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헬레나가 자신의 속마음을 곧바로 꿰뚫어 말하자 하워드 로스차일드는 잠시 망설였지만 더 이상 숨기지 않고 공손히 말했다.“여왕 폐하, 솔직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도 이제 나이가 적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이렇게 직접 북유럽까지 와서 AI 모델 납품을 끝까지 챙긴 이유는 단 하나입니다. 그 신비한 거풍환 반 알을 하루라도 빨리 손에 넣고 싶었기 때문입니다.”잠시 말을 멈춘 그는 다시 입을 열었다.“이제 AI 모델도 성공적으로 인도됐습니다. 게다가 이 모델에는 엔비디아의 최신 최고급 칩이 사용돼 실리콘밸리의 그 시스템보다도 성능이 훨씬 뛰어납니다. 그날 시연했던 영상 처리만 봐도 인터넷에서 화제가 되는 AI 결과물과는 비교 자체가 되지 않습니다. 온라인에서 보는 AI 영상도 얼핏 보면 매우 사실적이지만 영화 특수효과처럼 자세히 보면 허점이 드러납니다. 하지만 이번 AI 모델이 처리한 영상은 진짜와 거의 구분이 되지 않을 정도입니다. 처리하는 내용만 너무 황당하거나 부자연스럽지만 않다면 전문가에게 분석을 맡겨도 문제점을 찾아내기 어려울 겁니다.”헬레나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하워드 로스차일드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인터넷에는 영상을 처리하는 AI 모델이 많지만 대부분은 오락용 수준이라 사실감이 부족하다는 것이 한눈에 드러난다. 하지만 실리콘밸리의 이 AI 모델이 렌더링한 영상은 차원이 달랐다. 진위를 완벽하게 속일 수 있을 정도로 극도로 좋은 퀄리티를 자랑한다.만약 이번 임무의 완성도를 평가한다면 하워드 로스차일드는 충분히 완벽하게 임무를 수행한 셈이었다. 그래서 헬레나는 더 이상 빙빙 돌리지 않았다. 곧바로 주머니에서 일회용 장갑 한 켤레를 꺼낸 뒤 시후에게 받은 거풍환 한 알을 꺼내 하워드 로스차일드에게 보여 주며 말했다. “하워드 로스차일드 씨, 이것이 당신이 그토록 원하던 거풍환입니다. 우리의 약속대로 이제 500억 달러에 이 거풍환의 절반을 구매하실 수 있습니다.”거풍환을 본 하워드 로스차일드는 더욱 흥분하며 연신 말했다.
그때 시후가 정색하며 말했다.“헬레나, 좀 더 결단력 있게 행동하세요. 항상 망설이기만 해서는 안 됩니다. 이번 일은 제가 말한 대로 하세요. 조금도 주저하지 말아요.”시후의 말에 헬레나는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녀의 머릿속에는 예전에 시후가 의식을 잃었을 때, 자신이 모든 옷을 벗고 그의 곁에 누워 있었던 순간이 떠올랐다.그때의 자신은 결단력이 부족했다. 계속 망설였고, 결국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문득 그녀는 그때를 후회하기 시작했다.‘그때도 은시후 씨 말씀처럼 조금만 더 과감했더라면... 조금만 더 결단력 있었더라면...’그 생각에 헬레나의 마음은 더욱 복잡해졌다. 그녀는 손에 든 거풍환을 내려다보다가 다시 시후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이전과는 전혀 다른, 단호한 눈빛과 목소리로 말했다.“은시후 씨, 걱정하지 마세요. 앞으로 더 이상 망설이지 않을게요. 끝까지 결단력 있게 행동하겠습니다.”시후는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지 못했다. 오히려 만족스럽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지금 당신은 여왕입니다. 수백만 국민의 사랑을 받고 수천만 국민의 존경을 받는 사람이죠. 결단력과 단호함은 반드시 갖춰야 할 자질입니다. 사람들은 당신의 분위기만 봐도 그런 모습을 느낄 수 있어야 합니다.”헬레나는 힘주어 고개를 끄덕였다.“은시후 씨, 알겠습니다!”그러고는 매우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거풍환 반 알은 하워드에게 드리고, 나머지 반 알은 그 사람 앞에서 제가 바로 복용하겠습니다. 그리고 은시후 씨 말씀대로 지난번 250억 달러도 그대로 남겨 두겠습니다. 앞으로 은시후 씨께서 무엇을 시키시든 저는 절대로 조금도 망설이지 않겠어요.”시후는 그녀의 변화가 다소 놀라웠다. 짧은 시간 안에 이렇게 달라질 줄은 예상하지 못했지만, 한편으로는 무척 기뻤다. 그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이렇게 짧은 시간 안에 당신에게서 이렇게 큰 변화를 보게 되어 기쁜데요.”헬레나는 장난기 어린 미소를 지으며 윙크한 뒤 거풍
