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당신 장인이 이런 것 아니오?”시후는 고개를 끄덕였다. “보십시오. 사장님도 내 장인이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사장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이 물건을 깨뜨린 건 내가 아니라 장인 어른입니다. 그런데 지금 누구더러 배상하라고 하시는 겁니까? 문제 일으키는 사람은 따로 있고 똥 치우는 사람은 따로 있는 겁니까? 문제가 생겼으면 당사자를 찾아서 해결하셔야죠.”라며 따졌다.주진운은 화가 났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시후의 말이 맞았다.만약 자신이 아무것도 모르는 그에게 다짜고짜 배상을 요구한다면, 예인방과 관련된 소문이 나빠질 게 뻔하고 재수가 없을 경우에는 이 바닥에서 장사를 접어야 할 지도 모른다.그래서 그는 다급히 몇 사람을 불러 말했다. “당신들 빨리 가서 저 늙은이 좀 잡아와요!”시후는 장인을 쫓는 그들을 보고 말없이 미소를 지었다.사실 그 돈을 지불할 수는 있었다. 자신이 손해를 보고 일을 처리해 줄 수도 있지만, 만약 그렇다면 저 뻔뻔한 장인 어른이 또 다시 골동품 거리를 기웃거리며 오늘과 같은 일을 또 다시 만들게 될 것이 뻔했다.이럴 바에는 차라리 장인어른으로 하여 쓴맛을 한 번 보게 만드는 것이 시후에게는 훨씬 나은 선택이었다.그렇지 않으면, 이후에 또 다시 이곳에서 자신을 괴롭힐 테니..예인방 사람들이 총출동하여 모두 시후의 장인어른을 쫓아다니느라 정신이 팔려 있을 때, 시후는 방 안에서 혼자 여유롭게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다 우연히 바닥이 두 동강 난 병 속을 들여다보게 되었다.이 청자의 높이는 50cm정도 되어 보였는데, 지금은 이미 둘로 쪼개져 버렸고 산산조각 났기 때문에 아쉬움이 컸다.그런데, 그 순간 병의 몸통 밑부분에 뭔가 숨겨져 있는 것이 보였다.그는 황급히 손을 뻗어 안에 있는 것을 한 번 끄집어 보았다. 뜻밖에도 손가락에 작은 목갑이 하나 잡히는 것이 아닌가?!이 병 속에 뭔가 들어 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이 청자가 깨지지 않았더라면 아마 아무도 알 수 없었을 것이다. 이
시후는 너무 기뻐서 즉시 『구현보감』을 소중히 품에 안으려 했다.하지만, 그 순간 이 책은 금세 가루가 되어 사라졌다.그렇지만 조금 전 책에 몰입하여 읽었던 시후의 머리 속에는 이미 내용이 선명하게 새겨져 있었다.이때, 도망친 장인어른이 사람들에 둘러싸여 잡혀 들어왔다.그의 양쪽 얼굴이 벌겋게 부어 올라있는 것을 보니, 아마 사람들에게 붙잡혀 여러 대 맞은 모양이었다.사실, 시후는 그런 장인의 모습에 속이 후련했다.문제를 일으킨 건 장인 어른이었으나, 자신에게 이 문제를 덮어씌우려 했으니.. 장인어른은 벌을 받아 마땅했다.김상곤은 이 때 남사스러워 사람들에게 잡히지 않으려 필사적으로 뛰어다녔기에 피곤해 죽을 지경이었다.차 키는 사위가 가지고 있고, 나이 들어 몸집이 꽤 나가는 터라 빨리 달릴 수도 없는데, 자신을 쫓아오는 젊은이들을 당해낼 재간이 없었기 때문이다.그래서 도망친 지 얼마 되지 않아 잡혀서는 여러 대를 얻어 맞은 그였다.사람들이 김상곤을 잡아오자, 사장 주진운은 이를 악물며 말했다. “늙은이가, 우리 가게 귀중품을 깨뜨리고 감히 도망을 가려고 해? 내가 누구인줄 알고?!”“하이고~!!! 사장님~ 제가 일부러 그런 게 아닙니다!!!! 이.. 이 병이 너무 미끄러워서..”주진운은 “쓸데없는 소리는 집어치워! 오후에 시간을 내서 돈을 마련해 오라고. 만약 돈을 마련할 수 없다면, 이 귀중품을 고의로 훼손한 죄로 신고할 거야! 이 물건은 꽤나 비싸니 만약 가져오지 않는다면 차가운 감방으로 들어가기에 충분하겠지?”김상곤은 그 이야기에 놀라 온몸을 부들부들 떨며, 시후를 바라보았다.“사위, 우리 사위! 내가 이렇게 꼼짝없이 잡혀 들어가게 된 걸 보고도 구해 주지 않으면 예의가 아니지 않겠나?”“아버님.. 정말 죄송합니다만, 저도 이렇게 많은 돈은 없습니다..”김상곤은 “그럼! 감옥은 네가 대신 가는 게 좋겠다. 내가 너를 이렇게 오랫동안 먹여줬으니, 이번에는 네가 은혜를 갚을 때가 된 것 같구나!”라고
