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제임스는 이런 요청을 직접적으로 할 수 없었다. 배호영에게 제임스는 단순히 더럽고 힘든 일을 대신해서 처리해주는 사람에 불과했기 때문에, 대부분의 경우 배호영은 평소 그와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있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다행히도 배호영은 현재 혜리를 손에 넣는 일에만 온 정신이 팔려 있었고, 제임스가 뉴욕에 온다는 말을 듣자마자 자연스럽게 그를 자신의 집에 머물게 하려고 했다. 두 사람이 함께 이 일을 제대로 논의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 때문이었다.이에 제임스는 별다른 생각 없이 말했다. "좋습니다. 그럼 준비해서 바로 출발하겠습니다!" 배호영도 친절하게 말했다. "출발하기 전에 알려줘. 내가 비서에게 공항으로 데리러 가라고 할게." "알겠습니다, 도련님. 신경 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제임스는 감사의 인사를 한 후 전화를 끊었다. 그러고는 즉시 자신의 비서를 불러 말했다. "비행 준비를 하라고 알려. 뉴욕에 가야 해." 그러자 비서는 조심스럽게 제임스의 동생 제이콥의 시체를 가리키며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큰 도련님, 지금 뉴욕에 가시면.. 셋째 도련님의 장례는 어떻게 할까요?" 제임스는 단호히 말했다. "제이콥의 시신은 우선 장례식장에 안치해 두고, 사건은 철저히 비밀에 부치도록 해. 아무도 이 사실을 몰라야 해. 내가 뉴욕으로 떠나면, 네가 선원들의 가족들을 찾아가서 위로를 해주고. 요트가 사고를 당해서 제이콥이 실종됐다고 말해. 그들에게 보상금을 주고 입을 다물게 하도록." 비서는 다시 물었다. "큰 도련님, 아버님과 어머님께는 어떻게 말씀드릴까요? 보고를 드려야 하지 않을까요?" "당분간은 알리지 마." 제임스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내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부모님은 잘 모르셔. 이번 일에 부모님을 끌어들이지 않는 게 좋을 거야. 제이콥의 일도 잠시 비밀로 하고.. 만약 부모님께서 물어보시면 제이콥이 나에게 돈을 받아서 여자들 몇 명을 데리고 파리로 휴가 갔으니, 심하게 걱정하거나 방해하시지
이때 제임스는 자신이 이미 발각된 것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공항으로 가는 길에 그는 여전히 자신의 비서에게 이탈리아 조직의 가족들과 시애틀에 남아 있는 자신의 가족들에 대한 뒤처리 작업을 확실히 마무리하라고 계속해서 지시했다.비서는 모든 것을 메모하며 물었다. "도련님, 밴쿠버로 사람을 보내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조사해 볼까요? 혹시 배후의 인물과 관련이 있을 수도 있지 않습니까." "안 돼, 절대 안 돼!" 제임스는 망설임 없이 거절했다. "상대는 밴쿠버에서 한 번에 800명이 넘는 조직원을 납치할 수 있는 실력을 가지고 있어. 우리가 밴쿠버에 가서 조사를 한다면, 그건 확실히 자살 행위라고. 그들이 이미 우리를 잡으려고 덫을 쳐 놓았을 가능성이 커. 지금은 그들과 정면으로 부딪히는 것이 아니라, 당분간 몸을 피해야 해." 비서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공손하게 말했다. "알겠습니다, 도련님." 제임스는 다시 당부했다. "오늘부터 이 분야의 모든 업무를 중단하도록 해. 너무 눈에 띄면 문제가 생길 수 있으니, 저자세로 행동하고." "알겠습니다, 도련님!" 비서는 어쩔 수 없이 이 생각을 접었다.30분 후, 제임스는 개인 전용기를 타고 서둘러 시애틀을 떠나 뉴욕으로 향했다. 블랙 드래곤의 정보팀은 그의 이름으로 등록된 여러 대의 전용기 번호를 쉽게 파악했고, 이 전용기들의 실시간 상태를 조회했다. 곧, 그들은 제임스의 전용기 중 하나가 비행 중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 항공기는 2674번 보잉 BBJ 비즈니스 제트기로, 막 시애틀에서 출발한 상태였다. 시애틀 공항의 공개된 레이더 지도에서도 이 비행기의 실시간 위치, 고도 및 속도를 확인할 수 있었다. 그 후, 그들은 이 비행기가 뉴욕을 목적지로 지정하여 비행 허가를 받았다는 사실을 쉽게 알아냈다.이 소식이 시후에게 전해지자, 시후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난 제임스가 도망가서 어디로 갈지 궁금했는데, 예상치 못하게 뉴욕으로 가네..? 뉴욕은 아내가 있는 프로
