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민정은 놀라서 눈을 크게 뜨며 말했다. "그럼... 그럼 어제 제가 그를 쫓아내게 한 것이 선생님의 외삼촌이었던 거네요...?"시후는 담담하게 말했다. "당시에는 그의 진짜 신분을 몰랐어요. 그리고, 알았다고 해도 그런 상황에서는 그를 쫓아내야만 했겠죠." 잠시 이야기를 멈춘 뒤, 시후는 다시 말했다. "내가 이 경매를 여는 이유는 우리 집안 사람들에게 특혜를 주기 위함이 아닙니다. 이 경매는 최고 부자들이 그들의 신분이나 배경과 상관없이 내 규칙에 따라 회춘단을 낙찰 받는 자리죠. 그들이 돈으로 내 규칙을 무시할 수 있도록 해서는 절대 안 됩니다. 만약 내가 특혜를 주기 시작한다면, 이 일의 본질이 완전히 변해버릴 겁니다.”송민정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알겠습니다, 은 선생님. 그럼 제가 비서에게 그를 접견실로 안내하라고 하고, 제가 접견실로 가서 그를 만나도록 할 게요. 여기서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시후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차라리 내가 미팅룸으로 가서 기다리는 게 좋겠어요. 회장님은 이룸 그룹의 회장이고, 그가 회장님을 만나러 왔는데 사무실에서 그를 만나지 않으면, 제 외삼촌은 회장님의 사무실에 더 중요한 손님이 있다고 생각할 겁니다. 특히 어제 경매가 막 끝난 상황이라면, 당연히 그런 생각을 하겠죠."송민정은 급히 말했다. "은 선생님, 그럼 뒤쪽에 있는 장소에서 잠시 쉬고 계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녀는 말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나 사무실 배경 벽의 왼쪽을 가리켰다. 그리고 배경 벽에 있던 기하학적인 장식을 밀어 올렸다. 그곳에는 배경 벽의 장식과 선을 완벽하게 이용해 숨겨진 문이 있었다. 문의 반대편에는 약 30제곱미터 정도 되는 휴식 공간이 있었고, 그 안에는 침대, 화장실, 샤워실, 옷장, 안마 의자 등이 갖추어져 있었다. 이곳은 마치 작은 평수의 아파트처럼 꾸며져 있었다.시후는 그 세련된 디자인에 눈이 번쩍였다. 송민정은 옆에서 말했다. "이 공간은 원래 할아버지가 남겨둔 곳이에요. 할아버지께
송민정의 충고를 들은 안충주는 잠시 머뭇거리다 물었다. “송 회장님, 혹시 Samson 그룹에 대해 들어 보셨습니까?”“'Samson 그룹'?” 송민정은 약간 찡그리며 물었다. “그건 최근 인기 드라마 제목인가요?”안충주는 민망해하며 말했다. “드라마가 아닙니다. 미국의 한국인 교포 집안, Samson 그룹입니다.”송민정은 일부러 놀란 척하며 말했다. “Samson 그룹은 전 세계 상위 집안 중 하나이고, 한국인 가문 중에서는 최고로 알고 있는데요, 왜 그러시죠..?”안충주는 그제야 안심하며 진지하게 말했다. “사실 저는 Samson 그룹의 장남, 안충주입니다.”송민정은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 “성함이 최원정이 아니었나요?”안충주는 사실대로 말했다. “최원정은 제 가명일 뿐입니다.”송민정은 엄숙하게 말했다. “안 선생님, 가명을 사용하여 경매에 참가한 것은 규정 위반입니다.. 경매 규정에 따르면, 이런 경우 영구적으로 참가 자격을 박탈당합니다.”안충주는 자신의 신분을 밝히면 송민정이 놀라거나 감탄할 줄 알았지만, 그녀는 오히려 경매 규정을 강조하고 있었다. 이로 인해 안충주는 약간 혼란스러웠다. 그리고 그는 속으로 생각했다. ‘내가 안충주라는 사실이 이 사람에게는 경매 규칙보다도 덜 중요한 건가?’안충주가 혼란스러워하는 동안, 송민정은 이미 자리에서 일어나며 강하게 말했다. “안 선생님, 죄송하지만, 저희는 본인의 신분조차 숨기는 사람을 환영하지 않습니다. 돌아가 주십시오.”안충주는 50년을 살면서, 어제 경매장에서 경호원들에게 쫓겨난 것 외에는 이렇게 굴욕적인 경험을 해본 적이 없었다. 그동안 누구든 자신을 모시려고 애를 썼지만, 그는 그들을 상대하지 않았다. 그러나 여기서는 경매에 참가하려고 했다가 연이어 쫓겨나고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는 이성적으로 행동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꾹 참고 말했다. “죄송합니다, 송 회장님. 제가 가명을 사용한 것은 실수였습니다. 제 상황을 이해해 주셨으면 합니다. 그리고 송 회장님께서는
