씨 가족이 소유한 재산 아니야? 그래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아볼 수 있도록 도움을 요청하고 싶어서..."은소리는 이 말을 듣자마자 주우천의 납치가 시후와 관련이 있을 것이라고 즉시 결론을 내렸다. 그렇지 않고 안세진은 감히 주우천을 공격하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것을 생각하면서 그녀는 주정도에게 물었다. "우천이가 누군가를 화나게 했어요?""화나게 만들었다고?" 주정도는 어색하게 말했다. "그 녀석이 자주 말썽을 부리고, 하루 종일 제멋대로 입을 놀리고 돌아다니기는 하지만, 여전히 자제력이 있어서 누군가를 함부로 화나게 하지는 않을 텐데.. 나는 그저 그 녀석이 신분이나 배경을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는 그런 사람을 도발했을까 봐 두려워.. 그런 상대라면 우리 집안의 배경에는 전혀 관계 없이 우천이를 괴롭힐 것이고 그렇다면 쉽지 않을 테니까..” 즉시 주정도는 애원하는 어조로 말했다. “소리 씨.. 호텔 담당자에게 전화해 볼 수 있어?”은소리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말했다. "알겠어요. 먼저 구체적인 상황이 어떤 지 제가 알아볼게요.”“고마워!" 주정도는 안도의 한숨을 쉬며 서둘러 말했다. "그런데 소리 씨,
은소리는 늘 아버지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아버지가 이혼을 원하지 않는 것을 보고 다시는 그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하지만 은소리는 이미 남편과 별거하고 있었으며, 거의 만나지 않았고 서류 상으로만 여전히 부부로 남아 있을 뿐이었다. 은소리와 주정도의 경우, 두 사람은 처음에는 그냥 대학 선후배 사이였는데, 두 사람 사이에는 딱히 교류가 없었다.하지만, 은소리가 몇 년 전 동창회에서 술을 몇 잔 마신 뒤 근황을 이야기하면서, 동창들에게 남편과 별거를 하고 있지만 이혼은 할 수 없었다고 하소연했다. 그 때, 오랫동안 미망인이었던 주정도가 눈에 들어왔다.여러 여자들을 만나고 다니던 주정도로서는 은소리처럼 나이가 많은 여성은 딱히 관심이 없었다. 은소리는 나이가 있어도 여전히 매력이 있기는 했지만, 아무리 외모에 신경을 써도 20대 여성들과는 비교 대상이 될 수 없었다. 그리고 주정도는 이미 오랫동안 자유분방하게 지냈기 때문에 여자에 대해서는 까다로운 취향을 가지고 있었고, 그는 50세가 넘었지만 기본적으로 25세가 넘는 여자는 쳐다보지도 않았다. 하지만 은소리는 비교적 특별한 축에 속했다. 그녀는 LCS 그룹 회장의 딸이었으며, 미래에 LCS 그룹으로부터 얼마나 많은 재산을 물려받을지는 말할 것도 없었다. 그녀가 LCS 그룹 내에서 가지게 될 자원과 권력만 해도 엄청난 이득이 있는 것이었다. 그래서 동창회가 끝난 뒤, 주정도는 은소리에게 예의를 갖추기 시작했다.은소리는 이미 나이 많은 중년이었지만, 결국 여자였다. 남자는 죽을 때까지 소년이라는 말이 있는데, 여자들은 나이가 많아도 여전히 소녀 감성이 남아 있는 경우가 많지 않은가? 주정도는 당당하고 개성이 있으며, 창신 그룹의 대표였다. 주정도의 아버지는 자식이 많아 상속인들이 많기는 하지만, 창신 그룹의 전체적인 힘은 여전히 상당하며 은소리의 남편 가족보다 훨씬 강력했다. 그래서 주정도는 전반적으로 파트너에 대한 은소리의 요구 사항에 부합했다.주정도 같은 연
은소리는 주정도에 대해 진심 어린 감정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분명히 시후를 매우 두려워했음에도 불구하고 안세진에게 전화하기로 결정했다.마침 주우천은 이때 막 휴대폰을 되찾은 상태였다.시후는 전화기를 건네 달라고 부탁하고는 차가운 목소리로 주우천을 위협했다. "기억해요, 은소리 씨에게만 전화할 수 있습니다. 감히 다른 사람에게 전화를 걸면 손을 잘라 버릴 겁니다.”주우천은 마음속으로 화가 났지만 감히 얼굴에 드러낼 수는 없었다.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하는 것뿐이었다. "걱정하지 마세요. 지금 당장 이모에게 전화할게요!"시후는 웃으며 말했다. "스피커 폰으로 전화하는 거 잊지 말고요.”