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며느리는 자꾸 방해를 하면 자신도 처벌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말을 듣자마자 혼이 나갈 듯이 겁에 질렸다. 둘째 며느리는 성격이 유순한 편이라, 이 말을 듣고는 그 자리에서 주저앉아 버렸다.큰며느리는 방금 전까지의 사나운 공격성을 완전히 잃어버리고, 울면서 경찰에게 다급히 물었다. "그럼 우리는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요...? 이 사람들을 다 잡아가 버리면, 저희는 그럼 그냥 굶어 죽으란 말인가요?"경찰은 즉시 말했다. "걱정 마십시오. 지역 주민센터에 연락해서 여러분의 상황을 전달하겠습니다. 생활에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주민센터에서 도움을 줄 겁니다. 하지만 다시 한 번 강조합니다. 무엇이 합법이고 무엇이 불법인지부터 제대로 이해하도록 하십시오. 여러분 집에서만 이미 세 명이 범죄 혐의를 받는 용의자가 생겼습니다. 그러니 제발 다시는 법을 어기고 범죄의 길로 들어서지 마십시오!" 그 말을 마치자, 경찰은 곧바로 옆에 있는 동료들에게 손짓하며 외쳤다. "철수한다!"경찰들은 일제히 대답한 뒤, 세 사람을 순찰차에 태워 경찰서로 이송했다.여러 대의 순찰차가 사이렌을 울리며 떠나는 모습을 보며, 둘째 며느리는 그제야 서럽게 울음을 터뜨렸다. 그리고 큰며느리에게 다급히 물었다. "형님... 우리 이제 어떻게 해요...?"큰며느리는 겁에 질려 어쩔 줄 몰라 하며 중얼거렸다. "나도 모르겠어... 나도 태어나서 처음으로 경찰이랑 이렇게 이야기를 많이 해 봤어..."둘째 며느리는 서둘러 말했다. "형님, 얼른 어머니께 전화해 봐요! 이 일은 어머니께서 결정하셔야 할 것 같아요...!"큰며느리는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급히 말했다. "맞아, 어서 어머님께 전화해야 해. 지금 바로 할게!" 그렇게 말하며 그녀는 급히 휴대전화를 꺼내 김미희에게 전화를 걸었다.김미희는 가족과 연락할 때만 쓰는 휴대전화를 항상 몸에 지니고 있었다. 이 번호를 아는 사람은 오직 가족들 뿐이었다. 그녀는 또다시 큰아들이 전화한 줄 알고 핸드폰을 내려다보았지만, 발신인이 큰
"뭐라고?!" 그 순간, 김미희는 마치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충격을 받았다. 그녀는 급히 되물었다. "경찰이 왜 잡아간 거야? 무슨 이유라고 말하며 데려가더냐?"이 순간, 김미희는 속으로 간절히 빌었다. 제발, 제발 그녀의 남편과 두 아들이 도박이나 성매매 같은 일로 잡혀 가기를 말이다. 설령 그들이 살인 혐의로 잡혀갔다고 해도 상관없었다. 하지만 절대, 절대로 ‘자금 세탁 혐의’만은 안 되었다! 사람을 죽여서 사형을 받는 건 차라리 나았다. 두 아들이든 남편이든 사형을 선고받아도 괜찮았다. 설령 셋 모두가 무기징역을 받는다 해도, 언젠가는 나올 수 있는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만약 자금 세탁 혐의라면? 그땐 정말 끝장이다! 그것은 곧 그녀가 평생 피땀 흘려 모은 모든 재산이 정부에 의해 전부 몰수된다는 뜻이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녀가 이룩한 지난 인생의 모든 것이 한순간에 사라져 버릴 것이었다!그녀가 마음속으로 간절히 신의 가호를 바라고 있을 때, 큰며느리가 전한 말은 청천벽력과도 같았다. "경찰이 그러는데, 아버님이랑 남편, 그리고 작은 서방님이 모두 자금 세탁 혐의로 체포됐다고 했어요... 그리고 모든 재산을 압류할 거라고 했어요. 집이랑 차까지 전부 다요... 어머님, 우리 이제 어떻게 해요...?"김미희는 마치 혼이 빠져나간 사람처럼 온몸에서 힘이 풀려 그대로 의자에 주저앉았다. 극도의 공포와 절망이 엄습하며, 그녀는 거의 히스테릭하게 자신의 뺨을 때리면서 되뇌었다. "정신 차려... 이건 악몽이야... 이건 틀림없이 악몽이라고...!" 그러나 뺨을 맞는 동안 고통은 너무나도 생생했고, 결코 꿈이 아님을 알려주고 있었다. 그녀의 마음속에는 깊은 절망이 자리 잡았고, 이미 영혼이 빠져나간 듯한 상태가 되었다.한편, 전화기 너머에서 큰며느리는 절규하며 울부짖었다. "어머님... 제발 뭔가 방법을 찾아주세요, 어머님! 지금 어머님만이 유일한 희망이에요... 어머님이 어서 돌아와서 잘 이야기해 봐요...!""잘 이야기해 보라