안충주는 더 이상 Samson 그룹의 신분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것을 느꼈다. 그는 민망한 듯 말했다. "알겠습니다... 그렇다면 더 이상 송 회장님께 폐를 끼치지 않겠습니다."송민정은 고개를 끄덕이며 담담하게 말했다. "네 안 선생님, 그럼 조심히 가십시오. 배웅해드리지는 않겠습니다."안충주는 앞으로 송민정과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더욱 희소한 자원을 활용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며 공손하게 물었다. "송 회장님, 혹시 연락처를 교환할 수 있습니까? 나중에 Samson 그룹의 도움이 필요하시면 언제든지 말씀하십시오."송민정은 전혀 동요하지 않고 담담하게 말했다. "마음은 감사합니다만, 연락처를 교환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Samson 그룹은 이룸 그룹보다 큰 규모를 자랑하지만, 이룸 그룹은 딱히 큰 야망이 없어서 국내에서 내수를 신경 쓰는 것이 더 중요할 것이기 때문입니다."안충주는 이제 자신감을 잃었다. 아무래도 돈과 자원이 많다고 해도 소용이 없을 것 같았다. 상대방이 딱히 돈과 자원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더 이상 자신의 우월함을 상대방에게 드러내면 스스로 굴욕만 자초할 뿐이었다. 결국 그는 낙담한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공손하게 말했다. "송 회장님, 이제 그만 돌아가도록 하겠습니다."송민정은 고개를 끄덕이며 담담하게 말했다. "안 선생님, 저는 일이 있어서 배웅해드리지는 않겠습니다."안충주는 이미 여러 타격을 입었기 때문에 더는 화를 낼 기운이 없었다. 그는 어색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 뒤, 뒤돌아 홀로 걸어 나갔다.안충주가 떠나자마자 송민정은 긴장한 채 여러 번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그리고 급히 비밀 문 뒤의 휴게실로 들어가니, 이미 의자에 다리를 꼬고 앉아 있는 시후를 발견하고는 서둘러 물었다. "은 선생님, 조금 전 저의 태도가 너무 과하지는 않았을까요...?"시후는 웃으며 말했다. "하하.. 아니요, 딱 좋았습니다. 이런 상황에선 그에게 아무런 희망도 주지 않는 것
"회춘단 조각을요..?!" 이 말을 들은 송민정은 깜짝 놀라며 물었다. "은 선생님, 보상으로 주어진다는 회춘단 조각은 무슨 의미를 가지나요?"시후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것은 우리가 개발하는 프로그램 안에서 사용할 수 있는 일종의 가상 화폐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가상 화폐는 외부에 유통되지 않으며, 사용자들 간에 어떤 방식으로도 거래할 수 없습니다. 또한, 이 회춘단 조각은 통화나 금전과 연동되지 않기에 오직 회춘단과만 고정된 교환 비율을 가지게 될 겁니다." 그러면서 시후는 덧붙였다. "이 비율은.. 1만 개의 회춘단 조각이 1개의 회춘단과 같다고 정할 겁니다. 이 프로그램에서 내가 게시한 다양한 임무를 완수하여 1만 개의 회춘단 조각을 모으면, 한국에 왔을 때 나에게서 온전한 한 알의 회춘단과 교환할 수 있게 되는 것이죠." 여기까지 말하고, 시후는 계속해서 말을 이어 나갔다. "사람들은 전 세계에 흩어져 있으며, 각자 자원이 있고 각기 다른 분야에서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어요. 그러니 나중에 내가 필요로 할 때, 이 프로그램을 통해 나는 임무를 바로 게시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누군가에게 어떤 사건에 대해 조사하게 하려고 할 때, 보상으로 100개의 회춘단 조각을 줄 수 있는 것이죠. 그러면 그들은 먼저 조사를 완료하고 이 100개의 조각을 얻으려고 앞다투어 일할 겁니다."송민정은 눈이 반짝이며 말했다. "그렇다면 이 사람들은 매일 프로그램에서 임무를 찾는 것이 하루의 가장 중요한 일과가 되겠군요..."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진지하게 말했다. "이 사람들을 모두 나를 위해 움직이게 하려면, 그들이 나를 위해 열심히 일한 뒤 그들이 회춘단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합니다. 그들은 현재 회춘단에 대한 갈망이 너무나 강해요. 마치 굶주린 쥐들이 곡물 창고 주변을 맴도는 것과 같죠. 하지만 내가 만든 이 창고는 너무나 견고해서 그들이 들어갈 틈이 없어요. 그래서 내가 살짝 입구를 열어 주기만 하면, 그들은 필사적으로 안으로 들어
