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옥분은 방으로 돌아와 두 사람과 다시 마주쳤다. 그런데 마주친 두 사람 모두 다 얼굴에 분노를 가득 품고 있었다. 그래서 장옥분은 서둘러 물었다. “녹음은 제대로 다 했지? 이런 때 실수하면 안 돼!”김옥령은 분에 찬 표정으로 말했다. “저 집안 놈들 진짜 사람도 아니야! 베란다 밖에 있어서 못 들었겠지만, 홍라연이랑 그 썩을 늙은이가 우릴 거의 똥덩어리 취급 했어!”이금희도 화가 잔뜩 난 얼굴로 덧붙였다. “맞아! 특히 그 홍라연은 진짜 인간도 아니야. 우릴 욕한 건 둘째 치고, 자기 방송에서 돈 쓰는 사람들까지 ‘호구’라고 욕했다니까? 저 인간 대체 얼마나 악질인 줄 알아?!”김옥령도 목소리를 높였다. “그 염치도 없는 여편네는 지금도 또 사기 칠 궁리 중이야. 지 남편한텐 췌장암 말기 연기를 시키고, 지 아들은 만성 신부전증이라고 하고, 심지어 그 늙은이한텐 눈물로 실명하는 연기나 하래. 이게 사람이야, 짐승이지?!”장옥분은 그 말을 듣고 더는 참지 못하고 이를 악물며 소리쳤다. “녹음한 거 얼른 틀어 봐!”김옥령은 곧장 핸드폰을 건네 주었고, 장옥분은 바로 재생 버튼을 눌렀다. 그 안에는 아까 홍라연 일가가 방 안에서 나눈 대화가 처음부터 끝까지 담겨 있었다. 윤우선의 아이디어대로 이어폰 마이크를 문틈에 꽂아서 녹음한 덕분에, 음질은 매우 선명했고, 한 마디 한 마디가 또렷하게 들렸다.장옥분은 그 내용을 빠짐없이 듣고 나서, 얼굴에 핏줄이 튀어나올 만큼 분노했다. 그녀는 지금 당장이라도 1층으로 달려가서 문을 박차고 김창곤네 식구들을 끌어내어 한 대씩 때려주고 싶을 정도였다. 하지만 그녀는 곧 이성을 되찾았다. 지금 가장 중요한 건 그들을 두들겨 패는 게 아니라, 이 생생한 증거들을 윤우선에게 넘겨서, 어떻게든 이 사실을 인터넷에 올려 폭로할 방법을 찾도록 하는 일이었다.그녀는 바로 자신이 찍은 영상과 김옥령, 이금희가 녹음한 오디오 파일을 윤우선이 만든 단톡방에 전송했다.그 시각, 윤우선은 침대에 누운 채 뒤척이며
홍라연은 가볍게 대답한 뒤, 다시 신옥희를 향해 말했다. “늙은이, 당신에게도 새로운 시나리오가 하나 있어.”신옥희는 잽싸게 공손한 얼굴로 말했다. “얘야, 내가 어떻게 연기하면 될지 말만 해라!”홍라연은 냉랭하게 말했다. “혜준이가 신장병 확진을 받는 시나리오 끝나면, 당신은 매일 카메라 앞에서 울어. 열흘, 이십일 정도만 눈물 쭉쭉 짜면 앞 못 보는 사람 역할도 가능하겠지.”“앞 못 보는 사람 연기라니…” 신옥희는 입꼬리를 씰룩였지만, 결국 체념한 듯 말했다. “그래… 나는 다 네 말대로 하마...”홍라연은 만족스럽게 자리에서 일어나, 위에서 내려다보듯 말했다. “다들 정신 똑바로 차려. 이번 시나리오를 잘 끝내고, 매출 한 단계 더 끌어올리면, 외곽에 더 큰 별장을 하나 살 거야. 그때 다 데려가 줄 테니까. 너희들의 상처도 그때쯤이면 다 나을 거고, 밤엔 라이브 방송하고, 낮엔 편히 쉬면 되지. 또 여기서 사는 세 여자들하고 계속 붙어 살 필요도 없고 말이야. 그 인간들 때문에 머리 아프고 짜증나는 것도 이제 그만이야.”