전화기 옆에 있던 둘째 며느리는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말했다. "형님도 못 하겠다는데, 전 더더욱 못 해요!" 그러면서 울먹이며 덧붙였다. "경찰이 재산을 압류하겠다는데, 그냥 하게 놔두죠. 저는 그동안 애들 키우는 것 말고는 한 일도 없고, 불법적인 일엔 손도 안 댔어요. 경찰이 날 잡아갈 이유가 없어요."첫째 며느리도 연신 맞장구를 쳤다. "맞아, 맞아... 우린 그냥 평범한 여자들이야. 애 낳고, 젖 먹이고, 키우는 거 외엔 아무것도 몰라. 우리가 무슨 죄가 있겠어? 경찰이 우리한테까지 어쩌진 않을 거야!"이 말을 들은 김미희는 속에서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억누를 수 없었다. 그녀는 당장이라도 두 며느리를 찾아가 목을 조르고 싶었다. 그녀는 이를 악물고 히스테릭하게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 집안이 너희들을 몇 년 동안이나 먹여주고 살려줬더니, 결국 이렇게 배은망덕한 짓을 하다니! 내 말대로 하지 않으면, 내가 한국으로 돌아가는 순간 가장 먼저 손볼 것들은 너희 둘이야!"그 순간, 둘째 며느리는 얼굴이 새하얗게 질려버렸다. 사실 그녀는 그동안 시어머니가 미국에서 무슨 일을 하고 사는지 정확히는 몰랐지만, 만날 때마다 그녀에게서 풍기는 섬뜩한 기운에 숨이 막힐 정도였기 때문이다. 시어머니의 겉모습만 봐도 둘째 며느리는 시어머니가 보통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었기에, 그녀의 협박이 두려울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둘째 며느리는 작은 목소리로 첫째 며느리에게 물었다. "형님... 어... 어쩌죠...?"첫째 며느리도 이 순간 몹시 당황한 것은 마찬가지였다. 평소엔 강단이 있었지만, 시어머니 앞에서는 그야말로 아무것도 아닌 존재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곧 그녀는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고는 갑자기 소리쳤다. "어머님! 저 이제야 깨달았어요! 남편과 작은 도련님께서 돈세탁 혐의로 잡혀갔는데, 사실 그 돈은 다 어머님이 번 거잖아요?! 솔직히 말해 보세요, 어머님! 어머님이 불법적인 일을 하고 있는 거 맞으신 거죠? 아니, 아니,
비록 조상들은 ‘황금 보기를 돌 같이 하라’라는 말처럼 부귀나 권세에 연연하지 말라고 가르쳤지만, 사실 많은 사람들은 돈을 목숨보다 더 중요하게 여긴다.특히 김미희 같은 극악무도한 악인은 이미 생사를 제쳐 둔 지 오래였다. 그녀에게 가장 큰 목표는 가능한 한 많은 돈을 벌어 자신의 가문이 번창하고 대대로 부를 이어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었다. 만약 자신의 후손들이 부유한 2세대, 3세대가 되어 오랫동안 풍족하게 살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그녀 인생의 궁극적인 목표였다. 그녀가 꿈꾸는 것은 특정한 한 명의 자손이 잘되는 것이 아니었다. 그녀가 원하는 것은 온 가문이 운명을 바꾸는 것이었다. 한마디로 말하면, 자신의 한 몸을 희생해서 몇 대에 걸쳐 집안이 번영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녀에게 인생의 궁극적인 목표는 후손들이 재벌 2세나 3세가 되어 계속 부유하게 지내는 것이었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목표는 단 한 명의 후손들 만이 잘 사는 것이 아니라 온 가족이 역경들에 맞서 운명을 바꿀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었다. 간단하게 말하면, 자신의 한 몸을 희생해서 몇 세대를 행복하게 만든다는 것인데, 만약 지금 그녀의 가족들에게 아무런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죽임을 당해야 한다면 김미희는 조금도 망설이지 않을 것이었다.하지만 지금 상황은 그녀가 가장 원하지 않던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그녀가 피땀 흘려 쌓아온 모든 기반들이 한순간에 무너져 내리고 있었기 때문이다.김미희는 사람이 죽을 때 돈을 다 못 쓴 경우와 사람은 살아 있지만 돈이 없는 두 가지의 경우 중에서, 사람은 죽고 돈을 못 썼다는 것은 비극이 아니라 오히려 성공의 상징이라고 여겼다. 왜냐하면, 미국에서 수백 년 동안 이어져 온 명문 가문들은 하나같이 사람은 죽어도 돈은 남는 사례였기 때문이다. 반면, 미국 거리에서 텐트조차 마련하지 못하고 다리 밑에서 웅크리고 사는 노숙자들은 하나같이 사람은 살아 있지만 돈은 없는 전형적인 사례였다.그래서 김미희에게 있어 모든 노력이 물거품이 되고,