송민정은 이때 시후의 구상에 감탄을 금치 못했지만, 그런 놀라움 속에서도 한 가지 의문이 떠올랐다. 그녀는 곧바로 물었다. "은 선생님, 만약 회춘단 조각 1만 개로 회춘단 한 알을 교환할 수 있다고 한다면.. 사람들이 생각할 때 너무 힘들다고 느껴지지 않을까요? 예를 들어, 임무 하나당 100개의 회춘단 조각을 주신다면, 최소한 100개의 임무를 완수해야 1만 개를 모을 수 있으니.. 이건 너무 어려울 텐데요..? 이러면 사람들이 의욕을 잃을까 걱정됩니다..."시후는 웃으며 말했다. "비록 1만 개의 회춘단 조각이 회춘단 한 개와 같지만, 1만 개를 모두 모아야만 교환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그는 계속해서 설명했다. "최소 교환 기준을 회춘단 조각 1천 개로 정해서, 1천 개를 모으면 회춘단의 10분의 1 정도를 교환할 수 있도록 할 겁니다. 이렇게 하면 그들에게 있어서 희망이 너무 멀지 않게 느껴지겠죠?"송민정은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 "은 선생님, 경매는 1년에 한 번 열리는데.. 회춘단 조각은 반드시 경매에서만 교환할 수 있는 건가요? 아니면 1,000개만 모으면 언제든 한국에 와서 교환할 수 있나요?"시후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우리의 경매 센터가 완공되면 그 내부에 회춘단 교환 센터를 마련할 계획입니다. 교환을 원하는 사람들은 몇 일 전 미리 예약만 하면, 정해진 시간에 와서 교환을 할 수 있어요. 그렇게 하면 그들의 열정도 더욱 높아질 겁니다." 그는 덧붙였다. "회춘단 조각을 모으는 게 어려울 것처럼 보이지만, 노력하면 몇 년 또는 십 년 안에 충분히 가능할 겁니다. 젊거나 이제 막 노년에 접어든 사람들에게는 장기적인 목표로 삼고 천천히 이룰 수 있을 정도로요."송민정은 찬성하며 말했다. "네 그럴 것 같네요. 상황이 급하고 돈이 많은 부유한 사람들은 경매에 참여할 수 있고, 아주 부유하진 않지만 어느 정도 자산이 있는 사람들은 한국에 와서 고급 웰니스 프로젝트에 투자할 수 있겠죠. 그리고 조금 여유 있는 사람들은 이렇게
경매가 완전히 끝나고, 유나는 시후와의 미국 여행 준비를 시작했다. 이번에 미국에서 머무른 시간이 꽤 길기 때문에 두 개의 큰 캐리어를 꼼꼼하게 챙기고, 필요한 물건들에 대한 체크리스트까지 작성하여 하나하나 준비해 나갔다. 유나는 빠트리는 것이 없도록 꼼꼼하게 물건들을 챙겼다.그에 비해 시후는 간단하게 짐을 쌌다. 그는 갈아입을 옷 몇 벌 외에는 거의 아무것도 챙기지 않았다. 시후는 다양한 짐을 챙기느라 애쓰느니, 가볍게 출발해서 미국에 도착한 후 필요한 물건들을 구매하는 것이 더 편하고 효율적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하지만, 알뜰한 성격의 유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녀는 집에 있는 물건들을 잘 챙겨가면, 미국에서 추가로 물건을 사지 않아도 되어 돈을 절약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시후는 아내의 성격을 잘 알고 있었기에, 그녀가 하자는 대로 따르기로 했다. 그러나, 여행과 숙소만큼은 양보하지 않았다. 시후는 뉴욕으로 가는 일등석 비행기 표 두 장을 예매했고, 뉴욕에서 쓸 아우디 A6 왜건도 예약했다. 미국에서는 국제면허증을 인정하기 때문에 시후는 미리 면허증을 준비해 두었고, 도착하면 차량을 바로 이용할 수 있을 것이었다. 숙소는 로드 아일랜드 디자인 스쿨 근처에 위치한 힐튼 호텔의 유일한 프레지덴셜 스위트 룸을 예약했다. 이 프레지덴셜 스위트 룸은 100평이 넘는 규모로, 두 사람이 사용하기에는 지나치게 컸다. 하지만 시후는 그곳의 모든 시설이 완벽하게 갖춰져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헬스장도 갖춰져 있었고, 호텔 최상층에 위치해 있어 옥상 수영장도 딸려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곳에 머물면 다른 호텔 투숙객들과 거의 마주칠 일이 없을 것이다.시후와 유나가 미국으로 떠날 준비를 하는 동안, 김상곤도 자신의 중국 여행을 위한 짐을 챙기기 시작했다. 그도 시후와 유나와 같은 날 출발하기는 했지만, 김상곤의 비행기는 아침 8시 30분 출발이었고, 시후와 유나는 정오 12시 비행기를 탈 예정이었다. 이번에 김상곤은 한미정과 함께 한국으로 교류회