은시후는 말했다. “그럼, 만약 제가 복원해낸다면 어떻게 하실 겁니까?”라며 고개를 들었다.주진운은 콧방귀를 뀌며, “이 업계 전문가들에게 확실히 다 복원되었다는 감정을 받아서, 손해를 대부분 만회할 수 있다면 자네와 장인은 집으로 돌아갈 수 있지. 하지만 그게 쉬웠으면 내 진작에 복원했겠지. 헛참!”이라고 말했다.“좋습니다!” 은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나중에 딴 소리 하지 않으시는 겁니다!”라고 말했다.말을 마치자마자 시후는 작업에 집중했다. 먼저 붓을 들어 화선지에 청자의 윤곽을 그려 넣고, 검지에 달걀흰자를 묻힌 뒤 깨진 조각들에 펴 발랐다. 그리고 흰자가 묻은 조각들을 종이에 그려진 윤곽에 꾹 눌러 붙였다. 화선지는 조금씩 조각들로 모여갔다. 작업을 지켜보는 모두가 시후의 복구 작업에 방해가 될까 작은 숨소리조차 낼 수 없었다.순식간에, 30분이 지났다.작업이 끝난 은시후는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다시 새로 태어난 듯한 고려청자를 집어 들었다.그는 주진운을 보면서 빙긋 웃었다. “한 번 보시죠! 어디에 흠집이 있는지!”주진운은 청자를 들고 구석구석 몇 번 훑어보았다.“이 자식?! 지금 나를 놀려? 계란 흰자로 이걸 바른다고 고친 거야? 그럼 네 놈 다리를 부러뜨리고 계란 흰자를 한 번 바르면 다 낫는 거야?“그 청자! 함부로 만지지 마세요!!”바로 이때, 갑자기 낭랑한 목소리가 문 앞에서 다급하게 소리치는 것이 들렸다.뒤이어 캐주얼한 흰색 정장을 입은 아름다운 여성이 안으로 들어섰다.그녀는 아름다운 얼굴에 1m 70cm에 가까운 늘씬한 키로 고급스러운 아우라를 풍겼다. 그녀의 아름다운 눈은 서리처럼 차가운 기운을 내뿜고 있었다.주진운은 이 여성이 들어오는 것을 보자마자, “아.. 아가씨, 무슨 일로?”라며 얼굴색이 확 바뀌더니 얼른 허리를 숙였다.찾아온 사람은 바로 실소유주로, 갤러리와 미술관을 모두 경영하고 있는 이룸 그룹의 막내 딸 송민정이었다.송민정은 화난 표정으로 차갑게 말했다. “내가 안
주진운은 도저히 이 상황을 믿을 수 없었다.고작 달걀 흰자로 고친 청자가 더 귀한 물건이 될 줄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그는 다급히 “아가씨, 바로 이 사람이 고친 겁니다...”라며 송민정을 은시후에게 데려다 주었다.송민정은 시후는 한 번 흘끗 보았다. 송민정은 시후가 너무 젊어서 놀랄 수밖에 없었다. 저 남자가 지금은 전해지지 않는 방법으로 청자를 복원했다고?그녀는 빙긋이 웃으면서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저는 이룸 그룹의 송민정이라고 합니다. 혹시 선생님께서는 어디 출신의 문화재 대가신지요?”라고 물었다.그 때까지 두려움에 떨고 있던 시후의 장인 김상곤은 이룸 그룹의 ‘송민정’이라는 세 글자를 듣자마자 깜짝 놀라 말을 잇지 못했다.이룸 그룹이라니?!이룸 그룹은 한창 잘나가는 유명 재벌가에는 조금 못 미쳐도 아무나 따라잡을 수 없는 로얄 패밀리 아닌가?이런 골동품 가게에서 이룸 그룹의 자제를 만나다니?! 생각지도 못했어!은시후는 이룸 그룹의 막내 딸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송민정에게 별 감흥을 느끼지 못했다. 그녀의 집안은 수천억 대 자산을 굴리고 있었지만, LCS 그룹과 같은 수십 조 자산의 가문에 비교할 바는 아니었기 때문이다.그러자 그는 담담하게 말했다. “음.. 저는 이런 것들에 대해 따로 누구에게 배운 적은 없습니다. 그래서 스승이 없습니다.”이윽고 시후는 또 이야기를 이었다. “제 장인어른께서 이 고려청자를 깨뜨리셨습니다. 제가 수습을 하기는 했는데, 혹시 저희가 더 배상해야 하는 건 없을지 감정을 부탁드립니다.” 송민정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요. 배상해주실 건 없어요. 오히려 이렇게 복원을 해 주신 덕분에 이 청자는 원래 가치를 훨씬 넘어섰어요. 오히려 예인당이 당신께 신세진 거죠.”은시후는 담담하게 웃었다. “별 말씀을.. 그럼 이 일은 다 처리했으니 저와 제 장인어른은 돌아가겠습니다.”송민정은 큰 눈에 살짝 미소를 지으며 “선생님, 존함이 어떻게 되십니까? 이후에도 소통할 수 있도록
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알겠습니다, 아버님.”이라고 말했다.장인은 그제서야 한숨을 돌리며, “자네가 이런 솜씨가 있는 줄 진작에 알았으면 내가 청자를 깨뜨렸을 때 콧방귀를 뀌었을 텐데.. 내 그렇게 도망 다니고 뺨까지 몇 대 얻어 맞았어!! 젠장!”뒤이어 그에게 물었다. “얼굴에 이 얻어 맞은 자국이 보이냐?”시후는 “아직 붉은 기운이 조금 남아 있네요.”장인어른은 “맞아..” 라고 말했다. “집에 도착해서 네 장모가 물어보면 내가 전봇대에 잘못해서 부딪혔다고 말해라.”******집에 돌아온 시후는 시장에서 야채를 사와 밥을 짓느라 바삐 움직였다.아내 유나에게 전화해서 무엇을 먹고 싶으냐고 물었더니, 저녁에는 이태리와 건축 방안을 고민하느라 엠그란드 그룹에서 식사를 대접한다고 답했다.