시후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 문제를 완전히 해결한 후, 세 사람을 한국으로 데려갈 사람을 배치하도록 할 게요. 그때 한국에서의 음식, 거주지 등을 미리 준비해 둘 겁니다." 이소분은 재빠르게 상기시켰다. "시후 오빠, 클라우디아가 한국에서 공부하는 일도 잊지 말아 줘.." 시후는 웃으며 대답했다. "걱정 마, 잊지 않을게." 그 후, 시후는 이모와 이소분, 클라우디아와 각각 작별 인사를 하고 서둘러 공항으로 향했다. 그리고 비행기를 타고 프로비던스로 돌아갔다. 이륙하기 전에 시후는 유나에게 전화를 걸어 프로비던스에서의 상황을 물었다. 유나는 모든 것이 괜찮다고 하며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시후에게 물었다. "여보, 소분 씨의 일은 해결됐나요?" 시후는 웃으며 말했다. "해결됐어요. 몇몇 불량배들이 소분이에게 수작을 부렸는데, 소분이의 친구가 나에게 도움을 요청했어요. 문제는 모두 해결했으니, 소분이는 이제 위험한 상황에서 벗어났어요. 걱정하지 마요." 유나는 마침내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괜찮아요? 그럼 다행이네요..! 어젯밤 내내 걱정해서 잠도 제대로 못 잤어요. 당신에게 전화하고 싶었는데, 중요한 일을 하고 있을까 봐 걱정이 되더라고요..." 시후는 재빨리 말했다. "이제 괜찮아요. 지금 공항에 도착했고, 비행기가 곧 이륙해요. 예상대로라면 4시간 후에 도착할 거예요." 유나는 흥분하며 물었다. "정말요? 너무 좋다!" 그리고 급하게 덧붙였다. "소분 씨는 이제 안전하게 떠날 수 있나요? 정말 안 되면 그들을 미국으로 초대하면 좋을 텐데!" 시후는 웃으며 말했다. "이곳에서의 문제는 다 해결됐고, 내 고객에게 부탁해서 현지의 관계자들을 통해 좀 도와달라고 했어요. 그래서 그들이 소분이와 이씨 아주머니를 잘 챙겨줄 테니, 나도 걱정 없이 돌아갈 수 있는 거예요." 유나는 한결 마음이 편해진 듯 말했다. "그거 정말 다행이네요! 지금 여기는 오후 5시가 넘었고, 당신이 도착하면 아마 9시쯤 될
“뉴욕?!” 시후는 갑자기 굉장히 놀랐다. 시후는 출발하기 전에 제임스가 뉴욕으로 도망쳤다는 사실을 들었지만, 고은서 역시 뉴욕에 온다는 것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걱정하며 물었다. “은서야, 일정은 이미 예전에 정해졌던 거 아니야? 왜 갑자기 이렇게 큰 변동이 생긴 거야?” 고은서는 깔깔 웃으며 대답했다. “오빠가 프로비던스에 있다는 걸 알게 되었거든. 뉴욕과 가까운 거 맞지?” 시후는 놀라서 물었다. “그건 또 어떻게 알았어?” “내가 사람들한테 물어봤지!” 고은서가 말했다. “버킹엄 호텔의 안세진 부장님께 물어봤더니, 오빠가 공부 때문에 미국에 갔다고 하더라.” 그리고 그녀는 장난스럽게 화난 척하며 말했다. “사실 내가 오빠를 놀라게 해주려고 오빠를 찾아 가 볼 생각이었어. 그래서 부장님께 협조를 부탁했는데, 이미 한국에 없다고 하잖아! 오빠, 미국에 가는 걸 말해 주지도 않다니.” 시후는 어색하게 대답했다. “그건 네 일에 방해될까 봐 그랬던 거지.. 그리고 나는 미국에 놀러 온 게 아니야, 네 새언니인 유나 씨 공부 때문에 온 거야.” 고은서는 재빨리 말했다. “아니야~! 그런 식으로 말하지 마! 내가 언제 새언니가 있다고 인정한 적이 있어? 나는 그 누구도 새언니라고 인정하지 않아! 나는 나만이 오빠의 아내라고 인정한다고!” 시후는 할 수 없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하아.. 좋아, 내가 잘못 했어. 출발하기 전에 말하는 걸 잊었어.. 다음부터는 말하고 떠날 게, 알겠지?” “이렇게 말해 주니 다행이다.” 고은서는 만족한 듯 크게 한숨을 내쉬고 말했다. “후우, 이번엔 오빠를 용서해 줄게!” 시후는 코를 문지르며 다시 물었다. “그런데, 은서야. 왜 갑자기 공연 계획을 변경한 거야?” 고은서는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당연히 오빠 때문이지! 오빠가 프로비던스에서 한 달 동안 있을 거라 그래서, 내가 두 개의 첫 공연을 뉴욕과 보스턴으로 정했지. 뉴욕은 거리가 200km 정도 떨어