민건산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미국에서 혼자 돈을 벌며, 국내에 있는 아내, 자식, 손주들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었지만 그의 가족들은 한국에서 그리 부유한 축에 들지는 않았다. 그는 수년간 집으로 송금한 돈이 대략 20억 정도라고 생각했다. 그 정도면 가족들이 넉넉하게 살 수는 있었지만, 김미희처럼 눈에 띄게 많은 돈을 벌어들이지는 않았기에 설령 김미희의 가족들이 체포되었다 하더라도 자신의 가족들은 분명 안전할 것이라고 확신했다.이렇게 생각하니, 그는 더욱 우쭐해졌고 속으로 비웃었다. ‘김미희, 꼴이 참 우습군! 평소에 날 개처럼 부려먹더니, 이제 꼴이 말이 아니지? 그 잘난 척하던 기세는 다 어디 갔어? 내가 너랑 잠시 커플이 되어 서로의 욕구라도 해결해 보려고 했더니, 네가 날 무시했지? 그래, 날 업신여기더니 이제 와서 왜 그렇게 풀이 죽었냐?’사람들은 나만 아니면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산다. 민건산도 그런 마음가짐을 가진 사람이었다. 게다가 그는 줄곧 김미희가 자신보다 돈을 훨씬 많이 버는 것을 질투해 왔다. 그런데 지금, 김미희의 재산이 한순간에 제로가 되어버렸으니 그는 자신이 김미희를 압도적으로 추월했다고 느꼈다. 속으로 의기양양해진 민건산은, 겉으로는 일부러 걱정스러운 척하며 말했다. "누님, 돈은 몸에 속하지 않은 물건 아니겠어? 목숨만 살아 있으면, 다시 일어설 기회는 있는 법이잖아요. 누님은 지금 미국에 있으니, 한국 경찰은 못 건드리잖아요. 차라리 여기서 몇 년 더 버티면서 다시 돈을 모으는 게 어떻습니까? 기회는 얼마든지 있을 거 아니에요!"김미희는 두 눈이 초점 없이 흐릿해진 채, 망연자실한 목소리로 흐느꼈다. "말은 쉽지... 하지만 내 20년 노력이 한순간에 제로가 됐어! 이 말은 내가 지금까지 해온 모든 게 다 헛수고가 되었다는 뜻이라고! 만약 이 돈을 다시 벌려면 최소 20년은 더 필요해. 그런데 내가 지금 몇 살이야?! 이제 50이 넘었어. 원래라면 은퇴하고 한국으로 돌아가서 편히 살려고 했는데, 이제 남은 게 아
조금 전까지 속으로 김미희를 비웃던 민건산은, 갑작스러운 충격을 감당하지 못하고 한순간에 무너져 내렸다. 의식을 잃고 그대로 쓰러져 버린 것이다.민영건은 급히 바닥에 쓰러진 민건산을 부축하며 그의 팔을 꼬집고 세게 눌렀다. 그러면서 그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삼촌, 조금 전 미희 이모한테 그렇게 똑똑한 척 설교를 하시더니, 막상 일이 자기한테 일이 닥치니까 이게 뭡니까...?"민건산이 여전히 깨어나지 않자, 김미희의 절망감이 조금은 완화되는 듯했다. 마치 깊은 나락으로 추락하고 있는 순간, 자신과 같은 처지의 사람이 또 하나 떨어져 내리는 걸 보는 기분이었기 때문이다.이것은 그녀에게 약간의 위안감을 주었다. 그런 뒤 김미희는 한심하다는 듯 말했다. "거기 팔만 눌러대서 뭐 하겠어? 그렇게 해서는 절대 안 깨어나! 어서 물 한 바가지 가져와서 확 끼얹어!"민영건은 옆에 있던 손혜나를 향해 소리쳤다. "뭐 해? 차에서 물 가져와!"손혜나는 다급히 차에서 생수 한 병을 가져와 민영건에게 건넸다.민영건은 생수 한 병을 민건산의 얼굴과 머리에 쏟아부었다. 차가운 물이 얼굴을 적시자 민건산은 숨을 헐떡이며 정신을 차렸다. 눈을 뜨자마자, 그는 절망적으로 외쳤다. "하늘도 눈이 멀었구나!! 날 이렇게까지 몰아가다니...!!!"김미희는 싸늘하게 그를 쳐다보며 말했다. "헛소리 그만해. 지금 중요한 건 돈을 버는 것 이야. 그 외엔 다 후순위라고." 그녀는 더 이상 그의 반응을 기다리지 않고 바로 민영건에게 지시했다. "운전해. 이 인간은 뒷좌석에서 쉬게 하고."민영건은 고개를 끄덕이며 민건산을 부축했다. "삼촌, 차로 가요."민건산은 혼이 나간 상태로 차에 올라탔다. 민영건은 운전석에 올라타 시동을 걸었고, 그렇게 차량은 다시 미국-멕시코 국경을 향해 출발했다.차가 달리기 시작하자, 조수석에 앉아 있던 김미희가 의심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뭔가 이상해."민영건이 물었다. "이모, 뭐가 이상하다는 거죠?"김
브로커는 그들이 도망칠 것에 대해 전혀 걱정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애초에 그들을 직접 미국으로 데려가지도 않고, 먼저 멕시코로 데려갔기 때문이다. 어쨌든 일단 브로커의 배에 올라타면, 과거 유럽인들에게 팔려간 노예처럼 목숨이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았다. 말을 잘 들으면 배가 항구에 닿을 때까지 살아남을 수 있지만, 말을 듣지 않으면 바로 발에 돌을 묶여 바다에 던져져 가라앉게 되었기 때문이다.두 사람은 가까스로 살아남아 탈출했기에 감히 반항할 생각조차 못 하고, 배를 타고 멕시코까지 갔다. 멕시코에 도착한 후, 그들은 강제로 여러 개의 밀수품 몇 개를 항문에 숨겨야 했고, 브로커가 제공한 가짜 신분으로 멕시코에서 미국으로 넘어갔다.브로커의 가격표에 따르면, 밀수품을 한 번 운반할 때마다 3천 달러가 깎인다고 했다. 