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uk제이크 한이 물었다.“항만은 보안이 상당히 엄격할 텐데, 우리가 쉽게 들어갈 수 있겠습니까?”시후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걱정하지 마세요. 방법은 있습니다.”그러고는 말을 이었다.“경감님, 우선 객실부터 올라가죠. 제가 가장 높은 층으로 예약해 뒀으니 거기서 항만 전체를 대략 내려다볼 수 있을 겁니다.”두 사람은 체크인을 마친 뒤 객실 카드를 받아 호텔 22층으로 올라갔다. 객실은 하나는 남쪽, 하나는 북쪽을 향하고 있었는데, 북쪽 객실에서는 카사블랑카 항만이 한눈에 내려다보였다. 북쪽 객실 거실의 통유리창 앞에 선 두 사람은 항만을 내려다봤다. 제이크 한은 가장 먼저 항만 남쪽에 최소 스무 개가 넘는 선로가 깔린 화물 철도 야적장을 발견했다. 그는 선로를 따라 동쪽을 바라보며 말했다.“제가 조사한 바로는 카사블랑카는 모로코 경제의 핵심입니다. 이 나라에서 생산되는 인산염 대부분이 이곳을 통해 세계 각지로 수출됩니다. 폴른 오더의 듀크 마이닝도 이 항구를 통해 인산염을 해외로 내보내고 있으니, 광산에서 생산된 인산염 역시 철도를 이용해 곧바로 부두까지 운송되는 것으로 보입니다.”시후가 물었다.“듀크 마이닝의 수출 내역은 조사해 봤습니까?”“조사했습니다.”제이크 한이 고개를 끄덕였다.“AI가 모로코 인산염 기업들의 수출입 자료를 모두 분석했는데, 그 안에는 듀크 마이닝의 이름이 없었습니다. 듀크 마이닝이 직접 수출하지 않는다면 다른 회사가 대신 수출 절차를 맡고 있다는 뜻입니다.”그는 이어 말했다.“그래서 AI가 카사블랑카 항만에서 수출입 업무를 하는 모든 회사를 조사했고, 그 가운데 한 곳을 특정했습니다. 이 회사는 세계 각국에 인산염을 수출하는 것이 주력 사업인데, 정작 자체 광산은 하나도 없습니다. 여러 인산염 업체의 수출을 대행하는 회사인 셈이죠. AI가 이 회사의 통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연간 수출량이 듀크 마이닝의 생산량보다 조금 많았습니다. 아마 듀크 마이닝 외에도 몇몇 소규모 광산의 수출을
다음 날, 시후와 제이크 한은 헬레나가 마련해 준 새로운 신분을 이용해 노르웨이에서 포르투갈의 수도 리스본으로 향하는 비행기에 올랐다.두 사람의 최종 목적지는 모로코 최대의 도시이자 최대 항구인 카사블랑카였다.이 도시는 동명의 고전 영화로 더 잘 알려져 있으며, 아프리카에서도 손꼽히는 현대적인 도시로, 규모와 발전 수준만 놓고 봐도 아프리카 상위권에 드는 곳이었다. 리스본으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시후는 일등석 반독립형 좌석에 앉아 담요를 몸에 덮은 채, 오로라 아래에서 익힌 수인을 끊임없이 맺으며 체내의 영기를 계속 끌어올렸다.리스본에 도착했을 무렵 시후는 체내 영기가 다시 눈에 띄게 증가해 있다는 것을 느꼈다. 시후는 속으로 결심했다. 영기가 조금만 더 늘어나면 릴리에게 받은 반지에 영기를 주입해 보기로. 그 반지에 정말 더 큰 비밀이 숨어 있다면, 이번에는 아예 영기로 끝까지 채워 넣어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 직접 확인해 볼 생각이었다.예전 같았으면 그런 시도는 엄두도 내지 못했을 것이다. 반지는 아무리 영기를 쏟아부어도 끝없이 빨아들이는 밑 빠진 독과 같았기 때문이다.하지만 이제는 달랐다. 수인을 통해 영기를 계속 만들어 낼 수 있는 만큼, 시후에게는 사실상 끊임없이 공급되는 영기의 원천이 생긴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러니 그 정도의 영기를 쓰는 것을 아까워할 이유도 없었다.리스본에 도착한 두 사람은 혹시라도 훗날 추적의 실마리를 남기지 않기 위해 다시 한 번 변장을 하고 또 다른 가짜 신분으로 갈아탔다. 그리고 리스본에서 소형 항공기를 이용해 지브롤터 해협을 건너 마침내 카사블랑카에 도착했다.카사블랑카에 도착한 두 사람은 포르투갈 국적의 한국계 사업가라는 신분으로 항구 근처의 최고급 호텔에 각각 방을 하나씩 잡았다.두 사람을 가장 놀라게 한 것은 카사블랑카에 생각보다 한국인이 훨씬 많다는 사실이었다.특히 그들이 묵은 호텔은 투숙객 가운데 한국인이 적어도 3분의 1은 되는 듯했고, 대부분 성공한 사업가나 전문직 종사자로
