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후의 말이 끝나자, 마윤걸과 이호량의 목덜미까지 식은땀이 흘러내렸다.마윤걸은 힘겹게 침을 삼키며, 무의식적으로 물었다. "예... 은 선생님... 당신은 그저 우리를 조사하려고 혼자서 멕시코까지 온 겁니까?"시후는 오히려 되물었다. "누가 너한테 내가 혼자 왔다고 했지?"이 말을 듣자, 마윤걸과 이호량의 얼굴이 더 굳어졌다.시후는 옆에 있던 나훈구를 가리키며 담담하게 말했다. "우리 둘이 같이 온 거 아니었나?"마윤걸은 순간 깜짝 놀랐다. 그러나 바로 다음 순간, 그의 온몸이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했다. 만약 시후가 나훈구를 언급하지 않았다면, 마윤걸은 그나마 마음을 가라앉힐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시후가 나훈구를 언급한 순간, 그의 불안은 극에 달했다. 왜냐하면, 마윤걸은 이미 나훈구에 대한 자료를 가지고 있었고, 그가 철저히 아무것도 모르는 피해자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그런데 시후가 그와 함께 이곳에 왔다는 것은, 시후가 처음부터 이 모든 계획을 간파하고 있었다는 뜻이었다. 즉, 시후는 나훈구가 위험에 빠질 걸 알고 일부러 접근했고, 그를 데리고 함께 멕시코까지 따라온 것이었다.그는 이것을 생각하며 속으로 몹시 두려웠다. 이제야 마윤걸은 깨달았다. 왜 사람들은 항상 최고의 사냥꾼은, 진짜 사냥감처럼 보이는 법이라고 하는 것인지 말이다. 처음에 마윤걸은 자신이 엄청난 행운을 얻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결국, 그 모든 것이 사냥꾼이 의도한 덫이었다. 이것은 마치 아프리카에서 벌어진 말벌 사냥법과도 같았다. 사냥꾼들은 먼저 말벌들이 좋아하는 고깃덩이를 던져 놓는다. 말벌들은 그것을 발견하고 득템했다고 기뻐하며 덥석 물어 간다. 그러나, 말벌들이 알지 못하는 것이 있었다. 고깃덩이를 뜯어먹을 때, 사냥꾼들은 그들의 몸에 가벼운 깃털을 붙여 놓고, 깃털을 따라 말벌의 둥지를 찾아낸다는 것을 말이다.둥지를 발견한 순간, 사냥꾼들은 그곳에 있는 모든 성충을 죽이고 애벌레들은 삶아서 먹어 버린다. 즉, 한 번 사냥꾼에게 둥지를 들키는
마윤걸은 진지하게 말했다. "확실히 진짜야. 만졌을 때 느낌부터가 절대 위조할 수 있는 게 아니었어. 게다가 저 자식은 우리에 대해 너무 잘 알고 있다고. 우리의 움직임까지 꿰뚫고 있었단 말이야. 분명 우리에 대해서 미리 조사했을 거야."이호량은 긴장한 얼굴로 물었다. "설마 경찰은 아니겠죠?""그건 아닐 거야." 마윤걸은 손을 휘저으며 말했다. "경찰이 이런 수법을 쓸 리가 없잖아. 이런 방식을 쓸 수 있다는 건 저 자식이 아무리 봐도 겪을 대로 겪은 놈이라서 그런 것 같다고. 우리가 이렇게 많은 총을 들고 있는데도, 전혀 무서워하는 기색이 없잖아. 오히려 나를 겁에 질리게 만들었지. 네 생각엔 경찰 따위가 그런 강심장을 가질 수 있을 것 같냐?" 말을 마친 마윤걸은 주위를 둘러보더니, 조심스럽게 덧붙였다. "나는 지금 심각하게 저 자식이 이미 우리를 포위해 놓은 건 아닐까 하고 의심 중이다. 그냥 우리가 그걸 눈치채지 못하고 있을 뿐이지."이호량은 이 말을 듣자 더욱 초조해졌다.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중얼거렸다. "아 참 마 형님, 조금 전에 저 놈이 어떻게 케이블 타이를 끊었는지 보셨어요? 난 못 봤어요! 그거 완전 단단하게 묶여 있었잖아요! 소 한 마리라도 못 풀었을 텐데, 저 놈은 어떻게 그걸 끊은 거죠?"마윤걸은 멍한 표정으로 말했다. "나도 모르겠어. 일단 한 가지 확실한 건, 저 자식은 엄청난 부자고, 엄청난 자신감을 가지고 있으며, 엄청난 배짱을 지닌 놈이라는 거야. 이런 놈이 그냥 평범한 사람일 리가 없지. 어쩌면... 정말로 우리의 '크레이지 후아레스'를 흡수하려는 걸지도 몰라..." 그는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다시 말했다. "하지만 설령 저 놈이 적이라 하더라도, 우리가 건드릴 상대는 아니야. 그러니까 우리가 먼저 함부로 움직이지 말고, 보스가 와서 직접 결정하게 두자.""맞는 말이네요..." 이호량은 땀을 훔치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건 너무 이상한 상황이에요... 보스가 직접 판단하는 게 맞겠어요..."......
