ログイン스티브 로스차일드의 질문에 시후는 그저 옅게 미소만 지을 뿐,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은 채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헬레나가 스티브 로스차일드의 아버지 하워드 로스차일드에게 AI 모델 구축 기간을 1~2년에서 단 한 달로 단축하게 만든 이유는 바로 거풍환 반 알의 구매 자격 때문이었다.하워드 로스차일드는 정해진 기한 안에 AI 모델 구축을 완료하기만 하면 500억 달러를 내고 거풍환 반 알을 살 수 있는 자격을 얻게 된다. 그것이야말로 그에게 가장 매력적인 조건이었다.그래서 그는 자신이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자원을 총동원해 원래는 불가능했던 일을 현실로 만들어 낸 것이다.거풍환에 대한 그의 집착을 생각하면, AI 모델이 완성되는 날 직접 북유럽으로 가서 헬레나에게 모델을 인도하고 곧바로 거풍환 반 알을 사 갈 것이 분명했다.시후는 심지어 그가 거풍환을 손에 넣는 즉시 단 1초도 망설이지 않고 그 자리에서 바로 복용할 것이라고 확신했다.하지만 스티브 로스차일드에게는 결코 반가운 소식이 아니었다. 아버지가 거풍환을 많이 얻을수록 수명은 길어지고, 자신이 가문을 물려받을 기회는 그만큼 멀어지기 때문이었다.그 때, 시후는 스티브 로스차일드를 바라보며 술잔을 들어 올리고 웃으며 말했다.“자, 스티브 로스차일드. 오늘 떠난다고 했죠. 한잔합시다.”스티브 로스차일드는 시후가 화제를 돌리는 것을 보고 자신의 짐작이 맞았다는 걸 깨달았다. 그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면서도 공손히 자리에서 일어나 잔을 들고 말했다.“은 선생님께서 과분한 말씀을 하십니다. 제가 먼저 올리겠습니다.”그러고는 잔에 담긴 술을 단숨에 비웠다.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이화룡에게 잔을 다시 채워 달라고 한 뒤, 다시 잔을 들어 웃으며 말했다.“자, 한잔 더해서 우정을 더 깊이 다져 봅시다!”“더 깊이 다진다고요?”스티브 로스차일드는 순간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시후는 웃으며 설명했다.“술잔을 기울이며 정을 쌓는다는 말을 하기도 합니다. 한잔 더한
하지만 시후는 스티브 로스차일드의 얄팍한 술수를 만족시켜 주기 위해 일부러 못마땅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뒤에서 그런 잔꾀를 부리다니. 당신 아버지한테는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할 겁니다. 며칠 뒤 노르웨이에 가면 괜히 잔머리를 굴리다 일을 그르치는 게 어떤 건지 제대로 알려 주죠.”스티브 로스차일드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그러면서도 얼른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하지만 은 선생님께서는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이 일은 외부인 중에서는 저만 알고 있지만, 저는 절대 입을 열지 않겠습니다. 호그비츠 부자의 일에 은 선생님이 관련됐다는 사실은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겠습니다.”시후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이화룡이 문을 두드리며 들어와 말했다.“은 선생님, 이제 음식을 올려도 되겠습니까?”시후는 손짓하며 말했다.“이화룡 씨, 이리 와서 먼저 앉으세요. 마침 할 말이 있습니다.”이화룡은 시후의 반대편 자리에 앉으며 공손하게 말했다.“은 선생님, 말씀만 하십시오.”시후는 스티브 로스차일드를 바라보며 말했다.“그러고 보니 예전에 당신이 개 농장에서 이화룡 씨에게 달러를 기부해서 시설을 확장하고 개선하는 데 쓰라고 했던 거 기억나죠?”