시후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제이크 한에게 물었다.“경감님, 만약 저 죽음의 전사들과 가족 수천 명을 저 인산염 광산에서 모두 빼내 아무도 모르게 시리아까지 이동시켜야 한다면, 좋은 방법이 있을까요?”“그건...”제이크 한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쉽지 않습니다. 수천 명이 한꺼번에 움직이는 것 자체가 너무 큰 일이고, 게다가 그 광산은 해안도 아니니 아무 흔적도 남기지 않는 건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지요...”그는 잠시 생각한 뒤 말을 이었다.“제 생각에는 사실상 철도밖에 답이 없습니다. 배가 없는 상황에서 자동차나 항공기로는 수송 능력이 턱없이 부족합니다. 결국 수천 명을 옮기려면 화물열차를 이용하는 것이 유일하게 가장 현실적일 겁니다.”시후가 다시 물었다.“만약 제가 수천 명의 사람들을 수송해달라고 부탁한다면 어떻게 계획하시겠습니까?”제이크 한은 잠시 생각을 정리한 뒤 설명했다.“우선 광산에서 항구까지 이어지는 철도의 운영 방식부터 파악해야 합니다. 화물열차의 적재와 하역 절차, 인산염 수출 승인 절차, 통관 과정, 선적 방식까지 모두 조사할 겁니다.”“인산염 전용 철도라면 광구에 있는 모든 업체가 이용할 수 있을 거고요. 광산 회사가 자체 화물열차를 운영하면서 철도 사용료를 내는 방식일 수도 있고, 정부가 철도를 운영하면서 운송료를 받는 방식일 수도 있습니다. 어느 쪽이든 특정 광산이 항구까지 직행 화물열차를 편성할 수 있는지가 가장 중요하지요. 만약 듀크 마이닝이 자체 화물열차를 자주 운행한다면 사람들을 밖으로 빼낼 가능성도 훨씬 커집니다.”“그 다음에는 사람들을 화물열차를 이용해 여러 차례 나누어 항구까지 옮겨야 합니다. 그리고 항구 쪽에서도 허점을 찾아 하역과 선적 과정에서 사람들을 안전하게 화물선으로 옮길 수 있어야 하고요. 일단 배에만 태울 수 있다면 성공 가능성은 훨씬 높아질 겁니다.”시후는 낮게 중얼거렸다.“화물칸 하나가 50톤을 실을 수 있다면, 5천 톤 규모의 화물열차는 객차가 아니라 화차
제이크 한 경감의 설명을 모두 들은 시후가 물었다.“제이크 한 경감님은 오랫동안 강력 사건을 수사해 오셨잖습니까. 경감님이 보시기에는 AI의 분석을 믿을 만하다고 생각하십니까?”“충분히 믿을 만합니다.”제이크 한 경감은 고개를 끄덕였다.“물론 이곳이 폴른 오더의 죽음의 전사 거점이라는 직접적인 증거는 아직 없습니다. 하지만 AI는 여러 관점에서 이곳이 얼마나 비정상적인지를 입증했습니다. 다른 후보들은 이상한 점이 한두 가지 정도라면 의심스러운 수준에 그치지만, 이곳은 여러 요소가 동시에 비정상적입니다. 이런 경우에는 의심의 정도가 단순히 더 커지는 것이 아니라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집니다. 특히 핵심적인 정황들이 모두 한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는 점이 중요합니다.”그는 말을 이어갔다.“AI는 스카이라인의 데이터베이스를 전부 분석했습니다. 현재 모로코의 합법적인 인산염 채굴 업체 가운데 지하 광산을 계속 운영하는 곳은 단 한 곳도 없습니다. 불법 채굴조차 지하에서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노천 채굴이 훨씬 저렴하기 때문이죠. 다른 광산들의 지하 갱도는 지난 10여 년간 어느 자료를 봐도 다시 가동된 흔적이 전혀 없습니다. 