후아레스의 풀네임은 라파엘 코로나 후아레스였다. 공교롭게도, 그가 태어난 곳은 멕시코 북부 국경 도시이며, 이 도시의 이름도 후아레스였다.후아레스라는 이 도시는 멕시코 최대 범죄 조직이 활발히 활동하는 곳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폭력 범죄가 심각한 도시로 매년 순위에 오른다. 이곳을 현실판 고담이라고 부르는 것은 고담에 대한 모욕일 수도 있다. 적어도 고담에는 슈퍼 빌런 뿐만 아니라 슈퍼 히어로도 존재하지만, 여기에는 악랄한 슈퍼 빌런 들만 존재하기 때문이다.후아레스는 자신과 같은 이름을 가진 이 도시에서 성장했다. 그의 부모는 범죄 조직의 정식 일원은 아니었지만, 조직의 밑에서 돈을 벌며 생계를 유지했다. 그의 아버지는 범죄 조직을 위해 트럭을 운전했으며, 때로는 무기를, 때로는 마약을, 심지어는 시체를 운반하기도 했다. 그의 어머니는 범죄 조직의 마약 제조 공장에서 일하며, 마약의 무게를 달아주고, 포장하며, 여러 차례 조직이 주최한 기술 대회에서 여러 차례 우승하기도 했다.이런 환경에서 자란 후아레스는 어릴 때부터 폭력 범죄에 깊은 흥미를 느꼈다. 12살이 되던 해, 지역 범죄 조직의 한 중간 보스가 권총 한 자루, 자전거 한 대, 그리고 50달러를 건네 주면서 그에게 자전거를 타고 거리로 나가, 방심하고 있는 적대 조직의 일원을 사살하라고 지시했다.그래서 후아레스는 자전거를 타고 코스의 지시에 따라 거리에서 무방비 상태로 있던 적대 조직의 단원을 총으로 쏴 죽였다. 권총의 반동으로 손목이 며칠 동안 아팠지만, 며칠 동안 후아레스는 상대의 머리가 터지는 장면이 계속 떠올라 밤마다 흥분으로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 순간, 후아레스는 자신이 이런 일을 하기에 타고난 재능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그때부터 그는 갱단의 일원이 되었고 약 10년간 실력을 쌓아가며, 점점 유명한 작은 보스로 성장했다. 그러던 중, 그의 보스가 적대 조직에 의해 암살당하자, 후아레스는 부하들을 이끌고 도시를 떠나 엔세나다에서 새로운 사업을 시작했다.그로부터 다시
후아레스가 입을 열었다. “중요한 일이 생겼어. 너는 여기서 계속 놀고 있어. 칩은 전부 너한테 맡길게.” 그렇게 말한 그는 곧바로 자신의 네 명의 보디가드를 불러 지시했다. “카를로스, 당장 차를 가져와. 엑토르, 애들에게 전화해서 지금 당장 하던 일을 멈추고 수술실로 집결하라고 해. 기억해, 전원 완전 무장하고!”엑토르는 깜짝 놀라며 물었다. “보스, 도대체 무슨 일이길래 형제들 전부를 소집하는 겁니까?”후아레스는 차분히 말했다. “나쁜 일이 아닐 수도 있지만, 좋은 일도 아닐 수 있어. 자세한 건 가봐야 알겠지만, 좋든 나쁘든 우리는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한다.”후아레스의 생각은 이랬다. 만약 시후가 자신의 출세를 위한 동아줄이라면, 그는 시후에게 충성심뿐만 아니라 자신의 힘도 보여줘야 했다. 반면, 만약 시후가 적대적인 의도를 가지고 있다면? 그럴 경우에는 최대한 많은 부하를 데리고 가는 것이 위험을 피하는 유일한 방법이었다.......‘크레이지 후아레스’는 총 200명 이상의 직속 조직원을 보유하고 있었다. 이들 대부분은 멕시코 현지 출신이었다. 그리고 멕시코에서의 총기 보급률은 미국 못지않았다. 특히 범죄 조직의 경우 단순한 총기 소유를 넘어, 상당수는 미국에서 밀수한 군용 장비까지 갖추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그 때문에, 크레이지 후아레스의 조직원들의 전투력은 경찰이나 군대에 뒤지지 않았다.후아레스의 명령이 떨어지자, 조직원들은 곧바로 무장을 갖추고 수술실이 있는 작은 마을로 빠르게 향했다.오랫동안 거리에서 살아남은 후아레스는 조직의 기동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모든 조직원이 반드시 운전을 할 줄 알아야 하며, 자신의 차를 보유해야 하는 규정이 있었다. 후아레스의 견해에 따르면 이것은 현대 군대의 기동화와 다를 바 없는 중요한 사항이었다.뿐만 아니라, 그는 조직원들의 차량에 무전기를 필수로 설치하도록 했으며, 통신 품질을 보장하기 위해 엔세나다의 반경 100km 내에 여러 개의 중계기를 설치했고 무선 통신 적용 범위와 품질