헬레나와 로스차일드 부자의 만찬이 막바지에 접어들 무렵, 시후와 릴리도 왕궁으로 돌아왔다.제이크 한과 안태풍은 아직 데이터센터에 남아 있었다. 제이크 한은 기술진과 함께 AI 모델에 복잡한 선별 규칙을 어떻게 설정할지 논의하고 있었다. 규칙이 완성되면 AI가 전 세계 기업 정보를 검색해 결사대 거점을 운영할 가능성이 있는 기업들을 최대한 추려낸 뒤, 하나씩 제외해 가며 범위를 가능한 한 좁혀 나갈 계획이었다.시후는 기술에는 문외한이었다. AI가 복잡한 계산과 추론을 수행하도록 설정하는 방법도 알지 못했기 때문에 그 일은 전문가들에게 맡겼다. 한편 그는 이미 계획대로 자판기 문제를 해결할 사람들도 배치해 두었다. 머지않아 전 세계의 자판기들은 인터넷을 통해 대량의 영상 자료를 AI 모델에 업로드하게 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오시연의 동선을 파악할 수 있게 된다.오시연이 모습을 드러낸다는 것은 단순히 그녀 한 사람을 발견하는 데 그치지 않을 것이다. 그녀가 나타나는 순간 수많은 단서가 함께 따라오게 될 것이고, 그 단서들을 통해 폴른 오더와 관련된 더 많은 정보를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시후는 오시연의 전용기가 보통 아르헨티나를 거점으로 이착륙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녀의 본거지는 분명 아르헨티나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을 것이고, 대륙 간 이동을 할 때도 아르헨티나를 중간 기착지로 삼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따라서 아르헨티나의 모든 공항이 자신의 감시망 안에 들어오는 순간, 그녀의 행적은 손바닥 들여다보듯 파악할 수 있게 된다.시후가 왕궁에 도착하자 집사가 가장 먼저 그 사실을 헬레나에게 보고했다.헬레나는 로스차일드 부자에게 말했다.“두 분,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처리할 일이 조금 있어서 잠깐 실례하겠습니다.”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우아한 걸음으로 연회장을 빠져나갔다.곧장 시후의 객실에 도착한 헬레나는 가볍게 문을 두드렸다. 문이 열리자 거실 소파에 앉아 있는 시후가 보였다. 그녀는 서둘러 다가와 공손히 말했다.“은시후
스티브 로스차일드는 어쩔 수 없었지만 더 말하기도 어려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알겠습니다. 아버지 뜻대로 하겠습니다.”그때 예복을 차려입은 헬레나가 위엄 있고 품격 있는 모습으로 엘리사 일리아드와 함께 안으로 들어왔다.부자는 대화를 멈추고 동시에 자리에서 일어났다.헬레나는 치맛자락을 살짝 들어 올린 채 두 사람 앞으로 다가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두 분 다 그렇게 격식을 차리지 않으셔도 돼요. 어서 앉으세요.”두 사람은 그제야 다시 자리에 앉았다. 앉자마자 하워드 로스차일드가 입을 열었다.“여왕 폐하, 이제 협력도 거의 마무리된 것 같습니다. 혹시 제가 더 해야 할 일이 있다면 언제든 말씀해 주십시오. 일을 마친 뒤에는 우선 뉴욕에 돌아가 처리할 일이 좀 있습니다. 그 일을 끝내고 다시 노르웨이로 와서 새로운 투자 계획을 추진하려 합니다.”하워드 로스차일드의 말은 매우 에둘러 표현되어 있었지만, 헬레나는 그 속뜻을 어렵지 않게 알아차렸다. 결국 언제 약속을 지켜 줄 것인지, 가능하면 빨리 약속을 이행해 자신이 뉴욕으로 돌아갈 수 있게 해 달라는 뜻이었다.헬레나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제 쪽에서는 더 부탁드릴 일은 없어요. 