이렇게 되면, 고은서가 뉴욕에 도착할 때쯤 자신이 그물을 치는 시간이 아직 부족하게 될 수도 있다. 그런 상황이라면 고은서는 위험에 처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시후는 급히 물었다. “은서야, 공연 날짜를 조금 더 미룰 수 없어? 되도록이면 보름 후에 뉴욕에 오는 게 좋을 것 같은데..” “안 돼, 시후 오빠.” 고은서는 설명했다. “공연 일정은 이미 정해져 있고, 미국 쪽 주최 측도 이미 홍보 자료를 제작하기 시작했어. 게다가 공연 티켓도 예매가 시작됐거든. 이런 상황에서 시간을 함부로 바꿀 수는 없지..” 말을 마친 고은서는 급히 물었다. “오빠, 혹시 나를 만나고 싶지 않은 거야? 아니면 나를 만나는 게 불편한 건가..? 난 계속 오빠의 풍수 의뢰인인 척 가장할 수 있어. 오빠가 지난 번처럼 그 여자를 데리고 내 공연에 와도 난 티 내지 않을 거야...” 시후는 급히 설명했다. “그런 뜻이 아니야... 그냥 뉴욕이 조금 위험하다고 이야기를 들어서 그래....” 고은서는 그 말을 듣고 웃으며 말했다. “어휴, 오빠! 너무 걱정이 많은 거야. 미국의 치안이 어떤 면에서는 한국 보다 좋지 않을 지도 모르지만, 이번 내 전체 일정은 모두 공공장소에서 진행될 거고, 경제적도 비교적 발달하고 치안이 비교적 안정된 지역에서 활동할 거야. 게다가 미국의 보안 팀도 있으니, 절대로 위험할 일은 없을 거야! 그러니 걱정하지 않아도 돼!” 시후는 이 말을 듣고, 한두 마디로 고은서의 투어 계획을 완전히 바꾸기는 힘들다는 걸 알아차렸다. 그래서 그는 현실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은서야, 미국으로 출발하기 전에 꼭 미리 나에게 알려줘. 갑자기 서프라이즈 같은 건 하지 말고. 그래야만 내가 완전히 안심할 수 있어, 알겠지?” 고은서는 주저 없이 말했다. “알겠어, 시후 오빠! 출발 날짜가 정해지면, 가장 먼저 말해 줄게!” “좋아......” 시후는 고은서에게 여러 번 강조한 후, 통화를 종료했다. 그리고 전화를 끊은 후 시후가 가장
성도민의 말은 시후에게 전혀 놀랍지 않았다. 그는 미국이 블랙 드래곤의 세력이 미치지 않는 지역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고, 성도민의 대규모 인원들은 중동에 있어 이곳을 강력하게 장악할 수는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게다가 뉴욕은 국제화된 대도시이기 때문에 민간 공항이 여러 개 있으며, JFK 케네디 국제공항의 연간 처리 능력은 수천만에 달했다. 하루에 200만 명 이상의 인파 속에서 한 사람을 찾아내는 것은 그야말로 상상할 수 없는 난이도였다. 더욱이 제임스는 특권을 이용해 공항을 빠져나갔을 가능성이 높아, 더욱 추적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래서 그의 행방을 잠시 놓친 것은 거의 불가피했다. 이에 시후는 입을 열었다. “성도민 씨, 너무 자책하지 말아요. 이런 일은 흔한 일이니까 이해합니다.” 그리고 그는 덧붙였다. “그가 지금 뉴욕에 온 것은 그의 윗선을 찾아가 보호를 요청하기 위해서일 가능성이 높아요. 며칠 동안은 다시 범죄를 저지르지 않을 겁니다. 그러니까 이 기간을 활용해서 뉴욕에서 최대한 준비를 완료하도록 해요. 그가 다시 나타날 때 모든 것이 우리의 통제 하에 있도록 해야 합니다.” 성도민은 즉시 약속했다. “은 선생님, 걱정하지 마십시오. 제가 뉴욕에 그물을 잘 쳐 놓겠습니다. 뉴욕에 나타나면 즉시 통제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좋습니다!” 시후는 말했다. “이 며칠 간 돌아다니느라 많이 힘들었을 겁니다. 뉴욕에서 이틀 정도 푹 쉬도록 해요. 문제가 생기면 다시 연락하죠.” “알겠습니다, 은 선생님. 공항 쪽에서도 계속 감시하겠습니다. 제임스 놈이 속임수를 쓰지 못하도록 막아야지요.”...... 그 시각, 뉴욕 JFK 국제공항. 제임스의 보잉 전용기는 이미 두 시간 동안 격납고에 정박해 있었다. 비행기는 착륙한 직후 곧바로 격납고로 들어갔지만, 정박한 후로 문은 계속해서 열리지 않았다. 제임스는 비행기 안에서 계속해서 손목 시계를 바라보며 시간을 확인하고 있었다. 원래 그는 비행기가 이륙할 때 배호영
이 두 시간 동안 제임스는 계속 비행기 안에 앉아 인터넷으로 혜리와 관련된 모든 정보를 검색하고 있었다. 두 시간이 지나자 그는 서두르지 않고, 휴대폰을 꺼내 배호영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가 연결되자 배호영이 물었다. "제임스, 설마 아직도 꾸물거리고 있다가 이제 막 이륙하려는 건 아니지?" 제임스는 급히 말했다. "죄송합니다, 도련님. 출발할 때 말씀드리지 못했는데, 사실 이미 뉴욕에 도착해서 공항에 있습니다." "도착했다고?" 배호영은 다소 불만스럽게 말했다. "제길, 미리 말해달라고 했잖아! 그랬으면 내가 비서에게 널 바로 데리러 가라고 했을 텐데, 왜 연락을 안 한 거야?" 제임스는 능글맞게 웃으며 말했다. "하하.. 도련님, 화내지 마십시오. 이걸 말씀드리지 않은 이유는 폐를 끼치고 싶지 않아서입니다. 생각해 보세요. 제가 이 일을 실질적으로 주도하고 있는데, 만약 제가 여기 온 것을 다른 사람들이 알게 되면 도련님께 약간의 위험이 생길 수 있지 않습니까." 