곧 바로 이태리가 그에게 메시지를 보내주었다. “회장님! 이제 곧 건축 공사가 시작되기 때문에, 아마 요 며칠 간 사모님께서 바쁘실 겁니다. 그러나 걱정하지 마세요.”“아. 알겠어요. 아내를 잘 부탁합니다.”어찌 아내가 맡은 중요한 일을 생각하지 못했는지.. 그리고는 “가능하면 도시락을 먹지 않도록 잘 해줘요.”라고 회신했다.그러자 이태리는 “걱정 마십시오. 이미 임원 식당을 최고의 요리들로 마련해 놓았습니다.”“네, 잘했어요.”유나가 집에 가서 밥을 먹지 않는 이상, 시후는 일반적인 식재료를 사서 집으로 돌아와 장인 장모에게 한 끼를 대접했다.밥을 다 먹은 후에 노부부가 외출하자 시후는 침대에 누워 조금 전 봤던 『구현보감』의 오묘한 내용을 떠올리고 있었다.갑자기 휴대폰이 울렸다. 김도훈이었다.시후는 전화를 무시했다. 친한 친구라 호의를 베풀었건만, 결국 나의 말을 듣지 않더니 이제서야?하지만 아무리 다시 생각해봐도 약혼녀가 바람을 피우고 있는 그의 상황이 조금 가엾었다. 그래서 다시 전화를 걸어 “무슨 일이야? 문제 있어?”라고 물었다.수화기 너머로 김도훈은 하염없이 흐느끼며 말을 얼버무렸다. “시후야.. 내가
목동 병원.김도훈은 응급실 병상에 누워 있었다.그는 온몸이 상처투성이에다, 오른쪽 다리에도 깁스를 하고 있어 무척 안 돼 보였다.은시후는 안타까움에 마음이 아파왔다. 이렇게 사랑에 눈이 멀어 자신의 앞 날을 예상하지 못하다니..김도훈은 시후가 들어오는 것을 보고, 계란처럼 부어 오른 눈으로 갑자기 눈물을 흘렸다.“시후야...” 김도훈은 틈만 나면 통곡을 했다.은시후가 그의 곁으로 다가와 담담하게 말했다. “네가 이렇게 슬퍼할 필요 없어. 어떻게 다시 재기하느냐가 중요하지.”김도훈은 “3년 동안 유리만 쫓아다녔어. 그냥 그년이 해달라는 대로 다 해줬고, 사 달라는 대로 다 사줬다고.. 그런데 어떻게 나한테..?”김도훈은 울음을 그치지 않고 흐느끼며 말했다. “그런데, 다른 놈과 눈이 맞아서 나와 헤어진다고? 요 몇 년 동안 번 돈은 거의 다 그년에게 쏟아 부었다고.. 모아 놓은 돈은 레스토랑 오픈하는데 넣었고, 그런데 지금 그 돈도 돌려주지 않는다고.. 내가 어떻게 그런 쓰레기 같은 인간이랑 사랑 같은 걸 한다고.. 미쳤지 내가..”은시후는 “사람은 다 실수할 수 있어. 그리고 실수를 했을 땐 다시 일어나면 돼! 내가 너에게 선물해 준 그림은? 그 그림은 적어도 수천 만원 돈 할 거야!”김도훈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만약 내가 네 말을 듣고 그림을 챙기지 않았으면 아마 이 그림도 뺏겼을 거다 시후야..”은시후는 “그래, 그 그림만 있으면 돼. 먼저 누워서 좀 쉬면서 진정해. 내가 그림을 좋은 값에 팔아 올 게.”“시후야, 진짜 고맙다.. 이 은혜는 절대 잊지 않을게.. 꼭 갚을 거야.”은시후는 “됐어.. 친구 아니냐?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라며 담담하게 말했다.말을 마친 그는 먼저 병실에서 나갔다.조금 전에 급히 온다고 뭔가 준비할 겨를이 없었는데, 김도훈의 기죽은 얼굴을 보니 그냥 넘어갈 수가 없었다. 이에 입원실에서 먹고 마실 음식들을 사고 입원비를 선납했다.병실로 돌아갔을 때 은시후는 병실
정유리는 짜증난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어머, 나한테 개소리 하지 마! 레스토랑은 너랑 손톱만큼도 상관없어~ 우리 아빠가 차린 밥상에 숟가락만 올린 주제에, 내가 너에게 돈을 왜 줘? 그리고, 그 그림은 레스토랑 거라니까? 네가 안 내놓으면 바로 경찰에 신고할 거야?! 네가 훔쳐갔다고!”옆에서 지켜보던 조동현도 “임마, 눈치 있게 좀 굴어~ 그거 돈 좀 되는 그림이라 우리가 신고하면 넌 10년쯤 감옥살이야~”김도훈은 뜨거운 눈물을 뚝뚝 흘리며 “그동안 내가 너에게 줄 수 있는 것은 다 줬는데, 고맙다고는 하지 못할 망정.. 지금 난 너의 불륜으로도 충분히 힘들어.. 그런데 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지 않아?”정유리는 “감사? 네가 뭔데? 내가 너에게 뭘 감사해야 하는 건데? 난 지금까지 단 한 순간도 널 좋아해 본 적이 없어. 맨날 돈도 없어서 선물도 제대로 못 사주는 거지 같은 건 나에게 전혀 어울리지 않아! 우리 오빠 정도는 되어야 내가 수준에 맞지 않겠어?!”조동현도 “아.. 맞아.. 알려주는 걸 잊었는데 말이야.. 넌 우리 유리와 어울리지도 못해..”라며 웃었다.정유리는 “아이 참.. 오빠, 왜 이래~ 남들이 보잖아! 부끄러워...”라며 수줍어했다.더 이상 참을 수 없었던 김도훈은 베개를 들어 힘껏 던지며 “이 쓰레기 같은 새끼들아! 당장 나가!”라며 욕을 해댔다.조동현은 베개를 움켜쥐고 “경고하는데, 그림을 내놓지 않으면, 남은 다리도 부러뜨리고 널 감옥에 보내주겠어.”밖에서 이 난리를 지켜보던 은시후는 갑자기 병실로 들어가 “이 새끼야! 내 친구를 건드려? 죽고 싶어?”라며 소리쳤다.조동현이 고개를 돌려 은시후를 바라보며 “넌 누구야?”라고 물었다.정유리는 “이 사람이 바로 은시후야. 그림 선물한 사람.”이라고 했다.조동현은 하하 웃으며 “아이고~ 누구인가 했더니 그 데릴사위 아냐? 모르는 사람이 없지~”라고 말했다.그러면서 조동현은 “내가 3초 줄 테니, 넌 여기 온 적 없는 걸로 하자~”라며 시후를 노려보