미국으로 돌아가셔야 한다면 내일 바로 돌아가셔도 됩니다.”그 말을 들은 하워드 로스차일드는 본능적으로 기뻐했다. 헬레나가 이렇게 말하는 걸 보니 약속을 지킬 생각인 것 같았다. 하지만 곧바로 마음 한구석이 다시 불안해졌다. 혹시 정말 말 그대로 내일 돌아가라는 뜻이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 무엇보다 거풍환에 대해서는 암시조차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하워드 로스차일드가 헬레나의 의중을 가늠하지 못해 쉽게 대답하지 못하고 있을 때, 헬레나가 다시 입을 열었다.“아, 맞아요. 하워드 로스차일드 씨. 만찬이 끝난 뒤에 시간을 조금만 더 내주실 수 있을까요? 지난번 협력과 관련해서 함께 정리해 볼 내용이 조금 있어요. 오래 걸리지는 않을 거예요. 십여 분 정도면 충분한데 괜찮으시죠?”그 말을 들은
노르웨이 왕궁.로스차일드 부자는 하루 만에 다시 이곳으로 초청받아 헬레나 여왕의 만찬에 참석했다.하워드 로스차일드는 이미 마음이 들떠 있었다.AI 모델 인도가 모두 끝났으니 이제 헬레나도 약속을 지켜 자신에게 거풍환 반 알을 팔 차례였기 때문이다. 어쩌면 오늘 만찬도 바로 그 일을 위한 자리일지 몰랐다.하지만 한편으로는 이해되지 않는 점도 있었다. 자신은 이미 헬레나와 아들 앞에서는 거풍환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지 않기로 약속했다. 그런데 오늘 밤 거풍환을 판다면 타이밍이 그리 적절해 보이지 않았다.반면 옆에 앉은 스티브는 이제 노르웨이 왕궁에 아무런 흥미도 없었다. 그는 하루빨리 뉴욕으로 돌아가 준비를 마친 뒤 가능한 한 빨리 한국으로 떠나고 싶은 생각뿐이어서 이번 만찬 내내 어딘가 집중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만찬이 시작되기 전, 헬레나는 시후에게 전화를 걸어 지시를 구했다.“은시후 씨, 잠시 후 로스차일드 부자와 함께 저녁 식사를 할 예정인데요. 하워드 로스차일드에게 팔기로 한 거풍환 반 알은 언제 전달할 계획이신가요? 오늘 주실 생각이 아니라면 제가 돌려서 미리 이야기해 두겠습니다.”시후가 웃으며 말했다.“우선 마음 편히 식사하게 두세요. 저는 조금 있다가 왕궁으로 갈 테니 그때 거풍환을 드리고, 겸사겸사 스티브도 한번 만나겠습니다.”헬레나가 물었다.“그럼 오늘 밤 하워드 로스차일드에게 거풍환을 판매하는 건가요?”“네.”시후가 말했다.“오늘 넘기죠. 그래야 내일 바로 미국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겁니다.”“알겠습니다.”헬레나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왕궁에 도착하시면 말씀해 주세요. 제가 찾아뵙겠습니다.”전화를 끊은 헬레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연회장으로 향했다.그때 로스차일드 부자는 이미 한참 전부터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헬레나가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자 스티브 로스차일드가 참지 못하고 작은 목소리로 하워드 로스차일드에게 물었다.“아버지, 여기서 일은 거의 다 끝난 것 같은데 언
“그렇습니다.”나훈구가 고개를 끄덕였다.“이론적으로는 그렇습니다. 하지만 지구는 둥글기 때문에 위성은 수직으로 내려다보는 각도에서 촬영할 때 가장 좋은 영상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위성 한 기가 커버할 수 있는 범위에는 한계가 있죠. 전 세계를 촬영하려면 충분히 많은 위성을 마치 실뭉치처럼 지구를 감싸도록 배치해야 합니다. 그래야 어디를 촬영하든 수십 분 안에 그 상공을 지나가는 위성이 생깁니다. 반대로 위성 수가 적으면 그 주기는 더 길어질 수밖에 없습니다.”시후가 물었다.“원하는 곳이라면 어디든 하루 안에 촬영할 수 있게 하려면 위성이 몇 기 정도 필요합니까?”“기술이 충분히 갖춰져 있다면 네다섯 기면 됩니다.”나훈구가 말했다.