후아레스의 부하들이 대거 몰려오는 가운데, 마윤걸은 이호량을 데리고 수술실로 돌아왔다.멀리서부터 마윤걸은 아부하는 표정을 지으며, 빠른 걸음으로 시후에게 다가갔다. 그는 주머니에서 담배 한 갑을 꺼내더니, 시후 앞에 다가가 한 개비를 공손히 내밀었다. “은 선생님, 우리 보스가 지금 오고 있습니다. 보스께서 저에게 은 선생님을 극진히 모시라고 신신당부하셨습니다. 우선 한 대 피시겠습니까?”시후는 손을 저으며 담담하게 말했다. “안 피워.”“아이고, 그렇죠! 안 피우는 게 좋습니다!” 마윤걸은 바짝 허리를 숙이며 맞장구 쳤다. “담배라는 게 몸에 안 좋잖아요. 가능하면 안 피우는 게 최고죠.” 그는 곧바로 담배갑을 주머니에 다시 집어넣고, 이호량을 돌아보며 말했다. “모두에게 지시해! 은 선생님 앞에서는 절대 담배를 피우지 말도록!”이호량은 급히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바로 전하겠습니다!” 그리고 그는 즉시 서둘러 스페인어로 지시를 내렸다. 그 사이, 마윤걸은 다시 시후를 향해 웃으며 말했다. “은 선생님, 여기 아래층 환경이 너무 열악한데, 위층으로 올라가서 이야기 나누시는 게 어떻겠습니까?”시후는 고개를 살짝 저으며 무심하게 말했다. “그럴 필요 없어. 나는 이곳이 마음에 들거든. 비록 초라해 보여도, 결코 단순한 곳은 아니야. 이 수술실을 보니, 작지만 있을 건 다 있는 것 같은데. 장비도 꽤 신경 써서 갖춰놨고, 소독약 냄새도 강한 걸 보면 위생에도 꽤 신경을 쓰는 것 같네.”마윤걸은 급히 맞장구 쳤다. “은 선생님, 사실 저는 의학에 대해서는 하나도 모릅니다. 그런데 여기 있는 인도 놈은 꽤 실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은 선생님, 이놈이 어떤 전과가 있는지 아십니까?”시후가 고개를 저으며 물었다. “어떤 전과?”마윤걸은 신나게 떠들었다. “이 자식이 인도에 있을 때, 온갖 수단을 써서 사람 5~600백 명의 신장을 적출했답니다. 그러다가 결국 인도에서 문제가 터져 더 이상 버틸 수 없게 되자 미국으로 도
시후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한쪽에서 충격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해 멍하니 서 있던 나훈구를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곧바로 얼굴을 찡그리며 마윤걸에게 말했다. “눈치가 빠른 줄 알았는데, 왜 형님의 케이블 타이는 왜 안 잘라줬지?”마윤걸은 이 말을 듣고서야 번뜩 정신을 차렸다. 원래 그는 시후가 단순히 나훈구를 핑계 삼아 찾아온 것이라 생각했었다. 그래서 속으로는 시후는 건드리면 안 되는 거물이지만, 나훈구는 곧 장기적출 수술을 받을 신체 제공자일 뿐이기에 이 둘은 앞으로 별다른 관계가 없을 것이라 여겼다. 그런데 시후가 직접 나서서 나훈구를 챙기는 모습을 보니, 그를 반드시 살려두려는 의도가 있음을 깨달았다.마윤걸은 망설이지도 않고 스스로 따귀를 한 대 후려쳤다. 그리고는 후회하며 말했다. “아이고, 은 선생님! 정말 죄송합니다! 선생님 모시느라 정신이 팔려서, 이 귀한 분을 깜빡했습니다! 전부 제 잘못입니다!”그는 곧바로 이호량에게 명령을 내렸다. “빨리 저 선생님의 결박을 풀어드려!”“알겠습니다!” 이호량은 망설임 없이 허리춤에서 접이식 칼을 꺼내, 나훈구의 손목을 묶고 있던 케이블 타이를 재빨리 잘라냈다.나훈구는 방금 풀려난 양손의 감각을 되찾을 새도 없이 그 자리에서 푹 주저앉더니, 두 무릎을 꿇고 시후 앞에서 흐느끼기 시작했다. “동생... 아니, 아니... 선생님! 제발 저 좀 살려주십시오! 전 위로 부모님이 계시고, 아래로 어린 자식들도 있습니다. 이렇게 멕시코에서 죽을 순 없습니다!”시후는 그의 두 팔을 붙잡아 일으켜 세우며, 잔잔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는 진지한 어조로 말했다. “걱정 마세요, 형님. 우리도 이렇게 멕시코에서 다시 만나게 됐으니, 이것도 인연 아니겠습니까? 제가 있는 한, 형님도 살아서 돌아갑니다. 누군가 형님에게 손끝 하나라도 대려 한다면, 내가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겁니다.”나훈구는 감동과 안도감이 뒤섞인 채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감사합니다, 은 선생님! 정말 감사합니다!”이 모습을 본
이 시각, 후아레스의 여섯 개 팀은 이미 마을 입구에 도착하여 지정된 위치에서 완전히 집결을 마친 상태였다. 그들은 이동하는 동안 주변을 매우 신중하게 탐색했지만, 특별한 이상 징후는 발견되지 않았다.그리고, 후아레스의 차량은 여섯 개 팀이 모두 제자리에 도착한 것을 확인한 후, 세 대의 경호 차량의 보호를 받으며 마을 동쪽 입구로 들어섰다.하지만 후아레스는 차에서 곧바로 내리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측근 경호원 중 한 명에게 명령을 내렸다. “엑토르, 네가 먼저 들어가 봐라. 영상 촬영을 하면서 이동하고, 내부에 들어가면 신호 방해기를 꺼. 그리고 영상을 내게 보내서 내부 상황을 직접 확인할 수 있게 하고. 만약 마윤걸 일행이 이미 상대에게 장악 당했다면, 이건 덫일 가능성이 크다. 우리는 미리 대비해야 한다.”