김창곤, 김혜준, 김창곤 어머니는 그 말을 듣자마자 즉각 감격에 겨워했다. 김창곤은 자동 반사처럼 외쳤다. “새 집을 산다고?! 그거 진짜 대박인데!”김혜준도 신나서 말했다. “와! 그때는 무조건 마당 넓~은 별장으로 사줘야 돼요!”신옥희도 들떠서 말했다. “난 진작에 장옥분 그 더러운 것들하고는 손절하고 싶었어!”사실 이들은 매일 그들과 같은 집에 틀어박혀 있는 것도 지겨웠고, 장옥분 일행이 들어오면서부터는 이 집에서 사실상 말도 못 꺼내는 존재가 되어 있었다. 그래서 그 세 사람한테 시도 때도 없이 꼽을 받으며 하루하루 눈치 보며 지내는 데 진이 빠질 지경이었다. 그래서 만약 자신들만의 새로운 별장으로 옮길 수 있다면, 인생이 한층 여유로워질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홍라연은 이들의 감격스러운 반응을 보며 속으로 냉소를 지었다. 이 집에서 지금은 자신이 절대 권력을 쥐고 있긴 하지만, 이 세 사람을
“정상이긴 뭐가 정상이야?!” 홍라연은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 “오늘은 평일이잖아? 원래 같으면 큰 변동이 없었어야지. 근데 2~3%라도 하락이 시작되면, 그건 굉장히 위험한 징조라고. 라이브 커머스에서 데이터가 우하향을 시작하면, 그걸 다시 끌어올리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까워! 그래서 우린 지금 당장 반등할 방법을 찾아야 해.”김창곤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여보… 그러면 뭐 좋은 생각이라도 있어?”홍라연은 싸늘하게 말했다. “내가 이틀 정도 곰곰이 생각해봤는데, 시청자들이 너희 두 사람이 침대에 누워 있는 모습에 질린 것 같아. 그래서 내일부터 각본을 좀 바꿀 생각이야.”김창곤이 급히 물었다. “각본? 여보, 뭘 어떻게 바꿀 생각인데?”홍라연은 무표정하게 말했다. “검색해보니까, 요즘 췌장암이 사망률 제일 높대. 초기 증상은 급격한 체중 감소와 황달이더라고. 내일부터 식사량 조절을 해서 최소 10~20kg는 빼야 돼. 내가 분장으로 너희들을 얼굴을 누렇게, 여위게 만들어줄 테니까, 방송에서 점점 기력 잃은 사람처럼 연기만 하면 돼. 그러면 분명 시청자들이 먼저 눈치 챌 거야. 그 타이밍에 우리가 하루 이틀 정도 방송을 중단하고 췌장암 확진을 받았다는 진료기록을 위조해서 그 루트로 연결시키면, 극적인 효과는 완벽하지.”김창곤은 전신이 떨리며 외쳤다. “여보... 나보고 췌장암 환자 연기하라는 거야? 그건 너무 불길하잖아...” 그러면서 말끝을 흐리며 중얼거렸다. “나는 미신을 믿는 건 아니지만... 지금도 회복 중인데… 식사까지 줄이면 언제쯤 회복될 수 있을지도 모르고...”홍라연은 인상을 찌푸리며 차갑게 말했다. “니가 이 일에 의견 낼 자격이라도 있다고 생각해? 나는 ‘지시하는 거’지, 선택지를 준 게 아니야.” 그러곤 신옥희를 바라보며 말했다. “내일부터 이 자식 밥 반으로 줄여.” 신옥희는 얼른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 며느리 네 말을 그대로 따르마…”김창곤은 얼굴이 잿빛으로 질렸다. 자신은 아직 스스로 식사를 못 하