“지금 미국의 성숙한 민간 기업들 가운데는 대부분 그 정도 능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앞선 업체들은 하루에 같은 목표를 8번까지 재촬영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필요하면 위성을 제어해서 하루 동안 목표 지점을 8번 지나가게 할 수 있으니, 3시간마다 한 번씩 촬영하는 셈이죠.”시후가 다시 물었다.“그런 회사는 대략 얼마쯤 합니까? 통째로 인수할 수는 없습니까?”나훈구가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기억이 맞다면 기업가치가 대략 30억에서 40억 달러 정도일 겁니다.”그러고는 덧붙였다.“다만 그런 회사를 실제로 인수하는 건 꽤 까다롭습니다. 미국 기업 대부분은 창업자가 엔젤투자를 시작으로 조금씩 자금을 유치하며 성장한 경우라 시가총액이 수십억 달러 규모에 이르면 크고 작은 주주만 해도 수십 명은 됩니다. 인수 자체도 쉽지 않을 뿐더러 상장폐지와 비공개 전환 문제까지 얽혀 있죠. 비록 민간기업이라고는 해도 핵심 기술을 어느 정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 정부도 마음대로 매각하는 걸 허용하지 않습니다. 실제로 거래가 이루어지려면 매도자와 매수자 모두 엄격한 심사를 통과해야 할 가능성이 큽니다.”시후가 물었다.“그렇다면 제가 머스크에게 충분한 돈을 준다고 해도 스페이스X를 살 수는 없다는
두 번째 줄에 앉아 있던 배원중은 토드의 말라 비틀어진 사지가 순식간에 생기를 되찾는 모습을 직접 목격하고는 극도의 충격을 받았고 옆에 있던 원서훈에게 조용히 물었다. “원 선생, 당신은 견문이 넓은 사람이니.. 하나 물읍시다. 세상에 이런 신비한 약이 있다는 소문을 들어본 적이 있소?”원서훈은 멍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이 순간 그의 마음은 이미 엄청난 파도가 요동치고 있었다. 그는 무술인이었기 때문에 이 세상에 대한 인식이 일반 사람들보다 한층 더 깊었다. 그러나 그런 그조차도 이런 신비한 약을 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그는
이화룡이 안세진을 놀리는 것을 본 시후는 웃음을 참지 못하며 고선우 회장의 블랙 드래곤에 대한 제안을 떠올렸다. "이화룡 씨, 이제 당신도 시간을 좀 더 들여 자기계발을 해야 할 것 같아요. 앞으로는 자잘한 일들은 직접 처리하지 말고 모든 것들을 부하들에게 맡겨 그들이 알아서 처리하도록 하세요.”이화룡은 주저 없이 동의하며 말했다. "예, 도련님.. 말씀하시는 것은 제가 무엇이든 하겠습니다. 돌아가서 회의를 열고 모든 문제를 부하들에게 맡기도록 하겠습니다." 이화룡은 이렇게 말한 뒤 어색하게 물었다. "그런데 도련님... 제가 할
셰이크가 블랙 드래곤과 협의에 이른 뒤 이 소식을 아덴만으로 가져오자, 아덴만의 해적 조직 전체는 완전히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심지어 그들은 죽을 고비를 넘긴 듯한 느낌까지 들었다. 지금 그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바로 블랙 드래곤이 그들을 완전히 몰살시켜, 생계 수단을 완전히 없애 버리는 것이었다. 하지만 뜻밖에도, 블랙 드래곤은 아덴만의 호위 사업을 완전히 독점할 생각이 없었다.이 사실을 알게 되자, 해적들은 충분히 생활할 수 있는 공간이 생겼다. 해적들은 모두 기뻐하며 두 가지 합의점에 도달했다. 첫째, 블랙 드래곤의 보
은 회장의 포효는 입을 열려고 하던 모든 사람들을 침묵하게 만들었다. 그들은 자신들의 운명을 시후의 손에 맡길 수는 없었지만, 은 회장에게 아직 탈출구의 열쇠가 쥐어져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므로 이때 그들이 가장하면 안 되는 것은 바로 공개적으로 은 회장과 척을 지는 일일 것이다. 만약 은 회장이 정말로 상대방의 요구를 받아들이고 돈을 써서 이 난리에서 벗어나기라도 한다면, 나중에 일이 처리된 후 대놓고 자신에게 등을 돌린 사람들을 찾아내어 정리할 것이다.그러자 은정공은 아버지의 말에 반기를 드는 것을 포기하고 앞장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