배호영은 제임스가 이미 노출된 상황을 전혀 모르고 있었기 때문에, 그가 이렇게 신중한 이유가 자신의 사생활을 더 잘 보호하기 위해서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조금 전에 생겼던 불만도 곧바로 사라졌고, 그는 웃으며 말했다. "제임스, 네가 이렇게 조심스럽고 신중한 것이 내가 널 높이 평가하는 이유 중 하나야. 혜리와 관련된 이 일도 내가 너에게 맡긴 이유이기도 하지. 이 일은 너만이 완수할 수 있을 거라고!" 그리고 그는 즉시 말했다. "공항에서 기다려. 내가 비서에게 지금 당장 널 데리러 가라고 할 게. 우리 둘은 같은 대학 동창이잖아. 이 관계는 우리 둘의 기록에 남아 있으니 그 누가 조사를 하더라도 밝힐 수 있어. 그러니 네가 지금 뉴욕에 와서 나를 만나며 며칠 머무는 건 누구에게도 의심을 살 일이 아닐 거야." 사실 배호영은 이미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방화벽을 마련해 두었다. 우선 그는 제임스가 노출된다고 해도 절대 자신에 대해서 폭로할 용기가 없다는 것을 확신
20분 후, 벨 헬리콥터가 제임스가 타고 있는 비행기가 있는 격납고의 문 앞에 착륙했다. 제임스는 밤의 어둠을 틈타 격납고에서 나와 빠르게 헬기에 탑승했다. 헬기의 엔진은 꺼지지도 않은 채, 곧바로 가속하여 공항을 떠났다. 이 모든 과정은 단 2~3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헬기는 출발한 후 곧장 뉴욕 동쪽의 롱 아일랜드 지역으로 향했다. 롱 아일랜드는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부유층 거주지 중 하나로, 한 평에도 프리미엄에 붙어 비싼 맨해튼과는 다르게 도심에서 떨어져 있어 매우 조용하고 평온했다. 게다가 롱 아일랜드에는 뉴욕 최고의 해변이 있어, 이곳에 위치한 부유층들은 대부분 해안선에 최고 수준의 사유지를 가지고 있었다. 그 중에서도 페이셔스 그룹의 부지는 300 ha로 약 3,000,000㎡에 달하며, 1km에 이르는 전용 해변과 골프장까지 갖추고 있었다. 이 대저택 단지에는 무려 5채의 대형 저택이 있으며, 각 저택은 고급 호텔과도 견줄 수 있을 정도였다.제임스는 이 저택 단지에 여러 번 방문한 적이 있었고, 방문할 때마다 깊은 감명을 받았다. 지금 롱 아일랜드의 이 해안가에 위치한 저택들의 땅값은 이미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높아졌다. 그리고 비슷한 위치에서 1헥타르의 토지만 사려 해도 수천만 달러는 기본이 되었다. 그런데 이곳은 200 ha가 넘는 초대형 저택 단지인 것이다. 이 같은 초호화 저택은 롱 아일랜드의 지역 특성상 이제는 더 이상 건설이 불가능할 정도가 되었다. 만약 이 저택 단지를 매물로 내놓는다면 최소 100억 달러의 비용이 필요할 것이므로 상상도 못 하는 가격일 것이기 때문이다. 만약 이 저택 단지를 개발업자에게 넘기면 2~300채의 최고급 저택이 있는 슈퍼 빌라 단지가 될 것이고, 상류 인사들 수천 명이 이곳에 거주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거대한 저택 단지는 페이셔스 그룹의 수십 명의 사람들 만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었다. 이런 최고급 거주 환경은 미국 전역에서도 손에 꼽힐 정도다. 이 저택 단지 내 5채의 저
배유현이 자신에게 1천만 달러짜리 수표를 주겠다는 말에, 제이크 한은 본능적으로 손사래를 치며 당황한 채로 급히 말했다. “배유현 회장님, 저를 이렇게까지 도와주신 것도 모자라 돈까지 주신다니, 그건 절대 안 됩니다...”그러자 옆에 있던 안산 회장은 무릎을 치며 격양된 목소리로 외쳤다. “배유현 회장의 이 방법은 정말 기가 막히는군요! 빈틈이 없어! 완벽해!” 그러고는 제이크 한을 향해 손가락을 들어 말했다. “자네, 돈 걱정은 할 필요 없어. 배유현 회장이 자네에게 이 돈을 주는 이유는, 자네가 가족들 앞에서 이번 일을 잘 설명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가 아니겠나. 그 덕분에 자네의 아내와 딸도 자네를 원망하기보다는, 자네가 얼마나 그들을 소중히 여기는지 느낄 수 있게 될 거야. 그렇게 되면 모든 갈등도 자연스럽게 풀릴 것이고!” 그는 말을 이으며 덧붙였다. “하지만 자네의 말도 일리가 있기는 하네. 배유현 회장이 자네 뿐만 아니라 우리 Samson 그룹까지 도와줬으니, 지금 이런 상황에서 배유현 회장에게 돈을 지불하라고 할 수는 없지. 그러니 이 돈은 내가 내도록 하겠네!”제이크 한은 급히 말했다. “회장님... 그건 더더욱 안 됩니다! 저는 회장님의 돈도 받을 수 없어요! 게다가, 제가 수입이 많지는 않지만, 가족 생계에는 지장이 없습니다. 제 아내와 딸도 돈을 크게 밝히지 않는 성격이라...”안산은 손을 저으며 말했다. “누가 자네 아내랑 딸이 돈을 밝힌다고 했나? 이 돈은 그저 자네가 가족들에게 마음을 전하는 상징일 뿐이야. 그러니 수표를 들고 돌아가서, 아까 배유현 회장이 말한 것처럼 하나하나 다 설명하는 걸로 하게. 그러면 자네가 걱정하던 일은 단번에 해결될 거야. 그리고 이 1천만 달러는 아이의 미래에도 든든한 자산이 될 거다! 자네는 우리를 위해 너무 많은 고통을 겪었어. 그러니 고마움을 표현할 기회를 우리한테도 줘야지.”이때 옆에 있던 시후의 외할머니가 얼른 말했다. “여보, 당신이 전에 말했었죠? 제이크 한 저 친구의 사위에