윤우선은 이 말을 듣자마자 얼굴에 웃음꽃이 피며 기뻐서 말했다. “역시 은 서방이 최고야! 자네 말이 딱 내 마음속 깊이 와 닿았어!” 말을 마치고 나서, 그녀는 옆에 있는 김상곤을 바라보며 말했다. “김상곤, 롤스로이스 컬리넌 차 열쇠는 나에게 넘겨.”김상곤은 경계하며 말했다. “차 열쇠는 네가 왜 필요해?!”윤우선은 바로 말했다. “당연히 내가 몰고 다니려고 하는 거지! 왜 필요하겠어?” 그러면서 윤우선은 얼굴을 찌푸리며 말했다. “게다가 그 차가 언제부터 네가 소유한 거야? 이 차는 은 사방이 선물 받은 거라고! 넌 그저 덕을 봐서 잠깐 탄 것뿐인 주제에!”김상곤은 진지하게 말했다. “이 차가 은 서방 덕분에 받은 건 맞지만, 이 차는 제니퍼 씨가 분명히 내게 준 거야. 차량 등록증에도 내 이름이 적혀 있다고!”윤우선은 짜증스럽게 말했다. “아이고, 너랑 일일이 따지고 싶지 않아! 얼른 차 열쇠나 내놔!”“안 줘!” 김상곤은 즉시 말했다. “네 운전 실력이면, 유나가 타고 다니는 BMW 정도가 딱 맞아. 롤스로이스 컬리넌 같은 비싼 차는 네가 몰 수 있는 게 아니라고!”“김상곤! 그 입 다물어!” 윤우선은 화가 나서 말했다. “당장 차 열쇠 안 주면, 네가 나간 뒤에 내가 그 차의 바퀴를 다 빼서 팔아버린다! 그 때는 벽돌로 차를 받쳐 놓고, 당신은 돌아와서 그냥 멍하니 바라보기나 하겠지!”윤우선의 말을 들은 김상곤은 겁에 질려 몸을 떨었다. 그는 윤우선이 무슨 짓을 할지 전혀 의심하지 않았다. 이 여자는 미친 개 마냥 무슨 짓이든 할 수 있는 여자였다. 롤스로이스 컬리넌의 바퀴만 파는 게 아니라, 차를 완전히 분해해서 부품을 팔아도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사람이었다. 이런 생각이 들자 그는 결국 항복하며 말했다. “알겠어, 알겠어! 몰게 해 줄게! 하지만 정말 조심해서 운전해야 해! 긁히는 것 없이!”윤우선은 무시하며 말했다. “그냥 차 열쇠나 내 놔! 쓸데없는 말은 하지 말고!”김상곤은 하는 수 없이 마음을 굳히고 차 열
다음 날 정오, 시후와 유나는 함께 대한항공 항공편을 타고 뉴욕으로 향했다. 전체 비행 시간은 14시간이 걸렸고, 두 사람이 뉴욕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현지 시간으로 오후 2시가 되었다. 시후는 평소에 일반 항공기보다 세 배나 빠른 콩코드기를 주로 타다가, 오랜만에 일반 항공기를 타니 마치 고속철에서 느린 완행열차를 탄 듯한 느낌이었다. 다행히 시후가 구입한 좌석은 고급스럽고 반듯하게 누울 수도 있는 일등석이었기 때문에 견딜만했다. 그렇지 않았다면 이 여정은 꽤나 힘들었을 것이다. 유나 역시 긴 시간의 비행 후에도 상태가 매우 좋았고, 피곤한 기색은 전혀 보이지 않았으며 오히려 약간의 기대와 흥분을 감추지 못한 듯 보였다.비행기에서 내린 후, 부부는 또 한 시간 정도 넘는 시간을 보내고 세관 통과와 짐 찾기를 무사히 마쳤다.시후는 미리 예약해 둔 차량을 찾아 짐을 모두 트렁크에 실은 후, 유나를 태우고 최종 목적지인 프로비던스로 향했다.유나는 미국에 처음 와 본 것이었고, 낯선 나라에 대한 호기심으로 인해 차 안에서도 신이 나서 여기저기를 두리번거렸다.차는 북쪽으로 달리며 번화한 뉴욕을 지났고, 시후는 내비게이션의 안내를 따라 북동쪽으로 계속 이동했다.4시간 후, 두 사람은 마침내 프로비던스 시의 힐튼 호텔에 도착했다. 그곳에는 이번 마스터 클래스 주최를 담당하는 켈리 웨어슬러가 이미 호텔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두 사람이 호텔 로비에 들어서자, 로비 휴게 구역에서 한 백인 여성이 기쁘게 달려와 유나에게 말했다. “유나 씨, 드디어 도착했군요!” 이 말을 한 사람은 바로 켈리 웨어슬러였다. 그녀는 이번 마스터 클래스의 책임자로서, 그녀는 경매가 시작되기 며칠 전부터 미국으로 돌아와 마스터 클래스 준비에 돌입했다. 유나가 오후에 힐튼 호텔에 도착한다고 하자, 그녀는 미리 나와서 유나를 기다리고 있었다.유나도 그녀를 보고 매우 반가워하며 말했다. “웨어슬러 선생님, 어떻게 호텔까지 오셨어요?”“유나 씨를 환영하러 왔죠!” 켈리 웨
배유현이 자신에게 1천만 달러짜리 수표를 주겠다는 말에, 제이크 한은 본능적으로 손사래를 치며 당황한 채로 급히 말했다. “배유현 회장님, 저를 이렇게까지 도와주신 것도 모자라 돈까지 주신다니, 그건 절대 안 됩니다...”그러자 옆에 있던 안산 회장은 무릎을 치며 격양된 목소리로 외쳤다. “배유현 회장의 이 방법은 정말 기가 막히는군요! 빈틈이 없어! 완벽해!” 그러고는 제이크 한을 향해 손가락을 들어 말했다. “자네, 돈 걱정은 할 필요 없어. 배유현 회장이 자네에게 이 돈을 주는 이유는, 자네가 가족들 앞에서 이번 일을 잘 설명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가 아니겠나. 그 덕분에 자네의 아내와 딸도 자네를 원망하기보다는, 자네가 얼마나 그들을 소중히 여기는지 느낄 수 있게 될 거야. 그렇게 되면 모든 갈등도 자연스럽게 풀릴 것이고!” 그는 말을 이으며 덧붙였다. “하지만 자네의 말도 일리가 있기는 하네. 배유현 회장이 자네 뿐만 아니라 우리 Samson 그룹까지 도와줬으니, 지금 이런 상황에서 배유현 회장에게 돈을 지불하라고 할 수는 없지. 그러니 이 돈은 내가 내도록 하겠네!”제이크 한은 급히 말했다. “회장님... 그건 더더욱 안 됩니다! 저는 회장님의 돈도 받을 수 없어요! 