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uk시후는 인색한 사람이 아니었지만 영기만큼은 정말 아까웠다. 더구나 이번에 날린 영기는 전례 없는 수준이었다. 몸속에 원래 있던 영기에 수인을 운용해 모은 영기, 배원단 다섯 알로 보충한 영기까지 모조리 사라졌다. 그 손실은 100억 달러를 잃은 것보다도 뼈아팠다.릴리도 자신이 먹인 배원단 다섯 알의 영기가 흔적도 없이 사라질 줄은 몰랐다. 그녀가 놀라서 물었다.“선비님, 영기가 아무 이유 없이 사라질 수는 없잖아요. 혹시 반지가 또 흡수한 것 아닐까요?”시후가 고개를 저으며 풀이 죽은 목소리로 말했다.“이번에는 정말 반지가 아니야. 영기를 전부 반지로 보내려고 했는데, 수인으로 모은 영기가 내 통제를 따르지 않았어. 오히려 스스로 의식이라도 있는 것처럼 원래 내 것이던 영기까지 휘감아 식해로 돌진했지. 그 바람에 내 영기까지 통제할 수 없게 됐어. 네가 계속 배원단을 먹이자 단전에 새로운 영기가 생긴 걸 알아차린 듯 방향을 돌려 다시 내려왔고, 배원단을 먹을 때마다 되돌아와 영기를 모조리 집어삼켰어. 아무래도 처음부터 나를 속이려고 함정을 판 것 같아. 처음에는 작은 이익을 던져 주고 계속 헛된 기대를 품게 한 거지. 나는 수인의 도움으로 영기가 두 배가 됐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그놈이 노린 건 내 원금이었던 거야…….”시후는 배원단 다섯 알을 떠올리며 얼굴을 감싸고 한탄했다.“이건 나를 강제 청산시킨 것도 모자라 다섯 배 레버리지까지 쓰게 만들어 또 털어먹은 거나 마찬가지야…… 젠장! 주식시장에서 개미들을 유인한 뒤 모조리 털어먹는 악질 작전 세력과 다를 게 뭐야?!”릴리가 중얼거렸다.“아무리 그래도 선비님이 수인을 운용해 모은 영기일 뿐이잖아요. 영기에 자의식이 있을 리도 없는데 어떻게 그토록 교활하게 움직일 수 있었을까요…….”시후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나도 이해가 안 돼. 전혀 말이 되지 않아…….”릴리가 물었다.“영기를 반지가 흡수한 게 아니라고 확신하신다면, 혹시 다른 무언가가 흡수한 건 아닐까요?”
하지만 시후는 이미 체력이 눈에 띄게 떨어진 상태였다. 온 힘을 다해 이를 악물어도 그를 구하려는 릴리를 막을 수 없었다. 릴리는 시후의 양쪽 뺨을 세게 눌러 위아래 치아를 억지로 벌린 뒤 배원단을 한 알 더 입에 넣었다.그러자 기이한 영기는 시후의 몸속에서 또다시 스네이크 게임을 하듯 새로 생긴 영기를 집어삼켰다.세 알, 네 알, 다섯 알…….릴리는 시후에게 무슨 일이 생길까 봐 배원단 다섯 알을 모두 먹였다. 그러면서 쉴 새 없이 간절하게 외쳤다.“선비님! 제 목소리가 들리세요? 아직도 영기가 부족한 건가요? 더 필요하다면 금고 비밀번호를 알려 주세요. 제가 배원단을 더 꺼내서 먹여 드릴게요!”그러나 시후는 대답할 수 없었다. 이미 무시무시할 정도로 강해진 영기가 다시 방향을 돌려 그의 머리를 향해 돌진하고 있었다.막강한 영기가 식해로 쏟아져 들어오자 시후의 눈앞이 캄캄해졌다. 머리가 안쪽에서부터 터질 듯 부풀어 오르는 극심한 통증이 밀려왔고, 곧이어 그는 의식을 잃었다.시후가 의식을 잃은 순간, 식해 위에 갑자기 웅장하고 위엄 넘치는 거대한 목탑이 솟아올랐다. 그 모습은 사방보당과 완전히 똑같았다.하지만 의식을 잃은 시후는 그 광경을 전혀 볼 수 없었다.망망대해처럼 넓은 시후의 식해에서는 막강한 영기가 모든 것을 집어삼킬 듯 거센 파도를 일으켰다. 그러나 무서운 기세로 몰아치던 영기는 곧 수없이 작은 빛의 입자로 변해 허공에 떠 있는 목탑을 향해 쏟아져 들어갔다.