주우천은 씁쓸하게 고개를 끄덕였고, 휴대폰 화면을 켜자마자 자신의 휴대폰에 여러 개의 앱 푸시 알림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수많은 푸시 알림의 제목은 모두 자신에 관한 것이었다..! 일부는 , , , , 이런 기사와 영상의 알람을 본 주우천은 세부 정보를 보기 위해 볼 필요가 없었다. 그는 공항에서 했던 추악한 행동들을 사람들이 온라인에 게시했음이 틀림없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공항에서 너무 당황스러워했기에, 이런 영상은 아마 인터넷에 올라오자마자 엄청나게 공유가 될 것 같은데... 사람들은 분명히 자신을 조롱하고 있을 것이기에 그것을 굳이 확인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어쩌면 이번에 평생의 평판이 완전히 망가질 지도 모른다.연예계에 종사한다면, 가끔 스캔들이 있어도 괜찮지만 그 스캔들이 너무 커지면 다시 복귀할 기회를 얻기 어려울 수 있다.시후는 창백한 얼굴로 휴대폰을 바라보고 있는 주우천을 보고 차갑게 꾸짖었다. "뭐 하는 거야? 빨리 전화해!"주우천은 불만으로 눈시울이 붉어지며 눈물을 흘릴
"그리고... 그리고 그들은 나를 모욕했을 뿐만 아니라... 나를 때리기까지 했어요! 지금 저는... 뺨을 맞았고... 부어 있어요.. 며칠 후... 혜리의 콘서트에 참석해야 하고, 특별 게스트로 출연하기로 했는데..! 내 얼굴이.. 얼굴이 이렇게 부어 있는데 어떻게 사람들을 만나요? 저.. 전... 가면을 쓰고... 복면가왕처럼 밖으로 나갈 수는 없어요!”은소리는 스피커 너머로 울고 있는 주우천의 이야기를 들었지만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한숨을 쉬며 물었다. "우천아... 어쩌다가 시후와 문제가 생긴 거야?"주우천은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저... 얼마 전에 전화로 몇 번 말다툼을 했는데,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그의 사람들에게 잡힐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어요..."은소리는 어쩔 수 없다는 듯 말했다. "우천아, 한국에서 다른 사람들을 자극했다면 문제를 해결해줄 수는 있지만, 시후를 자극하면 내가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어!""예에?!" 주우천은 무의식적으로 물었다. "소리 이모! 당신은 LCS 그룹 회장님의 따님이시잖아요..! 그는 LCS 그룹의 친척일 뿐인데, 왜 그를 건들면 안 되는 거예요?”은소리는 당황하며 말했다. "우천아, 그는 우리 그룹의 친척이 아니고, 내 둘째 오빠 은서준의 아들이야..!"이 말이 나오자마자 주우천의 머릿속이 핑 도는 것 같았다. 그는 어릴 때부터 은서준의 이름을 들어왔지만, 시후에 관해서는 잘 알지 못했던 것이다. 그는 은서준 상무가 일찍 세상을 떠났다는 것과 그의 아들 중 한 명이 오래 전에 사라졌다는 것만 알았을 뿐, 시후가 살아 있는지 죽었는지 몰랐다. 그러나 그는 은서준 상무의 아들이 그의 앞에 있는 엄숙한 얼굴의 청년일 줄은 결코 상상하지 못했다. 그는 마음 속으로 이렇게 외쳤다. ‘걔가 나를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 게 당연했어..! 알고 보니 LCS 그룹의 친척이 아니라 직계 후손이었네?! 그렇다면 은충환 회장의 손자야!!’ 주우천은 이런 생각을 하다가 다리에 힘이 풀려 계속 덜덜
주우천은 이 말을 듣고 깜짝 놀랐고, 속으로 생각했다. ‘빌어먹을.. 이게 무슨 소리야? 어떻게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거야?! 이 여자가 내가 자기 조카에게 불쾌감을 주었다는 것을 알고 감히 일부러 나를 안 돕겠다는 거야?’주우천이 속으로 분노하고 있을 때, 은소리는 진심으로 사과를 했다. "우천아, 내가 정말 거짓말을 하는 게 아니야.. 괜히 내가 개입하면 너를 향한 시후의 벌이 줄어들지 않고 가중될 뿐이야..”주우천은 은소리의 진심 어린 말을 듣고 몹시 혼란스러웠다. "그... 그게.. 소리 이모... 저는... 이해가 안 가서요.. 당신은 그의 이모가 아닌가요? 왜 이모의 체면도 생각하지 않는 거예요?”은소리는 자조적인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하하..