이화룡이 입을 열기도 전에 스티브 로스차일드가 먼저 대답했다.“물론입니다! 맞습니다! 이화룡 대표님, 걱정하지 마십시오. 미국에 돌아가는 즉시 사람을 시켜 송금하겠습니다. 받기 불편하시면 암호화폐로 바꿔 드려도 됩니다.”시후는 미소를 지었다.“좋아요. 그 약속만 기억하고 있으면 됩니다. 스티브도 잊지 말고, 이화룡 씨도 기억해 두세요. 스티브드가 미국에 돌아가면 바로 연락해서 이 일부터 처리하는 걸로.”이화룡은 공손하게 말했다.“은 선생님, 걱정하지 마십시오. 스티브 씨와 바로 연락해서 진행하겠습니다.”스티브 로스차일드는 시후가 자신을 인색한 사람으로 볼까 봐 서둘러 말했다.“은 선생님, 앞으로도 제 도움이 필요하시면 언제든 말씀만 하십시오.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알림을 본 스티브 로스차일드는 무심코 중얼거렸다.“방금 돈을 보냈는데 벌써 BBC에서 보도했네요. 타이밍이 너무 빠른 거 아닙니까?”“BBC요?”시후가 궁금한 듯 물었다.“BBC에서 뭘 보도했는데요? 호그비츠 가문 이야기입니까?”“맞습니다!”스티브 로스차일드는 휴대전화로 기사를 빠르게 훑어보며 말했다.“은 선생님, 호그비츠 가문의 제니 호그비츠가 언론의 밀착 취재와 인터뷰를 전부 받아들였더군요. 기사에는 제니 사진으로 도배가 되어 있습니다. 이 여자 보통내기가 아니네요. 돈을 쓰기도 전에 벌써 자기 이미지를 포장하기 시작했습니다.”시후는 기사를 보지 않았지만 그다지 놀라지 않은 듯 웃으며 말했다.“10억 달러나 썼는데 이미지 관리 좀 하는 게 이상한 일은 아니죠.”스티브 로스차일드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듯 말했다.“하지만 납치범들이 그 뉴스를 보면 어떻게 반응할지 모르잖습니까. 남편과 아들이 아직도 그들 손에 있는데, 기사 때문에 납치범들이 화가 나서 두 사람을 죽여 버릴 거라고는 생각 안 하는 걸까요?”그러면서 휴대전화를 시후에게 건넸다.“은 선생님, 이것 좀 보십시오. 사진 대부분이 기자들이 제니의 집에서 찍은 겁니다. 이걸 보면 어제부터 이미 언론과 접촉하고 있었다는 뜻 아닙니까?”시후는 휴대전화를 받아 기사를 훑어봤다. 내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먼저 호그비츠 부자가 해외에서 실종된 경위를 소개하고, 이어 납치범들이 10억 달러를 요구했다는 사실을 전한 뒤, 제니를 밀착 취재한 내용이 이어졌다. 언론은 그녀를 '위대한 아내이자 위대한 어머니'라고 치켜세우며, 어려운 결단을 내리는 전 과정을 생생하게 기록했다고 소개했다.기사를 다 읽은 시후가 휴대전화를 돌려주려는 순간, 스티브의 휴대전화에 CNN 속보 알림이 또 도착했다.제목은 이랬다.시후는 기사를 열어보지 않고 웃으며 말했다.“BBC에 CNN까지 보도하는
주진운은 미소를 지으며 가까운 자리에 앉았고, 시후도 그의 옆에 자리를 잡았다.스티브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은 선생님, 호그비츠 가문에서 10억 달러를 지급했습니까? 사실 저는 돈을 내는 게 손해라고 판단해서 지급을 거부하지 않을까 계속 걱정했습니다. 그렇게 되면 은 선생님께도 손해가 아닙니까.”시후는 웃으며 말했다.“스티브, 무슨 말을 그렇게 합니까. 내가 정말 그 돈이 아쉬워서 요구한 줄 아나요? 내가 그들에게 돈을 요구한 건 어디까지나 당신을 위해 판을 깔아 준 겁니다. 당신이 평택에 와서 그렇게 오래 사람을 찾아다녔는데도 못 찾았다는 소문이 나면 체면이 서겠어요? 그렇다고 빈손으로 미국에 돌아갈 수도 없지 않습니까. 그래서 내가 두 사람을 공해로 데려가 영상을 하나 찍고, 가족들에게 거액의 몸값을 요구한 겁니다. 그러면 당신도 이번 일에서 자연스럽게 빠져나올 수 있잖아요. 그러니 오늘 밤 바로 미국으로 돌아가면 됩니다. 아무도 당신을 무능하다고 비웃지 않을 거고요.”스티브는 그 말을 듣는 순간 속으로 비명을 질렀다.‘망했다! 괜히 내가 입을 놀렸군... 은 선생님이 이걸 전부 내 덕분이라고 돌려버렸잖아. 호그비츠 가문이 10억 달러를 안 내면 설마 나한테 달라는 거 아냐? 