제이크 한은 난처한 듯 말했다. “사모님, 솔직히 말씀드리면... 제가 집에 돌아가면 아내와 아이에게 이 사실에 대해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고민 중이기는 합니다... 딸아이가 얼마 전에 임신 소식을 전했는데, 그 직후에 제가 갑자기 사라져 버렸거든요...” 이 말을 하면서 그는 화제를 돌리기 위해 안충주에게 물었다. “충주, 내 아내가 자네한테 연락하지 않았어? 뭐라고 말했나?”안충주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뭘 어떻게 말하겠어... 나도 그냥 모르겠다는 말 밖에 할 수 없었지... 은인은 자네가 죽었다는 말은 하지 말라고 하셨고, 실종됐거나 다른 여자와 도망쳤다고 하라고 했지만, 내가 어떻게 그런 말을 해...”제이크 한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럼 어떻게든 잘 생각해 봐야네. 집에 가서 제대로 설명을 못 한다면, 아내와 딸은 날 계속 의심할 테니까...”안충주는 잠시 고민하다가 말했다. “아니면 그냥 이렇게 말해. 강제 퇴직을 당한 게 마음에 걸려서 기분 전환 겸 여행을 다녀왔다고?”그러자 제이크 한은 민망한 듯 말했다. “그건 너무 무책임한 거 아니야...? 딸아이가 임신했다고 연락한 시점인데, 그 기쁜 소식을 듣고도 내가 퇴직을 당해 기분이 나쁘다고 여행을 갔다? 그건 너무 머저리 같잖아...”안충주는 혀를 찼다. “하아... 자네가 이런 중요한 시점에 실종된 후에 아무 소식도 없었으니, 게다가 딸이 임신한 중요한 시기에 말이야... 진실을 말하지 않으면 변명할 방법이 거의 없을 거야...”Samson 그룹의 다른 가족들도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그들도 제이크 한의 집안 사정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제이크 한은 아내와 딸과 오랜 시간 떨어져 지냈고, 관계도 원만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런 상황에서 딸이 임신 소식을 알린 그 시기, 제이크 한이 갑자기 사라졌고 제이크 한은 실상을 밝힐 수 없으니 그야말로 처리하기에 매우 곤란한 일이었다. 따라서 제이크 한이 이번에 집에 돌아가면 아내와 딸의 원망은 피할 수 없을 것이 분명했
Samson 그룹 구성원들은 안산 회장 역시도 미스터리한 은인의 정체가 누구인지 궁금해하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가 이렇게 단호하게 말한 이상, 아무도 감히 그 뜻을 거스르려 하지 않았다.이에 안충주가 먼저 입을 열었다. “아버지, 걱정 마십시오. 꼭 명심하겠습니다. 절대 선을 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안태풍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아버지, 저도 형님 말대로 절대 선을 넘지 않겠습니다.”그러자 옆에 있던 제이크 한은 이 말을 듣고 속으로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시후와의 약속대로 시후의 정체를 절대 누설하지 않겠다고 맹세했지만, 마음 한편으로는 Samson 그룹 식구들이 하루라도 빨리 시후의 정체를 알아차리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조금 전 그는 안충주 앞에서 의도적으로 회춘단의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안충주가 단서를 연결하여 생각하도록 유도하려 했고, 그렇게 하면 언젠가 안충주가 그의 조카 시후에 대한 정보를 알아낼 수 있으리라 기대했다. 하지만 그는 정확한 힌트를 줄 수는 없었는데, 그건 시후와의 약속 때문이기도 했고 옆에 배유현이 있어 명확하게 힌트를 준다면 배유현이 그것을 알아차릴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제이크 한은 Samson 그룹과 오래 인연을 맺고 있었기에, 이들이 지난 20년간 얼마나 간절히 시후를 찾아 헤맸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들은 이 일에 엄청난 인력과 자원을 투자하고 있었고, 전 세계를 뒤집다시피 하며 시후의 흔적을 찾으려 애썼다. 