그가 나의 체면을 살려 주지 않냐고? 그의 부하들은 감히 나를 때렸는데, 그는 내 편을 든 거이 아니라 자신의 부하들을 편들었어. 그리고 나를 건물에 가두어 두고는 절박하게 애원을 했지만 무시했어. 그리고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아? 우리 아버지가 나를 위해 자비를 베풀어 달라고 애원해도 소용이 없었어..!” 이에 은소리는 자신이 빈민가에 갇혔을 때 겪은 일을 떠올리자 마음이 아팠는지, 흐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자 그녀는 이어 말했다. “자, 이모인 나도 자신을 변호하지 못하는데 어떻게 널 변호할 수 있겠니?”주우천은 깜짝 놀랐고, 수많은 사람들이 머리를 칼로 자르고 있는 것 같은 고통으로 머리가 깨질 듯 아팠다. 그는 무의식적으로 불쑥 이렇게 말했다. "이.. 이게 사람이에요?! 누가 자기 이모를 이렇게 대해요?!"은소리도 같은 생각을 하며 한탄했다. "우천아, 네 말이 맞아..."지금까지 침묵하던 시후는 갑자기 물었다. "이모, 제가 이모를 가뒀던 이유를 잊으셨어요?”은소리는 갑자기 시후의 목소리를 듣고 겁을 먹었다. 그녀는 이것에 대해 생각할 생각도 하지 못하고 소리쳤다. "우천아, 너... 스피커폰을 사용하고 있니?!"주우천은 당황하며 말했다. "네... 은시
그녀는 속으로 욕을 참지 못했다. ‘네가 우천이를 놓아주기 싫다면 그를 용서할 수도 없고, 그 누구도 자비를 구해도 소용없잖아? 그런데 넌 내가 주우천 앞에서 자비를 구하지 않을 것이란 사실을 인정하라고 강요하고 있어. 이건 나를 의리 없는 사람으로 만드는 거 아니야? 앞으로 나는 그 아이의 계모가 될지도 모른다고! 만약 내가 이 일로 벌을 받는다면 이 아이가 이제부터 나에게 복수하면 어쩔 거야?’ 그래서 은소리는 이렇게 간청할 수밖에 없었다. "시후야, 우천이는 사실 꽤 괜찮은 애인데 가끔 성격이 셀 때가 있어.. 그러니 이 이모를 위해 한 번만 그 아이를 살려줬으면 좋겠어." 시후는 미소를 지으며 한 마디를 내뱉었다. "죄송합니다, 이모. 여기서는 이모의 말이 통하지 않아요!" 그 말을 마치고 시후의 목소리는 차가워졌고 그는 단호하게 말했다. "이모가 그렇게 오만하게 와서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지 않았다면, 이모는 제 가족이기 때문에 나는 분명히 충분한 평화를 드리고 존경했을 겁니다. 하지만 이모는 너무 독선적으로 행동했어요! 너무 건방지게 행동했고 마치 온 세상이 이모의 명령에 복종해야 한다고 생각했죠! 뭐, 다른 곳에서 포악하게 굴었다고 해도 상관은 없어요. 하지만 제가 있는 곳에서는 안 됩니다.”은소리는 시후에게 꾸중을 듣고 난 뒤 극도로 우울했지만 감히 불만을 표시하지 못하고 이렇게 말했다. "시후야, 내가 예전에 많은 곳에서 잘못을 저질렀어. 하지만, 지금까지 난 잘못을 깊이 뉘우쳤고 실수한 것도 깨달았어.. 우천이는 잠시 혼란스러워서 그래. 그에게 자신의 잘못을 뉘우칠 수 있는 기회를 주면 그 아이는 자신이 어디가 잘못됐는지 확실히 깨닫게 될 거야. 분명히 그럴 거라고 생각..”시후는 그녀의 말을 끊었다. "됐어요. 더 이상 그를 위해 간청할 필요는 없습니다. 저렇게 오만하고 건방진 재벌 2세는 자신이 어디서 무엇을 잘못되었는지 진정으로 깨닫는 것은 불가능할 테니까요.”그러자 주우천은 울면서 말했다. "은 선생님, 제가 틀렸다는
시후가 다리를 부러뜨린 뒤 서울 주변을 기어 다닐 것이라는 소식을 듣고 주우천은 충격을 받았다. 그는 국내 재벌 2세 서클에 20년 넘게 참여해왔는데, 이 서클에 포함된 사람들은 거만하고 지배적이며 방법이 잔인하기는 했지만, 대부분 외부인에게만 해당되는 잔인함이었다. 그러니 서클에 있는 사람들을 대할 때는 대부분 자제하는 경향이 있는 것이다. 주우천 역시도 오랫동안 다른 사람을 괴롭히고 다리를 부러뜨린 적이 여러 번 있었지만, 그것은 모두 자신보다 힘과 배경이 훨씬 열등한 일부 가난한 사람들을 상대로 한 것이었다. 이 서클에 가입한 사람들 모두가 상대방의 비위를 맞추고 체면을 세워줘야 한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대부분이 부자이고 권력이 있으며 사업상 가끔씩 만나는 일이 적지 않기 때문에 서로가 선을 넘어서는 안 된다는 걸 알고 있었다. 따라서 오랫동안 재벌 2세 서클에서 지켜야 하는 암묵적인 규칙이 되었다.그러나 주우천은 자신 앞에 있는 시후가 이런 규칙에 관심이 없는 것 같다는 걸 알아차렸다. 