조동현은 곧바로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형! 나 지금 목동병원인데 아그들 몇 명만 데리고 와.”은시후는 전화 대신 이화룡에게 “목동병원에 나를 죽이려는 사람이 있습니다.”라는 메시지를 보냈다.그러자 이화룡이 바로 전화를 걸었다. “회장님을 죽이려는 놈이 있다고요? 그 눈깔 없는 미친놈은 누굽니까?”라고 물었다.은시후는 “잔말 말고 그냥 오시죠.”라고 담담하게 말했다.그러자 이화룡은 “예, 조금만 기다리십시오. 곧 달려가겠습니다.”라고 말했다.조동현은 시후도 통화를 하자 “왜? 너 같은 놈도 누굴 부를 수 있겠냐?”라고 물었다.은시후는 “날 못 죽이면 내가 오늘 너네 둘을 죽여버리겠다고 말하지 않았나?”며 냉소했다.조동현은 헛소리를 들은 듯 “방금 전화한 놈은 누군가? 이 바닥에서 날 죽일 수 있는 놈은 아직 태어나지도 않았어, 임마!”병상에 누워있던 김도훈은 “시후야, 빨리 가. 이놈 건드리지 마, 못 건드려!”라며 몸을 일으켰다.은시후는 그에게 다가가 침대에 다시 눕혔다.김도훈은 다급하게 “저 조동현이라는 놈 완전 깡패야. 싸움도 잘하고...”라고 말했다.은시후는 귤을 까서 그의 입에 물리며 “이 바닥에서 내가 건드릴 수 없는 사람은 없어!”라고 말했다.정유리는 “어머나, 시후 씨 허세가 많이 늘었구나.. 우리 오빠가 뭐하는 사람인 줄 알아요?”라며 웃음을 지었다.시후는 “뭐하는 놈들인지는 관심 1도 없고, 오늘 부로 아마 병신으로 살 것이라는 건 잘 알고 있지.”라고 말했다.“아.. 잊을 뻔했네..? 정유리 너도 마찬가지야!”그러자 정유리의 얼굴이 어두워졌다.은시후는 이때 김도훈에게 “네가 맞은 건 정유리의 아버지가 알고 계셔?”라고 물었다.“알고 계시지.”김도훈은 “내가 전화했거든..”이라고 했다.은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뭐라고 하진 않으셨어?”김도훈은 “둘 사이 일이고, 당신은 관여할 수 없다고 하시더라고? 아마.. 찾지 말라는 뜻이겠지..”“레스토랑 오픈 비용으로 준 돈은
시후의 외할머니가 시후를 직접 만나고 싶다고 말하자, 배유현은 급히 말했다. “죄송합니다, 사모님... 여러분들을 살려주신 은인께서는 행방이 일정하지 않으셔요. 이번에도 저에게 약을 전달해주신 후, 아직 해야 할 중요한 일이 많다며 바로 떠나셨기 때문입니다.” 사실 엄밀히 따지자면, 배유현이 거짓말을 한 것은 아니었다. 시후는 정말 자주 이동했기 때문에 행방이 일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에는 캐나다, 미국, 홍콩, 멕시코를 오가는 터라 시후의 구체적인 계획은 배유현도 알지 못했다. 게다가, 시후는 이미 페이셔스 그룹의 냉동 센터를 떠난 상태였다. 그는 지금 버킹엄 호텔로 돌아가, 이토 그룹과 하영수가 도착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시후의 외할머니는 배유현의 말을 듣고 매우 아쉬운 듯 말했다. “그분께서는 우리 집안 구성원들을 모두 구해주셨고, 이번엔 제이크 한 경감까지 살려주셨어요. 이처럼 큰 은혜는 우리 자손 대대로 다 갚지 못할 만큼 대단한 것인데, 그분은 단 한 번도 우리에게 보답할 기회를 주지 않으셔서...”배유현은 위로하듯 말했다. “사모님, 그건 저도 마찬가지랍니다. 저는 오래전부터 은인께 큰 은혜를 입었지만, 아직까지 제대로 보답할 기회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저 그분을 위해 작은 힘이라도 보태며 곁에서 도울 수 밖에요.”이때 안충주가 말을 이었다. “배유현 회장, 예전에 한국의 경매장에서 당신의 할아버지인 전 회장님께서 갑작스레 몸져 누우셨고, 그 틈을 타서 당신의 큰아버지가 권력을 빼앗았죠. 그런데 전 회장님께서는 다시 건강을 회복하셨고, 당신과 함께 뉴욕으로 돌아오셔서 결국 페이셔스 그룹을 다시 맡으셨는데... 내가 짐작하는 게 맞다면, 그 당시 우리의 목숨을 살려준 은인이 당신 역시 도와주신 겁니까?”“네 맞습니다.” 배유현은 숨김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분이 아니었다면, 제 할아버지는 한국에서 목숨을 부지하셨다 해도, 저와 함께 큰아버지의 추격에서 벗어날 수 없었을 겁니다.”안충주는 눈빛이 번뜩이며 말