만약 말을 잘 듣고 돈을 벌어 빚을 갚으면 자유를 얻을 수 있었지만, 그렇지 않으면 브로커와 협력하는 멕시코 조직과 미국 갱단이 언제든 그들을 사지로 몰아넣을 수 있었다.그래서 어쩔 수 없이 두 사람은 브로커들이 시키는 대로 따를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두 달 동안 열 번을 왕복한 끝에 그들은 마침내 자유를 되찾을 수 있었다.그 당시, 그들의 국경 이동을 주선하고 미국에서 물건을 넘겨받은 사람이 바로 김미희였다. 김미희는 이미 그때 꽤나 명성을 떨치고 있었고, 멕시코에서 미국으로 그리고 세계 각지로 밀수품을 밀반출하는 아시아계 조직원과 연줄을 맺어 본격적으로 운반과 유통을 담당하는 운송업자가 되었다. 그 후, 두 사람이 브로커에게 진 빚을 모두 갚자, 김미희는 아예 그들을 자기 휘하로 받아들였다.김미희는 다른 사람들에게는 악행을 저질렀지만, 팀의 안정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그녀를 따라다닌 이 세 명에게는 나름대로 대우를 해주었다.서건희는 상대적으로 성실히 일했고, 자체적으로 몇 건의 주문도 처리했기에 최소 200~300만 달러 정도를 벌었다. 민영건은 나이가 어려 중장년층을 속이기가 어려웠기에 수입이 상대적으로
“윤우선?!” 서건희는 이 말을 듣고 순간 얼어붙었다. 그리고 그는 곧바로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누님, 윤우선이 우리를 밀고했다는 건가요?! 하지만... 그 여자는 우리의 진짜 신원을 전혀 모른다고요!”김미희는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내 생각엔, 우리 가족들이 당한 일이 윤우선이 체포된 것과 관련이 없지 않은 것 같아. 어쩌면 그 여자 때문에 벌어진 일일 수도 있어. 하지만 확실한 증거를 내놓으라고 하면, 나도 아직 몰라.”옆에서 듣고 있던 민영건이 급히 말했다. “미희 이모, 윤우선은 그냥 한심한 할줌마일 뿐인데... 그렇게 쉽게 속아 넘어간 걸 보면, 절대 대단한 능력이 있는 사람이 아닐 것 같은데요.”그러자 손혜나도 맞장구 쳤다. “맞아요, 미희 이모. 윤우선은 전혀 능력 있어 보이지 않았어요.”김미희는 차갑게 말했다. “너희들, 그 여자가 데려온 사위를 기억해?”“기억하죠.” 민영건이 입을 열었다. “그... 성이 은 씨였던 그 녀석 말이죠? 이름이 뭐였더라... 아, 은시후?!”“그래, 바로 그 놈이야!” 김미희는 강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이제 와서 생각해보니, 왠지 그 놈이 보통 사람이 아닌 것 같아.”손혜나가 고개를 갸우뚱하며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미희 이모, 그 사람은 잘생긴 거 빼고는 별다른 점이 없어 보였는데요?”김미희는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나도 정확하게 말로 설명할 순 없어. 그냥 직감이야.” 그러더니 그녀는 갑자기 무언가 떠올린 듯 가족들과 연락할 때만 사용하는 전용 휴대전화를 꺼내 급히 화면을 뒤적이기 시작했다. 한참을 검색하던 김미희는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이상하네... 왜 아무런 소식도 없지...?”민영건이 궁금한 듯 물었다. “아무런 소식이 없다니, 무슨 말씀이세요, 미희 이모?”김미희는 곧바로 말했다. “윤우선이 체포된 사건이 지금까지 어느 매체에서도 보도되지 않았잖아. 이번에 윤우선이 들고 가다 적발된 물건이 5kg이 넘는다고
시후의 외할머니가 시후를 직접 만나고 싶다고 말하자, 배유현은 급히 말했다. “죄송합니다, 사모님... 여러분들을 살려주신 은인께서는 행방이 일정하지 않으셔요. 이번에도 저에게 약을 전달해주신 후, 아직 해야 할 중요한 일이 많다며 바로 떠나셨기 때문입니다.” 사실 엄밀히 따지자면, 배유현이 거짓말을 한 것은 아니었다. 시후는 정말 자주 이동했기 때문에 행방이 일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에는 캐나다, 미국, 홍콩, 멕시코를 오가는 터라 시후의 구체적인 계획은 배유현도 알지 못했다. 게다가, 시후는 이미 페이셔스 그룹의 냉동 센터를 떠난 상태였다. 그는 지금 버킹엄 호텔로 돌아가, 이토 그룹과 하영수가 도착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시후의 외할머니는 배유현의 말을 듣고 매우 아쉬운 듯 말했다. “그분께서는 우리 집안 구성원들을 모두 구해주셨고, 이번엔 제이크 한 경감까지 살려주셨어요. 이처럼 큰 은혜는 우리 자손 대대로 다 갚지 못할 만큼 대단한 것인데, 그분은 단 한 번도 우리에게 보답할 기회를 주지 않으셔서...”배유현은 위로하듯 말했다. “사모님, 그건 저도 마찬가지랍니다. 