그래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 "은시후 씨, 정말 내 다리가 부러지면 우리 가족은 절대 당신을 포기하지 않을 거고, 당신 역시도 내가 가입되어 있는 서클 안의 모든 사람들에게 배척당하고 고립될 거예요. 그러니 내가 고개 숙이고 인정하고, 보상금을 드릴 테니 날 나주는 게 어때요?”시후는 무표정하게 말했다. "난 당신에게 두 가지 선택지를 말했어. 이제 하나를 선택해. 몇 분 안에 최종 선택을 하지 않으면 첫 번째 선택지에서 말했던 2년의 기간은 3년이 될 것이고 두 번째 옵션은 동일하게 유지될 거야.”주우천은 시후에게 씨알도 먹히지 않은 것을 보고 서둘러 은소리에게 외쳤다. "소리 이모! 제발 말 좀 해줘요!”은소리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우천아.. 이모는 어서 첫 번째 선택지를 택하라고 조언해.. 더 미루면 2년이 3년이 될 텐데, 너도 더 이상 버틸 수 없을 걸? 그리고 무슨 말을 해도 두 번째 선택은 할 수 없다. 시후가 말로만 널 협박한다고
시후의 외할머니가 시후를 직접 만나고 싶다고 말하자, 배유현은 급히 말했다. “죄송합니다, 사모님... 여러분들을 살려주신 은인께서는 행방이 일정하지 않으셔요. 이번에도 저에게 약을 전달해주신 후, 아직 해야 할 중요한 일이 많다며 바로 떠나셨기 때문입니다.” 사실 엄밀히 따지자면, 배유현이 거짓말을 한 것은 아니었다. 시후는 정말 자주 이동했기 때문에 행방이 일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에는 캐나다, 미국, 홍콩, 멕시코를 오가는 터라 시후의 구체적인 계획은 배유현도 알지 못했다. 게다가, 시후는 이미 페이셔스 그룹의 냉동 센터를 떠난 상태였다. 그는 지금 버킹엄 호텔로 돌아가, 이토 그룹과 하영수가 도착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시후의 외할머니는 배유현의 말을 듣고 매우 아쉬운 듯 말했다. “그분께서는 우리 집안 구성원들을 모두 구해주셨고, 이번엔 제이크 한 경감까지 살려주셨어요. 이처럼 큰 은혜는 우리 자손 대대로 다 갚지 못할 만큼 대단한 것인데, 그분은 단 한 번도 우리에게 보답할 기회를 주지 않으셔서...”배유현은 위로하듯 말했다. “사모님, 그건 저도 마찬가지랍니다. 저는 오래전부터 은인께 큰 은혜를 입었지만, 아직까지 제대로 보답할 기회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저 그분을 위해 작은 힘이라도 보태며 곁에서 도울 수 밖에요.”이때 안충주가 말을 이었다. “배유현 회장, 예전에 한국의 경매장에서 당신의 할아버지인 전 회장님께서 갑작스레 몸져 누우셨고, 그 틈을 타서 당신의 큰아버지가 권력을 빼앗았죠. 그런데 전 회장님께서는 다시 건강을 회복하셨고, 당신과 함께 뉴욕으로 돌아오셔서 결국 페이셔스 그룹을 다시 맡으셨는데... 내가 짐작하는 게 맞다면, 그 당시 우리의 목숨을 살려준 은인이 당신 역시 도와주신 겁니까?”“네 맞습니다.” 배유현은 숨김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분이 아니었다면, 제 할아버지는 한국에서 목숨을 부지하셨다 해도, 저와 함께 큰아버지의 추격에서 벗어날 수 없었을 겁니다.”안충주는 눈빛이 번뜩이며 말
안산과 안충주는 재빨리 두 사람을 AB 빌딩 안으로 데리고 갔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꼭대기층으로 올라갔다.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마자, 안산은 제이크 한을 이끌고 회의실로 향했다.현재 Samson 그룹의 구성원들은 안산의 뜻에 따라, 모두가 배유현에게 직접 감사 인사를 전하기 위해서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모두 응접실에 모여 있었다. 안산이 응접실의 문을 열자, 그 안에 앉아 있던 Samson 그룹 구성원들은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하지만 그들은 문 너머로 들어오는 사람이 배유현이 아니라, Samson 그룹과 깊은 인연을 맺고 있던 제이크 한이라는 사실에 깜짝 놀라고 말았다!제이크 한을 본 순간, Samson 그룹 식구들은 엄청난 충격에 빠졌고, 어느 누구도 이 상황을 쉽게 믿을 수 없었다. 