안산과 안충주는 재빨리 두 사람을 AB 빌딩 안으로 데리고 갔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꼭대기층으로 올라갔다.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마자, 안산은 제이크 한을 이끌고 회의실로 향했다.현재 Samson 그룹의 구성원들은 안산의 뜻에 따라, 모두가 배유현에게 직접 감사 인사를 전하기 위해서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모두 응접실에 모여 있었다. 안산이 응접실의 문을 열자, 그 안에 앉아 있던 Samson 그룹 구성원들은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하지만 그들은 문 너머로 들어오는 사람이 배유현이 아니라, Samson 그룹과 깊은 인연을 맺고 있던 제이크 한이라는 사실에 깜짝 놀라고 말았다!제이크 한을 본 순간, Samson 그룹 식구들은 엄청난 충격에 빠졌고, 어느 누구도 이 상황을 쉽게 믿을 수 없었다. 그들은 모두 제이크 한이 이미 세상을 떠났으며, 그것도 Samson 그룹과 관련된 일에 휘말려 그렇게 된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기에 제이크 한이 갑자기 눈앞에 나타났을 때, 현장에 있던 모든 Samson 그룹 사람들은 마치 사고 기능이 정지된 것처럼 얼어붙고 말았다.시후의 외할머니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앞으로 다가가 안산에게 물었다. “여보... 이... 이 사람이 정말 제이크 한 그 친구가 맞아요? 아니면 내가 꿈을 꾸고 있는 건가요? 혹시 내 정신이 이상해진 건가요?”“맞아. 제이크 한 그 친구가 맞다고!” 안산은 흥분하여 말했다. “정말로 제이크 한이 맞아! 이 친구가 살아 있었어! 배유현 회장이 데려온 거요!”그제야 가족들은 뒤따라 들어온 배유현을 발견했다.시후의 외할머니는 놀람과 기쁨이 교차된 표정으로 배유현을 바라보며 물었다. “배유현 회장... 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설명을 해줄 수 있을까요? 그날 사건이 벌어졌을 때, 우리를 살려준 분께서는 제이크 한은 이미 살릴 수 없는 상태라고 하지 않으셨나요?”배유현은 사실대로 말했다. “그때 그 분은 제이크 한 경감의 뇌가 아직 완전히 죽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하셨어요. 하지만 신체의
배유현은 안산이 자신을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에 깜짝 놀라며, 곧바로 공손하게 말했다. "회장님, 요즘 건강은 괜찮으시지요?"안산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배유현 회장 덕분에 요즘 꽤 잘 지내고 있습니다."배유현은 재빨리 말했다. "안 회장님, 그렇게 말씀하시지 않아도 됩니다. 저는 나이도 많이 어리고, 그런 말씀을 들을 자격이 없습니다!"그러자 안산의 곁에 있던 안충주도 이때 정중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했다. "배유현 회장님, 안녕하십니까."배유현 역시 공손히 인사했다. "안충주 선생님, 안녕하세요."안충주는 걱정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 "배유현 회장님, 실례가 안 된다면... 제 친구 제이크 한은 지금 어디에 묻혀 있는지 알 수 있을까요? 가능하시다면 주소를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조만간 찾아가 조의를 표하고 싶어서요.”배유현이 대답을 하기도 전에, 그녀의 옆에서 마스크와 선글라스를 쓰고 있던 한 남자가 갑자기 소리쳤다. "충주! 나 제이크 한은 아직 안 죽었어!"그 말이 떨어지자, 안충주와 그 곁에 있던 안산은 모두 깜짝 놀라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들은 그 목소리가 분명 제이크 한의 목소리라는 것을 알아차리기는 했지만, 눈앞에 서 있는 이가 제이크 한이 맞을 것이라고는 도저히 믿기 어려운 듯했다.왜냐하면 그날 체육관에서 Samson 그룹 최정예 경호원들이 암살자들에게 잔혹하게 살해당했을 때, 그들은 직접 시체를 보지는 못했지만 가장 먼저 총알에 맞은 제이크 한은 살아남을 수 없을 것임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들을 구해준 시후도 분명히 제이크 한이 이미 죽었으며, 신 조차도 그를 살릴 수 없을 거라고 말했었다. 그렇기에 그들이 어떻게 제이크 한이 죽은 뒤 살아 돌아왔다는 걸 믿을 수 있겠는가?제이크 한은 Samson 그룹의 두 사람이 눈을 크게 뜨고 아무 말없이 자신을 바라보고만 있자, 참지 못하고 마스크와 선글라스를 확 벗으며 외쳤다. "나야! 나! 아직 안 죽었다고!""이런 젠장!" 안충주는 너