엑토르라고 불린 남자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스마트폰을 꺼내 녹화 버튼을 누른 후, 단독으로 발걸음을 옮겨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수술실 주변에는 감시 요원과 정문 경비가 배치되어 있었는데, 그들은 모두 엑토르를 알고 있었기에 그가 나타나자 형식적으로 인사만 건넬 뿐이었다.그러나, 엑토르는 끊임없이 주변을 주시하며 마주치는 사람들을 조심스럽게 살펴보았다.이상이 없음을 확인한 후, 그는 이곳을 지키고 있던 경비 대장에게 말했다. “신호 방해기 꺼. 보스에게 영상을 보내야 한다.”그 경비 대장은 망설이지도 않고 즉시 신호 방해기를 해제했다.그 순간, 엑토르는 녹화한 영상을 후아레스에게 전송했다. 곧바로 후아레스에게서 영상 통화 요청이 들어왔다. 영상이 연결되자, 후아레스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 놈은 어디 있지?”엑토르가 대답했다. “지하 수술실에 있다고 들었습니다.”후아레스는 신중하게 지시했다. “직접 내려가서 확인해. 영상 통화는 절대 끊지 마.”“네, 알겠습니다!” 엑토르는 응답한 후, 스마트폰을 손에 들고 지하실 입구가 있는 방으로 들어갔다. 그는 곧바로 지하로 내려갔다. 한편, 후아레
성도민은 그가 등장하는 순간, 이 남자가 이 범죄 조직의 보스라는 것을 직감했다. 그래서 그는 시후의 지시에 따라 자신의 부하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모든 인원 주의! 즉시 포위망을 좁혀라! 목표가 은 선생님이 있는 마당으로 들어오는 순간, 5분 카운트다운을 시작한다. 시간이 끝나면, 외부의 적을 전원 제거한다! 단 한 명도 남겨두지 마!”......몇 분 후.후아레스는 수술실이 있는 마당까지 들어왔다. 엑토르가 이미 정찰을 끝냈기에 그는 조금의 두려움도 없이 곧바로 수술실 계단을 따라 내려갔다.이때, 마윤걸은 후아레스가 내려오는 것을 보고 기뻐하며 시후에게 말했다. “은 선생님! 우리 보스가 오셨습니다!” 그는 급히 후아레스에게 달려갔다. 그리고 서둘러 스페인어로 말했다. “보스! 오늘 오신 이 은 선생님은 정말 엄청난 재력가입니다! 이번 기회를 반드시 잡아야 합니다!”후아레스는 그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지만, 아무 말없이 곧장 시후에게 다가갔다. 그는 미소를 띠며 스페인어로 말했다. “당신이 은 선생 입니까? 저는 라파엘 후아레스입니다. 그냥 라파엘이라고 불러도 좋습니다.”시후는 스페인어를 몰랐지만, 마윤걸이 옆에서 즉시 통역을 해주었기에 의사소통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시후는 후아레스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그는 이 멕시코 남자가 분명 조직의 보스다운 도적 같은 분위기를 풍기고 있음을 단번에 알아차렸다. 후아레스의 키는 크지 않았지만, 몸집이 상당히 다부졌다. 그의 목에는 번쩍이는 굵은 금목걸이가 걸려 있었고, 심지어 치아에도 다이아몬드가 박힌 치아 장식을 끼고 있었다. 짧게 깎은 스포츠형 머리, 얼굴 가득한 흉악한 인상. 누가 봐도 범죄 조직의 우두머리였다.시후는 그를 보며 담담한 미소를 지었다. “후아레스 씨, 정말 오래 기다리게 하시네요. 도착하고도 바로 나타나지 않고, 먼저 부하를 보내 영상을 찍게 하다니. 이런 방식은... 제 예상 밖이었습니다.”후아레스는 시후가 자신이 너무 신중하고 느리다고 불평하는 것을
안산의 갑작스러운 분노 섞인 외침에 Samson 그룹 삼형제는 일제히 차가운 표정을 지었다. 비록 모두가 이미 같은 결론을 향해 가고 있었지만, 아버지인 안산이 직접 그렇게 말하자, 그들은 등골이 오싹해졌다.안태풍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저는 도무지 이해가 안 돼요... 저 자들이 우리와 도대체 무슨 원한이 있기에, 20년 동안이나 집요하게 우리를 노린 거죠?”안재남도 의아하다는 듯 말했다. “우리 집안이 자산을 축적하는 과정에서 특별히 큰 잘못을 저지른 일은 한 번도 없었던 것 같은데요...! 그동안 우리 집안의 자산 대부분은 당시 엔젤투자에서 비롯됐고, 게다가 누나는 실리콘밸리의 절반을 떠받치고 있던 인물이었어요. 그런데 누가 우리와 그렇게 원한 관계에 있다는 거죠?”안충주는 얼굴을 굳히고 말했다. “어쩌면, 그들은 우리에게서 뭔가를 얻어내고자 하는 걸 수도 있지.”안재남이 물었다. “형 말은... 돈을 노린 다는 거야?”“단정 짓기는 어렵지만,” 안충주가 말했다. “하지만 저들이 이토록 정교하고 집요하게 움직이는 걸 보면, 단순한 증오심이나 원한 때문은 아닌 것 같아 보이는데.”