게다가, 제가 수입이 많지는 않지만, 가족 생계에는 지장이 없습니다. 제 아내와 딸도 돈을 크게 밝히지 않는 성격이라...”안산은 손을 저으며 말했다. “누가 자네 아내랑 딸이 돈을 밝힌다고 했나? 이 돈은 그저 자네가 가족들에게 마음을 전하는 상징일 뿐이야. 그러니 수표를 들고 돌아가서, 아까 배유현 회장이 말한 것처럼 하나하나 다 설명하는 걸로 하게. 그러면 자네가 걱정하던 일은 단번에 해결될 거야. 그리고 이 1천만 달러는 아이의 미래에도 든든한 자산이 될 거다! 자네는 우리를 위해 너무 많은 고통을 겪었어. 그러니 고마움을 표현할 기회를 우리한테도 줘야지.”이때 옆에 있던 시후의 외할머니가 얼른 말했다. “여보, 당신이 전에 말했었죠? 제이크 한 저 친구의 사위에
제이크 한은 난처한 듯 말했다. “사모님, 솔직히 말씀드리면... 제가 집에 돌아가면 아내와 아이에게 이 사실에 대해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고민 중이기는 합니다... 딸아이가 얼마 전에 임신 소식을 전했는데, 그 직후에 제가 갑자기 사라져 버렸거든요...” 이 말을 하면서 그는 화제를 돌리기 위해 안충주에게 물었다. “충주, 내 아내가 자네한테 연락하지 않았어? 뭐라고 말했나?”안충주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뭘 어떻게 말하겠어... 나도 그냥 모르겠다는 말 밖에 할 수 없었지... 은인은 자네가 죽었다는 말은 하지 말라고 하셨고, 실종됐거나 다른 여자와 도망쳤다고 하라고 했지만, 내가 어떻게 그런 말을 해...”제이크 한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럼 어떻게든 잘 생각해 봐야네. 집에 가서 제대로 설명을 못 한다면, 아내와 딸은 날 계속 의심할 테니까...”안충주는 잠시 고민하다가 말했다. “아니면 그냥 이렇게 말해. 강제 퇴직을 당한 게 마음에 걸려서 기분 전환 겸 여행을 다녀왔다고?”그러자 제이크 한은 민망한 듯 말했다. “그건 너무 무책임한 거 아니야...? 딸아이가 임신했다고 연락한 시점인데, 그 기쁜 소식을 듣고도 내가 퇴직을 당해 기분이 나쁘다고 여행을 갔다? 그건 너무 머저리 같잖아...”안충주는 혀를 찼다. “하아... 자네가 이런 중요한 시점에 실종된 후에 아무 소식도 없었으니, 게다가 딸이 임신한 중요한 시기에 말이야... 진실을 말하지 않으면 변명할 방법이 거의 없을 거야...”Samson 그룹의 다른 가족들도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그들도 제이크 한의 집안 사정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제이크 한은 아내와 딸과 오랜 시간 떨어져 지냈고, 관계도 원만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런 상황에서 딸이 임신 소식을 알린 그 시기, 제이크 한이 갑자기 사라졌고 제이크 한은 실상을 밝힐 수 없으니 그야말로 처리하기에 매우 곤란한 일이었다. 따라서 제이크 한이 이번에 집에 돌아가면 아내와 딸의 원망은 피할 수 없을 것이 분명했
Samson 그룹 구성원들은 안산 회장 역시도 미스터리한 은인의 정체가 누구인지 궁금해하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가 이렇게 단호하게 말한 이상, 아무도 감히 그 뜻을 거스르려 하지 않았다.이에 안충주가 먼저 입을 열었다. “아버지, 걱정 마십시오. 꼭 명심하겠습니다. 절대 선을 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안태풍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아버지, 저도 형님 말대로 절대 선을 넘지 않겠습니다.”그러자 옆에 있던 제이크 한은 이 말을 듣고 속으로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시후와의 약속대로 시후의 정체를 절대 누설하지 않겠다고 맹세했지만, 마음 한편으로는 Samson 그룹 식구들이 하루라도 빨리 시후의 정체를 알아차리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조금 전 그는 안충주 앞에서 의도적으로 회춘단의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안충주가 단서를 연결하여 생각하도록 유도하려 했고, 그렇게 하면 언젠가 안충주가 그의 조카 시후에 대한 정보를 알아낼 수 있으리라 기대했다. 