영기로 이루어진 빛의 입자들을 흡수한 목탑은 불과 직전까지만 해도 오랜 세월을 견딘 듯 낡고 훼손된 모습이었지만, 눈 깜짝할 사이에 찬란한 일곱 빛깔의 불광을 내뿜었다. 벗겨지고 바랬던 단청도 조금씩 본래의 빛깔을 되찾았다. 마치 천 년의 세월을 거슬러 막 완공된 순간으로 돌아간 듯했다.새롭고 장엄하며 엄숙한 목탑은 시후의 식해 위에 떠 있었다. 모든 영기를 흡수한 목탑은 다시 식해 속으로 가라앉더니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시후의 식해도 다시 평온을 되찾
원래 시후의 통제를 따르지 않던 영기가 갑자기 깊은 잠에서 깨어난 듯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 영기는 순식간에 시후가 원래 지니고 있던 영기까지 휘감은 채 둑이 터진 홍수처럼 한꺼번에 쏟아져 나왔다.시후 역시 통제할 수 없던 영기가 갑자기 움직일 줄은 몰랐다. 놀랍고 기뻤던 그는 이를 영기를 움직일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했다.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영기로 나머지 영기를 이끌어 반지 안으로 강제로 불어넣을 생각이었다.하지만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전에는 수인으로 모은 영기만 통제되지 않았고 원래 자신의 영기는 뜻대로 움직일 수 있었는데, 이제는 자신의 영기마저 통제되지 않았던 것이다!시후는 손가락 끝으로 반지를 가볍게 집고 있었다. 그의 계획은 단전에서 끌어낸 영기를 손가락을 통해 모두 반지 안으로 불어넣는 것이었다. 그러나 뒤섞인 두 영기는 단전에서 빠져나온 뒤 팔로 향하지 않고 곧장 시후의 머리로 치솟아 식해 속으로 쏟아져 들어갔다.갑작스러운 상황에 시후는 크게 놀랐다. 자신의 몸을 누구보다 잘 아는 만큼 그토록 거대한 영기가 한순간에 머리로 몰려들면 식해가 감당하지 못한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영기가 한꺼번에 들이닥치면 식해가 그대로 무너지거나, 자칫 뇌 전체가 곤죽이 될 수도 있었다.극도로 긴장한 시후는 필사적으로 영기를 통제하려 했다. 팔과 목, 뺨에 핏줄이 불거질 정도로 힘을 줬지만 영기는 조금도 제어되지 않았다.릴리는 시후가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힘겨워하며 온몸에서 땀까지 흘리는 모습을 보고, 그가 더 이상 버티지 못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릴리는 시후가 당부한 대로 황급히 그의 입에 배원단 한 알을 넣었다.시후는 온 힘을 다해 영기를 이끌려 했지만 모든 시도가 헛수고로 돌아갔다. 의식마저 혼미해진 순간, 단전에서 갑자기 강하고 순수한 영기가 솟구쳤다. 시후에게 매우 익숙한 영기였다. 바로 배원단의 약효로 생성된 영기였다.시후는 본능적으로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지금은 그런 것을 따질 때가 아니었다. 통제되지 않는 영