홍라연이 라이브 커머스로 성공하기 전, 그녀는 김창곤 일가에게 하루도 빠짐없이 천대와 멸시를 당하며 살았다. 특히 탄광에 끌려갔다가 겨우 살아 돌아왔을 무렵, 임신 사실이 밝혀지고 성병까지 진단받은 그 시기엔, 신옥희와 김창곤은 눈길 한 번 따뜻하게 준 적이 없었다.그 시절엔 김혜준조차 엄마를 창피해 하며 외면했고, 날마다 그녀를 보며 얼굴을 찌푸렸다. 그렇게 온 가족에게 철저히 버림받은 시절, 그녀가 유일하게 위로를 받은 사람은 딸 김혜빈뿐이었다.김혜빈은 시후에게 구원을 받은 이후 성격이 많이 달라졌고, 많은 고난을 겪은 뒤로는 한층 성숙하고, 차분하고, 착한 사람이 되었다. 그녀는 엄마가 겪은 일들이 세상에 알려지면 수치스러울 수는 있어도, 그 당시 엄마는 정말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한 거라 이해하고 있었다. 세상 사람들이야 비웃고 손가락질할 수 있겠지만, 적어도 가족들 만큼은 엄마를 욕할 자격이 없다고 믿었다. 결국 자신의 어머니가 그런 선택을 하게 만든 배경은 바로 이 집의 가족들이었기 때문이다.김혜빈은 자신이 임현우와 김익수에게 당한 일들을 떠올릴 때마다, 엄마의 아픔을 더 깊이 공감하게 되었다. 그래서 홍라연이 라이브 커머스로 부자가 된 이후, 그녀는 집 안에서 김혜빈에게만 유일하게 웃음을 보여주었고, 나머지 가족들에겐 하루가 멀다 하고 욕과 매질을 퍼부었다. 홍라연으로서는 과거 자신이 당했던 고통을 되갚는 방식이었다.김창곤, 김혜준, 그리고 신옥희 모두 지금 상황을 잘 알고 있었다. 이제 자신들은 더 이상 전향할 가능성이 없고, 김혜빈 역시 그저 평범한 고소득 직장인일 뿐, 일확천금을 벌만한 능력자는 아니었다. 그러니 이제 이 집에서 진짜 '파워'를 쥐고 있는 사람은 오직 홍라연뿐이었다.현재 그녀의 라이브 커머스 수익은 연간으로 보면 수십 억대 수입도 가능했다. 과거 WS 그룹이 가장 잘나갔을 때도 그 정도로 빨리 돈을 벌지는 못했는데, 지금의 홍라연은 그 전성기를 1년 만에 뛰어넘는 수익을 창출하고 있는 셈이었다. 그러니 이
김창곤은 입맛을 다시며 중얼거렸다. “근데 이 죽 진짜 겁나 맛없네... 향도 하나도 없고, 씁쓸한 맛까지 나잖아? 이딴 걸 만든 놈들은 원재료를 좀 좋은 거 쓰면 뒤지는 거야?”김창곤의 말이 끝나자마자, 홍라연은 손을 들어 그대로 김창곤의 뺨을 한 대 후려쳤다. 김창곤은 뺨을 맞은 충격에 멍하니 굳어버렸고, 막 무슨 잘못이냐고 물어보려던 찰나, 홍라연이 쏘아붙였다. “너 지금 누구한테 ‘여보’라 불러? 그건 옛날에 당신의 내 뺨을 때리고 이혼하라고 강요하고 이 집에서 나가라고 소리 지르던 시절에나 가능한 말이지!”그러자 김창곤은 깜짝 놀라며 바로 말을 바꿨다. “아이고 여보, 다 내 잘못이야! 전부 다 내가 눈이 삐어서 그런 거야! 이렇게 능력 있고 좋은 마누라를 두고도 내가 모르고 그랬지 뭐야… 앞으로 내가 이혼 같은 소리 꺼내면 벼락 맞고 길바닥에 쳐박혀 죽어버릴게!”홍라연은 냉소를 머금고 말했다. “하 참, 김창곤 너 진짜 사람 참 간사하다? 