그들은 모두 제이크 한이 이미 세상을 떠났으며, 그것도 Samson 그룹과 관련된 일에 휘말려 그렇게 된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기에 제이크 한이 갑자기 눈앞에 나타났을 때, 현장에 있던 모든 Samson 그룹 사람들은 마치 사고 기능이 정지된 것처럼 얼어붙고 말았다.시후의 외할머니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앞으로 다가가 안산에게 물었다. “여보... 이... 이 사람이 정말 제이크 한 그 친구가 맞아요? 아니면 내가 꿈을 꾸고 있는 건가요? 혹시 내 정신이 이상해진 건가요?”“맞아. 제이크 한 그 친구가 맞다고!” 안산은 흥분하여 말했다. “정말로 제이크 한이 맞아! 이 친구가 살아 있었어! 배유현 회장이 데려온 거요!”그제야 가족들은 뒤따라 들어온 배유현을 발견했다.시후의 외할머니는 놀람과 기쁨이 교차된 표정으로 배유현을 바라보며 물었다. “배유현 회장... 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설명을 해줄 수 있을까요? 그날 사건이 벌어졌을 때, 우리를 살려준 분께서는 제이크 한은 이미 살릴 수 없는 상태라고 하지 않으셨나요?”배유현은 사실대로 말했다. “그때 그 분은 제이크 한 경감의 뇌가 아직 완전히 죽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하셨어요. 하지만 신체의
배유현은 안산이 자신을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에 깜짝 놀라며, 곧바로 공손하게 말했다. "회장님, 요즘 건강은 괜찮으시지요?"안산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배유현 회장 덕분에 요즘 꽤 잘 지내고 있습니다."배유현은 재빨리 말했다. "안 회장님, 그렇게 말씀하시지 않아도 됩니다. 저는 나이도 많이 어리고, 그런 말씀을 들을 자격이 없습니다!"그러자 안산의 곁에 있던 안충주도 이때 정중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했다. "배유현 회장님, 안녕하십니까."배유현 역시 공손히 인사했다. "안충주 선생님, 안녕하세요."안충주는 걱정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 "배유현 회장님, 실례가 안 된다면... 제 친구 제이크 한은 지금 어디에 묻혀 있는지 알 수 있을까요? 가능하시다면 주소를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조만간 찾아가 조의를 표하고 싶어서요.”배유현이 대답을 하기도 전에, 그녀의 옆에서 마스크와 선글라스를 쓰고 있던 한 남자가 갑자기 소리쳤다. "충주! 나 제이크 한은 아직 안 죽었어!"그 말이 떨어지자, 안충주와 그 곁에 있던 안산은 모두 깜짝 놀라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들은 그 목소리가 분명 제이크 한의 목소리라는 것을 알아차리기는 했지만, 눈앞에 서 있는 이가 제이크 한이 맞을 것이라고는 도저히 믿기 어려운 듯했다.왜냐하면 그날 체육관에서 Samson 그룹 최정예 경호원들이 암살자들에게 잔혹하게 살해당했을 때, 그들은 직접 시체를 보지는 못했지만 가장 먼저 총알에 맞은 제이크 한은 살아남을 수 없을 것임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들을 구해준 시후도 분명히 제이크 한이 이미 죽었으며, 신 조차도 그를 살릴 수 없을 거라고 말했었다. 그렇기에 그들이 어떻게 제이크 한이 죽은 뒤 살아 돌아왔다는 걸 믿을 수 있겠는가?제이크 한은 Samson 그룹의 두 사람이 눈을 크게 뜨고 아무 말없이 자신을 바라보고만 있자, 참지 못하고 마스크와 선글라스를 확 벗으며 외쳤다. "나야! 나! 아직 안 죽었다고!""이런 젠장!" 안충주는 너