늦은 밤, 비행기는 인천 공항에 무사히 착륙했다. 시후와 릴리가 공항을 나서자 이화룡이 이미 기다리고 있었다.시후를 발견한 이화룡은 즉시 앞으로 다가가 공손하게 말했다.“도련님, 돌아오셨군요.”시후가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집에는 별일 없죠?”“네, 모두 잘 지내고 있습니다.”이화룡이 웃으며 말했다.“평소 업무와 샹젤리 온천 모두 문제없이 돌아가고 있습니다. 어르신 두 분도 잘 지내고 계시고요. 제가 자주 찾아뵙고 있습니다. 장인어른께서도 요즘 기분이 많이 좋아지셨습니다. 그저께는 지인들과 해븐 스프링스에서 식사도 하셨습니다. 요즘 배 회장도 장인어른께 꽤 깍듯하게 대하고 있고요. 사모님 쪽에도 사람을 붙여 몰래 살펴보게 했는데 별다른 이상은 없었습니다.”“좋아요.”시후가 말했다.“내가 돌아왔다는 사실은 당분간 아무에게도 알리지 마세요. 오늘 밤에는 우선 샹젤리 온천으로 갈 생각이에요. 일이 순조롭게 끝나면 내일 낮에 집으로 데려다주세요.”이화룡이 공손하게 대답했다.“알겠습니다, 도련님. 그럼 지금 바로 출발하시죠!”늦은 밤이라 도로는 막힘 없이 한산했다. 30분 뒤 시후는 샹젤리 온천에 있는 자신의 산중턱 별장에 도착했다. 그는 이화룡에게 돌아가서 쉬라고 한 뒤 릴리와 함께 별장 안으로 들어갔다.시후는 한시라도 빨리 반지를 시험해 보고 싶었기에 두 사람은 곧장 지하실로 향했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시후는 환약을 보관해 둔 금고에서 배원단 세 알을 꺼냈다.금고 문을 닫으려던 그는 잠시 망설이다가 다시 배원단 다섯 알을 더 꺼내며 중얼거렸다.“미리 준비해서 나쁠 건 없지. 어쩌면 한 알도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고.”그제야 시후는 반지를 꺼내 눈앞에 놓았다. 호흡을 가다듬은 시후가 릴리에게 말했다.“릴리, 잠시 후 내가 반지 안으로 영기를 불어넣을 테니 옆에서 지켜보기만 하면 돼.”릴리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선비님, 제가 도와드릴 일은 없나요?”시후는 배원단 다섯 알을
노르웨이 왕실이 빌린 전용기 한 대가 수도 오슬로를 이륙해 한국으로 향했다. 널찍한 비행기에는 두 개 조의 승무원 외에 별도의 서비스 직원이 한 명도 없었고, 객실에는 시후와 릴리만 타고 있었다.비행기 안에서 시후는 위성 인터넷을 통해 성도민이 보낸 서면 보고를 받았다. 현재 듀크 마이닝의 죽음의 전사와 특수부대원, 그 가족들을 태운 화물선 여러 척이 지브롤터 해협을 무사히 빠져나온 상태였다. 이는 그들이 폴른 오더의 위협에서 완전히 벗어났다는 뜻이었다.지브롤터 해협에서 시리아까지는 지중해만 건너면 됐다. 약 3천 킬로미터를 항해하면 되니 일주일 후부터는 블랙드래곤의 시리아 기지에 차례로 도착할 수 있을 터였다.시후는 송서아를 최대한 빨리 서울로 데려와 먼저 카운트 파스테드를 만나게 할 생각이었다. 시후가 릴리에게 물었다.“릴리, 송서아 씨를 한국으로 데려올 방법이 있을까? 출입국 기록은 전혀 남지 않아야 해. 위조 신분을 사용한 기록조차 남아서는 안 되고, 다른 입국자들의 눈에도 띄지 않아야 하고.”릴리는 잠시 생각한 뒤 말했다.“그럼 선비님께서 먼저 성도민 씨에게 송서아 씨를 시리아로 데려가라고 하세요. 블랙드래곤은 시리아 정부군이나 반군과 미묘한 관계를 맺고 있으니, 입국할 때도 분명 공식 경로를 이용하지 않을 거예요. 우선 송서아 씨를 시리아로 데려간 뒤 블랙드래곤 장병들에게 무술 수련의 요령을 가르치게 하는 것도 좋겠네요. 저도 조만간 한국에서 시리아로 인도적 지원을 하러 가는 비행기가 있는지 물어볼게요. 그런 비행기가 있다면 송서아 씨를 귀국편에 태워 보내면 돼요. 아마 손 씨에게 물어보면 입국 문제도 분명 해결할 수 있을 테니 아무런 기록도 남지 않고 누구에게도 모습을 보이지 않을 거예요.”시후가 감탄하며 말했다.“좋은 방법이네. 그럼 나중에 한번 알아봐 줘.”릴리가 시후에게 물었다.“선비님께서는 송서아 씨와 카운트 파스테드의 독이 발작하기 전에 두 사람의 몸속에 있는 맹독을 해독할 자신이 있으신가요?”