안충주는 서둘러 휴대폰으로 인터넷에서 배유현의 사진 몇 장을 검색해 안산에게 보여주었다.안산은 몇 번 사진을 훑어본 후 휴대폰을 돌려주었지만, 순간적으로 멍하니 한 사람의 모습이 뇌리를 스쳐 지나가는 듯하더니 갑자기 물었다. “충주야... 제이크 한, 그 친구를 배유현 회장이 데려간 거 아니었나?”안충주는 놀라며 되물었다. “아버지, 제이크 한을 기억하신 거예요?”안산은 멍하니 말했다. “조금 전 머릿속에 뭔가 스치듯 지나갔어. 그날 우리를 구해준 은인이 ‘제이크 한은 이미 죽었다’고 말했던 것 같은데...” 그러면서 재빨리 물었다. “충주야, 그날 그 은인이 그러지 않았니? 제이크 한의 시신은 자신이 사람을 보내 정중히 장례 치르겠다고?”안충주는 아버지가 그날의 일부를 기억해낸 것에 놀라면서도, 슬픈 목소리로 말했다. “네... 그 은인은 정말 그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아마 그 일을 배유현 회장에게 맡긴 것 같아요.”그러자 안산은 눈가가 붉어지며 자책했다. “나는 제이크 한 그 친구에게 정말 면목이 없다... 그 친구의 부친에게도, 그 친구의 아내와 딸에게도... 나는 그들에게 모두 죄인이나 마찬가지야...”안충주는 서둘러 위로했다. “아버지, 이건 아버지 혼자만의 잘못이 아니에요. 우리 집안 전체가 큰 빚을 진 거니까요.”안산은 다시 물었다. “그럼 제이크 한의 아내와 딸은 어떻게 됐냐?”안충주는 난처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 쪽은 제가 손을 쓸 수가 없었어요... 그날 은인이 분명히 당부했었으니까요. 제이크 한의 죽음을 누구에게도 알려선 안 된다고... 심지어 그의 아내에게도요. 그래서 제이크 한의 아내가 저에게 계속 전화를 걸어 남편의 행방을 묻고 있는데, 저도 어쩔 수 없이 그 부분은 모른다고 둘러댈 수밖에 없었어요... 그래서 아마도 이미 경찰에 실종 신고까지 한 걸로 알고 있는데, 뉴욕 경찰은 아직 아무런 단서도 찾지 못한 것 같습니다...”“하아...” 안산은 깊게 한숨을 쉬며 당부했다. “방법을 좀 찾아서, 그의
안산의 갑작스러운 분노 섞인 외침에 Samson 그룹 삼형제는 일제히 차가운 표정을 지었다. 비록 모두가 이미 같은 결론을 향해 가고 있었지만, 아버지인 안산이 직접 그렇게 말하자, 그들은 등골이 오싹해졌다.안태풍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저는 도무지 이해가 안 돼요... 저 자들이 우리와 도대체 무슨 원한이 있기에, 20년 동안이나 집요하게 우리를 노린 거죠?”안재남도 의아하다는 듯 말했다. “우리 집안이 자산을 축적하는 과정에서 특별히 큰 잘못을 저지른 일은 한 번도 없었던 것 같은데요...! 그동안 우리 집안의 자산 대부분은 당시 엔젤투자에서 비롯됐고, 게다가 누나는 실리콘밸리의 절반을 떠받치고 있던 인물이었어요. 그런데 누가 우리와 그렇게 원한 관계에 있다는 거죠?”안충주는 얼굴을 굳히고 말했다. “어쩌면, 그들은 우리에게서 뭔가를 얻어내고자 하는 걸 수도 있지.”안재남이 물었다. “형 말은... 돈을 노린 다는 거야?”“단정 짓기는 어렵지만,” 안충주가 말했다. “하지만 저들이 이토록 정교하고 집요하게 움직이는 걸 보면, 단순한 증오심이나 원한 때문은 아닌 것 같아 보이는데.”그러자 안산 역시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만약 돈이 목적이라면, 굳이 우리 전부를 죽일 필요는 없지 않겠니? 요즘은 대부분 자산을 디지털 형식으로 가지고 있기에 은행 계좌나 증권 계좌, 신탁 계좌에 숫자로만 남아 있다. 그러니 우리를 죽인다고 해도 그 자산이 그들 손에 들어가는 건 아닐 것 아니냐!”안충주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게 바로 저도 이해가 안 되는 부분입니다...”네 사람은 곧 깊은 침묵에 빠졌다.그때, 막내딸 안유진이 문을 두드리며 밖에서 말했다. “아버지, 배유현 회장이 조금 뒤에 찾아 뵙고 싶다고 전화가 왔는데요.”“배유현...?” 안산은 인상을 찌푸리며 무의식적으로 물었다. “배유현 회장이 누구냐?”안충주가 얼른 말했다. “아버지, 또 잊으신 거 아니죠? 아침에 말씀드렸잖아요. 우리가 사건을