안충주는 서둘러 휴대폰으로 인터넷에서 배유현의 사진 몇 장을 검색해 안산에게 보여주었다.안산은 몇 번 사진을 훑어본 후 휴대폰을 돌려주었지만, 순간적으로 멍하니 한 사람의 모습이 뇌리를 스쳐 지나가는 듯하더니 갑자기 물었다. “충주야... 제이크 한, 그 친구를 배유현 회장이 데려간 거 아니었나?”안충주는 놀라며 되물었다. “아버지, 제이크 한을 기억하신 거예요?”안산은 멍하니 말했다. “조금 전 머릿속에 뭔가 스치듯 지나갔어. 그날 우리를 구해준 은인이 ‘제이크 한은 이미 죽었다’고 말했던 것 같은데...” 그러면서 재빨리 물었다. “충주야, 그날 그 은인이 그러지 않았니? 제이크 한의 시신은 자신이 사람을 보내 정중히 장례 치르겠다고?”안충주는 아버지가 그날의 일부를 기억해낸 것에 놀라면서도, 슬픈 목소리로 말했다. “네... 그 은인은 정말 그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아마 그 일을 배유현 회장에게 맡긴 것 같아요.”그러자 안산은 눈가가 붉어지며 자책했다. “나는 제이크 한 그 친구에게 정말 면목이 없다... 그 친구의 부친에게도, 그 친구의 아내와 딸에게도... 나는 그들에게 모두 죄인이나 마찬가지야...”안충주는 서둘러 위로했다. “아버지, 이건 아버지 혼자만의 잘못이 아니에요. 우리 집안 전체가 큰 빚을 진 거니까요.”안산은 다시 물었다. “그럼 제이크 한의 아내와 딸은 어떻게 됐냐?”안충주는 난처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 쪽은 제가 손을 쓸 수가 없었어요... 그날 은인이 분명히 당부했었으니까요. 제이크 한의 죽음을 누구에게도 알려선 안 된다고... 심지어 그의 아내에게도요. 그래서 제이크 한의 아내가 저에게 계속 전화를 걸어 남편의 행방을 묻고 있는데, 저도 어쩔 수 없이 그 부분은 모른다고 둘러댈 수밖에 없었어요... 그래서 아마도 이미 경찰에 실종 신고까지 한 걸로 알고 있는데, 뉴욕 경찰은 아직 아무런 단서도 찾지 못한 것 같습니다...”“하아...” 안산은 깊게 한숨을 쉬며 당부했다. “방법을 좀 찾아서, 그의
안산의 갑작스러운 분노 섞인 외침에 Samson 그룹 삼형제는 일제히 차가운 표정을 지었다. 비록 모두가 이미 같은 결론을 향해 가고 있었지만, 아버지인 안산이 직접 그렇게 말하자, 그들은 등골이 오싹해졌다.안태풍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저는 도무지 이해가 안 돼요... 저 자들이 우리와 도대체 무슨 원한이 있기에, 20년 동안이나 집요하게 우리를 노린 거죠?”안재남도 의아하다는 듯 말했다. “우리 집안이 자산을 축적하는 과정에서 특별히 큰 잘못을 저지른 일은 한 번도 없었던 것 같은데요...! 그동안 우리 집안의 자산 대부분은 당시 엔젤투자에서 비롯됐고, 게다가 누나는 실리콘밸리의 절반을 떠받치고 있던 인물이었어요. 그런데 누가 우리와 그렇게 원한 관계에 있다는 거죠?”안충주는 얼굴을 굳히고 말했다. “어쩌면, 그들은 우리에게서 뭔가를 얻어내고자 하는 걸 수도 있지.”안재남이 물었다. “형 말은... 돈을 노린 다는 거야?”“단정 짓기는 어렵지만,” 안충주가 말했다. “하지만 저들이 이토록 정교하고 집요하게 움직이는 걸 보면, 단순한 증오심이나 원한 때문은 아닌 것 같아 보이는데.”그러자 안산 역시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만약 돈이 목적이라면, 굳이 우리 전부를 죽일 필요는 없지 않겠니? 요즘은 대부분 자산을 디지털 형식으로 가지고 있기에 은행 계좌나 증권 계좌, 신탁 계좌에 숫자로만 남아 있다. 그러니 우리를 죽인다고 해도 그 자산이 그들 손에 들어가는 건 아닐 것 아니냐!”안충주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게 바로 저도 이해가 안 되는 부분입니다...”네 사람은 곧 깊은 침묵에 빠졌다.그때, 막내딸 안유진이 문을 두드리며 밖에서 말했다. “아버지, 배유현 회장이 조금 뒤에 찾아 뵙고 싶다고 전화가 왔는데요.”“배유현...?” 안산은 인상을 찌푸리며 무의식적으로 물었다. “배유현 회장이 누구냐?”안충주가 얼른 말했다. “아버지, 또 잊으신 거 아니죠? 아침에 말씀드렸잖아요. 우리가 사건을