그러자 안산 역시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만약 돈이 목적이라면, 굳이 우리 전부를 죽일 필요는 없지 않겠니? 요즘은 대부분 자산을 디지털 형식으로 가지고 있기에 은행 계좌나 증권 계좌, 신탁 계좌에 숫자로만 남아 있다. 그러니 우리를 죽인다고 해도 그 자산이 그들 손에 들어가는 건 아닐 것 아니냐!”안충주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게 바로 저도 이해가 안 되는 부분입니다...”네 사람은 곧 깊은 침묵에 빠졌다.그때, 막내딸 안유진이 문을 두드리며 밖에서 말했다. “아버지, 배유현 회장이 조금 뒤에 찾아 뵙고 싶다고 전화가 왔는데요.”“배유현...?” 안산은 인상을 찌푸리며 무의식적으로 물었다. “배유현 회장이 누구냐?”안충주가 얼른 말했다. “아버지, 또 잊으신 거 아니죠? 아침에 말씀드렸잖아요. 우리가 사건을
그 순간, 안태풍, 안충주, 그리고 안산 모두의 얼굴이 일제히 굳어졌다.안태풍은 반사적으로 외쳤다. “큰 누나가 세상을 떠난 지 2년 후, 너는 권아현을 만났고... 권아현은 이번 사건이 일어나기 전까지 네 곁에서 무려 19년 동안 숨어 지냈어... 우리를 죽이려 한 자들과 누나가 그 해에 죽었던 일은 분명 관련이 있는 거야!”안산은 경악하며 말했다. “그 말이 사실이라면, 그 놈들은 예선이와 은 서방을 죽이고도 모자라, 재남이 곁에 무려 19년이나 묵혀 놓은 시한폭탄을 이번에 터뜨린 셈이군... 대체 이 놈들은 뭘 노리고 있는 거지?! 만약 우리 집안을 없애는 게 목적이라면, 왜 지금까지 이렇게 오랫동안 기다린 거냐고?”“그러게 말입니다...” 장남 안충주 역시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이렇게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는 조직이라면, 뭔가 깊은 원한을 품고 있을 때 진작에 손을 썼겠죠. 굳이 지금까지 기다릴 이유가 없을 텐데...”안산이 말했다. “나는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 이 자들이 우리에게 대체 얼마나 큰 복수심을 품고 있길래, 이렇게까지 큰 판을 벌이는 건지 말이야...”안재남은 참다 못해 말했다. “아버지, 형님들... 꼭 제 아내를 19년 전에 그 조직에서 일부러 저에게 심어놓은 인물이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잖아요? 중간에 회유되었거나, 협박을 받았을 수도 있지 않을까요.”“그럴 리 없어.” 안충주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만약 네 아내가 중간에 회유된 것이라면, 그 집안 가족들 역시 그때 함께 배신했겠지. 그런데 그 집안의 일련의 행동들은 그런 식으로는 설명이 안 되잖아. 그러니 나는 오히려 권아현과 그 일가 전체가 애초부터 철저하게 설계된 함정이라고 판단한다.”안태풍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고, 이어서 안재남을 바라보며 물었다. “재남아, 너와 권아현이 처음 만났을 때 구체적인 상황을 떠올릴 수 있겠어?”안재남은 말했다. “그 당시 내가 석사 2학년이 막 시작되었을 때였는데, 아내는 막 석사에 입학했었지. 신입
유럽과 미국에서는 가족 신탁 상품이 매우 신뢰할 수 있는 자산 보호 방식으로 여겨진다.한국에는 ‘부자는 삼대를 넘지 못한다’는 말이 있는데, 그 이유는 바로 부모 세대가 어렵게 일군 부를 자손 세대가 사치스러워 함부로 낭비하고, 눈은 높지만 능력은 부족하여 유산을 제대로 지키지 못하기 때문이다. 결국 이런 상황은 쉽게 가족의 파산으로 이어지고, 하룻밤에 다시 원점으로 되돌아가게 만든다. 이것은 자손 세대의 능력과 인품이 통제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일단 능력이나 인격 중 하나라도 문제가 생기면 가문의 몰락은 피할 수 없는데, 하물며 인재 외에도 천재지변 같은 변수도 존재한다.그러나 가족 신탁은 이러한 인재와 천재지변의 리스크를 효과적으로 차단한다. 먼저 자신의 자산을 신탁에 넣는 순간, 겉으로 보기에는 본인조차 해당 자산에 대한 직접적인 통제권을 포기하게 된다. 이후 자산은 특정 조건이 충족되었을 때에만 자녀나 지정된 상속인이 받을 수 있다. 따라서 훗날 중대한 문제가 생겨 가문이 빚더미에 앉게 되거나 파산을 하게 되더라도, 이 가족 신탁은 정부나 채권자에 의해 임의로 처분될 수 없다. 이것은 바로 유럽과 미국에 있는 유서 깊은 가문들이 여러 세대, 심지어는 수십 세대에 걸쳐 부를 유지할 수 있는 근본적인 이유라고 할 것이다.비록 권아현 집안 식구들은 현재 모두 자취를 감췄지만, 그들의 자산은 이미 모두 가족 신탁으로 옮겨졌다. 이는 더없이 안전한 보관 방식으로, 권아현의 집안 식구들이 세상에서 사라지더라도 기업 운영에는 전혀 문제가 생기지 않으며, 자산의 가치가 떨어지거나 예기치 않은 상황이 생길 걱정도 없다는 것을 의미했다. 이 돈은 신탁에 들어가 있는 이상 줄어들기는커녕 시간이 지날수록 오히려 불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연방 정부조차 이 자산에는 손을 대지 못할 것이다.이런 행동은 곧 권아현 집안 식구들, 혹은 그들 뒤에 있는 그 미스터리한 조직의 입장을 드러낸 것이기도 했다. 그들의 입장은 바로 잠적하는 것은 단지 일시적인 전략적 후