그 순간, 안태풍, 안충주, 그리고 안산 모두의 얼굴이 일제히 굳어졌다.안태풍은 반사적으로 외쳤다. “큰 누나가 세상을 떠난 지 2년 후, 너는 권아현을 만났고... 권아현은 이번 사건이 일어나기 전까지 네 곁에서 무려 19년 동안 숨어 지냈어... 우리를 죽이려 한 자들과 누나가 그 해에 죽었던 일은 분명 관련이 있는 거야!”안산은 경악하며 말했다. “그 말이 사실이라면, 그 놈들은 예선이와 은 서방을 죽이고도 모자라, 재남이 곁에 무려 19년이나 묵혀 놓은 시한폭탄을 이번에 터뜨린 셈이군... 대체 이 놈들은 뭘 노리고 있는 거지?! 만약 우리 집안을 없애는 게 목적이라면, 왜 지금까지 이렇게 오랫동안 기다린 거냐고?”“그러게 말입니다...” 장남 안충주 역시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이렇게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는 조직이라면, 뭔가 깊은 원한을 품고 있을 때 진작에 손을 썼겠죠. 굳이 지금까지 기다릴 이유가 없을 텐데...”안산이 말했다. “나는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 이 자들이 우리에게 대체 얼마나 큰 복수심을 품고 있길래, 이렇게까지 큰 판을 벌이는 건지 말이야...”안재남은 참다 못해 말했다. “아버지, 형님들... 꼭 제 아내를 19년 전에 그 조직에서 일부러 저에게 심어놓은 인물이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잖아요? 중간에 회유되었거나, 협박을 받았을 수도 있지 않을까요.”“그럴 리 없어.” 안충주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만약 네 아내가 중간에 회유된 것이라면, 그 집안 가족들 역시 그때 함께 배신했겠지. 그런데 그 집안의 일련의 행동들은 그런 식으로는 설명이 안 되잖아. 그러니 나는 오히려 권아현과 그 일가 전체가 애초부터 철저하게 설계된 함정이라고 판단한다.”안태풍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고, 이어서 안재남을 바라보며 물었다. “재남아, 너와 권아현이 처음 만났을 때 구체적인 상황을 떠올릴 수 있겠어?”안재남은 말했다. “그 당시 내가 석사 2학년이 막 시작되었을 때였는데, 아내는 막 석사에 입학했었지. 신입
유럽과 미국에서는 가족 신탁 상품이 매우 신뢰할 수 있는 자산 보호 방식으로 여겨진다.한국에는 ‘부자는 삼대를 넘지 못한다’는 말이 있는데, 그 이유는 바로 부모 세대가 어렵게 일군 부를 자손 세대가 사치스러워 함부로 낭비하고, 눈은 높지만 능력은 부족하여 유산을 제대로 지키지 못하기 때문이다. 결국 이런 상황은 쉽게 가족의 파산으로 이어지고, 하룻밤에 다시 원점으로 되돌아가게 만든다. 이것은 자손 세대의 능력과 인품이 통제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일단 능력이나 인격 중 하나라도 문제가 생기면 가문의 몰락은 피할 수 없는데, 하물며 인재 외에도 천재지변 같은 변수도 존재한다.그러나 가족 신탁은 이러한 인재와 천재지변의 리스크를 효과적으로 차단한다. 먼저 자신의 자산을 신탁에 넣는 순간, 겉으로 보기에는 본인조차 해당 자산에 대한 직접적인 통제권을 포기하게 된다. 이후 자산은 특정 조건이 충족되었을 때에만 자녀나 지정된 상속인이 받을 수 있다. 따라서 훗날 중대한 문제가 생겨 가문이 빚더미에 앉게 되거나 파산을 하게 되더라도, 이 가족 신탁은 정부나 채권자에 의해 임의로 처분될 수 없다. 이것은 바로 유럽과 미국에 있는 유서 깊은 가문들이 여러 세대, 심지어는 수십 세대에 걸쳐 부를 유지할 수 있는 근본적인 이유라고 할 것이다.비록 권아현 집안 식구들은 현재 모두 자취를 감췄지만, 그들의 자산은 이미 모두 가족 신탁으로 옮겨졌다. 이는 더없이 안전한 보관 방식으로, 권아현의 집안 식구들이 세상에서 사라지더라도 기업 운영에는 전혀 문제가 생기지 않으며, 자산의 가치가 떨어지거나 예기치 않은 상황이 생길 걱정도 없다는 것을 의미했다. 이 돈은 신탁에 들어가 있는 이상 줄어들기는커녕 시간이 지날수록 오히려 불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연방 정부조차 이 자산에는 손을 대지 못할 것이다.이런 행동은 곧 권아현 집안 식구들, 혹은 그들 뒤에 있는 그 미스터리한 조직의 입장을 드러낸 것이기도 했다. 그들의 입장은 바로 잠적하는 것은 단지 일시적인 전략적 후