저는 오래전부터 은인께 큰 은혜를 입었지만, 아직까지 제대로 보답할 기회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저 그분을 위해 작은 힘이라도 보태며 곁에서 도울 수 밖에요.”이때 안충주가 말을 이었다. “배유현 회장, 예전에 한국의 경매장에서 당신의 할아버지인 전 회장님께서 갑작스레 몸져 누우셨고, 그 틈을 타서 당신의 큰아버지가 권력을 빼앗았죠. 그런데 전 회장님께서는 다시 건강을 회복하셨고, 당신과 함께 뉴욕으로 돌아오셔서 결국 페이셔스 그룹을 다시 맡으셨는데... 내가 짐작하는 게 맞다면, 그 당시 우리의 목숨을 살려준 은인이 당신 역시 도와주신 겁니까?”“네 맞습니다.” 배유현은 숨김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분이 아니었다면, 제 할아버지는 한국에서 목숨을 부지하셨다 해도, 저와 함께 큰아버지의 추격에서 벗어날 수 없었을 겁니다.”안충주는 눈빛이 번뜩이며 말
안산과 안충주는 재빨리 두 사람을 AB 빌딩 안으로 데리고 갔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꼭대기층으로 올라갔다.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마자, 안산은 제이크 한을 이끌고 회의실로 향했다.현재 Samson 그룹의 구성원들은 안산의 뜻에 따라, 모두가 배유현에게 직접 감사 인사를 전하기 위해서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모두 응접실에 모여 있었다. 안산이 응접실의 문을 열자, 그 안에 앉아 있던 Samson 그룹 구성원들은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하지만 그들은 문 너머로 들어오는 사람이 배유현이 아니라, Samson 그룹과 깊은 인연을 맺고 있던 제이크 한이라는 사실에 깜짝 놀라고 말았다!제이크 한을 본 순간, Samson 그룹 식구들은 엄청난 충격에 빠졌고, 어느 누구도 이 상황을 쉽게 믿을 수 없었다. 그들은 모두 제이크 한이 이미 세상을 떠났으며, 그것도 Samson 그룹과 관련된 일에 휘말려 그렇게 된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기에 제이크 한이 갑자기 눈앞에 나타났을 때, 현장에 있던 모든 Samson 그룹 사람들은 마치 사고 기능이 정지된 것처럼 얼어붙고 말았다.시후의 외할머니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앞으로 다가가 안산에게 물었다. “여보... 이... 이 사람이 정말 제이크 한 그 친구가 맞아요? 아니면 내가 꿈을 꾸고 있는 건가요? 혹시 내 정신이 이상해진 건가요?”“맞아. 제이크 한 그 친구가 맞다고!” 안산은 흥분하여 말했다. “정말로 제이크 한이 맞아! 이 친구가 살아 있었어! 배유현 회장이 데려온 거요!”그제야 가족들은 뒤따라 들어온 배유현을 발견했다.시후의 외할머니는 놀람과 기쁨이 교차된 표정으로 배유현을 바라보며 물었다. “배유현 회장... 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설명을 해줄 수 있을까요? 그날 사건이 벌어졌을 때, 우리를 살려준 분께서는 제이크 한은 이미 살릴 수 없는 상태라고 하지 않으셨나요?”배유현은 사실대로 말했다. “그때 그 분은 제이크 한 경감의 뇌가 아직 완전히 죽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하셨어요. 하지만 신체의
배유현은 안산이 자신을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에 깜짝 놀라며, 곧바로 공손하게 말했다. "회장님, 요즘 건강은 괜찮으시지요?"안산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배유현 회장 덕분에 요즘 꽤 잘 지내고 있습니다."배유현은 재빨리 말했다. "안 회장님, 그렇게 말씀하시지 않아도 됩니다. 저는 나이도 많이 어리고, 그런 말씀을 들을 자격이 없습니다!"그러자 안산의 곁에 있던 안충주도 이때 정중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했다. "배유현 회장님, 안녕하십니까."배유현 역시 공손히 인사했다. "안충주 선생님, 안녕하세요."안충주는 걱정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 "배유현 회장님, 실례가 안 된다면... 제 친구 제이크 한은 지금 어디에 묻혀 있는지 알 수 있을까요? 가능하시다면 주소를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조만간 찾아가 조의를 표하고 싶어서요.”배유현이 대답을 하기도 전에, 그녀의 옆에서 마스크와 선글라스를 쓰고 있던 한 남자가 갑자기 소리쳤다. "충주! 나 제이크 한은 아직 안 죽었어!"