하지만 그는 정확한 힌트를 줄 수는 없었는데, 그건 시후와의 약속 때문이기도 했고 옆에 배유현이 있어 명확하게 힌트를 준다면 배유현이 그것을 알아차릴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제이크 한은 Samson 그룹과 오래 인연을 맺고 있었기에, 이들이 지난 20년간 얼마나 간절히 시후를 찾아 헤맸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들은 이 일에 엄청난 인력과 자원을 투자하고 있었고, 전 세계를 뒤집다시피 하며 시후의 흔적을 찾으려 애썼다. 하지만 결국 인연이라는 것은 참 아이러니한 운명의 장난 같은 것이었다. Samson 그룹 일가는 그토록 많은 에너지를 들여 전 세계를 뒤졌지만, 정작 시후는 사건이 벌어졌던 한국에 그대로 머물고 있었기 때문이다.Samson 그룹은 한때 시후가 그 정체불명의 조직에 의해 납치된 것이라고 의심하기도 했고, 한편으론 기적처럼 어딘가에서 그를 찾을 수 있기를 기도했다. 하지만 그들은 시후가 이미 오래전부터 곁에 있었다는 사실은 꿈에도 몰랐
시후는 제이크 한을 살리기 위해서는 외가 식구들에게 일부 단서를 드러낼 수밖에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제이크 한을 구한 건 본인의 선택이었고, 마침 멕시코에서 중소단의 핵심 약재를 얻은 것은 우연이었다. 그렇기에 자연스럽게 시후는 제이크 한을 살리는 방향을 택했던 것이다. 사실 시후는 단서가 드러나는 문제에 대해 그리 크게 개의치 않았다. 결국 외가 식구들은 자신의 적이 아닌 가족이고, 현재까지 드러난 단서는 퍼즐 조각 하나를 더 주는 수준일 뿐, 자신의 정체를 완전히 파악하려면 아직도 외가 식구들은 많은 것이 부족했기 때문이다.안충주의 추측은 Samson 그룹 전체의 공감을 이끌어냈다.그러자 안태풍은 흥분을 감추지 못하며 말했다. “형님, 이렇게 보니 그 은인은 우리와 인연이 꽤나 깊은 것 같은데! 그 때 형님이 한국에서 회춘단 경매에 참여했을 때 쫓겨났지만, 그분은 그 일을 알고도 우리를 도와주신 거니까. 뉴욕에서 우리를 구해준 걸 보면 말이야.”안충주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날 경매장에서 한국의 송민정 회장은 누가 봐도 꼭두각시와 같은 존재였어. 현장의 중요한 결정들은 누군가가 이어폰으로 지시하고 있었고, 그래서 난 은인이 바로 경매장 무대 뒤 어딘가에서 모든 걸 지켜보고 있었다고 생각 했어. 그리고 내가 회춘단을 낙찰 받기 위해 엄청난 금액을 제시했는데도 내가 경매장에서 쫓겨났다는 건, 송민정 회장 같은 인물이 절대 내릴 수 없는 결정이라고 생각 했어. 이룸 그룹의 자산 규모는 내가 제시한 금액보다 더 적을 테니까.”그러자 시후의 외할머니는 탄식하며 말했다. “그렇다면 우리 가족은 정말 운이 좋았어. 그날 그 은인이 옆방에 안 계셨다면, 우리 모두 큰 화를 당했을 거다...”안충주는 갑자기 무언가 떠오른 듯 말했다. “어머니, 그 은인이... 혜리의 팬인 것 같은데요!”시후의 외할머니는 별일 아니라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은서는 그래도 케이팝 분야의 톱스타잖니. 은인이 동양인이라면 혜리 정도의 톱스타는
시후의 외할머니가 시후를 직접 만나고 싶다고 말하자, 배유현은 급히 말했다. “죄송합니다, 사모님... 여러분들을 살려주신 은인께서는 행방이 일정하지 않으셔요. 이번에도 저에게 약을 전달해주신 후, 아직 해야 할 중요한 일이 많다며 바로 떠나셨기 때문입니다.” 사실 엄밀히 따지자면, 배유현이 거짓말을 한 것은 아니었다. 시후는 정말 자주 이동했기 때문에 행방이 일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에는 캐나다, 미국, 홍콩, 멕시코를 오가는 터라 시후의 구체적인 계획은 배유현도 알지 못했다. 게다가, 시후는 이미 페이셔스 그룹의 냉동 센터를 떠난 상태였다. 그는 지금 버킹엄 호텔로 돌아가, 이토 그룹과 하영수가 도착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시후의 외할머니는 배유현의 말을 듣고 매우 아쉬운 듯 말했다. “그분께서는 우리 집안 구성원들을 모두 구해주셨고, 이번엔 제이크 한 경감까지 살려주셨어요. 이처럼 큰 은혜는 우리 자손 대대로 다 갚지 못할 만큼 대단한 것인데, 그분은 단 한 번도 우리에게 보답할 기회를 주지 않으셔서...”배유현은 위로하듯 말했다. “사모님, 그건 저도 마찬가지랍니다. 저는 오래전부터 은인께 큰 은혜를 입었지만, 아직까지 제대로 보답할 기회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저 그분을 위해 작은 힘이라도 보태며 곁에서 도울 수 밖에요.”이때 안충주가 말을 이었다. “배유현 회장, 예전에 한국의 경매장에서 당신의 할아버지인 전 회장님께서 갑작스레 몸져 누우셨고, 그 틈을 타서 당신의 큰아버지가 권력을 빼앗았죠. 그런데 전 회장님께서는 다시 건강을 회복하셨고, 당신과 함께 뉴욕으로 돌아오셔서 결국 페이셔스 그룹을 다시 맡으셨는데... 내가 짐작하는 게 맞다면, 그 당시 우리의 목숨을 살려준 은인이 당신 역시 도와주신 겁니까?”“네 맞습니다.” 배유현은 숨김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분이 아니었다면, 제 할아버지는 한국에서 목숨을 부지하셨다 해도, 저와 함께 큰아버지의 추격에서 벗어날 수 없었을 겁니다.”안충주는 눈빛이 번뜩이며 말
