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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22장

Author: 로드 리프
시후는 자신이 릴리 앞에 나타난 바로 그 순간, 무의식중에 릴리의 순정을 빼앗아 버렸다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

300년 전에 살던 여인에게 있어서, 한 남자에게 자신의 신체를 보이거나 그렇게 은밀한 접촉을 가졌다는 것은 결론적으로 혼인하는 길 말고는 죽음을 통해 증명하는 것 외에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따라서 시후는 릴리가 이미 마음속으로 이번 생엔 시후 말고는 누구에게도 시집가지 않겠다고 결심했다는 것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게다가 시후는 릴리가 300년의 세월을 살아오면서 그녀의 혼인관이 지금과 전혀 다르다는 것도 알지 못했다.

릴리의 가치관 속에서, 한 남자가 여러 아내를 두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었다. 그녀는 자신이 첩의 신분으로라도 시후의 곁에 있는 것을 전혀 부끄럽게 여기지 않았다. 심지어 릴리는 시후의 아내인 유나를 언니라 부르며 존중할 생각까지 가지고 있었다.

그 시각 시후는 간신히 긴장을 풀고 있었다. 그러나 그가 느낀 피로감은 지금껏 한 번도 겪어본 적 없는 종류였다. 비록 육체는 회복됐고, 영기도 가득 차 있었지만 마음과 정신은 완전히 지쳐 있었던 것이다. 눈을 뜨는 것조차 귀찮을 만큼의 탈진감이었다.

그는 유나에게 남겨둔 편지를 찢어버리고, 오후에는 집에서 푹 쉬기로 했다. 그리고 해질 무렵이 되면 샹젤리 스파 호텔의 별장으로 가서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 그리고 외가 식구들을 정식으로 만나기로 마음먹었다.

침대에 눕자, 몸의 피로는 조금씩 풀려갔지만 머릿속은 여전히 과열된 엔진처럼 멈추지 않았다. 지난 밤의 일들이 마치 슬라이드쇼처럼 머릿속을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

시후는 자신이 죽음의 문턱에 섰던 그 순간을 떠올렸다. 그때의 불가항력적인 절망감과 분노는 아직도 생생했다.

다행히도 릴리가 자신에게 건넨 그 반지가 결정적인 순간, 그의 생명을 구했다. 그렇게 생각하니 시후는 반지를 바라보며 깊은 감사를 느꼈다.

시후는 손에 반지를 쥐고 눈을 감았다. 매끄럽고 온기 어린 촉감을 느끼며 잠시 아무 생각 없이 그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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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는 재벌가 사위다   5923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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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는 재벌가 사위다   5919장

    샹젤리 스파 호텔을 떠난 시후는 곧바로 청년재로 돌아갔다. 간단히 짐을 챙기는 한편, 장인 김상곤과 장모 윤우선에게 오늘 밤 다른 지역으로 급히 떠나 풍수를 봐줘야 하여 출장을 간다고 알리기 위해서였다.두 사람은 시후가 늘 여기저기 바쁘게 다닌다는 걸 이미 익숙하게 알고 있었기에, 이 소식을 듣고도 별다른 놀라움은 없었다.다만 시후의 예상과 달리, 윤우선이 먼저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을 꺼냈다.“은 서방, 하루 종일 이곳저곳 돌아다니기만 하고 쉬지도 않으면 몸 상하는 거 아니니?”뜻밖의 관심에 시후도 조금은 놀라 웃으며 말했다.“어머니,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밖으로 많이 다니긴 해도 실제로는 하나도 안 힘들어요.”옆에서 이를 지켜보던 김상곤이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당신이 뭘 안다고 그래. 우리 사위는 이제 풍수 대가야. 하루 종일 밖을 돌아다닌다지만, 부르는 사람들은 다 큰 회장님들이나 유명 인사들이라니까. 그런 사람들이 풍수 대가를 자기 친아버지보다도 더 공손하게 모시는데, 사위 먹고 자는 걸 허투루 하겠어? 절대 고생 안 시켜. 옛날 같았으면 멀리 가도 몇 명이나 들어주는 가마 태워서 모셔 갔을 거야!”윤우선은 고개를 끄덕이며 시후를 바라보고는 흐뭇하게 웃었다.“역시 우리 사위가 최고네. 돈 많은 사람들이 다 우리 사위한테 돈 쓰겠다고 줄 서는 거잖아!”그러더니 윤우선은 주위를 두리번거리더니 갑자기 말투를 부드럽게 바꿨다.“은 서방, 내가 자네랑 상의할 게 하나 있는데 말이야.”시후는 그 표정을 보자마자 직감했다. 오늘따라 유난히 챙겨 주는 이유가 따로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어머니, 무슨 일이신데요?”윤우선은 머뭇거리며 말했다.“그게 말이야…… 요즘 내가 좀 주머니 사정이 빠듯해서. 자네가 또 멀리 나간다니까 혹시 돈이 필요할 때 자네랑 유나한테 연락해야 할까 봐 걱정돼서 말이야. 그러니까, 가기 전에 용돈을 조금 더 남겨주면 안 될까 해서.”김상곤은 윤우선을 흘겨보며 비아냥댔다.“윤우선

  • 나는 재벌가 사위다   5918장

    시후는 이 모습을 보고서야 비로소 마음을 놓았다.그리고는 안세진을 향해 말했다.“부장님, 박상철 집사는 당분간 LCS 그룹을 떠나 있게 됐습니다. 그동안 LCS 그룹의 총괄 자리는 공석으로 둘 수 없으니, 제가 부장님께 그 자리를 임시로 맡기고 싶습니다. 훗날 박상철이 돌아오면 자리는 다시 돌려주고, 부장님은 부집사로 남으시면 됩니다. 하지만 만약 그가 끝내 돌아오지 않는다면, 그 자리는 계속 부장님이 맡게 될 겁니다.”안세진은 깜짝 놀라 급히 말했다.“도련님…… 제 일은 지금까지도 서울 한 지역을 벗어난 적이 없습니다. 맡은 일도 겨우 정리한 수준인데, 제가 어떻게 박상철의 자리를 대신합니까. 그럴 능력이 없습니다.”시후가 되물었다.“박상철 집사도 처음부터 그 자리에 있었습니까?”“그건 아닙니다만……”안세진은 난처한 표정으로 말했다.“박상철은 10년, 20년에 걸쳐 묵묵히 그 자리까지 올라온 사람입니다. 제 능력은 그에 한참 못 미치고, 경력 또한 사람들을 납득시키기 어렵습니다.”시후는 손을 내저었다.“저는 LCS 그룹의 책임자입니다. 이 자리에는 제가 적합하다고 판단한 사람이 앉는 겁니다. 자격은 제가 부여합니다. 중요한 건, 부장님 본인이 할 의지가 있는지 여부입니다.”“그건…”안세진은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그에게 박상철의 자리는 평생 도달할 수 있을지 조차 장담할 수 없는, 경력의 정점과도 같은 자리였다.사실 그는 자신이 언젠가 그 높이에 이를 수 있으리라 감히 상상해 본 적조차 없었다.다만 시후의 신임을 얻고 중용된 이후부터는, 묵묵히 곁에서 최선을 다하다 보면 언젠가는 기회가 올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가끔 해 보았을 뿐이었다.그마저도 최소 50이 넘어서, 충분한 경험과 경륜을 쌓은 뒤에야 가능하리라 여겼다.그런데 지금, 시후는 그 기회를 단번에 내밀고 있었다.안세진이 두려운 것은 오직 하나, 자신의 역량이 그 자리를 감당하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점뿐이었다.그러나 시후의 눈빛이 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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