그 말이 떨어지자, 안충주와 그 곁에 있던 안산은 모두 깜짝 놀라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들은 그 목소리가 분명 제이크 한의 목소리라는 것을 알아차리기는 했지만, 눈앞에 서 있는 이가 제이크 한이 맞을 것이라고는 도저히 믿기 어려운 듯했다.왜냐하면 그날 체육관에서 Samson 그룹 최정예 경호원들이 암살자들에게 잔혹하게 살해당했을 때, 그들은 직접 시체를 보지는 못했지만 가장 먼저 총알에 맞은 제이크 한은 살아남을 수 없을 것임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들을 구해준 시후도 분명히 제이크 한이 이미 죽었으며, 신 조차도 그를 살릴 수 없을 거라고 말했었다. 그렇기에 그들이 어떻게 제이크 한이 죽은 뒤 살아 돌아왔다는 걸 믿을 수 있겠는가?제이크 한은 Samson 그룹의 두 사람이 눈을 크게 뜨고 아무 말없이 자신을 바라보고만 있자, 참지 못하고 마스크와 선글라스를 확 벗으며 외쳤다. "나야! 나! 아직 안 죽었다고!""이런 젠장!" 안충주는 너
안충주는 서둘러 휴대폰으로 인터넷에서 배유현의 사진 몇 장을 검색해 안산에게 보여주었다.안산은 몇 번 사진을 훑어본 후 휴대폰을 돌려주었지만, 순간적으로 멍하니 한 사람의 모습이 뇌리를 스쳐 지나가는 듯하더니 갑자기 물었다. “충주야... 제이크 한, 그 친구를 배유현 회장이 데려간 거 아니었나?”안충주는 놀라며 되물었다. “아버지, 제이크 한을 기억하신 거예요?”안산은 멍하니 말했다. “조금 전 머릿속에 뭔가 스치듯 지나갔어. 그날 우리를 구해준 은인이 ‘제이크 한은 이미 죽었다’고 말했던 것 같은데...” 그러면서 재빨리 물었다. “충주야, 그날 그 은인이 그러지 않았니? 제이크 한의 시신은 자신이 사람을 보내 정중히 장례 치르겠다고?”안충주는 아버지가 그날의 일부를 기억해낸 것에 놀라면서도, 슬픈 목소리로 말했다. “네... 그 은인은 정말 그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아마 그 일을 배유현 회장에게 맡긴 것 같아요.”그러자 안산은 눈가가 붉어지며 자책했다. “나는 제이크 한 그 친구에게 정말 면목이 없다... 그 친구의 부친에게도, 그 친구의 아내와 딸에게도... 나는 그들에게 모두 죄인이나 마찬가지야...”안충주는 서둘러 위로했다. “아버지, 이건 아버지 혼자만의 잘못이 아니에요. 우리 집안 전체가 큰 빚을 진 거니까요.”안산은 다시 물었다. “그럼 제이크 한의 아내와 딸은 어떻게 됐냐?”안충주는 난처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 쪽은 제가 손을 쓸 수가 없었어요... 그날 은인이 분명히 당부했었으니까요. 제이크 한의 죽음을 누구에게도 알려선 안 된다고... 심지어 그의 아내에게도요. 그래서 제이크 한의 아내가 저에게 계속 전화를 걸어 남편의 행방을 묻고 있는데, 저도 어쩔 수 없이 그 부분은 모른다고 둘러댈 수밖에 없었어요... 그래서 아마도 이미 경찰에 실종 신고까지 한 걸로 알고 있는데, 뉴욕 경찰은 아직 아무런 단서도 찾지 못한 것 같습니다...”“하아...” 안산은 깊게 한숨을 쉬며 당부했다. “방법을 좀 찾아서, 그의
안산의 갑작스러운 분노 섞인 외침에 Samson 그룹 삼형제는 일제히 차가운 표정을 지었다. 비록 모두가 이미 같은 결론을 향해 가고 있었지만, 아버지인 안산이 직접 그렇게 말하자, 그들은 등골이 오싹해졌다.안태풍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저는 도무지 이해가 안 돼요... 저 자들이 우리와 도대체 무슨 원한이 있기에, 20년 동안이나 집요하게 우리를 노린 거죠?”안재남도 의아하다는 듯 말했다. “우리 집안이 자산을 축적하는 과정에서 특별히 큰 잘못을 저지른 일은 한 번도 없었던 것 같은데요...! 그동안 우리 집안의 자산 대부분은 당시 엔젤투자에서 비롯됐고, 게다가 누나는 실리콘밸리의 절반을 떠받치고 있던 인물이었어요. 그런데 누가 우리와 그렇게 원한 관계에 있다는 거죠?”안충주는 얼굴을 굳히고 말했다. “어쩌면, 그들은 우리에게서 뭔가를 얻어내고자 하는 걸 수도 있지.”안재남이 물었다. “형 말은... 돈을 노린 다는 거야?”“단정 짓기는 어렵지만,” 안충주가 말했다. “하지만 저들이 이토록 정교하고 집요하게 움직이는 걸 보면, 단순한 증오심이나 원한 때문은 아닌 것 같아 보이는데.”그러자 안산 역시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만약 돈이 목적이라면, 굳이 우리 전부를 죽일 필요는 없지 않겠니? 요즘은 대부분 자산을 디지털 형식으로 가지고 있기에 은행 계좌나 증권 계좌, 신탁 계좌에 숫자로만 남아 있다. 그러니 우리를 죽인다고 해도 그 자산이 그들 손에 들어가는 건 아닐 것 아니냐!”안충주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게 바로 저도 이해가 안 되는 부분입니다...”네 사람은 곧 깊은 침묵에 빠졌다.그때, 막내딸 안유진이 문을 두드리며 밖에서 말했다. “아버지, 배유현 회장이 조금 뒤에 찾아 뵙고 싶다고 전화가 왔는데요.”“배유현...?” 안산은 인상을 찌푸리며 무의식적으로 물었다. “배유현 회장이 누구냐?”안충주가 얼른 말했다. “아버지, 또 잊으신 거 아니죠? 아침에 말씀드렸잖아요. 우리가 사건을