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날 밤 외가 식구들은 나를 만났고, 내가 부른 사람들이 당신을 데려갔다는 건 알고 있을 겁니다. 다만 당신이 살아남을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못했겠죠. 그러니 당신과 외가 식구들이 다시 만났을 때, 어떤 정체불명의 인물이 알약 하나를 먹인 뒤 당신을 구했다고만 알려주고, 이후 배유현 양에게 당신을 그들에게 데려다 주라고 했다고 말하세요. 그리고 정체불명의 인물이 누구인지는 모른다고 하시고요. 그러면 그들은 당신을 살린 사람과 자신들을 살린 사람을 연결 지으려 할 거고, 그 뒤는 외가 식구들이 스스로 추측하게 내버려 두면 됩니다.”“알겠습니다, 도련님!” 제이크 한은 진지하게 말했다. “기억해 두겠습니다.”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문을 열고 배유현을 불러들였다. “배유현 씨, 헬기를 좀 준비해주시고, 제이크 한 경감을 맨해튼의 AB 빌딩까지 모셔다 드리세요. 그리고 가능하다면, 먼저 내 외삼촌께 연락을 드려 방문 의사를 전해주시고요. 그 날 그들을 구한 후 현장을 수습한 사람은 배유현 씨이기 때문에, 그들은 당신에 대해서는 크게 경계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배유현은 공손히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은 선생님. 바로 Samson 그룹 측에 연락하겠습니다.”......같은 시각, 맨해튼 AB 빌딩.Samson 그룹은 함께 모여 회의를 열고는 최근 각종 정세를 종합하여 토론하고 있었다. 안산은 최근 알츠하이머 증상이 계속 악화되고 있었기에, 아침에 눈을 뜨면 아내와 자식들은 그에게 현재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오랫동안 설명해주곤 했다. 다행히도 안산은 수많은 풍파를 겪어온 인물이라, 그날 어떤 사건들이 일어났는지 직접적으로 기억하지는 못하더라도 자식들의 설명을 들으면 곧바로 현재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그 날 암살 사건이 발생한 이후, Samson 그룹 사람들은 줄곧 뉴욕을 떠나지 않았다. 그들은 이미 가족 문제를 처리하기 위해 다시 손을 대기 시작했지만, 가족들의 안전을 위해 안산은 당분간 가족
이야기를 들은 제이크 한은 매우 놀라 그 자리에서 얼어붙은 듯 한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그는 이전의 경력 때문에 블랙 드래곤에 대해서는 매우 잘 알고 있었다. 게다가 그는 블랙 드래곤이 시리아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여 영구 거점을 건설한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용병 조직에게 있어 영구 거점을 보유한다는 것은, 단번에 다른 용병 조직들에 비해 훨씬 앞서 나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용병이라는 존재는, 이화룡이 거느리는 조폭들에 비해 각국 사법기관이 훨씬 더 경계하는 대상이라고 할 수 있는데, 대부분의 용병 조직은 세계 각국에서 길거리의 쥐와 같은 존재로 비밀리에 살아남을 수밖에 없다. 그들은 오직 정부와 깊이 협력하는 조직이 아니라면 절대로 대놓고 간판을 걸고 활동하지 못한다.물론 미국에도 용병 조직이 많이 있기는 하지만, 백악관과 협력하며 그들의 총알받이 노릇을 하는 일부를 제외하면, 나머지는 대부분 은밀히 활동할 수밖에 없다. 용병 조직의 대다수는 미국 퇴역 군인 출신으로, 본국 경찰의 단속을 피하기 위해 개개인으로 위장 생활을 하다가 해외에서 임무를 수행하곤 한다. 예를 들어, 한 용병 조직은 100명 남짓한 구성원들에 불과한데 그들은 평소 각자 합법적인 직업과 신분으로 위장하여 일반 시민처럼 지내다가 임무가 떨어지면 관광객을 가장해 출국을 한다. 비록 이들이 본국에서 불법적인 일을 저지른 것은 아니지만, 무장 전투 요원이기 때문에 정부의 감시를 받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조용히 움직여야 한다는 제약이 있다. 바로 이런 이유로 인해 대부분의 용병 조직의 성장이 제한되는 것이다.하지만 용병 조직이 대놓고 합법적인 영구 거점을 보유하게 된다면,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진다.블랙 드래곤이 시리아와 협력했을 당시 미국 CIA는 그 이유를 조사했는데, 조직이 시리아에서 너무 빨리 성장하는 걸 우려해 개입까지 시도했었다. 하지만 시리아는 블랙 드래곤과의 협력을 고수했고, 그 뒤에는 시리아 내 영향력 있는 반정부 인사 하미드와도 관련이 있는 것으