하지만 결국 인연이라는 것은 참 아이러니한 운명의 장난 같은 것이었다. Samson 그룹 일가는 그토록 많은 에너지를 들여 전 세계를 뒤졌지만, 정작 시후는 사건이 벌어졌던 한국에 그대로 머물고 있었기 때문이다.Samson 그룹은 한때 시후가 그 정체불명의 조직에 의해 납치된 것이라고 의심하기도 했고, 한편으론 기적처럼 어딘가에서 그를 찾을 수 있기를 기도했다. 하지만 그들은 시후가 이미 오래전부터 곁에 있었다는 사실은 꿈에도 몰랐
시후는 제이크 한을 살리기 위해서는 외가 식구들에게 일부 단서를 드러낼 수밖에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제이크 한을 구한 건 본인의 선택이었고, 마침 멕시코에서 중소단의 핵심 약재를 얻은 것은 우연이었다. 그렇기에 자연스럽게 시후는 제이크 한을 살리는 방향을 택했던 것이다. 사실 시후는 단서가 드러나는 문제에 대해 그리 크게 개의치 않았다. 결국 외가 식구들은 자신의 적이 아닌 가족이고, 현재까지 드러난 단서는 퍼즐 조각 하나를 더 주는 수준일 뿐, 자신의 정체를 완전히 파악하려면 아직도 외가 식구들은 많은 것이 부족했기 때문이다.안충주의 추측은 Samson 그룹 전체의 공감을 이끌어냈다.그러자 안태풍은 흥분을 감추지 못하며 말했다. “형님, 이렇게 보니 그 은인은 우리와 인연이 꽤나 깊은 것 같은데! 그 때 형님이 한국에서 회춘단 경매에 참여했을 때 쫓겨났지만, 그분은 그 일을 알고도 우리를 도와주신 거니까. 뉴욕에서 우리를 구해준 걸 보면 말이야.”안충주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날 경매장에서 한국의 송민정 회장은 누가 봐도 꼭두각시와 같은 존재였어. 현장의 중요한 결정들은 누군가가 이어폰으로 지시하고 있었고, 그래서 난 은인이 바로 경매장 무대 뒤 어딘가에서 모든 걸 지켜보고 있었다고 생각 했어. 그리고 내가 회춘단을 낙찰 받기 위해 엄청난 금액을 제시했는데도 내가 경매장에서 쫓겨났다는 건, 송민정 회장 같은 인물이 절대 내릴 수 없는 결정이라고 생각 했어. 이룸 그룹의 자산 규모는 내가 제시한 금액보다 더 적을 테니까.”그러자 시후의 외할머니는 탄식하며 말했다. “그렇다면 우리 가족은 정말 운이 좋았어. 그날 그 은인이 옆방에 안 계셨다면, 우리 모두 큰 화를 당했을 거다...”안충주는 갑자기 무언가 떠오른 듯 말했다. “어머니, 그 은인이... 혜리의 팬인 것 같은데요!”시후의 외할머니는 별일 아니라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은서는 그래도 케이팝 분야의 톱스타잖니. 은인이 동양인이라면 혜리 정도의 톱스타는
시후의 외할머니가 시후를 직접 만나고 싶다고 말하자, 배유현은 급히 말했다. “죄송합니다, 사모님... 여러분들을 살려주신 은인께서는 행방이 일정하지 않으셔요. 이번에도 저에게 약을 전달해주신 후, 아직 해야 할 중요한 일이 많다며 바로 떠나셨기 때문입니다.” 사실 엄밀히 따지자면, 배유현이 거짓말을 한 것은 아니었다. 시후는 정말 자주 이동했기 때문에 행방이 일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에는 캐나다, 미국, 홍콩, 멕시코를 오가는 터라 시후의 구체적인 계획은 배유현도 알지 못했다. 게다가, 시후는 이미 페이셔스 그룹의 냉동 센터를 떠난 상태였다. 그는 지금 버킹엄 호텔로 돌아가, 이토 그룹과 하영수가 도착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시후의 외할머니는 배유현의 말을 듣고 매우 아쉬운 듯 말했다. “그분께서는 우리 집안 구성원들을 모두 구해주셨고, 이번엔 제이크 한 경감까지 살려주셨어요. 이처럼 큰 은혜는 우리 자손 대대로 다 갚지 못할 만큼 대단한 것인데, 그분은 단 한 번도 우리에게 보답할 기회를 주지 않으셔서...”배유현은 위로하듯 말했다. “사모님, 그건 저도 마찬가지랍니다. 저는 오래전부터 은인께 큰 은혜를 입었지만, 아직까지 제대로 보답할 기회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저 그분을 위해 작은 힘이라도 보태며 곁에서 도울 수 밖에요.”이때 안충주가 말을 이었다. “배유현 회장, 예전에 한국의 경매장에서 당신의 할아버지인 전 회장님께서 갑작스레 몸져 누우셨고, 그 틈을 타서 당신의 큰아버지가 권력을 빼앗았죠. 그런데 전 회장님께서는 다시 건강을 회복하셨고, 당신과 함께 뉴욕으로 돌아오셔서 결국 페이셔스 그룹을 다시 맡으셨는데... 내가 짐작하는 게 맞다면, 그 당시 우리의 목숨을 살려준 은인이 당신 역시 도와주신 겁니까?”“네 맞습니다.” 배유현은 숨김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분이 아니었다면, 제 할아버지는 한국에서 목숨을 부지하셨다 해도, 저와 함께 큰아버지의 추격에서 벗어날 수 없었을 겁니다.”안충주는 눈빛이 번뜩이며 말