하지만 듀크 마이닝만은 달랐습니다. AI는 이 회사가 지하 갱도를 은밀히 활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고, 여러 정황상 실제로 지하 시설을 다시 가동한 것도 맞습니다. 그런데도 인산염을 채굴한 흔적은 전혀 없습니다. 이 한 가지만으로도 이미 정상적인 기업 활동이라고 설명하기가 어렵습니다.”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자본의 본질은 이윤을 추구하는 데 있습니다. 이익은커녕 막대한 비용만 들어가는 일이라면 자본은 절대 하지 않습니다. 듀크 마이닝은 엄청난 비용을 들여 지하 갱도를 다시 가동해 놓고도 그것으로 아무런 수익을 내지 않고 있습니다. 그 정도 규모의 지하 시설을 그렇게까지 필요로 하는 조직이라면 폴른 오더 외에는 떠오르지 않는군요.”제이크 한 경감도 동의했다.“듀크 마이닝이 있는 곳은 모로코 최대 인산
무엇보다 릴리는 평범한 소녀가 아니었다. 수백 년을 살아온 데다 헬기까지 조종할 줄 아는 사람이니, 장거리 운전쯤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렇게 돌아오는 길에는 릴리가 운전대를 잡고, 시후는 뒷좌석에 앉아 계속 수행에 집중했다.두 사람이 오슬로에 거의 도착할 무렵, 시후의 체내 영기는 이미 처음보다 약 20% 가까이 늘어나 있었다.그는 릴리에게 말했다.“이 수인이 정말 영기를 계속 만들어 낼 수 있다면, 돌아가자마자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 반지에 숨겨진 능력을 끌어내 볼 생각이야.”올 때도 AI 모델이 있는 데이터센터를 지나왔던 만큼, 시후는 곧바로 제이크 한 경감에게 전화를 걸었다. 마침 제이크 한 역시 그곳에 있었기에, 시후와 릴리는 곧장 데이터센터로 향했다.두 사람이 도착하자마자 제이크 한 경감이 기다렸다는 듯 입을 열었다.“AI 모델이 의심도가 매우 높은 목표를 하나 찾아냈습니다. 모델 스스로도 99.99%는 확실하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시후가 말했다.“그럼 이번에는 무엇을 찾아냈는지, 또 어떤 논리로 그런 결론에 도달했는지 설명해 주시죠.”제이크 한 경감은 곧바로 모니터를 켜고 여러 장의 사진과 위성 영상을 띄웠다. 그는 화면의 한 구역을 가리키며 말했다.“시후 도련님, 여기가 모로코 중부의 인산염 광산 지대입니다. 모로코의 4대 인산염 광구 가운데 하나죠.”시후가 물었다.“이 광구에서 인산염을 채굴하는 회사는 몇 곳입니까?”“조사 결과 모두 여덟 곳입니다.”제이크 한 경감은 위성 사진을 확대했다. 거의 사막처럼 황량한 광구 곳곳에 여러 채굴 업체가 흩어져 있었고, AI가 화질을 보정한 덕분에 작업 차량과 인원까지 어느 정도 식별할 수 있었다.그는 화면 속의 한 구역을 가리켰다.“여기가 AI가 가장 강하게 의심하는 인산염 채굴 업체입니다. 회사 이름은 듀크 마이닝입니다. 설립된 지 35년이 되었고, 그동안 규모도 몇 배나 커졌습니다.”시후가 물었다.“AI는 무엇을 근거로 이곳을 폴른 오더
“새로운 단서를 찾았다고?”시후는 그 말을 듣자마자 눈빛이 밝아졌다.“제이크 한 경감이 구체적으로 뭐라고 했어? 새로운 죽음의 전사 거점을 찾아낸 게 확실한 거야?”“네!”릴리가 고개를 끄덕였다.“제이크 한 경감 말로는 AI가 모로코에 있는 한 인산염 광산을 특정했다고 해요. 선비님께서 돌아오시면 자세한 내용은 직접 설명드리겠다고 했어요.”시후는 잠시 생각하다가 물었다.“내 기억이 맞다면 모로코도 아프리카 국가였지?”“맞아요.”릴리가 대답했다.“모로코는 아프리카 북서부에 있고, 스페인과 포르투갈이 있는 이베리아 반도와 바다를 사이에 두고 마주 보고 있어요. 또 세계 인산염 매장량의 약 70퍼센트를 보유한 나라로도 유명해요.”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렇다면 인산염 광산도 상당히 많겠군. 