시후가 말했다. “예전에 아버지 측근으로부터 들은 적이 있습니다. 당시 부모님께서 돌아가신 것이 바로 이런 암살자들의 습격 때문이었다고요. 그들은 임무를 마치자마자 입 안의 독약을 깨물고 현장에서 즉사했다고 들었는데... 이번 사건에서 만난 자들과 방식이 동일했습니다. 비록 두 사건 모두 20년 전 일이긴 하지만, 상대가 수백 년 동안 존재했던 조직이라면, 같은 무리일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제이크 한은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물었습니다. “시후 도련님, 그렇다면 조직이 이미 수백 년이나 된 역사를 가지고 있다는 건 어떻게 아셨습니까?”시후는 대답했다. “내가 한 명을 생포한 한 명에게서 죽음의 전사들이라는 암살자에 대한 정보를 들었습니다.” 그리곤 당시 ‘547’이라는 자로부터 들었던 내용을 모두 제이크 한에게 이야기해 주었다.그 이야기를 들은 제이크 한은 놀라움에 말을 잇지 못하다가, “지난 수백 년 동안 세상에 많은 나라들이 사라졌고, 수많은 전쟁과 재난을 겪었습니다. 두 번의 세계대전과 스페인 독감은 전 세계에 영향을 끼쳤고, 유럽은 수많은 전쟁을 치렀으며, 아시아 역시 아편 전쟁, 러일 전쟁 등을 겪었고, 미국은 남북전쟁까지 겪었죠. 지난 2~300년 동안 이 세계는 혼돈 그 자체였는데, 그런 와중에도 비밀 조직이 존재해 왔다니, 대체 어떻게 그들이 유지될 수 있었을까요...”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저도 그게 가장 궁금한 부분입니다. 그 조직은 단지 살아남은 게 아니라 수세기 동안 세력을 키워온 것 같더군요. 말씀하신 그 모든 국제 정세의 급격한 변화와는 무관하게요. 난 그게 오히려 더 놀라울 따름입니다.” 그러곤 시후는 제이크 한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물론 당신의 상황은 조금 특별하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네요. 그 조직에서 당신을 본 사람은 내가 일부러 생포했던 그 한 명 외에는 모두 죽었고, 당신이 그날 현장에 나타난 것도 계획된 게 아니라 우연이었으니, 그 조직은 당신을 주목하지는 않을 겁니다. 그리고 당신은 오랜
제이크 한도 자신이 이렇게 물이 빠진 수조에 그냥 앉아 있는 모습이 아무래도 뭔가 창피한 일이라는 걸 느꼈다. 그래서 그는 난처한 듯 물었다. "그... 갈아입을 옷이 좀 있을까요...?"시후는 옆에 있는 배유현을 바라보며 말했다. "배유현 씨, 제이크 한 경감의 옷 좀 챙겨 주시겠어요?"배유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재빨리 말했다. "이곳에는 연구원들의 작업복이 많이 있습니다. 하나 가져다 드릴게요!"시후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요. 고맙습니다."배유현은 곧장 돌아가 작업복 한 벌을 들고 돌아왔고, 제이크 한은 옷을 걸친 후 시후와 함께 옆쪽에 마련된 휴게실로 이동했다.시후가 제이크 한에게 물 한 병을 건네자, 그는 받자마자 단숨에 물을 다 마시고는 입가를 닦으며 결심한 듯 말했다. "시... 시후 도련님, 정말 감사합니다... 저는 이런 말을 잘 못하는 성격이기는 한지만, 제 목숨을 살려주신 이상 앞으로 시후 도련님께서 저를 필요로 하신다면, 무슨 일이든 목숨 걸고 따르겠습니다!"그러자 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예를 갖춰 답했다. "마침 잘 됐네요. 내가 부탁할 일이 몇 가지 있어서..."제이크 한은 공손히 손을 모으며 말했다. "말씀만 하십시오!"시후는 손가락 두 개를 펴며 담담히 말했다. "그럼 내가 요청하고 싶은 건 두 가지입니다. 첫째, 당신이 여기서 나간 이후엔, 나를 봤다는 이야기를 그 누구에게도 해서는 안 됩니다. 다른 사람들... 특히 Samson 그룹 사람들이 묻는다면, 당신은 이 상황에 대해서 잘 모르고, 그냥 페이셔스 그룹의 냉동센터에서 깨어난 뒤 나왔다고만 하세요."제이크 한은 놀라며 물었다. "시후 도련님, Samson 그룹 식구들을 구해 주셨는데 왜 아직 서로 만나려고 하지 않으시는 겁니까?"그러자 시후는 담담히 말했다. "그건 내가 곧 말하려는 두 번째 이유와 관련 있어서... 조금만 기다리세요."제이크 한은 고개를 끄덕였고, 곧 이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그런데 만약 Sams