그 순간, 안태풍, 안충주, 그리고 안산 모두의 얼굴이 일제히 굳어졌다.안태풍은 반사적으로 외쳤다. “큰 누나가 세상을 떠난 지 2년 후, 너는 권아현을 만났고... 권아현은 이번 사건이 일어나기 전까지 네 곁에서 무려 19년 동안 숨어 지냈어... 우리를 죽이려 한 자들과 누나가 그 해에 죽었던 일은 분명 관련이 있는 거야!”안산은 경악하며 말했다. “그 말이 사실이라면, 그 놈들은 예선이와 은 서방을 죽이고도 모자라, 재남이 곁에 무려 19년이나 묵혀 놓은 시한폭탄을 이번에 터뜨린 셈이군... 대체 이 놈들은 뭘 노리고 있는 거지?! 만약 우리 집안을 없애는 게 목적이라면, 왜 지금까지 이렇게 오랫동안 기다린 거냐고?”“그러게 말입니다...” 장남 안충주 역시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이렇게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는 조직이라면, 뭔가 깊은 원한을 품고 있을 때 진작에 손을 썼겠죠. 굳이 지금까지 기다릴 이유가 없을 텐데...”안산이 말했다. “나는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 이 자들이 우리에게 대체 얼마나 큰 복수심을 품고 있길래, 이렇게까지 큰 판을 벌이는 건지 말이야...”안재남은 참다 못해 말했다. “아버지, 형님들... 꼭 제 아내를 19년 전에 그 조직에서 일부러 저에게 심어놓은 인물이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잖아요? 중간에 회유되었거나, 협박을 받았을 수도 있지 않을까요.”“그럴 리 없어.” 안충주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만약 네 아내가 중간에 회유된 것이라면, 그 집안 가족들 역시 그때 함께 배신했겠지. 그런데 그 집안의 일련의 행동들은 그런 식으로는 설명이 안 되잖아. 그러니 나는 오히려 권아현과 그 일가 전체가 애초부터 철저하게 설계된 함정이라고 판단한다.”안태풍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고, 이어서 안재남을 바라보며 물었다. “재남아, 너와 권아현이 처음 만났을 때 구체적인 상황을 떠올릴 수 있겠어?”안재남은 말했다. “그 당시 내가 석사 2학년이 막 시작되었을 때였는데, 아내는 막 석사에 입학했었지. 신입
유럽과 미국에서는 가족 신탁 상품이 매우 신뢰할 수 있는 자산 보호 방식으로 여겨진다.한국에는 ‘부자는 삼대를 넘지 못한다’는 말이 있는데, 그 이유는 바로 부모 세대가 어렵게 일군 부를 자손 세대가 사치스러워 함부로 낭비하고, 눈은 높지만 능력은 부족하여 유산을 제대로 지키지 못하기 때문이다. 결국 이런 상황은 쉽게 가족의 파산으로 이어지고, 하룻밤에 다시 원점으로 되돌아가게 만든다. 이것은 자손 세대의 능력과 인품이 통제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일단 능력이나 인격 중 하나라도 문제가 생기면 가문의 몰락은 피할 수 없는데, 하물며 인재 외에도 천재지변 같은 변수도 존재한다.그러나 가족 신탁은 이러한 인재와 천재지변의 리스크를 효과적으로 차단한다. 먼저 자신의 자산을 신탁에 넣는 순간, 겉으로 보기에는 본인조차 해당 자산에 대한 직접적인 통제권을 포기하게 된다. 이후 자산은 특정 조건이 충족되었을 때에만 자녀나 지정된 상속인이 받을 수 있다. 따라서 훗날 중대한 문제가 생겨 가문이 빚더미에 앉게 되거나 파산을 하게 되더라도, 이 가족 신탁은 정부나 채권자에 의해 임의로 처분될 수 없다. 이것은 바로 유럽과 미국에 있는 유서 깊은 가문들이 여러 세대, 심지어는 수십 세대에 걸쳐 부를 유지할 수 있는 근본적인 이유라고 할 것이다.비록 권아현 집안 식구들은 현재 모두 자취를 감췄지만, 그들의 자산은 이미 모두 가족 신탁으로 옮겨졌다. 이는 더없이 안전한 보관 방식으로, 권아현의 집안 식구들이 세상에서 사라지더라도 기업 운영에는 전혀 문제가 생기지 않으며, 자산의 가치가 떨어지거나 예기치 않은 상황이 생길 걱정도 없다는 것을 의미했다. 이 돈은 신탁에 들어가 있는 이상 줄어들기는커녕 시간이 지날수록 오히려 불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연방 정부조차 이 자산에는 손을 대지 못할 것이다.이런 행동은 곧 권아현 집안 식구들, 혹은 그들 뒤에 있는 그 미스터리한 조직의 입장을 드러낸 것이기도 했다. 그들의 입장은 바로 잠적하는 것은 단지 일시적인 전략적 후