달라고 하면 당연히 내야 하고, 그런데 안 달라고 하면? 내가 알아서 드려야 하나 말아야 하나? 안 드려도 이상할 건 없지만 은 선생님이 저렇게까지 말했는데 안 드리면 분명 눈치가 없다고 생각하겠지. 그렇다고 내가 먼저 드리겠다고 하면 무려 10억 달러인데... 젠장. 난 아직 회장도 아닌데 내 돈으로 그만한 돈을 내면 적어도 1년은 속이 쓰릴 거라고...’시후는 스티브가 말이 없자 일부러 웃으며 물었다.“왜 그래요, 스티브? 호그비츠 가문이 돈을 낼지 말지 얘기가 나오니까 갑자기 말이 없어졌네요. 내가 당신한테 대신 내라고 할까 봐 걱정됩니까?”스티브는 그 말의 뜻을 단번에 알아차렸다.‘내가 걱정하는 걸 안다는 건 결국 안 내면 나더러 내
제니 호그비츠는 불과 열 몇 시간 만에 10억 달러 상당의 암호화폐를 블랙드래곤 측에 넘겼다.'망설임 없이'라는 표현이 전혀 과장이 아닐 정도였다. 그녀는 지금까지 가문에서 수없이 많은 거액의 송금을 처리해 왔지만, 이번처럼 이렇게 선뜻 돈을 보낸 적은 한 번도 없었다.그렇게까지 망설임이 없었던 것은 전적으로 하워드 로스차일드의 약속 덕분이었다. 여러 대의 카메라를 들이대며 밀착 취재하는 기자들 앞에서 제니는 긴장보다 설렘과 기대감이 더 컸다. 그녀는 마치 자신이 곧 미국에서 가장 존경받고 사랑받는 아내이자 어머니가 될 모습을 이미 보고 있는 듯했다.하워드 로스차일드 역시 약속을 지켰고, 페이셔스 그룹이 오랫동안 쌓아 온 여론 조성 능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제니가 10억 달러 상당의 암호화폐를 송금한 순간, 미국의 주요 언론들은 앞다퉈 이번 초대형 납치 사건을 집중 보도하기 시작했다.뉴스가 방송되자 미국 전역은 순식간에 들끓었다. 처음에는 사건 규모 자체에 모두가 충격을 받았지만, 언론은 곧 초점을 제니에게 맞추기 시작했고, 사람들은 가족을 위해 모든 것을 내던진 그녀의 모습에 더욱 놀라워했다.순식간에 남편과 아들을 구하기 위해 거액을 지불한 제니의 이야기는 미국 전역에 퍼져 나갔다. 카메라 앞에서 보여 준 그녀의 침착함과 강인함, 그리고 가족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감수하겠다는 결단력은 미국 국민들의 큰 찬사를 받았다.시후가 10억 달러 입금이 완료됐다는 보고를 받은 것은 헤븐 스프링스로 향하던 중이었다.스티브 페이셔스가 귀국하기 전 마지막으로 식사를 대접하고 싶다며 해븐 스프링스에 자리를 마련했고, 시후는 골동품 거리로 들러 가게를 보고 있던 주진운까지 함께 데리고 갔다. 시후가 굳이 주진운을 스티브와의 식사 자리에 부른 이유는, 이 기회에 스티브를 한 번 더 단단히 다잡아 둘 생각이었기 때문이다. 시후는 이미 로스차일드 가문 사람들의 성향을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었다. 정리하면 몇 가지 특징으로 압축됐다. 대체로 이기적이고,
시후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럴 생각이야. AI 모델은 매우 중요한 자산이니까. 폴른 오더를 상대하는 데도 필요하고, 앞으로 서준자동차에도 꼭 필요한 기술이니까. 직접 가서 확인해 보고 싶어.”릴리는 기대에 찬 얼굴로 물었다.“그럼... 저도 선비님과 함께 갈 수 있을까요?”시후는 의외라는 듯 물었다.“노르웨이에 가고 싶어?”“네!”릴리는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최첨단 기술이라는 게 어떤 것인지 직접 보고 싶기도 하고요. 무엇보다 저는 노르웨이에서 꽤 오래 지냈어요. 그곳을 정말 좋아했거든요. 다시 한번 가볼 수 있다면 정말 좋을 것 같아요.”그러다 그녀는 조금 울적한 표정으로 말했다.“서초화원에서 지낸 시간은 길지 않았지만, 솔직히 답답할 때가 많았어요. 예전에는 여기저기 숨어다니며 살았지만, 이렇게 좁은 곳에 숨어 지낸 적은 한 번도 없었어요. 방 몇 개와 작은 마당이 전부잖아요. 노르웨이에 있을 때는 적어도 작은 농장 하나 정도는 있었는데 말이에요.”