옛날엔 내가 바람 폈다고, 다른 남자 애까지 가졌다고, 너에게 성병까지 옮겼다고, 당장 내쫓자고 난리 치던 인간이, 지금 내가 돈 좀 번다고 태도가 이렇게 확 바뀌냐?”김창곤은 살살 웃으며 비위를 맞췄다. “아이고 여보, 그건 돈 문제가 아니라… 내가 요즘 와서 진심으로 깨달았어. 그때 그 일들, 사실 다 당신 탓이 아니었지. 그땐 우리 둘 다 절박했고, 억지로 떠밀려서 그런 거잖아… 처음에 윤우선을 엿먹일 작전도 당신 혼자 생각한 것도 아니었고... 우리 둘이 같이 짠 거였는데… 그러니까 그 일에 대해서 나도 분명히 책임이 있어...” 김창곤은 말을 잇다가, 깊은 한숨을 내쉬며 눈물을 흘렸다. 목이 메인 채로 중얼거렸다. “여보... 사실 난 몰랐어... 당신이 그 탄광에서 그렇게 고생한 줄은... 그 생각만 하면 아직도 마음이 너무 무거워... 분명 그 계획은 우리 둘이 같이 한 일이었는데, 난 뒤에서 숨어서 조종만 하고, 당신만 앞에 나서서 직접 실행하게 만들었잖아. 결국엔… 당신 혼자 은시
김혜준은 홍라연의 호통에 한 마디도 반박하지 못하고, 풀이 죽은 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엄마 말씀이 맞아요... 제가 너무 제멋대로 생각했네요...”홍라연은 콧방귀를 뀌더니 다시 버럭 소리쳤다. “그리고! 방송 시작 전에 내가 뭐라고 했어? 오늘 할 일 딱 하나라고 했잖아! 마지막에 시청자한테 인사할 때, 눈물 흘려서 감동을 줘야 한다고! 근데 뭐야? 번개만 치고 비는 안 오는 거야? 눈물은 어디 갔어?!”김혜준은 급히 변명했다. “엄마... 그게... 오늘 엄마가 몇 시간 떠들고 나서 돈을 그냥 벌어들이는 걸 보니까… 감동받기보단 그런 생각이 드니까 그냥 울음이 싹 들어가 버려서...”홍라연은 욕설을 섞어가며 고함쳤다. “이 멍청아! 눈물이 안 나와도 어떻게든 짜내야 할 거 아니야?! 사람들이 감동 안 하면, 왜 우리에게 돈을 쓰겠냐고! 우리가 팔고 있는 건 다 원가가 뻔한 싸구려인데, 가격은 몇 배로 불려 놨잖아? 그 사람들이 왜 사겠어? 감정적 만족을 주니까 사는 거야! 니가 네 아빠처럼 못 일어나서 절도 못 하면, 적어도 눈물은 떨어뜨려야 할 거 아니야!”김혜준은 더듬거리며 말했다. “엄마... 저도 진짜 울려고 했는데... 이게 또 마음처럼 안 돼서… 눈물이 도저히 안 나와요...”홍라연은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눈물이 안 나와? 그럼 간단하지 뭐! 내일 니 베개 옆에 청양 고추를 두거나 고추기름을 떨어 뜨려줄게! 눈물이 안 나오면 그냥 슬쩍 고개 돌려서 그거라도 문질러. 그러면 눈물이 무조건 줄줄 나올 거다!”김혜준은 그 말에 식겁한 듯 말했다.“엄마… 그건 좀 심한 거 아니에요? 눈이 부어서 못 뜨게 될지도 몰라요…”홍라연은 단호하게 말했다. “눈이 부으면 더 좋지! 빨갛고 부은 눈에서 눈물까지 흐르면, 그게 바로 감동의 극치 아니겠어?!”김혜준은 무언가 더 말하려 했지만, 홍라연은 아예 기회를 주지 않고 일갈했다. “김혜준, 지금 엄마한테 말대답할 생각 하지 마! 이 집은 지금 내가 왕이야! 내 말 안 들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