폴른 오더가 죽음의 전사 거점을 그곳에 숨겨 두었다면 위장하기도 훨씬 쉬웠을 거야. 그렇다면 거의 확실하다고 봐도 되겠네.”릴리가 물었다.“선비님, 중요한 일이니 지금 바로 돌아가는 게 좋지 않을까요?”시후는 고개를 저었다.“조금만 더 있어 보자. 릴리도 오로라를 더 보고 싶다고 했잖아. 나도 오늘 밤 다시 오로라를 보면서 또 다른 변화가 나타나는지 확인해 보고 싶어. 아무 일도 없다면 오늘 밤 바로 오슬로로 출발하자.”“네. 선비님 뜻대로 할게요.”아직 해가 완전히 지기 전, 시후와 릴리는 차를 몰고 나가 간단히 식사를 마친 뒤 별장으로 돌아왔다. 돌아오자마자 시후는 곧바로 가부좌를 틀고 앉아 수인을 맺으며 다시 수행을 시작했다. 전날 밤 내내 반복해서 익힌 덕분에 그는 이제 이 수인을 완전히 몸에 익힌 상태였다. 손놀림은 막힘없이 이어졌고, 영기의 운용도 한층 자연스러워졌다.몇 시간이 흐르자 체내 영기는 다시 눈에 띄게 증가했고, 시후는 이 수인의 효과를 더욱 확신하게 되었다.시후는 밤이 깊어 가도록 계속 수행했고, 마침내 오로라가 다시 밤하늘에 모습을 드러냈다.시후와 릴리는 함께 밖으로
무대 아래 두 무리의 사람들은 서로 다른 속내를 품고 있었지만, 모두가 조금 전 시후가 한 말에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수건을 들고 있는 중앙대장의 이름은 메이슨으로, 그와 뜻을 함께 하기로 한 동료들은, 손에 쥐고 있는 수건을 마치 부귀영화로 가는 열차의 티켓이라도 되는 양 무의식적으로 꽉 쥐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그들의 곁에 있는, 수건을 들지 않은 특수부대 대원들이 이미 곁눈질로 그들을 예의주시하고 있었고, 언제든지 공격을 개시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었다.단상 위의 시후는 미소를
시후가 방문한다는 소식을 들은 소이연은 가장 먼저 자신의 부모님과 외조부 하성호에게 알렸다.진주 하 씨 사람들은 몹시 흥분하여, 온 가족들을 정원에 불러내 시후를 맞이할 준비를 했다. 시후가 진주 하씨 저택에 도착했을 때, 진주 하씨 집안 사람들은 이미 양옆에 줄을 맞추어 그를 기다리고 있었고, 한층 더 생기 있는 모습의 소수도 역시 환영 대열에 있었다.시후가 차에서 내리자마자, 하성호의 지휘 아래 진주 하 씨 사람들은 일제히 무릎을 꿇고 정중하게 외쳤다. “은 선생님 안녕하십니까!”소수도 역시 진주 하씨 사람들이 모
이때 이중열이 요리 두 접시를 들고 올라왔다. 하나는 간판 메뉴인 삼겹살이었고, 다른 하나는 그의 특기인 양념 목살 구이였다. 그는 음식을 시후와 고은서 앞에 놓으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도련님, 은서 아가씨, 가게에 단골손님이 한 분 오셨는데, 유명한 경감 제이크 한도 함께 왔더군요. 두 분은 당분간 아래로 내려가지 않는 게 좋겠습니다."시후가 급히 물었다. "삼촌, 제이크 한이 아저씨를 알아보지는 않았나요?""아니요." 이중열이 말했다. "그날 제 모습은 평소와 달라서 기억하기 어려울 겁니다. 게다가 그 날은 딱 한 번 스쳐
시후의 한마디에 안드레와 황석례 일당은 모두 놀라고 말았다. 그리고 황석례는 속으로 생각했다. ‘저기 저 성도민이란 놈이 미쳤다고 해도.. 은시후 저 놈도 같이 미친 건가?’ 모두가 의아해하고 있을 때, 성도민은 시후에게 공손히 고개를 숙인 후, 황석례와 안드레를 바라보며 담담하게 말했다. "자기소개를 하자면, 나는 성도민이라고 한다." "성도민?!" 황석례는 이 이름을 듣자마자 순간 멍해졌다. 어디선가 이 이름을 들어본 듯한 기분이 들었지만, 구체적으로 누구였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때 안드레가 무의식적으로 말했다. "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