안산과 안충주는 재빨리 두 사람을 AB 빌딩 안으로 데리고 갔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꼭대기층으로 올라갔다.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마자, 안산은 제이크 한을 이끌고 회의실로 향했다.현재 Samson 그룹의 구성원들은 안산의 뜻에 따라, 모두가 배유현에게 직접 감사 인사를 전하기 위해서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모두 응접실에 모여 있었다. 안산이 응접실의 문을 열자, 그 안에 앉아 있던 Samson 그룹 구성원들은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하지만 그들은 문 너머로 들어오는 사람이 배유현이 아니라, Samson 그룹과 깊은 인연을 맺고 있던 제이크 한이라는 사실에 깜짝 놀라고 말았다!제이크 한을 본 순간, Samson 그룹 식구들은 엄청난 충격에 빠졌고, 어느 누구도 이 상황을 쉽게 믿을 수 없었다. 그들은 모두 제이크 한이 이미 세상을 떠났으며, 그것도 Samson 그룹과 관련된 일에 휘말려 그렇게 된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기에 제이크 한이 갑자기 눈앞에 나타났을 때, 현장에 있던 모든 Samson 그룹 사람들은 마치 사고 기능이 정지된 것처럼 얼어붙고 말았다.시후의 외할머니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앞으로 다가가 안산에게 물었다. “여보... 이... 이 사람이 정말 제이크 한 그 친구가 맞아요? 아니면 내가 꿈을 꾸고 있는 건가요? 혹시 내 정신이 이상해진 건가요?”“맞아. 제이크 한 그 친구가 맞다고!” 안산은 흥분하여 말했다. “정말로 제이크 한이 맞아! 이 친구가 살아 있었어! 배유현 회장이 데려온 거요!”그제야 가족들은 뒤따라 들어온 배유현을 발견했다.시후의 외할머니는 놀람과 기쁨이 교차된 표정으로 배유현을 바라보며 물었다. “배유현 회장... 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설명을 해줄 수 있을까요? 그날 사건이 벌어졌을 때, 우리를 살려준 분께서는 제이크 한은 이미 살릴 수 없는 상태라고 하지 않으셨나요?”배유현은 사실대로 말했다. “그때 그 분은 제이크 한 경감의 뇌가 아직 완전히 죽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하셨어요. 하지만 신체의
배유현은 안산이 자신을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에 깜짝 놀라며, 곧바로 공손하게 말했다. "회장님, 요즘 건강은 괜찮으시지요?"안산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배유현 회장 덕분에 요즘 꽤 잘 지내고 있습니다."배유현은 재빨리 말했다. "안 회장님, 그렇게 말씀하시지 않아도 됩니다. 저는 나이도 많이 어리고, 그런 말씀을 들을 자격이 없습니다!"그러자 안산의 곁에 있던 안충주도 이때 정중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했다. "배유현 회장님, 안녕하십니까."배유현 역시 공손히 인사했다. "안충주 선생님, 안녕하세요."안충주는 걱정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 "배유현 회장님, 실례가 안 된다면... 제 친구 제이크 한은 지금 어디에 묻혀 있는지 알 수 있을까요? 가능하시다면 주소를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조만간 찾아가 조의를 표하고 싶어서요.”배유현이 대답을 하기도 전에, 그녀의 옆에서 마스크와 선글라스를 쓰고 있던 한 남자가 갑자기 소리쳤다. "충주! 나 제이크 한은 아직 안 죽었어!"그 말이 떨어지자, 안충주와 그 곁에 있던 안산은 모두 깜짝 놀라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들은 그 목소리가 분명 제이크 한의 목소리라는 것을 알아차리기는 했지만, 눈앞에 서 있는 이가 제이크 한이 맞을 것이라고는 도저히 믿기 어려운 듯했다.왜냐하면 그날 체육관에서 Samson 그룹 최정예 경호원들이 암살자들에게 잔혹하게 살해당했을 때, 그들은 직접 시체를 보지는 못했지만 가장 먼저 총알에 맞은 제이크 한은 살아남을 수 없을 것임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들을 구해준 시후도 분명히 제이크 한이 이미 죽었으며, 신 조차도 그를 살릴 수 없을 거라고 말했었다. 그렇기에 그들이 어떻게 제이크 한이 죽은 뒤 살아 돌아왔다는 걸 믿을 수 있겠는가?제이크 한은 Samson 그룹의 두 사람이 눈을 크게 뜨고 아무 말없이 자신을 바라보고만 있자, 참지 못하고 마스크와 선글라스를 확 벗으며 외쳤다. "나야! 나! 아직 안 죽었다고!""이런 젠장!" 안충주는 너