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날 밤 외가 식구들은 나를 만났고, 내가 부른 사람들이 당신을 데려갔다는 건 알고 있을 겁니다. 다만 당신이 살아남을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못했겠죠. 그러니 당신과 외가 식구들이 다시 만났을 때, 어떤 정체불명의 인물이 알약 하나를 먹인 뒤 당신을 구했다고만 알려주고, 이후 배유현 양에게 당신을 그들에게 데려다 주라고 했다고 말하세요. 그리고 정체불명의 인물이 누구인지는 모른다고 하시고요. 그러면 그들은 당신을 살린 사람과 자신들을 살린 사람을 연결 지으려 할 거고, 그 뒤는 외가 식구들이 스스로 추측하게 내버려 두면 됩니다.”“알겠습니다, 도련님!” 제이크 한은 진지하게 말했다. “기억해 두겠습니다.”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문을 열고 배유현을 불러들였다. “배유현 씨, 헬기를 좀 준비해주시고, 제이크 한 경감을 맨해튼의 AB 빌딩까지 모셔다 드리세요. 그리고 가능하다면, 먼저 내 외삼촌께 연락을 드려 방문 의사를 전해주시고요. 그 날 그들을 구한 후 현장을 수습한 사람은 배유현 씨이기 때문에, 그들은 당신에 대해서는 크게 경계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배유현은 공손히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은 선생님. 바로 Samson 그룹 측에 연락하겠습니다.”......같은 시각, 맨해튼 AB 빌딩.Samson 그룹은 함께 모여 회의를 열고는 최근 각종 정세를 종합하여 토론하고 있었다. 안산은 최근 알츠하이머 증상이 계속 악화되고 있었기에, 아침에 눈을 뜨면 아내와 자식들은 그에게 현재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오랫동안 설명해주곤 했다. 다행히도 안산은 수많은 풍파를 겪어온 인물이라, 그날 어떤 사건들이 일어났는지 직접적으로 기억하지는 못하더라도 자식들의 설명을 들으면 곧바로 현재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그 날 암살 사건이 발생한 이후, Samson 그룹 사람들은 줄곧 뉴욕을 떠나지 않았다. 그들은 이미 가족 문제를 처리하기 위해 다시 손을 대기 시작했지만, 가족들의 안전을 위해 안산은 당분간 가족
이야기를 들은 제이크 한은 매우 놀라 그 자리에서 얼어붙은 듯 한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그는 이전의 경력 때문에 블랙 드래곤에 대해서는 매우 잘 알고 있었다. 게다가 그는 블랙 드래곤이 시리아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여 영구 거점을 건설한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용병 조직에게 있어 영구 거점을 보유한다는 것은, 단번에 다른 용병 조직들에 비해 훨씬 앞서 나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용병이라는 존재는, 이화룡이 거느리는 조폭들에 비해 각국 사법기관이 훨씬 더 경계하는 대상이라고 할 수 있는데, 대부분의 용병 조직은 세계 각국에서 길거리의 쥐와 같은 존재로 비밀리에 살아남을 수밖에 없다. 그들은 오직 정부와 깊이 협력하는 조직이 아니라면 절대로 대놓고 간판을 걸고 활동하지 못한다.물론 미국에도 용병 조직이 많이 있기는 하지만, 백악관과 협력하며 그들의 총알받이 노릇을 하는 일부를 제외하면, 나머지는 대부분 은밀히 활동할 수밖에 없다. 용병 조직의 대다수는 미국 퇴역 군인 출신으로, 본국 경찰의 단속을 피하기 위해 개개인으로 위장 생활을 하다가 해외에서 임무를 수행하곤 한다. 예를 들어, 한 용병 조직은 100명 남짓한 구성원들에 불과한데 그들은 평소 각자 합법적인 직업과 신분으로 위장하여 일반 시민처럼 지내다가 임무가 떨어지면 관광객을 가장해 출국을 한다. 비록 이들이 본국에서 불법적인 일을 저지른 것은 아니지만, 무장 전투 요원이기 때문에 정부의 감시를 받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조용히 움직여야 한다는 제약이 있다. 바로 이런 이유로 인해 대부분의 용병 조직의 성장이 제한되는 것이다.하지만 용병 조직이 대놓고 합법적인 영구 거점을 보유하게 된다면,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진다.블랙 드래곤이 시리아와 협력했을 당시 미국 CIA는 그 이유를 조사했는데, 조직이 시리아에서 너무 빨리 성장하는 걸 우려해 개입까지 시도했었다. 하지만 시리아는 블랙 드래곤과의 협력을 고수했고, 그 뒤에는 시리아 내 영향력 있는 반정부 인사 하미드와도 관련이 있는 것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