시후는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오호, 당신도 회춘단 얘기를 들은 적 있군? 내 큰 외삼촌에게 들은 거지?”“큰 외삼촌...” 제이크 한은 순간 어리둥절했지만, 곧 시후가 자신이 막 깨어났을 때 그가 안충주의 조카라고 소개했던 걸 떠올리며, 갑자기 깨달은 듯 말했다. “그래, 충주가 분명 내게 얘기했었지...”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외삼촌이 회춘단 얘기까지 꺼냈다면, 경매장에서 쫓겨난 얘기도 같이 했을 텐데?”제이크 한은 눈이 휘둥그레지며 깜짝 놀라 말했다. “네... 네가 그걸 어떻게 알지?!”시후는 웃으며 말했다. “내가 어떻게 모를 수 있겠어. 회춘단도, 지금 얘기한 중소단도 다 내가 소유자니까. 그 경매도 내가 주최한 것이고, 당시 그 자리에서 내가 직접 외삼촌을 쫓아내기도 했거든.”제이크 한은 경악하며 물었다. “그 사람이 네 외삼촌인 걸 알면서도 쫓아낸 거라고?!”시후는 담담하게 말했다. “쫓아낼 땐, 외삼촌의 정체를 내가 몰랐어. 그땐 외삼촌이 가명을 쓰셨으니까.” 그러고는 다시 말했다. “하지만, 설령 내가 외삼촌의 정체를 알고 있었다 해도, 역시 쫓아냈을 거야. 왜냐하면 외삼촌은 내가 정한 규칙을 어기려 했기 때문이야. 경매 시작 전에 분명히 말했지. 회춘단은 누구든 낙찰 받으면 현장에서 즉시 복용해야 하며, 절대 외부 반출이 안 된다고. 그런데 외삼촌은 돈으로 그 규칙을 깨려고 했어.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그를 내쫓은 거지.”제이크 한은 조용히 탄식하며 말했다. “그렇다면... 난 정말 안 죽은 거란 말인가...?” 그는 잠시 멍하니 있다가 다시 물었다. “그런데 궁금한 게 있다. 네가 정말 안예선의 아들이라면, 자신의 출신을 알고 있으면서, 왜 이토록 오랜 세월 동안 외가 쪽 가족들과 만나지 않은 거야?”시후는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왜? 당신은 지금도 내 정체를 의심하는 건가?”제이크 한은 천천히 몸을 일으켜 앉으며, 진지하게 말했다. “의심이라기보다... 난 그냥 이 모든 게 너무 이상해 보이
시후의 말은 제이크 한을 한순간 혼란에 빠뜨렸다. 그는 자신이 조금 전까지 가지고 있던 두 가지 가설이, 지금 이 순간 서로 모순된다는 걸 깨달았다. 우선, 만약 지금 이 모든 것이 현실이라면, 총에 맞아 벌집이 됐던 자신의 몸이 어떻게 살아 있을 수 있는지 도무지 설명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만약 지금 이 모든 게 단지 의식 속에 있던 환상이라면, 또 하나의 의문이 남게 된다. 그 끔찍한 상황 속에서, 자신의 뇌가 어떻게 뇌사 판정을 받지 않고 살아남았는가...?인간의 몸은 일정 시간 동안 혈액 공급을 받지 않았을 때, 대뇌는 최대 5분 밖에 버티지 못하는데, 그 당시 상황으로 판단하기에 자신이 의식을 보존할 수 있을 리 없었다. 그런데 지금 이것은 대체 무슨 상황이란 말인가?시후는 제이크 한이 계속 고민에 빠진 모습을 보며 담담하게 말했다. “내가 말해주지, 당신이 어떻게 살아남았는지.” 그는 이렇게 말한 뒤 잠시 멈추고 다시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날 당신이 총을 맞았을 때, 나는 내 방식으로 당신이 뇌사상태에 빠지지 않도록 막아 두었어. 그래서 이곳까지 무사히 옮겨 냉동할 수 있었지.”제이크 한은 참지 못하고 물었다. “당신 방식? 무슨 방식을 쓴 거야?”시후는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그건 당신이 굳이 알 필요는 없고.”제이크 한은 다시 물었다. “그럼 내가 입은 부상들은? 설령 네가 내 뇌를 살렸다고 쳐도, 내 몸은 어떻게 된 거야?”시후는 진지한 표정으로 답했다. “그건 중소단 덕분이지. 이 약의 약효는 매우 간단해. 당신의 신체가 어떠한 손상을 입었든 간에, 완전히 재구성, 즉 회복하게 해준다는 거야.” 그리고 덧붙였다. “당신이 직접 확인해 봐. 몸에 상처 자국이 하나라도 남아 있는지.”제이크 한은 반사적으로 자신의 저온 보호복을 찢고, 고개를 숙여 가슴을 들여다봤다. 그런 그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자신의 가슴에는 상처는커녕 흉터 하나조차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소리쳤다. “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