지난 며칠 동안 시후는 계속 수인을 운용해 영기를 모았지만, 그 반지만큼은 감히 건드리지 못했다. 하지만 이제 모든 일이 거의 해결됐으니 한국으로 돌아간 뒤에는 딱히 걱정할 것도 없었다. 설령 반지가 자신의 영기를 모조리 빨아들인다 해도 곧바로 배원단을 먹어 보충하면 될 것이다. 아예 반지와 올인 승부를 벌여 누구의 밑천이 더 많은지, 누가 마지막 패까지 버틸 수 있는지 확인해 볼 수도 있었다.릴리도 시후의 계획을 적극적으로 지지했다. 그녀는 맹장명이 여러 가지 사심과 계략을 품고 있었지만, 과거 자신의 아버지와 오시연을 산에서 내려보내 나라를 바로 세우게 한 것만큼은 진심이었다고 생각했다. 결코 거짓으로 꾸며 낸 마음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반지는 위기의 순간에 사람의 목숨을 한 번 구해 주는 것 외에도 분명 다른 용도가 있을 터였다.시후는 릴리와 함께 한국으로 돌아갈 생각이었지만 제이크 한은 아직 떠날 계획이 없었다. 그가 시후에게 말했다.“도련님, 저는 당분간 노르웨이에 남아 AI를 조금 더 훈련하고 싶습니다. 전부터 구현해 보고 싶었던 구상이 몇 가지 있는데, 지금이라면 AI를 통해 시험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성과를 거둔다면 앞으로 저희에게 큰 도움이 될 겁니다.”시후는 제이크 한이 최근 AI에 푹 빠져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경감님이 남고 싶다면 그렇게 하세요. 그런데 AI로 무엇을 구현하려는 겁니까?”제이크 한이 대답했다.“아직 완전히 구체화되지 않은 생각입니다. AI가 안면 인식을 더 깊이 학습하게 하는 겁니다.”시후가 궁금하다는 듯 물었다.“안면 인식 기술은 이미 상당히 발전하지 않았나요? 요즘은 한 달 만에 10킬로그램이 쪄서 친어머니도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모습이 달라져도 안면 인식 시스템은 정확히 구별해 내는 것 같던데요.”제이크 한이 웃으며 말했다.“특정 개인을 식별하는 기술은 이미 상당히 발전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하려는 것은 AI가 그
은 회장의 포효는 입을 열려고 하던 모든 사람들을 침묵하게 만들었다. 그들은 자신들의 운명을 시후의 손에 맡길 수는 없었지만, 은 회장에게 아직 탈출구의 열쇠가 쥐어져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므로 이때 그들이 가장하면 안 되는 것은 바로 공개적으로 은 회장과 척을 지는 일일 것이다. 만약 은 회장이 정말로 상대방의 요구를 받아들이고 돈을 써서 이 난리에서 벗어나기라도 한다면, 나중에 일이 처리된 후 대놓고 자신에게 등을 돌린 사람들을 찾아내어 정리할 것이다.그러자 은정공은 아버지의 말에 반기를 드는 것을 포기하고 앞장서서
시후는 전반적으로 적어도 5~6살은 어려진 듯한 세 사람을 보고 매우 행복함을 느꼈다.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 그는 혼자였으며 진정으로 가족이 있다는 느낌을 경험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유나와 결혼한 후, 시후에게는 새로운 가족들이 생겼지만, 당시 WS 그룹 사람들은 그를 남보다 훨씬 더 못한 사람처럼 대했다. 그러니 그의 아내 유나를 제외하고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가족이라고 할 수 있었겠는가? 물론 지금은 장인, 장모가 자신에 대해 매우 호의적인 태도를 갖고 있지만, 시후는 이 모든 것을 다양한 혜택과 선물들로 얻은 것임을 잘 알
이때 이중열이 요리 두 접시를 들고 올라왔다. 하나는 간판 메뉴인 삼겹살이었고, 다른 하나는 그의 특기인 양념 목살 구이였다. 그는 음식을 시후와 고은서 앞에 놓으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도련님, 은서 아가씨, 가게에 단골손님이 한 분 오셨는데, 유명한 경감 제이크 한도 함께 왔더군요. 두 분은 당분간 아래로 내려가지 않는 게 좋겠습니다."시후가 급히 물었다. "삼촌, 제이크 한이 아저씨를 알아보지는 않았나요?""아니요." 이중열이 말했다. "그날 제 모습은 평소와 달라서 기억하기 어려울 겁니다. 게다가 그 날은 딱 한 번 스쳐
스티브 로스차일드는 급히 말했다.“사방보당은 본래 한국의 물건입니다. 그러니 한국으로 돌아가는 게 당연히 가장 바람직하지 않겠습니까…”시후는 다시 물었다.“당신 아버지는 꿈에서도 사방보당이 로스차일드 가문으로 돌아오길 바랄 텐데... 그런데 당신은 왜 같은 생각이 아니지?”스티브 로스차일드는 시후가 자신의 입장을 시험한다고 여겼다. 그래서 그는 즉시 단호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선생님, 솔직히 말씀드리면 제 아버지는 아직도 구시대적 제국주의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한 번 빼앗았으면 자기 것이라는 식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