그 순간, 안태풍, 안충주, 그리고 안산 모두의 얼굴이 일제히 굳어졌다.안태풍은 반사적으로 외쳤다. “큰 누나가 세상을 떠난 지 2년 후, 너는 권아현을 만났고... 권아현은 이번 사건이 일어나기 전까지 네 곁에서 무려 19년 동안 숨어 지냈어... 우리를 죽이려 한 자들과 누나가 그 해에 죽었던 일은 분명 관련이 있는 거야!”안산은 경악하며 말했다. “그 말이 사실이라면, 그 놈들은 예선이와 은 서방을 죽이고도 모자라, 재남이 곁에 무려 19년이나 묵혀 놓은 시한폭탄을 이번에 터뜨린 셈이군... 대체 이 놈들은 뭘 노리고 있는 거지?! 만약 우리 집안을 없애는 게 목적이라면, 왜 지금까지 이렇게 오랫동안 기다린 거냐고?”“그러게 말입니다...” 장남 안충주 역시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이렇게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는 조직이라면, 뭔가 깊은 원한을 품고 있을 때 진작에 손을 썼겠죠. 굳이 지금까지 기다릴 이유가 없을 텐데...”안산이 말했다. “나는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 이 자들이 우리에게 대체 얼마나 큰 복수심을 품고 있길래, 이렇게까지 큰 판을 벌이는 건지 말이야...”안재남은 참다 못해 말했다. “아버지, 형님들... 꼭 제 아내를 19년 전에 그 조직에서 일부러 저에게 심어놓은 인물이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잖아요? 중간에 회유되었거나, 협박을 받았을 수도 있지 않을까요.”“그럴 리 없어.” 안충주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만약 네 아내가 중간에 회유된 것이라면, 그 집안 가족들 역시 그때 함께 배신했겠지. 그런데 그 집안의 일련의 행동들은 그런 식으로는 설명이 안 되잖아. 그러니 나는 오히려 권아현과 그 일가 전체가 애초부터 철저하게 설계된 함정이라고 판단한다.”안태풍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고, 이어서 안재남을 바라보며 물었다. “재남아, 너와 권아현이 처음 만났을 때 구체적인 상황을 떠올릴 수 있겠어?”안재남은 말했다. “그 당시 내가 석사 2학년이 막 시작되었을 때였는데, 아내는 막 석사에 입학했었지. 신입
유럽과 미국에서는 가족 신탁 상품이 매우 신뢰할 수 있는 자산 보호 방식으로 여겨진다.한국에는 ‘부자는 삼대를 넘지 못한다’는 말이 있는데, 그 이유는 바로 부모 세대가 어렵게 일군 부를 자손 세대가 사치스러워 함부로 낭비하고, 눈은 높지만 능력은 부족하여 유산을 제대로 지키지 못하기 때문이다. 결국 이런 상황은 쉽게 가족의 파산으로 이어지고, 하룻밤에 다시 원점으로 되돌아가게 만든다. 이것은 자손 세대의 능력과 인품이 통제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일단 능력이나 인격 중 하나라도 문제가 생기면 가문의 몰락은 피할 수 없는데, 하물며 인재 외에도 천재지변 같은 변수도 존재한다.그러나 가족 신탁은 이러한 인재와 천재지변의 리스크를 효과적으로 차단한다. 먼저 자신의 자산을 신탁에 넣는 순간, 겉으로 보기에는 본인조차 해당 자산에 대한 직접적인 통제권을 포기하게 된다. 이후 자산은 특정 조건이 충족되었을 때에만 자녀나 지정된 상속인이 받을 수 있다. 따라서 훗날 중대한 문제가 생겨 가문이 빚더미에 앉게 되거나 파산을 하게 되더라도, 이 가족 신탁은 정부나 채권자에 의해 임의로 처분될 수 없다. 이것은 바로 유럽과 미국에 있는 유서 깊은 가문들이 여러 세대, 심지어는 수십 세대에 걸쳐 부를 유지할 수 있는 근본적인 이유라고 할 것이다.비록 권아현 집안 식구들은 현재 모두 자취를 감췄지만, 그들의 자산은 이미 모두 가족 신탁으로 옮겨졌다. 이는 더없이 안전한 보관 방식으로, 권아현의 집안 식구들이 세상에서 사라지더라도 기업 운영에는 전혀 문제가 생기지 않으며, 자산의 가치가 떨어지거나 예기치 않은 상황이 생길 걱정도 없다는 것을 의미했다. 이 돈은 신탁에 들어가 있는 이상 줄어들기는커녕 시간이 지날수록 오히려 불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연방 정부조차 이 자산에는 손을 대지 못할 것이다.이런 행동은 곧 권아현 집안 식구들, 혹은 그들 뒤에 있는 그 미스터리한 조직의 입장을 드러낸 것이기도 했다. 그들의 입장은 바로 잠적하는 것은 단지 일시적인 전략적 후