시후는 그녀의 답답한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300년 넘게 세계를 떠돌며 살아온 그녀는 대부분의 시간을 도망치는 삶으로 보냈지만, 그만큼 넓은 세상을 보고 살아왔다. 그런 사람이 산꼭대기 별채 하나에만 머물러 지내는 것은 분명 답답한 일이었다.원래 시후는 이번 노르웨이 방문을 혼자 다녀올 생각이었다. AI 모델을 헬레나에게 전달한 뒤, 둘째 외삼촌과 Samson 그룹의 기술진, 그리고 제이크 한 경감을 노르웨이로 보내 정식 인수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었다. AI 모델은 노르웨이에 구축되지만, 인수만 끝나면 실제 운용팀은 한국에서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었다.릴리도 잠시 바람을 쐬고 싶어 하는 만큼, 이번에는 함께 데려가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물론 그녀의 신분은 여전히 민감했다. 하지만 지금은 새로운 신분도 마련돼 있었고, 무엇보다 노르웨이는 다른 나라들과 상황이 달랐다. 헬레나는 노르웨이의 여왕이었다. 왕실의 권한이 예전만 못하다고는 해도 외교적 특
은서가 마스크를 벗은 이유는 지금 이 여성이 시후의 지인이므로, 자신을 시후의 친구로 보든 시후의 20년 된 약혼녀로 보든 간에 최소한의 존중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하지만 이 행동은 여빈을 벼락 맞은 듯 놀라게 만들었다. 그녀는 은서의 아름답고 친숙한 얼굴을 보고 놀라서 말을 잇지 못했다. 왜냐하면 자신을 고은서라고 칭한 눈앞의 여성은 국내에서 가장 핫한 여배우 ‘혜리’였기 때문이다..! 전국의 팬들과 할리우드까지 사로잡은 그 대스타 혜리..!! 그녀는 자신의 집안 배경을 외부로 노출하지 않았기 때문에 사람들은 여배우 ‘
불가리 호텔의 로비.마흔도 안 된 마츠모토 요시토는 엘에이치 그룹과의 만남을 고대하고 있었다. 그가 이번에 직접 호텔에 와서 그들을 만나자고 한 것은 겸손한 자세와 태도로 엘에이치 그룹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모색하기 위해서였다. 마츠모토 그룹은 다카하시와 이토 그룹 두 집안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마츠모토는 자신의 능력이 그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고, 대담하기 대문에 확실히 엘에이치 그룹의 가장 이상적인 협력 상대라고 생각하고 있었다.다만.. 마츠모토 그룹은 일찍부터 다카하시, 이토 그룹과 격차가 너무 컸다. 요시토는 마츠모토 그룹을
시후는 진지하게 말했다. “아니에요. 뭔가 이상한 느낌이 자꾸 들어요. 제가 조금 전 산책을 나갔을 때, 뒤에서 누군가 싸우는 것 같기도 하고 칼이 부딪히는 소리도 들었거든요. 그런데, 뒤돌아보니 아무 것도 없더라고요.”안세진은 잠시 생각하다가 답했다. “도련님, 제 생각에 너무 예민하신 것 같습니다, 어쩌면 환청이 들릴지도요..”"아니에요. 뭔가 이상하다니까요." 시후는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내가 들은 그 소리는 분명 여러 사람들이 한동안 싸우고 있는 것 같았다고요. 그리고 누군가 입을 틀어 막혀 발버둥을 치고 흐느끼는 것 같
카운트 에버윈이 외친 ‘천둥이여 내려라!’라는 외침은 기세가 장대하고 위엄이 있었다.그의 머릿속에 그려진 장면대로라면, 이 주문을 한 번 소리치기만 하면 하늘에서는 구름이 잔뜩 몰리고 뇌성이 요란하게 울리며, 곧바로 양동이만큼 굵은 번개가 하늘에서 떨어져 시후의 머리를 내리찍을 것이다!카운트 에버윈은 확신했다. 그 천둥이 설령 시후를 단번에 죽이지 못한다 해도, 그를 완전히 무력화할 수는 있을 것이라고. 그때부터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그를 윽박질러 모든 비밀을 캐내면 되는 것이다!하지만 카운트 에버윈이 커다란 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