안충주는 서둘러 휴대폰으로 인터넷에서 배유현의 사진 몇 장을 검색해 안산에게 보여주었다.안산은 몇 번 사진을 훑어본 후 휴대폰을 돌려주었지만, 순간적으로 멍하니 한 사람의 모습이 뇌리를 스쳐 지나가는 듯하더니 갑자기 물었다. “충주야... 제이크 한, 그 친구를 배유현 회장이 데려간 거 아니었나?”안충주는 놀라며 되물었다. “아버지, 제이크 한을 기억하신 거예요?”안산은 멍하니 말했다. “조금 전 머릿속에 뭔가 스치듯 지나갔어. 그날 우리를 구해준 은인이 ‘제이크 한은 이미 죽었다’고 말했던 것 같은데...” 그러면서 재빨리 물었다. “충주야, 그날 그 은인이 그러지 않았니? 제이크 한의 시신은 자신이 사람을 보내 정중히 장례 치르겠다고?”안충주는 아버지가 그날의 일부를 기억해낸 것에 놀라면서도, 슬픈 목소리로 말했다. “네... 그 은인은 정말 그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아마 그 일을 배유현 회장에게 맡긴 것 같아요.”그러자 안산은 눈가가 붉어지며 자책했다. “나는 제이크 한 그 친구에게 정말 면목이 없다... 그 친구의 부친에게도, 그 친구의 아내와 딸에게도... 나는 그들에게 모두 죄인이나 마찬가지야...”안충주는 서둘러 위로했다. “아버지, 이건 아버지 혼자만의 잘못이 아니에요. 우리 집안 전체가 큰 빚을 진 거니까요.”안산은 다시 물었다. “그럼 제이크 한의 아내와 딸은 어떻게 됐냐?”안충주는 난처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 쪽은 제가 손을 쓸 수가 없었어요... 그날 은인이 분명히 당부했었으니까요. 제이크 한의 죽음을 누구에게도 알려선 안 된다고... 심지어 그의 아내에게도요. 그래서 제이크 한의 아내가 저에게 계속 전화를 걸어 남편의 행방을 묻고 있는데, 저도 어쩔 수 없이 그 부분은 모른다고 둘러댈 수밖에 없었어요... 그래서 아마도 이미 경찰에 실종 신고까지 한 걸로 알고 있는데, 뉴욕 경찰은 아직 아무런 단서도 찾지 못한 것 같습니다...”“하아...” 안산은 깊게 한숨을 쉬며 당부했다. “방법을 좀 찾아서, 그의
안산의 갑작스러운 분노 섞인 외침에 Samson 그룹 삼형제는 일제히 차가운 표정을 지었다. 비록 모두가 이미 같은 결론을 향해 가고 있었지만, 아버지인 안산이 직접 그렇게 말하자, 그들은 등골이 오싹해졌다.안태풍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저는 도무지 이해가 안 돼요... 저 자들이 우리와 도대체 무슨 원한이 있기에, 20년 동안이나 집요하게 우리를 노린 거죠?”안재남도 의아하다는 듯 말했다. “우리 집안이 자산을 축적하는 과정에서 특별히 큰 잘못을 저지른 일은 한 번도 없었던 것 같은데요...! 그동안 우리 집안의 자산 대부분은 당시 엔젤투자에서 비롯됐고, 게다가 누나는 실리콘밸리의 절반을 떠받치고 있던 인물이었어요. 그런데 누가 우리와 그렇게 원한 관계에 있다는 거죠?”안충주는 얼굴을 굳히고 말했다. “어쩌면, 그들은 우리에게서 뭔가를 얻어내고자 하는 걸 수도 있지.”안재남이 물었다. “형 말은... 돈을 노린 다는 거야?”“단정 짓기는 어렵지만,” 안충주가 말했다. “하지만 저들이 이토록 정교하고 집요하게 움직이는 걸 보면, 단순한 증오심이나 원한 때문은 아닌 것 같아 보이는데.”그러자 안산 역시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만약 돈이 목적이라면, 굳이 우리 전부를 죽일 필요는 없지 않겠니? 요즘은 대부분 자산을 디지털 형식으로 가지고 있기에 은행 계좌나 증권 계좌, 신탁 계좌에 숫자로만 남아 있다. 그러니 우리를 죽인다고 해도 그 자산이 그들 손에 들어가는 건 아닐 것 아니냐!”안충주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게 바로 저도 이해가 안 되는 부분입니다...”네 사람은 곧 깊은 침묵에 빠졌다.그때, 막내딸 안유진이 문을 두드리며 밖에서 말했다. “아버지, 배유현 회장이 조금 뒤에 찾아 뵙고 싶다고 전화가 왔는데요.”“배유현...?” 안산은 인상을 찌푸리며 무의식적으로 물었다. “배유현 회장이 누구냐?”안충주가 얼른 말했다. “아버지, 또 잊으신 거 아니죠? 아침에 말씀드렸잖아요. 우리가 사건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