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날 밤 외가 식구들은 나를 만났고, 내가 부른 사람들이 당신을 데려갔다는 건 알고 있을 겁니다. 다만 당신이 살아남을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못했겠죠. 그러니 당신과 외가 식구들이 다시 만났을 때, 어떤 정체불명의 인물이 알약 하나를 먹인 뒤 당신을 구했다고만 알려주고, 이후 배유현 양에게 당신을 그들에게 데려다 주라고 했다고 말하세요. 그리고 정체불명의 인물이 누구인지는 모른다고 하시고요. 그러면 그들은 당신을 살린 사람과 자신들을 살린 사람을 연결 지으려 할 거고, 그 뒤는 외가 식구들이 스스로 추측하게 내버려 두면 됩니다.”“알겠습니다, 도련님!” 제이크 한은 진지하게 말했다. “기억해 두겠습니다.”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문을 열고 배유현을 불러들였다. “배유현 씨, 헬기를 좀 준비해주시고, 제이크 한 경감을 맨해튼의 AB 빌딩까지 모셔다 드리세요. 그리고 가능하다면, 먼저 내 외삼촌께 연락을 드려 방문 의사를 전해주시고요. 그 날 그들을 구한 후 현장을 수습한 사람은 배유현 씨이기 때문에, 그들은 당신에 대해서는 크게 경계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배유현은 공손히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은 선생님. 바로 Samson 그룹 측에 연락하겠습니다.”......같은 시각, 맨해튼 AB 빌딩.Samson 그룹은 함께 모여 회의를 열고는 최근 각종 정세를 종합하여 토론하고 있었다. 안산은 최근 알츠하이머 증상이 계속 악화되고 있었기에, 아침에 눈을 뜨면 아내와 자식들은 그에게 현재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오랫동안 설명해주곤 했다. 다행히도 안산은 수많은 풍파를 겪어온 인물이라, 그날 어떤 사건들이 일어났는지 직접적으로 기억하지는 못하더라도 자식들의 설명을 들으면 곧바로 현재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그 날 암살 사건이 발생한 이후, Samson 그룹 사람들은 줄곧 뉴욕을 떠나지 않았다. 그들은 이미 가족 문제를 처리하기 위해 다시 손을 대기 시작했지만, 가족들의 안전을 위해 안산은 당분간 가족
이야기를 들은 제이크 한은 매우 놀라 그 자리에서 얼어붙은 듯 한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그는 이전의 경력 때문에 블랙 드래곤에 대해서는 매우 잘 알고 있었다. 게다가 그는 블랙 드래곤이 시리아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여 영구 거점을 건설한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용병 조직에게 있어 영구 거점을 보유한다는 것은, 단번에 다른 용병 조직들에 비해 훨씬 앞서 나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용병이라는 존재는, 이화룡이 거느리는 조폭들에 비해 각국 사법기관이 훨씬 더 경계하는 대상이라고 할 수 있는데, 대부분의 용병 조직은 세계 각국에서 길거리의 쥐와 같은 존재로 비밀리에 살아남을 수밖에 없다. 그들은 오직 정부와 깊이 협력하는 조직이 아니라면 절대로 대놓고 간판을 걸고 활동하지 못한다.물론 미국에도 용병 조직이 많이 있기는 하지만, 백악관과 협력하며 그들의 총알받이 노릇을 하는 일부를 제외하면, 나머지는 대부분 은밀히 활동할 수밖에 없다. 용병 조직의 대다수는 미국 퇴역 군인 출신으로, 본국 경찰의 단속을 피하기 위해 개개인으로 위장 생활을 하다가 해외에서 임무를 수행하곤 한다. 예를 들어, 한 용병 조직은 100명 남짓한 구성원들에 불과한데 그들은 평소 각자 합법적인 직업과 신분으로 위장하여 일반 시민처럼 지내다가 임무가 떨어지면 관광객을 가장해 출국을 한다. 비록 이들이 본국에서 불법적인 일을 저지른 것은 아니지만, 무장 전투 요원이기 때문에 정부의 감시를 받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조용히 움직여야 한다는 제약이 있다. 바로 이런 이유로 인해 대부분의 용병 조직의 성장이 제한되는 것이다.하지만 용병 조직이 대놓고 합법적인 영구 거점을 보유하게 된다면,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진다.블랙 드래곤이 시리아와 협력했을 당시 미국 CIA는 그 이유를 조사했는데, 조직이 시리아에서 너무 빨리 성장하는 걸 우려해 개입까지 시도했었다. 하지만 시리아는 블랙 드래곤과의 협력을 고수했고, 그 뒤에는 시리아 내 영향력 있는 반정부 인사 하미드와도 관련이 있는 것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