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날 밤 외가 식구들은 나를 만났고, 내가 부른 사람들이 당신을 데려갔다는 건 알고 있을 겁니다. 다만 당신이 살아남을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못했겠죠. 그러니 당신과 외가 식구들이 다시 만났을 때, 어떤 정체불명의 인물이 알약 하나를 먹인 뒤 당신을 구했다고만 알려주고, 이후 배유현 양에게 당신을 그들에게 데려다 주라고 했다고 말하세요. 그리고 정체불명의 인물이 누구인지는 모른다고 하시고요. 그러면 그들은 당신을 살린 사람과 자신들을 살린 사람을 연결 지으려 할 거고, 그 뒤는 외가 식구들이 스스로 추측하게 내버려 두면 됩니다.”“알겠습니다, 도련님!” 제이크 한은 진지하게 말했다. “기억해 두겠습니다.”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문을 열고 배유현을 불러들였다. “배유현 씨, 헬기를 좀 준비해주시고, 제이크 한 경감을 맨해튼의 AB 빌딩까지 모셔다 드리세요. 그리고 가능하다면, 먼저 내 외삼촌께 연락을 드려 방문 의사를 전해주시고요. 그 날 그들을 구한 후 현장을 수습한 사람은 배유현 씨이기 때문에, 그들은 당신에 대해서는 크게 경계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배유현은 공손히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은 선생님. 바로 Samson 그룹 측에 연락하겠습니다.”......같은 시각, 맨해튼 AB 빌딩.Samson 그룹은 함께 모여 회의를 열고는 최근 각종 정세를 종합하여 토론하고 있었다. 안산은 최근 알츠하이머 증상이 계속 악화되고 있었기에, 아침에 눈을 뜨면 아내와 자식들은 그에게 현재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오랫동안 설명해주곤 했다. 다행히도 안산은 수많은 풍파를 겪어온 인물이라, 그날 어떤 사건들이 일어났는지 직접적으로 기억하지는 못하더라도 자식들의 설명을 들으면 곧바로 현재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그 날 암살 사건이 발생한 이후, Samson 그룹 사람들은 줄곧 뉴욕을 떠나지 않았다. 그들은 이미 가족 문제를 처리하기 위해 다시 손을 대기 시작했지만, 가족들의 안전을 위해 안산은 당분간 가족
이야기를 들은 제이크 한은 매우 놀라 그 자리에서 얼어붙은 듯 한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그는 이전의 경력 때문에 블랙 드래곤에 대해서는 매우 잘 알고 있었다. 게다가 그는 블랙 드래곤이 시리아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여 영구 거점을 건설한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용병 조직에게 있어 영구 거점을 보유한다는 것은, 단번에 다른 용병 조직들에 비해 훨씬 앞서 나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용병이라는 존재는, 이화룡이 거느리는 조폭들에 비해 각국 사법기관이 훨씬 더 경계하는 대상이라고 할 수 있는데, 대부분의 용병 조직은 세계 각국에서 길거리의 쥐와 같은 존재로 비밀리에 살아남을 수밖에 없다. 그들은 오직 정부와 깊이 협력하는 조직이 아니라면 절대로 대놓고 간판을 걸고 활동하지 못한다.물론 미국에도 용병 조직이 많이 있기는 하지만, 백악관과 협력하며 그들의 총알받이 노릇을 하는 일부를 제외하면, 나머지는 대부분 은밀히 활동할 수밖에 없다. 용병 조직의 대다수는 미국 퇴역 군인 출신으로, 본국 경찰의 단속을 피하기 위해 개개인으로 위장 생활을 하다가 해외에서 임무를 수행하곤 한다. 예를 들어, 한 용병 조직은 100명 남짓한 구성원들에 불과한데 그들은 평소 각자 합법적인 직업과 신분으로 위장하여 일반 시민처럼 지내다가 임무가 떨어지면 관광객을 가장해 출국을 한다. 비록 이들이 본국에서 불법적인 일을 저지른 것은 아니지만, 무장 전투 요원이기 때문에 정부의 감시를 받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조용히 움직여야 한다는 제약이 있다. 바로 이런 이유로 인해 대부분의 용병 조직의 성장이 제한되는 것이다.하지만 용병 조직이 대놓고 합법적인 영구 거점을 보유하게 된다면,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진다.블랙 드래곤이 시리아와 협력했을 당시 미국 CIA는 그 이유를 조사했는데, 조직이 시리아에서 너무 빨리 성장하는 걸 우려해 개입까지 시도했었다. 하지만 시리아는 블랙 드래곤과의 협력을 고수했고, 그 뒤에는 시리아 내 영향력 있는 반정부 인사 하미드와도 관련이 있는 것으