안산과 안충주는 재빨리 두 사람을 AB 빌딩 안으로 데리고 갔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꼭대기층으로 올라갔다.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마자, 안산은 제이크 한을 이끌고 회의실로 향했다.현재 Samson 그룹의 구성원들은 안산의 뜻에 따라, 모두가 배유현에게 직접 감사 인사를 전하기 위해서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모두 응접실에 모여 있었다. 안산이 응접실의 문을 열자, 그 안에 앉아 있던 Samson 그룹 구성원들은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하지만 그들은 문 너머로 들어오는 사람이 배유현이 아니라, Samson 그룹과 깊은 인연을 맺고 있던 제이크 한이라는 사실에 깜짝 놀라고 말았다!제이크 한을 본 순간, Samson 그룹 식구들은 엄청난 충격에 빠졌고, 어느 누구도 이 상황을 쉽게 믿을 수 없었다. 그들은 모두 제이크 한이 이미 세상을 떠났으며, 그것도 Samson 그룹과 관련된 일에 휘말려 그렇게 된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기에 제이크 한이 갑자기 눈앞에 나타났을 때, 현장에 있던 모든 Samson 그룹 사람들은 마치 사고 기능이 정지된 것처럼 얼어붙고 말았다.시후의 외할머니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앞으로 다가가 안산에게 물었다. “여보... 이... 이 사람이 정말 제이크 한 그 친구가 맞아요? 아니면 내가 꿈을 꾸고 있는 건가요? 혹시 내 정신이 이상해진 건가요?”“맞아. 제이크 한 그 친구가 맞다고!” 안산은 흥분하여 말했다. “정말로 제이크 한이 맞아! 이 친구가 살아 있었어! 배유현 회장이 데려온 거요!”그제야 가족들은 뒤따라 들어온 배유현을 발견했다.시후의 외할머니는 놀람과 기쁨이 교차된 표정으로 배유현을 바라보며 물었다. “배유현 회장... 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설명을 해줄 수 있을까요? 그날 사건이 벌어졌을 때, 우리를 살려준 분께서는 제이크 한은 이미 살릴 수 없는 상태라고 하지 않으셨나요?”배유현은 사실대로 말했다. “그때 그 분은 제이크 한 경감의 뇌가 아직 완전히 죽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하셨어요. 하지만 신체의
배유현은 안산이 자신을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에 깜짝 놀라며, 곧바로 공손하게 말했다. "회장님, 요즘 건강은 괜찮으시지요?"안산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배유현 회장 덕분에 요즘 꽤 잘 지내고 있습니다."배유현은 재빨리 말했다. "안 회장님, 그렇게 말씀하시지 않아도 됩니다. 저는 나이도 많이 어리고, 그런 말씀을 들을 자격이 없습니다!"그러자 안산의 곁에 있던 안충주도 이때 정중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했다. "배유현 회장님, 안녕하십니까."배유현 역시 공손히 인사했다. "안충주 선생님, 안녕하세요."안충주는 걱정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 "배유현 회장님, 실례가 안 된다면... 제 친구 제이크 한은 지금 어디에 묻혀 있는지 알 수 있을까요? 가능하시다면 주소를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조만간 찾아가 조의를 표하고 싶어서요.”배유현이 대답을 하기도 전에, 그녀의 옆에서 마스크와 선글라스를 쓰고 있던 한 남자가 갑자기 소리쳤다. "충주! 나 제이크 한은 아직 안 죽었어!"그 말이 떨어지자, 안충주와 그 곁에 있던 안산은 모두 깜짝 놀라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들은 그 목소리가 분명 제이크 한의 목소리라는 것을 알아차리기는 했지만, 눈앞에 서 있는 이가 제이크 한이 맞을 것이라고는 도저히 믿기 어려운 듯했다.왜냐하면 그날 체육관에서 Samson 그룹 최정예 경호원들이 암살자들에게 잔혹하게 살해당했을 때, 그들은 직접 시체를 보지는 못했지만 가장 먼저 총알에 맞은 제이크 한은 살아남을 수 없을 것임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들을 구해준 시후도 분명히 제이크 한이 이미 죽었으며, 신 조차도 그를 살릴 수 없을 거라고 말했었다. 그렇기에 그들이 어떻게 제이크 한이 죽은 뒤 살아 돌아왔다는 걸 믿을 수 있겠는가?제이크 한은 Samson 그룹의 두 사람이 눈을 크게 뜨고 아무 말없이 자신을 바라보고만 있자, 참지 못하고 마스크와 선글라스를 확 벗으며 외쳤다. "나야! 나! 아직 안 죽었다고!""이런 젠장!" 안충주는 너
안충주는 서둘러 휴대폰으로 인터넷에서 배유현의 사진 몇 장을 검색해 안산에게 보여주었다.안산은 몇 번 사진을 훑어본 후 휴대폰을 돌려주었지만, 순간적으로 멍하니 한 사람의 모습이 뇌리를 스쳐 지나가는 듯하더니 갑자기 물었다. “충주야... 제이크 한, 그 친구를 배유현 회장이 데려간 거 아니었나?”안충주는 놀라며 되물었다. “아버지, 제이크 한을 기억하신 거예요?”안산은 멍하니 말했다. “조금 전 머릿속에 뭔가 스치듯 지나갔어. 그날 우리를 구해준 은인이 ‘제이크 한은 이미 죽었다’고 말했던 것 같은데...” 그러면서 재빨리 물었다. “충주야, 그날 그 은인이 그러지 않았니? 제이크 한의 시신은 자신이 사람을 보내 정중히 장례 치르겠다고?”안충주는 아버지가 그날의 일부를 기억해낸 것에 놀라면서도, 슬픈 목소리로 말했다. “네... 그 은인은 정말 그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아마 그 일을 배유현 회장에게 맡긴 것 같아요.”그러자 안산은 눈가가 붉어지며 자책했다. “나는 제이크 한 그 친구에게 정말 면목이 없다... 그 친구의 부친에게도, 그 친구의 아내와 딸에게도... 나는 그들에게 모두 죄인이나 마찬가지야...”안충주는 서둘러 위로했다. “아버지, 이건 아버지 혼자만의 잘못이 아니에요. 우리 집안 전체가 큰 빚을 진 거니까요.”안산은 다시 물었다. “그럼 제이크 한의 아내와 딸은 어떻게 됐냐?”안충주는 난처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 쪽은 제가 손을 쓸 수가 없었어요... 그날 은인이 분명히 당부했었으니까요. 제이크 한의 죽음을 누구에게도 알려선 안 된다고... 심지어 그의 아내에게도요. 그래서 제이크 한의 아내가 저에게 계속 전화를 걸어 남편의 행방을 묻고 있는데, 저도 어쩔 수 없이 그 부분은 모른다고 둘러댈 수밖에 없었어요... 그래서 아마도 이미 경찰에 실종 신고까지 한 걸로 알고 있는데, 뉴욕 경찰은 아직 아무런 단서도 찾지 못한 것 같습니다...”“하아...” 안산은 깊게 한숨을 쉬며 당부했다. “방법을 좀 찾아서, 그의
안산의 갑작스러운 분노 섞인 외침에 Samson 그룹 삼형제는 일제히 차가운 표정을 지었다. 비록 모두가 이미 같은 결론을 향해 가고 있었지만, 아버지인 안산이 직접 그렇게 말하자, 그들은 등골이 오싹해졌다.안태풍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저는 도무지 이해가 안 돼요... 저 자들이 우리와 도대체 무슨 원한이 있기에, 20년 동안이나 집요하게 우리를 노린 거죠?”안재남도 의아하다는 듯 말했다. “우리 집안이 자산을 축적하는 과정에서 특별히 큰 잘못을 저지른 일은 한 번도 없었던 것 같은데요...! 그동안 우리 집안의 자산 대부분은 당시 엔젤투자에서 비롯됐고, 게다가 누나는 실리콘밸리의 절반을 떠받치고 있던 인물이었어요. 그런데 누가 우리와 그렇게 원한 관계에 있다는 거죠?”안충주는 얼굴을 굳히고 말했다. “어쩌면, 그들은 우리에게서 뭔가를 얻어내고자 하는 걸 수도 있지.”안재남이 물었다. “형 말은... 돈을 노린 다는 거야?”“단정 짓기는 어렵지만,” 안충주가 말했다. “하지만 저들이 이토록 정교하고 집요하게 움직이는 걸 보면, 단순한 증오심이나 원한 때문은 아닌 것 같아 보이는데.”그러자 안산 역시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만약 돈이 목적이라면, 굳이 우리 전부를 죽일 필요는 없지 않겠니? 요즘은 대부분 자산을 디지털 형식으로 가지고 있기에 은행 계좌나 증권 계좌, 신탁 계좌에 숫자로만 남아 있다. 그러니 우리를 죽인다고 해도 그 자산이 그들 손에 들어가는 건 아닐 것 아니냐!”안충주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게 바로 저도 이해가 안 되는 부분입니다...”네 사람은 곧 깊은 침묵에 빠졌다.그때, 막내딸 안유진이 문을 두드리며 밖에서 말했다. “아버지, 배유현 회장이 조금 뒤에 찾아 뵙고 싶다고 전화가 왔는데요.”“배유현...?” 안산은 인상을 찌푸리며 무의식적으로 물었다. “배유현 회장이 누구냐?”안충주가 얼른 말했다. “아버지, 또 잊으신 거 아니죠? 아침에 말씀드렸잖아요. 우리가 사건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